[누리말(인터넷말) 26] ‘오시는 길’과 ‘사이트맵’

 ‘인터넷 홈페이지’를 우리 말로 다듬은 낱말은 ‘누리집’입니다. 공공기관 가운데, 이렇게 다듬은 낱말대로 말을 쓰는 곳은 국립국어원 한 곳입니다. 다른 곳은 이렇게 다듬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아요. 한결같이 ‘홈페이지’나 ‘홈피’나 ‘사이트’나 ‘웹사이트’라고 할 뿐입니다. 그래도, 기관으로 “찾아가는 길”을 알리는 자리는 거의 ‘오시는 길’이나 ‘찾아오는 길’이라 적습니다. 이렇게 쉬운 말로 적지 않으면, 사람들은 이 기관을 어떻게 찾아와야 하는가를 알 수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막상 이들 누리집을 어떻게 돌아보면 좋을까를 알려주는 자리에는 ‘사이트맵’이라는 말만 씁니다. 아무래도 ‘누리집’ 아닌 ‘홈페이지’나 ‘인터넷 사이트’ 같은 낱말만 쓰니까 ‘홈페이지 맵’이라든지 ‘사이트맵’이라 할밖에 없겠지요. 처음부터 ‘누리집’으로 이름을 알뜰히 다듬어서 쓸 줄 알아야 비로소 ‘누리집 보기’나 ‘누리집 둘러보기’나 ‘누리집 한눈보기’ 같은 말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4344.2.2.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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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우리 말 75] 롱스 레이디 듀오

 시골 읍내 마트에서도 상자 과자를 둘씩 묶어서 싸게 판다. 가만히 살피니, 공장에서 아예 처음부터 둘씩 묶어서 내놓는가 보다. 과자이름은 “롱∼ 초코파이”라서 ‘롱스’라더니, ‘레이디’가 ‘듀오’로 즐기라는 말까지 덧붙인다. 낱말 뒤에 ‘∼’를 붙여서 긴소리를 나타내는 일은 일본 말투인 줄 알기나 알까. 1950년대 끝무렵을 마지막으로 사라진 이런 일본 말투까지 들먹이면서 과자이름을 붙이고 알리며 팔아야 비로소 돈벌이가 되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4344.2.2.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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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우리말 착하게 가꾸기 ㉦ 살려쓰면 좋은 우리말 : 살림말


 말을 할 때에 가장 살펴야 할 대목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글을 쓸 때에 손꼽아 헤아릴 대목은 무엇일까 곱씹어 봅니다.

 말을 하는 사람이나 글을 쓰는 사람이나, 말하기나 글쓰기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을 옳게 눈여겨보지 못한다고 느껴요. 말하는 알맹이와 글쓰는 속살을 찬찬히 돌아보지 못한다고 느껴요.

 말사랑벗한테는 무엇이 가장 살필 대목인가요. 말사랑벗은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에 어느 대목을 가장 헤아리는가요.

 생각하기 어렵다면 이렇게 해 보셔요. 말사랑벗은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무엇이 가장 크거나 눈여겨볼 만한지 헤아려 보셔요. 내 삶에서 가장 아름답거나 사랑스럽거나 고마운 대목이 무엇인지 되뇌어 보셔요.

 내가 하는 말에서 가장 마음쓸 대목이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삶인가 아닌가입니다. 내가 쓰는 글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이란 내가 가장 아름다이 여기는 삶인가 아닌가예요.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를 살피고,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를 살펴야 하는데, 바로 이 ‘무엇’이란 나 스스로 아끼며 사랑하는 삶입니다. 가장 빛나며 보배스러운 알맹이예요.

 할 말이 있어야 말을 하고 쓸 글이 있어야 글을 쓴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할 말이란 ‘내가 꾸리는 삶’이고, 쓸 글이란 ‘내가 돌보는 삶’이거든요. 나 스스로 내 몸을 움직여 내 땀을 바친 삶이 아니고서는 말할 만한 즐거움을 찾기 어려워요. 나부터 내 마음을 바쳐 나누는 이야기가 아니고서는 글로 담을 만한 재미를 느끼기 힘들어요.

 물만 끓여 내놓는 컵라면 하나를 밥상에 올릴 때에도 얼마든지 숱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습니다. 컵라면 하나를 사 오는 마실길이라든지, 내 주머니에 돈이 없어 고작 컵라면 하나만 살 수 있었다는 이야기라든지, 아직 다른 밥을 할 솜씨가 없어 가까스로 컵라면 하나만 차렸다든지, 몸이 아파 다른 밥을 차리지 못하니 컵라면을 먹는다든지 하면서 온갖 이야기를 길어올립니다. 수많은 반찬을 차려 놓는 밥차림을 해야만 수많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요. 수많은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뜬구름을 잡는 글이나 말이 될 수 있어요.

 우리는 우리 삶을 사랑하는 가운데 우리 이야기를 길어올립니다. 우리 이야기가 얼마나 착하고 참다우며 고운가를 살펴야 즐거운 이야기를 얻습니다. 내가 좋아하면서, 나와 내 동무랑 이웃이 다 함께 좋아하는 착한 이야기인지 아닌지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내 삶 사랑과 내 동무 사랑이 아리따이 깃든 참다운 이야기인가 아닌가를 짚어야 합니다. 곱게 일구는 삶으로 곱게 일구는 넋이며 곱게 즐기는 글입니다.


1. 자전거꾼 : 일하는 사람은 일꾼입니다. 놀이하는 사람은 놀이꾼입니다. 사냥을 하니까 사냥꾼이고, 글을 쓰면 글꾼이에요. 글쟁이라고도 하는데, 이와 같은 꼴로 그림쟁이와 사진쟁이라고도 합니다. 영화쟁이나 연극쟁이라고도 해요. 자전거를 타니 자전거꾼이면서 자전거쟁이입니다. 자전거를 즐기기에 ‘자전거 즐김이’라 이름을 붙여 볼 만합니다. 


2. 노래잔치 : 돌에는 돌잔치를 합니다. 예순 살에는 예순잔치를 합니다. 마을에서는 마을잔치를 하고, 학교에 처음 들어갈 때에는 첫잔치예요. 학교를 마무리 할 때에는 끝잔치나 마침잔치입니다. 태어난 날을 기려 생일잔치이고, 밥을 나누는 밥잔치입니다. 시를 즐기는 마당은 시잔치이고, 사진을 함께 나누기에 사진잔치이며, 그림을 즐기는 그림잔치에, 노래를 즐기는 노래잔치입니다. 


3. 네거리 : 예전 살던 인천 골목동네에 ‘삼거리정육점’이 있었어요. 가게는 고기집인데 밖에서 보면 고기집 아줌마가 갖은 꽃그릇을 예쁘게 벌여 놓아서 마치 꽃집처럼 보였어요. 이 고기집은 ‘세거리’ 모퉁이에 있었기에 ‘삼거리정육점’이었어요. 


4. 무너미마을 : 인천에서 살다가 충주 멧골마을로 살림을 옮겼습니다. 우리 식구들 지내는 멧골마을은 행정구역으로 광월리인데, ‘넓은벌’이랑 ‘고든박골’이랑 ‘무너미마을’이 있어요. 넓은벌이란 말 그대로 벌(들판)이 넓으니 붙는 이름이에요. 무너미마을이란 물이 넘는 마을이라 붙이는 이름이에요. 자, 그러면 고든박골은 어떠한 골(골짜기 또는 고을)이라서 고든박골이라 했을까요. 


5. 길그림 : 길을 그리기에 길그림입니다. 땅을 그리면 땅그림이에요. 저는 손으로 그림 그리기를 즐깁니다. 그러니까 손그림입니다. 손으로 글을 쓸 때에는 손글이에요. 손을 써서 말을 나눈다면 손말입니다. 


6. 골목꽃 : 골목에 난 길은 골목길입니다. 골목에 깃든 집은 골목집입니다. 골목에 피어 골목꽃이고, 골목에서 자라 골목나무입니다. 골목집에서 붙은 문패는 골목문패이고, 골목으로 동네를 이루어 골목동네이고, 골목동네에서 사는 사람은 골목사람이에요. 


7. 책방마실 : 들로 놀러가는 들놀이입니다. 물가를 찾아가기에 물놀이입니다. 산을 찾아가면 산놀이나 멧놀이예요. 이웃집을 찾아가는 이웃마실입니다. 맛난 밥집을 찾아다니는 밥집마실이에요. 저처럼 책방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방마실을 합니다. 


8. 시골버스 : 사람들은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를 탑니다. 시외버스란 “시(市) 바깥(外)으로 나가는 버스”라서 붙은 이름이에요. 고속버스란 “빨리 달리는(高速) 버스”라서 붙이는 이름이에요. 시골에서 살아가는 저는 시골을 다니는 시골버스를 탑니다. 구비구비 작은 마을을 천천히 달리는 시골버스를 타며 생각합니다. 도시에서는 도시버스라 하지 않는데 시골에서만 시골버스라 하는구나 싶습니다. 빨리 달리면 빠른버스라 할 만한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9. 빠른전철 : 인천과 서울을 잇는 급행전철이 있고, 서울과 춘천을 달리는 급행전철이 있습니다. 전철은 언제나 ‘급행(急行)’입니다. 서울과 부산을 빨리 달리며 잇는 기차길을 놓고는 ‘고속철도’라 해요. 빨리 가기에 빠른길이고, 천천히 가면 느린길입니다. 때때로 도시로 마실을 나오며 빠른전철을 타는데, 빨리 달리는 이 전철을 타며 아끼는 겨 를만큼 나는 내 삶을 얼마나 아름다이 돌보는가 곱씹어 봅니다. 


10. 나들목 : 나가고 들어오는 길목이기에 나들목이에요. 저는 퍽 예전에 ‘지하철 출입구’를 일컬어 ‘지하철 나들목’이라 말해 보았습니다. ‘출입구(出入口)’는 일본말인데, 이 일본말을 알맞게 고쳐쓰거나 가다듬으려고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이 좀처럼 없다고 느껴서 ‘나들목’을 써 보았어요. 일본말 ‘출입구’는 “나가고 들어오는 구멍”을 가리키거든요. 우리말로 제대로 한다면 ‘나들목’이 아닌 ‘들나목’이라 해야 옳습니다. 우리 문화로는 들어오기가 먼저이고, 들어오면 나가기에 들나목이라는 얼거리로 말을 합니다. 그러나 ‘나들간’이라는 낱말이 있고 ‘나들이’를 생각하면서 ‘나들목’도 참 좋이 쓸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11. 거님길 : 집에서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가 없어 바깥사람들이 주고받는 말마디를 따로 들을 일이 없습니다. 시골집에서 나와 도시로 마실을 나오면 어디에서고 수많은 이야기와 방송을 들어야 합니다. 버스마다 틀어 놓은 라디오에서는 교통방송 사회자가 ‘차도’와 ‘인도’를 말합니다. 귀가 따갑게 이런저런 낱말을 듣다가 퍼뜩 생각합니다. 차가 다니는 길이면 찻길이고, 사람이 다니면 사람길일 텐데. 사람이 걷는 길이면 사람길이면서 거님길일 텐데. 


12. 왼돌기 : 자가용이 없는 우리 식구는 가끔 택시를 탑니다. 택시를 타며 어딘가로 찾아갈 때에 택시 일꾼한테 “왼쪽으로 꺾어 주셔요.”라든지 “요 앞에서 오른쪽으로 가 주셔요.” 하고 말씀합니다. 이때에 웬만한 택시 일꾼은 못 알아듣습니다. 으레 다시 말해 달라 묻고, “좌회전이요?”나 “우회전이요?” 하고 되묻습니다. ‘왼쪽’과 ‘오른쪽’이라는 낱말은 어느새 죽은말처럼 되고, ‘왼돌기’나 ‘오른돌기’ 같은 낱말은 마치 외국말처럼 여깁니다. 


13. 믿음집 : 하늘 높이 뾰족뾰족 솟은 예배당 탑을 볼 때면 언제나 쓸쓸합니다. 땅하고 살가이 어우러지면서, ‘주차장’ 아닌 ‘텃밭’을 일구면서 작고 소담스레 돌보는 믿음나눔집을 꾸릴 수 없는가 싶어 쓸쓸합니다. 사랑을 나누는 사랑집이 그립습니다. 믿음을 펼치는 믿음집을 꿈꿉니다. 


14. 버스길 : 나라와 지자체에서는 대단히 큰 돈을 들여 ‘버스전용차로’와 ‘자전거전용도로’를 닦습니다. 모든 길에는 사람과 들짐승과 자전거와 자동차가 함께 달릴 만하고, 서로 어울릴 만합니다. 더 힘센 사람이 더 여린 사람을 돌보듯, 더 빨리 달리는 탈거리가 더 느리게 오가는 탈거리나 사람이나 짐승을 보살피면서 사랑스레 어울릴 만합니다. 그렇지만 큰도시는 자동차가 너무 많아 따로 버스만 다닐 길, 곧 버스길이 없이는 자가용 없는 사람들은 아주 벅찹니다. 큰도시는 자전거만 다닐 자전거길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차에 받칠까 걱정해야만 합니다.

 

(최종규 . 2011 -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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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37] 사흘거리

 지난 십이월 첫머리부터 꽁꽁 얼어붙던 날씨가 이듬해 이월 첫머리에는 비로소 풀리는지 궁금합니다. 이토록 꽁꽁 얼어붙으면 기름값부터 걱정이지만, 한 번 까딱 잘못해서 물이 얼어붙으면 도무지 녹을 줄 모르기에 근심입니다. 처음부터 집을 잘 건사해서 기름을 덜 먹어도 되도록 하고, 물이 안 얼도록 하면 가장 훌륭합니다. 이렇게 못하면서 날씨 탓만 하는 사람은 바보입니다. 아무래도 바보로 살다 보니 바보스레 생각하거나 바보스레 말하는구나 싶은데, 바보스러운 삶이니 바보스러운 굴레에서 이야기를 나누겠지요. 추운 겨울날 문득문득 이제 참말 ‘사흘거리’는 끝나고 없는데, 이 언제 적 이야기인 사흘거리를 자꾸 떠올리는가 싶어 또다시 바보스럽다고 느낍니다. 사흘거리로 찾아오던 따뜻한 날씨를, ‘나흘거리’로 거듭 추위가 찾아들던 날씨를, 그러니까 이 나라 이 땅에 자동차가 많지 않고 공장 또한 적었으며 고속도로며 기차길이며 어마어마하게 뚫리지 않던 지난날 날씨를, 오늘날처럼 자동차에다가 공장에다가 비행기에다가 고속도로며 고속철도며 큰 아파트며 수두룩한 터전에서 무슨 사흘거리나 나흘거리를 찾겠습니까. 텔레비전 기상캐스터들은 三寒四溫을 주절주절 읊습니다. (4344.2.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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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말(인터넷말) 25] PyeongChang 2018

 올림픽이나 월드컵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큰 운동경기대회를 좋아할 분이 퍽 많다고 느낍니다. 나라밖에서 운동경기를 벌여 이기거나 메달을 목에 건다면 대단하다 할 수 있습니다만, 운동경기를 하는 이들은 이기려고 날마다 땀을 흘렸으니까 이길 수 있고 메달을 딸 수 있어요. 그런데 이들 운동선수는 젊음이 지나가면 어쩌지요. 오직 경기 하나를 해서 이기거나 메달을 따는 훈련만 받은 한국땅 운동선수는 나중에 어쩌지요. 메달을 못 따도 좋으니, 운동은 운동대로 좋아하면서 살아가는 좋은 이웃이 되어야 하지는 않을까요. 또다시 ‘강원도 평창 겨울올림픽 끌어들이기’ 운동이 벌어집니다. 온 나라 사람들이 모이는 운동경기를 치르자면 경기장 새로 짓지 뭘 또 하지 하면서 돈을 어마어마하게 들이부어야 합니다. 돈을 들이붓는 만큼 새 일자리와 돈벌이가 생긴다는데, 이렇게 돈을 쏟아 돈을 버는 삶이란 얼마나 아름답거나 즐거울 삶이 될까요. 배드민턴이 꼭 올림픽 경기여야 할까요. 탁구가 반드시 올림픽 종목이어야 하나요. 겨울날 즐기는 놀이는 겨울날 누구나 흐뭇하게 즐기면 좋을 텐데요. 그러나 이 나라 많은 사람들은 텔레비전에서 운동경기 지켜보면서 금메달 따기를 바라는 만큼, 평창이든 어디이든 겨울올림픽을 끌어들이기만 하면 기쁘다 여기겠지요. 그래, 한국사람 힘을 모으자는 “PyeongChang 2018”입니다. 아니, “평창 2018”이 아닌 “PyeongChang 2018”이로군요. (4344.2.1.불.ㅎㄲㅅㄱ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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