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이용 : 어릴 적, 머리를 깎으러 ‘이발소(理髮所)’나 ‘이용원(理容院)’을 다녔습니다. 이발소나 이용원은 한자말이지만, 간판이 한자로 된 곳은 없었습니다. 아마, ‘이발소’나 ‘이용원’을 한자로 적으면 사람들이 이곳이 어떤 데인지 알아보기 힘들 테지요. 남자는 ‘이발소-이용원’을 다니고, 여자는 ‘미용실(美容室)’을 다녀야 한다 했는데, 나중에 ‘머리방’이 나왔습니다. 생각해 보면, 머리를 만지는 집이니 ‘머리방’이나 ‘머리집’이라 이름을 붙여야 옳아요. 그러니까, 저로서는 ‘이용’이라 한다면, 그리 쓸 만하지 않은 한자말이면서 ‘머리를 깎는 일’을 일컫는다고 여기지, 우리말 ‘쓰다’와 똑같이 쓸 낱말로는 다루지 않습니다.

[이용(利用) : 대상을 필요에 따라 이롭게 씀]
※ 자원의 효율적 이용
→ 자원을 알맞게 쓸
→ 자원을 알차게 씀
→ 자원을 알뜰히 씀
→ 자원을 훌륭히 씀


12. 세탁 : 제가 어렸을 때 동네 세탁소 아저씨는 동네를 돌며 “세에탁!” 하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세에탁!” 하고 노래를 부를 때에 집에서 나와 당신 가게에 맡길 빨래감을 내놓으라는 뜻이었습니다. 어머니들은 ‘세탁소’에 ‘빨래감’을 맡겼습니다. 집에서는 누구나 ‘빨래’를 했습니다. 나중에 ‘세탁기’라는 기계가 나왔지만, 세탁기를 쓰면서 누구나 으레 ‘빨래한다’고 말했습니다. 1990년대로 접어들며 ‘빨래방’이 처음 나왔습니다. ‘머리방’과 매한가지로, 빨래를 하는 집이니 마땅히 ‘빨래집’이라 이름을 붙였어야 했는데, 한글을 1400년대에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빨래’를 옳게 쓴 때는 2000년을 코앞에 둔 요즈막입니다.

[세탁(洗濯) = 빨래]
※ 매일 세탁해야 한다
→ 날마다 빨래해야 한다
→ 날마다 빨아야 한다


13. 열심 : 말사랑벗한테 “열심히 공부해.” 하고 말하는 어버이나 선생님이 있을 테지요. 저도 어린 날부터 이런 소리를 곧잘 들었습니다. ‘공부’라는 낱말뿐 아니라 ‘열심’이란 낱말이 얼마나 싫고 지겨웠는지 몰라요. 중학생쯤 될 무렵, ‘열심’이라는 낱말을 국어사전에서 뒤적이다가 ‘바지런’이나 ‘부지런’을 한자로 옮긴 낱말일 뿐임을 깨닫습니다. 그러니까, 어른들은 우리한테 “바지런히 공부하라”고 말한 셈이고, ‘공부(工夫)’란 ‘배움’을 가리키는 한자말이었어요. 이러거나 저러거나 우리한테는 골아픈 말이라 할는지 모르지만 어차피 할 말이라면, “열공”보다는 “힘써 배우라” 하고 말했으면 어떠했을까요.

[열심(熱心) : 어떤 일에 온 정성을 다하여 골똘하게 힘씀]
※ 열심히 공부하다
→ 힘껏 배우다
→ 힘써 배우다
→ 애써 배우다
→ 온힘 바쳐 배우다
→ 땀흘려 배우다
→ 바지런히 배우다


14. 지각 : 학교에서나 회사에서나 ‘지각’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늦지’ 말라고는 잘 말하지 않아요. 학교나 회사에서는 ‘조회’를 하고 군대에서는 ‘일조점호’를 합니다. ‘朝會’이든 ‘日朝點呼’이든 아침에 모이는 일이요, ‘아침모임’이에요. 가만히 보면, ‘조회’나 ‘점호’ 같은 말은 우리가 일본 제국주의자한테 짓눌리던 때 슬프게 들어와 여태껏 슬프게 옥죄는 낱말이기도 합니다.

[지각(遲刻) : 정해진 시각보다 늦게 출근하거나 등교함]
※ 지각대장
→ 늦기대장
→ 늦기쟁이
→ 늦쟁이


15. 판단 : ‘판단’ 말풀이는 ‘판정(判定)’을 찾아보도록 나오고, ‘판정’ 말풀이는 ‘판별(判別)’을 살펴보도록 나옵니다. ‘판별’이란 “판단하여 구별함”이라 나와요. 그러니까, ‘판단 → 판정 → 판별 → 판단’인 셈이랍니다. 이런 돌림풀이로 된 국어사전을 펼칠 말사랑벗은 우리말을 어떻게 배우거나 헤아릴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판단(判斷) : 사물을 인식하여 논리나 기준 등에 따라 판정을 내림]
※ 정확한 판단을 내리다
→ 올바로 살피다
→ 올바로 가누다
→ 올바르게 가리다
→ 올바르게 헤아리다
→ 옳고 바르게 생각하다


16. 입장 : 흔히들, ‘立場’이라는 한자말만 일본 한자말로 여기며, 이 말을 안 써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入場’이라는 한자말 또한 우리말이 아니에요. 우리말은 ‘들어옴’입니다. “입장하세요.”는 잘못 쓰는 말이라 “들어오세요.”라 말해라 올바릅니다. ‘입장과 퇴장’은 ‘들어오고 나가기’로 손질해야 알맞습니다. 곰곰이 살펴본다면, 지난날 한국사람은 ‘입장’ 같은 한자말을 안 썼습니다. ‘입장’이라는 일본 한자말을 어찌저찌 고쳐써야 한다기보다, 이런 말을 아예 안 쓰면 됩니다. “내 입장 좀 봐줘.”가 아니라 “나 좀 봐줘.”라든지 “나를 좀 생각해 줘.”라 말해야 올발라요. “입장 바꿔 생각해 봐.”는 “자리 바꿔 생각해 봐.”이거나 “(네가) 내가 되어 생각해 봐.”로 고쳐 주어야 합니다.

[입장(立場) : 당면하고 있는 상황. ‘처지(處地)’로 순화]
※ 내 입장이 난처하다
→ 내 자리가 딱하다
→ 내가 힘들다
→ 내가 어찌할 바 모르다


17. 이해 :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언제나 “이제 이해하겠니?” 하고 물었습니다. 때로는 “이제 알겠니?” 하고도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이해하다’란 ‘알다’란 소리입니다. “네가 나를 이해할 수 있니?” 할 때에는 “네가 나를 알 수 있니?”라는 뜻이며, “네가 내 마음일 수 있니?”와 같은 느낌입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란 알기 어려운 일이면서 ‘알쏭달쏭하’거나 ‘아리송한’ 일이에요. ‘알듯 말듯한’ 일이 되기도 하겠지요.

[이해(理解) :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함. 깨달아 앎]
※ 이해하기 어렵다
→ 알기 어렵다
→ 헤아리기 어렵다
→ 받아들이기 어렵다
→ 깨닫기 어렵다


18. 감동 : 마음을 움직이도록 이끄는 책이 좋다고 느낍니다. 저는 ‘좋은’ 책이라기보다 ‘제 마음을 움직이도록 이끄는’ 책을 즐깁니다. 내 마음을 건드리지 못하거나 내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는 소리입니다. 마음이 움직여야 사랑이고, 마음이 움직일 때에 비로소 믿음입니다.

[감동(感動) : 크게 느끼어 마음이 움직임]
※ 감동했어
→ 뭉클했어
→ 짠했어
→ 마음이 움직였어
→ 대단했어
→ 좋았어
→ 아름다웠어
→ 마음이 촉촉히 젖었어
→ 흐뭇했어
→ 가슴이 터질 듯했어


19. 제공 : ‘금품 제공’을 하듯이 ‘애정 제공’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나쁜 꿍꿍이셈인 사람은 돈을 몰래 주거나 뒷주머니에 꽂아 넣습니다. 착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사랑을 주거나 나누거나 베풀거나 펼치거나 함께하거나 선보입니다. 저마다 선 자리에 알맞게 말을 합니다. 저마다 사랑하는 만큼 말을 가꾸거나 돌봅니다.

[제공(提供) : 무엇을 내주거나 갖다 바침]
※ 음식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 밥을 거저로 준다
→ 밥을 그냥 준다
→ 누구한테나 밥을 준다
→ 아무나 밥을 먹을 수 있다
→ 밥을 거저로 먹을 수 있다


20. 시인 : 시를 쓰는 사람도 ‘시인(詩人)’입니다. 소설을 쓰는 사람은 ‘소설가(小說家)’라 합니다. 그림을 그리면 ‘화가(畵家)’라 해요. 그런데, 우리들은 ‘시꾼’이나 ‘시쟁이’, ‘소설쟁이’나 ‘소설꾼’, ‘그림쟁이’나 ‘그림꾼’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은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가르침이’나 ‘가르침꾼’이라 일컬을 수 있고, 배우는 사람은 ‘배움이’나 ‘배움꾼’이라 가리킬 수 있어요. 언제나 내 모습 그대로 내 이름을 붙이면 되고, 내 모습 그대로 받아들일 때에 비로소 가장 알맞거나 좋은 이름을 얻습니다.

[시인(是認) : 어떤 내용이나 사실이 옳거나 그러하다고 인정함]
※ 과오를 시인하다
→ 잘못했다고 밝히다
→ 잘못이라고 털어놓다
→ 잘못임을 받아들이다
→ 잘못했음을 받아들이다

(최종규 . 2011 -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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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우리 말 81] 택시 TAXI

 택시를 타는 곳에 한글로 ‘택시’라 함께 적은 일이 얼마만인가 모르겠다. 여태껏 알파벳으로만 적어 놓더니, 드디어 한글로도 함께 적었다. 가만히 보면 버스를 타는 데에도 알파벳으로 ‘BUS’라고만 적기 일쑤인데, 나라밖에서 한국을 찾아오는 사람을 헤아리며 이렇게 적는다지만, 그러면 한국에서 살아가는 한국사람을 생각한다면 이런 알림판이란 말이 될까. (4344.2.2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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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우리 말 80] 편해서 땡큐! 즐겨찾기

 새로운 소주가 나온 듯하다. 새로운 소주에 붙은 이름은 ‘즐겨찾기’인 듯하다. 이제 이 낱말 ‘즐겨찾기’는 인터넷에서뿐 아니라 여느 살림자리에서까지 깊이 자리를 잡을 만하겠구나 싶다. 좋은 이름을 좋은 손길로 어여삐 빚는 흐름이 아예 싹이 꺾이지 않았다고 느낀다. 그런데, 이 술 하나 알리는 종이쪽지에는 ‘땡큐’라 적고야 만다. ‘편(便)해서’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땡큐’는 뭔가? 이렇게 알릴 바에야 술이름도 ‘즐겨찾기’처럼 지을 까닭이 없지 않나. “가뿐해서 고마워! 즐겨찾기”나 “가벼워 고마워! 즐겨찾기”처럼 쓰든지, “좋아, 고마워! 즐겨찾기”처럼 쓸 수 있었을 텐데. (4344.2.2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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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말(인터넷말) 36] 에코토피아 나눔밥상

 ‘나눔밥상’처럼 좋은 일을 한다며 좋은 이름을 좋은 넋으로 살가이 붙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에코토피아’입니다. 아마, 예전 지식인들이라면 ‘초록세상’이나 ‘녹색지대’ 같은 한자말로 이름을 지었겠지요. 오늘날 지식인들은 한자말보다는 영어로 이름을 짓기를 좋아합니다. 그러니까,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이 나라 지식인이라 하는 사람들은 우리 말로 이름을 안 짓습니다. 아니, 못 짓는다고 해야 할까요. 우리 말로 이름 하나 곱게 지으려고 생각하지 못한다고 할까요. 한국사람이랑 한국말로 쉬우며 예쁘게 알뜰살뜰 이야기꽃 피우는 일은 꿈조차 꾸지 않는다고 할까요. 그예 위에서 아래로 내려보내기만 할 뿐입니다. (4344.2.2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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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말(인터넷말) 35] 홈으로 가기, 이메일서비스

 오늘날처럼 영어를 참 쉽게 아무 데나 쓰는 이 나라에서 “홈으로 go”라 안 하고 “홈으로 가기”라 적은 대목은 놀랍습니다. 그러나 ‘홈’이란 ‘home’, 곧 ‘홈페이지’를 가리킵니다. 우리 말로는 ‘누리집’이요, 한 글자로 줄이고 싶다면 ‘집’입니다. “민중의소리 집으로 가기”라 적어야 올바릅니다. 영어로는 그저 ‘집’을 뜻할 뿐인 낱말 ‘home’인데, 이 영어를 ‘집’을 뜻하는 자리에서도 쓰고 ‘누리집’을 뜻하는 자리에서도 씁니다. 그렇지만 우리 말 ‘집’은 집을 뜻하는 자리에도 잘 안 쓸 뿐더러, 누리집을 일컫는 자리에서는 아예 안 씁니다. 이래서야 이 땅에 옳고 바른 넋과 뜻과 일이 자리를 잡을 수 있나 모르겠습니다. 더군다나,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편지는 ‘누리편지’요, 같은 뜻으로 ‘인터넷편지’라고도 하는데, 이런 말도 못 쓰고 ‘이메일서비스’라 한다면 퍽 아쉽습니다. 더 살피면, “여기를 눌러 주세요”라 하고, “여기를 클릭 하세요”라 하지 않습니다. 이 대목도 고맙습니다. 이나마 적어 주니 반갑다 할 만합니다. 가만히 보면, 이 자리에서 쓴 ‘이메일서비스’란 “편지로 띄워 주는 소식읽기”입니다. 곧, ‘소식편지’를 보내 주겠다는 소리입니다. (4344.2.2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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