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 어색 2023.7.21.



처음이라 낯설구나

여태 본 적 없으니

서두르지 않으면서

이제 하나씩 본다


첫걸음은 새롭구나

아직 간 적 없으니

다그치지 않으면서

오늘 한 발 뗀다


첫선이라 쑥스럽지

그동안 기다렸으니

낯이 간지럽지만

살짝 말을 건넨다


첫술에 배가 부를까

띄엄띄엄 더듬더듬

서툰 솜씨라 해도

천천히 다가간다


ㅅㄴㄹ


반갑거나 어울릴 수 있지만, 안 반갑거나 안 어울릴 수 있어요. 어느 곳에 꼭 들어가는구나 싶으니 ‘맞다’라 하고, 꼭 들어가는구나 싶지 않으니 “안 맞다”라고 합니다. 한자말 ‘어색하다(語塞-)’는 반갑지 않거나 안 맞는구나 싶을 적에 써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결이니, ‘엉뚱하다’거나 ‘낯설다’고 여기는 결입니다. 뭔가 ‘부끄럽다’거나 ‘벌겋다’고 느끼는 결이에요. 아직 잘 하기가 어렵다면 좀 쑥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리 대단하지 않은데 둘레에서 추킨다면, 여러모로 낯간지러울 수 있어요.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도 있지만, 첫걸음이라 서툰 사람이 있어요. 첫술에 배부르겠느냐는 옛말을 되새겨 봅니다. 더듬더듬 서툴거나 어설픈 손길이지만, 더욱 천천히 다가가면서 한 발 두 발 떼어 봐요. 이제부터 하나씩 마주하면서 눈과 손에 익혀요. 오늘부터 차근차근 맞아들이면서 온마음으로 품어요. 좀 모를 수 있고, 틀리는 날도 있어요. 멋쩍지만 살그마니 부는 가벼운 바람처럼 살살 바라보고 찾아가고 다독이면서 잎망울이 부풉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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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 위기



아슬아슬하니 걱정스럽니?

아찔아찔해서 근심스러워?

한숨이 나올 만하고

땀방울 맺힐 만한데


하늘을 구르는 구름을 봐

하늘빛 펼치는 바람을 봐

하얗게 노래해 볼까

파랗게 어울려 놀자


넘어야 할 고개 많으면

기꺼이 마주하며 풀어

거쳐야 할 고비 이으면

기쁘게 달래고 여미지


끙끙거리면 앓다가 끓어

억지로 밀면 힘에 부치네

그저 슬슬 쉬면서 해

함께 살살 놀면서 가


ㅅㄴㄹ


애써 하지만 높다란 담벼락에 걸릴 때가 있습니다. 온힘을 다하지만 고개가 높아 벅찰 때가 있어요. 고비가 찾아와서 그만 주저앉을 때가 있고, 막다른 곳에 놓여 갈팡질팡을 하며 어쩔 줄을 모를 때가 있어요. 한자말 ‘위기(危機)’는 “위험한 고비나 시기”를 뜻한다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아슬’하거나 ‘아찔’이라고 풀어낼 만합니다. ‘살얼음’이거나 ‘가시밭’일 수 있고, 손발이나 살이 떨린다고 여길 만하지요. ‘벼랑’에 내몰릴 적에는 걱정이 넘칠 수 있어요. 불구덩으로 굴러떨어질까 근심이 쌓일 수 있고요. 그야말로 “사느냐 죽느냐” 하는 벼락이 떨어지고, 크게 물결치면서 흔들리기도 합니다. 이럴 적마다 가만히 숨을 돌리고서 마음을 추슬러 봐요. 고개야 넘으면 그만이에요. 고비도 기꺼이 맞아들여서 더 천천히 나아가요. 쉽게 풀려도 좋고, 어렵게 하나씩 풀어도 좋습니다. 다 다른 길에서 늘 새롭게 바라보면서 이 삶을 배우는 나날이에요. 비를 뿌려서 온누리를 씻는 구름이 부드러이 하늘을 구르듯 지나가는 모습을 올려다봐요. 하늘빛을 머금으면 조금씩 기운이 솟을 만합니다. 살살 놀면서 느긋이 나아가 봐요. 2023.7.18.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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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 농사 2023.7.21.



봄에 베는 보리이고

여름에 여는 열매에

가을에 갈무리 마쳐

겨울에 겹겹 꿈꾸지


봄이면 봄새랑 일하고

여름이면 바람에 식히고

가을이면 해님을 머금어

겨울이면 눈보라로 재워


새하늬마높에 하늘 읽고

풀꽃나무에 숲을 잇고

논밭살림 조촐히 일구고

해바람비 그득히 있어


말이 씨가 되고

씨앗이 싹이 트고

새싹에 줄기 올라

흙을 짓고 살림 빚지


ㅅㄴㄹ


땅을 갈아서 씨앗을 심는 곳을 논하고 밭이라 이릅니다. 새나 벌레는 땅갈이를 따로 안 하고서 씨앗을 땅에 톡 떨구어요. 사람이 따로 낟알이나 열매를 얻으려고 논밭을 갈고 가꾸고 일구고 짓습니다. 이러한 살림을 ‘논일·밭일’이라 하고, ‘논밭일’이라 하며, ‘흙일’이면서 ‘땅짓기·흙짓기’이고, ‘땅살림·흙살림’에 ‘들살림·들일’이라 합니다. 한자말로는 ‘농사(農事)’로 옮겨요. 수수하게 ‘짓다·짓기’나 ‘가꾸다’라 하고, ‘흙일’이라고도 합니다. 논을 갈거나 가꾸어서 벼를 심고 베어 볍씨를 얻는 길이라면 ‘벼짓기·벼살림’이라 할 만합니다. 철을 헤아려 땅을 돌보는 길입니다. 날하고 때를 살피고, 해랑 바람이랑 비를 고스란히 품으면서 푸른별을 돌아보는 길이에요. 사람도 살고 뭇목숨도 어우러지는 흙빛에 들빛을 사랑하는 길이라고도 하겠습니다. 씨앗 한 톨로 밥살림을 북돋우는 길을 빗대어, 우리가 주고받는 말도 ‘말씨(말씨앗)’이라 합니다. 말을 가꾸듯 마음을 가꾸기에 ‘마음씨’라 하지요. 말하고 마음을 가꾸듯 글살림을 보듬는 ‘글씨’예요. 우리는 어떤 씨를 심는 하루인가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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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쓰는 말 .배려 2023.7.22.



여름이라면

푹푹 찌는 더운바람을

겨울이니까

꽝꽝 추운 얼음바람을


처음이라면

알기 쉽게 살림말을

익숙하니까

마음 지을 숲빛글을


너를 바라보는 마음이

나를 마주하는 눈으로

서로 기울이는 생각이

함께 나아가는 노래로


돌보고 돌아보면서 동무

보듬고 살펴보면서 이웃

가꾸고 헤아리면서 함께

일구고 토닥이면서 같이


ㅅㄴㄹ


눈을 기울이니 마음을 기울입니다. 눈이 가니 마음이 갑니다. 눈으로 돌아볼 줄 알기에,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어요. 그리고, 눈이 아닌 마음으로 오롯이 다가가면서 사랑으로 포근히 품게 마련입니다. 겉으로만 보려 하면 겉모습에 얽매이고, 속으로 스미려 하기에 마음빛을 알아차려요.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쓰는” 일을 ‘배려(配慮)’라는 한자말로 나타내는데, 우리말로는 ‘마음쓰기’입니다. 마음을 따뜻하게 쓸 줄 알기에 ‘마음빛’이 밝고, 마음을 넉넉하게 쓰려 하기에 ‘마음그릇’이 깊어요. 혼자 움켜쥐려 하니 ‘마음밭’이 얕고, 두루 나누려 하니 ‘마음꽃’이 활짝 피어요. 어떤 하루를 그리는지 생각해 봐요. 우리 마음을 어떻게 가다듬으면서 펴려 하는지 곰곰이 헤아려 봐요. 돌아볼 줄 알면서 마음이 그윽합니다. 살펴볼 줄 알면서 마음이 가득합니다. 헤아리거나 토닥일 줄 알면서 마음이 넓어요. 마음은 바다 같기에 끝없이 길어올릴 만하고, 마음은 바람 같아서 가없이 푸르면서 맑아요. 이 마음을 눈빛에 실어서 띄웁니다. 이 마음을 손길에 담아서 내밉니다. 이 마음을 노래로 얹어 들려줍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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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쓰는 말 . 치료 2023.6.22.



풀이 없는 곳은

숨결이 싹트지 않기에

메마르고 비틀거리다가

온통 죽어가는 진구렁


풀에 나무에 벌레에

새에 나비에 개구리에

비구름 흐르는 곳은

스스로 살리는 숲터


고픈 배를 풀어주는 나물

아픈 몸을 풀어내는 들풀

시든 땅을 푸르게 덮으며

모든 빛을 일으키는 풀꽃


빗물 머금은 풀잎 맑고

햇빛 담은 풀포기 밝고

바람 품은 풀은 새롭고

별빛 보는 풀마다 곱고


아픈 데가 있으면 부드러이 다스릴 노릇입니다. 앓아누운 사람은 따뜻하거나 포근하게 달래면서 북돋아야 훌훌 털고서 일어날 수 있어요. ‘치료(治療)’는 “다스려서 낫게 하다”를 뜻한다지요. 우리말로 하자면 ‘다스리다’요, ‘다루다’입니다. ‘다독이다’이고, ‘달래다’입니다. 찬찬히 가기에 ‘다가가다’이고, 부드러이 서기에 ‘다가서다’입니다. 억지로 다그치면 고단하고 힘겨워요. 마구 닦달하면, 다 낫다가도 다시 아플 테지요. 햇빛을 담으면서 달랩니다. 별빛을 닮듯 다독입니다. 푸르게 우거진 숲에서 피어나는 푸른 숨결로 다가가듯 마음을 다하여 품습니다. 느긋하게 돌아보면서 낫습니다. 넉넉하게 보살피면서 씻어내요. 빗물이 맑고 가볍게 내리면서 온누리를 달래듯, 아픈 이웃과 동무와 한집안을 가만가만 맑고 밝은 마음으로 쓰다듬습니다. 풀꽃이 들과 숲을 살짝살짝 덮으면서 환하게 보듬듯, 앓는 사람이 스스로 일어서도록 나긋나긋 돕고 어깨를 겯습니다. 든든하게 가꿉니다. 튼튼하게 일굽니다. 말끔하게 몸을 추스르는 누구나 즐겁게 노래하고 이야기를 하는 이곳은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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