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22 학교 2023.4.23.



울타리로 찔레꽃 피고

담벼락에 동박새 앉고

밤마다 별을 읽고

아침에 이슬 먹고


나무에 올라타서 풀잎피리

풀밭에 드러누워 휘휘파람

바다에 뛰어들어 헤엄잔치

들판을 내달리는 땀방울꽃


빗물이 흐르는 길 배운다

햇살이 내리는 곳 돌본다

언니는 동생을 아끼고

동생은 언니를 이끌고


사랑을 물려주는 어린이

아이한테서 듣는 어른

소꿉으로 살림놀이 어린이

너나없이 어울리는 이야기


ㅅㄴㄹ


어린이는 어느 나이에 차면 들어가서 배우는 곳이 있습니다. ‘학교(學校)’라 하고, “일정한 목적·교과 과정·설비·제도 및 법규에 의하여 계속적으로 학생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을 뜻한다지요.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으로 풀이하는데, ‘교육(敎育)’은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줌”을 뜻해요. ‘학교 = 가르치는 곳’이라는 낱말풀이입니다. 그런데 왜 빙빙 돌며 어렵게 풀이를 할까요? “삶을 가르치는 곳”이나 “삶과 살림과 사랑을 배우는 곳”처럼 풀이할 만하며, 쉽게 풀이하는 길을 따라서 ‘배움터·배움곳·배움집’처럼 더 쉽게 우리말로 여밀 만합니다. 숲(자연)을 아끼는 길을 배우거나 가르치려면 숲에 깃들면 됩니다. 어깨동무하는 즐겁고 아름다운 사랑을 배우거나 가르치려면, 그야말로 아이어른과 순이돌이가 언제나 어깨동무하면서 즐겁고 아름다운 하루를 함께 짓고 나누면 됩니다. 글이나 책만으로는 못 가르치고 못 배워요. 삶은 늘 삶으로 배우고 나누며 가르칩니다. 온마음으로 사랑을 물려줍니다. 온몸으로 이곳에서 살림을 짓고 가꾸고 돌봅니다.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따사롭고 넉넉히 품고 풀어줍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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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9 인간 2023.4.18.



누구나 하나야

넋으로 하나요

몸으로 하나에

마음이 하나로


저마다 하늘빛 품고

새롭게 하늘숨 먹고

서로 한울타리 이뤄

함께 이어가며 살지


사람이란

하늘과 땅 사이 잇는

새처럼 날고 놀고 노래로

나눌 줄 알아 넉넉해


사랑으로 살림하며 산다

생각으로 새록새록 심고

알뜰살뜰 알차게 열면서

말씨앗 빛내며 홀가분해


ㅅㄴㄹ


한자말 ‘인간(人間)’을 “1.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 = 사람 2. 사람이 사는 세상 3. 일정한 자격이나 품격 등을 갖춘 이 4. 마음에 달갑지 않거나 마땅치 않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풀이하는데, 우리말은 ‘사람’입니다. 우리말 ‘사람’을 굳이 한자말 ‘인간’이나 영어 ‘휴먼’으로 옮겨서 써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말을 가만히 쓰면서 바탕을 헤아리고 숨결을 읽어낼 적에 스스로 깨어날 만합니다. 사람은, 사이에 있습니다. 사람은, 살림을 사랑으로 짓고 나눕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서로서로 사이에 섭니다. 사람은, 생각을 지어 새롭게 삶을 이룹니다. 사람은, 사랑 사이에서 새롭게 숨쉬고 노래하고 놀 줄 아는 ‘새(멧새)’처럼 홀가분하게 피어납니다. 사람은, 서로 어우러지면서 사이좋게 살림을 폅니다. 사람은, 산들바람으로 갑니다. 사람은, 살살이꽃(코스모스) 같습니다. 사람은, 살며시 움트고 싹트면서 숲을 밝히는 풀꽃나무를 닮습니다. 사람은, 사랑으로 사귈 적에 서로 빛나면서 살림을 싱그럽게 가꿉니다. ‘라온(랍다)’은 ‘즐거움’을 가리키는 옛말이랍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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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21 청소 2023.4.23.



모두 다 마음이야

먼지를 닦고

부스러기를 쓸고

쌓인 짐을 치워도


모두 나 나비야

덜 말끔해도 날고

덜 깔끔해도 나고

덜 갈무리해도 나아


모두 다 꽃밭이야

한겨울에 시들어도

비바람이 몰아쳐도

서울 한복판도


느긋하게 살핀다

찬찬하게 본다

오늘 하루 걷는다

해 그리며 웃는다


ㅅㄴㄹ


‘청소(淸掃)’는 “더럽거나 어지러운 것을 쓸고 닦아서 깨끗하게 함”을 가리켜요. 지난날 배움터에서는 어린이가 배움터를 모두 날마다 쓸거나 닦거나 치웠습니다. 요사이는 따로 말끔이(청소부)를 둘 텐데요, 지난날 배움터에서 어린이는 날마다 고단하게 보내야 했으면서도, 이 고단한 길을 거치면서 삶과 살림을 새삼스레 돌아보았어요. 집도 마을도 나라도 배움터도, 또 나라도 푸른별도 늘 쓸거나 닦거나 치우면서 갈무리를 할 적에 깨끗합니다. 비가 와서 하늘을 씻어 주지 않으면, 숨막히고 매캐하답니다. 작은 벌레랑 지렁이랑 파리랑 개미가 부스러기나 밥찌꺼기를 치워 주기에 들숲이 깔끔해요. 우리는 차근차근 손질하고 추스르면서 스스로 이곳을 정갈하게 돌볼 수 있습니다. 천천히 쓸어요. 가만가만 닦어요. 활짝 웃는 몸짓으로 노래하면서 치워요. 슬금슬금 오늘몫을 갈무리해요. 알맞게 쓰고 누리기에 몸이 튼튼하게 자랍니다. 알맞게 살피고 품기에 마음이 든든하게 큽니다. 아프거나 힘든 동무가 있으면 씩씩하게 나서서 거뜬히 거듭니다. 함께 밥을 차리고서 함께 설거지를 하고 치웁니다. 함께 걸어갈 길을 함께 쓰다듬듯 쓸어 놓으니 환합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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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23 존중 2023.4.25.



노랗게 익은 낟알처럼

노을 일렁이는 하늘처럼

놀고 노래하는 아이처럼

높인다


서글서글 나긋나긋 말씨로

선선히 이는 갈바람으로

서둘지 않으며 서로서로

섬긴다


밭둑에 자라는 들꽃을

바다에 사는 헤엄이를

받아들이는 별빛 햇볕을

받든다


알뜰히 아름답게 아껴

둥글게 동무하며 돌봐

누가 해주지 않아

위아래없이 너나없이 나란히


ㅅㄴㄹ


낱말책은 ‘존중(尊重)’을 “높이어 귀중하게 대함”으로 풀이하는데, ‘귀중(貴重)’은 “귀하고 중요함”으로 풀이하고, ‘귀하다(貴-)’는 “1. 신분, 지위 따위가 높다 2. 존중할 만하다 3. 아주 보배롭고 소중하다”로, ‘중요(重要)’는 “귀중하고 요긴함”으로 풀이합니다. 돌림풀이인데다가 겹말풀이입니다. ‘존중·귀중·귀하다·중요’는 모두 ‘높다·높이다’를 가리키는 셈입니다. 우리는 우리말을 곱게 아끼거나 살뜰히 돌보거나 반듯하게 높일 수 있을까요? 여느 삶자리에서 수수하고 흔하게 쓰는 낱말 하나부터 참답게 가다듬으면서 높일 줄 알 적에 서로서로 높이는 따사롭고 넉넉한 마음으로 나아가리라 봅니다. 함께 노을빛으로 노래하고 노늘(나눌) 줄 알기에 높습니다. 함께 어깨동무하며 설 줄 알면서 기둥으로 세울 줄 알기에 섬깁니다. 함께 받아들이고 받치는 사이로 지내면서 받듭니다. 차근차근 거듭나기로 해요. 위도 아래도 아닌 나란히 서는 마음으로 만나요. 너랑 나는 다 다르면서 사랑스러운 숨결인 사람입니다. 손을 맞잡고, 부드러이 반짝이는 눈망울로 이 별에서 어울리는 길을 헤아려 봅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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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쓰는 말 8 행복 2023.4.17.



밥짓고 옷짓고 집짓고

말짓고 글짓고 마음지어

아이한테 들려주고 물려주는

어른이라면 기꺼이 기르는 기쁨


노래하고 놀고 나누고

춤추고 웃고 나긋나긋이

서로서로 만나고 얘기하는

오늘 하루는 물결 흐르듯 즐거움


깊이 퍼지는 기운이 밝아

조잘조잘 구르는 물방울 맑아

흐를 줄 알면서 흐뭇하고

함께 손잡아 흐드러진다


풀 곁에 나무 곁에 새

꽃 곁에 나비 곁에 너

별 곁에 하늘 곁에 나

수런수런 수다로 수더분


ㅅㄴㄹ


낱말책은 ‘행복(幸福)’을 “1. 복된 좋은 운수 ≒ 행우 2.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 행우·휴복”으로, ‘복(福)’은 “1. 삶에서 누리는 좋고 만족할 만한 행운. 또는 거기서 얻는 행복 ≒ 복조 2. 배당되는 몫이 많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풀이합니다. “행복 = 복되다”요, “복되다 = 행복”이라면 영 어지럽습니다. 두 한자말 풀이에 ‘만족’이란 한자말이 깃들고, ‘만족(滿足)’은 “1. 마음에 흡족함 2. 모자람이 없이 넉넉함”으로, ‘흐뭇하다’는 “마음에 흡족하여 매우 만족스럽다”로 풀이하는군요. ‘만족·흡족 = 흐뭇하다’인 셈이라지만, 돌림·겹말풀이인 낱말책으로는 말결을 어림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 낱말풀이 그대로 ‘행복’이 무엇인지 뚜렷이 모르고, 우리말도 모르는 채 살아가는 셈입니다. 깊이 기운이 차오르는 기쁨을 돌아봅니다. 노래하고 놀면서 물결이 흐르는 듯한 즐거움을 생각합니다. 흠뻑 적시듯 흐르고 흐드러지는 흐뭇함을 되새깁니다. 많아야 넉넉하지 않아요. 마음을 맑게 열어야 넉넉합니다. 싹을 틔우듯, 움이 트듯, 눈을 뜨듯, 활짝 펴기에 환합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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