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32 전쟁 2023.4.29.



주먹을 흔드니 사납고

꽃씨 한 톨 쥐니 상냥해

발길질 해대니 거칠고

맨발로 풀밭 거닐어 기뻐


총칼은 그저 죽임길이야

무엇도 안 살리고

스스로 캄캄히 가두어

무엇이든 태우고 밟아


숲짐승은 낫도 호미도 없이

들숲을 푸르게 돌봐

헤엄이는 배도 나루도 없이

바다를 파랗게 감싸


싸우고 다투고 겨루면

빼앗고 가로채고 거머쥐겠지

사람하고 살림하고 살아가면

나누고 노래하고 다사로워


ㅅㄴㄹ


주먹으로 치고박는 싸움도 서로 다치고 아프고 괴롭습니다. 누가 앞서느냐 하는 다툼질도 서로 다치거나 아프거나 괴롭기 일쑤입니다. 누가 뛰어나느냐 하는 겨루기도 서로 다치거나 아프거나 괴롭지요. 모든 ‘싸움·다툼·겨룸’은 살림하고 등진 채 죽음으로 치닫습니다. ‘전쟁(戰爭)’은 “1. 국가와 국가, 또는 교전(交戰) 단체 사이에 무력을 사용하여 싸움 2. 극심한 경쟁이나 혼란 또는 어떤 문제에 대한 아주 적극적인 대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가리킨다지요. ‘싸움’을 한자말로 옮겨 ‘전쟁’인데, 우리 삶터 곳곳에 이 말씨가 스미거나 퍼졌습니다. 그만큼 우리 하루가 어울림·어깨동무가 아니요, 사랑·꿈하고 등졌다는 뜻입니다. 돌보거나 아끼거나 살피는 마음은 잊히고, 미워하거나 내치거나 따돌리는 몸짓이 불거진다는 뜻이에요. 싸움(전쟁)으로는 서로 앙금을 풀지 못 합니다. 싸워서 이긴들 늘 진 쪽이 생기고, 진 쪽은 크게 다치거나 죽게 마련이라 미움만 더 활활 불태워요. 이긴 쪽에서도 크게 다치거나 죽을 수 있기에, 싸움에서 이기더라도 둘 모두 미움이 더 자랄 뿐입니다. 우리는 어떤 마음을 다스리고 어떤 눈으로 보아야 할까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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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31 국가 2023.4.28.



톨스토이는 외쳤어

“국가는 폭력이다!”

나는 속삭여 본다

“숲을 잊으니 사슬이야.”


내가 나답게 날면서

네가 너로서 노래하는

아름누리 별누리 꽃누리

그려 본다


벼슬도 감투도 없이

위아래 왼오른 치워

어진 어른이 일하고

철드는 아이가 노는


“숲으로 사랑하니 사람이야.”

한마디 도란도란 나눈다

오늘 하루를 푸른들로

모든 나날을 파란하늘로


ㅅㄴㄹ


‘국가(國家)’는 “일정한 영토와 거기에 사는 사람들로 구성되고, 주권(主權)에 의한 하나의 통치 조직을 가지고 있는 사회 집단. 국민·영토·주권의 삼요소를 필요로 한다 ≒ 나라·방가·방국”처럼 풀이를 하는데, 우리말로는 ‘나라’입니다. 사람들은 예부터 ‘나라·나라님’이라 했고, ‘나라님·임금’처럼 윗자리에 서서 아랫자리에 눌린 수수한 사람들을 옥죄는 벼슬아치를 ‘나리’라 일컫곤 했습니다. 이른바 우두머리가 서면서 힘을 부리는 이가 틀(계급)을 세울 적에 ‘나라(국가)’라 합니다. 사람들은 높낮이(신분·계급·지위)가 없을 적에 어깨동무를 하면서 사이좋게 마을을 이룹니다만, ‘꽃누리·꽃나라·꽃판·꽃밭’처럼 섞어쓰기도 하고, ‘하늘나라·해나라·책나라’처럼 어울마당을 가리킬 적에도 살며시 ‘나라’란 낱말을 넣곤 했습니다. 다만 ‘누리’를 넣어 ‘온누리·별누리·영화누리·꿈누리’라 할 적에 누구나 넉넉하고 느긋하게 어울린다고 여길 만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봐요. ‘사람들(국민)’이라 하는 ‘우리’가 있기에 나라도 누리도 있어요. 힘센 누가 이끌어야 하지 않아요. 벼슬도 감투도 돈도 덧없어요. 사람이 숲입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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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쓰는 말 29 흥미 2023.4.28.



까투리 장끼는 새끼랑 놀고

암제비 수제비 하늘 가르는

앵두나무 푸른잎 싱그러운

한봄


개미집이 부쩍 크고

벌집도 자꾸자꾸 크는

오동나무 큰잎 시원스런

한여름


무화과알 까마중알 감알

깨 고추 콩 나락 그득한

잣나무 바늘잎 짙푸른

한가을


철맞이 누리면 재미있어

새노래 매미노래 구성져

한겨울에 날개 띄우자

눈꽃송이 신나게 받고 놀자


ㅅㄴㄹ


‘흥미(興味)’는 “흥을 느끼는 재미”라 하고, ‘흥(興)’은 “재미나 즐거움을 일어나게 하는 감정”이라는군요. 우리말로 하자면 ‘신·신명·신바람’이라고 하겠습니다. ‘신·신명·신바람’은 “시원한 빛”입니다. 시원하게 틔우는 빛이고, 시원하게 일어나는 빛이에요. ‘신’은 ‘시’가 말밑이고, ‘심(힘)’하고 말뿌리가 닿습니다. ‘심’은 ‘심다’하고 맞물리며, ‘심·심다’는 ‘씨·씨앗’하고 얽히는 낱말이지요. 씨앗을 심어서 기르듯 올라오는 힘이 빛나기에 ‘신·신명·신바람’이랍니다. 그래서 신나게 노는 동안 즐겁거나 재미있다고 느껴요. 신바람을 내니 새롭고 싱그럽습니다. 어떤 마음을 심으면서 천천히 올라오는 심(힘)인 ‘신’입니다. 오늘 하루를 여는 새벽이나 아침에 어떤 생각씨앗을 심어 보았을까요? 오늘 하루를 닫는 저녁이나 밤에 어떤 꿈씨앗을 심어 볼까요? 철마다 다르게 흐르는 빛살을 느끼면서 하루를 바라봐요. 가만히 속삭이듯 풀빛을 품고, 더위도 추위도 아닌 여름과 겨울을 한껏 맞아들이면서 한바탕 노래하고 놀아요. 하루하루 새록새록 흐르면서 마음이 자라고 몸이 튼튼하고 생각이 반짝반짝합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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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쓰는 말 34 최고 2023.5.2.



하늘은

얼마나 높아야 하나?

땅은

얼마나 깊어야 하지?


하나가 높을수록

하나가 낮아야 한다

하나를 올릴수록

하나를 내려야 하지


개미한테도 나한테도

하늘은 그저 하늘

독수리한테도 너한테도

구름은 줄곧 구름


노을처럼 노래하며 간다

너울처럼 놀며 어울린다

가장 높으려는 허울 벗고서

가벼이 놓으며 하늘빛으로


ㅅㄴㄹ


누구를 높이면, 둘레에 누구는 저절로 낮추게 마련입니다. 높낮이나 앞뒤를 따지면, 첫째나 으뜸 둘레에 막째나 꼴찌가 있습니다. ‘최고(最高)’는 “1. 가장 높음 2. 으뜸인 것. 또는 으뜸이 될 만한 것”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첫째나 으뜸이란 자리가 나쁘지 않다면, 막째나 꼴찌라는 자리도 안 나쁘겠지요? 그저 자리를 갈라 놓을 뿐이거든요. 그렇지만 우리나라나 이웃나라를 보면, 으레 첫째나 으뜸만 눈여겨보거나 치켜세웁니다. 다들 첫째나 으뜸이 되려고 자꾸 겨루거나 싸우거나 다퉈요. 함께 걸어가는 길이나 어깨동무를 하는 살림살이가 아닌, 혼자만 떵떵거리려는 굴레 같습니다. 요즈음은 시골에서 살아가며 철마다 다르고 달마다 다르며 날마다 다른 풀꽃나무를 곁에서 지켜보는 어린이가 아주 드뭅니다만, 아무리 서울·큰고장에서 살아가는 어린이와 어른이 많더라도, 모든 풀꽃나무는 겨룸·다툼·싸움을 안 해요. 서로서로 다 다른 때·날·달·철을 살펴서 스스럼없이 피고 집니다. 다 다른 숨결이 다 다르게 피고 지듯, 다 다른 사람도 다 다른 자리에서 저마다 하루를 기쁨으로 짓고 나눌 적에 아름다우리라 느껴요. 허울을 벗고 너울이 되어 봐요.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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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 쓰는 말 30 결혼 2023.4.28.



함께살림을 한다면

한걸음씩 함함하게

하늘빛으로 함박웃음

하루하루 한결같이


같이살기를 간다면

가만가만 듣고 가다듬고

가벼이 손잡으며 가누고

가르치기보다 배우는


꽃맺음 사랑맺음 아름맺음

가시버시 순이돌이 한마음

너나없이 너나들이 우리집

보금자리 둥지 포근포근


철들어 가는 어른

철노래 잇는 어버이

들숲바다처럼 노는 아이

하나씩 가꾸며 짓는 오늘


ㅅㄴㄹ


일본 한자말이라는 ‘결혼(結婚)’은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 관계를 맺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우리 한자말이라는 ‘혼인(婚姻)’은 “남자와 여자가 부부가 되는 일”을 뜻한다지요. 예부터 여느 사람들은 한자도 중국말도 없이 생각을 나누었고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살림을 지었습니다. 이 한자말도 저 한자말도 안 쓰던 사람들은 먼 옛날부터 어떤 우리말로 둘 사이를 나타냈을까요? 먼저 ‘맺다’입니다. ‘매듭’하고 뿌리가 같은 ‘맺음’은 “열매가 맺다”나 “꽃망울이 맺다”처럼 쓰고, “이슬이 맺다”나 “끝을 맺다”처럼 쓰기도 합니다. ‘매조지’라는 우리말하고 비슷하면서 다른데, 곱게 피어나는 끝이자 처음인 길을 나타내는 ‘맺다’예요. 순이돌이가 가시버시로 나아가는 첫길은 ‘꽃맺음’이요, 둘은 ‘사랑맺음’일 테며, 하루하루 ‘아름맺음’이라는 숨결일 적에 즐겁고 아늑합니다. 보금자리를 함께 짓습니다. 둥지를 같이 가꿉니다. 둘은 두레를 둥그렇게 이루듯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마음씨를 따사로이 돌봅니다. 처음에는 ‘마음으로 만남’이라면, ‘한집’을 이루는 길은 ‘꽃을 맺음’입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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