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부르는 어린이 2021.봄 - 창간호, 어린이 인문교양지
인디고 서원 지음 / 인디고서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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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5.19.

책으로 삶읽기 681


《희망을 부르는 어린이 1》

 편집부

 인디고서원

 2021.4.5.



《희망을 부르는 어린이》(편집부, 인디고서원, 2021)는 어린이가 보기를 바라면서 엮은 철책(계간 잡지)이다. 책집에 가 보면 어린이한테 맞추는 책이 몹시 많은데, 이 가운데 어린이한테 삶·살림·사랑·숲·사람, 이 다섯 가지를 슬기롭고 상냥하게 들려주는 책은 드물다고 느낀다. 가르침·우스개·배움터·서울·동무, 이렇게 다섯 가지에서 쳇바퀴를 도는구나 싶다.


어른들은 일본에서 널리 쓰는 한자말 ‘희망’을 그냥 쓰지만, 막상 어린이한테는 너무 먼 낱말이라고 느낀다. 우리말 ‘꿈’을 말하면 넉넉할 텐데. ‘별’을 노래하면 될 텐데. 이 나라 어른은 언제쯤 “별을 노래하는 어린이”처럼 책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철책 《희망을 부르는 어린이》에 이오덕 어른 글을 싣기도 하는데, 이오덕 어른은 ‘부르다’를 잘못 쓰는 일을 삼갔다. 사람이나 노래를 ‘부른다’고 말한다. 목소리를 내어 말을 하는 ‘부르다’요, 곁에 없어서 찾으려고 소리내는 ‘부르다’이다.


어린이한테 이 삶을 들려주는 일은 뜻깊다. 다만, 어른이 이토록 망가뜨려 놓은 삶을, 어른이 이토록 배움수렁(입시지옥)으로 짜놓은 틀에 가두어 놓은 삶을, 어른이 어린이를 길들여 놓은 서울살이란 길을, 섣불리 어린이한테 보여주기보다는 말 그대로 ‘꿈과 별’을 이야기해야지 싶다. 이를테면 두 가지를 들겠는데, “나도 모르게 무시하거나 차별한 사람은 없는지(35쪽)” 묻기보다는 “스스로 즐겁게 어깨동무하거나 손을 내민 일을 생각하자”고 물어보아야지 싶다. 어린이한테는 묻는 길이 사뭇 다르다. 어른한테도 매한가지이다. “쓰레기통에 버리는 게 끝이 아닙니다” 하고 말한들 큰고장이든 시골이든 어린이 손으로는 어쩔 길이 없다. 온통 쓰고 버리는 서울살이(도시문화)가 되었는데 어린이는 어찌해야 하지? 어린이가 입는 옷조차 풀한테서 얻은 실이 아닌 기름(석유)에서 뽑아낸 실이기 일쑤이다.


말썽거리(사회문제)를 안 짚을 수는 없기에, 말썽거리를 어떤 눈으로 보면서 다스려야 아름답고 즐거우며 사랑스러울까를 더 살펴야지 싶다. 손가락질하거나 걱정하는 눈빛이 아닌, 오늘 이곳에서 어린이 스스로 하는 길을 들려주는 눈빛에, 어린이랑 어깨동무하며 어른이 함께 걸어가는 길을 밝히는 눈빛이기를 빈다. 걱정거리를 심지 말고 꿈꿀거리를 심어야지 싶다.


그리고 이 별에서는 순이돌이(여자 남자)가 나란히 어우러져야 아름다울 텐데, 너무 순이(여자) 이야기로 기울었다. 돌이(남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돌이는 이 별을 안 사랑해도 좋을까? 돌이다움하고 순이다움이란 뭘까? 돌이순이가 사람다움으로 나아가고 어른다움으로 피어나는 길이란 뭘까? 이 대목을 좀 들여다보면 좋겠다. 순이돌이는 서로 싸워야 하지 않고, 돌이순이는 서로 어느 한켠으로 따라가야 하지 않으니, 순이랑 돌이가 손을 맞잡는 길을 어질게 보여주기를 빈다.


ㅅㄴㄹ


우리 집, 우리 학교, 우리 동네, 우리나라 같은 여러분이 많이 쓰는 일상 속의 ‘우리’에는 어떤 사람이 포함되고, 어떤 사람이 포함되지 않나요? ‘우리’라는 말을 쓰면서 혹시 나도 모르게 무시하거나 차별한 사람은 없는지 생각해 봅시다. (35쪽)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게 끝이 아닙니다. 쓰레기들은 한 곳에 모아서 태우거나 땅에 묻는데, 태울 경우 공기를 오염시키고, 다이옥신 같은 독성물질을 내뿜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쓰레기를 묻을 땅이 부족해지자, 불법으로 필리핀, 인도 등 가난한 나라에 쓰레기를 떠넘기기도 합니다. (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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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이야기꾼 로알드 달 - 로알드 달 재단 공식 전기
도널드 스터록 지음, 지혜연 옮김 / 다산기획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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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5.3.

인문책시렁 179


《천재 이야기꾼 로알드 달》

 도널드 스터록

 지혜연 옮김

 다산기획

 2012.4.19.



  《천재 이야기꾼 로알드 달》(도널드 스터록/지혜연 옮김, 다산기획, 2012)을 책자리에 놓은 지 열 해쯤 되는구나 싶습니다. 왜 이렇게 오래 이 책을 두었을까 아리송하지만, 한벌 읽고서 삭이기까지, 다시 읽고 삭이기는 사이, 스스로 새롭게 바라보거나 읽는 빛이 있을 테지요.


  로알드 달 님이 쓴 책을 아이들하고 읽다가 ‘한글판’을 새까맣게 손질하기 일쑤였습니다. 우리말로 옮긴 분(소설가)이 우리말을 너무 모르더군요. 차라리 영어판을 읽히자 싶어 로알드 님이 쓴 책을 차근차근 영어판으로 장만해서 읽었어요. 로알드 달 님이 쓴 영어는 매우 쉽습니다. 하나도 안 어려울 뿐 아니라 익살스럽고 부드럽습니다. 상냥하지요. 이런 로알드 달 이야기를 ‘엉성하고 뒤죽박죽이며 일본스런 말씨에 한자말로 범벅질’을 해놓는다면, 아이들은 무엇을 누릴까 아리송해요.


  로알드 달 님이 쓴 이야기만 우리말로 엉성하게 옮기는 어른이라고는 느끼지 않아요. 다른 이야기도 매한가지입니다. 옮김빛(번역가)으로 일하는 분은 아이를 곁에 두지 않을까요? 옮김빛인 어른은 ‘스스로 옮긴 글’을 아이한테 소리내어 읽어 준 적이 있을까요?


  모든 이야기는 줄거리뿐 아니라 말결까지 함께 마음밥으로 스며듭니다. 줄거리를 짜는 밑바탕도 살뜰할 노릇일 뿐 아니라, 낱말 하나에 말씨 하나까지 숱하게 담금질을 할 노릇이에요. 무늬만 한글이 아닌, 눈부시면서 싱그럽고 사랑스러운 우리말이 되도록 손질해야지요.


  숨을 거두는 자리에서 바늘이 몸을 찌를 적에 ‘제기랄’ 하고 외마디를 남겼다는 로알드 달이라는 사람이 걸어온 길은 고스란히 어린이책으로 피어나서 씨앗이 되었지 싶습니다. 어릴 적에 겪은 ‘정신병원(학교)’을, 또 이런 ‘정신병원을 이끈 어른(교사)’을 우스꽝스레 그리면서도 배움터와 길잡이가 나아갈 길을 살그마니 비추어 보이도록 이야기를 엮었다고 느껴요.


  우리말로 나온 이 책은 “천재 이야기꾼”이라고 이름을 붙입니다만, 영어책 이름처럼 그저 “이야기꾼 로알드 달”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르면서 빛나는 이야기꾼인걸요.



과거에 일어났던 많은 일들이 자기를 불편하게 만들었기에 그는 이야기를 만들어 상처받기 쉬운 자신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부여했던 것이다. (23쪽)


달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랑은 부모와 자식 간의 전형적인 사랑이 아니라, 아이가 낯선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 선택하고 맺은 친밀한 우정이다. (71쪽)


멀리서 볼 때는 학교가 ‘사립정신병원’을 연상시켰는데, 달의 20년 후배이자 또 다른 유명한 성베드로학교 졸업생이며 작가이자 희극배우였던 존 클리스도 같은 의견이었다. (81쪽)


영국 기득권 세력의 거만함과 부조리에 대한 의심은 더 강해졌지만 그들과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 또한 커졌다. (151쪽)


비평가들이나 도서관 사서들은 여전히 그의 작품을 하찮게 여기지만, 그와 그의 작품에 완전히 빠진 두터운 어린 독자층은 섭섭함을 달래 주었고, 그는 고마움과 동시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751쪽)


로알드가 느끼는 육체의 고통은 점점 심해졌고, 그 때문에 글 쓰는 작업은 어려워지기도 하고 한편으론 쉬워지기도 했다. (765쪽)


로알드는 사람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주삿바늘이 그의 몸을 찌르자 그는 눈을 다시 뜨고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아! 제기랄.” 그게 마지막 말이었다. (813쪽)


#storyteller #DonaldSturrok #RoaldDah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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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법과 재판 이야기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38
이지현 지음 / 철수와영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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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2021.4.27.

푸른책시렁 160


《10대와 통하는 법과 재판 이야기》

 이지현

 철수와영희

 2021.3.20.



  《10대와 통하는 법과 재판 이야기》(이지현, 철수와영희, 2021)를 읽다가 속이 꽤 쓰렸습니다. 아무래도 저한테 아픈 구석을 찔렀기 때문입니다. 어느 대목이 아픈가 하면 “꼭 여성만 강간 피해를 입을까요?”입니다. 이제는 이런 말을 어렵잖이 할 만합니다만, 2000년으로 접어들고 2010년이 되었어도 이렇게 말하기란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내(남성)가 가시내 못지않게 노리개질(성폭력)에 시달리면서 아픈 어린날·푸른날·젊은날을 보냈는가를 입밖에 내기란 참으로 까마득했어요.


  적잖은 이웃님이 ‘나쁜 뜻은 없다’지만 우리 집 작은아이를 보면서 “남자가 참 여자 아이처럼 생겼다”고 말한다거나 “귀엽게 생겼다”고 말하는데, 어린 사내한테 읊는 이 말이 얼마나 무서운 노리개질로 탈바꿈하는가를 거의 모르지 싶어요. 이른바 ‘곱상하게 생긴 사내’는 숱한 응큼손에 휘둘린 이 나라입니다. 아니, 이 나라뿐이 아니지요. 로알드 달 님이 쓴 책을 보면 이분도 어릴 적에 노리개질(성폭력)로 얼마나 괴로웠는가를 밝힙니다.


  우리 삶터는 틀림없이 거듭나겠지요? 그러리라 믿고 싶습니다. 다만 2004년에 저한테 노리개질을 한 58년 개띠 시인이 2019년에 ‘광주 문학정신과 뿌리’를 읊는 책을 내놓는 글판인 만큼, 아직 거듭나기까지는 한참 멀었지 싶습니다. 막짓을 일삼은 그들은 어떻게 뉘우치는 말 한마디도 없이 이런 자리를 거머쥐고 저런 이름을 팔까요? 누구나 광주를 말할 수 있습니다만, 아무나 광주를 말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


  새롭게 이 땅에 태어나서 삶을 익히고 사랑을 배울 푸름이는 ‘법과 재판’을 슬기롭게 바라보면서 어질게 맞아들이면 좋겠어요. 허울만 법이 아닌, 껍데기만 재판이 아닌, 왜 어떠한 틀을 잡아서 잘잘못을 따지는가를 살피고, 왜 어떠한 길을 세워서 옳고그름을 밝히는가를 헤아리도록 우리 어른이 길잡이가 되면 좋겠습니다.


  나쁜길(악법)은 그저 나쁜길입니다. 길(법)일 적에만 길(법)이지요. 사람으로 사람답게 살아갈 적에만 사람일 뿐, 사람탈을 쓴대서 사람이 되지 않아요. 나라가 바로서기 앞서 마을이 바로설 노릇이고, 마을이 바로서기 앞서 집안이 바로설 노릇이며, 집안이 바로서기 앞서 수수한 어버이와 어른부터 바로설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수수하지만 가장 빛나는 살림자리에서 우리가 스스로 바로설 적에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면서 짙푸른 삶터를 이룰 테지요.


  다만 잘못을 저지른 그들 목아지를 치거나 손목아지를 분질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잘못을 저지른 그들이 모든 돈·자리·이름을 내려놓고서 시골로 삶터를 옮긴 다음, 손수 흙을 일구고 씨앗을 심으면서 해바람비를 맞이하는 흙지기 살림을 보내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잘못을 일삼은 그들을 차가운 사슬터에 가두기보다는, 짙푸른 숲으로 보내어 숲사람으로 열 해나 스무 해나 서른 해를 지내도록 이끌어야지 싶어요. 차가운 사슬터에 가두면 사람은 더 차갑게 메마르기 마련입니다. 포근한 숲터에 풀어놓아야 사람다운 길을 스스로 알아볼 틈이 생깁니다.


ㅅㄴㄹ


지금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소수자를 희생시키는 방식을 인정하지 않아요. (17쪽)


꼭 여성만 강간 피해를 입을까요? (32쪽)


우리 스스로 외모나 성격에 대한 편견은 없는지, 학교 성적으로 친구에 대한 선입견을 품은 적은 없는지 떠올려 보세요. (35쪽)


주변 사람의 생명이 위태로운 때조차도 무심하게 지나친다면, 법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반대로 도움을 받고도 고마워할 줄 모르고 외려 자신을 왜 도왔냐고 상대를 비난하며 소송을 벌인다면 이것이 과연 그 법의 취지에 걸맞은 일일까요? (56쪽)


우리나라에서는 판결을 잘못했다고 판사가 처벌을 받지는 않아요. (78쪽)


유럽 국가들 중에는 법 왜곡죄를 형법에 두고, 잘못된 재판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어요. (79쪽) 


가짜 논리로 누가 가장 많은 혜택과 이득을 얻었을까요. 바로 총칼로 권력을 잡은 그 당시 독재 정권입니다. (143쪽)


악법은 우리의 힘으로 개정하거나 폐지해야 합니다. 법이라고 해서 맹목적으로 따라서는 안 됩니다. 정당성을 따져 보고 국민을 위한 법인지 살펴보아야 해요. 악법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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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 나의 미오 힘찬문고 29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김서정 옮김 / 우리교육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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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어린이책 2021.4.22.

맑은책시렁 243


《미오, 나의 미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일론 비클란트 그림

 김서정 옮김

 우리교육

 2002.7.10.



  《미오, 나의 미오》(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일론 비클란트 그림/김서정 옮김, 우리교육, 2002)는 길과 집을 새롭게 찾아나서면서 동무와 이웃을 마주하는 발걸음이랑 몸짓이랑 마음을 들려줍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미오’는 사랑받으며 태어난 아이입니다만, 자라나는 길에서는 좀처럼 사랑받을 일이 없다지요. 그렇지만 마음에 흐르는 사랑을 잊거나 잃지 않아요. 마음자리 사랑이 어디에서 비롯하고 어디에서 샘솟는가를 궁금해 합니다.


  아이는 모두 알지만 새로 배우려는 걸음마를 내딛는다고 느낍니다. 굳이 어버이를 골라서 태어나고, 어버이 살림자락을 지켜보고, 어버이 손길을 받으면서 삶을 짓는 꿈을 그리려 해요.


  아이는 왜 어른으로 자랄까요? 아이로서 머물러도 될 텐데, 구태여 어른스럽게 나아가려고 하는 발걸음에는 어떤 뜻이 흐를까요?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른은 스스로 예전에 아이인 줄 떠올리는가요? 오늘은 어른 모습이되 얼마 앞서까지 아이인 줄 돌아볼 수 있나요? 새롭게 지으려는 꿈을 품기에 아이에서 어른으로 걸어온 줄 차근차근 짚는 하루인가요?


  아이다울 적에 하늘나라에 가고 구름을 타고 풀꽃나무랑 이야기한다지요. 아이다움을 잃으면 하늘나라에 못 가고 구름을 못 타며 풀꽃나무랑 아무 말을 못 섞는다지요. 아이다울 적에는 눈빛으로 배우고 눈길로 알아보며 눈망울로 사랑을 나눈다지요. 아이다움을 등지면 눈빛이 흐르고 눈길이 흩어지고 눈망울에 죽음이 서린다지요.


  어린이 미오는 늘 갈림길에 섭니다. 갈림길에서 어느 곳으로 가면 좋을까를 알려줄 어른은 없습니다. 어느 어른도 ‘이 길이 맞다’고 잡아끌 수 없어요. ‘이 길은 이렇고, 저 길은 저렇다’ 하고만 짚어 줄 뿐이요, 모든 갈림길에서 첫발을 내디딜 사람은 바로 어린이 미오예요.


  가시밭길을 가더라도 가시밭길을 갔기에 겪는 하루가 있습니다. 말을 타고 하늘을 날기에 이 하늘길에서 맛보는 하루가 있어요. 피리를 불면서 풀꽃나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속이 타들어간 시커먼 사람들한테도 처음에는 마음이 있은 줄 알아차리면서 ‘싸움연모’가 아닌 ‘사랑’ 하나로 모두 포근히 안는 길을 가자고 다짐하지요.


  그나저나 이 책은 “나의 미오”가 아닌 “우리 미오”로 옮겨야 맞습니다. 옮김말은 어린이한테 너무 걸맞지 않더군요. 아이가 스스로 씩씩하게 새길을 찾아서 푸른사랑을 빛내려고 하는 줄거리처럼, 이 나라 어린이가 스스로 싱그러이 읽고 아름빛을 새기는 길에 징검돌로 삼도록 ‘싱그럽고 수수하며 쉬운 숲말’로 모두 손질하면 좋겠어요.


ㅅㄴㄹ


“풀이 듣잖아.” 논노가 말했다. “꽃이랑 바람도, 나무도 우리가 부는 피리 소리를 듣고 개울 위로 고개 숙이고 있는 버드나무도 들어.” “그래?” 내가 물었다. “그럼, 우리 피리 소리가 좋대?” “응, 아주 듣기 좋대.” (50쪽)


에들라 아주머니가 저녁이면 소곤대는 우물 이야기를 들으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책에 코를 박고 옛날이야기를 읽는 게 아니라 바깥 신선한 공기 속에서 듣고 싶은 대로 옛날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도대체 아무것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에들라 아주머니도 그 정도면 그럭저럭 괜찮아 할 것이다. (80쪽)


염탐꾼들은 사방을 뒤졌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그들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다. 마침내 조용해졌다. 속이 텅 빈 나무가 우리를 구한 것이었다. 나무는 왜 우리를 구해 줬을까? (127쪽)


“윰윰, 이제 어느 쪽 길로 갈까?” “우리 둘이 같이 있기만 하면 어느 길로 가든 상관없어.” (144쪽)


기사 카토는 이렇게 보초를 많이 세울 정도로 나를 무서워했다는 말일까? 일곱 자물쇠가 달리고 일곱 보초가 망을 보는 탑 안에 칼도 없이 갇히는 나를? (179쪽)


나는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 눈 안에서 묘한 것을 보았다. 기사 카토는 자기의 돌 심장이 없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어쩌면 기사 카토가 가장 미워한 사람은 기사 카토 자신이었을지도 몰랐다. (194쪽)


#AstridLindgren #IlonWikland #MiosKingdom #MioMySon #ミオよわたしのミ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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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여성의 눈으로 보다 철수와 영희를 위한 사회 읽기 시리즈 7
임옥희 외 지음, 인권연대 기획 / 철수와영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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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72


《인권, 여성의 눈으로 보다》

 인권연대 밑틀

 임옥희·로리주희·윤김지영·오창익 글

 철수와영희

 2020.10.24.



  《인권, 여성의 눈으로 보다》(인권연대, 철수와영희, 2020)는 뜻깊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인권’은 ‘사람길’이 아닌 ‘사내가 살아갈 길’이란 뜻이었고, 이 틀을 깨려고 ‘여권’이란 말을 이웃나라 일본에서 짓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아내’란 낱말은 일본말 ‘내자(內子)’를 그대로 옮긴 말씨입니다. ‘안사람 = 안해 = 아내’이거든요. ‘바깥양반’도 일본말이지요. 겉모습은 한글이어도 속내는 일본 살림을 드러냅니다. 이러구러 우리나라는 조선 오백 해에 일제강점기 서른여섯 해를 거치면서 ‘집안일을 도맡고 아이를 가르치되 늘 뒷전에서 들볶이던 가시내’라는 틀이 섰어요. 이동안 사내는 붓을 쥐고 거들먹거렸습니다.


  다만 이러한 틀은 벼슬아치나 임금붙이에서나 있었어요. 흙을 만지고 풀꽃나무를 돌보는 수수한 자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같이 일하고 쉬고 놀고 어우러지면서 지냈습니다.


  이제부터는 제대로 보고 생각해야지 싶습니다. 시골에서 흙을 만지며 살림을 꾸리고 손수 집밥옷을 짓고 아이를 낳아 돌보던 순이돌이는 어깨동무라는 길을 걸었어요. 이와 달리 먹을 갈아 종이에 붓글씨를 쓰던 한 줌조차 안 되는 이(사내)들은 가시내를 억누르면서 종으로 부리는 길이었습니다. 이 틀은 오늘날에도 매한가지라고 느껴요. 밖에 나가서 돈을 버는 사내가 집안을 꾸리는 틀은 ‘먹붓종이를 만지던 옛날 사내’하고 똑같거든요.


  2021년 우리나라는 서울지기(서울시장)·부산지기(부산시장)를 새로 뽑습니다. 서울지기·부산지기 모두 응큼짓(성폭력)을 저질러서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이들은 두 손으로 흙을 만지거나 아이를 돌보거나 살림을 꾸리는 사내가 아닌, 먹붓종이를 손에 쥔 사내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살림을 모르거나 등돌린 채 나라일을 맡거나 글을 쓰거나 가르치는 모든 사내’는 바보짓을 일삼기 쉽다는 뜻입니다. 거꾸로 가시내도 매한가지이지 싶어요. 응큼짓(성폭력)은 사내만 하지 않습니다. 살림을 짓지 않는 가시내도 똑같이 응큼짓을 해요. 다시 말해서, 살림을 안 짓고 참사랑하고 등진 채 글만 파는 먹물붙이(지식인)는 사람길(인권)하고 동떨어진 응큼짓(성폭력)이며 막짓(폭력·갑질)으로 기울고 만다고 느낍니다.


  이런 오늘날 우리는 《인권, 여성의 눈으로 보다》를 새롭게 바라볼 만합니다. 여태껏 ‘길(인권)’을 ‘사람’이란 눈으로 본 적이 없는 우리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길을 사람으로 보도록 ‘응큼짓·막짓 먹물붙이 사내’가 아닌 ‘살림을 짓고 사랑을 가꾸는 사람, 이 가운데 가시내라는 포근사랑’이라는 눈썰미를 키울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이름·힘을 거머쥔 자리에 서면 참말로 모든 사내·가시내가 바보짓이나 막짓이나 응큼짓을 합니다. 아이를 돌보고 살림을 지으며 숲을 사랑하는 자리에 있으면 어떤 사내나 가시내도 바보짓·막짓·응큼짓을 안 해요.


  우리는 사람이 될 노릇입니다. 껍데기만 사람이 아닌, 속알맹이가 참답고 아름답고 사랑스럽기에 즐거이 살림을 짓고 돌보는 사람이 될 노릇입니다. 서로 사람이기에 가시내랑 사내가 사이좋게 어울리면서 아이를 낳아 돌봅니다. 서로 사람일 때라야만 오늘을 짓고 아침저녁으로 아이들하고 즐겁게 놀면서 꿈을 가꾸는 어른이 되어요.


ㅅㄴㄹ



‘사내 녀석들이 본래 그렇잖아.’ ‘뭘 그까짓 걸 갖고 앞길이 구만리인 남자애들 인생 망치려고 해’라며 피해자를 비난하고 가해자를 두둔하면서 관대하게 넘어가는 것이 한국 사회의 관행이었죠. (21쪽)


역사적으로 볼 때 ‘여성’은 관리의 대상이었다는 거예요. 국가가 나서서 여성의 역할을 규정하고 기획합니다. (77쪽)


자기들도 아는 거예요. 그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아이들도 스트레스가 심한 거예요. 딱히 욕을 하는 이유가 없어요. 무의식적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거죠. (86쪽)


저도 그렇지만 대학 안에 있으면 현실감각이 떨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그 결과 현실의 물적 조건, 가장 절박한 그 순간과 너무나 동떨어져서 이론을 위한 이론을 생산하기도 합니다. (148쪽)


20대 이후 남성의 자살률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50대가 되면, 여성보다 세 배나 많아집니다. 왜 그럴까요? 군대에서 익힌 잘못된 군대 문화, 가부장적 질서, 남성 중심의 사회가 결국은 남성 자신이 스스로의 목숨을 더 많이 해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요? (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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