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의 여섯 가지 얼굴
김한종 지음, 임근선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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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1.7.24.

맑은책시렁 247


《한국전쟁의 여섯 가지 얼굴》

 김한종

 책과함께어린이

 2021.6.25.



  《한국전쟁의 여섯 가지 얼굴》(김한종, 책과함께어린이, 2021)은 1950년에 벌어진 싸움판을 둘러싸고서 어린이가 어떻게 바라보고 헤아릴 만한가 하는 줄거리를 짚습니다. 옳고 그름이라는 잣대가 아닌, 이 땅에서 벌어진 싸움판이 무슨 뜻인지를 다루려고 합니다.


  싸움 하나를 놓고 본다면, 누구나 싸우거나 다툴 수 있습니다. 왜 싸웠는가 돌아볼 노릇이고, 어떻게 싸웠는가를 살필 일이며, 싸운 다음에 어떻게 푸는지를 생각해야겠지요. 굴레살이(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난 나라였지만 벼슬꾼은 ‘사람 아닌 벼슬’을 노렸습니다. 이 벼슬꾼은 남녘에서는 이승만이란 이름으로, 북녘에서는 김일성이란 이름으로 불거졌고, 둘은 손을 맞잡고 아름나라로 가는 길이 아닌, 서로 토막난 터전에서 주먹힘을 키워서 혼자 우두머리가 되는 길을 바랐습니다.


  싸움이 터지고서 끝난 지 일흔 해가 넘도록 두 나라는 벼슬꾼이 고스란히 있습니다. 북녘은 우두머리가 낳은 아들이 잇고, 남녘은 사람들 손으로 우두머리를 뽑는다지만, 여태 우두머리에 선 이들 가운데 ‘벼슬 아닌 사람’을 헤아리는 길을 간 적은 없다고 여길 만합니다.


  한 사람하고 한 사람이 다툴 적에 서로 목숨을 노린다면, 끔찍한 굴레는 쳇바퀴처럼 잇기 마련입니다. 모자라면 얻으면 되고, 넉넉하면 나누면 돼요. 함께 살아갈 길을 생각하지 않기에 어디에서나 싸우고 다투며 괴롭히거나 시샘하는 짓이 불거져요. 또한 남녘은 남녘대로 벼슬힘을 거머쥐려는 무리가 곳곳을 휘감아서 검은짓하고 뒷짓을 일삼습니다.


  우두머리 한 사람만 말썽거리이지 않아요. 우두머리를 따르거나 좇으면서 고물을 얻는 사람이 다 한통속입니다. 왜 남·북녘은 싸움판(군부대)을 안 없앨까요? 싸움판이 크게 있어야 서로 길미를 얻고 고물을 빼돌리거든요. 나라뿐 아니라 마을은 총칼로 못 지킵니다. 나라도 마을도 푸른별(지구)도 오직 숲과 들과 바다와 보금자리로 지킵니다. 밥도 옷도 집도 언제나 숲·들·바다에서 비롯하고, 보금자리를 이루는 수수한 사람들 손끝에서 태어나요. 《한국전쟁의 여섯 가지 얼굴》은 여섯 갈래로 나누어 찬찬히 짚는구나 싶은데 한 가지는 빠졌어요. ‘싸우는 까닭’을 짚지 않았고, ‘싸워서 누가 뭘 어떻게 얻느냐’를 다루지 않았고, ‘싸우는 그들은 여태 뭘 어떻게 얼마나 얻었고, 오늘은 어떠한가’를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이 여러 가지를 짚거나 다루거나 건드리기는 어려울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어린이한테 참모습을 낱낱이 밝혀야지 싶습니다. 싸움판에 깃든 “일곱째 얼굴”하고 “여덟째 얼굴”을, 또 “아홉째 얼굴”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똑똑히 알릴 적에 비로소 남북뿐 아니라 온누리에 아름길(평화)을 열 만하지 싶습니다.


ㅅㄴㄹ


독립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분단이 일시적이고 이런 갈등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씁니다. (10쪽)


한국전쟁에 참가한 국제연합군 수는 합해서 90만 명이 넘었으며, 이 중 4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어쩌면 이전에는 이름도 들어 보지 못했을 ‘한국’이라는 나라에 와서 짧은 삶을 마감한 것입니다. (34쪽)


북한은 남한을 점령했을 때와 후퇴할 때, 남한 사회에서 유명한 사람들을 북으로 데려갔습니다. 이 중에는 독립운동가도 있고, 민족주의 활동가도 있으며, 문인으로 이름을 날린 사람도 있습니다. (53쪽)


이승만 정부는 해외입양을 전쟁고아 문제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대책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한국 아동 양호회라는 기구를 만들어 해외입양을 추진했습니다. (78쪽)


국가는 남성 군인들의 사기를 높인다는 이유로 이런 기지촌을 허가하고 기지촌 여성의 활동을 묵인하면서도, 정작 이들의 생활이나 권리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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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진화론이 뭐예요?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16
이상수.이정모 지음, 김규정 그림 / 철수와영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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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1.7.21.

맑은책시렁 246


《선생님, 진화론이 뭐예요?》

 이상수·이정모 글

 김규정 그림

 철수와영희

 2021.6.28.



  《선생님, 진화론이 뭐예요?》(이상수·이정모·김규정, 철수와영희, 2021)는 빛꽃(과학)이라는 자리에서 큰자리를 차지하는 진화론을 어린이가 쉽게 고갱이를 짚으며 돌아보도록 이끕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또 다 읽고 나서 오늘날 우리 터전을 새삼스레 되새겨 보았습니다. 한자말로는 ‘진화 + 론’입니다만, 우리말로는 ‘거듭나기 + 얘기’입니다. 또는 ‘달라지기/바뀌기 + 얘기’예요. 어버이가 물려주는 씨앗(유전자·디엔에이)대로만 자라는 아이가 아닌, 아이 나름대로 애쓰거나 마음쓰는 사이에 거듭나거나 달라지거나 바뀐다고 하는 얘기입니다.


  이제 빛꽃(과학)으로도 밝혀서 압니다만, 아무리 바퀴잡이나 벌레잡이를 한다는 죽임물(농약·살충제)을 쓰더라도 바퀴벌레나 벌레는 죽지 않습니다. 모기나 파리도 매한가지입니다. 그러면 누가 죽을까요? 사람이 죽지요. 이 별에서 살아가는 목숨붙이는 끔찍한 죽임물(독극물)을 뒤집어쓰더라도 몽땅(100%) 죽지 않아요. 아주 조금이라도 살아남으며, 이렇게 살아남은 목숨붙이는 스스로 견딞새(내성)를 키워서 어느덧 사람한테 달려들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이제 “감기약을 자꾸 쓰면 감기가 안 낫는 줄” 압니다. 겪어 보고서 알지요. “감기에 걸려도 감기약을 안 써야 말끔히 낫고, 감기에 잘 안 걸리는 줄” 알기까지 합니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튼튼몸이 되자면 무엇을 하고 생각을 어떻게 다스리며 삶을 어떻게 가꿀 노릇일까요? 몇 해 앞서부터 온누리를 덮친 돌림앓이(중국 우한 바이러스·코로나19)는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요? 그리고 “항생제 중독”이란 무엇일까요?


  바둑이나 장기나 오목을 둘 적에 내내 지던 사람이 조금씩 길을 읽고 어느새 한 판쯤 비깁니다. 이러다가 조금씩 눈을 틔워 이기기도 하지요. 아무리 못한다고 여기는 사람도 지고 또 지고 자꾸 지면서 길을 트고 눈을 떠요. 이와 맞물려, 어떤 죽임물(농약)로도 풀을 잡을 수 없습니다. 모든 풀을 싹 죽이는 물을 뿌린다면 그야말로 논밭에서 아무 싹도 안 돋을 텐데, 이때에는 사람도 굶어죽어요.


  그렇다면 생각해야지요. “죽임물로는 죽음을 낳고, 항생제는 처음에 듣는 듯하지만 이내 안 듣고, 감기약을 안 쓰고 감기를 나아야 비로소 감기에 안 걸리는 튼튼몸이 된다면, 오늘날 돌림앓이판에서 ‘진화론’을 바탕으로 이 삶자락을 어떻게 읽고 아이한테 들려주고 어른으로서 생각을 추슬러야 참길을 찾아낼” 만할까요?


  예부터 “걱정이 걱정을 낳는다”고 했습니다. 걱정하는 마음은 걱정만 끌어들여요. 우리가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사랑을 일으키겠지요. 우리가 웃는 마음이라면 웃음을 일으킬 테고요. 돌림앓이판을 다루는 나라(정부)는 온통 걱정투성이요, 사람을 수렁에 빠뜨리고 자물쇠로 가두며 윽박지르는 판입니다. 사람들이 온통 걱정과 두려움에 젖어들도록 내몰면서 입에 재갈까지 채웁니다. 이런 흐름에 우리가 스스로 길들면 앞으로 아이들은 “어떻게 거듭날(진화)”까요? 나라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면서 스스로 생각을 못 짓는 몸짓이 된다면, 이 나라 앞길은 어떤 낭떠러지로 치달을까요?


  빛꽃(과학)으로도 잘 읽을 노릇이요, 삶과 넋과 길로도 제대로 읽을 노릇입니다. 우리 입에서 흘러나오고 우리 귀로 흘러들 말과 생각과 앎은 ‘이론과 지식과 걱정과 두려움’이 아닌 ‘삶과 사랑과 살림’일 노릇이라고 봅니다.


ㅅㄴㄹ


이에 호주 정부는 1950년 무시무시한 결정을 내렸어요. 토끼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을 퍼뜨리기로 한 거예요. 1000마리가 걸리면 998마리가 죽는, 즉 치사율이 99.8퍼센트에 달하는 그야말로 죽음의 바이러스로 토끼를 공격했어요. (16쪽)


곤충은 여태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해 왔지만 인간 때문에 그 속도가 빨라졌어요. 또 살충제의 사용으로 곤충을 의도하지 않은 방법으로 진화시키고 있어요. (47쪽)


항아리곰팡이의 유전자를 연구한 결과 이 전염병은 한반도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요. (50쪽)


확실히 진화에는 방향도 목적도 없어요. 인류의 생존 능력이 목적인 것처럼 보이는 진화도 또 다른 방향에서 보면 생존 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에요. (88쪽)


왜 모두 멸종하고 지금 우리만 살아남았을까? 우리도 언젠가 멸종하지 않을까? 이렇게 의심하고 질문하는 것이야말로 진심에 다가서는 방법이에요. (1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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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동물 일공일삼 63
우리 오를레브 지음, 밀카 시지크 그림,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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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숲노래 어린이책 2021.7.13.

맑은책시렁 242


《그림자 동물》

 우리 오를레브 글

 밀카 시지크 그림

 한미희 옮김

 비룡소

 2000.11.25.



  《그림자 동물》(우리 오를레브·밀카 시지크/한미희 옮김, 비룡소, 2000)은 ‘그림자 동무’를 사귀는 아이 이야기를 다룹니다. 아이는 아이로 태어났습니다. 아이는 아이로 살아갑니다. 둘레 어른은 이 아이한테 “어느 나라 사람”이라는 이름을 붙이려 하지만, 아이는 늘 아이입니다. 더 헤아리면, 아이한테 어느 나라 사람이라는 이름을 붙이려는 어른도 처음에는 아이였어요.


  이 나라에서 태어나기에 좋은 아이요, 저 나라에서 태어나기에 미운 아이일까요? 그럴 수 있을까요? 모든 아이는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든 똑같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워 반가운 숨결이지 않나요?


  어른도 그렇지요. 아이가 자란 몸빛인 어른이 이 나라 사람이든 저 나라 사람이든 무슨 대수일까요? 스스로 착하고 참하며 곱게 마음을 다스리기에 어른이라는 이름입니다. 나이를 먹은 사람은 그냥 늙은이입니다. 안 착하고 안 참하며 안 곱다면, 겉으로만 꾸미고 치레하고 속이고 가린다면, 어른이 아닌 늙은이예요.


  이야기책 《그림자 동물》에 나오는 아이는 어머니 사랑하고 아버지 사랑을 함께 누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아이 아버지는 싸움터에 끌려가야 하고, 그 싸움터에서 목숨을 잃어야 합니다. 오늘날 숱한 나라가 사내(아버지)를 싸움판(군대)으로 데려가서 사람을 죽이고 죽는 짓을 가르쳐서 길들여 놓습니다. 왜 사내(아버지)는 싸움판에 끌려가야 하나요? 왜 사내(아버지)가 가시내(어머니) 곁에서 “살림을 슬기롭게 짓는 사랑”을 배우며 즐겁게 노래하는 하루로 나아가지 못하는 나라여야 할까요?


  우리는 똑바로 보고 생각해야 합니다. 사내(아버지)가 처음부터 바보짓을 하면서 가시내(어머니)를 괴롭히고 윽박질렀을까요? 아니지요. 우두머리(지도자)가 불거지고, 총칼을 쥐면서 서로 싸움을 벌이는 판으로 가면서 따돌림과 괴롭힘이 불거졌습니다. 우두머리하고 싸움판(군대)이 그대로 있는 곳에서는 아무리 책(페미니즘 이론)으로 가르치려 해도 못 가르칠 뿐 아니라, 굴레를 못 풉니다. 우리는 이제 책(이론·논리)을 내려놓고서 “살림을 슬기롭게 짓는 사랑”을 사내(아버지)하고 가시내(어머니)가 처음부터 새롭게 배워서 삶으로 녹이는 길을 갈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함께 살림하면 됩니다. 같이 사랑하면 됩니다. 나란히 손을 잡고 어깨동무하는 몸빛으로 살아가면 됩니다. 이런 살림·사랑·삶을 밀쳐낸 우두머리가 사람들을 옥죄고 짓밟아 싸움이 불거지고, 《그림자 동물》처럼 눈물짓는 아이가 생기고 말아요. 아이는 마음으로 보고 얘기하고 어우러지는 ‘그림자 동무’가 곁에 있기에 오늘 이곳을 새롭게 배웁니다. 오직 마음입니다. 마음이 아닌 ‘나라(정부)·믿음(종교)·배움터(학교)·벼슬(공무원)·싸움(군대)’은 우리가 스스로 바보로 굴러떨어지는 지름길입니다.


ㅅㄴㄹ


나는 이불 속에서 자주 그림자 동물에 대해 생각했어요. 그림자 동물은 이름이 있을까? 있다면 뭐지? (11쪽)


나는 궁금했어요. “도대체 왜 전쟁이 일어났지?” 그림자 동물은 (죽은) 아빠한테 가서 물어보았어요. 그리고 다시 돌아와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우리 집과 우리나라를 지켜야 한대요. (41쪽)


땅에서 태어난 붙박이 그림자 동물은 어떤 물건에 꼭 붙어 있고, 스스로 생각할 수도 없대요. 그냥 기다리고, 모든 걸 따라할 수 있을 뿐이죠. 내가 손을 들면, 내 그림자도 손을 들잖아요. 반면 먼 나라에서 온 그림자 동물은 솜처럼 보드라운 생각으로 이루어진 진짜 멋진 그림자 동물이래요. (58쪽)


아기가 벌써 꿈을 꿀 수 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엄마가 그러는데 아기는 먹는 것하고 따스함에 대한 꿈을 꾼대요. 내 꿈은 안 꿀까요? (63쪽)


하지만 내가 나의 그림자 동물 이야기를 해줘도 엄마랑 아저씨는 아마 믿지 않았을걸요. 내가 저녁마다 꾸며내서 해주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74쪽)


(죽은) 아빠는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무척 기쁘대요. 나랑 엄마랑 아기를 사랑하고, 우리랑 같이 드라이브를 할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래요. 아빠는 또 쉴로모 아저씨하고 내가 아빠 기차를 가지고 놀아도 된다고 했어요. (96쪽)


#UriOrlev #MilkaCiz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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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열어 보지 마! : 아이시 절대 열어 보지 마!
샤를로테 하버작 지음, 프레데릭 베르트란트 그림, 고영아 옮김 / 한솔수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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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7.13.

맑은책시렁 245


《절대 열어 보지 마 1 아이시》

 샤를로테 하버작 글

 프레데릭 베르트란트 그림

 고영이 옮김

 한솔수북

 2020.9.21.



  《절대 열어 보지 마 1 아이시》(샤를로테 하버작·프레데릭 베르트란트/고영이 옮김, 한솔수북, 2020)를 읽으며 오늘날 어린이가 얼마나 따분하게 집하고 배움터 사이를 오가는가 하고 새삼스레 생각했습니다. 참말 그렇거든요. 고을마다 가게가 줄잇고 자동차가 가득한 곳에서 어린이가 가거나 쉬거나 놀 만한 데는 손바닥만큼도 안 되기 일쑤입니다.


  생각해 볼까요? 서울이나 부산에서 어린이는 어디에 가서 뭘 하고 놀아야 하나요? 광주나 인천이나 대구나 대전에서 어린이는 어디에 가서 뭘 할 수 있나요?


  어린이한테 손전화를 함부로 주면 안 된다고들 하지만, 이제 어린이는 손전화 아니고서는 놀거리조차 없다고 할 만합니다.


  어른들은 돌림앓이판에 플라스틱하고 비늘을 훨씬 어마어마하게 쓰고, 쓰레기도 아주 엄청나게 쏟아냅니다. 찻길하고 잿빛집하고 큰고장을 줄여서 숲을 늘릴 생각은 안 하고, 멀쩡한 숲을 밀어서 어린나무를 심을 뿐 아니라, 참살림하고 동떨어진 길로 치닫습니다.


  나무 한 그루하고 예방주사(백신) 가운데 어느 길을 가야 할까요? 아득한 옛날부터 사람들이 왜 돌림앓이에 걸렸을까요? 사람만 살겠다면서 숲을 밀어대고 풀밭이며 빈터는 싹 가게로 뒤덮은 데에서는 언제나 사람부터 나가떨어지는 판이었습니다. 어린이한테는 깨비(괴물)가 따로 없습니다. 어린이는 따로 무서움이나 두려움을 안 짓습니다. 아이를 길들이려 하는 어른이야말로 길든 눈빛에 말씨에 몸짓일 테지요. 아이들이 푸르게 뛰놀 수 있도록 어른부터 삶터를 푸르게 돌보고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네모는 무릎을 꿇고 예티의 털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여태까지 일어난 일 중에 가장 멋진 일이었다. 살아 있는 예티가 집 안에 누워서 가볍게 코를 골고 있다니! (58쪽)


“슈파겔 박사님, 보링 시 교통 통제 임무를 맡으셨는데, 상황이 통제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물론이죠! 질서를 지키고 규칙을 따르는 한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146쪽)


“우리 학교 교장 선생님이야. 그리고 설령 진짜 아르카스라 해도 …… 장난감 회사에서 너희들 만들 때 서로 적이니까 공격하는 게 규칙이라고 적어 놓았다고 해서 꼭 그렇게 할 필요는 없잖아.” (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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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를 좋아하는 아이
마쓰오카 교코 글, 오코소 레이코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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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1.6.1.

맑은책시렁 244


《가위바위보를 좋아하는 아이》

 마쓰오카 교코 글

 오코소 레이코 그림

 김숙 옮김

 북뱅크

 2013.8.15.



  《가위바위보를 좋아하는 아이》(마쓰오카 교코·오코소 레이코/김숙 옮김, 북뱅크, 2013) 같은 책이 아니어도 적잖은 아이들이 가위바위보를 알고 나면 그야말로 가위바위보에 푹 빠지곤 합니다. 이기고 지는 갈랫길에 서면서 짜릿짜릿한데, 스스로 이기는 쪽에만 서려는 마음으로 기울기도 하고, 이기고 지는 자리가 덧없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이기고 지는 자리가 부질없는 줄 느끼는 아이는 이내 가위바위보가 시들해서 다른 놀이를 하자고 말하지요. 모름지기 놀이란 이기거나 지지 않아요. 누구나 어울리기에 놀이요, 언제나 어우러지기에 놀이입니다. 가위바위보가 놀이로 머물려면 이기든 지든 대수롭지 않아야 합니다. 이기니까 좋고 지니까 나쁘다면 이미 놀이에서 벗어났어요. 이때에는 싸움입니다.


  싸워서 이기고, 이겼으니 윗자리라고 여기는 마음은 놀이하고도 동떨어지지만, 삶이며 살림이며 사랑하고도 멀어요. 싸워서 이겼으니 노닥거리고 싶어요. 싸워서 이겼으니 내 말대로 둘레에서 따라야 한다고 여겨요. 혼자 발칵거리고 혼자 투정이며 혼자 잘납니다.


  놀이를 놀이로 여기지 못하고 싸움으로 빠질 적에는 한 아이뿐 아니라 둘레 아이 모두 재미없습니다. 아니, 둘레 아이보다 이 아이부터 가장 재미없지요. 외톨이가 되지 않아요. 신나는 놀이하고 등지면서 언제나 웃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즐거이 빛나는 하루를 스스로 걷어차는 셈입니다.


  자리를 매겨야 하지 않습니다. 첫째부터 꼴찌까지 갈라야 하지 않습니다. 위에 놓거나 밑에 놓지 말아야 합니다. 어깨동무로 가는 길이 삶이며 살림이자 사랑이고, 모든 놀이를 이루는 바탕입니다. 손을 잡지 않는데 어떻게 놀이가 되나요? 손을 안 잡는데 무슨 사랑이 되나요? 함께하지 않으니 소꿉도 살림도 아니지요.


  다만 《가위바위보를 좋아하는 아이》는 어머니 혼자 집안일을 하고 아버지는 집안일을 안 하는 모습으로 그립니다. 일본에서 퍽 예전에 나온 책이라 이렇게 그렸다고도 하겠지만, 곰곰이 보면 아이는 이런 두 어버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라요. 어린이책에 얼핏 나오는 모습이라 하더라도, 두 어버이가 함께 살림하고 일하고 쉬고 노는 길이라면 가위바위보가 놀이로 흐르면서 싸움으로는 안 번질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집에서 함께 살림하는 아버지(사내)가 늘어난다고 하지만, 누가 더 많이 하거나 오래 해야 하는 일이 아닌, 즐겁게 어깨동무하는 길이 되어야 비로소 생각도 삶도 거듭날 만합니다.


ㅅㄴㄹ


누구를 만나도 가위바위보. 뭔가를 정할 때도 가위바위보. 아침부터 밤까지 가위바위보만 합니다. (3쪽)


여자아이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부랴부랴 접시에 있는 핫케이크에 대고 “너는 아빠야.”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고는 칼과 포크를 집어들고는 “너희들은 나야.” 하고 말했습니다. 그런 다음, 칼과 포크로 식탁을 콩콩 두드리면서 “가위바위보!” 하고 말했습니다. (22쪽)


아빠가 말했습니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겼든 졌든 네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하는 거야. 알겠니? 나 참, 언제쯤에나 네가 그걸 알겠니.” (24쪽)


이런 식으로 여자아이는 늘 가위바위보를 했습니다.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 늘 자기에게 유리한 쪽이 이겼습니다. (25쪽)


“네가 이기면 그 사람들이 네 엄마아빠가 되는 거고, 내가 이기면 그 사람들이 내 엄마아빠가 되는 거야. 그렇게 되면, 안됐지만 너는 여기서 나가 줘야겠어.” 여자아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엄마와 아빠를 가위바위보로 정하다니, 그건 정말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제 맘대로 후닥닥 정하고는 말했습니다. (33쪽)


#なぞなぞのすきな女の子 

#じゃんけんのすきな女の子

#松岡享子 #大社玲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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