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나무숲 - 달곰이와 숲속 친구들 이야기
이은 지음, 이가라시 미키오 그림 / 한솔수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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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1.9.3.

맑은책시렁 252


《황금나무숲》

 이은 글

 이가라시 미키오 그림

 한솔수북

 2021.6.17.



  《황금나무숲》(이은·이가라시 미키오, 한솔수북, 2021)은 샛노랗게 싹트고 피어나며 퍼지는 나무가 자라는 마을에서 살아가는 여러 동무가 어우러진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합니다. 곰이며 쥐이며 두더지이며 양이며 개가 나옵니다. 여러 동무가 펴는 이야기는 숲에서 벌어지는데 어쩐지 숲짐승 삶결은 사람 삶결을 옮긴 듯합니다. 겉모습은 숲짐승이되 차림새나 몸짓은 사람입니다. 숲에서 살아가는 동무라면 사람살이가 아닌 숲살이를 그릴 적에 빛날 텐데요. 숲에서 살아가는 여러 동무는 ‘사람집’이 아닌 ‘굴’을 파고서 살 테고요.


  이 이야기책에 나오는 곰은 가슴에 조각달 무늬가 있어요. 흔히 ‘반달가슴곰’이라 하는데, 조각달 무늬가 있는 곰은 검은털빛입니다. 불곰일 적에 비로소 흙털빛입니다. 배롱꽃빛인 살결이라면 사람이 고기로 삼으려고 키우는 돼지일 텐데, 숲동무라면 까무잡잡한 멧돼지로 그려야 어울리리라 봅니다.


  이야기 첫머리에 흐르는 “황금빛으로 샛노랗게 빛나는 게 보여” 같은 대목에서 퍽 아쉽습니다. 숲동무라면 사람처럼 ‘금·황금’을 따지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숲이라는 눈빛으로는 그저 “샛노랗게 빛나는”만 바라볼 테지요. ‘황금나무’ 아닌 ‘노란나무·샛노란나무’를 바라보리라 생각해요. 이 책에는 ‘모래사막’이라 나옵니다만, 한자말 ‘사막 = 모래벌’입니다. ‘모래사막’은 ‘모래벌’로 고쳐쓸 노릇입니다.


  요새는 “너무너무 기분이 좋아지거든”처럼 ‘너무’나 ‘-지다’를 아무 곳에나 쓰지만, 어린이가 읽는 책쯤 되면 “아주아주 좋거든”이나 “참 즐겁거든”쯤으로 손보기를 바라요. “굴참나무 위에서 잠이 들고” 같은 옮김말씨는 “굴참나무에서 잠이 들고”로 바로잡아야겠어요.


  숲과 숲짐승을 줄거리로 삼아서 엮는 이야기는 틀림없이 어린이한테 이바지하리라 봅니다만, 《보노보노》를 그린 분이 밑그림을 맡았습니다만, 이야기·그림·줄거리·얼거리·말씨를 찬찬히 추스르면서 그야말로 ‘오롯이 숲으로’ 풀어내어 주면 즐거웠을 텐데 싶습니다.


ㅅㄴㄹ


신나는 놀이를 찾고 있다면 신나는 노래를 한번 불러 봐. 신나는 노래를 부르다 보면 재미있는 생각들이 솟아나거든. 그래! 이제는 노래를 더 크게 부르며 뛰어 봐. (29쪽)


꼬찌네 집에 놀러간다면 꼬찌처럼 해봐. 그러면 너무너무 기분이 좋아지거든! (72쪽)


친구들은 모두 왼손잡이 양들의 마을로 향했어. 그러나 붕이는 너무나 졸려서 그만 굴참나무 위에서 잠이 들고 말았어. 숲속 친구들이 모두 왼손잡이 양들의 마을로 걷고 있었어. 그런데 길옆에 서 있는 이정표가 너무 우스워서 모두들 이정표가 나올 때마다 한바탕 웃어댔는데, 꼬찌만 웃지 않았어. (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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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정령 톰티 어린이문학방 12
니나 블라존 지음, 카린 린더만 그림, 이명아 옮김 / 여유당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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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1.8.25.

맑은책시렁 251


《나무정령 톰티》

 니나 블라존 글

 카린 킨더만 그림

 이명아 옮김

 여유당

 2021.6.10.



  《나무정령 톰티》(니나 블라존·카린 킨더만/이명아 옮김, 여유당, 2021)를 읽고서 ‘정령’을 생각해 봅니다. 이 책은 “ein Baum fur Tomti”란 이름으로 나왔고, “톰티한테 맞는 나무”쯤으로 옮길 만합니다. “나무를 찾는 톰티”나 “나무아이 톰티”라 해도 어울려요. 줄거리로 본다면 ‘정령’이 아닌 ‘아이’라 해야 맞습니다. 또는 “나무빛 톰티”라 할 만해요.


  우리는 ‘몸’이라는 옷을 입은 ‘넋’입니다. 우리 넋은 ‘빛’이에요. 우리가 숨을 거둔다고 할 적에는 “몸이라는 옷을 내려놓는다”는 뜻입니다. 몸이라는 옷을 내려놓을 적에 “몸을 그동안 입고 살던 넋인 빛”이 사르르 빠져나와요.


  넋이라는 빛한테는 나이가 없습니다. 넋이라는 빛은 가시내도 사내도 아닙니다. 넋이라는 빛은 아무것도 안 먹어요. 넋이라는 빛은 몸을 다스리려고 무엇을 먹거나 씻거나 갈고닦습니다.


  넋이라는 빛은 몸뚱이를 입고 살듯, 몸뚱이는 집이라는 곳에서 지내려 해요. 이리하여 톰티는, 나무에서 태어난 아이인 톰티는, 제가 처음 태어난 나무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나서려 합니다. 태어난 나무를 잃은 나머지 헤매다가 마음이 맞는 ‘사람아이’를 만나요. 그래요. ‘나무아이’가 ‘사람아이’를 만나서 사귀고 노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나무정령 톰티》입니다.


  줄거리만 본다면 썩 볼만할는지 모르나, 막상 책을 펴면 ‘나무아이’를 너무 사람스럽게 그렸구나 싶어요. 나무아이가 나무스럽게 놀거나 생각하지 않아요. 더구나 다른 나무에 깃든 숱한 넋이요 빛도 지나치게 사람스레 그렸습니다.


  매캐한 잿빛이 되고 만 서울·큰고장을 나무라면서 우리가 나아갈 푸른길을 어린이한테 들려주려는 뜻은 좋습니다만, 글님은 이 뜻에 너무 매인 나머지 막상 나무아이도 나무빛도 나무 곁에서 푸르게 숨쉬며 노래할 사람아이 숨빛도 찬찬히 보거나 가만히 귀를 기울이는 결을 놓쳤지 싶어요. 옮김말도 썩 어린이 눈높이에 안 맞구나 싶어요. 부디 어린이 숨빛을 바라보고 나무 숨결을 곁에서 얼싸안는 삶을 짓는 하루를 누리는 곳에서 글을 쓰고 가다듬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숲의 정령은 누구나 자기가 태어난 나무가 있어. 그 나무가 자기한테 딱 맞는 거고. 그런데 야자나무 안의 집은 너무 작아서 잘 때면 몸을 돌돌 말아야 해.” (20쪽)


톰티는 잔뜩 겁을 먹고 어깨를 웅크린 채 주위를 둘러보고는 바짝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온통 빤질빤질한 회색뿐이야! 엄청나게 큰 사람들밖에 없고, 용이 아무 데서나 독가스를 뿜으면서 울부짖고 있어!” (29쪽)


길을 걸으면서 톰티 눈에 이 동네가 어떻게 비칠지 살펴보았다. 수많은 아파트, 아스팔트로 뒤덮인 회색 도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자동차와 전철, 마야는 갑자기 도시가 너무 시끄럽고 너무 황량하고 무섭게 느껴졌다. (30쪽)


“북쪽 나라 자작나무숲은 깨끗한 비가 내리고 눈보라가 치고 바람이 불어서 늘 깨끗해. 그런데 여기는 아니야. 봄이 되면 도시에 사는 자작나무 정령은 꽃가루까지 붙어서 날려 보내야 해.” (59쪽)


“난 까마득한 옛날부터 이 집 바로 뒤에 있는 오래된 딱총나무에서 살고 있어. 그런데 너희 셋처럼 나무정령을 다정하게 돌봐 주는 사람 아이들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단다.” (103쪽)


#einBaumfurTomti #NinaBlazon #KarinLinder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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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착한 손잡이가 뭐예요? - 세상을 바꾸는 생활 속 디자인 여행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17
배성호 지음, 김규정 그림 / 철수와영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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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1.8.19.

맑은책시렁 249


《선생님, 착한 손잡이가 뭐예요?》

 배성호 글

 김규정 그림

 철수와영희

 2021.7.12.



  《선생님, 착한 손잡이가 뭐예요?》(배성호, 철수와영희, 2021)를 곰곰이 읽었습니다. 빠르게 달리면서 잊고, 바쁘게 사느라 잃는 이웃하고 동무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문득 돌아보면 “착한 초콜릿”이라는 이름부터 ‘착한’을 앞에 붙였지 싶어요. 이윽고 “착한 나들이(여행)”를 말하는 분이 늘었으나 한자말 ‘공정(公正)’을 말하는 분도 꽤 많습니다.


  낱말을 어떻게 가리거나 고르느냐도 대수롭습니다. “착한 손잡이”라 할 적하고 “공정 핸들”이라 할 적은 사뭇 달라요. 아무것이 아닌 낱말 하나일까요? 둘레에서 흔히 쓰는 말씨이면 된다고 여기는가요? 익숙한 대로 쓰면 된다고 생각하나요? 어른한테는 쉽거나 익숙하다고 여기면서 아이들한테 함부로 밀어붙이거나 외우도록 내몰지는 않나요?


  세모하고 네모를 예전에는 열네 살 즈음부터 ‘삼각형·사각형’으로 고쳐서 말해야 똑똑하다고 여기는 배움터였는데, 어쩌면 요새는 어린이한테 처음부터 ‘세모·네모’를 안 쓸는지 모릅니다. 그만큼 “착한 말씨”가 자취를 감춥니다. 말을 ‘말’이라 안 하고 ‘-어(語)’라 하는 어른이 참으로 많아요. 왜 말을 말이라 못 하거나 안 할까요? 말을 말이라 안 하는 어른들 모습은 얼마나 ‘착하’거나 ‘참할’까요?


  아주 조그맣다고 여기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지나칩니다. 손잡이 하나뿐 아니라 말씨 하나도, 삶터 곳곳도,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도, 배움터 길잡이나 여느 어버이도, 그냥그냥 지나치는 일이 많아요. 이제 좀 그만 바쁘게 살면 어떨까요? 이제는 제발 그만 빠르게 달리면 어떤가요? 빠른길을 치우고 아늑길을 놓기를 바라요. 빠른밥은 그만두고 사랑밥을 짓기를 바라요.


  씨앗 한 톨처럼 조그마한 살림살이하고 말씨를 사랑스레 아끼거나 돌볼 줄 아는 사람이라야 비로소 어른이라고 봅니다. 씨앗 한 톨만큼 자그마한 일을 등진다면 어느 자리에 있건 나이가 몇 살이건 모두 철딱서니없는 사람이지 싶습니다. ‘착하다’는 ‘참하다’하고 말밑이 같고, ‘차다(가득차다)’하고 잇닿습니다. 사랑으로 가득한 숨빛이기에 착하고 참한 오늘 하루를 짓습니다.


ㅅㄴㄹ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드는 손잡이라 ‘착한 손잡이’라고 부른답니다. 덕분에 우체국을 비롯해 점점 더 많은 공공기관과 업체에서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어요. (14쪽)


당장은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결국에는 사람을 병들게 하고 생산성을 떨어뜨립니다. (24쪽)


이 인간공학은 뜻밖에 ‘전쟁’에서 시작했답니다. 전쟁터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실수와 사고 등으로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줄이려는 연구가 인간공학의 출발점이었어요. (32쪽)


지금은 불편을 참지 말라고 말합니다. 불편함을 참는 태도는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바꿔 나가는 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예전에는 책상 높이가 낮으면 억지로 맞춰 가며 썼지만, 지금은 책상 높이를 조절하도록 디자인을 바꾸는 식으로 환경을 바꿉니다. (43쪽)


사람들이 이곳의 의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료이기 때문이에요. 주위에서는 이처럼 앉아서 편히 쉴 만한 곳이 없었거든요. 음료를 사거나 자릿값을 내야 했습니다. (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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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물 요정 비룡소 걸작선 23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지음, 위니 게일러 그림, 박민수 옮김 / 비룡소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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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1.8.11.

맑은책시렁 248



《꼬마 물 요정》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 글

 위니 게일러 그림

 박민수 옮김

 비룡소

 2002.4.27.



  《꼬마 물 요정》(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박민수 옮김, 비룡소, 2002)은 어느 해 어느 날 갓 태어난 꼬마 물님(요정)이 누리는 한 해를 들려줍니다. 꼬마 물님은 ‘한 살’이어도 어버이하고 이야기하고 신나게 헤엄치고 물밖에서 뛰어다닐 뿐 아니라, 요모조모 개구진 장난도 스스럼없이 합니다.


  님(요정)이라서 갓 태어난 뒤부터 마음껏 놀고 노래할 수 있을까요? 물님뿐 아니라 바다님도 별님도 풀님도 들님도 숲님도 모두 이와 같을까요? 그리고 사람이 낳는 아기도 이러할까요?


  사람이 낳은 아기는 “한 살”이라는 나이에는 말을 못 하고 걷지도 못 한다고 여깁니다만, 젖을 빨고 눈을 뜨고 목을 가누고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고 옹알이를 하고 뒤집고 기고 어느덧 일어서기까지 하면서 “한 살”이라는 나이를 눈부시게 놀아요. 어쩌면 ‘옹알이’는 아기가 들려주는 노래를 가리키는 이름은 아닐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 별에는 숱한 님이 있습니다. 먼저 모든 사람이 다 다른 님입니다. 임금만 임금님이 아니에요. 흙을 만지는 흙님이요, 바다를 가르는 바다님입니다. 숲을 품는 숲님이에요. 어린이도 어른도 어린님이자 어른님입니다. 스스로 하루를 즐겁게 지으면서 노래하는 님이에요. 《꼬마 물 요정》은 스스로 님인 줄 알면서 놀이로 하루로 짓는 빛을 들려주면서, 스스로 님인 줄 생각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매인 굴레를 보여줍니다.


  어떤 하루이고 싶나요? 무엇을 보고 싶나요?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면서 하루를 짓고 싶나요? 책에 나오거나 배움터에서 가르치거나 나라에서 밝히는 대로만 들으면서 스스로 마음눈을 뜰 생각은 없는 오늘이지는 않나요?


ㅅㄴㄹ


그 사이에 늪의 요정은 슬그머니 주머니에 손을 넣어 피리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높의 요정의 차례가 돌아오자 이렇게 말했지요. “아가야,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렴!” (22쪽)


갈대밭에서 벗어났을 때 꼬마 물 요정의 눈은 휘둥그레졌습니다. 꼬마 물 요정은 생전 처음으로 초원과 꽃과 나무를 보았거든요. 그리고 생전 처음으로 바람이 머리카락을 간질이는 것을 느꼈지요. (59쪽)


늙은 버드나무의 잎사귀에서 물방울이 뚝뚝. 나무줄기에 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지요. 물(빗물)에 젖은 나무껍질은 거뭇한 색깔을 띠며 반짝거렸습니다. 꼬마 물 요정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습니다. ‘아아, 오늘은 공기가 참 신선하구나!’ (79쪽)


“죄송한데요, 아저씨. 저는 사람이 아니라 물 요정이에요.” 키다리 남자가 소리쳤습니다. “뭐라고? 물 요정이라고? 웃기지도 않는군! 그런 헛소리를 내가 믿을 것 같냐?” (151쪽)


“나? 나는 물 요정이야. 보면 몰라?” 소년들이 소리쳤습니다. “아하! 그렇구나! 넌 물 요정이구나! 진작 그렇다고 얘기할 것이지! 물 요정이라면 감자를 모르는 것도 당연해. 이리 와서 한번 먹어 봐!” (163쪽)


#OtfriedPreussler #DasgrosseBuchvomkleinenWasser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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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쟁의 여섯 가지 얼굴
김한종 지음, 임근선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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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1.7.24.

맑은책시렁 247


《한국전쟁의 여섯 가지 얼굴》

 김한종

 책과함께어린이

 2021.6.25.



  《한국전쟁의 여섯 가지 얼굴》(김한종, 책과함께어린이, 2021)은 1950년에 벌어진 싸움판을 둘러싸고서 어린이가 어떻게 바라보고 헤아릴 만한가 하는 줄거리를 짚습니다. 옳고 그름이라는 잣대가 아닌, 이 땅에서 벌어진 싸움판이 무슨 뜻인지를 다루려고 합니다.


  싸움 하나를 놓고 본다면, 누구나 싸우거나 다툴 수 있습니다. 왜 싸웠는가 돌아볼 노릇이고, 어떻게 싸웠는가를 살필 일이며, 싸운 다음에 어떻게 푸는지를 생각해야겠지요. 굴레살이(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난 나라였지만 벼슬꾼은 ‘사람 아닌 벼슬’을 노렸습니다. 이 벼슬꾼은 남녘에서는 이승만이란 이름으로, 북녘에서는 김일성이란 이름으로 불거졌고, 둘은 손을 맞잡고 아름나라로 가는 길이 아닌, 서로 토막난 터전에서 주먹힘을 키워서 혼자 우두머리가 되는 길을 바랐습니다.


  싸움이 터지고서 끝난 지 일흔 해가 넘도록 두 나라는 벼슬꾼이 고스란히 있습니다. 북녘은 우두머리가 낳은 아들이 잇고, 남녘은 사람들 손으로 우두머리를 뽑는다지만, 여태 우두머리에 선 이들 가운데 ‘벼슬 아닌 사람’을 헤아리는 길을 간 적은 없다고 여길 만합니다.


  한 사람하고 한 사람이 다툴 적에 서로 목숨을 노린다면, 끔찍한 굴레는 쳇바퀴처럼 잇기 마련입니다. 모자라면 얻으면 되고, 넉넉하면 나누면 돼요. 함께 살아갈 길을 생각하지 않기에 어디에서나 싸우고 다투며 괴롭히거나 시샘하는 짓이 불거져요. 또한 남녘은 남녘대로 벼슬힘을 거머쥐려는 무리가 곳곳을 휘감아서 검은짓하고 뒷짓을 일삼습니다.


  우두머리 한 사람만 말썽거리이지 않아요. 우두머리를 따르거나 좇으면서 고물을 얻는 사람이 다 한통속입니다. 왜 남·북녘은 싸움판(군부대)을 안 없앨까요? 싸움판이 크게 있어야 서로 길미를 얻고 고물을 빼돌리거든요. 나라뿐 아니라 마을은 총칼로 못 지킵니다. 나라도 마을도 푸른별(지구)도 오직 숲과 들과 바다와 보금자리로 지킵니다. 밥도 옷도 집도 언제나 숲·들·바다에서 비롯하고, 보금자리를 이루는 수수한 사람들 손끝에서 태어나요. 《한국전쟁의 여섯 가지 얼굴》은 여섯 갈래로 나누어 찬찬히 짚는구나 싶은데 한 가지는 빠졌어요. ‘싸우는 까닭’을 짚지 않았고, ‘싸워서 누가 뭘 어떻게 얻느냐’를 다루지 않았고, ‘싸우는 그들은 여태 뭘 어떻게 얼마나 얻었고, 오늘은 어떠한가’를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이 여러 가지를 짚거나 다루거나 건드리기는 어려울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어린이한테 참모습을 낱낱이 밝혀야지 싶습니다. 싸움판에 깃든 “일곱째 얼굴”하고 “여덟째 얼굴”을, 또 “아홉째 얼굴”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똑똑히 알릴 적에 비로소 남북뿐 아니라 온누리에 아름길(평화)을 열 만하지 싶습니다.


ㅅㄴㄹ


독립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분단이 일시적이고 이런 갈등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씁니다. (10쪽)


한국전쟁에 참가한 국제연합군 수는 합해서 90만 명이 넘었으며, 이 중 4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어쩌면 이전에는 이름도 들어 보지 못했을 ‘한국’이라는 나라에 와서 짧은 삶을 마감한 것입니다. (34쪽)


북한은 남한을 점령했을 때와 후퇴할 때, 남한 사회에서 유명한 사람들을 북으로 데려갔습니다. 이 중에는 독립운동가도 있고, 민족주의 활동가도 있으며, 문인으로 이름을 날린 사람도 있습니다. (53쪽)


이승만 정부는 해외입양을 전쟁고아 문제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대책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한국 아동 양호회라는 기구를 만들어 해외입양을 추진했습니다. (78쪽)


국가는 남성 군인들의 사기를 높인다는 이유로 이런 기지촌을 허가하고 기지촌 여성의 활동을 묵인하면서도, 정작 이들의 생활이나 권리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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