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 전2권 (한글판 + 영문판)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 영문판) 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장정리하다 오랜만에 펼쳐본 더클래식 시리즈, 영어공부 겸용으로 구매해 잘 읽었었다. 한글판과 영문판으로 구성되어 있어도 내용이 많게 느껴지지 않아 오랜만에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친코 (합본 한정판)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 책과 마주하다』


저자, 이민진은 전 세계에서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이다.

경계인으로서의 날카로운 시선과 공감을 바탕으로 한 통찰력으로 복잡다단한 역사와 인간의 본질을 포착하며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을 잇는 작가”라는 찬사 속에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난 작가는 일곱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예일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후 조지타운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했으나, 건강 문제로 그만두게 되면서 오랜 꿈이었던 글쓰기를 시작했다.

2004년부터 단편소설들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2008년 미국 이민자의 이야기를 담은 첫 장편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Free Food for Millionaires》으로 작가로서 이름을 알렸다.

두 번째 장편소설 《파친코》는 작가가 역사학과 학생이었던 1989년에 ‘자이니치’라 불리는 재일조선인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결심한 후 2017년 출간되기까지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집필한 대작이다. 일본계 미국인인 남편과 함께 4년간 일본에 머물며 방대하고 치밀한 조사와 취재 끝에 이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 4대에 걸친 가족사를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일본 버블경제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다룬 이 책은 출간 즉시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아마존, BBC 등 75개가 넘는 주요 매체에서 앞다투어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고,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33개국에 번역 출간되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오른 《파친코》는 계속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이민진 작가는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한국인 디아스포라 3부작’의 완결작이 될 세 번째 장편소설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영도라는 어촌에서 나고 자란 늙은 어부와 아내에게는 아들 훈이가 있다. 아들을 셋이나 낳았지만 몸이 약한 큰아들 훈이만 살아남았다.

이후 성인이 된 훈이는 양진과 혼인한 뒤 딸 선자를 낳게 된다.

세상에서 훈이만큼 딸을 소중히 여기는 아버지도 드물었다. 훈이는 자식을 웃게 하는 것이 삶의 목표인 사람 같았다.

그런데 그토록 선자를 예뻐하던 훈이가 선자가 열세 살이 되던 겨울에 결핵으로 죽게 된다.

듬직한 남편이자 아버지를 잃은 양진과 선자는 슬픔을 가누지 못했다.

그러나 슬픔은 잠시 가슴에 묻어두고 다음 날 아침 젊은 과부가 된 양진은 잠자리에서 일어나 평소처럼 일을 시작했다.


"오빠 아이를 가졌어예."

"확실해?"

"예, 그런 거 같아예."


"선자야……"

"아내와 세 아이가 있어. 오사카에."

"내가 널 잘 돌봐줄게. 하지만 너랑 혼인할 수는 없어. 이미 일본에서 혼인신고를 했어. 일이랑 얽혀 있는 문제가 있어."


그렇다. 생각해 보니 이상했다. 저런 사람이 미혼일 리가 없잖아.

한수가 바닷가에서 제 몸을 원했을 때 마음대로 탐하게 내버려 두었으니, 혼인 없이 아이만 낳게 되면 자신은 평생 손가락질을 당할 것이다.

숲속 흙바닥에서 남자와 몸을 섞었으니 난잡한 저 때문에 어머니의 평판도 떨어질 게 분명했다.

무엇보다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던 아버지, 뱃속에 있는 아이는 자신의 아버지 같은 진짜 아버지를 가지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선자는 고민 끝에 단호하게 한수와 갈라지게 된다.


어느 날, 목사 이삭이 양진에게 물었다.

선자를 아내로 맞아들여 오사카로 데려가면 안 되겠냐고.

자신이 몸이 아파 결혼을 안 했던 것이지만 결혼하게 되면 선자는 물론이고 선자의 아이 또한 사랑으로 품을 것이라고.

양진은 이삭의 계획을 선자에게 말했고 선자는 그 사람의 아내가 될 마음의 준비를 했다.

이삭과 혼인하게 되면 하숙집, 어머니, 선자 본인 그리고 아이에게 고통스러운 낙인만큼은 주어지지 않을 테니깐.

오히려 좋은 집안의 훌륭한 사람의 성을 아이에게 물려주게 될 테니깐.

그렇게 선자는 이삭을 따라 오사카로 향하게 된다.




💭

대부분 파친코를 드라마로 먼저 접했을 것이다.

나는 책을 보고 이후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만약 책도 드라마도 보지 않았다면 책으로 꼭! 먼저 보길 추천한다.

읽는 내내 괜스레 답답하고 울적한 마음도 없지않아 있었는데 특히 선자와 한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도 참 안쓰러웠다.


"야쿠자는 일본에서 제일 더러운 사람들이에요. 폭력배들이에요. 상습범들이라고요. 가게 주인들을 협박해요. 마약을 팔아요. 윤락가를 지배해요. 무고한 사람들을 해쳐요. 최악의 조선인들이 모두 이런 폭력단 일원이라고요. 내가 야쿠자에게 돈을 받아 공부했는데 이게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난 절대로 이 더러움을 씻어내지 못할 거예요. 엄마가 이렇게나 어리석다니."

"어떻게 더러운 것에서 깨끗한 것을 만들 수 있겠어요? 엄마가 날 더럽혔어요."

"난 평생 일본인들한테 내가 조선인 핏줄이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조선인들이 화가 많고 폭력적이고 교활하고 속임수를 쓰는 범죄자라는 소리를 들었다고요. 평생 이런 소리를 견뎌야 했어요. 난 백이삭처럼 정직하고 겸손하게 살려고 노력했어요. 절대 목청을 높이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이 핏줄은, 내 핏줄은 조선인 핏줄이에요. 게다가 이제는 내가 야쿠자 핏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내가 어떻게 하든 절대 이 피는 바꿀 수 없어요.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게 나았어요. 어떻게 내 삶을 망칠 수가 있어요? 어떻게 그리 경솔할 수가 있죠? 어리석은 엄마와 범죄자 아버지라니. 난 저주받았어요."


파친코는 일본인들에게 국민 도박 기계로 불린다. 즉, 도박이 아닌 놀이로 분류되어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조선인들이 일본에 정착해 정식 직업을 얻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보니 입에 풀칠이라도 했기에 파친코 사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당시 일본인들에게 파친코는 야쿠자가 운영한다는 인식이 강해 파친코 사업을 천시하는 일로 치부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떠났지만 재일교포로서 일본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또 다른 지옥의 시작이었다.


요새 뉴스 보는 것이 참 불편하기만 하다.

국방부에서 장병들의 정신교육 책자인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이후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사과하며 전량 회수하기로 했다지만 보고도 믿기질 않아서 순간 국방부의 고위급들이 친일파로 이루어진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문득 국가유공자 한 분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잊혀지지만 않으면 된다. 이름 석 자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데 그저 잊혀지지 않게 기억해주기만 해도 충분하다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우리가 이따금씩 기억해보는 것은 어떨까?

역사가 기억하는 이름들과 함께 역사가 기억하지 않는 이름들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 책과 마주하다』


반복이 가득한, 마침표가 눈에 띄지 않는, 쉼표가 가득한 그의 문체는 참 단순하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욘 포세.

단순하지만 심오하다.


저자, 욘 포세는 1959년 노르웨이 헤우게순 출생으로 노르웨이의 작가이자 극작가로, 노르웨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수많은 상을 수상했으며, 20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2003년 프랑스에서 국가공로훈장을 수여받았으며, 2007년 영국 일간신문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선정한 100명의 살아 있는 천재들 리스트 83위에 올랐다.

그는 1990년대 초부터 전업 작가로 활동하며 소설뿐만 아니라 시, 아동서, 에세이, 희곡 등 다양한 방면의 작품을 쓰고 있는데, 90년대 중반 이후 그의 연극은 전 세계에서 수천 번 이상 공연되는 국제적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오늘날 그의 작품들은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다.

뉘노르스크 문학상, 도블로우그상, 노르웨이 예술위원회 명예상, 브라게상 명예상, 국제 입센상, 스위스 아카데미 북유럽문학상, 유럽연합 문학상, 북유럽 이사회 문학상을 수상했고, 프랑스 공로 훈장에 이어 노르웨이 국왕이 내리는 세인트 올라브 노르웨이 훈장을 수훈했다.

그의 작품이 주로 다루고 있는 것은 가족관계와 세대 간의 관계를 통해 볼 수 있는 인생, 사랑과 죽음 같은 우리의 삶에서 볼 수 있는 보편적인 모습들이다. 세대 간의 관계에 대해서 그는, 말로는 결코 종합적으로 고찰될 수 없는 것, 즉 죄와 실망의 원천 문제를 다룬다. 그의 작품에는 일견 너무나 평범해 보이고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삶의 그림들이 단순한 구조로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그림에는 많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며, 항상 같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아버지, 어머니, 아이, 남자(남편), 여자(아내), 소년, 소녀. 여기에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할머니, 그리고 때때로 이웃이다. 이들은 대부분 이름이 없으며 특별한 고유의 성격이 부여되지 않는다. 인물들은 항상 단순한, 일반적인 사람들이며, 그들의 관계는 한눈에 파악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평범함과 보편성을 통해 우리의 삶을 다시 한 번 경건하게 들여다보도록 만든다.


그가 만들어내는 인간관계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이고 그 관계가 또한 철저하게 관찰되고 파악될 수 있어서 보편성의 미니멀리즘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만큼 포세가 작품 속에서 드러내고 있는 현실은 구체성을 지니고 있다. 일견 단순해 보이는 현실의 단면은 굵은 윤곽으로 이루어진 담담한 그림으로 그려지나 그 사이의 여백에는 인간의 삶이 가진 구체적인 모습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현대인이 만들어내는 의사소통 부재의 사회적 관계이기도 하며 인간 의식 속에 존재하는 무형의 원형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포세의 언어는 배우와 연출자에게 커다란 도전이 된다. 그의 언어는 철저하게 압축되고 축약된 형태로, 문장의 조각들, 계속해서 반복되는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다. 완벽하게 구두법 없이 쓰인 그의 텍스트는 해석과 리듬의 모든 힘을 배우와 연출자의 손에 넘겨준다. 포세는 삶의 본질적인 것이 파묻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불필요한 소리들을 제거한다. 그의 언어는 끊임없이 회전하는 말의 고유한 움직임으로 이루어져 있다. 거의 모노톤의 문장들, 부분적으로는 스타카토처럼 던져지는 문장들 속에서 여러 가지 삶의 구조들, 인간의 내적인 심리 구조가 현재와 과거의 시간이 교차하는 가운데 응축된 형태로 노출된다. 여기에 포세는 침묵의 순간들을 적절히 이용한다. 인물들의 대화 과정 중에 끊임없이 반복 사용되는 ‘사이’의 침묵, 이 행간을 인물들의 말 없는 진실이 넘나든다. 소리와 소리 없음의 독특한 리듬이 긴장과 이완의 리듬을 통해 포세는 인간의 삶이 가진 진정성은 무엇인지 묻는다.




더운물 더요 올라이, 늙은 산파 안나가 말한다

거기 부엌문 앞에서 서성대지 말고 이 사람아, 그녀가 말한다

네네, 올라이가 말한다


아마도 그건 신의 영혼이 아니겠는가, 모든 것에 내재해 무 이상의 것을 만들어내고, 의미와 색을 부여하는, 그리고 그것이, 올라이는 생각한다, 모든 것에 신의 말씀과 영혼이 내재하는 이유다, 그래, 그렇지, 그러나 사탄의 의지 역시 작동한다는 것, 그 역시 확신한다, 하지만 어느 쪽이 더 센지, 그것은 전혀 확신할 수 없는 일이라고 올라이는 생각한다, 그 둘은 누가 더 강한지 겨루고 있으니까, 아마 태초부터 그랬을거야, 올라이는 생각한다, 신은 세상을 훌륭하게 창조했으며 전지전능하다고, 신을 두려워하는 자들은 항상 말하지만, 그는 그렇게 굳게 믿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신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신은 존재한다, 너무 멀리 있거나 너무 가까이 있을 뿐, 신은 모든 사람 안에 존재한다,


그리고 어린 요한네스는 큰 소리로 울고 또 울며 세상 밖으로 울려퍼지는 제 목소리를 듣는다, 울음소리는 아이가 새로이 속한, 세상을 가득 메운다, 그리고 따뜻하고 검고 조금 붉고 조금 축축하고 온전한 것은 더이상 없다, 이제 저 자신의 움직임뿐이다, 모든 것을, 존재하는 모든 것을 메우려는 듯한, 무엇인가, 그리고 아이와 아이의 목소리는 분리되어 있는 동시에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거기에는 뭔가 다른 것이 더 있는데, 뭔가, 그의 일부이면서 아니기도 한 무엇이, 아이의 목소리는 저 밖의 모든 것을 갈라놓고 자신에게로 되돌아와 더 커지고 커진다 그리고 다 잘될 거야, 올라이가 말한다



어부 올라이와 마르타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요한네스.

올라이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은 그도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다.

아침마다 커피 주전자를 올려놓고 먹을 것을 생각해보고 서쪽 만으로 산책을 나갈 지, 날씨가 좋다면 배 타고 바다로 나갈 수 있을지 등의 생각을 반복한다.

지루하지만 불평할 것도 없다.

몸 누울 집도 있고 자식들은 벌써 장성해서 손주까지 있는데다 막내 싱네가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어 거의 매일같이 그를 보러 오니깐.

그 날은 몸이 참 가벼워 희한하기만 하다.

매일같이 아프던 뼈마디가 하나도 안 아파 희한하기만 하다.

평소와 다를 게 없는데, 오래되고 손때 묻은 것들도 모든 것이 금빛으로 반짝거리니 희한하기만 하다.

그렇게 밖으로 나와 만으로 내려가는데, 해변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페테르였다.



페테르 자네 오랜만이네, 요한네스가 말한다

그리고 페테르가 돌아서서 요한네스에게 눈을 껌벅해 보인다

그럴 줄 알았지, 자네가 올 줄, 알았어, 페테르가 말한다

자네 게망을 보러 가려는 거로군, 요한네스가 말한다

그래야지, 페테르가 말한다

……

그러니까 어제, 자네가 옆에 있어야 했는데 말이야 요한네스, 페테르가 말한다

자네가 옆에 있어야 했는데, 그가 말한다


이상하다, 페테르는 이미 죽었는데 요한네스 눈앞에 있다는 것이.

요한네스는 오래전에 죽었다고 생각한 페테르가 눈앞에서 고깃배를 끌어당기고 있으니 혼란스럽기만 하다.

지금 죽어 있는건지 살아 있는건지 물어보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은데, 눈앞에서 이리도 멀쩡하게 있으니 살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페테르의 머리를 반드시 잘라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요한네스는 페테르의 집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곤 눈앞에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싱네를 발견하게 된다.

저를 보러 오는 싱네가 반갑기만 한데 싱네는 요한네스를 빠른 걸음으로 지나쳐버린다.

싱네 또한 이상했다. 일 때문에 빨리 오지 못해 전화를 몇 번이나 걸었는데도 아버지 요한네스가 도무지 받질 않았다.

평소처럼 산책하지도 않으셨고 무엇보다 해질녘까지 불 한 번 켜지 않았다면 혼자 임종을 맞으신 건 아닌지.

그렇게 성큼성큼 올라가고 있는 길에 형언할 수 없는 어떤 물체가 그녀에게 마주 오는 것을 느꼈고 그 중심을 통과하는 순간 너무나 차가웠다.



지금 서쪽 만으로 가는 건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그래, 페테르가 말한다

거기서 뭘 하는데? 요한네스가 묻는다

이제 떠나는 거야, 자네와 내가, 페테르가 말한다

그렇군, 요한네스가 말한다

내 고깃배를 타고 우리는 다른 세상으로 가는 거지, 페테르가 말한다

그래 자네가 알아서 하게 페테르, 요한네스가 말한다


그래 이제 길에 접어들었네, 페테르가 말한다

그리고 페테르와 그는 그 자신이면서 동시에 아니기도 하다, 모든 것이 하나이며 서로 다르고, 하나이면서 정확히 바로, 그 자신이기도 하다, 저마다 다르면서 차이가 없고 모든 것이 고요하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요한네스, 아버지는 독특한 분이었죠, 유별난 구석이 있었지만, 자애롭고 선한 분이었어요, 그리고 아버지의 삶이 녹록지 않았다는 걸 저도 알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늘 속을 게워내야 했죠, 하지만 아버지는 자애롭고 선한 분이었어요, 싱네는 생각한다, 그리고 고개를 들자 하늘에 흰 구름이 떠간다, 그리고 오늘 바다는 저리도 잔잔하고 푸르게 빛나는데, 싱네는 생각한다, 요한네스, 아버지, 요한네스, 아버지



💭

아내가 죽고나니 집안이 조용하다.

썰렁한 집안, 요한네스는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귀찮기만 하다.

귀찮지만, 몸을 일으켜 걷던 중 해변에 서 있는 페테르를 보게 된다.

페테르와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문득 깨닫게 된다.

페테르가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도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탄생부터 죽음까지, 요한네스의 일생을 한 권에 담아낸 이 책은 마침표가 없다.

쉼표만이 가득할 뿐인데, 이는 삶과 죽음은 곧 연결된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표현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백세인생이라고 하지만 누구는 얼마나 더 짧게 혹은 길게 살지, 누구는 얼마나 더 빠르게 혹은 늦게 죽을 지는 알 수가 없다.

결국 삶과 죽음의 과정도 연결 지어진 '하나의 과정'이기에 두려워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 아닐까.


어제 오후에 올리려고 했는데 급 컨디션이 안 좋아지더니 비오는 오늘 하루종일 아팠었다.

잠시 닫아놓았던 노트북 켜서 얼른 올려보는데… 책장 앞에 높이 쌓여있는 책탑에 눈길이 멈춘다.

책은 참 많이 읽고 있는데, 쓰는 게 따라가지를 못 한다. 잠시 멈추었던 글도 내년에는 연재 시작해야 하는데... 큰일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작가의 오후 - 피츠제럴드 후기 작품집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 및 후기 수록)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 엮음, 서창렬 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 책과 마주하다』


"소설가가 되기 전부터 나는 그의 작품을 사랑하고 부지런히 번역해왔다. 피츠제럴드는 나의 출발점이자 일종의 문학적 영웅이다."


피츠제럴드가 활동했을 때, 후기에 발표한 단편소설 8편과 에세이 5편을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편집하고 번역하였다.

누구보다 화려하게 살았기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초조하고 불안했던 피츠제럴드, 그럼에도 쓰는 것을 놓지 않았던 그였다.

특히 후기에 발표했던 작품들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희망과 애정을 엿볼 수 있어 피츠제럴드의 팬인 하루키는 더 깊은 애정을 느꼈다고 한다.


저자, F. 스콧 피츠제럴드는 미국의 소설가이며 단편 작가이다.

1896년 9월 24일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에서 태어났다.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했으나 성적 부진으로 자퇴 후, 군에 입대하여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다.

양차 세계대전 사이의 시기, 그중에서도 1920년대 화려하고도 향락적인 재즈 시대를 배경으로 무너져 가는 미국의 모습과 ‘로스트제너레이션’의 무절제와 환멸을 그린 작가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등과 함께 20세기 초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작품과 생애, 스타일 등 모든 면에서 재즈 시대를 대표하는 하나의 아이콘이 된 인물이다. 1919년 장편소설 『낙원의 이쪽』을 발표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25년 4월, 피츠제럴드는 장편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완성했는데, 1920년대 대공황 이전 호황기를 누리던 미국의 물질 만능주의 속에서 전후의 공허와 환멸로부터 도피하고자 향락에 빠진 로스트제너레이션의 혼란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작품에서 청춘의 욕망과 절망이 절묘하게 묘사되고 있다. 세계적인 명작으로 연극,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매체에서 다루고 있다.




어느 작가의 오후


잠에서 깼을 때 그는 지난 몇 주 사이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았다. 그것은 부정문으로 나타낼 수 있는 분명한 사실ㅡ그는 편찮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ㅡ이었다.


몸이 아프고 나서 모든 것이 느려진 듯하다.

진즉 나간 딸이 머물렀던 자리를 서성거리다 하녀가 만든 토스트와 오렌지주스, 홍차를 아침으로 들었다.

반가움이라고 없는 지루한 우편물들만 가득하다.

'소설 아이디어' 노트를 보던 중 파트타임 비서에게 전화가 왔다.

몸이 아파 고용했던 비서였다.

그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아 썼던 글을 찢어버렸으니 오늘은 올 필요 없고 우편물, 청구서가 많이 와 있으니 내일 오후에나 오라고 일렀다.


그는 상의와 하의의 색상이 다른, 가장 좋아하는 정장을 입었다. 지난 6년 동안 정장을 단 두 벌 샀지만, 둘 다 최고급이었다. 상의 하나만 해도 가격이 110달러나 되었다. 목적지를 정해두고 가야 했기에ㅡ목적지 없이 어딘가로 가는 것은 좋지 않다ㅡ그는 단골 이발사가 사용할 연고 샴푸 튜브를 호주머니에 넣고, 루미놀이 든 작은 약병도 챙겼다.


젊은 시절 그는 참 호기로웠다.

허세 낭낭한 그도 이제는 나이를 먹어 교통 신호를 요령껏 무시하고 빠른 걸음으로 건너가는 젊은이들을 뒤로 한 채 모퉁이에 얌전히 서서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기를 기다린다.


…… 여섯 살부터 서른 살까지의 복장은 형형색색으로 다채로웠다. 그들의 얼굴에는 계획도 갈등도 없었다. 그저 도발적인 동시에 평온한, 감미로운 미정 상태의 얼굴이었다. 문득 자신이 얼마나 인생을 사랑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을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난간을 붙잡으며 조심스럽게 한 걸음을 내딛어 호텔 이발소로 향했다.

이발할 목적으로 시내로 외출한 것이 몇 달만인지 모르겠다.

단골 이발소에 들어서니 익숙하고 좋은 냄새가 코를 찔러 기분을 좋게 만들었지만 오랫동안 자신을 이발해주었던 단골 이발사가 관절염으로 몸져누었다는 사실은 지난 날을 더 떠올리게 만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하녀가 그를 맞아주었다.

딸은 아직 집으로 오지 않았다.

하녀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냐고 물으니 그가 말했다.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볼링을 치고, 맨 마운틴 딘과 어울려 논 다음 증기탕에서 마무리했지. 전보 온 거 없나?"

"없어요."


서재로 걸음을 옮기니 2천 권의 장서가 햇빛에 반짝였다.



망가지다 The Crack-Up


…… 그러니까 계속 뇌리를 맴돌 뿐만 아니라 우리가 갖가지 안 좋은 일에 대한 원인으로 돌리며 탓해대고, 마음이 약해질 때면 친구들에게 얘기하게 되는 종류의 타격은 갑자기 효과를 발휘하지 않는다. 한편 이와는 다른 종류의, 내부에서 오는 타격이 있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다가 그것을 자각했을 때는 너무 늦어서 손쓸 도리가 없는, 그런 종류의 타격이다. 어느 면에서는 자신이 다시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마침내 깨닫게 되는, 그런 타격이다. 첫 번째 종류의 타격으로 인한 손상은 순식간에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 두 번째 종류의 타격으로 인한 손상은 거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일어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알아차리게 된다.


10년 전만 해도 인생이란 대체로 개인적인 문제였다. 나는 노력해봤자 소용없다는 생각과, 싸우는 것은 필요하다는 생각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했다. 실패가 불가피하다는 확신과 그럼에도 '성공'하겠다는 결의 사이애서 균형을 유지해야 했고, 특히 과거의 성과가 주는 압박감과 미래의 고상한 의도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을 균형 있게 다루어야 했다.


"들어봐요! 세상은 오직 당신 눈에만 존재해요. 당신의 관념 속에 존재한다는 말이에요. 당신은 세상을 원하는 대로 크게 만들 수도 있고 작게 만들 수도 있어요. 그런데 당신은 스스로 작고 하찮은 사람이 되려 하고 있어요. 있잖아요. 만약 나에게 균열이 생긴다면, 난 세상도 나와 함께 망가지게 만들어버릴 거예요. 들어봐요! 세상은 오직 당신의 인식을 통해서만 존재해요. 그러니 균열이 생긴 것은 당신이 아니라 그랜드캐니언이라고 말하는 게 훨씬 나아요."


하루키가 몇 번이고 읽었을 정도로 애정하는 작품으로, 직접 번역하고 싶었지만 나이를 더 먹고 번역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소중히 품었다가 이번에 번역했다고 한다.

이 해설을 읽기 전에 작품을 먼저 봤기에 해설을 보며 흠칫했다.

하루키는 에세이를 쓸 때 '망가진 3부작'과 「나의 잃어버린 도시」를 염두에 두었다고 하는데 나 또한 두 작품이 인상깊어 글쓰기 노트에 꼼꼼하게 요약해놓았기에 놀랐던 것이었다.

하루키가 말한다.

헤밍웨이에게 '여성스럽다'라고 비난받은 이 에세이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여기에 숨은 단단함을 부디 맛보시길.



젊은 시절 누구보다 화려했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조용하고 적적해진 삶은 그를 우울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젤다의 신경쇠약, 가난한 형편 그리고 이제 막 날개를 달아 훨훨 나는 후배들에게 추월당하는 초조함까지 여러 요인들이 그의 불안함을 자극하고 또 자극했다.

그럼에도 펜을 놓지 않았다는 것, 그는 진정 작가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2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 책과 마주하다』


"외로운 사람들의 섬뜩하고 비상식적인 욕망…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그것’이 다가왔다."


저자, 정보라는 연세대학교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예일대학교에서 러시아 동유럽 지역학 석사,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슬라브 문학 박사를 취득했다. 대학에서 러시아와 SF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여 한국에선 아무도 모르는 작가들의 괴상하기 짝이 없는 소설들과 사랑에 빠졌다.

예일대 러시아동유럽 지역학 석사를 거쳐 인디애나대에서 러시아 문학과 폴란드 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SF와 환상문학을 쓰기도 하고 번역하기도 한다.

중편 「호(狐)」로 제3회 디지털작가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을, 단편 「씨앗」으로 제1회 SF 어워드 단편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선정되었다.




"저거 확 치어버릴까."

"야, 우리 골목으로 빠지자."

"저거 확 치어버릴까."

"야, 치어버려. CCTV 없어."


한 차에 타고 있던 두 번째 남자와 세 번째 남자, 결국 발은 가속페달 위에 올라갔다.

어두컴컴한 골목은 도무지 어디인지를 알 수 없었다.

이상하게 와이파이가 연결되지 않아 내비게이션은 연결되지 않았다.

좀전에 큰 소리가 나 차 밑을 웅크린 채 바라보았을 때 새빨간 눈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깜깜했던 밤, 그 끝에 서 있던 노인을 보고선 두 남자는 헐레벌떡 뛰었고 친구의 아파트로 향했다.


이유 없는 고통을 당한 사람은 잊지 않는다. 자신에게 고통을 주며 즐긴 사람에 대한 증오는 사라지지 않는다. 언제까지나.

죽음은 영원히 당신과 함께.

또한 당신의 원혼과 함께.


화장실에 간 두 번째 남자는 그 빨간 눈을 다시 보았고 수건걸이를 힘으로 뽑아 미친듯이 휘둘렀다.

그리고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세 번째 남자였다.

세 번째 남자도 두 번째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둘은 시체가 되었고 그는 부인을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인은 세 번째 남자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신고했다.

곧장 경찰이 도착했는데 그 집에서 나온 사람은 트렁크만 입고 머리는 헝클어진 첫 번째 남자였다.

그는 자신이 결혼하지도 않았으며 이 집에 시체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 안은 피범벅에 시체까지 있었다.

친구가 유산으로 남겨줘 이 집에서 살게 되었다는 남자는 구구절절 설명했는데 한 젊은 경찰관이 형사에게 말했다.

옆 반이었는데 고등학교 때 유명한 놈들이었다.

얌전한 아이들 괴롭히고 돈 빼앗고 심지어 성매매까지 강제로 시켰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제 그 경찰관이 네 번째 남자이다.

그리고 그의 등 뒤에서 문이 닫혔다.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또한 당신의 원혼과 함께.



극단적으로 가정해 보자면, 세상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선함과 악함으로 구분 지어져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뉴스거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신림동 등산로에서 성폭행 및 살인을 저질렀던 최윤종,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학폭 피해자라며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합의금 줄 돈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서현역에서 칼부림을 벌였던 최원종은 유족들에게 지금까지 사과 한 마디 없었다.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이 40대 여성을 납치해 초등학교에서 성폭행했다는 소식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흉악범죄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도 못한 시점에서 일부 초·중생 사이에서 플라스틱 칼 모형 완구인 당근 칼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어린이들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기는커녕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취하고 있다.


세상이 밝아졌으면 하는 바람과는 달리 더 무심해지고 더 잔인하게 변해가는 것 같아 할 말을 잃게 만드는데, 결국은 이에 맞게 변화되어야 한다.

죄를 지었으면 그에 맞는 벌을 받는 것이 당연시되어야만 이를 모방한 범죄는 물론 작고 큰 범죄들이 줄어들 것이다.

잡지였나? 책이었나? 한 문장이 문득 떠오른다.

범죄자들은 자신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 자체에 죄책감마저 느끼지 않는 이들이 대부분인데, 그런 범죄자들도 벌받는 것은 싫다고 한다.

하기야 벌받는 게 싫으니 재판에서 판사에게 반성문을 쓰고 온갖 변명으로 본인들은 변호하는 것이겠지.

피해자가 아닌 판사에게 반성문을 쓰는 것 또한 참 아이러니다.

이렇듯 법은 가해자를 위해 존재하고 세상은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추세로 흘러가는데 죄가 분명하면 응당 받아야 할 벌도 더 세게 받아야 한다.

덧붙여, 촉법소년도 폐지되어야 한다.


저자는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흔들어 놓고 있다.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읽고 있으면 섬뜩하고 소름이 오소소 돋는 것 같지만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원죄에 대한 묵직한 울림이 크게 전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