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의 네 얼굴 - 군주론 너머 진짜 마키아벨리를 만나다 한겨레지식문고 7
퀜틴 스키너 지음, 강정인.김현아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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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하면 목적만이 중요한, 수단의 정당성을 무시한, 비도덕적인, 냉철한, 피도 눈물도 없는 이라는 말이 떠오르고 마키아벨리즘 하면 도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정권을 탈취하고자 하는 집단이 지니고 있는 사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마키아벨리가 안 좋은 의미로 각인되어 있었을까? 

그 원인은 피상적으로 알려진 군주론에 있지 않을까? 군주론에서도 몇 구절, 특히 군주는 사자와 여우의 모습을 지녀야 한다는 그 말로 인해 그는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상가라는 소리를 듣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 본다. 

마키아벨리의 네 얼굴이라고 해서, 마키아벨리의 사상이 네 가지로 해석될 수 있나보다 하고 궁금해서 사 보았는데, 그건 아니고, 마키아벨리의 생애를 중심으로 네 부분으로 나누어서 설명해주고 있는 작은 문고본의 책이었다. 

젊은 시절, 외교관으로 직접 정치의 현실에 뛰어들었던 그와 메디치가가 공화정을 무너뜨리고 집권을 하자 쫓겨가서 재기를 위해 군주론을 집필한 정치사상가로서의 그와 자신이 인정받지 못하자 로마의 역사에서 자유주의 특히 공화정에 관심을 가지고 로마의 역사를 자신이 살고 있는 피렌체의 역사와 연관지어 사상을 펼쳐간 역사-정치사상가로서의 그와 메디치가의 돈으로 피렌체의 역사를 서술해간 역사가로서의 그가 이 책에 나와 있는 네 얼굴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갈공명이 자꾸 생각이 났다. 공명도 유비라는 군주를 위해서, 그 군주가 정권을 잡기 위해 온갖 방책을 내놓지 않았던가. 그 방책 중에는 도덕적인 것도 있지만, 정권을 잡기 위해 비도덕적인 수단을 써야 하는 방책도 있지 않았던가. 공명의 최우선 정책은 유비의 집권이었지, 백성의 안전이 아니었다. 물론 백성을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말이다. 그리고 공명은 유비를 위해서 최선을 방책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쯤되면 마키아벨리와 공명이 뭐가 다르지? 

한 명은 군주에게 발탁되어 자신의 정책을 펼친 성공한 사상가이고, 한 명은 결국 발탁되지 못하고 자신의 정책을 책으로만 남기게 된 실패한 사상가라는 차이가 평가에도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 하나? 그게 아니라면 왜, 공명은 그토록 긍정적인데, 마키아벨리는 부정적인 인물의 대명사가 되었지? 이런 생각만 들었다. 

이 책의 저자 퀜틴 스키너가 언급하는 마키아벨리는 공동선, 공공의 이익을 꽤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이를 개인의 이익보다 우선에 놓는 공화주의자이기 때문이다. 공화정이 어떻게 해야 유지될 수 있나를 논의하고 있다고 이 책의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마키아벨리를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단 말이지. 이 사람의 주장을 단지 군주론의 몇 구절로 파악하면 안 되고, 로마사 논고나 피렌체사를 군주론, 전술론과 함께 읽어야 한단 말이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이 때 이탈리아, 아니 피렌체의 지배자가 마키아벨리를 기용하여 그의 정책을 따랐다면 그도 지금처럼 사악한(?) 인물의 대명사가 되지 않고, 공명처럼 위대한 정책가로 이름을 날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건 내가 이 책을 잘못 읽은 건가? 

군주론, 전술론, 로마사논고, 피렌체사(이게 번역되어 있나? 그건 모르겠다) 시간을 한 번 읽어보고, 나름대로 마키아벨리란 사람 정리를 해봐야겠다. 

하지만 스키너가 정리를 워낙 잘해서인지, 읽으면서 자꾸 우리나라 정치 현실이 떠올랐고, 마키아벨리의 분석이 현재도 상당히 타당성이 있겠구나, 그의 정책을 지금도 받아들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이거 책을 잘못 읽은 건지, 잘 읽은 건지 모르겠다.  

단, 지금껏 지니고 있었던 마키아벨리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점검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마키아벨리 책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단 점에서 이 책은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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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심청을 만나다 -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는 고전 속 심리여행
신동흔.고전과출판연구모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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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마음 속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가 하나가 아니라 여럿으로 어떤 이는 인간을 사회적 관계의 총체라고 이야기 하지만, 심리학으로 접근하자면 인간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야기란 말을 서사란 말로 바꾼다. 서사, 결국 이야기란 뜻이고, 이 서사를 다시 문학이란 말로 바꾼다. 그렇다면 인간은 문학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문학으로 구성된 인간, 내 안에 있는 문학, 나를 이루고 있는 문학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내 삶을 성찰하고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그리고 이를 문학치료라고 부른다. 이 책은 이미 오래전부터 독서치료, 읽기치료, 문학치료 등으로 불리던 방법을 고전 문학 작품을 바탕으로 문학치료라 정리하고 이 분야를 개척하고 확장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장화홍련에게서는 착하기만 한 사람의 모습을, 심청에게서는 너무 일찍 어른이 된 사람의 모습을, 홍길동에게서는 피해의식을 지닌 사람의 모습을, 옹고집에게서는 자수성가한 자신만이 옳다고 하는 독선주의자의 모습을, 이춘풍에게서는 오냐오냐로만 자란 사람의 모습을, 한중록에서는 자아존중감을 잃은 사람의 비극적 모습을, 그 밖에도 여러 사람의 모습을 작품을 통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이런 설명을 들으면서 내 안에 있는 모습(이야기=서사)을 찾아낸다. 나는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는가? 나란 인간은 하나로만 규정되어 있지 않고 여러 모습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이 얽혀 있는 모습 중에 작품과 비슷한 모습을 찾으면 그 모습의 장단점을 작품을 통해서, 작중인물을 통해서 파악하고 내 삶에 적용시킨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삶을 성찰하고, 삶을 살아가게 된다고 한다. 

특히 요즘 상황과 맞물려 마음에 와닿았던 내용은 옹고집에 관한 내용이었다. 옹고집, 자수성가의 대표형, 따라서 남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고  자신만이 옳다고 하는 독선주의자. 자신의 삶이 성공적이었기에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고 관계를 맺는 일에 실패한 사람. 

이런 사람이 주변에 많지 않은가? 그렇담 이런 사람이 어떻게 해야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나?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거기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야만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찾아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굳이 많은 사람들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고전작품에는 그런 유형의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리고 이것이 고전이 현재에도 의미를 지니고 있고,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가 된다. 

우리는 고전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게 되니까. 

최근에 읽었던 "전을 범하다"를 떠올리며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있어서 좋았다. 한 작품에서 끌어낼 수 있는 이야기(서사)가 이렇게 많다니. 이렇게 다양하게 해석할 수도 있다니. 내안에 있는 이 많은 이야기들을 잘 살펴봐야지 하는 생각도 들고. 

다만 이 책이 고전 작품을 인용할 때 쓴 글자의 색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읽기가 힘들었다는 점이 아쉽다. 원문이라는 표시를 하기 위해서 그랬겠지만, 색깔이 너무 읽기에 불편했다.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는 색깔로 하던지, 아니면 그냥 글자체만 다르게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문학치료란 말이 드문드문 나오는데,  구성에서 문학치료란 목표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장들도 있었다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마음 속 상처를 치유하는 고전 속 심리여행'이란 말이 표지에 있듯이 이 책엔 내가 지니고 있을 법한 많은 이야기(서사=모습)이 나타나 있어, 이 책을 내 이야기를 비춰보는 거울로 활용하면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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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 않은 밥상 - 농부 시인의 흙냄새 물씬 나는 정직한 인생 이야기
서정홍 지음 / 우리교육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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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서정홍 씨에게는 늘 호감이 간다. 

그의 시집에서도 따뜻함을 느꼈고, 농부시인의 행복론에서도 따뜻함을 느꼈다. 

그의 책을 읽으면 그 따뜻함에 마음이 포근해진다. 

그렇다고 그가 말하는 부끄러움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부끄러움이 사람다움의 척도라면 부끄럽지 않은 밥상을 쓴 지은이에게 우리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는 말한다. 내가 살기 위해 아니 살아남기 위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생명들을 괴롭히고 죽여야 할지 생각할수록 마음이 아픕니다(42쪽)라고. 하여 우리가 먹는 밥은 곧 하늘이고, 이는 최시형의 말을 빌리자면 하늘이 하늘을 먹는 것이다. 

하늘을 먹는 행위, 그건 곧 부끄러움이 없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기 손으로 땅을 갈고 씨를 뿌려 가꿀(54쪽) 수  있어야 한다. 그 때서야 부끄러움이 없고, 서정홍 씨처럼 부끄럽지 않은 밥상을 차릴 수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많이들 땅에서 떠나 있다. 땅에서 떠나 있는 우리들은 밥상을 받을 때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밥상을 받을 때마다 부끄러움을 느끼면 내 밥상에 있는 하나하나의 것들에게 감사함을 가질 수 있다. 그 감사함이 농부에게까지, 자연에게까지 미치면 우리 사회는 조금 더 행복한 사회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요즘 차도남(차가운도시남자),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란 말이 유행하고, 이 말이 부정적인 뜻으로보다는 긍정적인 뜻으로 부러움을 담은 말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촌사람이라는 말은 어떤가? 뭔가 모르는 사람, 부족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고 상대방을 비하할 때 쓰이는 말이 아니던가. 

이 책을 읽으면서 촌스럽다. 촌사람같다는 말을 함부로 쓰면 안되겠단 생각을 했다. 촌사람, 촌스럽다는 말은 자연과 하나가 된 자신의 노동으로 자신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사람을 의미해야 하고, 이는 너무도 좋은 의미를 지닌 말이기 때문이다. 

하여 촌스럽다는 말을 비하하는 말로 쓰는 우리 사회의 풍습을 빨리 바꾸어야겠단 생각을 했다. 

그는 말한다. 

대안학교에서는... 어디 가더라도 제 앞가림을 하고 살 수 있도록 노동을 가르쳐야.. 사람은 사람과 어울려 땀 흘려 일을 하면서 참을성을 기르고,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도 넓어지고, 노동의 소중함을 까달으며 조금씩 성숙해진다고.  (240-241쪽)

가장 좋은 방법은 노동 중에서도 자연과 접하는 농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노동에서 떠난 나같은 사람들. 이런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서로 나누고 섬기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려면 틈만 나면 좋은 책을 읽거나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202쪽)  

그래 그렇다. 우리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 같지만, 사실 농촌에 있는 사람들보다도 훨씬 더 적은 사람들을 만난다. 하여 우리는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내 기준에서 이 책은 참 좋은 책이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래서 우리는 읽어야 한다. 이런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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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교육 한국교육의 새 패러다임
김명신 지음 / 동랑커뮤니케이션즈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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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교육문제하면 고르디우스의 매듭이 생각나다. 

과감하게 풀어야 할 문제라는 뜻으로가 아니라,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라는 뜻으로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많은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도무지 풀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우리나라 교육 최대의 적은 옆집 아줌마라는 말이 있겠는가? 

그만큼 내가 중심을 잡는다 하여도 날 자꾸 흔드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는 뜻이리라. 

옆집 아줌마란 말과 더불어 교육의 적이 되는 말은 엄친아, 엄친딸이 있다. 

교육을 나를 중심으로 보지 못 하고, 주변의 시선으로 보게 만드는 말들이다. 

이런 말들을 없애는 획기적인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현실에선 불가능하단 생각이 든다. 

지금에 와서 알렉산더를 기다릴 수도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매듭을 푸는 방법이 무엇일까? 

어짜피 알렉산더처럼 단 칼에 베어버리지 못 할 바에는, 천천히 시간을 두고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교육은 백년지대계란 말이 있듯이 한 번에 풀 생각을 버리고, 하나하나씩 주어진 매듭을 풀다보면 얽힌 실타래가 풀리듯 이 매듭도 풀 수 있지 않을까. 

이 매듭을 푸는 첫 실마리를 혁신교육에서 찾는다. 혁신교육을 대변하는 곳이 혁신학교라고 한다면 이미 우리는 매듭을 풀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저자는 20여년의 교육운동의 경험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혁신교육, 한국교육의 새 패러다임이라는 제목에서 어려운 교육학 책이나 철학 책을 연상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은 수필집에 가깝다. 수필집 중에서 자신의 사상이 담겨져 있는 에세이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만.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고,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고 있고, 더구나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닌, 교육과 관계가 있는 학부모들을 독자로 선정하여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그래서 자식의 교육에 관심이 있는 부모라면 지금 우리 교육의 문제와 그것의 해결점에 대해서 이 책에서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특히 부록 부분에 실린 혁신학교(혁신교육)에 관한 교육감들의 공약을 살펴서 지금 우리의 교육현실에서 이것들이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지를 살핀다면 난마처럼 얽힌 교육문제의 한 매듭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얻게 될 것이다. 

그렇다. 매듭, 처음에 보면 황당하고, 이걸 어떻게 푸나 하지만 차근차근 풀어가다보면 어느 순간 매듭은 술술 풀리게 된다. 

우리 교육도 마찬가지다. 

어렵다고만, 나하고 상관없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관심을 가지자. 그리고 요구를 하자. 또 나부터라도 실천을 하자. 이게 이 책의 주장이고, 교육을 잘 이끌어나가는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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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즘 충북대학교 인문.사회연구총서 8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 지음, 백용식 옮김 / 개신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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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아나키즘을 무정부주의라고 배웠고, 현실성을 생각하지 않는 공상주의자들이라고 배웠다. 정부없는 사회가 어떻게 가능한가 하고 말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또 아나키스트 아니 무정부주의자라고 하면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했다. 아나키즘은 정부권력에 대한 폭력을 인정하고 폭력으로써 대항하는 주의라고 들었기 때문에. 결국 기존에 아나키즘에 대해서 알고 있던 지식은 거의가 다 부정적인 쪽에 관련되어 있었다. 

그러다 신채호가 아나키스트였다는 얘기도 듣고, 톨스토이도 이 쪽에 가깝다고 하고 이런 얘기들이 들려 다시 한 번 아나키즘에 대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많은 책들이 있었고, 아나키즘에 대한 의견도 다양했다. 이 중에서 내 맘을 끄는 사람은 크로포트킨이었다. 왜 그가 내 마음을 끌었을까. 

그는 사람에 대한 사랑을 기본으로 삼고, 경쟁이나 투쟁보다는 협동(상호부조)을 중심으로 삼아서 자신의 주장을 펼쳐나가기 때문이었다. 이 사회가 적자생존이나 약육강식이니 하는 말들이 중심이 된다면 너무 살벌하지 않은가. 우리 사회의 기본이 이러한 경쟁이 아니라 협동이라고 근거를 들어 설명하는 상호부조론(난 만물은 서로 돕는다라는 번역본으로 읽었다)은 우선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이 세상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게 해주었다. 

더구나 아나키즘은 개인의 자유(자율이라는 이름이 더 좋겠다)와 평등, 그리고 연대성을 기본 원칙으로 하지 않은가. 이런 원칙들은 우리 삶에서 기본을 이루는 요소인데, 이런 사상을 비현실적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지 않을까. 

아나키즘 사상을 읽으면서 라이프니츠의 단자와 인간은 흙으로 빚었다는 옛이야기이가 떠올랐다. 라이프니츠의 단자는 개체로 완전한 존재여서 다른 존재와 교류를 하지 않는 창(문)이 없는 단자(모나드) 였다면 아나키즘에서는 개인의 존재를 온전히 인정하되 개인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의 다른 사람들과 연계되어 나가는 존재로 설명이 되어진다. 즉 상대방을 향해 창이 늘 열려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개인의 제한없고 완전한 자유를 인정한다. 개인을 위해 우리는 모든 자질의 자유로운 발전과 존재의 완전성을 원한다. 223 
행동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행동할 의무를 갖는다. ... 생명은 확산될 때에만 보존된다. ... 강해지도록 해라. 그대의 열정과 지성의 에너지가 용솟음치게 하라. 그 때 그대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성, 사랑, 활력을 나누어 줄 수 있을 것이다. 228 ) 

이것이 진흙으로 인간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 계기이다. 진흙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나란 완전한 존재도 다른 또 하나의 완전한 존재와 교류하면서 나 자신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고, 상대로 변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얼마나 좋은 사상인가?  

그리고 아나키즘이 폭력적이다,단지 파괴만 할 뿐이다는 주장에 대해 크로포트킨은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파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또한 창조의 능력을 보여야 합니다. 52   혁명에서 파괴는 혁명가의 업무 중 일부일 뿐입니다. 그 외에도 혁명가는 새로 건설해야 합니다.61 ... 이렇듯 아나키즘은 파괴를 목적으로 삼는 사상이 아니다. 

그럼 국가를 부정하는 신자유주의와는 어떻게 다르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신자유주의는 경쟁을 통해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사상으로 형벌, 도덕교육을 강조하고, 상호부조를 부정한다. 따라서 이들은 분배의 문제를 자신들의 사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즉 능력있는 소수가 능력없는 소수 때문에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크로포트킨으로 대변되는 아나키즘은 형벌이나 국가주도의 도덕교육을 반대하고, 상호부조를 강조하고 있으며 따라서 분배의 문제를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모든 사회구성원들의 생존을 위한 물질적 보장이 사회주의 혁명의 제1행동이 되어야 합니다.37  ... 모든 사람을 먹이고, 모든 이에게 주거를 제공하는 것, 현학적으로 말하면 분배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생산은 분배의 필요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62)  

이들은 능력있는 소수를 위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며 우리 모두가 행복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인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조금만 들어가면 이들은 저 끝에서 저 끝으로 나뉘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아나키즘은 꿈에 불과하지 않고, 우리가 꿈꿀 수 있는 세상이라고, 그런 세상을 향해 한 발 움직인다면 이미 세상은 좋은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크로포트킨의 책을 읽으면서 아나키즘은 단지 망상이 아니라 현실가능성이 있는 사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이 책의 보론, ,아나키즘 르네상스 또한 아나키즘에 대해서 잘 요약 설명해주고 있어 아나키즘을 개관하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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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온 기억할 만한 구절들... 

인간의 지혜가 소수에 의해 주입된 개념들로부터 해방되는 정도에 따라, 인간의 지혜가 노예적 과거가 채운 족쇄를 걸어버리는 정도에 따라, 사회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만들어집니다.21 

모든 형식과 가능한 수준에서 모든 가능한 목표를 갖는 그런 사회는 자발적인 연합의 최대의 발전을, 이와 더불어 개인의 가장 완전한 발전을 추구해야 합니다. 22 

국가의 폐지 개인의 완전한 자유의 성취, 자발적 협약, 완전히 자유로운 조합과 조합연방 결성의 방법을 통해 우리 사회의 유산을 함께 지배하며 모든 부를 함께 생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40 

자유로운 협약을 옹호합니다. 그러면서 그것과 더불어 아나키즘은 사회적 관습의 고귀한 정수를 지지하고 확장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 인간 혹은 동물 사회에서 일정한 도덕적 수준이 어떤 수단을 통해 유지되는가의 문제를 제기할 때... 반사회적인 행위의 억압과 형벌, 도덕교육, 생활에 폭넓은 상호부조의 적용입니다. ... 형벌의 무용성은 현대사회가 처한 흉악한 상황에 의해, 혹은 혁명의 불가피성에 의해 증명되고 있습니다. 53 

도덕교육은... 다른 비도덕적 교육, 즉 현존하는 국가제도로부터 나오는 교육이 그 힘을 방해하지 않는 경우에만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55 

과거에 발전과 진보의 요소로 혹은 인류의 도덕교육과 지식교육의 무기로 사용되었던 모든 것은 상호부조 원리의 실천으로부터, 그리고 사람들 사이의 평등을 인정하고, 서로 연합하고, 생산과 소비를 위해 단결하고, 공동의 방어를 위해 조합을 결성하고, 그들 사이에 발생한 분쟁의 해결을 위해 중재자에게 요청하던 관습으로부터 유래하였습니다. 56 

평화를 강요하는 것은 이익보다 손해가 훨씬 크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여 대립하는 것들은 강제로 결합되어, 단일한 질서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개개인들과 작은 유기체들은 그들을 삼키는 거대하고 단일한, 무채색과 무생명인 전체의 희생이 된다. 102 

정치와 경제 문제에 대한 우리의 모든 논의 의 토대에는 도덕 문제가 놓여있습니다. 150 

도덕의 세 구성부분... 사회성의 본능... 정의에 대한 개념... 헌신, 혹은 자기희생, 이타주의, 관용이라 부르는 감정 164 

상호신뢰가 없다면 투쟁은 불가능하게 되고, 용기, 주도권, 연대가 없다면 승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209 

우리의 도덕심은 후각이나 촉각처럼 전적으로 타고난 능력이다. 211 

상호관계에서의 평등과 이로부터 나오는 연대성, 이 둘은 존재를 위한 투쟁에서 동물세계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평등, 이것은 정의다. ... 정의와 동의어인 평등은 아나키즘의 본질을 이룬다. 213 

정말로 많은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삶속에 이성, 감정, 의지가 동시에 풍부하게 존재해야 한다.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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