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호다.


  노숙인의 자활을 돕는 잡지가 300호까지 냈다. 앞으로도 그런 역할을 잘하리라 믿지만, 빅이슈가 다른 역할을 할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노숙인들이 모두 자활에 성공해서, 빅이슈가 이제는 그들이 판매해서 수익으로 살아가는 잡지가 아니라, 노숙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읽으면서 즐길 수 있는 그런 잡지가 되기를...


  편집자의 말에서 이 잡지에 실린 내용들이 어떨까 고민하기도 한다고 하는데, 노숙인을 돕는다는 취지가 사라져도 잡지 자체만으로 읽힐 수 있는 그런 잡지라는 생각을 한다.


내용이 알차다는, 그동안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분야에 대해서, 또 모르고 있던 분야, 그냥 지나쳤던 분야에 대해서 이 잡지를 통해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쪽에 고정되어 있던 내 삶의 경험을 이 잡지를 통해서 다양한 방면으로 넓힐 수 있어서 좋다고나 할까.


300호 표지를 둘리가 장식했다. 둘리도 우리에게 온 지 벌써 40년이라고 한다. 장년의 나이가 된 둘리. 그렇다면 고길동은? 할아버지가 되어 있어야 한다.


둘리 영화가 다시 상영이 된다고 하는데, 영화는 1996년에 개봉되었다고 하니 26여 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그때 아이였던 사람들이 이제는 중장년이 되어 둘리를 만나게 된다.


그때 가졌던 감정들을 되살리면서 새로운 감정을 지니게 될 수 있는 기회가 될텐데...이는 과거의 것들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한다.


사라진 것처럼 보였던 과거가 어느 순간 내 눈 앞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음을, 그렇게 우리의 삶은 과거를 완전히 떠나지 못함을 생각하게 한다.


이번 호에서 다룬 내용 중에 이렇게 과거를 생각하게 하는 글들이 있었다. 사라진 것, 사라질 것들에 대한 생각들.


하지만 사라졌다고 우리 기억 속에서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것들은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다. 남아서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현재에 나타날 수도 있다.


그것이 바로 삶이므로.


빅이슈 300호 발간을 축하한다. 앞으로도 빅이슈가 굳건하게 살아남아 과거의 잡지가 되지 않고 미래를 현재에 가져오는 현재의 잡지로 우리에게 다가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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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6-13 0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녹색평로에 이어, 또 이렇게 묵직하게 중요한 잡지를 소개해주시네요.
챙겨 읽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못하겠지만,
지나치진 않도록 노력해야겠어요

그런데 둘리는 의외입니다.
저는 둘리 나이가 한 50살은 된 줄 알았어요.

우리나라 문화 컨텐츠 별로 없던 시절, 그리고 어린이 만화가 귀하던 저 옛날 옛적부터 있었던 거라고 착각할 뻔 했네요^^;;; 젊네요. 둘리 ㅎ

kinye91 2023-06-13 10:54   좋아요 1 | URL
정기 구독을 하지 않더라도 가끔 빅이슈 판매원을 보면 한 권씩 사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분들의 자활을 돕는 잡지니까요.

저도 둘리 생각하면 꽤 나이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둘리가 1983년에 연재되기 시작했다니까, 그렇게 나이가 많지는 않아요. 물론 아이들에게는 아주 오래 된 캐릭터겠지만 말이에요.,
 

  최근 [빅이슈]를 보면 유튜브에 관한 글이 계속 실리고 있다. 그만큼 유튜브가 생활에 깊게 들어왔다고 할 수 있다.


  너무도 많은 유튜브 채널들. 그 중에서 그래도 볼 만한 채널을 소개해 주고 있어서 좋다고나 할까.


  이번 호에서는 표지에 웹툰 '가비지 타임'이 실렸다. 애니메이션 영화 '슬램덩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농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는데...


  영화 '슬램덩크'보다 먼저 연재되기 시작한 웹툰이다. 단행본으로도 나올 것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가비지 타임'이라는 말에 주목하고 싶다. 경기를 포기할 때, 더이상 뒤집기 힘들다고 생각할 때를 가리키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농구 경기를 많이 치르다보면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경기가 생길 수 있고, 이 '가비지 타임'이라는 말이 적절할 수도 있지만...


인생은 단 한 번이다. 어떤 인생에도 '가비지 타임'은 없다. 비록 지금 포기하고 싶은 상황이라도, 인생은 포기하면 안 된다. 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일. 그래서 인생에서 '가비지 타임'은 없다. [빅이슈]가 어쩌면 삶에서 '가비지 타임'은 없다는 것을 잘 알려주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여기가 끝이라고 느껴질 때 거기서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게 해주는 역할, [빅이슈]가 하고 있다. 


잡지 판매뿐이 아니라 잡지의 내용을 통해서 '가비지 타임'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빅이슈]를 읽을 때 편안함과 행복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가비지 타임'을 없애는 역할을 사회가 해야 하지 않을까? 누구도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패자부활전이 없는 나라라는 말이 사라진, 인생에서 '가비지 타임'이 없는 사회를 꿈꿔본다. 이것이 그냥 백일몽이 아닌, 장차 실현가능한 꿈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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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사진과 빅이슈 그리고 홈리스


  '홈리스 월드컵' 처음 들어봤다. 빅이슈 덕이다. 이런 경기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니... 그만큼 내세계에 갇혀 있었다는 얘기다.


  올림픽이 끝난 다음에 열리는 패럴림픽은 알고 있었는데, 홈리스 월드컵이라니... 그것도 매해 열린다니.


  영화 '드림'을 소개하는 글이 빅이슈 여기저기에 실렸는데, 왜 그랬나 했더니, 영화 '드림'이 홈리스 월드컵에 바탕을 두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참가한 2010년 대회.


대회 참가 목적이 우승이 아니다. 참여하면서 자신들이 할 수 있음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온마음으로 느낄 수 있고, 또 삶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거창한 목적을 달지 않아도 좋겠다. 그냥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월드컵을 홈리스들도 즐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됐다. 그들이 축구를 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고, 또 그들만의 세계 대회를 갖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니 홈리스 월드컵이란 대회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가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 홈리스들도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고.


여기서 생각해 본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고 했다. 인종, 성별, 경제적 차이, 신체 등에 의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이 당연한 명제가 당연하지 않게 여겨지는 사회는 문제가 있다. 아직도 장애인들이 지하철 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고 시위를 하고 있는 현실이 생각났다. 


요즘은 언론에서도 잘 다뤄주지 않지만, 이들은 한 해가 넘도록 자신들도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들의 요청에 답을 하지 않고 있는 관련기관이 답답하기만 한데...


홈리스 월드컵도 마찬가지다. 홈리스들은 경제적으로 참가비를 마련하기 힘들다. 참가비만이 문제가 아니다. 외국에서 대회가 열리니, 교통비도 마련해야 한다. 많은 돈이 들어가는 대회, 홈리스 월드컵이지만 현실적으로 경비는 무시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경비 문제로 고민하지 않고 참가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 홈리스 월드컵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할 수 있다. 


홈리스 월드컵은 한 해에 한 번 열리는 특별한 행사다. 이런 행사가 아니라 장애인들이 출퇴근을 하고 직장에 다니는 일은 늘상 해야 하는 일이다. 보통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보통이 특별이 되지 않는가.


보통이 보통이게 하기 위해서는 제도가, 시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뒷받침은 사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 사회의 의무다. 이 의무를 방기하고 있는 기관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휠체어를 탄 사람이 연극을 보러 대학로에 간다고 하자. 수많은 소극장들이 있는 서울 대학로. 하지만 소극장들은 3층 이상에 있거나 지하에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소극장이 별로 없다는 것.


즉, 휠체어를 탄 사람은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고 싶어도 (대형 공연장이 아닌 소극장들에서 하는, 우리가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격에 자주 접할 수 있는)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홈리스 월드컵처럼 참가비용 때문에 참가하기 힘들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과 비슷하다.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제도, 시설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보통이 특별이 되지 않게.


영화는 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빅이슈를 통해서 홈리스들이 꽤 오랫동안 대회에 참여해왔음을 알게 되었다. 좀더 관심이 생겼다고나 할까.


이번 호에는 그때 직접 선수로 참여했던 빅판의 이야기와, 감독으로 참여했던 사람, 그리고 영화를 만든 감독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영화를 본 사람이 이번 호를 읽는다면 영화와는 또다른 무엇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같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글을 통해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으니.


그래서 영화 '드림'은 영화로 끝나서는 안 된다. 빅이슈가 홈리스의 자립만을 위한 잡지가 아니라 우리 보통 사람들을 위한 잡지이듯이...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낮은 시선에서 살펴볼 줄 알아야 하겠다. 높은 곳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낮은 곳을 볼 수 있는 눈, 그런 눈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 '드림'이었으면 좋겠다. 잡지 [빅이슈]가 그런 눈을 지니게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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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man 2023-05-12 15: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영화를 봤는데, 감동적 실화와 별개로 정작 영화는 별로였어요..
 

  이번 호에는 영화 관련 글이 많다.


  드라마도 영화 관련 작품에 포함을 시키면 표지 화면을 장식한 공찬이 출연한 드라마부터, <사랑의 고고학>이라는 영화에 출연한 옥자연에 대한 글, 그리고 <라이스보이 슬립스>의 감독이자 출연자인 앤소니 심 감독 이야기까지.


  영화(드라마)가 소설과 비슷하게 우리에게 다른 인생을 경험하게 해주고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영화에 관한 글들은 삶에 대한 글이라고 할 수 있다.


  배우란 직업은 자신의 삶과 작품 속의 삶을 각자 살아가기도 하고, 함께 살아가기도 하는 사람이니까,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삶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영화에 관한 글들을 읽으면서 평소 하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은데, [빅이슈]를 읽으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내가 만나거나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만난다는 점에서 좋다.


이번 호에서 특히 생각할 글은 바로 말에 대한 정문정의 글이다. <정문정의 말빨글빨>이란 꼭지에 실린 글. 제목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품위를 지켜내는 비폭력 언어'(36쪽)다.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요즘이다. 그 누구가 내뱉은 말들이 국제 관계에 영향을 주는 모습을 요즘 보고 있는데, 국제 관계뿐만이 아니라 국내 관계에서도 이 말들이 숱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자신의 말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지니는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한 말하기를 하는 사람. 그 사람의 말하기가 여과 없이 방송을 통해서 나오고 있으니... 사회 전체가 비폭력 언어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지 않나 싶다.


많은 말이 있지만 4.19혁명을 기리는 기념식에 참석해서 한 말은 비폭력 대화가 아니라 폭력 대화임을 생각하게 되는데...


'4.19혁명 열사가 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당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라는 말과 '독재와 폭력과 돈에 의한 매수로 도전을 받을 수도 있다'는 발언은 특정 정치인과 특정 정당을 지칭하고 있다고 사람들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대통령의 4.19 기념식 발언은 조금만 검색해도 찾을 수 있다)


정치란 한 당과 대통령과 그 측근들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치는 새의 날개처럼 좌우가 모두 있어야 한다. 좌우를 아우르는 몸통 역할을 행정부, 특히 대통령이 해야 한다. 자신이 날개 자리로 가면 안 된다.


날개 자리로 가지 않고 몸통을 지키는 대통령의 말하기가 바로 '비폭력 대화'일텐데, 상대를 사기꾼, 폭력. 돈으로 매수하려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면 그것은 날개 자리로 자신을 옮기고, 그 날개만을 키우려는 말하기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다.


한쪽만 키우는 말하기, 이는 몸통이 없는 비대칭 날개만이 있는 새를 생각해 보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그 새가 날 수 있을까? 얼마 날지 못하고 추락하고 만다.


정치에서 비폭력 대화가 아닌 '폭력 대화'가 난무하면 정치는 날개는 있지만, 비대칭 날개를 지니고 균형을 지닌 몸통이 없는 정치가 되어버려,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가 없게 된다. 이것이 오히려 본인이 비판한 '독재와 전체주의 체제가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쓴다고 해도 이것은 가짜 민주주의입니다'에 해당하지 않을까. 왜 그 점을 생각하지 않을까.


그러니 이런 연설문을 보면 정문정이 한 이 말이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싸울 때조차 상대를 존중하는 법, 상대와 나의 존엄을 지키면서 우아하게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는 법은 누구나 배우고 익혀서 써먹을 수 있는 교양입니다'(41쪽)라고 했다. 이 정도 교양을 행정부 수반이라는 직책을 맡은 사람이 지니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적어도 행정부 수반이라면, 한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면 정치를 하는 다른 정당, 정치인을 존중해야 한다. 또한 다른 나라를 자극하는 발언을 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도 '비폭력 대화'를 실천해야 하는 자리가 바로 행정부 수반이라는 자리다. 자신이 날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몸통이 되는 것. 


몸통의 자리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비폭력 대화' 아니겠는가. 이 비폭력 대화를 실천할 때 정치권도 안정이 되고, 국제 정치에서 우리나라의 처지도 안정이 될 수 있다. 굳이 애써서 몸통에서 벗어나 날개 자리고 가서 추락의 위험을 자초할 필요가 있을까? 


[빅이슈] 297호를 읽으며 한 생각이다. 영화만 잘 봐도, 감정이입을 할테니, 비폭력 대화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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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호는 신기하게 편집장의 글이 없다. 잘못됐나 하고 찾아보아도 목차에 없으니, 편집장의 글은 생략했나 보다. 작은 변화라고 해야 하나?


  어지러운 세상에 밝은 내용이 실려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 물론 재개발로 인해 쫓겨가는 사람들 이야기도 있지만, 그럼에도 세상은 희망이 있음을...


  김연수 소설 제목처럼 '이토록 평범한 미래'가 있으므로, 우리는 살아갈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시골살이에 대한 글도 있는데, 이상한 기후로 인해서 몸이 적응하지 못하는 상태.


인간이 자연을 얼마나 망쳐놓았는지, 기후의 변화로 체감하게 된다. 3월에는 초여름과 같은 날씨가 되어 꽃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빨리 피고 지더니, 4월이 되니, 쌀쌀해진다. 본래 날씨가 어떤 날씨였는지 잊어버릴 지경.


이럴 때 시골살이를 하는 사람들은 자연을 거스리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안분지족(安分知足)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욕심부리지 않고 흐름대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남의 것을 더 독차지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겠지. 빈부격차가 벌어지는 대신, 서로가 서로에게 베푸는 삶을 살아가겠지.


이번 호에 실린 빅판의 이야기를 보면 돈이 잘 벌릴 때 주변에 와서 결국 그 돈을 다 날리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남과 더불어 사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남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일이 없어야겠지. 그래서 시골살이에 대한 글들을 읽으며 마음이 편안해진다. 욕심을 내려놓게 된다.


여기에 여성 홈리스들이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하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글을 보면서, 재개발로 쫓겨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재개발로 그들이 살 집을 마련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첫번째 글에 빅판들이 전철역에서 활발하게 판매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글을 읽으면서, 그렇게 되는 날들이 왔으면 좋겠다. 음식점 앞에서 권력자에게 아부하려 주욱 도열해 있는 모습이 아니라, 빅이슈를 사기 위해 빅판 곁에 사람들이 있는 모습. 그런 모습을 보고 싶다.


배민영의 글로 마무리한다.


'나는 [빅이슈]만이 만들 수 있는 지하철역 앞 풍경이 다시 펼쳐지기를 소망한다.'(12쪽) 그래, 권력자의 곁에 어떻게든 서 있으려고 하는 모습 말고, [빅이슈]를 사기 위해, 또는 빅이슈 판매원과 함께 하기 위해 곁에 서 있는 모습.


온라인도 좋지만 오프라인에서 직접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빅이슈]를 주고 받는 모습. 그런 모습이 올해는 펼쳐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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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길을묻다 2023-04-11 1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빅이슈를 읽는 것 만으로도 누군가에게 베푸는 일입니다

kinye91 2023-04-11 10:52   좋아요 0 | URL
빅이슈를 읽는 일이 누군가에게 베푼다고 해주시니 마음에 위안이 됩니다. 받는 삶과 베푸는 삶이 조화를 이루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