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인 저자는 종교개혁과 관련된 몇 가지 주장들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한다. 그리고 그 내용은 종교개혁을 신화화하고 있었던 개신교인들에게는 자못 충격적인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가장 먼저 지적하는 건 종교개혁으로 신앙의 부흥이 일어난 적이 없다는 것. 여기에서는 종교개혁 당시 개신교로 넘어온 많은 지역들은, 실은 그 지역의 통치자들의 정치적인 결단이 큰 영향을 끼쳤으며, 일반 신자들의 경우 신앙심이 특별히 강해진 적이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가톨릭교회와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지역의 경우 개신교를 선택하면서 교회가 가지고 있던 힘과 재산을 차압할 수 있었던 유인책이 있었다는 말이다(반대로 이미 자국의 교회에 대한 영향력이 강했던 나라들―대표적으로 프랑스나 스페인 같은―은 굳이 개신교로 넘어갈 필요가 없었다는).
반면 당시 일반 대중들은 가톨릭에도 개신교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건 당시 교회를 방문한 사람들이 남긴 기록을 통해서 입증되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당시 민중들의 불경건함, 비어 있는 예배당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소동들에 관해 남긴다. 물론 이것이 일반적인 상황이었는가, 과장의 여지는 없었는지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2장에선 종교개혁의 결과로 탄생한 다양한 국교회들이 오히려 개신교의 부흥과 발전에 걸림돌이 되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루터교와 성공회는 처음부터 국교회의 성격이 확고했는데, 이는 비국교도에 대한 핍박뿐만 아니라, 독점적 위치에 있으면서 변화와 발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도록 만들었다는 것. 또, 오늘날의 세속화된 세상에서 여전히 국가 공무원이나 국가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는 국교회는 오히려 교회다움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무신론자가 교회 관련 부처의 수장이 되거나, 심지어 세속철학에 근거해 수정된 교리를 국가차원에서 결정하는 식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3장에서는 민족주의의 탄생에, 4장에서는 자본주의의 발명에, 5장과 6장에서는 과학혁명과 개인주의의 출현에 종교개혁이 끼쳤다고 주장되는 과장된 내용에 대한 반박이 실려 있다. 자본주의나 과학혁명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면, 수세기에 걸쳐 조금씩 발전해 온 결과물이다. 당연히 종교개혁이 일어나기 오래 전부터 이미 그 변화는 시작되어 왔다는 것.
마지막 7장과 8장은 교회의 성장과 관련된 주제다. 흔히 세속화는 교회와 신앙의 적인 것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유럽의 많은 교회들이 비어가고, 기독교가 곧 소멸할 거라는 예상이 많이 떠돌고 있지만, 실제 사회학적 통계에 따르면 오히려 종교인구, 그 중에서도 기독교인구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는 것.
또, 개신교와 가톨릭의 분열이 오히려 서로를 경쟁시켜 더 열정적으로 신자를 확보하도록 만들었다는 주장도 흥미롭다. 반면 국교회가 지배적 종교인 나라들에서는 종교적 열정이 떨어지고 있는데, 우리가 흔히 듣는 유럽의 비어있는 교회, 술집과 클럽으로 변하는 교회가 다 그런 것들이라는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