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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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미친 듯이 이 책을 읽고 싶어서 집 근처의 교보 문고로 뛰어가서 구매했었다. 이제 다 읽었다. 도서관에서 계속 책을 대여하다 보니 잠시 늦어졌다. 항상 구매한 책과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 중에 무엇을 읽을지 고민을 한다. 누군가 이렇게 물어볼 수 있겠다.


"집에 읽을 책이 있다면, 왜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나? 집에서 편하게 사놓은 책을 읽으면 되지?"


맞는 말이다. 그런데, 난 주말마다 운동 삼아서 도서관에 간다. 운동이 핑계일지 모른다. 그냥 주말 오전에 도서관까지 걸어가서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도서관 내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좋다. 암튼 도서관을 간다. 도서관에서 서고를 구경하다 보면 대여를 안 할 수가 없다. 안 읽은 책이 무수하게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몇 권을 안 가져올 수 있겠는가? 일단,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반납을 해야 하기 때문에 도서관을 또 가야 한다. 결국,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은 집에 항상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도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이 4 권이 있지만, 모두 제쳐두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었다. 4 권 중에 2 권은 읽을 수 있고, 나머지는 연장할 생각이다. 


이 책은 정치가로서 인생을 마무리하고, 다시 자유인, 작가로 돌아온 유시민이 쓴 책이다. 나는 그를 좋아한다. 그의 지식, 명석한 사고력, 토론할 때의 모습, 그가 쓴 글을 좋아한다. 정치가로서 그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왔을 때 그를 지지했다. 어처구니없는 토목 공사 계획으로 사람들의 표를 얻은 김문수에게 졌을 때 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정치에 대한 혐오감이 얼마 동안 지속이 되었던 거 같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지나온 길과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글의 내용이 수준이 높다고 생각한다. 핵심을 이해하기 쉽게 잘 전달하면서 글이 가볍지 않다. 그의 글 쓰는 스타일과 전개 방식을 배우고 싶다. 


'닥치는 대로' 산 것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다른 사람이나 세상을 원망할 수 없다. 세상은 제 갈 길을 가고, 사람들은 또 저마다 자기 삶을 살 뿐이다. 세상이, 다른 사람이 내 생각과 소망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배려해준다면 고맙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세상을 비난하고 남을 원망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소극적 선택도 선택인 만큼, 성공이든 실패든 내 인생은 내 책임이다. 그 책임을 타인과 세상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 삶의 존엄과 인생의 품격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P.37)



내 책임을 타인과 세상에 떠넘겨서는 안된다고 말하면서 저자는 불합리와 부조리에 도전해서 젊은 시절부터 싸워왔다. 민주화 운동, 국회의원, 진보 정당 가입 등의 약력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이 모든 것을 좋아해서 아니면 불타는 정의감에 한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견디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주는 제도와 관습, 문화는 바로잡아야 한다. 이것은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고치지 않으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도와 관습, 문화를 바꾸려면 '투쟁'해야 한다. '투쟁'하는 데는 비용이 든다. '투쟁'하면서 즐거울 수도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그 '투쟁'이 성공하면 혜택은 모두가 함께 누리지만, 드는 비용과 스트레스는 내가 감당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P.87)



그는 왜 투쟁을 했을까? 

바로 그는 자신이 이야기하는 생물학적 접근법으로 정의한 진보주의자이기 때문이다. 진보주의와 보수 주의를 구분하는 여러 가지 접근법이 있다고 한다. 자본주의를 타파 또는 극복하는 것이 진보라는 체제론적 접근법이 있고, 진보를 불합리한 제도와 물질의 결핍, 낡은 사고방식에서 해방시켜 자유로운 존재로서 행복을 추구하게 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철학적 접근법이 있다.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생물학적 접근법으로 진보주의를 바라보면 진보주의는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타인의 복지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자원의 많은 부분을 내놓는 자발성을 의미한다고 한다. 여기에서 사적 자원이 꼭 경제적인, 물질적인 것만은 아니다. 


갑자기 내가 진보주의자 인가 의문이 생겼다. 나는 복지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투표 참여나 정치적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내국인의 이익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이다. 전쟁에 반대하지만, 부국강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성과 장애인 등 소수자의 권익 보호에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과도한 주장에 반감도 있다. 국가와 사회의 책임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책임도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검찰 개혁은 필요하다. 사형 제도는 필요하다. 통일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보면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닌 나는 대체 뭔가라는 생각이 든다. 진보에 조금 더 가깝다고 나름대로 생각은 한다. 그런데, 내가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진보와 보수가 아니고, 정의, 상식 그리고 양심이다. 미국산 쇠고기, 4대강 운하, 세월호, 국정 농단, 검찰 개혁 등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사안들에 대해서 이 기준에 맞추어 생각했다. 


저자는 나이가 들면서 현실적으로 무엇을 준비할지, 어떻게 노후를 마주할지, 죽음을 앞두고 무엇을 할지에 대해 비교적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죽는 그날까지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는 그의 말에 깊은 공감을 한다. 나 혼자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취미가 있고, 어느 정도 경제적 어려움이 없도록 일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고, 사회를 외면하지 말고, 사회 공동체 속에 있음을 인식하고 살아야 한다는 점은 인생 후반부로 접어들고 있는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듣고 나면, 너무 당연한 내용이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미처 정리를 못한 내 생각에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그가 원하는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이 어찌 보면 그의 모든 생각의 집대성이 아닐까 싶다. 


오늘날 흔히 보는 조문과 장례식은 떠난 이의 명복을 비는 행사인 동시에 상실감에 빠진 유족을 위로하는 자리이다. 그러나 내가 알지 못하는 내 아이들의 친구나 거래처 직원들이 내 장례식에 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 삶의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들과도 그렇게 작별하고 싶지는 않다. 웃는 얼굴로 말을 건네며 함께 삶의 구비를 걸어왔던 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싶다. 흥겨운 파티를 열어 즐겁게 작별하고 싶다. 내 삶과 죽음을 애통함이 아니라 유쾌한 기억으로 남게 하고 싶다. (P. 333)



그의 글 중에 인용하고 싶은 많은 부분이 있다. 하지만,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 못한 분들이 직접 읽으면서 찾아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이것 하나만을 기억하면 좋겠다.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2019.11.7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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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빠져 죽지 않기 - 로쟈의 책읽기 2012-2018
이현우 지음 / 교유서가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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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동안 약 173 권의 책을 읽었다. 아니 약 173 권의 책에 대해 쓴 서평을 읽었다. 


혹시 알라딘 명예의 전당에 오른 알라딘 서재인 '료자의 저공비행'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서재의 주인이 바로 이현우 님이다. 내가 읽은 <책에 빠져 죽지 않기> 저자이다. 료자가 무슨 뜻인지 항상 궁금했는데, <죄와 벌>에 나오는 주인공의 애칭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저자에게 직접 팩트 체크를 한 것은 아니다.


<책에 빠져 죽지 않기>는 저자가 읽은 책에 대한 서평을 모은 책이다. 정확하게 센 것은 모르겠지만, 약 173 권의 서평이 담겨 있다. 저자는 비평은 어떤 책을 이미 읽은 독자를 상대하지만, 서평은 아직 읽지 않은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알려준다. 내가 읽은 책을 보았을 때는 반가움을 느꼈고, 읽지 않은 책을 보았을 때는 보관함에 넣었다. 물론, 관심 있는 주제를 다룬 책 위주로 선택을 했다. 

우리가 현실에서 외면하고 있는 정말 많은 문제가 있다. 현실에서 살아가기 위해 어디까지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지 의문이 들었다. 과연 이 많은 문제(불평등, 차별, 자연 파괴, 교육, 복지, 정치, 시민, 개혁 등)을 각 개인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는가? 책을 읽는다고 달라질까? 책을 읽는 내내 자신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다.  


서평의 부상은 비평의 쇠퇴의 이면이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는 독자라 하더라도 해마다 읽은 책보다 읽지 않은 책의 수가 훨씬 더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독서 현실이다. 점점 많은 책에 대해 우리는 '읽지 않은 독자'가 될 수밖에 없다. 책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지만 우리의 독서량은 산술급수적으로만 늘어날 뿐이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최대한 가려서 읽되,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가늠해두는 편이 최선일 것이다. 서평은 바로 그런 필요에 대응한다. (P.09)


나는 책 리뷰를 쓰면서 한 번도 비평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혹시 내가 쓴 것도 서평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고민한 적이 있다. 내가 쓴 책 리뷰가 누군가에게 책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면, 서평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서평을 쓰는 목적을 저자는 자기만족이라고 하는데, 격하게 공감한다. 이제까지 255 편의 리뷰를 썼고, 이 달의 리뷰로 3번 정도 뽑혀서 적립금을 받았지만 모두 다시 책을 사는데 썼다. 앞으로 대중적으로 유명해질 리는 없고, 수익도 창출하기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도 난 책 리뷰를 쓴다. 왜 쓸까? 그냥 자기만족이다. 


이 사회에서 자칭 전문가, 지식인 등이라고 떠들면서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배울 만큼 배우고, 책도 많이 읽었지만, 그들의 언행은 정의와 진실과 멀다. 검찰 개혁을 반대하는 검사, 이런 검사에게 기사 받아서 팩트 체크 하나도 안 하고, 거짓 기사를 쓰는 언론인,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을 생각해서 정의와 진실을 외면하는 국회의원 등이 존재한다. 항상 왜 그럴까 고민했는데, 이에 대한 답을 플라톤이 제시한다.


플라톤에 따르면 노예는 '주인에게 아첨하고 자비를 구하는 기술'을 터득하느라 영혼이 쪼그라든다. 그래서 도덕적으로 성장할 수 없고, 고귀한 감정도 가질 수 없다. "그리하여 젋은 시절부터 노예가 된 이들은 정의와 진실을 추구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으며, 쉽게 거짓말을 하고 모욕을 주고받는다. 결국 어린 시절을 지나 성인이 되고 전문가와 현자가 되었다고 믿는 그 순간, 건강한 생각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 (P.122)


여기에서 '주인'은 누굴까? 주인은 사람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큰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는 모든 활동을 무익한 것으로 치부하는 '지배적 유용성'을 뜻한다고 한다. 자기의 기득권, 권력, 재산 등을 지키기 위해 정의와 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이런 자들이 결국 노예이다.


요즘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여행 관련 서적도 많고, 정보도 많다. 그런데, 꼭 여행을 가야만 좋을까? 개인적인 경험을 하나 공유하고자 한다. 

이순신 장군님이 충청병마절도사의 군관으로 부임한 해미읍성을 방문한 적이 있다. 충청남도 서산에 위치한 읍내에 있는 성이다. 이곳에 가면, 평평하고 넓은 돌이 하나 있다. 그리고, 그 앞으로 조그만 개천이 하나 흐른다. 평범하게 보이는 이 돌이 바로 천주교도 처형장이었다. 약 1,800명의 천주교도가 이곳에서 참수를 당했다. 이곳을 일부러 찾아서 본 것은 미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을 읽었기 때문이다. 책을 안 읽었다면,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보고 난 느낌은? 글쎄,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다. 


방콕 여행자의 상징적 인물이 바로 철학자 칸트인데, 알다시피 그는 단 한 번도 고향 쾨니히스베르크를 떠난 적이 없지만, 각종 여행담의 열혈 독자였다. 그가 여행할 시간을 내지 못한 것은 역설적으로 더 많은 나라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P.584)


요즘 한기총 전광훈 씨의 행실에 대해 말이 많다. 개인적으로 기독교를 이용해 먹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생각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개독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이게 과연 기독교의 정신인가? 하나님을 믿는 나 자신도 기독교에 대한 자괴감이 들 때 이 책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서평을 읽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표현하는 많은 말들이 있다. "청빈과 평화의 수도자이며 모든 피조물을 사랑하여 보호하신 분", "정의가 실편되지 않은 곳에서 인간이 얼마나 큰 고통에 빠질 수 있는지, 인간의 생명이 얼마나 큰 위협에 처할 수 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교황".


신학자 김근수는 <교황과 나>라는 책에서 프란시스코 교황을 읽는 세 가지 코드로 예수회와 성 프란치스코, 조국 아르헨티나의 현실 세 가지를 들면서 교황이 '온건 해방신학자'의 입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교회개혁과 사회개혁을 별개의 것으로 간주하지 않으면서 교회개혁을 통해 사회개혁에까지 이르고자 하는 것이 교황의 지향점이라고 보는 것이다. 교황의 꿈은 가난한 교회, 가난한 사람을 위하는 교회다.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의 현실은 어떠한지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교황의 방한이 그런 반성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P.633)


너무 많은 책이 있어서 숨이 막힐 때, 대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고민이 될 때, <책에 빠져 죽지 않기>를 한 번 읽어 보기를 바란다. 이미 읽었던 책에 대한 서평을 읽을 때는 미처 몰랐던 것을 다시 알게 될 수도 있고, 아직 안 읽은 책에 대한 서평을 읽을 때는 나의 독서 리스트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서평을 읽고, 골라 내어도 정말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다.


2019.10.5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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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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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는 정우성이다. 정치적 소신을 솔직하게 밝히고, 난민 문제 같은 사회적 문제에 앞장서는 모습은 참 보기 좋다. 그래서, 항상 정우성을 응원한다. 공인으로서 사회적 이슈나 현상을 외면하지 않고, 떳떳하게 맞서는 모습이 멋있다. 


하정우에 대해서 아는 것은 남자다운 배우, 연기 잘하는 배우가 전부였다. 그가 영화를 감독하고, 제작했다는 것은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다. 그런데, 그림까지 그린다고 한다. 책을 모두 읽고 느낀 점은 정말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고, 현재에 머무르지 않으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다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모습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것에 대해서 들은 바도 없고, 아는 바도 없다. 물론, 본인의 자유이니 누가 뭐라 할 권리는 없고, 내가 아직 알 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저 나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책에서 읽은 바에 의하면, 하정우는 정말 열심히 산다. 하루에 3 만보 이상을 걷고, 새벽에 일어나며 음식을 직접 조리해서 먹고, 예술에 대한 관심도 많다. 그 비싼 하와이를 가서 오로지 걷기만 한다고 하니 그는 남다르다. 10년 동안 무명으로 살다가 비로소 유명해졌다는데, 그의  이런 노력과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가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말하는 몇 가지를 실천해 보면 좋다는 생각에 작성해 보았다. 


- 가급적 차나 지하철을 타지 말 것

- 걷는 단위를 보로 측정할 것. 핏이나 와치 등 만보계 기능을 써서 걸음수를 측정할 것

- 하루 목표치를 정하고, 부족하면, 채울 것

- 여행을 가기 전 어디를 걸어 다닐 지 동선을 계획할 것

- 힘들고, 귀찮아도 일단 해볼 것

- 아침에 일찍 일어날 것

- 몸을 움직여서 회복할 것


마지막 '몸을 움직여서 회복할 것'은 저자의 다음 말을 읽어보면 이해를 할 수 있다.


흔히 '번아웃' 혹은 스트레스 중후군으로 불리는 이런 상태에 빠지면 당장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를 단순한 육체 피로로 여기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누워서 쉬려고 한다. 극단적으로 지쳤을 때 이외로 많은 이들이 계속 먹거나 종일 자거나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거나 하는 식으로 '몸을 움직이지 않는 방법'을 택한다. 하지만, 이러면 분명 쉬긴 쉬었는데도, 통 나아지는 게 없다는 느낌이 든다.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는 날이 닥쳤는데도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왜 푹 쉬었는데도 여전히 피곤할까 의아해하면서 말이다.(p.163)

나는 힘들수록 주저앉거나 눕기보다는 일단 일어나려 애쓴다. 몸과 마음이 완전히 고갈되었다는 느낌이 들 때 오히려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간다. 팔과 다리를 힘차게 흔들면서 온몸에 먼지처럼 달라붙은 귀찮음을 탁탁 털어내본다. 그렇게 걷다 보면 녹슬어서 삐걱거리던 몸과 마음에 윤기가 돈다.(p.164)

 

개인적으로 지난 7~8월은 엉망이었다. 6월 말까지 30권을 읽었는데, 7월 초부터 8월 말까지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갑자기 시작된 무기력증과 권태감이 6월 말까지 했던 것들을 모두 송두리째 없애 버리고, 비디오 게임에만 몰두하게 만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화면에 나오는 대로 게임만 하니 어깨, 등 근육이 나빠지고, 결국 손까지 저리는 현상이 생겼다. 6월까지 영어 회화책 한 권을 모두 외웠으나 2달 동안 영어도 안 하고, 홍재 도서관도 안 가고, 오로지 비디오 게임에만 탐닉하는 생활이 나의 육체, 정신을 망가뜨린 것이다. 


8월 마지막 주부터 다시 정신 차리고, 게임을 줄이고, 책을 읽으면서 서서히 페이스를 회복하는 중에 만난 이 책은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다른 사람이 열심히 사는 모습은 언제나 나에게 긴장과 활력을 주는 거 같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탈리아, 스페인 여행을 하기 위해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고, 걸어 다니면서 예술적인 장소를 여행했다고 한다. 

오로지 여행을 가도 남이 추천하는 기념품이나 상품을 사기 위해 근처 매장을 서성대는 것이 전부인 나는 여행 계획을 별로 세워본 적이 없다. 7~8월 동안 영국 런던과 브라질 상파울루 출장이 있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하루와 반나절 정도는 시간을 낼 수 있었는데, 남이 이끄는 대로만 따라다녔다. 내가 계획을 세우지 않고, 수동적으로 따라다니니 별로 기억나는 것도 없고, 내가 간 곳이 어디인지 잘 기억도 안 난다. 


지금 이 시점에 이 책을 만난 것이 반갑다. 19년이 이제 3개월 정도밖에 안 남았다. 좀 더 노력하고, 열심히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북플에서 새롭게 이벤트를 하면서 이 책에서 나오는 부분을 인용했던데, 참 마음에 와닿는 말이다. 


독서와 걷기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저는 그럴 시간 없는데요'라는 핑계를 대기 쉬운 분야라는 점이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하루에 20쪽 정도 책 읽을 시간, 삼십 분가량 걸을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p.206)


2019.09.22 Ex. Libris. HJK


서울에서 해남까지 장장 577킬로미터를 걷게 된 것은 그놈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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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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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현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입니다. 책을 좋아해서 많이 책을 읽은 판사가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에세이 형태의 글을 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개인주의자라는 제목이 특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재천 교수, 김민식 PD, 이국종 교수. 이분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개인적으로 제가 멘토로 삼고 싶은 분들입니다. 오로지 혼자만의 바람이죠. 이분들은 모두 책을 좋아합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하셨습니다. 중요한 마지막 공통점은 세상의 부조리, 사회 문제에 대해 할 말은 하는 분들이기도 합니다. 

곤충학자, 관찰 학자 최재천 교수는 4대강 운하를 반대하는데 앞장 섰다가 지난 정권에서 탄압을 받았습니다. 김민식 PD는 MBC 사장 퇴진을 위해 노력하다가 한직으로 쫓겨났던 분입니다. 이국종 교수는 아주대 외상 센터에 근무하시면서 응급 환자를 살리기 위한 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애쓰는 분입니다. 이분들은 글도 잘 쓰셔서 이분들의 책을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여기에 한 명 더 추가하고 싶습니다. 바로 이 책의 저자인 문유석 판사입니다. 

교수, PD, 박사, 판사. 어찌 보면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기득권 계층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먹고사는데 별로 힘들지 않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조그만 힘이라도 사회의 발전에 보태기 위해 과감하게 행동을 하고, 글을 씁니다. 폭력적인 투쟁이나 날세운 비판만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고, 토론의 장에 자신의 의견을 용기 있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이 사회는 제대로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여러 가지 주제를 던지고, 본인의 생각을 공유합니다. 이런 주제들은 한 번쯤 누구나 생각해 봤을 만한 것들입니다. 가볍게 지나쳤을지도 모르겠네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을 좋아합니다. 생각을 하거나 생활에 적용해 보거나 실천해 보거나 책으로만 끝나지 않고, 책 밖으로 나와서 경험이 되어야 합니다. 


이 책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이 시작합니다.


고백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부장판사로서 책을 쓴다는 것에 많은 부담을 가졌을 거 같습니다. 대표적인 전문가 집단, 관료적인 조직인 법조계에 몸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주의자라고 대놓고 이야기하며, 이 사회에 불합리, 부조리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이 괜찮을까요? 어느 정도 비난과 질책을 감수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자신은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솔직하게 밝히면서 글을 시작하는 이유입니다.

개인주의는 이기주의가 아닙니다. 집단주의의 반대입니다. 개인주의는 근대화를 이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안 주면서 주위를 따뜻한 시선으로 쳐다보고,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개인주의가 정의가 이렇다면,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하는 것이 개인주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인용하고 싶은 저자의 생각이 많습니다. 책을 다 읽고 보니 각양각색의 포스트잇이 책에 꽂혀 있네요.  


'남부럽지 않게' 살고 싶다는 집착 때문에 인생을 낭비하는 이들을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그냥 남을 안 부러워하면 안 되나. 남들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안 되는 건가. 배가 몇 겹씩 접혀도 남들 신경 안 쓴 채 비키니 입고 제멋으로 즐기는 문화와 충분히 날씬한데도 아주 조금의 군살이라도 남들에게 지적당할까 봐 밥을 굶고 지방 흡입을 하는 문화 사이에 어느 쪽이 더 개인의 행복에 유리할까. 우리가 더 불행한 이유는 결국 우리 스스로 자승자박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p.32 ~ p.33)


연말마다 임원 승진 발표를 합니다. 한 회사의 임원이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임원이 되면 많은 것이 바뀝니다. 직원으로 퇴직하고, 임원으로 새로 계약을 맺습니다. 일종의 계약직인데, 회사 차도 주고, 비서도 생기고, 개인 냉장고와 TV가 설치됩니다. 회사 일에 좀 더 책임이 많아지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업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임원 승진 발표 후 한동안 기분이 착잡하고, 안 좋습니다. 저 또한 자승자박하고 있다는 거겠죠. 

유명한 벽돌공 이야기에 생업, 직업, 천직을 나누는 기준이 나옵니다. 행복을 위해서 꼭 천직을 가져야만 하는 걸까요? 성공하기 위한 목적이 행복이라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꼭 천직만이 가치 있다고 생각은 안 듭니다. 


가성비 좋은 행복 전략이라는 관점으로 생각하면 직업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집착할 필요도 없다. 우선 자기 힘으로 생존하는 것이 생명체의 기본 사명이므로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자기가 선택가능한 직업 중 최선을 선택하여 생계를 유지하되, 직업은 직업일 뿐 자신의 전부를 규정하는 것은 아니므로 취미 활동, 봉사, 사회 참여 등 다양한 행복 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것이다.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고 반드시 백댄서가 되어 평생 춤만 춰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일하면서 동호회 활동으로 주말에 홍대 앞에 나가 춤을 춰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자기 재능과 열망의 크기에 따라 합리적으로 선택하면 그뿐이다. 이런 식으로 위험을 분산하면 행복할 기회가 늘어나고 소소한 행복의 플랜 B, 플랜 C를 계속 만들어갈 수 있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과학에 따라. (p.54 ~ p.55)


<오늘부터 미니멀 라이프>라는 책을 읽고, 대대적인 방 정리를 했습니다. 많은 물품을 버리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나중에 찾기 쉽도록 가지런하게 수납했습니다. 그리고, 더 넒어 지고, 숨통이 트인 방 한가운데 앉아서 따뜻한 커피와 <기사단장 죽이기>를 읽으면서 알게 된 슈베르트 현악 4중주 <로자문데> 음악을 들었습니다. 소소한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결국 취업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자기통제형 자기계발에 매진하는 이십 대는 상상을 초월하는 박탈감과 불안감 속에서 사회적 약자의 고난을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돌리며 자신은 그래도 노력하고 있기에 그들보다는 낫다고 구분짓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이십 대들의 고통을 이해해주지 않기 때문에 이들도 그 누구의 고통도 이해할 수 없게 된 것이기도 하다..... '더 높은 곳'에 있는 학생들이 자신을 멸시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기보다 스스로 자신보다 '더 낮은 곳'에 있는 학생들을 멸시하는 편을 선택한다. (p,136)


물론, 모든 20대가 저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각종 차별에 찬성하는 젊은이들도 많다는 사실 또한 현실입니다. 


누구나 말하기 전에 세 문을 거쳐야 한다. '그것이 참말인가?' '그것이 필요한 말인가?' '그것이 친절한 말인가?' 흔히들 첫번째 질문만 생각한다. 살집이 좀 있는 사람에게 '뚱뚱하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 아니다. 그러나 참말이기는 하지만, 굳이 입 밖에 낼 필요는 없는 말이다. 사실 필요한 말이 아니면 하지 말라는 두번째 문만 잘 지켜도 대부분의 잘못은 막을 수 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필요 없는 말로 남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가고 있는지... (p.136)


당신께만 특별히 알려주는 고급 정보라며 속삭이는 귓속말에 일개미들은 나비가 되어 비상할 것을 꿈꾸며 눈이 먼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한사코 권하는 것은 그 누군가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고, 나에게 이익이 되는 일은 남들이 한사코 감추고 있는 게 세상의 비정한 이치다. 이런 세상에서 불에 홀려 다가가는 부나비들을 어리석다 비웃고만 있으면 될까. 불에 덮개를 씌워 더이상 타죽지 않게 해야 하지 않을까. (p.140)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가 서로를 부정하는 것은 비극이다. 역사의 두 측면을 있었던 그대로 직시하면서도 얼마든지 지금 현재 우리가 겪는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림자를 강조하기 위해 빛을 애써 지울 필요도 없고, 빛을 강조하기 위해 그림자를 외면할 필요도 없다.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는 것이 사회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출발점이다. (p.201)


명절 때마다 아버지와 정치 이야기를 안 하려고 하지만, 꼭 한 번씩 티격태격을 합니다. 아버지는 수구 보수주의자는 아니지만, 유독 북한 문제에 대해서 강경합니다. 어렸을 때 고생했던 기억을 가끔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아버지의 아버지 세대의 일이므로, 직접 겪으신 일이 없기 때문이시겠죠. 친일파 행동을 보이는 정치인에 대해서 제가 비난을 해도 별로 대응을 안 하시지만, 북한과 비무장지대 도로 개설을 대해서 전쟁 나면 북한에게 이용 당할까 봐 반대를 하십니다. 아버지의 생각을 제가 어떻게 할 수는 없습니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이니깐요. 


인간 세상의 문제는 참으로 복잡하여 일도양단에 흑백을 가릴 수 없는 면이 많다. 인터넷을 셔핑하다보면, 우리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다들 참 명쾌한 정답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진보, 보수, 좌파, 우파, 결국 우리편이냐 아니냐가 중요할 뿐, 문제 그 자체가 갖고 있는 다층적인 면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목소리는 오히려 귀한 것 같다. 이런 면도 있고, 저런 면도 있고 이야기하면, "간단히 말해서 누구 잘못이란 말이냐! 너 이런 소리하는 거 보니까 저쪽이지!"라고 윽박지르는 목소리가 당장 튀어 나온다. (p.228 ~ p.229)


잠시 저에 대해서 생각해 봤습니다.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세금을 많이 내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내는 세금으로 보도 블록을 자꾸 파헤치지 말고, 운하 같은 거 만든다고 생쇼 하지 말고, 소방관 처우 개선에 활용되면 좋겠습니다. 당장 통일은 반대합니다. 하지만, 북한과 경제적 교역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대동강, 금강산을 구경 가고 싶습니다.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교육이 줄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스카이 캐슬 같은 드라마가 현실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중국보다 미국을 좋아합니다. 일본을 제일 싫어합니다. 국민연금 혜택을 받고 싶습니다. 민노총과 진보 정당을 싫어합니다. 

저는 대체 진보인가요? 보수인가요? 혹은 좌파일까요? 우파일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구분이 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요?  


이제 인간에 대한 폭력을 넘어 동물에 대한 잔혹 행위에 대해서도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혹자들은 이를 비현실적인 호들갑이라고 여기지만,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범위를 나, 가족, 부족, 계급, 성, 인종, 국적의 범위를 넘어 계속 넓혀온 역사가 바로 인간이 폭력적인 본성과 싸워온 과정이다. 어느 시대에나 타자의 고통에 대해 가장 예민한 이들, 가장 '호들갑스럽게' 문제제기를 하는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길거리에서 타살당할 염려 없이 일상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가 잠들지 않게 서로 깨워주어야 하지 않을까. (p.241)


인간은 누구나 실수하는 존재다. 어릴 때부터 잘하든 못하든 뭔가를 책임지고 하는 것 자체에 대해 아낌없이 칭찬하고 못한 부분은 감싸주고 격려하는 문화가 기꺼이 책임지는 어른을 만들어낸다. 게다가 무엇을 시도하고 실질적인 일을 만들어내는 사람보다 남의 잘잘못을 지적하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창작자보다 평론가가 많다고나 할까. 사실 비평할 논리야 얼마나 많은가. 미봉책에 불과하다, 본질적인 해결이라고 볼 수 없다, 구조적인 문제인데 현상만 일부 건드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나름 노력은 한 것 같지만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다..... 노력이라도 해보려는 남을 냉소함으로써 그것도 하지 않는 비루한 자신을 위안한다. 어차피 세상은 바뀌지 않는데 다 쇼일 뿐이라며. (p.267 ~ p.268)

집에 돌아가며 생각했다. 한 개인으로 자기 삷을 행복하게 사는 것만도 전쟁같이 힘든 세상이다.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입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취업 관문에서 살아남기 위해, 결혼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고통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 아이가 다시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도록 지키기 위해, 그런 개인들이 서로를 보듬어주고 배려해주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또 그렇기에 얼마나 귀한 일인가.

우리 하나하나는 이 험한 세상에서 자기 아이를 지킬 수 있을만큼 강하지 못하다. 우리는 서로의 아이를 지켜주어야 한다.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p.279)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같은 주제라도 논리적이면서 이해하기에 쉬운 글을 쓰는 분들이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문득 글쓰기 이전에 생각은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현실을 똑바로 쳐다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관찰하고, 생각하고, 글 쓰고. 일상의 습관이 되기를 바라 봅니다.   


2019.3.2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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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책 - 진정한 책벌레가 되고 싶은 당신을 위한 독서 안내서
박민영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글쓰기에 대한 책을 두 권 읽고, 이번에는 책 읽기에 대한 책을 읽었습니다. 

자신이 이미 독서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분들이나 뭔가 체계적인 독서를 하기를 원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목차만 봐도 저자가 주장하는 독서 방법을 모두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간결하고 핵심적인 제목을 가진 목차는 오랜만에 봅니다. 


2019년 목표는 일주일에 한 권, 일 년동안 52 권을 읽는 것입니다. 그리고, 52 권 모두 독후감을 쓰는 것입니다. 제 나름대로의 책 읽는 기준이 있지만, 항상 남들은 독서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합니다. 그동안 <생각하는 독서의 힘>, <왜 책을 읽는가>, <장서의 괴로움>, <서재 결혼시키기> 를 읽었습니다. 책을 읽다가 지치거나 다른 재미있는 것을 발견해서 책을 멀리하려고 할 때마다 읽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런 점으로 보면, 저는 아직 독서가는 아닙니다.


초반부에 자극적인 내용이 있습니다. 책맹이라는 용어를 쓰고, 핸드백에 책 한 권 없는 여자와 헤어진 선배의 경험을 들려줍니다. TV, 스마트폰, 컴퓨터 게임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지적, 정신적, 도덕적 성장이 그치고 만다고 합니다. 책을 읽지 않으면, 지성인이 될 수 없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공감하는 내용이지만, 거부감이 들 수도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목차 제목이 요약본입니다. 찾아보기도 쉽고, 읽기도 쉽습니다. 제가 항상 고민하는 주제인 책에 메모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 저자의 입장은 확고합니다. 책에 메모를 하면서 읽어야 도움이 되고, 책은 꼭 사서 읽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책에 색연필을 이용해서 메모를 합니다. 저에게 있어서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입니다.


독서는 이처럼 독자가 텍스트의 해석에 창조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이고, 그 과정이 있음으로 해서 즐거움과 깨달음을 얻게 된다. 창조적인 책 읽기와 독서의 즐거움, 그리고 지적 깨달음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인 것이다. 독서는 단지 지식 하나, 정보 하나를 알아 가는 과정이 아니라 자신의 주체성을 회복하는 과정이고, 세계를 발견하는 과정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는 잠자기 전에 30분 독서하기, 지하철에서 독서하기, 자가용에 책 한 권 비치하기, 서로 다른 성격의 책들을 동시에 읽기 등을 실천합니다. 하지만, 아직 저자가 말하는 '독서 빅뱅'이 일어나지 않은거 같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수준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나는 책을 많이 읽는 것만이 독서를 잘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의 지성은 책의 양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양적으로 한 달에 몇 권을 읽었느냐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좋은 책을 읽었느냐 하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독자의 투철한 성찰과 고뇌가 동반되었을 때 지성은 꽃핀다.

마르크스의 이론 중에 '양질 전환의 법칙'이 있다고 합니다. 양적인 팽창이 있어야 그것을 바탕으로 질적 도약을 이룩한다는 내용입니다. 저는 아직 양적인 팽창이 안된 상태입니다. 양적인 팽창과 함께 질적 도약을 위해 좋은 책을 선별해서 꾸준하게 읽는 것도 중요하겠죠.


저자가 주장하는 '네트워크 독서법'은 아래 3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1. 좋아하는 저자의 책을 모두 섭렵하라

2. 저자의 인적 네트워크를 따라 읽어라

3. 같은 주제의 책을 잇달아 읽어라


저는 2번을 아직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1번 경우에 '유발 하바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호모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대담한 작전>은 대여해서 읽었습니다. 알라딘 장바구니에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 들어가 있습니다. 아마 설 연휴 이후에 소장할 것입니다.

3번 경우에 지중해 주변 역사와 전쟁사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내용의 책을 구매하고,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십자군 이야기>, <로마인 이야기>, <로마제국 쇠망사>,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리비우스 로마사>, <페르시아 전쟁>, <나폴레웅 전쟁>, <전격전의 전설>, <독소 전쟁사>, <제1차세계대전>, <제2차세계대전>, <롬멜 전사록> 등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 더 많은 책을 모으기 위해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지성인이 되는 그날까지 오늘도 한 권의 책을 읽습니다.


2019.2.3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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