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내게 잘 지내냐고 물었다 - 인생이 힘겹고 외로울 때 꺼내 읽는 김경집의 인간학 수업
김경집 지음 / 그래도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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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 사람의 내면을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은 세상이 지옥이라고 합니다. '믿을 인간 하나도 없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세상이 투박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들이 주위에 있는 것을 느끼지 못하나 봅니다.



반면에 품이 너른 사람에게는 친절하고 겸손한 사람이 모입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여전히 세상을 살아갈만하다고 고백할 수 있겠죠. 그저 허황된 이상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려운 현실 한가운데서도 희망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끝까지 내 품을 다른 사람에게 허락합니다.



인문학자인 김경집은 많은 저술을 통해 차디찬 세상에서 사람 냄새나는 따뜻함을 소개했습니다. 직접 대면하지 못했지만 저자는 분명 후자의 사람일 것입니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이야기를 찾아 나섭니다. 여전히 우리들에게 사랑과 친절과 섬김과 덕이 있음을 굳건하게 믿는 것 같습니다.



저자가 만났던 사람들, 들었던 이야기, 자신의 삶 등이 얽혀서 아름다운 노래가 됩니다. 지쳐 포기하고 싶을 때, 아직은 아니라고, 여전히 '너'의 옆에 내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품 넓은 사회를 조금씩 만들어가자고 도닥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것이 부족하다 아우성입니다. 더 채우려고 치열하게 살아갑니다. 남이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 목소리를 높입니다. 진정한 행복은 채움이 아니라 비움에 있습니다. 그것을 나누고 흘려보내는 것이 우리에게 훨씬 더 오랫동안 지속되는 기쁨을 준다 말합니다.



홀로 모든 것을 누리기보다 조금씩 덜어내어 모두가 조금씩을 누리는 것이 어떻겠냐고 되물어봅니다. 그때 표면적으로는 부족하고 모자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 보이지 않았던 '너'를 보게 됩니다. '너'의 슬픔을 공감하며 그 슬픔을 덜어줍니다. 그리하여 함께 기쁨을 누립니다. 그것은 나만을 위해 채웠던 즐거움 이상의 행복입니다.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마음에만 머문다면 나에게는 조금의 위안이 되겠지만 타인에게는 그 어떤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관심을 드러내어 '배려'로 표현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실천입니다. 때로는 그것이 미련해 보일 때가 있겠지만, 사랑의 흘러감만이 세상을 윤택하게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이 각박해 보입니다. 하지만 쥐고 있던 손을 펴보면, 차가웠던 세상이 조금은 따뜻해짐을 느낍니다. 생각보다 가까이 우리의 이웃이 있습니다. 작은 위로와 응원의 말로, 때로는 실제적인 도움의 손길로 우리 곁에 있습니다. 그렇기에 삶이 내게 잘 지내냐고 물을 때, 그래도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고 대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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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순간이다 - 삶이라는 타석에서 평생 지켜온 철학
김성근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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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야구를 좋아합니다. 마치 한 사람의 인생을 보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우리네 삶은 화려한 순간, 이목이 집중되는 시간, 박수받는 자리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이면에 고통과 힘겨움이 있습니다. 무대에 오르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오랜 시간의 땀과 눈물이 영롱한 순간을 만듭니다.



그 중간에 김성근 감독이 있습니다. 80세가 넘은 연세임에도 선수들보다 열심입니다. 뙤약볕에 서있기도 하고, 경기가 끝난 뒤에 보충훈련을 직접 시키기도 합니다. 젊은 선수들이나 육성 선수들에게 직접 노하우를 가르쳐 주고, 기술을 연마시킵니다.



무대의 한 장면은 그러한 무수한 노력들의 열매이자 결실입니다. 한 육성선수가 직관 경기에 투입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라운드와 벤치의 모든 선수와 수많은 관중들이 눈물 흘렸습니다. 그 선수의 땀을 알기 때문이고, 감독의 깊은 마음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김성근 감독의 이 책 『인생은 순간이다』는 그동안 우리가 볼 수 없었던 뒷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무대의 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은 훈련과 연습의 시간들이 보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적재적소에 투입하기 위해 그들보다 더 많이 고민하고 훈련시킨 감독의 노고가 드러납니다.



리더는 결코 사람을 버리지 않습니다. 끝까지 책임집니다. 필요에 따라 사람을 쥐락펴락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서 부름받을 수 있는 존재로 키웁니다. 리더는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한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명확하게 인정하고, 그 사람의 약함을 채워주며, 강점은 더욱 부각시키는 사람입니다.



김성근 감독의 여러 이야기 속에서 그의 철학을 볼 수 있습니다. 성장하고자 노력하는 그의 몸부림을 읽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의 치열함을 엿봅니다. 바깥의 사람들은 그를 욕할 수 있습니다. 가혹하다. 너무 이기려고만 한다. 하지만 안의 사람은 이해하고 인정합니다. 존경합니다.



심지어 김성근 감독은 이렇게 말합니다. 존경받으려 하지 마라. 그런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시선에만 신경을 쓴다는 것입니다. 정작 고쳐야 하고, 붙들어야 하는 것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욕을 들어먹고 비판을 받더라고 그것이 옳은 길이라면 우직하게 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저자는 끊임없이 배우고, 고쳐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때로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밑에서 배워야 할 때도 있습니다. 문제를 덮어두지 말고 해결책을 고민하라고 합니다. 여러 방법을 모색해 보고, 노력해 보아 다시는 그런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자신에게 많이 엄격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부분에서 배울 것이 많습니다. 우리네 인생은 매우 소중합니다. 한 번밖에 없는 삶에 최선을 경주해야 합니다. 아쉬움이 없을 수 없겠지만, 후회는 남기지 말아야겠습니다. 그 누구의 인생이 아니라 바로 나의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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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 건 좋지만 외로운 건 싫어
황솔아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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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텅 빈 집에 들어갈 때가 있습니다. 혼자 있는 것을 즐기지만, 때로는 적막함이 어색합니다. 많은 업무와 스트레스, 육아와 살림에 치여 홀로 있기를 기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 한가운데서는 결국 따스한 웃음이 넘치는 곳을 갈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안에 이 두 가지 마음은 늘 공존합니다.



가정생활의 가장 기본은 관계입니다. 사람이 적든 많든 관계의 어려움은 늘 있습니다. 가정은 평생을 함께 가는 공동체이기에 그로 인한 오해와 다툼이 있기 마련입니다. 과거의 잘못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오해가 커지는가 하면, 반복적인 반응의 패턴은 상대방을 지치게 하기도 합니다.



사회생활의 어려움도 대부분 관계에 기인합니다. 기본적인 예의조차도 없는 무례한 사람들도 있고, 교묘하게 상대방을 좌지우지하며 가스라이팅을 일삼는 사람도 있습니다. 문제는 정작 당사자가 그 사실을 잘 모른다는 점입니다. 자신은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며 지속적으로 상대방에게 피해를 줍니다.



기본적으로 피해자가 마음을 새롭게 하여 치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해자가 마음을 돌이켜 용서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의 일이 그렇게 단순하지도 않고, 가해자는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한편으로 한순간의 적절하고도 지혜로운 대응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긴 합니다. 상대방의 변화를 기대하면서도, 자신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입니다. 혹여나 예민했던 부분은 없었는지, 오해나 실수는 없었는지 먼저 돌이켜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15년째 직장에서 근무 중인 직장인이자 아이를 둘 키우는 워킹맘인 이 책 『혼자인 건 좋지만 외로운 건 싫어』의 저자 황솔아. 저자는 인간관계로 인해 힘들었던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보며, 자신을 더욱 풍성하고 유익하게 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해 봅니다.



이전에는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새롭게 명명할 수 있는 많은 사건들이 있습니다. 저자는 과거의 자신을 떠올려보며 보다 적절한 해석을 통해 과거의 아픔들을 정리합니다. 상처를 봉합하고,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 노력합니다.



관계에 정답은 없습니다. 결국 다른 사람의 눈치나 시선이 아니라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풍성한 관계의 기초입니다. 주변의 상황이나 환경에 기대지 말고,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 사는 것이 훨씬 더 풍성하고 유익한 관계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리뷰는 모모북스(@momo_books__)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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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위로 - 카페, 계절과 삶의 리듬
정인한 지음 / 포르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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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체성이 모호합니다. 카페에서 로스팅을 하고, 커피를 내립니다. 사무실에서는 재정을 관리하고 온갖 행정을 담당합니다. 강단에 서면 말씀을 전합니다. 새벽에는 책을 읽고 서평을 적습니다. 이런 일들의 구획은 정해져있지 않아 필요가 달라질 때마다 저의 역할도 바뀝니다.




문제는 전문성입니다. 바리스타로서의 전문지식이나 실전 경험도 부족합니다. 여러 문서와 엑셀 작업을 하지만, 전문가는 아닙니다. 신학적 지식이나 목회 감각도 여전히 부족합니다. 책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아쉽습니다. 글을 적는 사람으로서는 걸음마 단계입니다.




이 모든 일에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모든 일에 마음을 담아 위로를 전하고 싶습니다. 커피의 향으로, 행정적 필요를 적시에 채워주는 탁월함으로, 가장 필요한 말씀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으로, 현재 우리에게 울림이 될만한 책을 따뜻하게 포장하여 소개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김해 장유에서 10여 년 있었습니다. 커피를 좋아하고, 카페에서 책 읽는 시간을 즐기다 보니, 전임 사역을 하기 전에는 카페를 여러 군데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입소문을 통해 만나게 된 곳이 '좋아서 하는 카페'입니다. 예술가의 향기를 풍기는 사장님과 풍부한 맛의 커피가 일품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을 환대하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많은 말을 하지는 않지만 음료 한 잔에 담긴 정성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곳곳에 비치된 책들은 이곳에서 충분하게 시간을 보내도 된다는 메시지로 느껴졌습니다. 아메리카노를 리필까지 해주시니 따스한 마음은 더해갔습니다.




온종일 사무실과 카페에 있다 보니, 다른 카페에 갈 수가 없습니다. 한 번씩 '좋아서 하는 카페'의 원두를 사서 내려먹지만, 카페에서의 그 맛과 향을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이제 사장님이 아닌 작가로 만납니다. 커피에 담았던 진심을 글에도 빼곡하게 넣어 둡니다.




정인한 작가의 글은 과장되지 않습니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습니다. 일상을 그대로 녹여내어 정감있게 다가옵니다. 그럼에도 그 행간에 녹여 있는 치열한 고민을 마주합니다. 사람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엿보입니다. 커피에 관한 전문적인 글은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어우러집니다.




이 책을 읽노라면 '좋아서 하는 카페'에 앉아 사시사철 변하는 풍경을 바라보는 듯합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에 쌓였던 피로가 사그러듭니다. 힘들고 고되어 지쳤던 우리에게 함께 고민하고 아파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여전히 사람을 그리워하고, 마음을 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음이 위로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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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토록 평범하게 살 줄이야
서지은 지음 / 혜화동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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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평범하지 못한 인생이기에 평범하기를 갈망합니다. 대부분이 쉴 때, 일해야 하는 삶이 힘들었던 이유는 많은 가족들이 누리는 일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일할 때 쉬는 삶은 마치 세상에 홀로 있는 듯한 외로움을 느끼게 할 때도 있습니다.



사명이라 붙들었던 선택은 바꿀 수 없는 상황에 대한 한탄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현재의 자리에서 메꿀 수 있는 상대방의 필요를 살펴보지 못했습니다. 삶의 배경에 대한 후회는 일상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지금'이 없는 무채색의 삶입니다.



무던히도 '일상'을 찾아 헤매었습니다. 치열하게 '평범'을 갈구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다른 사람의 일상이 궁금했습니다. 그들의 평범은 무엇일까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깨달음은 너무도 다양한 삶의 배경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최선이 바로 '일상'이며 '평범'이었습니다.



서지은 작가의 『내가 이토록 평범하게 살 줄이야』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의 기록입니다. 하지만 성공과 희망만이 아니라 실패와 좌절이 있기에 그것이 바로 일상임을 깨닫게 됩니다. 다양한 색채로 기록된 삶의 파편들은 어느새 하나의 존재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그렇습니다. '대부분'이나 '많은'이 가진 비교의 마음은 우리가 '존재'로 살아갈 수 없게 만듭니다. 저자의 글은 '각자의 삶은 저마다의 색을 지닌다'라는 위로를 안겨줍니다. 삶의 다양함을 자신의 이야기로 풀어냅니다. 인생의 고비 또한 평범한 일상이 됩니다.



작가의 문장은 살아 있습니다. 따뜻하면서도 냉정하고, 솔직하면서도 비밀스럽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인생을 살면서 흔들리고 고뇌했던 마음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소소한 기쁨을 누렸던 삶도 말입니다.



자신의 장래 희망이 작가라고 말하는 저자의 다음 글이 무척이나 기대가 됩니다. 부디 지금처럼 존재를 담은 글을 계속 써주기를 기대합니다. 저마다의 서사가 보다 큰 소리로 울려 퍼질 때, 각자의 존재는 보다 더 단단해져서 서로에게 용기와 희망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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