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고 있어. 기장은 구조대를 기다리며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일지를 골똘히 생각했다. 남자의 위치를 나타내는 푸른 점이 마지막으로 한 번 반짝거린 뒤 검은 화면에서 사라졌다. -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문지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504b79f37490d - P18

나는 왠지 모르게 무거워진 마음으로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UDC에 카드를 넣어보니 어머니 월급의 두 배에 해당하는 돈이 들어 있었다. 11자치구까지 가는 동안 나는 어머니와 어머니 몸에서 나던 냄새와 죽은 아버지와 서재와 그 안을 떠다니던 나무향과 손끝에 닿았던 종이의 느낌과 변의와 자물쇠에 관한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회백색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정기 인공강우가 시작됐다. -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문지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504b79f37490d - P41

곧 돌아오마. 조심해야 한다. 그게 네 아버지야. 서로 다른 세 사람의 말이 하나로 묶여 나를 흔들고 덮친다. 아이. 우리의 아이. 생각의 바다 위에서 나는 곧 태어날 생명이 기다리는 해안가로 휩쓸려간다. 나의 패턴을 깨고 나를 아버지라고 부를 낯선 존재에게, 나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무엇이 될 수 있을까. -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문지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504b79f37490d - P55

아직까지 책을 갖고 있거나 소유하려는 사람들, 특히 ‘종이책’을 보관하고 있는 사람들은 정보의 균등한 배분을 방해하는 반동 세력이라고도 했다. -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문지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504b79f37490d - P23

"이 전쟁은 정말정말 중요한 전쟁이야. 만약 여기서 우리가 이기면 진짜 새로운 세상이 올 거야. 아빠가 꿈꿔왔던 세상 말이야. 엄마는 아빠랑 약속했어. 그런 세상이 올 때까지 살아남기로. 때론 죽는 것보다 더 오래가는 약속도 있는 거야." -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문지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504b79f37490d - P78

사람들은 그래서 책을 읽으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겪지 않은 일을 경험할 수 있으니까. 읽는 동안만큼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 -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문지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504b79f37490d - P90

‘부디 우리가 서로에게 서로의 다음 페이지가 되기를.’ -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문지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504b79f37490d - P90

바람이 불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나뭇잎이 타는 것 같은 가을 특유의 냄새가 났다. 흙냄새 비슷한 이 냄새를 맡으면 늘 어린 시절 해 저물 때까지 놀다 내려오던 고향 뒷산 생각이 났다. -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문지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504b79f37490d - P103

대화를 하다 보면 나를 둘러싼 우주가 정지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말이 끊기거나 허를 찔리거나 기분이 상하거나 뭔가를 깨닫게 되는 순간들. 이제까지 흐르던 하나의 흐름이 끊기고 다른 흐름으로 변화하는 변곡점이 생성되는 지점들. -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문지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504b79f37490d - P107

허사란 영어의 잇(it)처럼 의미 없이 자리를 차지하는 말을 뜻한다. 영형태란 형태가 없는 것, 보이지 않는 걸 말하고 거기에 붙은 ‘음운론적’까지 포함해서 말 그대로 해석하자면 내 연구는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으며 내용도 없는’ 무언가에 관한 것이었다. -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문지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504b79f37490d - P110

특이점이라고도 하지요. 질적 도약이 생기는 특정 시점. 만약 평범한 물이 어느 순간 특이점에 도달하게 되면, 아까 말한 대로 에너지 밀도가 급작스럽게 높아져버릴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폭탄이 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이유가 수학적으로는 어디에도 없어요. 바꿔 말하면 그런 일이 언제든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거지요. -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문지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504b79f37490d - P117

크로아티아 서쪽의 아드리아해 북쪽 끝에 있는 이스트라반도에 가면 붕어빵을 꼭 닮은 섬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섬의 이름은 가즈Gaz였다. -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문지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504b79f37490d - P131

아야는 딱히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없는 이 도시에서 친구라는 호칭이 어울리는 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대학에서 외국어를 가르치는 같은 일을 하고 있었고(물론 그녀는 일본어, 나는 한국어), 비정규직이자 외국인노동자였으며(그놈의 파트타임 논-레지던트 에일리언), 예술가적 자의식을 어딘가에 숨긴 채 생활인처럼 꾸역꾸역 일상을 살아내는 일종의 위장 예술가(완벽하지는 않지만 절박한 카무플라주—나는 소설가, 아야는 시각예술가)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문지혁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504b79f37490d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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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미 이 기도의 답을 알고 있다. 많은 사람의 애정과 믿음을 받은 아이는 잘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세상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왔나 보다, 새삼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 <생각보다 잘 살고 있어>,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d4c11d758ad0446c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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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좋은 집이었죠. 난 여기서 44년을 살았어요.
다이앤과 내가 이 동네로 들어오고 2년 뒤였군요.
아주 오래전이죠.

-알라딘 eBook <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지음, 김재성 옮김) 중에서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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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walked downstairs and went home past the old trees and the houses all dark and strange at this hour. The sky was still dark and nothing was moving. No cars in the streets. In his own house, he lay in bed watching the east window for the first sign of daylight.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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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보니 정혜신이 쓴 『당신이 옳다』라는 책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사람은 상대가 하는 말의 내용 자체를 메시지의 전부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그 말이 내포한 정서와 전제를 더 근원적인 메시지로 파악하고 받아들인다."•
• 『당신이 옳다』, 정혜신 지음, 해냄, 50페이지에서 인용

- <생각보다 잘 살고 있어>,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d4c11d758ad0446c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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