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죽음에 다가서고 있는 삶의 한 순간이다. 사진에 찍힌 모든 것들은 소멸 앞에 공평하다. 기록과 동시에 과거가 되는 이 시간의 덧없음에 사진은 결국 죽음의 쓸모를 알려주는 매개가 된다. 사진과 기록이 힘을 얻기 위해선 세월의 켜가 필요하다. 그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비존재에서 존재를 증명하게 한 사진 한 장이 내 손에 들려 있다. 불과 몇 그램밖에 안 되는 사진 한 장의 진짜 무게는 삶과 죽음이 한 몸이듯 이 가벼움 속에 감춰져 있다. - <뭉우리돌의 바다>, 김동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25b029326fa4f80 - P232

1921년 3월 25일 이곳 마나띠 항국에 멕시코에서 300여명의 한인동포가 기선 ‘따마을리빠스’편으로 큐바에 이민으로 왔습니다. 그후예 들은 큐바 각치에 흘 어 쳐 잘 적응하여 살 고있으며, 조상의얼을 기리고 그뿌리를 영원히 기억하 기위해 80년 이되는 오늘 이곳에 기념탑을 세읍니다.

2001년 3월 25일

큐바 한인회 - <뭉우리돌의 바다>, 김동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25b029326fa4f80 - P241

이랑 위에 하늘하늘 배들이 출렁인다. 해가 다 지기도 전에 성격 급한 달이 뜨고 가뭇한 하늘은 그들이 흘렸을 눈물처럼 그렇게 붉게 시들어간다 - <뭉우리돌의 바다>, 김동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25b029326fa4f80 - P241

달빛에 윤슬이 반짝이는 처연한 바다는 오늘도 그렇게 말이 없다. - <뭉우리돌의 바다>, 김동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25b029326fa4f80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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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한인들 중에는 스페인어는 물론이고 모국어조차 읽고 쓸 줄 모르는 문맹자가 많았다. 그들은 소외받고 차별받기 일쑤였다. 고되고 외로운 타향살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매번 말을 삼켜야 했던 그 답답함과 비통함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그들은 일을 할 수만 있다면,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만 있다면 지구 어디든 갈 사람들이었다. - <뭉우리돌의 바다>, 김동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25b029326fa4f80 - P155

미국 사진작가 데이비드 앨런 하비David Alan Harvey의 작품을 보고 언젠가는 쿠바를 꼭 찍어보겠노라 다짐한 적 있다. - <뭉우리돌의 바다>, 김동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25b029326fa4f80 - P157

무엇보다 용기를 잃지 않으려 애면글면했다. 이 작업은 시간과 돈보단 의지의 문제였다. 이런 산적한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과정이 이 작업의 거의 전부였다. - <뭉우리돌의 바다>, 김동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25b029326fa4f80 - P159

첫 촬영의 아쉬움을 떨쳐낼 겸 아바나의 상징 말레콘으로 갔다. 삶의 다양한 욕망이 매 순간 파도처럼 부서지고 다시 꿈틀대기를 반복하는 곳, 이곳만큼 쿠바의 삶을 단박에 이해시키는 공간도 없을 거다. - <뭉우리돌의 바다>, 김동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25b029326fa4f80 - P164

아바나의 골목은 한마디로 떠나간 것들에 대한 노스탤지어다. - <뭉우리돌의 바다>, 김동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25b029326fa4f80 - P175

그를 자리에 앉게 했다. 그의 뒷모습이 거울에 비치는 자리였다. 렌즈 조리개를 최대 개방해 피사계 심도를 얕게 만들었다. 초점을 거울 속 라차로의 뒷모습으로 옮겼다. 그의 얼굴이 뿌옇게 흐려진다. 위선과 위악 없는 가장 진실한 그가 바로 거기 있다. 뒷모습은 인물의 가장 솔직한 얼굴이자 인생이다. - <뭉우리돌의 바다>, 김동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25b029326fa4f80 - P181

앵글 안에 왜소하고 작게 배치된 그의 뒷모습, 시간과 기억 너머 서서히 스러지고 있는 그의 얼굴을 동시에 프레이밍했다. 그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타포는 결국 선명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아직 다 지워지지 않은. - <뭉우리돌의 바다>, 김동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25b029326fa4f80 - P181

마치 콘크리트 틈으로 새어 나온 들숨과 날숨이 태극을 살아 숨 쉬게 하는 것만 같았다. 작은 감동이 뻐근하게 가슴에서 퍼져나갔다. - <뭉우리돌의 바다>, 김동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25b029326fa4f80 - P187

백魄은 땅으로 사라졌으나 혼魂은 하늘에서 영원하다. 그는 죽지 않았다. - <뭉우리돌의 바다>, 김동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25b029326fa4f80 - P188

다큐멘터리 사진은 그런 거다. 있는 대로 담아내는 것, 멋 부리지 않고 또박또박 정직하게 쌓아놓는 것,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 것, 거기에 약간의 자기 생각을 담아내는 것. 그럼 모든 걸 소멸시키는 시간에 맞서 기록된 모든 걸 영원으로 이끌 수 있다. 아카이빙Archiving은 그런 거다. - <뭉우리돌의 바다>, 김동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25b029326fa4f80 - P196

멕시코[墨西哥]의 김기창(金基昶)·이종오(李鍾旿), 쿠바의 임천택(林千澤)·박창운(朴昌雲) 등 제씨가 임시정부에 후원하였다.

《백범일지》 중에서 - <뭉우리돌의 바다>, 김동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25b029326fa4f80 - P199

천도교는 대종교와 더불어 독립운동사를 설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종교다. 3·1혁명을 계획한 민족대표 33인 중 15명이 천도교인이었던 건 너무 잘 알려진 사실이다. - <뭉우리돌의 바다>, 김동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25b029326fa4f80 - P203

마르따와 작고한 그녀의 남편(라울 R. 루이스)이 3년간 공동으로 집필해 나온 책이 《쿠바의 한국인들Coreanos en Cuba》이다. 이 책은 지난 2000년 쿠바 문화부로부터 최고 학술 출판상을 수상했다. - <뭉우리돌의 바다>, 김동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25b029326fa4f80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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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빛을 기다렸다. 기다림은 사진가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능력이다. 그리고 상대에 대한 존중이다. 더러 내 추모의 의식이기도 했다. - <뭉우리돌의 바다>, 김동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25b029326fa4f80 - P134

어느새 어둑발이 내려앉고 있었다. 슬며시 선득하고 오싹한 기운이 목덜미를 타고 스몄다. 들어왔던 정문으로 종종걸음을 쳤다. - <뭉우리돌의 바다>, 김동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25b029326fa4f80 - P135

고향은 열병 같은 거

화톳불처럼 열이 오르고 오한이 드는

끙끙거려 본들 쉬 도망갈 수 없는

아득하기만 한 기억 저편의 그림자가

환영이 돼 돌아온다

 

머리끝까지 이불을 올려

어둠에 든다

태곳적 엄마 품이 그랬던가

꿈속을 달려 달큼한 꽃향기 진동하는 동산에 올라

그대 손을 잡고 내달린다

 

멀리 처마 밑

고드름 익어가는 소리 귓가를 울린다

마치 그 소리 있던 것 마냥

꼬드득 꼬드득

고향은 열병 같은 거, 고향은 낫지 않는 거 - <뭉우리돌의 바다>, 김동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25b029326fa4f80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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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칠비칠 힘이 다 빠지면 그제야 일손을 놓을 수 있었다. 피곤에 절은 몸을 이끌고 허청허청 너절한 집으로 향했다. - <뭉우리돌의 바다>, 김동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25b029326fa4f80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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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 거리 촬영을 마치고 한인이민사박물관을 다시 찾았다. 제니 관장이 책 한 권을 내밀었다. 소설가 김영하의 《검은 꽃》이었다. 사실을 바탕으로 멕시코 이민사를 다룬 소설, 이 책을 메리다에서 읽게 될 줄은 몰랐다. - <뭉우리돌의 바다>, 김동우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25b029326fa4f80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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