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린 그림


만약 거짓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모든 사람들이 진실만 이야기한다면 과연 살기 좋을까. 진실만 있는 세상에서 진실의 가치는 똥과 같다. 우리가 진실을 바라고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건 도처에 거짓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매일 거짓말을 수십 번은 할 것이다. 거짓말이라고 해서 반드시 옳은 것의 대척점에 있는 걸 말하는 게 아니다.

거짓이란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에서 확대되거나 축소된 모든 것을 말한다. 그런 점에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과 글을 거짓이라는 양념이 묻어있다. 모임에 나갔는데 돈 잘 번다며 얼마 벌어?라고 물었을 때 똑바로 대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광고에는 거짓이라는 양념이 다 묻어 있다. 먹으면 다 낫고, 먹으면 다 좋다고 하지 별로 안 좋다고 말하는 광고는 없다. 장사하는 사람들 역시 손님을 향해 대부분 거짓의 양념이 묻는 말을 한다.

살면서 하는 선의의 거짓말도 거짓의 범주에 속한다. 우리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배우지만 얼굴을 보며 못 생겼다, 뚱뚱하다, 재수 없다 같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건 어린이들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어린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어린이들이 내뱉는 말은 진실에 가깝다. 하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똥인 경우가 많다. 어린이들은 진실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진실을 말하여 가장 가까이 있는 엄마와 아빠에게 상처를 주는 빈도가 높다.

부모 역시 아이들에게 매일 거짓말을 한다. 이제 갓 초등학교에 들어간 딸은 많은 친구들을 만나면서 수많은 이야기가 생각 속으로 밀려들어온다. 딸은 집으로 와서 친구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확인받고 싶어 아이는 어떻게 생기냐고 물어 온다. 부모는 사실을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축소하거나 확대해서 이야기를 해준다. 또는 완전한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일상에서 우리가 하는 거짓말은 진실을 돋보이게 한다. 빛을 발하게 만든다. 일상의 거짓말은 일탈 같은 것이다. 그러나 거짓말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정치인들이다. 국민의 입이자 국민을 대변하는 사람들이니까. 무엇보다 서민들을 위하는 정치지인들이기에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들이 서민을 대표하기에는 일단 보유한 재산의 차이가 너무 크다. 추운 곳에서 벌벌 떨며 일하거나 장사해보지 않은 엘리트가 정치인이 되어서 무슨 서민을 대표하는 발언을 할 것인가. 그저 거짓말을 할 뿐이다. 월급도 굉장히 많이 받는다. 나라가 어렵거나 곤경에 빠져도 정치인들의 월급은 내려갈 줄 모른다. 그들의 사무실에는 보좌관이 6명에서 9명까지 있다.

이 세상에 [절대]라는 말은 거의 사용이 불가능하다. 절대적인 건 없기 때문이다. [영원]과 결이 비슷하다. 영원히 사랑할게 하는 말은 믿을 수 없는 말이다. 절대가 그렇다. 그러나 절대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정치인이다. 아쉽게도 가장 거짓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정치인이다. 사회에서 촉망받고 명망 높은 학자, 변호사. 교수들이 정치지인이 되면 어째서 아이큐 50처럼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정치인이 되어서 그 생활이 일상이 되어 시간이 흐르면 권력의 맛을 한 번 보고 빠져버려 헤어 나올 수가 없다. 관료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는 국민에게 관심이 없다.

정부는 국민에게 간섭만 한다.

우리는 현 대통령이 창피하다.

사람들의 환심을 사는 건 우리 편의 장점과 잘하는 것을 진실되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잘못된 점을 거짓으로 욕을 하는 게 훨씬 낫다. 나쁜 거짓말이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이는 하루키의 단편 [침묵]을 보면 잘 나온다. 소설 '침묵'은 주인공에게 회사 동료인 오자와가 고등학교 때의 일을 들려주는 이야기다. 오자와는 어렸을 때부터 내성적이고 책을 좋아했다. 아이가 집에만 있는 것이 걱정이 된 부모님이 친척이 운영하는 복싱장에 보내게 된다. 복싱을 배우면서 오자와는 권투라는 운동은 상당히 고독하고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게 되는 운동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복싱을 배우는 사람은 링 밖에서는 사람을 때려서는 안 된다는 철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복싱을 배우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오자와가 다른 사람을 때리는 일이 발생한다. 바로 동급생인 아오키라는 친구를 때리게 된다. 아오키는 공부도 잘하고 인기도 많은 아이였다. 하지만 친해지기 전에도 오자와는 아오키에게 느껴지는 부담감 같은 것이 있었다. 그건 아오키가 공부도 잘하고 인기도 많은 것이 딱 집어낼 수 없지만 거짓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아오키는 진짜로 하지 않고 허울과 껍데기뿐인 위선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오자와는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중 복싱을 하면서 학교의 어떤 시험이든 일등을 하면 무엇인가를 사주겠다는 부모님의 약속 때문에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영어시험에서 오자와는 일등을 한다. 영어 시험은 아오키가 늘 일등을 하던 과목이었다. 일등을 빼앗긴 아오키는 그 뒤로 소문을 퍼트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오자와가 커닝을 한 것이라고. 소문은 돌고 돌아 오자와의 귀에 들어왔다. 화가 난 오자와는 사람을 때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아직 수련이 덜 된 오자와는 아오키와 말다툼을 하던 끝에 때리는 일이 발생한다. 하지만 그 뒤로 생활은 조용하게 흘러갔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떨어져 있다가 다시 같은 반이 된 아오키와 오자와. 어느 날 같은 반의 마쓰모토라는 친구가 지하철에 몸을 던져 자살을 하게 되었다. 학교의 분위기도 안 좋아졌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아오키는 오자와에게 맞았던 그 일을 잊지 않고 지내고 있었다.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아오키는 몇 가지 ‘사실’만을 이야기한다.

첫째, 마쓰모토는 왕따를 당했고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다.

둘째, 오자와는 오랫동안 복싱을 배워왔다.

셋째, 나는(아오키는) 중학교 때 오자와에게 맞은 적이 있다.

이런 몇 가지 사실을 흘리게 된다. 그 뒤로 사실이 진실에서 벗어나게 된다. 마치 복싱을 배운 오자와가 마쓰모토를 때리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차가운 시선과 냉대, 집단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오자와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지만 누구도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

어느 날 오자와는 아오키를 같은 지하철에서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친다. 오자와는 제대로 아오키의 눈을 쳐다봤다. 후에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

내가 정말 무섭다고 생각하는 건, 아오키 같은 인간이 내세우는 말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그대로 믿어버리는 부류의 사람들입니다. 스스로는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주제에, 입맛에 맞고 받아들이기 쉬운 다른 사람의 의견에 놀아나 집단으로 행동하는 무리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뭔가 잘못된 일을 저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한 무의미한 행동이 누군가에게 결적정인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고는 짐작도 못하는 무리들이지요. 그들은 그런 자신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정말 무서운 건 그런 부류의 사람들입니다.

진실이란 늘 모호하고 진실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실이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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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상탈출 시리즈가 찰턴 헤스턴의 70년대부터 해서 앞으로도 또 나온다. 그리고 모든 혹성탈출 시리즈가 재미있다. 그렇다면 혹성탈출 시리즈가 왜 계속 나올까. 그리고 나오면 왜 다 재미있을까. 왜 우리는 혹성탈출 시리즈에 열광을 할까.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침팬지, 유인원들은 인간처럼 정치를 하기 때문이다. 보통 동물들은 우두머리와 2인자가 맞붙어서 이기는 자가 서열 1위로 올라선다. 그리고 모든 것을 독식한다. 하지만 침팬지는 인간처럼 정치적으로 집단을 다스린다.

우두머리 수컷 침팬지가 모든 암컷을 독식하지 못한다. 아니 독식하지 않는다. 반란이 일어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침팬지 사회에서 아침에 일어나면 서열이 낮은 침팬지가 서열이 높은 침팬지에게 인사를 하늗데 이는 침팬지들간의 존경과 복종을 의미한다. 인사를 하는 방식은 전부 제각각이다. 머리를 흔드는 놈, 허리를 구부리는 놈, 손을 흔드는 놈 등.

침팬지와 인간의 비슷한 점은 이상하게도 우두머리, 권력을 거머쥐면 보안관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힘이 없는 자들을 위하는 정치를 한다. 여기서 인간과 침팬지가 분리가 되는데 인간의 이런 생물학적 기초는 진화를 통해 만들어졌지만 침팬지는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간과는 다르게 유전자가 그렇게 하고 있다.

그렇게 움직이게 하는 – 권력을 가진 침팬지는 힘이 없는 침팬지들을 위해서 행동을 하는 유전자가 있다는 것이고 이게 이어진다는 것이다. 서열을 만드는 습성, 이런 행위를 유발하는 심리와 행동의 기저에 놓여있는 유전자는 침팬지와 인류가 다 가지고 있지만 말이다.

그럼 침팬지는 서열 1위가 어떻게 바뀌는가. 서열 2나 서열 3이 서열 1위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 날이 있는데 이게 바로 정권교체의 반란의 시작되는 시기다. 인간처럼 침팬지 서열 2, 3위가 연합을 해서 서열 1위를 밀어낸다. 일대일 맞 싸움이 아니다. 이때 유열사태가 일어나기도 하는데, 그동안 서열 1위가 힘이 없는 침팬지들에게 보안관 행동을 한 이유는 이런 유혈사태가 일어나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우두머리는 약자 편을 들어서 수를 맞춘다. 암컷 침팬지들도 리더가 있다. 나이가 많고 친한 암컷이 많은 암컷이 우두머리 역할을 하는데 정권교체가 일어날 때 싸움에 개입을 한다. 여기서 수컷과 방식이 다르다. 수컷은 보안관 행동으로 자신의 지지 침팬지들을 모으지만, 암컷은 공감의 바탕을 둔 개입을 한다.

이들의 정치는 인간과 흡사해서 암컷 우두머리가 수컷 우두머리의 음식을 손에서 들고 가는 경우가 있는데 다른 육식 동물 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침팬지 사회에서는 수컷이 그럴 때 가만있는다. 그래서 정치를 잘하는 암컷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

왜냐하면 침팬지들도 연합을 잘하는 수컷이 인정을 받는다. 그렇지 않으면 젊은 수컷이 도전해 와서 우두머리 자리를 잃게 된다. 여기서도 권력이라는 건 살얼음 판이다. 적절한 보안관 행동 80%와 그 외 20% 정도로 공감에 둔 정치를 해야 우두머리 자리를 이어갈 수 있다.

이런 모든 실제 현상을 영화에 녹여 냈기 때문에 혹성탈출 시리즈는 나오면 재미가 있다. 70년대 혹성탈출 시리즈가 타임리프 이야긴데 어쩌면 거기가 더 침팬지 사회에 입각한 이야기에 가까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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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노래, 위 아 더 월드가 탄생되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다큐맨터리 영화다. 나이가 든 현재 라이오넬 리치가 카메라 앞에 앉으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이 노래를 라이오넬 리치와 마이클 잭슨이 작곡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당시로 돌아간다.

당시 아프리카 기근으로 산모가 아기를 낳자마자 아기를 안은 채 둘 다 죽은 모습을 보게 된 음악계의 큰 손, 제왑피 같은 사람이 보고 기획을 하게 된다.

일 년 전에 영국에서 밥(겔도프)이 가수들과 함께 밴드 에이드를 만들었다며 우리도 밥의 구조를 그대로 들고와서 미국의 슈퍼스타들로 노래를 불러 아프리카를 돕자. 그리하여 이 미친 계획이 시작된다.

왜 미친 계획이냐. 위 아 더 월드에 투입 된 스타들은 당시 하늘을 찌를 듯한 인기와 자존심이 있었다. 짧게는 전부 몇 달 치 스케줄이 다 짜여 있었다. 초반 라이오넬, 마이클 그리고 스티브 원더로 출발한 멤버는 퀸시 존스가 끼면서 점점 거대해지고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슈퍼스타들을 한 번에 녹음을 할 수 있는 날이 없었다. 오직 한 날!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시상식 때 전부 모이니 그날 모든 작전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녹음할 장소는 극비였다. 왜냐면 이들의 비밀이 탄로나면 이 많은 스타들의 팬들이 쓰나미처럼 몰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건 녹음 9일 전까지 작곡이 전혀 되지 않았다. 라이오넬과 연주를 전혀 하지 못하지만 마이클은 흐밍으로 음음 하며 곡을 만들어 본다. 그렇게 위 아 더 월드의 곡과 가사가 시작된다. 이 과정을 그리는 이 다큐 영화는 정말 재미있다. 버팔로에서 공연을 마친 미친 스타 브루스 스프링스턴부터 티나 터너, 신디 로퍼. 디워 온 윅, 케니 로저스, 로긴스 등 이 자존심 강한 스타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이 위대한 노래는 엄청난 후원을 받아서 기근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돕는다. 일단 그 중심에 마이클이 있었다. 즐겁게 모인 미국 스타들 앞에서 밴드 에이드의 수장 밥 겔도프가 이 노래로 굶주리는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며 연설을 하는데 전부 숙연해진다. 그렇게 위 아 더 월드가 녹음에 들어간다. 굿이다.

이건 별도의 얘기지만 2015년 아이티가 해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 때 위 아 더 월드는 다시 한 번 퀸시 존스를 선두로 해서 뭉쳤다. 하지만 30년이 훌쩍 지나 많은 스타들이 죽거나 너무 늙어 버렸다.

라이오넬 리치로 시작되는 도입을 저스틴 비버로 시작하는 2015 위 아 더 월드는 신디 로퍼의 고음 부분은 셀린 디온의 폭발하는 성량으로 대신 했다. 하지만 죽은 마이클의 부분은 대체가 불가능 했다.

퀸시 존스는 잠든 마이클을 찾아간다. 편하게 쉬는데 미안해 마이클, 이번 한 번만 도와주길 바라네. 아이티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어. 그리하여 잠든 마이클을 깨워 같이 위 아 더 월드를 부르게 된다.

이 세상에 위대한 노래 한 곡을 꼽으라면 당연하지만 위 아 더 월드다. 노래 한 곡이지만 이 노래 한곡이 미치는 선한 기운은 정치가들이나 미사일, 칼과 총이 하지 못하는 위대한 일을 해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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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2-03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때 정말 대단했죠. 음악의 힘이 대단하구나 다시 한 번 깨닫는.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게 그립기도하고 아련하네요. 노익장이라는 것도 있는데 늙어서 슬프네요. 갠적으로 팝송 들은 지도 오래고 지금은 이런 가수들이 있나 싶기도 하네요. ㅠ

교관 2024-02-03 11:37   좋아요 1 | URL
늙다니요 나이가 들어가는 거지요 ㅎㅎ 노사연은 익어가는 거라고 노래를 불렀잖아요. 우리는 매일, 매 시간 나이 들어 가지만 그때, 그 당시에 들었던 노래는 아직 아이처럼 남으려는 마음과 함께 저 깊은 곳에 남아 있어서 잘 흔들어 깨우면 꽤 힘을 발휘하는 것 같아요
 


전쟁의 공포와 갈등과 후유증, 교육의 문제와 개인의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과 함께 ‘벽’을 깨트리려는 초현실, 초자연, 해체주의로 말하려는 영화다. infp들의 영화.

주인공은 당시 최고의 아이콘 밥 겔도프가 맡았고 영화 전체를 휘어 잡는 음악은 핑크 플로이드 수장 로저 워터스가 맡았다. 이 영화는 핑크 플로이드의 팬이라면 몇 번씩 봤을 테고, 틀을 깨고 싶고, 모더니즘에 싫증나고 범우주적인 이야기로 내가 하고픈 말, 폭발시키고픈 이 불공정한 벽을 깨고 싶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다.

교육에서 수준이하의 아이들이 트레일러에 실려 어딘가에 떨어져 소시지가 되는 장면은 이후 많은 곳에서 오마주 되어서 나오기도 했다.

로저 워터스가 누구인가. 앨범 회사까지 좌지우지할 정도로 천재 뮤지션, 슈퍼 록스타였다. 그런 로저 워터스가 이 영화 ‘더 월’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 세계는 충격으로 일렁거렸다. 음악이 예술 최고 위에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었다.

로저 워터스는 핑크 플로이드 멤버에서 나오고 나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 그 자리에서 ‘더 월’ 공연을 펼쳤다. 도대체 지구에서 이런 뮤지션이 존재하다니. 세상은 로저 워터스의 악독하고 독재 같은 면모 이전에, 그의 천재성에 눈과 마음을 모두 빼앗겨버렸다.

이 영화의 각본도 섰다. 냉소라는 것, 세상에 대한 냉소라는 것도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흘리는 건 꽤나 멋진 일이다. 밥 겔도프는 85년 라이브 에이드의 프로듀서를 맡았다.

로저 워터스가 빠져나긴 빈자리를 데이비드 길무어가 이어받아서 길고 긴 시간을 견디고 버텨 [디비전 벨] 앨범이 나왔는데 우와 정말 미친 앨범이었다. 94년도에 데이비드 길무어 주축으로 [펄스] 공연은 그야말로 공연인데 예술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좋다. 유튜브에 풀 영상이 있다. 정말 초초초 추천이다.

핑크 플로이드는 사람들에게 기묘한 현상을 불러일으키는데, 앨범 속 수록곡들의 가사 해석이 전 세계에서 자기 방식대로 제각각 이루어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핑크 플로이드의 가사는 아주 심오하고 진지하며 난해하지만 그 안을 잘 파헤치면 ‘인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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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잡는다는 건 그 사람의 온기를 나눠 갖는다는 것인데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건 그냥 수족냉증인 걸까.



잘 시간은 지났고, 잠도 쏟아지는데 잠들기 싫은 밤이다.

눈이 감기고 졸다 깨고 잠들었다가 놀라서 깬다.

이렇게 아침을 맞이하면 너무 피곤하겠지.

나는 왜 이 밤을 잠으로 채우지 못하는 걸까 – 새벽 3시에.



그는 밤일이 시원찮아서 아내에게 꽉 잡혀 산다. 안 그래도 화가 많은 아내가

근래에 더 화가 났다. 아내는 그를 벌레 보듯 밤일도 시원찮은 놈아 나가서 

빨리 어떻게 좀 해봐.라고 해서 추워서 나가기 싫어 죽겠는데, 눈까지 펑펑 

내려서 너무 나가기 싫은데 결국 밖으로 나가야 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좀 더 나이 들어 아내에게 버려지지 않을까 오직 그 생각뿐이라 아내가 하는 

말은 다 들어야 했다. 아내가 회사에 늦게 나가라고 하면 개처럼 바짝 엎드려 

그렇게 했고 그러면 그럴수록 회사 직원들에게는 강압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덕분에 그의 옆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고 말았다.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 이건 그냥 이야기야.



저녁 8시가 예전 같지 않다.

붐벼야 할 시간인데 다운타운이 썰렁하고 허전했다.

모두가 잠들어야 할 새벽 한 시 sns 세상은 너무나 떠들썩하고 활발하다.



진지하고 진지해서 너무 진지해도 괜찮아.

심각하지만 않으면 돼.

진지한 건 환영이지만 심각해지면 답이 없어.



부어도 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술병이 있잖아.

그런 술병이 있어.

아무리 부어도 채워지지 않지.

계속 부어도 누군가 자꾸 마셔 버려.

채워지지 않는 술병은 매일 밤 추위에 내몰리는 거야.

추위에 떨다 떨다 참지 못하면 몸을 던져 깨지는 수밖에 없어.



하루키가 그런 말을 했는데 사람에게는 자신의 분수령이 있다고.

하지만 그 분수령이라는 게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10대에 찾아오는 사람이 있고 60대에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분수령에 도달하면 내려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직 나의 분수령이 아니라도 

생각되면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살기보다 오늘 하루 그냥 존나게 열심히 살자.



창에 부딪히는 바람소리가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랫소리보다 더 크게 들린다.

바람소리는 꼭 억울하게 죽은 마녀의 울음소리처럼 들린다.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라는 말은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말은 정말 무책임한 말이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그 사람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라고 하는 

말은, 한국이 망할 때까지 듣지 못하겠지.



우리가 세상에 드러내고 싶은 건 우리 음악이지 허벅지가 아니잖아 – 더 런어웨이즈



상처가 다 낫지 않고 흉터가 생기더니 흉터는 꺼끌꺼끌 심술이 되어 나를 

찌르곤 한다.

상처가 다 낫지 않은 이유는 상처를 받았을 때 제대로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피하려고 했기 때문에 흉터가 깊게 상흔을 남기고 

결국 심술이 되어 버렸다.



어제 외계침공 영화를 또 봤다.

지구에 머틀리 크루가 살아 있는 한 침공한 외계인들이 두 손 두 발 다 들고 

떠날 거야.



포근하더니 제주도에는 벌써 매화가 피었다고 한다.

이렇게 어수선해도,

이렇게 시끄러워도,

이렇게 지랄 맞아도 봄은 오고 있다.



오늘을 어제에게 반납하고 내일을 오늘로 받아들이는 시간.

지나간 하루의 미련을 버리고 꿈속으로 들어도 좋을 시간.

너는 너의 세계를 살고 나는 나의 세계를 살아야 할 시간.

받았던 상처는 조금씩 흉터로 남아도 되는 시간.

우리는 전부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는 시간.

이제 격렬한 결락으로 떨어져도 괜찮을 시간 – 밤 열두 시(밤 열한 시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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