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종교에 대한 태국 영화를 한 편 봤다. 집을 세 주면서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를 믿는 신도들로 공포영화다. 사이비 종교는 시대를 막론하고, 어느 나라든지 사이비 종교는 있고 그것을 다룬 방송이나 영화가 쏟아진다. 우리나라에서 사이비종교의 대표로 JMS의 정명석이 구속 기소되었고, 넷플릭스에서 [나는 신이다]를 제작해서 방송했다. 엄청났다. 그의 추종자들에 의해 방송 관계자들이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도 들은 것 같은데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나도 사이비 종교에 관한 단편 소설을 한 편 썼다. 그 단편을 쓰기 위해 그 안에까지 들어가는 과정을 알아야 해서 직접 그들의 모임에 몇 개월 동안 참석을 한 적이 있었다. 몇 개월 잘 다니다가 그곳을 나올 때 소모임의 리더 같은 사람이 나를 엄청 붙잡았다. 그 속에서 만나고 이야기했던 사람들, 즉 신도들은 너무나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었다. 누구에게 해코지를 하거나 심지어 나와는 다르게 욕 한 마디 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사이비종교라는 걸 어떻게 명확하게 지정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인터넷에서도 신천지를 검색하면 그들이 하는 봉사활동의 소식이 밑으로 주욱 나온다. 실제로 신천지가 사람들을 향해 공격을 하거나 돌을 던지는 행위를 하지는 않는다. 신도들은 다른 종교처럼 선교활동을 하고 말씀을 전하는 행위를 할 뿐이다. 사이비 종교라는 걸 명확하게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코로나 초기 때 내가 있는 곳에 신천지 신도가 와서 최초 전파자가 되었다. 대대적으로 뉴스가 났고 그들이 들어갔던 가게나 음식점은 확진자가 다녀간 집이라고 펜스를 치고 2주 동안 영업정지였다. 그때 [확진자]라는 사건의 중심보다 [신천지]라는 변두리에 사람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결국 이 근방에 시에서 신천지 전수조사를 나왔다는 소문이 돌았고 아케이드가 쳐 있는 400미터 안에 신천지 건물 5곳이 나왔다. 그 건물들의 이름이 하나씩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사람들은 신천지에 대한 불신과 불안 그리고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게 되었다. 여기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신천지라는 건물을 몰랐을 때는 고요하게 지금까지 잘 지냈다. 그 사실(400미터 안에 신천지 건물이 5군데가 있다는)을 알았을 때와 몰랐을 때가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신천지는 사이비종교라서 사람들은 대단히 불안해했다.


사이비종교는 하느님을 믿지 않을 것 같고, 신도들은 영화 속처럼 기괴하거나 괴이한 행동을 하고 언어를 사용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타인에게 방해 주지 않으려 조심하며 밖으로 나오지 않고 지내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다면 사이비종교가 아닌 종교, 여러 종교 중에 개신교는 좀 어떨까. 흔히 말하는 교회에 나가고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 말씀을 전하고. 대한예수교, 침례교 등 사이비종교가 아니라고 하는 종교가 있는데, 정통 개신교를 믿는 자들이 신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며 욕설을 하고 일반인들보다 더 욕심에 눈이 멀어 나쁜 짓을 많이 하기도 한다.


가장 최근의 예로, 박수홍 형은 정말 절실한 개신교 신자라고 한다. 법정에서도 검사와 변호사의 주장이 오고 갈 때마다 [하느님아버지]라고 계속 조그맣게 내뱉는다. 사실 이런 소리 정말 듣기 싫다. 이 박수홍 형의 웃긴 점은 그렇게 하느님 말씀을 듣는데 박수홍의 아내를 조사하기 위해 점을 보러 가서 거기서 부적인가, 그런 내용도 법정에 나왔다고 한다.


도대체 사이비종교라는 건 무엇을 근거로 결론을 내야 할까. [사이비종교인]라는 단어가 더 확실한 것 같은데 [아니야, 나 땡땡교회 다녀]라고 하면 사이비종교가 아닌 것처럼 되어 버린다. 교회 내의 이득경쟁도 치열하고 서열이나 다툼도 정치인들 못지않다. 나라에서 인정한다고 해서 그 종교를 사이비라 부르지 않는 것일까.


종교와 신도들에게 사이비라는 호칭을 붙이는 건 누가 정하는 것일까. 법으로 나와 있는 것일까.


많은 나라에서 사이비 종교 때문에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얼마 전에 케냐에서 사이비 종교에 속아서 굶어서 떼죽음 당한 사람들의 뉴스도 있었다. 일부 시신에서는 장기도 적출했다. 불과 일 년도 안 된 사건이다. 미국에서 70년대 짐 존스라는 희대의 사기꾼이 인민사원 교주를 하면서 900명을 집단자살하게 만든 일이 있었다. 이 엄청난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디카프리오가 짐 존스로 분해서 다시 영화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2021년도부터 나오고 있다.


정신이 나갈 것 같았던 영화, 어두운 밤보다 환한 대낮의 공포가 얼마나 더 무서운지 잘 보여줬던 영화 [미드 소마] 역시 사이비종교에 관한 이야기다. 여기는 배경이 스웨덴이다. 사이비종교는 분명 존재한다. 사이비 종교는 신도들의 약한 마음에 투침하여 조금씩 시간을 들여 마음을 갉아먹는다. 마음을 다 갉아먹은 자리에 악마를 심어 놓는다.


사이비종교라는 건 순진하고 착한 신도들의 뒤에 숨어서, 마음에 숨어서 본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드러나도 결국 사이비종교야 같은 말을 들을 뿐 사이비종교를 결정짓는 어떤 선도 없어서 오늘이 지나면 다시 사이비종교는 활개를 펼칠 동력을 마련한다. 종교에 믿음이 빠지고 우리 아니면 전부 나쁜 거야,라는 분위기가 강하면 그게 사이비종교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집단생활의 여러 특징 중 눈에 띄는 하나는 아이 때부터 집단생활을 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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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봄 같은 날 때문에 그런지 친구가 사고로 죽은 후 죽음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한 번 죽으면 더 이상 죽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자꾸 맴맴 돌면서 죽고 난 그 후의 아무것도 없음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 생각을 한다고 해서 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생각이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머릿속으로 밀려 들어온다. 그 생각이 강하게 들 때는 매일 다니는 집으로 가는 길이 너무 힘들고 슬프게 느껴진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데 죽음이 너무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친구가 죽고 난 후에 그 부재가 기묘한 형태로 존재를 알리니까 이상하고 또 이상하기만 하다.


감기기운이다. 물약을 찾아 먹었다. 나는 아프기 전에 미리미리 약을 챙겨 먹는다. 남들은 아프면 약을 먹지만 나는 아픈 게 너무 싫어서 아프게 전에, 감기기운이 오면 미리 약을 먹는다. 작년에는 한 번도 아프지 않았다. 나는 아직 코로나도 한 번 걸린 적이 없다. 아프면 그 핑계로 푹 쉬고, 그러면 괜찮지 않으냐고 하는데 나는 괜찮지 않다. 아파서 오는 고통에 몸이 잠식되어 가는 그 느낌이 너무 싫다. 그래서 매일 조깅을 하고, 샤워를 하고, 적당히 먹고, 팬티를 매일 갈아입는다. 그럼에도 감기기운이 왔다는 건 참 짜증 나는 일이다. 미리미리 약을 챙겨 먹자.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약을 챙겨 두자.


어릴 때는 아버지가 골라준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요즘은 아이스크림 하나 고르는데도 선택이 어렵다. 어릴 때 선택의 폭이 좁았을 때 아버지가 골라준 아이스크림은 뭐가 됐든 만족도가 높았다. 요즘 내가 고르고 골라 먹는 아이스크림은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다. 단지 맛 때문은 아닌 것이다. 그 속에는 방대한 자유가 주어져도 결국 그 속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 만만찮다. 만만찮은 게 아니라 어렵다. 고르는 건, 선택을 하는 건 이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너무 어렵다.


그러는 와중에 누가 잘 지내냐고 물었다. 나는 잘 지낸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별 탈 없고, 매일 조깅하고, 책 읽고, 글 쓰고. 잠 잘 자고 아침에 무사히 눈 뜨고. 일어나자마자 바로 화장실에 가서 대소변을 해결하고. 밥 잘 먹고. 잘 지낸다.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잘 지내냐고 물으니 내가 못 지내는 것은 아니지만 잘 지내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은데 잘 지내는 건가, 잘 지내는지 어떤 그것조차 알 수가 없다. 어제 이전 까지는 잘 지냅니다,라고 당당하게 말을 했는데 갑자기 잘 지내는 게 어떤 건지 제대로 알 수 없어졌다. 잘 못 지내는 걸 못 알아차리면 잘 지내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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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괴짜에 존재감 없는 경리부 회사원이던 다나카는 밤이 되면 초 섹시 밸리 댄서 가 되어서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 [섹시 다나카상]의 원작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드라마가 되었는데, 일본의 방송계는 현재 [섹시 다나카 씨]의 원작자 아시하라 히나코의 투신자살로 떠들썩하다.


원작자는 원작과 다르게 드라마가 만들어졌고 각본가와 연출가에게 자신의 의견이 전달이 되지 않고 처음 계약과도 다르게 캐릭터가 그려져서 많이 속상하던 차에 거대 방송사는 우리가 너의 창작물을 실사로 만들어 주니 따라오라는, 오래전부터 있던 관행에 대항하다 자살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추어 작가일 때는 그저 열심히 창작물을 만드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행복해하면 끝이지만 프로 작가가 되면 세세한 부분, 디테일하고 자잘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창작자들은 그래서 다른 직업군보다 회사를 잘 만나야 한다.


여기 작가들 역시 아마추어 작가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저 글을 쓰는 그 자체가 좋아서 행복한 사람들. 글을 쓰며 미소 짓고, 눈물을 흘리고, 기뻐하고 슬퍼하는. 글을 쓰는 동안 글 속의 세계에 들어가서 훨훨 날아다니는 아마추어 작가들.


그렇게 구석진 곳에서 매일 시간을 벌려 등을 구부리고 열심히 쓴 소설을 출판사에 보낸다. 예전에는 원고를 보내야 했지만 이제 원고를 받는 출판사는 거의 없다. 대부분 이메일로 받는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도 수십, 수백 편의 소설을 받는다. 소설을 보내고 난 후 아마추어 작가들은 [에이, 그저 한 번 보내보는 거야. 기대 같은 건 없어]라고 말은 하지만 속마음은 다르다. 언제나 희망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러나 현실은 출판사는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체다. 투고하는 대부분의 소설은 선택받지 못한다. 선택받지 못하는 대부분의 소설은 제목이나 개요만 읽히고 내용은 읽히지도 않은 채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서 소멸된다. 내가 출판사 대표라면 기성 작가들, 프로 작가들의 소설을 출간해서 자본을 벌어들이는데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설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에세이나 전문 분야의 글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그건 나중에 이야기할 수 있으면 그때 이야기를 하고.


창작하는 작가들이 아마추어에서 프로가 되고 나면 그때부터는 아마추어 때처럼 그저 앉아서 열심히 소설만 적을 수 없다. 뭐든지 하나하나 더 관심, 개입, 간섭을 해야 한다. 그걸 잘하는 프로 작가가 있고, 그런 점에서 작아지는 프로 작가가 있다. 그래서 회사에서 나머지 부분을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창작물이 알을 깨고 날개를 달고 드라마나 영화가 되었을 때 섹시 다나카상 같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예전의 가수는 음반사를 잘 만나야 했고, 요즘의 가수는 기획사를 잘 만나야 하고, 작가는 출판사를 잘 만나야 한다. 위화가 우리나라에 와서 인기가 얻게 된 건 순전히 바꾼 출판사를 잘 만났기 때문이라고 할 만큼 창작자들에게 회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시하라 히나코는 매화 드라마 회수가 거듭될 때마다 캐릭터가 원작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며 스토리가 산으로 갔다고 했다. 중요 캐릭터 세 명이 전부 원작과 다르게 그려졌다. 내가 그리고 싶었던, 이야기에 담고 싶었던 주제가 다 사라져 버리고 이상한 드라마가 되어 버렸다고 했다.


각본가가 중간에게 원작자의 내용을 전부 재단을 해 버린 것에 대해서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원작자의 고통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각본가는 8화까지는 자신이 썼고 9화 10화는 원작자가 각본을 썼다며 오해 말아 달라는 소리를 했지만 사람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비난을 받는 이유 중에는 인스타로 원작자를 심하게 비꼬고 불만을 표출한 이유도 크다.


방송계의 힘은 거대하다. 이 거대한 힘으로 드라마를 제작하면 원작과 완전히 다르게 실사가 나오기도 하고, 실제 인물을 좀 더 축소하거나 확대시킬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원작자에게 고통을 주기도 한다.


우리 축협이 그렇게 말렸던 클린스만을 감독으로 데리고 온 것처럼 예전부터 욕을 들어 먹어도 섹시 다나카 씨의 각본가를 계속 방송가에서 쓰는 이유가 있을 터. 이런 거대 조직이 창작자 하나쯤 소거시키는 건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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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소설 속 거장 – 레오나르도 후지타 – 고양이를 사랑한 거장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화가 레오나르도 후지타. 후지타가 하루키의 신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속에 등장했다. 하루키도 고양이를 좋아해서 고양이의 이름을 와타나베 노보루라고 짓기도 하고, 해변의 카프카에서 나카타 씨는 고양이들과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하고, 여러 에세이, 소설에 고양이가 대거 등장한다.


소설 속에 고양이를 사랑한 화가 레오나르도 후지타의 기지개 켜는 고양이 그림이 도서관에 걸려있다고 했는데 이런 거장의 그림이 이런 작은 도시의 마을의 도서관에 걸려 있을 리가 없다면서 후지타를 언급한다.


후지타는 고양이와 여자를 사랑해서 사랑한 고양이와 여자의 그림을 그렸지만 전쟁의 실상을 그림으로 그렸다고 해서 일본에서 생활하지 못하고 결국 프랑스로 가서 살게 된다.


그냥 개인적인 생각으로 하루키가 소설 속에 후지타의 그림을 등장시킨 것에는 나름대로의 정치적인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다.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난징 학살에 대해서 언급을 했고, 일본에서 우파 신문사인 산경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도 역사적으로 전쟁을 일으킨 잘못은 상대국이 됐다고 할 때까지 사과를 하라고 한 만큼, 전쟁기록화가인 후지타를 언급한 것도 어쩌면,라고 생각을 했다가 그러기에는 앞뒤가 너무 개념이 맞지가 않는 부분이 있어서 그만 생각하기를 접었다.


후지타의 고양이 그림은 유명하고 또 아주 비싸다. 후지타 하면 작년에 타계한 우리나라 화가 김병기와 러시아 칸딘스키와의 인연과 접점이 있다. 후지타는 원래 문학도 하고 싶어 했다. 사실 문학이나 그림이나 영화나 모두가 이어지는 예술이다.


예전에 독서모임할 때 후지타에 대해서 토론을 한 번 한 적이 있어서(나는 주로 들었지만) 할 말은 많지만 이 화가에 대해서 찾아보면 재미있는 사실들이 많다. 고양이를 사랑한 후지타와 하루키 이외에도 고양이를 사랑한 거장들의 사진을 올려본다.


각주를 일일이 달지 않아도 누군지 다들 아시죠 ㅎㅎ 첫 사진이 후지타입니다.




내가 찍은 고양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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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서 냉동 만두를 꺼냈다. 마치 고대 화석 같은 모습으로 하얗고 딱딱한 모습이었다. 무기로 사용해도 될 법한 딱딱함이다. 이 차가움, 이 딱딱함. 냉동만두는 그런 기묘함을 전부 가지고 있다. 기묘하고 딱딱하고 서늘한 냉동만두가 마법을 부릴시간이다.


프라이팬을 불에 달군 후 기름을 붓고 차갑고 딱딱한 냉동만두를 프라이팬에 두른다. 약한 불에 냉동된 만두가 풀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곧 노릇노릇하게 익어간다. 그 냄새가 매혹적이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냄새는 음식이 조리되는 냄새다. 계란 프라이가 익어가는 냄새, 짜파게티의 냄새. 인간을 가장 나약하게 만드는 냄새가 있다면 음식 냄새다.


일주일을 굶은 도망자가 허기질 때 맡는 음식 냄새는 살인을 부축이기도 한다.


미각이라는 건 단지 혀로 느끼는 맛 만으로 충족시킬 수 없다. 시각으로 한 번 입 안을 데운다. 그리고 후각으로 몸에 신호를 보낸다. 이제 만두를 먹을 테니 그 천국의 맛에 대비를 해라라고. 겉이 노릇노릇 익어가는 모습과 냄새에 매료되어 가는 나 자신이 느껴진다. 다 구워진 만두를 접시에 담으면 게임은 끝난 것이다. 만두, 만두~ 만두! 하는 만두송을 들어보면 우리가 만두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만두가 프라이팬 위에서 익어 간다.

타닥타닥 소리를 내면서 익어 간다.

냄새가 사람을 괴롭게 한다.


모리스 멘델은 아무리 괴로운 시간이라 해도 한 시간은 60분을 넘지 않는다고 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만두 냄새는 사람을 괴롭게 하고, 만두 냄새 때문에 60분 동안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구운 만두를 한 입 먹으면 언제 딱딱하고 차가운 만두였냐는 듯 뜨거움이 입 안으로 확 들어오면서 만두 속의 맛있는 조합이 혀의 위로 퍼진다.


후 하며 뜨거움을 뱉어낸다. 맛있는 만두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건 맛있는 간장이다. 간장에 살짝 찍어 먹는 군만두는 세상 부러울 것 없게 만든다. 그런 시간을 만두를 먹으며 잠시 가진다. 이런 시간이 모여 인간의 삶이 이루어진다. 곧 혼돈이 오더라도 나는 지금 만두는 먹는다. 군만두를. 군만두는 혼자 먹어도 맛있지만 친구와 같이 먹어도 맛있다. 군만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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