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칸디나비아 존잘이지만 싱글인 지질한 남자와 싱글을 벗어나고픈 자기 멋에 사는 역시 지질한 여자의 이야기다. 제목이 싱글인 서울인 만큼 지방 사람은 서울을 잘 몰라서 서울의 싱글 생활이 어떤지 크게 감흥이 별로 없다.

자이언티의 양화대교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을 때에도 나는 양화대교를 본적도 없어서 노래가 딱히 와닿지 않았다. 아버지가 택시운전사라서 힘들었다고 하는 가사가 있는데 내 어릴 때 내 친구 중에 아버지가 택시 기사였는데 와 정말 멋있고, 모두 주택 전세 사는데 그 집만 아파트에, 점심 식사도 집으로 와서 아내와 함께 드셨는데.

존잘 이동욱이 베란다에 나가서 담배 피우려다가 셀프감금질 당했을 때 지질함이 폭발한다. 그린라이트에 표정이 확 달라지는 임수정도 귀여운 지질함이 흘러나온다.

첫사랑이란 가장 지질할 때 연애일까 가장 순수할 때 연애일까. 운명이라 부를까 그저 우연이라 부를까. 둘이 되기를 원하지만 잠이 들 땐 결국 혼자서 잠을 자야 하는 우리 인간, 사랑하는 이라도 대신 아파줄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지질한 삶이다.

글은 사랑하는 흔적과도 같다는 시인으로 나온 조달환의 대사가 마음에 들었다. 가장 지질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사랑하는 이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노래를 이렇게 잘 하다니.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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웡카

따뜻하고 슬프고 애틋한 뮤지컬 영화다. 착한 웡카와 꼬마 여자애는 내내 당하다가 끝에 가서 복수한다고 하기도 뭣하고 아무튼 끝에 가서 해피엔딩이다.

음파룸파 난쟁이로 휴 그랜트가 나와서 디게 잘 어울리데 ㅋㅋ. 팀 버튼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많이 비교되는데 재미로만 보자면 후자가 더 재미있다.

웡카는 선한 쪽은 전부 약자로 그려지고 있고 티모시 살라메가 다리를 휙휙 올리며 뮤지컬 노래를 부르며 초콜릿을 팔기 때문에 4학년 정도가 재미있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나는 4학년.

영상미가 좋다. 하늘을 날고 온갖 초콜릿의 그래픽도 자연스럽다. 당연하지만 국뽕 때문에 정정훈 촬영감독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정정훈 촬영 감독은 이방인이라는 점 때문에 언제나 화재인데, 에드가 라이트와 손잡고 라스트 나잇 인 소호도 촬영했지(영상미 알지?), 언차티드도 촬영했지, 좀비랜드 더블 탭, 그것 등 할리우드 영화들부터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까지.

온통 그래픽이라 배우들이 촬영할 때 허공에 대고 연기를 많이 했을 법하다. 웡카를 보며 느낀 건 만약 배우들이 영화에 몰입해서 연기를 한다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연기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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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롭다 하지만 처절하고 겁이 나는 전쟁이 이토록 미학적이라니.

2차 세계 대전에서 독일과 맞써는 공군의 이야기다. 대단히 조마조마하며 당시 비행기들의 전투씬에서 총알을 맞아서 머리가 박살나는 장면은 너무나 실제 같다. 그럼에도 영상미가 말도 못하게 좋다.

1988처럼, 전쟁에서 하늘의 전투는 미사일이나 총알로만 죽는 것이 아니라 고도가 높으면 동상이 걸리고, 손가락이 날아가고, 하강 할 때 궤양이 터져 죽기도 한다. 열악한 비행기 안의 환경, 산소 부족, 영하로 떨어지는 기온이 주는 공포가 화면 밖으로 뻗어 나온다.

영화는 비행기 안에서 이뤄지는 당시 긴박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불시착을 할 때 대원들의 행동이라든가. 창문을 들어내서 옮긴다든가.

영국과 미국 간의 군인들 대립이나 작전 후 밤을 즐겨야만 살아낼 것 같은, 그들은 지옥 같은 전쟁 속에서 유머를 잃지 않는다.

살아서 돌아올 수 없는 공중전이지만 병사들은 하나 같이 목숨을 걸고 전투에 나가기를 원한다. 나치 독일을 궤멸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공군 병사들의 이야기가 사람들을 매료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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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tNKxAoi-MTc?si=bEUhjrsx2EiZoWRU


영상: 코오롱스포츠 KOLON SPORT


서래를 닮은 말러 교향곡 5번 아다지에토는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에 이렇게 탕웨이와 바다 그리고 아다지에토로 한 번 코오롱에서 제작을 했었지

이때 탕웨이를 봐, 탕웨이가 얼마나 예쁜지

클래식은 잘 모르지만 아다지에토는 참 많이 들었던 곡인데

여자에게 관심도 없고 작곡만 하던 41살의 말러가 19살이나 어린 알마 쉰들러에게 빠져들어 사랑을 담아 작곡한 아다지에토

음악이, 그리고 그 울림이 당신을 향한 나의 열망을 더욱 이끌어낸다면,

당신은 매일 아침 이 곡을 듣게 될 것입니다

당신을 향한 당신을 위한 모든 것은 내 안에 있습니다, 사랑하는 알마 – 말러로부터

아아, 정녕 사랑을 고백을 할 때에는 온 마음을 다 해야 한다고

아다지에토는 수많은 모순의 소랑을 담아내는 영화에 등장했지

알마에 의하면 말러는 늘 죽음을 생각하고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사람이라고 했지

이 곡이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 쓰이면서 명작이 되었지

아다지에토는 미칠 것 같은 추락과 아름답게 죽음을 맞이할 용기와 마음속에서 요동치고 멈추지 못할 것 같은 사랑의 감정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헤어질 결심에 아다지에토가 계속 흘러, 아다지에토는 서래를 닮았거든

12월 31일이 끝나면 1월 1일의 시작이야

나의 사랑이 끝남과 동시에 너의 사랑이 시작되는 이 모순,

박 감독님은 10년 전 코오롱 광고 속 탕웨이를 보며 내내 헤어질 결심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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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불안하고 타인이라는 시선에 갇혀 지내는 진샤는 보안검색대에서 일을 한다. 그때 초록초록 머리를 한 여자애가 나타나서 진샤와는 다른 자유함을 드러내며 진샤의 심기를 건드린다.

진샤는 3500만원을 마련해서 영주권을 얻으려 하지만 너무나 큰 벽이고 초록초록 머리는 오늘 죽어도 좋아 라는 식의 사고방식이다. 검색대에서 신발 때문에 경보음이 울리자 협조해 달라고 진샤는 말하지만 초록초록 머리는 실실 웃으며 신발을 벗고 맨발로 검색대를 빠져나간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몸에 초록의 색이 칠해져 있다. 진샤는 남편에게 맞아서 생긴 멍의 색이고, 초록초록 머리는 초록의 문신을 가슴 언저리에 했다. 둘은 약을 판매하는 구매자를 만나러 가는데 같이 가게 되고 거기서 나오는 돈을 진샤는 얻기로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같이 지내게 된다. 샤워를 하고 돌아서서 머리를 닦는 진샤의 몸에 든 멍을 보는 초록초록 머리는 그 멍을 만져준다. 대부분의 어른은 어른이 된 이후 누군가를 보살피지만 어른도 보살핌을 받고 싶어하는 마음을 잘 살린 장면이라 생각이 든다.

두 여인은 결국 거대한 남성들의 세계에 억압받고 있었다. 진샤와 초록머리는 이 설명 할 수 없는 녹야에 젖어 드는데. 과연 이 두 여인이 한 몸이 되어 이 크고 어두운 세계에 어떻게 저항을 할까.

독립영화에 출연을 많이 한 이주영은 원래 이 영화에 출연을 망설였지만 판빙빙이 편지를 써가면서까지 이주영을 섭외했다는 일화가 유명했다.

마블리의 주먼 펀치와 미드의 물량 공습 속에서 섬세한 실 같은 결의 흔들림이 있는 이야기를 보고 싶으면 봐도 좋을 것 같다. 판빙빙의 연기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영화 ‘녹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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