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성서를 쓰지 않았다 - 천 년에 걸친 인류사의 기록 다시 읽기
카럴 판스하이크.카이 미헬 지음, 추선영 옮김 / 시공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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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원제처럼 ‘인간 본성에 관한 좋은 책‘ 으로 냈어도 좋았을 뻔. 조금 어렵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인류 문화 진화의 기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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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우주 - 잠들기 전 짤막하게 읽어보는 천문우주 이야기 Collect 22
김명진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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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우주 방위 특공대 이야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의 등장인물 가운데 별 또는 우주와 관련 있는 이름이 있다. 악당의 딸이었으나 회개(?)하고 착한 편이 되기로 한 네뷸라(nebular)는 별의 구름인 성운을 뜻한다. 머리 회전이 엄청 빠르고 다루지 못하는 무기가 없으나 자신의 정체성이 너구리임을 뒤늦게 깨닫는 영특한 동물의 별명은 로켓(우주선)이다. 모두 우주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내용에 잘 어울리게 지은 이름이다.

 

우주에 대한 탐구는 곧 우리의 존재가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위대한 질문에 대답하기 위함입니다. 은하는 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등불에 해당하지요.(33)

 

영화의 등장인물처럼 이 책은 우주와 관련하여 90가지나 되는 이름 또는 주제에 천연색 사진을 곁들이고 각각의 사연을 달아 거의 화보 급으로 구성하였다. 현직 천문학자들이 협업으로 만든 책이라 두께감과 무게감이 제법 묵직하다. 난해하고 지루할 것 같은 전문적인 내용을 쉽게 풀어 써놓아 책의 부제처럼 잠들기 전 짤막하게 읽어보는 아이들 베갯머리 이야기책으로도 손색이 없겠다. 필자가 어릴 적에 이런 책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며 잠들곤 했다면 벌써 천문학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착각은 자유다.




진짜 과학 기술의 가치는 당장 돈이 되지는 않더라도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 경제적인 이익은 잠시 뒤로 하고 협력하는 데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경제적으로는 각국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과학계는 나름 치열하게, 쉼 없이 움직이는 지구를 관찰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는 것입니다.(289)

 

90개의 주제를 4부로 나누어 구성한 이 책의 1유니버스는 별, 은하, 행성, 오로라 등 낭만과 신비로 가득한,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일반적인 소재로 천문학 입문을 다룬다. 2스페이스는 지구 밖의 세계를 알아내고픈 인간의 본원적 욕구인 우주 탐사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우주 산업에 관련된 이야기를 엮었다. 3코스모스는 우주 거대 구조, 블랙홀, 시간 여행 등 우주 그 이상의 우주, 그리고 우주 관측에 필요한 이론적 배경과 천문학자들에 얽힌 사연을 소개한다. 4우주, 그리고 천문학자에서는 이 책을 엮은 천문학자로서 사람 냄새나는 저자들의 삶을 담았다. 각 부의 명칭이 모두 우주이기도 하고, 우리가 한글로는 그저 우주한 가지로 통칭하고 있지만 사실 영어로 우주를 표기할 때의 용어와 사전적 정의는 조금씩 다르다.

cosmos : 잘 정돈된 전체로서 발견되는 우주

universe : 현존하는 모든 물질과 공간을 전체로서 고려한 우주

space : 비어 있고 사용할 수 있는 연속적인 영역 또는 공간

galaxy : 은하계. 은하수의 뿌연 모습이 우유 같다(Milky Way)는 데서 우유를 뜻하는 그리스어 galax 에서 유래.

90개의 주제 전체는 아니지만 굵직한 소재의 끄트머리마다 QR 코드를 활용한 추가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부터 인터넷 동영상, 각종 우주 전문 기구의 홈페이지 등 참고해볼 만한 자료가 가득하니 활용해볼 만하다. 애초 이 책의 목적처럼 천문학 기초상식과 교양을 쌓는 읽기 자료로 그만이다.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원자는 우주 대폭발, 별의 중심, 혹은 초신성 폭발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주 먼지로 떠돌던 다양한 원자들이 태양계가 형성될 당시 지구에 뭉쳐져 지금의 우리 몸속까지 들어오게 된 것이죠.(358)

 

지금까지 알려진 우주의 크기를 분류하면 지구<태양계<우리은하<국부은하군<은하단<초은하단<관측가능한 우주의 순서다.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는 약 15천만 km이고 이를 1천문단위(AU. Astronomical Unit)로 정의한다. 태양이 거느린 8개의 행성을 통틀어 태양계라고 하며 지구와 해왕성 사이의 거리는 약 30AU이다. 별이 1년 동안 이동하는 거리인 63,241AU1광년(LY. Light Year)이라 한다. 태양계는 수백억 개의 별 무리를 거느린 우리은하에 속해있고, 태양은 우리은하 중심에서 약 3만 광년 거리에 있다. 우리은하를 포함한 40여 개의 은하가 모여 5천만 광년의 국부은하군을 이루고, 다시 국부은하군은 수백 개의 은하단과 무리를 지어 초은하단을 이룬다. 은하 약 10만 개를 거느린 초은하단은 현재까지 알려진 우주의 가장 거대한 구조로, 천문학자들이 추산하기로는 1027승 크기이다. 상상조차 안 되는 이 엄청난 규모를 생각하면 지구에 사는 우리 인류는 그야말로 먼지만도 못한 존재로 여겨진다.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도다소리가 절로 나온다. 광대무변한 우주 앞에서 한없이 초라해지고 겸손해진다. 이토록 넓은 우주인데 생명의 징후라고는 지구밖에 없다니 이 또한 신비롭기 그지없다. 저절로 고개가 숙어지고 경외감이 들 수밖에 없다. 온갖 오만한 생각이 들 때마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봐야 하는 이유다. 천문학자를 꿈꾸는 이들뿐 아니라 지구과학에 관심 있는 독자들의 천문학 길라잡이 또는 입문서로 안성맞춤이다. (2023-05-29)

 



#천문학 #90일밤의우주 #동양북스 #리뷰어스 #책추천 #리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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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우주 - 잠들기 전 짤막하게 읽어보는 천문우주 이야기 Collect 22
김명진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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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를 꿈꾸는 이들뿐 아니라 지구과학에 관심 있는 독자들의 천문학 길라잡이 또는 입문서로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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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 - 미국 중앙은행은 어떻게 세계 경제를 망가뜨렸나
크리스토퍼 레너드 지음, 김승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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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분야 전문기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연준이 미국 경제 정책 결정의 중심 동력이 되었다고 경고한다. 그는 전 캔자스시티 연준 총재이자 FDIC 부의장인 토마스 호니그의 완고한 우려를 중심으로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이 은행의 위험 감수를 증가시키고 자산 거품을 부추기며 자산을 소유한 부자와 빈곤층 간의 격차를 확대하는 '배분 효과'를 일으켰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호니그는 금융 위기 당시 연준의 개입을 지지했지만, 연준의 단기적 위험성과 지속적인 완화 통화 정책의 장기적 영향을 우려한 제도주의자로, 양적완화를 "악마와의 거래"로 규정했다. 저자는 호니그를 존경하면서도 비판적인 시각으로 연준 정책에 대해 논평하고, 양적완화와 제로 금리에 대한 그의 예측이 이후 10년 동안 현실화하였음을 우려한다.

양적완화의 수혜자는 이 정책을 가장 강력히 옹호한 월스트리트, 부동산 개발업자, 채무자(가장 큰 수혜자는 미국) 등이라고 설득력 있게 말한다. 양적완화는 초저금리 고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도록 부추겨 자산 거품을 만들고 결국에는 터질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저축에 대한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는 등 금융 억압을 가한다. 의회는 연준을 설립하고 연준의 임무로 물가 안정, 고용 극대화, 장기 금리 적정화를 명시했다. 미국 대통령이 임명하는 7명의 연준 총재와 뉴욕 연준 총재, 나머지 11개 지역 연준의 순환 총재 4명으로 구성된 중앙은행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eral Open Market Committee)는 이 임무를 뒷받침하는 통화 정책을 시행한다.

중앙은행 총재들은 이 의무를 이행하는 방법과 구속력의 정도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연준에는 인플레이션을 반대하는 매파와 양적완화를 지지하는 비둘기파가 공존하고 있다. 반인플레이션 매파는 비둘기파에 비해 중앙은행이 경제에서 더 광범위한 역할을 맡는 데에 회의적이다. 동정심이 많고 경제와 근로자를 돕고 싶어하는 비둘기파가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는 반면, 매파는 가혹하고 엄격하며 연준이 사람들을 돕지 못하게 막으려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비둘기파의 관념적 동정심에는 큰 대가가 따른다.

중앙은행은 돈을 찍어내면 시장이 살아나고, 일자리와 부를 창출하며, 문제가 있는 금융 기관과 기업을 구할 수 있다는 자만심에 빠져 있다. 그러나 연준은 가치를 창출할 수 없으며, 연준이 경제를 관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오만이다. 연준의 전략가들이 아무리 똑똑해도 시장의 방대한 분산 지능과 자정 능력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

월스트리트는 끊임없이 연준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재닛 옐런, 제롬 파월 등 최근 연준 의장을 역임한 4명의 연준 의장 아래서 연준은 의무적으로 시장에 개입했다. 하지만 시장이 불안해할 때마다 개입하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 주니어(1951~1970)와 폴 볼커(1979~1987) 연준 의장은 경제가 쉽게 돈을 벌 수 있도록 유지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임무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마틴은 연준의 임무는 파티가 한창 달아오를 때 펀치볼을 빼앗는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볼커 이후 어떤 연준 의장도 파티를 망치려 들지 않았다.


다른 듣기 좋은 완곡한 표현과 마찬가지로 '양적완화'라는 경제용어는 위기를 피하고 균형을 회복할 수 있다는 안도감을 불러일으킨다. 벤저민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연준 할인 창구에서 현금을 조달하는 대형 은행들을 위해 금리를 제로 수준(또는 그 이하)으로 유지하기 위해 만든 이 용어는, 현재 진행 중인 금리 연착륙 시도와 함께 깔끔하고 면밀하게 검토된 법의학적 느낌을 전달한다. 한마디로 ‘이제 모두가 잘하고 있다.’라는 뜻으로 읽힌다. 저자는 양적완화 시대와 그 유산을 흥미진진하고 면밀하게 보고한 이 책에서 양적완화의 숨은 의미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자산 거품을 만들어낼 테다’에 훨씬 가깝다고 밝힌다.

버냉키는 2008년 경제 붕괴 이후 더디게 굴러가던 경기 회복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특히 약 2년이 지난 지금도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사실상의 양적완화 정책을 개척했다. 연준은 대침체가 한창일 때 담보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전례 없이 불안정한 담보 부채를 직접 매입하면서 이 정책을 처음 실험했다. 하지만 2010년 버냉키 의장은 훨씬 더 광범위한 조치, 즉 주요 은행에 무이자 대출을 제공하여 경제 전반에 새로운 현금을 공급하는 계획을 제안했다. 연준은 단 몇 달 만에 6,000억 달러의 양적완화 자금을 경제에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는 위기 이전에는 그 정도의 달러를 통화 기조에 추가하는 데 약 60년이 걸렸을 것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연준의 통화 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한 것이기도 하다. 동시에 버냉키는 투자자들이 더 잦은 빈도로 더 많은 금액을 소비하도록 투자자들의 안전한 자산을 압류하였다. 이제 은행은 원하든 말든 돈을 빌려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양적완화는 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피난처를 제한하는 동시에 금융 시스템에 돈이 넘쳐나게 한다. 2010년 부진한 경제 성장으로 양적완화는 더 많은 돈과 더 저렴한 대출, 쉬운 신용으로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여 은행이 이전에는 자금을 지원하지 않았던 새로운 비즈니스에 자금을 지원하도록 유도하였다. 그러나 양적완화가 향후 10년 동안 국가의 기본 통화 정책으로 자리 잡으면서 매우 다른 역학 관계가 시작되었다. 시장에 걷잡을 수 없는 현금의 물결이 넘쳐나면서 투자 경제는 점점 더 필사적인 돈세탁 작업과 비슷해졌고, 실제 경제 성과와 상관없이 투자자와 규제 당국에 서류상으로는 생산적인 기업처럼 보일 수 있는 모든 것을 조작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따라서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수익성 있는 투자 공식이 기능적으로 역전되어, 무분별한 자본이 더욱 기발하고 위험한 상품으로 빠져나가고 실물 경제의 기초 자산은 악의적인 방치 상태로 침체하였다.

첫 1분기 경제성장률 결과는 분명 모호하고 고무적이지 않았다. 일자리 증가는 여전히 빈약했고, 주류 경제 언론은 실현되지도 않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걱정했다. 이에 버냉키는 2012년 여름 더 큰 규모의 새로운 양적완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는 연설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공짜 자금이 공급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한편, 그는 연준 의장의 정책 권고안을 승인하는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12개 지역 위원들에게 ‘5,000억 달러 규모로 시작하되 이후 경제 상황에 따라 개방형으로 진행하겠다’는 새로운 양적완화에 대한 단합된 입장을 제시하기 위해 조용히 로비 활동을 펼쳤다.


투표에 앞서 버냉키는 일부 연준 경제학자들에게 월스트리트에 더 많은 양의 공적 자금을 공급할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에 대한 발표를 준비시키는 동안, ‘이 새로운 자금 공급은 긴급한 조치이고 쉽게 철회할 수 있으며 위기 동안 연준이 관리해 온 익숙한 통화 정책 채널 내에서 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저자는 방대한 문서로 작성된 이 예측이 거의 모든 중요한 예측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였음을 지적한다. 그는 2013년과 2014년까지 제로 금리를 유지한 후, 단기 금리가 4.5% 이상으로 점차 성장 친화적이지만 덜 과열된 현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 주장했다. 실제 2016년 말 금리는 0.4%에 불과했고 2018년 중반에는 2% 미만으로 새로운 양적완화 구상에서 목표한 금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실질적으로 가상 수요의 공짜 자금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던 월스트리트는 더 많은 자금에 대한 끝없는 욕구를 드러냈다. 연준이 5천억 달러로 제한하였던 양적완화 규모는 2013년 말 1조 달러 이상으로 급증했고, 연준 대차대조표의 자산도 급증하여 2016년에는 4조 2천억 달러로 늘어났으며, 그 후 2년 동안 그 수치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반면, 냉정한 FOMC 보고서는 새로운 양적완화 정책의 첫 상반기 동안 3조 5,000억 달러로 정점을 찍고 2019년에는 1.9조 달러로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거시 경제 예측과는 별도로, 버냉키 계획의 또 다른 큰 문제는 이 모든 현금이 어디에 축적되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버냉키는 침체된 노동 경기를 부양하려고 했지만, 제로금리정책이 주로 투자 세계의 최상위층에 윤활유를 공급했다. 자산 가격 인플레이션은 양적완화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인데 정확히 바로 그 자체가 목표였다. 자산 가격 상승이 경제 전반으로 파급되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부의 효과'가 기대되었다. 연준의 고위 지도자들은 부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미국의 최상위 부유층에게 먼저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연준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자산을 광범위하게 소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2012년 초, 미국인 중 상위 1% 부자가 전체 자산의 25%를 소유했고 하위 절반의 미국인은 전체 자산의 6.5%만 소유했다. 연준이 한 일이라고는 자산 가격을 부추기면서 극소수 최상위층을 도와준 것뿐이다.

2013년 버냉키가 양적완화 축소 계획을 조심스럽게 발표했을 때, 전반적인 성장세가 둔화되고 노동 경제의 일부가 회복될 조짐을 보였다. 월스트리트는 패닉 상태에 빠졌고, 경제 전문가들은 버냉키가 연준 지원 자산 거품에서 살짝 벗어난 데에 경의를 표하였으나 곧 '테이퍼 탠트럼'이라고 부르는 시장 침체를 겪게 되었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그동안 유도해 온 고위험 자산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국채 금리는 급격히 치솟았다. 테이퍼 탠트럼은 연준에게 양적완화를 지속하는 데 더욱 전념할 것을 강요했다. 매입을 계속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들은 매입을 이어갔으며 계속 그러리라는 확신을 시장에 심어주어야 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를 실행했다. 은행 시스템에 현금이 계속 넘쳐나자, 민첩한 브로커와 펀드 매니저들은 전이되는 부채를 잡기 위해 이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금융 상품인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으로 몰려들었다. 2008년 세계 경제를 무너뜨릴 뻔했던 악명 높은 담보부 대출채권과 마찬가지로, CLO는 위험하고 모호한 레버리지 부채를 트랜치로 재포장하여 대형 펀드들이 계속해서 더 큰 수익과 은행 수수료로 전환하는 데 활용하였다. 물론 문제는 호황을 누렸던 CLO 시장이 부채담보부증권(CDO)의 전신과 마찬가지로 투기 열풍으로 변질되면서 실제 경제 상황과 괴리되었다는 점이다.

정크본드의 사기성과 무능을 밝혀내 투자자들이 정크본드를 버리거나 이자를 올려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몰두하는 정크본드 분석가인 비키 브라이언은 2014년과 2015년 투기 광풍이 한창일 때 자신의 연구 결과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이는 연준이 2010년에 시작하여 이후에도 계속했던 일의 결과다. 인위적인 바닥이 있고, 그 바닥의 더 높은 부분은 연준이 설정한 것이다. 따라서 이 시장에서는 손실을 볼 수 없는 구조이다. 손실 없는 시장은 있을 수 없다. 양적완화 시기의 CLO 시장은 2010년 3,000억 달러에 불과하던 것이 2018년 6,17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성장하였다.

시장을 휩쓸었던 또 다른 주요 버블 지표는 주식 환매였는데, 환매는 막대한 부채 위험 때문에 외환위기 이전에는 비교적 드물었던 수단이다. 2010년대 바닥을 쳤던 시장에서는 자사주 매입이 빈번하게 이루어졌는데, Forbes에 따르면 대표적인 사례로 맥도날드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210억 달러의 채권과 어음을 차입한 후 투자자들에게 500억 달러 이상의 자사주 매입을 제안했으나 310억 달러의 이익만 실현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장에서 훨씬 덜 튼튼한 기업의 경우, 이 새로운 거꾸로 된 부채 조달 논리는 자기 자본을 직접적으로 먹어 치웠고, 경기 침체와 인수 입찰에 더 취약하게 만들었다.

저자는 밀워키에 본사를 둔 산업 부품 제조업체 렉스노드의 운명을 살펴본다. 대부분의 거품 금융과 마찬가지로, 이 회사 이름에 큰 의미나 근거는 없다. 2006년 제롬 파월 당시 미 연준 의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규모 사모펀드인 칼라일 그룹이 이 회사를 인수한 후, 렉스노드는 연이은 부채 중심의 인수 입찰에 휘청거렸다. 칼라일은 회사를 다른 대형 증권사인 아폴로 그룹에 매각했고, 아폴로 그룹은 다시 회사를 중심으로 수많은 CLO 상품을 출시하는 등 저자가 ‘위험 기계’라고 칭한 월스트리트의 부채 조립라인이 무너져 내렸다. 그 결과 렉스노드는 완전히 새로운 경제적 존재 이유를 얻게 되었으며, 저자의 표현대로 사모펀드 업계의 상징이 되었다. 더 이상 빚을 내서 목표를 달성하는 회사가 아닌, 부채 상환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 되었다. 2014년 기업 부채가 20억 달러에 달했던 해에 렉스노드는 1억 9,000만 달러의 이자를 지불하였고 수익은 3,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기존의 시장 논리를 모두 무시하고 이사회는 2015년에 2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승인했으며, 향후 2년간 1억 2,100만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추가로 승인했다. 월스트리트의 대부호들에게 매력적인 회사로 보이기 위해 렉스노드는 인디애나폴리스에 있는 주요 볼 베어링 공장을 폐쇄하고 공장과 300명의 일자리를 멕시코 몬테레이로 이전했다.

저자는 댈러스의 집에서 15시간을 운전해 면접을 보러 온 후 그곳에 고용된 기계 운전사 존 펠트너의 격정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펠트너와 그의 아내는 인디애나폴리스 외곽 교외에 정착할 주택 구입을 위해 저축을 시작했다. 펠트너는 렉스노드에서 노조 대표를 맡고 있었고, 2016년 선거 기간 동안 도널드 트럼프가 인디애나의 또 다른 대형 제조업체인 캐리어 에어컨 회사가 700개의 일자리를 더 저렴한 글로벌 노동 시장으로 이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규모의 공허한 싸움을 벌였을 때 펠트너는 공화당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펠트너와 동료 노동자들이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처지에 알리고 트럼프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했으나 캠페인은 실패로 돌아갔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실직 노동자들의 대의를 선전하려는 그의 관심은 예상대로 위축되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제롬 파월을 연준 의장에 임명함으로써 일부 시장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파월은 월스트리트와의 긴밀한 관계 덕분에 연준 공개시장위원회에 합류했을 때 초기 양적완화 회의론자였다. 그러나 테이퍼 탠트럼 이후 파월은 버냉키의 프로그램을 사실상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이러한 확신은 연준의 '레포 시장'위기에 직면하면서 더욱 확고해졌다. 레포 거래에서는 위험을 회피하는 투자자들의 안전한 피난처인 국채가 대출 담보로 제공되었다. 그러나 2019년 9월, 이 거래의 금리가 놀라운 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은행이 대출을 감당할 수 있는 현금 보유액이 부족하다는 대출 기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대개 레포 금리가 0.3% 인상되면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졌으나 지금은 2.5~3%까지 상승했고 결국 9%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되었다.

투자 경제의 전반적인 변화를 주도한 헤지펀드가 레포 자금을 인출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설상가상으로 헤지펀드는 소위 그림자 금융 시스템의 주도 기관으로서 장부 내용을 연준에 공개할 의무가 없었기 때문에 연준은 손실 규모를 제대로 측정할 수 없었다. 다만, 다른 종이 경제와 마찬가지로 레포 시장에서 헤지펀드 거래가 2008년 약 1조 달러에서 2019년 약 2조 달러로 양적완화 하에서 급격히 확대되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또 다른 시장 붕괴의 유령이 구체화하면서 파월의 연준은 또 다른 대규모 구제금융을 조율했는데, 이 구제금융은 연준 정책의 지루한 관료주의적 논리에 가려있어 저자는 이를 ‘보이지 않는 구제금융’이라 부른다.


저자가 위기 상황을 다룬 한 법의학 보고서를 요약한 바에 따르면, 레포 시장이 헤지펀드에 폐쇄되면 헤지펀드는 2008년에 청산한 금액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에서 국채와 모기지 증권을 청산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다시 말해, 수년간의 양적완화 끝에 연준은 2008년 끔찍한 폭락 당시의 두 배에 달하는 강제 청산 사태를 간신히 피한 셈이다. 게다가 이 모든 일은 시장이 안정적인데다 상승 중인 날씨 화창한 시장 호황에 벌어진 일임을 지적한다. 당연히 당황한 연준은 붕괴가 우려되던 첫날 750억 달러를 레포 시장으로 옮겼고, 한 달 반 후 레포 시장을 하루에 100억 달러씩 부양하고 있었다.

이듬해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고 미국 경제의 상당 부분을 봉쇄하는 긴급 공중 보건 조치가 취해지면서 경제가 본격적으로 추락했다. 연준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구제금융을 제공했다. 의회가 미국 기업과 가계에 대한 소득 이전 자금을 직접 지원하는 2020 케어스 법안을 통과시켰을 때, 미국 정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공공 자원의 최대 지출을 감독했다. 그러나 2020년의 경제 회복은 특정 기관에만 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게이트형 회복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중산층은 소득력, 협상력, 임금에서 길고 깊은 하락세를 경험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이 궤적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경제는 성장했으나 그 성장의 혜택은 점점 더 적은 인구가 나눠 가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결과는 충분히 예상된 결과였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현대 역사상 최초로, 그리고 가장 강력한 종속 규제 기관, 즉 공익을 위해 억제해야 할 대상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연방 감독 기관 중 하나이다. 진보적 개혁가들은 통화 가치에 노동과 농작물 교환에 가중치를 두려는 포퓰리스트당의 급진적 하위 재무부 계획에서 그 구조를 차용했다. 금융 부문의 안정을 추구하기 위해 새로운 연방 준비 제도를 설계한 사람들은 산업화 시대 미국에서 광대하고 점점 더 많은 경제적 불안정의 원인인 은행 산업에 전권을 넘겼다. 이러한 시장 경련의 최전선에 있는 미국인 계층의 대표자는 공개시장위원회에 배정되지 않았고, 그들의 곤경은 일반적으로 실업률과 원자재 가격 변동을 감시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Fedspeak에서 다루어졌다. 연준 정책 엘리트와 금융 저널리즘계 모두의 골칫거리인 인플레이션조차도 일반적으로 레포 시장에서 헤지펀드가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더 관대한 조건으로 대출받아야 하는 채무자에게 유리하다.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대출 기간의 이자를 적게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19세기 포퓰리스트 운동이 금본위제에 반대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2010년 미국 민주주의 붕괴를 반영하고 분열을 가속하여 타락한 미국 미디어 생태계 덕분에 양적완화 시대의 모든 함의가 실시간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했음을 냉철하게 지적한다. 연준이 수십 년 동안 쉽게 돈을 찍어내면서 초래한 막대한 경제적, 사회적 피해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옳은 지적이긴 하나, 아쉽게도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 금융 평론가 및 경제학계 역시 연준이 심각한 결함이 있는 도구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강력한 연준은 필수 불가결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비둘기파적인 연준의 정책은 버냉키의 후임자인 경제학자 재닛 옐런의 재임 동안 대부분 지속되었다. 하지만 2017년부터 연준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자산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2018년에는 제롬 파월이 옐런을 대신했다. 금리 매파는 아니었지만, 파월은 냉철하고 사려 깊었으며 사모펀드에 대한 배경을 고려할 때 양적완화의 매력과 위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 팬데믹과 정부에 의한 봉쇄 조치가 시작되었다. 파월의 연준은 2020년 6월 10일까지 대차대조표가 7조 2,000억 달러에 달하는 등 유동성 공급의 소화전을 열었다. 그리고 당파 싸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악연에도 불구하고 의회는 2020년 3월 25일 2조 달러 규모의 CARES 법안을 통과시켰다. 봉쇄 조치 이후 연준은 계속해서 쉽게 돈을 풀고 있다. 2022년 3월 말까지 대차대조표는 8조 9,000억 달러로 늘어났고 인플레이션은 1981년 12월 이후 최고치인 8.5%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실패의 기록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여전히 시장의 자기 조절 능력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는 모든 현대 국가는 신뢰할 만한 형태의 통화가 필요하므로 자유 은행을 ‘미치광이’라고 가볍게 일축하며 중앙은행 없이는 모든 것이 작동불능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중앙은행은 역사와 최근의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마법 같은 존재가 아니다. 1913년 연준이 설립된 이래 미국은 엄청난 인플레이션과 여러 차례의 경제 및 금융 위기를 겪었으며, 그중 상당수는 연준이 직접 초래한 것이었다. 밀턴 프리드먼은 미국의 어떤 주요 기관도 이렇게 오랫동안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면서도 대중의 평판이 높았던 기관은 없었음을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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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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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 - 미국 중앙은행은 어떻게 세계 경제를 망가뜨렸나
크리스토퍼 레너드 지음, 김승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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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구적 경제를 쥐락 펴락하는 필요악 연준의 실체를 파헤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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