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탄생 - 한국사를 넘어선 한국인의 역사
홍대선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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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국인 학생이 외국 유학생을 만났다. 낯선 이들끼리 어떤 대화가 오갈지 대략 짐작이 가지 않으시는지? 첫 질문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Where are you from?’이겠다. 이 시각 이후로 한국인 학생은 이 유학생의 출신성분을 캐내는데 열중한다. 그리고 그의 출신 국가와 한국을 비교하는데 그 기준은 대체로 GDP이다. 대체 한국인에게 일개 유학생이 어느 나라 출신인지가 왜 그리 중요할까? 상대의 국적이 어딘가에 따라 유학생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도 속물근성이라 욕하지만, 굳이 부정은 못한다.

한국인의 정서 구조에서 가장 상위를 차지하는 것은 국가주의다. 자국의 K 리그는 썰렁해도 일본과의 국가 대항전에서는 열 일을 제쳐두고 응원한다. 올림픽에 나가는 것만 해도 훌륭한데 굳이 금메달 개수에 집착한다. 국외 축구 리그에서 뛰는 모든 한국인은 빠짐없이 국가대표로 인식한다. 선수 개인을 한국의 얼굴쯤으로 여긴다. 그의 실수와 잘못은 모두 우리의 것이다. 선수가 저지른 잘못을 두고 본국에서 단체로 사과문을 보내는 나라다.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참으로 진풍경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는 시장 만능주의다. 모든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고 그 가치에 우선순위를 매긴다. 예컨대 한국과 프랑스의 중산층을 정의하는 기준 자체도 다르다. 빚 없이 30평대 아파트에 살면서 중형차를 굴려야 하고 해외여행은 분기에 한 번쯤 가 주시고 현금 10억은 있어야 중산층이다. 직접 할 줄 아는 요리와 운동, 외국어, 교양 위주인 프랑스의 기준에서 보자면 잘 사는 속물쯤으로 보이겠다. 그런데 요즘은 수저의 재질에 따라 일반화된 수저론도 먹힌다.

세 번째는 나이와 재산으로 위아래를 따지는 위계질서다. 상대방의 나이 따위는 모르고 지내지만 일단 잘잘못을 따지는 유사시에는 나이부터 확인한다. 나이가 곧 진리요 생명이니 연식이 그대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말씀이다. 그래서 누구를 만나든 위아래 순서를 정해야 마음이 놓인다. 알아서 형님으로 모셔 주어야 서로 편하다. 상대와 나의 평등 관계는 영 불편하다. 그리고 대학과 기업은 아직도 군대식 문화에 젖어 상하 관계를 의식한다. 대학생들은 자기를 가르치는 교수보다 학과 선배한테 깍듯하게 대한다.

이처럼 정치,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속물에 찌든 한국인의 정서 구조는 여전히 전체주의적 성향을 보인다. 무엇보다 나부터 살기 위해서는 남을 떼어내야 한다. 그래서 한국인은 한국인을 가장 싫어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기주의가 아닌 개인주의다. 나부터 자신의 몫을 다 하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국가와 개인을 구별하고 객관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개인주의가 필요하다. 애국이란 게 별건가? 자신의 위치에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아닌가. 개인과 개인 사이의 평등한 연결망이 구축되어야 한다. 우리의 사고방식 및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자율적 주체로서의 개인주의와 사회적 연대감을 회복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드높다.

그런데, 도대체 이 쓸데없이 성질 고약한 한국인의 집단 이기주의라는 기질적 특성은 어디서 온 것일까? 대선진리교의 교주인 저자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어법으로 한국인만이 가진 특질을 한반도의 역사에서 찾는다. 저자가 단군과 고려 현종, 정도전에서 발견한 세 가지를 핵심어로 요약하면 생존, 전쟁, 혁명이다. 단군은 한국인이 살아가는 터를 닦았지만 부동산 투자에는 실패하여 우리가 지금에 이 모양 요 꼴이라고 흉을 본다. 고려 현종은 거란족을 상대로 버티고 버텨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한국인들의 근성을 기초했다.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창업했던 정도전은 한국인들의 특질을 개별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대한민국이 중국이라는 거대한 외세를 곁에 두고도 세력권에 휩쓸려 들어가지 않은 것만도 신기할 지경인데, 한국인들은 흔히 떼놈이다 왜놈이다 하며 무시하기 일쑤다. 떼놈은 본래 북쪽에서 온 사람 즉 만주 지방에 살던 여진족을 낮잡아 이르는 말 되놈이 변형된 것으로, 미아리고개의 다른 이름인 되넘이고개는 청나라놈이 쳐들어온 고개가 된다. 북쪽을 가리키는 의 풀이가 지나치게 편협해진 경우다. 되놈을 떼놈으로 부르는 데에는 거란과의 전쟁, 두 차례의 호란을 비롯한 전쟁과 같은 역사적 배경이 있다.

사실 한국이 중국에 병합되지 못한 이유는 한반도의 척박한 지형과 기후 때문이다. 이 땅에 뿌리 내린 사람들도 힘들다면 침략자들은 더 힘들다. 지금이야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하지만, 한국은 전통적으로 자원이 부족하여 쌀농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농경 국가였다. 먹고 사는 일 자체로도 힘들었으니 게으른 자는 주려 죽을 수밖에 없었다. 일상이 생존의 결과였다. 여기서 근면 성실한 국민성이 만들어졌다고 본다.

또한 한국인의 자존심은 또 얼마나 센가. 개뿔 아무것도 없는 백성이지만 억울한 일은 못 참는지라 아무리 나랏님이라도 꼭 할 말은 들어줘야 한다. 백성의 입을 틀어막았다가는 민란이라도 불사할 기세다. 매장을 찾았다가 조금이라도 불편을 겪었다 하면 여기 책임자 누구야 사장 나와라는 기본이다. 이런 콩가루 속물 한국인들이 국채보상운동이나 금모으기 운동의 경우처럼 나라의 존폐가 걸린 일이라면 세상에 없는 결집력을 보여준다. 2002년 월드컵 때는 응원 인파 수십만이 모여 다치는 사람 하나 없이 앉았던 자리를 스스로 청소하고 떠나지 않았던가. 이처럼 극과 극을 오가는 태도의 차이는 연교차가 극악스런 한반도의 기후와 닮았다.

한국인 스스로 한국인의 기질적 특성을 밝히는 일은 매우 드물다. 이 책은 그래서 재미있다. 역사를 다루는 책은 지루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부순다. 한국인의 기질 형성이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였으니 흥미로우면서도 반박이 불가하다. 우리가 살아온 모습이 우리를 만들었음을 경쾌한 어조로 밝힌다. 혹자는 이 책을 일컬어 대선진리교 입문서라고 하는데, 그것은 이미 전작 <유신 그리고 유신>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 책을 읽고 늦게라도 팬덤에 뛰어드시길 바란다. (202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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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없다 - 이태원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이야기
정혜승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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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없다. 아니, 없어졌다. 분명히 있었는데 어느 날 일어나 보니 없어졌다. 핼러윈 축제가 벌어진 이태원에서 159명이 인파에 깔려 죽었다는 후진국형 소식을 들었는데, 어떤 이들은 왜 하필 그날 그 자리에 놀러 갔다가 참변을 당했냐고 숨진 이들을 탓하는 반면 어떤 이들은 이 참변을 어떻게 수습할지부터 얘기한다. 그런데 막상 이 참변을 진두지휘할 지휘 본부가 없고 이 참변에 대하여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거나 책임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꼭 누군가 책임을 지고 공무원이 옷을 벗는 모습을 보자는 게 아니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었고 실제 정부는 그럴 능력도 있는데 두 손을 놓고 있었다. 운 좋게 죽지 않고 이런 소식을 접하는 이들의 머릿속에는 정부가 국민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각성과 함께 오로지 각자도생 네 글자만이 뚜렷이 남는다. 이런 난리를 겪은 지 벌써 1년인데 아직도 이 정부는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다. 핼러윈 축제에 모일 인파를 모이지 못하게 하는게 전부였다. 너무 익숙하지 않나? 세월호 사건 때 해경이 부실했다며 해경을 해체시켰던 그림과 너무도 비슷하지 않나? 정부가 사라졌다. 사람 하나 잘못 뽑은 것뿐인데 나라의 기강이 무너지고 안전이 뿌리째 흔들리는 느낌이다. 국민의 불안감은 사라질 줄 모른다. 대체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느 정부에서건 다수의 인명사고는 불시에 일어나곤 했다. 우리는 그걸 참사라고 부른다. 지하철에 불이 나고 건물이 주저앉고 다리가 끊어졌다. 미리 손을 써서 막을 수도 있었고 알았더라도 손을 못 쓰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도 지금처럼 무능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지침에 따라 뭐라도 했다. 지금은 지침 자체도 없는 것 같다. 노랑색 방제복을 멋대로 이상한 남색으로 바꾸는 데에 돈을 들였을 뿐, 옷 색깔이 바뀐다고 나아진 건 없다. 일방적으로 정부 탓을 하자는 게 아니다. 문제는 미리 막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일어난 이후에 정부가 대처하는 방식에 있다. 대체로 보수를 자처하는 정권일수록 더 많이 다치고 죽었다. 사람보다 이윤에 더 눈독을 들여서 그렇다는 얘기도 있다. 오죽하면 특정 정당이 집권하면 사람이 더 많이 죽어 나간다는 연구도 있다. 이쯤 되면 정설이다. 하필 이번 정부는 자칭 보수에다가 검사들 판으로 깔린 정치 초짜들이 풍년이다. 재해를 지휘하거나 현장에 출동하여 보살피는 게 아니라 그 어느 해보다 재해 예방을 문자로 해결하고 있다. 책임지는 모습은 간데없고 해외 유람에 쓸 돈이 모자란다는 타령만 한다. 그리고 스스로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그래서 이 책은 묻는다. 정부는 어디로 갔나? 이 질문과 함께 저자는 유능하고 일 잘하는 공무원들이 어째서 복지부동하는지 그 과정을 설명한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느라고 이전 정부에서 일하던 공무원들을 싹 물갈이하고 결국은 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 하게 되는 연유를 말한다. 결국은 최종 보스인 대통령의 세계관과 인식론이 공무원 사회에 영향을 주는 동력원이라 말한다.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세계관이 아닌 경우 어떻게 망가지는지를 우리는 지금 똑똑히 보고 있다. 거기다 더 큰 우려는 기왕에 망가진 공무원 시스템은 앞으로 누구 한 사람이 바뀐다고 변할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다. 우리는 앞서 정권에서부터 이미 그런 경험을 겪지 않았던가. 이 책이 주는 우울한 기대감은 바로 그런 전망을 가능케 한다.

 

대통령 선거 결과가 간발의 차이이든 박빙이든 간에 지금의 정부는 우리 다수가 선택한 결과이다. 물론 표면상으로야 승복은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는다기보다 정부 때문에 일상의 짜증만 더한다면 정부는 대체 왜 존재하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뭔가를 지향하는 바도 없이 그냥 표류만 하는 것 같다. 영업사원 1호의 대활약으로 무역수지는 곤두박질치고 온갖 지표를 보아도 나라의 위상은 아닌말로 떡락하고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우리가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정권만큼은 그럴 일 없겠지만 다정한 정부를 기대하고 있다. 모처럼 모은 365일의 기록이자 훌륭한 책인데 아쉽게도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기가 마뜩잖음을 발견한다.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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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의 바다 - 보이지 않는 디스토피아로 떠나는 여행
이언 어비나 지음, 박희원 옮김 / 아고라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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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바다의 광활함 때문에 해사법 집행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과 버려진 요새로 한 국가를 만들고, 해상 낙태 시설을 제공하며, 낚시와 밀렵을 넘어 현대의 바다 노예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이 약점을 이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말한다. 바다에서는 물리적 법적 거리가 멀기 때문에 육지에서는 적발될 수 있는 행위도 쉽게 저지를 수 있다. 바다에서의 국경은 모호하며, 각국은 근해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수익성이 있을 때 자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해역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한다. 그러나 선박이 의도적으로 선적을 변경하여 읽기 어렵게 하고, 어로작업이 금지된 다른 해역에서 작업하고, 다른 국가의 외부 인력 대행업체에서 근로자를 고용하기 때문에 누구의 책임인지도 불분명하다. 따라서 전체 공급망을 추적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장마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집필했다. 그는 이주 노동자들이 왜 이런 위험한 일을 하면서도 그 끔찍함을 드러내지 않는지(선원 대부분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왜 정부가 아닌 비영리단체가 바다를 단속해야 하는지, 밀항자들을 항구에 내려놓지 않고 바다에 버리는 이유는 무엇인지, 왜 여성들이 목숨을 걸고 외국 해역에서 낙태권을 제공하는지, 샥스핀 수프와 고래고기에 대한 수요는 역사적으로 어디서 유래했는지 등 독자들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제공한다. 그리고 바다에서의 진실을 밝히기 어려운 이유는 각자의 다양한 인센티브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무엇보다도 저자는 독자를 배에서 생활하는 신체적, 정서적 경험에 몰입시키는 데 매우 능숙하다. 배 안에서의 시간을 묘사하는 방식이 그렇다. 지금은 새벽 3시이고 한 시간 후면 새벽 3시 5분이 된다는 식이다. 아울러 비위생적인 냄새, 땀, 바퀴벌레, 쥐, 상한 음식은 물론 망망대해, 암초, 파도, 추격전 등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아울러 이 책은 제한과 책임이 강제되지 않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탐구하고 해양 역사, 문화적 관행, 무법, 투명성 부족, 고통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인간에게는 타인과 환경을 희생하면서까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극한까지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명확한 한계가 없으면 그런 경향이 나타나고 극단으로 치닫기 전까지는 주목받지 못한다. 이 책은 또한, 문명화의 이면에 숨은 과거의 잔인한 관행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인간의 본성 외에도 바다는 무한하다는 물리적 착각을 일으킨다. 우리는 바다의 자원이 풍부하다고 쉽게 생각하며, 쓰레기 투기와 같은 우리의 행동은 바다의 크기에 비해 사소하다고 느낀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무한한 공간에는 한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인식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 합의된 규칙을 설계하고, 책임을 할당하고, 시행하려면 지속적이고 전 세계적인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 책에서 심도 있게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시스템에서는 면책과 눈앞의 이익이 매우 고무적인 상황에서 기업들은 이를 우선순위에 두기 어렵다. 페스카테리언(육류는 먹지 않지만 어류는 섭취하는 사람)에게 왜 별도의 식단이 필요한지, 음식에 대한 암묵적인 위계가 존재하는지, 새로운 삶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쉽게 이용당하는지 등 저자가 탐구하는 인간 본성에 관한 질문은 흥미롭다.

또한, 저자는 정보 부족과 거리감이 이러한 관행을 유지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을 넘어서는 사고의 어려움에 대한 주제를 강조한다. 힘의 불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정보는 보류되거나 가려진다.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은 정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느껴진다. 소비자로서는 물건이 싸고 편리하고 잘 팔린다면 그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설령 정보가 있다고 해도 거리감이 존재한다. 바다에 나가 있는 것만으로도 법과 책임으로부터 물리적인 거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문제가 너무 멀게 느껴져 현실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식탁에 오르는 생선이 노예 노동으로 제공되었거나 월드컵을 개최하기 위해 노예 노동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해산물을 먹는 즐거움과 애국심이라는 삶의 즉각적인 연관성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 너머를 바라보거나 단순히 기억하기 위해서도 정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가 말했듯 사람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지키도록 설득하기는 어렵다.

#이언어비나 #무법의바다 #아고라 #디스토피아 #해사법 #취재기 #동반취재 #현장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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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쌤의 예의 바른 영어 표현에 더하여
구슬 지음 / 사람in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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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바른 영어표현에 더하여(구슬 지음)

 

오랜만에 영어 공부 좀 해 볼까요? 다음의 영어 문장을 살펴봅시다.

 

Bring the report.

Please bring the report.

Can you bring the report?

Could you please bring the report?

Would you please bring the report?

I wonder if you could bring the report.

Would you mind if I asked you to bring the report?

I would appreciate it if you could bring the report.

 

영어에도 분명히 예의 바른 표현이 있습니다. 문장 앞머리에 couldwould, 문장 끝에 무조건 please만 붙인다고 되는 건 아닙니다. 부산 사람에게 서울말은 끝말만 올리면 된다는 소리와 비슷하죠. 위 예문에서 보듯 영어도 한글 못지않게 공손한 표현일수록 문장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쁜데 그까짓 보고서 하나 달라는 말이 짧을수록 경제적이지 아닐까 싶겠지만, 그럴수록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역시 적어 보입니다. 오는 말이 공손하려면 가는 말이 험해야 한다는 역설은 잠시 접어두죠. 문장이 길어지는 만큼 듣는 사람의 기분도 좋아진다고 생각하면, 이제부터는 같은 말이라도 서로의 기분이 좋아지게 해 봅시다. , 질문을 받았으니 이제 답변을 해야겠죠? 보고서를 가져다 달라는 요청에 대한 승낙의 표현을 살펴봅시다. 친구 사이나 직장 동료 사이에 쓸만한 답변과 정중한 표현을 대비시켜 봅니다.

 

All right. / Understood.

Okie. / I understand.

No problem. / Sure.

Got it. / Certainly.

Will do. / My pleasure.

Fine with me. / I would be happy to.

 

공손하고 예의 바른 영어표현을 위한 팁이 하나 더 있습니다. 사람 대신 사물을 주어로 사용하면 보다 중성적이고 부드럽게 들립니다. Please finish this work by tomorrow. (이 작업 내일까지 끝내 주세요) 보다는 This work is expected to be finished by tomorrow. (이 일을 내일까지 끝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라고 말하는 식입니다. 아마 이 말을 들어야 하는 처지라면 일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줄어들 것 같습니다.

 



저자는 유용한 표현을 제시할 때 그와 비슷한 다른 표현도 함께 보여주며 두 표현 사이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누군가 직접적으로 내게 공지해 줬거나 얘기해줘서 들은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I was told, ‘주변인들이나 TV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연히 듣게 된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I heard가 적절하다는 식이죠. 이렇듯 쓸모없는 표현이 하나도 없는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곳은 한 개의 단어에 여러 개의 뜻을 지닌 그러나 학습자가 흔히 그 활용도를 잊고 있던 다의어(polysemy)에 대해 집중적으로 예를 들고 있는 3부의 2장 부분입니다. 예를 들면, 말 그대로 물에 뛰어든다는 뜻의 dive in은 본격적으로 일에 착수하다, 몰두하다, 배고프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에 쓰입니다. 다음 예문은 모임을 시작한 직후에 쓰일 말로 아주 적절해 보입니다.

 

Before we dive in, I’d like to thank everyone for being here today.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오늘 와 주신 모든 분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책으로 영어를 배운 우리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 다시 말해 내가 이 표현을 썼을 때 실제 때와 장소에 맞는 적절한 뉘앙스를 풍겼는가에 대한 확신을 얻고 싶다는 본능적인 욕구를 적절히 채워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도입 부분의 차례를 살펴보다가 자신의 발언 차례가 지나고 사회자나 다음 차례의 연사에게 무대를 양보할 때 쓰는 유용한 표현 You have the floor가 눈에 딱 들어왔습니다. 어려운 단어는 하나도 없으면서도 이 얼마나 간결하고 시의적절할 표현인가요. 이것 말고도 Thank you for your effort, You might want to 등의 표현은 즉시 써먹을 수 있겠습니다.

 

영어 표현을 다룬 익힘책의 진가는 이렇게 즉각 활용할 수 있는 표현을 충실하게 실었는가에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가성비는 아주 뛰어납니다. 보너스로 유닛마다 표시된 QR 코드를 이용하여 예문을 읽어주는 원어민의 발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생존 영어에서 벗어나 더욱 품위 있고 예의 바른 표현의 영어를 원하는 학습자에게 권해드립니다.

 

#북유럽 #사람in #예의바른영어표현에더하여 #영어회화 #교재추천 #공손한표현 #구슬 #품격영어 #영어공부 #책추천 #쉬운단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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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워터 - 자유를 찾는 모든 이들의 꿈, 2023 뉴베리 대상 수상작
아미나 루크먼 도슨 지음, 이원경 옮김 / 밝은미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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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흑인 노예인 열두 살 호머와 그의 여동생 에이다, 그리고 그들의 엄마 로즈는 서덜랜드 농장에서 탈출한다. 그들의 계획은 자유를 찾아 북쪽으로 가는 것이었지만, 엄마는 호머가 도망치는 것을 도와주기로 약속한 친구 애나를 데리러 돌아간다. 이제 호머와 에이다는 농장 관리인이자 노예 사냥꾼인 스톡스와 그의 개들, 그리고 그의 두 처남 론과 릭의 추적을 받는다. 호머는 자신을 물었던 개 중 한 마리를 가까스로 피하여 에이다와 함께 강으로 향한다.

 

물살이 거센 강둑에서 호머는 에이다의 손을 잡고 뛰어내려 멀리 하류로 떠내려간다. 물속에서 호머가 강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부상을 입는다. 호머와 에이다는 노천에서 잠을 자며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 그들은 농장주 크럼의 버려진 신발을 신었기 때문에 이름이 붙여진 신발두짝 아저씨를 기억한다. 그의 아들 데스몬드는 팔려나갔고, 아내 샐리는 큰 충격을 받았다. 데스몬드를 되찾기 위해 신발두짝 아저씨는 또 다른 노예 윌슨이 도망친 곳을 발설한다. 그러나 크럼은 데스몬드를 되찾지 못했고 발견된 윌슨은 농장에서 채찍질을 당한다.

 

호머는 스톡스의 개 짖는 소리를 듣고 에이다를 늪으로 더 깊숙이 끌어당긴다. 그러나 호머는 곧 싱크홀에 빠져 진흙탕 깊숙이 가라앉는다. 에이다의 도움으로 겨우 빠져나온 호머는 거대한 뱀이 자기 다리를 감싸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뱀이 공격하려던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에 맞아 죽는다.

 

히코리 나무의 갈색 피부와 긴 밧줄을 두른 머리를 한 낯선 남자가 나무에서 내려와 화살을 뽑으며 에이다의 질문을 막는다. 근방에서 스톡스가 개를 데리고 있는 소리가 들려와 에이다에게 공포를 안겨준다. 에이다가 도망치기 전에 남자는 에이다의 드레스 조각을 찢어 끈적끈적한 무언가로 화살을 감싼다. 남자는 나무 꼭대기에서 불타는 화살을 아래 마른 나뭇잎에 쏘아 늪에 불을 지른다.

 

호머와 에이다는 술레만이라는 이름의 남자를 따라 늪 깊숙이 들어간다. 하루 동안 늪을 헤치고 나무를 깎아 만든 배를 타고, 수풀 속에 숨겨진 비밀의 문을 통과하고, 비밀스러운 나무 아지트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등 복잡한 여정을 거친 후, 호머와 에이다는 마침내 프리워터에 도착한다.

 

프리워터로 여행하는 동안 술레만은 호머와 에이다에게 자신이 농장에서 세 번이나 도망쳤고, 그때마다 벌로 손가락을 잃었다고 말한다. 술레만의 임무는 여러 농장에 대해 알아보고 농장에서 필요한 물건을 훔쳐내는 것이다. 술레만은 호머와 에이다를 이끌고 나뭇잎과 진흙으로 뒤덮어 덤불로 위장한 데이비드, 아이브라, 다리아를 만난다. 이들은 나무 위로 올라가 하늘 다리를 건너 탈출한 노예들의 마을인 프리워터로 들어간다.

 

한편 서덜랜드 농장에서 열한 살 노라는 로즈가 스톡스의 처남들에게 붙잡혀 잔인하게 채찍질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노라는 서덜랜드의 주인 크럼의 막내딸이다. 노라가 태어났을 때 그는 딸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믿었다. 노라는 얼굴 왼쪽에 커다란 붉은 딸기 모반을 가지고 태어났다. 아버지는 노라에게 문어 사진을 보여주며 모반이 문어와 닮았다고 말한다. 타원형의 문어 머리가 관자놀이에 표시되어 있고 거기서부터 여덟 개의 구부러진 자국이 생겼다. 두 개는 왼쪽 눈썹까지 뻗어 있었고, 나머지 세 개는 광대뼈를 따라, 나머지 세 개는 턱선을 따라 내려왔다. 부모님은 노라가 병에 걸렸다고 생각했고, 로즈는 어쩔 수 없이 젖을 뗀 노라의 유모가 되었다. 곧 노라는 부엌에 딸린 방을 따로 쓰는 로즈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다. 노라는 가정교사의 가르침을 받았고 로즈와 함께 부엌에서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낸다. 노라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노라의 언니 바이올렛의 결혼식을 불과 한 달 앞둔 상황에서 음식을 담당한 로즈에게 가해진 채찍질은 재앙이었다. 집안의 노예였던 애나에게 호머와 에이다가 사라지고 로즈가 채찍질 당한 일은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크럼 부인에게 애나는 특이한 노예로 여겨졌다. 그녀는 여러 번 팔렸고 종종 한 집에서 1년 이상 지내지 못했다. 애나의 어머니는 애나의 팔에 칼집을 내어 북쪽으로 도망가라는 힌트처럼 보이는 일종의 흉터를 남긴다. 애나는 탈출하여 어머니를 찾기로 결심했고, 호머와 에이다의 탈출과 로즈의 고통은 애나에게 탈출과 복수를 계획하게 만든다. 노라 역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언니 바이올렛이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평하는 것을 우연히 들은 노라는 로즈를 찾으러 달려가지만, 채찍질로 인해 심각한 상처를 입은 것을 발견한다. 그 광경은 노라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프리워터에서 호머와 에이다는 해방된 지역사회의 주민들을 만나게 된다. 몇 년 전에 탈출한 라이트 부인과 언니 주나와 함께 사는 산지가 있다. 산지는 프리워터에서 태어나 노예제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며 장차 술레만같은 인물이 되고 싶어 한다. 선머슴 같은 그녀는 활과 화살통을 가지고 다니며 종종 말썽을 부리곤 한다. 그녀의 아버지 데이비드는 프리워터의 경계를 순찰한다. 아버지 이브라를 따라 탈출한 열네 살 빌리는 말을 더듬고 많은 것을 두려워한다. 그는 자신과 아버지를 사냥한 노예 사냥꾼이 여전히 밖에서 노리고 있다고 확신한다. 나무 다루기를 좋아하는 그는 짝사랑하는 주나를 위해 나무 팔찌를 만든다. 수로 파는 인부들 가운데서 탈출한 산지의 라이벌 퍼디낸드가 있다. 그가 훔친 감독관의 칼은 자유를 상징하는 소중한 물건이다.

 

호머와 에이다는 이후 3주 동안 프리워터에서의 생활에 적응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호머는 어머니와 애나가 서덜랜드 탈출을 돕기로 결심한다. 그러던 중 신발두짝 아저씨의 배신 사실을 알게 되고 행동에 나선다. 서덜랜드로 돌아가려는 그의 계획은 새로운 친구 산지, 퍼디낸드. 빌리, 주나에게 발각되고 그들은 에이다와 마찬가지로 그와 함께 길을 나선다. 그들은 바이올렛의 결혼식으로 바쁠 때 농장에 도착하기를 바라며 출발한다. 한편 애나와 노라는 자신들만의 계획을 세워 서덜랜드를 떠나려 한다. 하지만 바이올렛의 결혼식은 호머, 에이다, 로즈, 애나, 노라에게 특별한 날이 되고 바이올렛과 서덜랜드에게도 쉽게 잊을 수 없는 날이 된다.

 

 


<작품에 관하여>

저자의 데뷔작인 프리워터는 즐겁고 흥미로운 탈주 노예 이야기다. 프리워터는 남북전쟁 이전 버지니아 남동부와 노스캐롤라이나 북동부에 위치한 그레이트 디즈멀늪에 살던 공동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냈다. 본래 이곳은 노예로 일하던 농장에서 탈출해 자유를 얻은 흑인들이 들어오기 전 수 세기 동안 미국 원주민이 거주하던 곳이다.

덥고 습한 날씨, 울창한 수풀과 덩굴, , 독사, 곤충 등 그레이트 디즈멀 늪의 환경은 매우 험난했고 이러한 여건으로 도망친 노예를 추적하고 다시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분명한 것은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늪지에서의 삶이 농장에서 노예의 삶보다 낫다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흑인들은 늪의 높은 지대에 집을 지었는데 도구와 의복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종종 인근 농장을 습격하여 도구, 식량 및 기타 물품을 구했다고 한다.

 

프리워터에서 호머와 에이다는 어머니 로즈와 함께 서덜랜드 농장을 탈출해 인근 늪지대 깊숙이 숨겨진 마을로 향한다. 하지만 다른 노예 애나를 데려가기로 한 약속을 어긴 탓에 호머의 마음속에는 죄책감이 남아있다. 이에 로즈는 애나를 데려오기 위해 돌아왔지만 다시 붙잡혀 채찍질을 당한다. 호머는 어머니를 프리워터로 데려오기 전까지는 자유란 없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프리워터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용감한 산지부터 말을 더듬으며 다시 잡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인 빌리, 어머니가 여전히 노예인 상태에서 늪의 삶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호머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노예를 단순한 소유물로 여기는 크럼 부부와 바이올렛 크럼, 여러 번 팔려 가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는 어린 노예 소녀 애나, 사랑하는 아들 데스몬드를 되찾기 위해 배신을 거듭하는 신발두짝 아저씨, 충실한 노인 노예인 조 할아범과 페튜니아 할머니가 있다. 그리고 서덜랜드 노예들의 학대받는 실상에 눈을 뜨게 된 노라 크럼도 있다.

 

크럼의 막내딸 노라는 로즈가 잔인하게 채찍질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노예제도의 현실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릭과 론이 로즈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모습을 보고 노라는 마음 아파한다. 아버지가 호머와 에이다를 되찾으려는 계획을 엿듣게 되면서 노라는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진다. 밤마다 노라를 재워주던 아버지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노라가 로즈에게 두고 간 책을 돌려주며 아버지가 책을 찾으면 로즈에게 다시 채찍을 가하겠다고 말하자 노라의 속마음이 바뀐다. 잔인하고 두려운 스톡스는 그렇다 치고, 그녀의 아버지는 과연 어떤 인물인가? 애나의 말에 얼어붙은 호수 같았던 노라의 마음은 처음으로 작은 균열이 생긴다.

 

노라는 서덜랜드의 다른 노예들과 달리 로즈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얼굴 왼쪽에 문어 모양의 모반을 가지고 태어난 노라는 집안에서 왕따당한다. 그녀의 어머니는 노라에게 모반을 가리기 위해 머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딸이 자신의 행동과 말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이에 따라 노라는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고 원치 않는 존재라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아기 시절부터 노라를 돌보던 로즈는 항상 노라를 받아들인다. 로즈가 상처에서 회복되자 노라는 로즈가 탈출한 자녀 호머와 에이다의 생사를 몰라 상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노라는 또한 언니 바이올렛이 옛날에는 로즈와 어울리며 살았지만 지금은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바이올렛에게 로즈는 그저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존재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어렸을 때는 로즈를 하나의 사람으로 보고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자라면서 이용당하는 소유물로 전락했음을 깨닫는다. 노라는 자신이 언니처럼 될까 봐 두려워하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사건은 노라의 인생관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사랑하는 로즈에게 일어난 일에 대하여 수치심으로 가득 찬 노라는 서덜랜드 주변의 삶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평생 들판에서 들려오는 영혼을 울리는 노래에 익숙한 노라는 그 노래의 기원을 알아본다. 담뱃잎 사이에 숨어 스톡스의 채찍질 소리를 듣던 노라는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눈동자가 로즈와 매우 흡사한 것을 발견한다. 그녀는 그 고통을 보고 겁에 질려 다시 집으로 달려가 어머니의 손이 닿는 곳으로 돌아온다. 갑자기 매일 멀리서 보던 담배밭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으면서 그곳이 고통으로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된다. 노라는 자기 가족이 특히 자신을 키워준 로즈를 대하는 방식이 옳지 않음을 분명히 인식하며, 먼저 가짜 노예 양도 각서로 로즈를 풀어주려 시도한다. 그것이 실패하자 그녀는 애나를 돕기로 결심하며 결국 노라는 로즈와 애나를 모두 도울 수 있게 된다.

 

노라의 변화는 엄마가 딸기 모반을 가리기 위해 얼굴에 바르도록 강요했던 하얀 가루를 씻어내는 것으로 상징된다. 노예제도 자체가 악의 근원이며 로즈와 애나처럼 노예가 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현실과 마찬가지로 노라의 현실은 얼굴에 모반이 있다는 것이다. 노라가 처음으로 스톡스에게 애나를 내버려두라고 명령하면서 그녀의 변화는 이어진다. 이때까지 노라는 말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지만 이제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 선한 일에 사용하게 된다.

 

프리워터는 노예제도에 관한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어머니 로즈를 해방시키기 위한 호머, 프리워터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 애쓰는 산지, 두려움을 극복하고 주나에게 자신의 감정을 말할 용기를 내는 빌리, 서덜랜드에서 자아를 찾으려는 노라 등 개인적인 여정에 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사실적 캐릭터와 더불어 많은 독자가 잘 알지 못하는 배경의 좋은 이야기로 잘 구성되어 웬만한 스릴러 작품 이상의 긴장과 흥미를 자아낸다. 비록 아동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도서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권위 있는 뉴베리상 대상작인 만큼 구성이 알차고 줄거리가 탄탄한 수작이라 어른이 읽기에도 손색이 없다. 번역본도 좋지만, 원문의 느낌을 충실히 느낄 수 있는 원서 일독을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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