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을 훌쩍 넘어선 21세기의 두 번째 십년기의 시작인 2011년에도 변함없이 종교인과 무신론자 그룹의 힘겨루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실 무신론 자체가 일종의 신앙의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에 이 힘겨루기는 결국 종교전쟁과도 비슷한 전개로 흘러갈 것임을 예측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무신론자들의 말처럼 종교는 모두 거짓이고, 신은 없고, 종교를 갖지 않아도 착하게 살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종교는 거짓이고 신은 없다고 하는 것에는 개개인의 믿음과 성향, 가치관, 그리고 교육까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논쟁의 필요까지는 느끼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아는 인류의 역사 내내 종교와 신은 있었고, 형태와 모습, 정확하게는 우리가 규정하는 신의 모습이나 nature만이 시대에 따라 변해왔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살아있는 사람으로써 이런 깊은, 어떻게 보면 3차원의 인간이 절대로 완벽하게 알 수 없는 이 이슈에 대해서만은 종교인/무신론자 모두 맞으면서, 모두 틀린다고 할 수 있겠다.  즉 실체를 완벽하게 알 수 없기 때문에 부정될 수도 있고, 실체를 완벽하게 알 수 없기에 없다는 부정 역시 완벽할 수 가 없는 것이다.  궤변이겠지만... 

하지만, 인생의 반을 거진 살아가는 내가 경험으로 느끼기에는 무신론자의 삶은 종교인의 삶 보다는 못한 것 같다.  무신론자의 가치관은 (generalize하는 경향이 있지만) 결국 자기 자신의 가치관이며 자기정당화 및 자기합리화의 극단인 경우가 많다.  이는 결국 신/종교를 부정하기에 신/종교가 가르치는 보편적인 선에 대한 가르침까지도 부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모든 종교는 종파와 시대를 초월하여 타인에 대한 사랑, 동정, 연민, 도움, 예의 등을 가르쳐왔기에, 종교의 practice에 따른 오류나 폐단은 많을 지언정, 제대로 믿는, 신실한 종교인이라면 자기중심적인 가르침보다는 이런 standard에 따라 행동과 마음을 규정하고 잘 살도록 노력하게 된다.   

하지만, 무신론자들, 적어도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그들의 신은 결국 자기자신이며, 그들의 가치관 역시 자기자신의 합리화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종국에는 자가당착에 빠져 입으로는 신실함과 진보를 외치면서 행동으로는 극단적인 자기애와 보수가치에 빠진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소위 "종교가 무슨 필요인가, 성당/교회/절 안 나가도, 착하게 살면 그만이다" 라는 말을 하는 사람치고 착하게 사는 사람을 본 적이, 나는 없다.   

종교생활을 하는 것, 믿음이라는 것, 결국은 사람을 위한 것이지 신을 위한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러기에 예수도 "Sabbath was made for man, not man for Sabbath"란 명언을 남겼을 것이다.  종교가 사람을 위한 것일때 그 종교가 받드는 신 또한 빛이나고, 반대일 경우 종교는 사람을 옭죄는 도구가 되어 종교 자체가 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살을 찌우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이 또한 무신론자보다는 희망이 있다고 본다.  종교의 본질은 사람을 위한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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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주일간은 서태지-이지아의 결혼-이혼 사실과 이에 관련된 뉴스로 온통 난리가 났었다.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이 이슈에 관련하여 이 정권의 BBK및 대운하 관련 뉴스를 덮기 위함이라는 음모론부터 서태지-이지아의 모티브에 대한 이야기까지 억측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연예인에게 완벽한 도덕과 사회적 책임을 원하는 것일까?  다른 같으면 사회지도층에 요구될 만한 수준의 도덕의식과 사회적 의무감을, 유독 이 나라에서는 연예인 계층에게 요구하는 것 같다.  일만 터지면 나오는 연예인=공인 이슈부터 해서 최근 현빈의 해병대 입대까지 잘했다고 칭찬받는 일이나 못했다고 욕먹는 일이나 모두 보면 잣대는 리더그룹에 요구되는 매우 high한 standard가 된다는 점이 궁금하다.   

한 가지 추측은, 이 모든 것이 한국의 사회지도층에게 바랄 수 없기 때문에, 또는 사회지도층 대신 일종의 희생양으로 또는 방패로써 연예인 계층을 이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왜 연예인은 일반인보다 더 빡시게 도덕적이고 의무를 다하여야 할까?  왜 국회의원, 재벌, 의사, 변호사, 판검사 아들들은 외국으로 도망가거나 군대를 가도 편한 보직만 찾아서 가는데, 연예인은 힘든 병과나 보직을 선택하면 칭찬을 받고 그렇지 않다면 욕을 먹을까?  왜 연예인은 사회봉사를 많이 하고 기부도 많이 하여야 하는걸까?  노블레스 오블리쥬는 말 그대로 귀족계층, 현대적 의미라면 사회지도층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물론 일반인도 그렇게 하면 좋지만, 일종의 사회적 의무로써의 노블레스 오블리쥬는 상위 10%가 특히 지켜야 하는 덕목인 것이다.   

유독 사회지도층의 혜택 yes/의무 no의 역사적 전통이 강한 대한민국의 현주로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다시 말하지만, 현빈의 해병대 자원입대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이고, 서태지-이지아 결혼/이혼 이슈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이슈일 뿐이다.  그런 것이 뉴스화 될 시간에 정말 나라의 근간에 관련된 이슈들 - 대운하, 판검사, 정치인, 공무원의 부정부패, 국방이슈, 외교, 정치, 경제 - 에 대한 정확하고 소신있는 커버리지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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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2000년의 역사 - 세상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직업
기쿠치 요시오 지음, 김숙이 옮김 / 사과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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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겪는 일이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구매한 책이 평생의 동반자가 되는 일이 있듯이, 상당한 기대를 하고 읽은 책이 기대의 반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 "용병 2000년의 역사"에 해당하는 일인 듯 싶다.  역시 판매자 추천은 적당히 경계하면서 받아들여야 할 듯. 

도대체 책의 구심점이라던가 작가의 의도라던가 flow라던가 내용이라던가 무엇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다.  번역의 오류인지 원 작가의 글 쓰는 작태가 그런지 모르겠지만, 심지어는 chapter와 chapter가 이어지지도 않거나, 이어지지 않아야 할 부분에서 갑자기 잇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등 거의 속독도 아까울 정도로 마무리 해 버린 책이다.  어투를 보건데 크게 생각하고 쓴 문장이 아니라 작가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마구 갈겨버린 책 같다.   

거창한 제목과는 달리 참으로 한심하다고 생각한 책이다.  번역 또한 특별히 매끄럽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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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인 유럽
구현정 글 사진 / 예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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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국에서 한 동안 유행을 탔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북카페라는 테마를 가진 찻집이.  홍대를 비롯한 대학가와 삼청동의 분위기와 인테리어가 끝내주는, 나의 느낌으로는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기 보다는 북카페의 분위기를 즐기는, 약간은 서울적인 허영이 베인 듯 한.  한국에 나갈 기회가 있으면 한번은 가봐야 하겠다는 생각만 하다가, 수년이 지난 지금은 다시 유행의 버블이 살짝 꺼져가는 듯 하다.  아마도 다시 한국에 가도 지금 유명세를 타고 있는 북카페에 갈 기회는 없을 것이다.  아쉽기도 하면서 무덤덤한 것이... 

구현정의 북카페 인 유럽은 책과 커피를 사랑하는 프리랜서 작가인 저자가 정든 한국을 떠나 정착한 독일의 베를린을 기점으로 하여 유럽 곳곳의, 정확히는 저자가 가본 유럽 곳곳의 북카페의 사진과 방문 당일의 느낌, 커피, 그리고 정보를 모아 한 편씩 써내려간 책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저그런 여행기의 이미지를 더 강하게 느낀 것이 사실이다.  요즘의 사진과 저자의 이런저런 느낌을 적당히 버무려 출판되는 여행기류의 책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 책도 그런 부류의 하나로 보였던 것이 사실이고, 아직까지도 그런 이미지를 완전히 내 속에서 떨쳐버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은 나도 또한 사랑하는 북과 카페를 매우 사랑하는 저자가 쓴 책이기에 구매했던 지라, 참을성을 가지고 꾸준히 읽으면서 저자의 눈이 아닌 말을 빌려 그녀가 방문했던 북카페를 하나씩 투어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열리는 눈과 이 부러움 가득함이란!  미국이란 대륙에 살면서 좋은점은 수도 없이 많고, 이미 20년을 넘게 이곳에 산 나로서는 굳이 유럽이 미국보다 살기 좋다는 생각 또는 유럽인들이 미국인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문화적이고 친절하고 깊이 있다는 일부 블로거들의 표현은 그야말로 스너비즘이라 생각하는 나이지만, 나라들이 한 대륙에 촘촘히 붙어 있기에 짧은 동선의 여행으로도 여러 나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유럽거주의 매우 큰 장점인 것 같다.  사실 유럽이 아니면 어디서 그런 것을 쉽게 즐길 수 있겠는가?  고대부터 지난 세기 중반까지의 모든 다툼과 전쟁의 원인이 되었겠지만, 뭐 다른 곳은 안 그런가? 

이 책은 꾸준히 읽는 자에게 저자가 아닌 자기 자신의 투어를 허락할 것이다.  일상에 지쳐서, 그러나 떠날 수 없음이 한스러울때마다 곱게 한 번씩 빼내어 볼 책.  그리고 언젠가 나의 투어에 동행할 책.  끝으로 나에게 미국의 서점투어 및 방문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영감을 준 책.  고마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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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트레이닝
한병철.한병기 지음 / 파란미디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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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수 십년간의 다양한 무예와 단련 및 견문에서 오는 지식으로 무술 전반에 걸쳐 흥미있고 비교적 정확한 이야기들을 풀어내시던 한병철 님의 새 책이 드디어 나왔다.  한국에서는 2만원 가량인데 미국에서는 거의 두 배가가 되어 약간 속상했다 (인세를 두 배로 드리는 것도 아닐텐데).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보니 그런 마음이 가라앉는다. 

이 책에는 그간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느껴왔던 여러가지 이슈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행공을 돕는 그림이 들어가 있다.  단순한 weight lifting이나 몸매관리에 대한 책이 아닌, 한 무술인의 경험과 실천, 그리고 부단한 공부를 통하여 습득한 지식을 아낌없이 전수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깊이 묻어나오는 듯 싶다.  간단한 스트레칭부터, 수십종의 동서양의 힘 단련법들에 대한 설명, 구체적인 가이드, 그리고 효과가 잘 설명되어 있기에 나 같은 비교적 초보도 조금씩 따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의 단련법은 실질적인 힘과 기초를 닦기 위한 것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육체미 단련과는 다르다.   

나에게 특히 와 닿는 부분은 현재 가장 유명하고 널리 배워지고 있는 무술들을 10가지 종류별로 리스트한 후 각 무술에 도움이 되는 단련법을 소개한 것인데, 여기서도 저자의 경력과 경험, 특히 꾸준한 실천과 공부에서 오는 깊은 지식이 배어나온다.   

끝으로, 소림 72종 절예를 하나씩 정리하여 소개한 것도 매우 특색이 있다고 하겠다.   

무술을 하는 사람, 특히 무술 뿐 아니라 그 무술을 위한 기초단련에 대한 끊임없는 구도와 흥미가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한 권정도는 소장하고 참고해야할 것이다. 

저자께서 쓰신 다른 책들 중 내가 읽은 것은: 

1. 독행도 

2. 고수를 찾아서 

3. 중국무림기행 

4. 실전최강 종합격투기 

이들 중 "고수를 찾아서"와 "중국무림기행"은 매우 재미있게 읽었고, 특히 "고수를 찾아서"의 경우 당시 저자가 생각하고 있던 한국의 무림계의 고수와 그들의 무술에 대한 내용이 매우 객관적으로 정리되어 있고, 비판할 것은 화끈하게 비판하는 등 상당히 "센" 내용들도 많이 정리되어 있다.  이런 류의 책으로 3-4권 정도를 더 읽어봤는데, 대부분의 내용은 저자들의 문파인 18기 또는 다른 무공의 성립에 대한 역사정립과 당위성, 정당성을 선전하는 부분이 크기에 "고수를 찾아서"는 더욱 소중한 책인 것이다.  지금 개정판을 준비하고 계신 것으로 아는데,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꼭 사제의 연을 맺을 날이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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