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7월 9일 (충동적인) 구매.
-7월 15일 밑줄 긋기 등록.

*독서 완료.(0709~0713)

반복, 복합 구조 소설이었다. 외부 연극, 내부 연극. 그 의미를 파악하는 데, 초반에는 영 헷갈려서 내가 소설을 읽고 있는 건지, 무작정 끌려가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차차 나아지고 있었으나, 좀 가물가물한 상황도 있었다. 리뷰는 조금 두고 보고 쓸 계획, 밑줄 긋기는 모레쯤 올릴 계획.

_ 0713, 독서 일기.



*무대, 펼쳐지는 다양한 연기.


   여기저기, 특정한 세계에서 쏟아지는 경험은 무수하다. 개개인이 발을 담글 수 있는 어떤 영상도 어느 선에서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갖가지 초현실의 세계가, 우리가 존재하는 울타리 저 너머에 다양한 색깔의 막으로 둘러싸여 있고, 단지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 색의 의미를 찾기에 앞서, 색의 경계조차 짚지 못할 수도 있다. 4차원적, 더 나아가 좀 더 고차원적 영역의 구분보다, 당장 하루하루 거듭하는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지나치기 쉬운, 발견되지 않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로 저마다 가득할 것이다. 그래서 우선, 우리의 인생이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며, 타인의 ‘드라마’를 향해 ‘경솔한 방아쇠는 금물’이라고 살짝 외치고 싶다. 
   관찰자, 관찰대상, 우리는 두 개념에 다 속할 수 있다. 뒤집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 타인을 내내 관찰하고, 저마다 입장을 취하고, 지나치는 풍경 속에서 곧잘 무언가를 찾는다. 그런 일련의 행위를 오직 ‘나’라는 특별인물만 하고 있는 게 아닌 것이다. 조각조각 파편처럼 흩어져 있거나 스쳐 지나치는 사물, 창을 통해 비치는 하늘, 재기발랄한 입담, 흥미로운 책 속의 이야기 등등 여러 카테고리나 챕터를 끄집어낸다. 각각 정도나 생각의 차이(주관, 자의식)가 바탕에 깔려 있어서, 제각각의 제멋대로 판단(간혹 선입견, 편견일지도 모를)을 내릴 때가 있다. 또한 허용 범위를 초과했을 때, 가차 없이 함부로 취급하고, 행동하기도 한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짓을 서슴없이 벌인다. 더구나 자기가 처한 환경과 상처만 심각하다고 믿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꼭 필요로 하거나, 관심가지는 범위만 생각할 때도 있고.)
   한편, 앞의 문단과 같은 맥락이지만, 따로 언급하고 싶다. 우리는 작가, 독자 합집합에 낄 수 있지 않을까. 여기, 알라딘 서재에서 활동하는 여러분만 해도, 보조 설명이 될 수 있을 터.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작가, 댓글을 펼치며 소통을 하는 독자. 소소한 일상 단편을 풀어내는 작가, 미미한 or 격렬한 파동을 느끼며 자신과 공감 코드를 찾으며 해석하는 독자. 
   비슷한 상황을 겪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상황도 얼마든지 펼쳐질 수 있다. 어디까지나 접해본 사건에 대해서는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거듭 의견을 말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이 거치지 않은 경험에 관해서 의문부호를 늘어놓을 수는 있으나, 실상은 쥐꼬리만큼도 파악하지 못하면서 마치 다 꿰뚫고 있다는 식의 흉기와도 같은 단정적인 떠벌리기, 왈가왈부는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감히 그럴 자격이 주어진 것도 아니니까.
   때로는 주인공이기도, 때로는 주변인물이기도 한 파란만장한 인생 여행. 윤곽만을 더듬거나 형태만 취하지 말고, 명암과 그 둘레 그림자까지 찬찬히 투영해 뜯어보는 습관을 가지기를 바라면서. 중간에 대한 기대치를 약간씩 줄이고, 구석까지 휘둘러보며 관찰하기도 곁들이며. 우리의 거리에 ‘지금 서 있다는 것’이 어쩌면, 감사해야 할 작은 보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몇 가지 잘못된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p. 84 “그때 이후로 상사화를 보면 거기 얼굴은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나도 모르게 찾곤 하지.”
오타. 조사 ‘은’ → ‘이’
p. 193 심뽀 → 심보

p. 242 그제서야 → 그제야 (종종 발견.)


p. 400
어떤 아이디어를가 떠올렸습니다.
(조사 ‘가’ 빠져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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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절판


어찌된 일일까? 가면도 각도가 조금 다르면 표현하는 감정도 달라진다. 사람도 그렇지 않은가? 턱의 각도와 시선의 변화만 보고도 우리는 타인의 감정을 은밀하게 읽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도 그랬던 게 아닐까? 그렇다, 웃는 얼굴만 해도 복잡하다. 고통과 초조, 체념과 연민, 안도와 타협 등 여러 가지가 거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가?-35쪽

애정이 따뜻한 햇살이라면, 증오는 이글이글 타는 숯 같은 거라고 할까. 위험하지만 매력적이기도 하지. 부젓가락으로 찔러 가만히 바라보거나 뒤집거나 하고 있으면 조금씩 다른 것으로 변해가는 것. 자신의 어딘가가 지글지글 타들어가면서 변하는 걸 알 수 있어.
그것이 그냥 꺼져가는 숯이 될지, 마음을 부추기는 에너지가 될지의 경계선은 위험한, 종이 한 장 무게에 있어. 가스 버너처럼 아무렇게나 증오를 불태우는 것뿐이라면 증오의 백미는 알 수가 없지.-74쪽

현실은 때로 이유 없는 장난을 친다.
세상에는 ‘어떻게 이런 일이’하는 의문이 드는 희한한 사건이 큰 사건이 아니라도 세계 여기저기에서 일어나게 마련이다. 이유도 의미도 없는, 설명도 되지 않는 이상한 일들이.
세상은 그로테스크한 일들로 가득 차 있다. 진담인지 농담인지 알 수 없는, 그 상황에서의 작은 사건들로.-113~114쪽

이상한 건 나 자신은 좋았다고 생각했을 때는 반드시 떨어지는 거야. 어려웠구나, 제대로 못했구나 생각했을 때일수록 점수가 좋지.-119쪽

나는 최근 의미도 없이 띈 적이 있었나. 뛰는 것을 즐긴 적이 있었던가. 그 소녀들처럼 뛰는 것 자체에 기쁨을 느낀 적이 있었을까 ― 그보다도 나는 정말로 달리기는 한 걸까, 마지못해 내달려왔을 뿐이지 않을까. 어딘가에서 뛰어주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걸었어.
그랬더니 몸이 차츰 뜨거워지는 거야. 그때까지 축 처져 있던 몸이 거짓말처럼 가벼워지고 따뜻해지는 거야. 괜히 적개심 같은 것이 울컥울컥 솟아나면서 사람의 마음은 정말 이상해.

갑자기 뛰기 시작한 거야.
마치 누군가가 등을 밀기라도 하듯이.
… 나는 자신의 의지로 달리는 거야. 이 속도감을 온몸으로 음미하면서 뛰는 거야 하고.-228~229쪽

맹스피드로 움직이는 차는 보이지 않잖아?
옆을 스쳐 지나면 바람이 쌩쌩 불어 놀라거나 하잖아. 그러니까 선생님이 달리고 있는 동안은 저건 뭐지, 혹은 대체 뭐 하는 거지, 하고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었고 같이 일을 하다 보면 자기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 지조차 모를 때도 있었어.
하지만 운전수가 없어지고 눈앞에 놓여 있는 차를 보니까 이렇게 훌륭한 차였구나, 저렇게 엄청난 속도로 저렇게 먼 곳까지 가려고 했구나, 그런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지.
궁지에 몰리면 사람은 여러 가지 행동을 하는 법이지.-230~231쪽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 사람의 마음이란 참 이상한 거지.-240쪽

사람들은 봄으로써 소비하는 존재임과 동시에, 보임으로써 소비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보는 자와 보이는 자는 언제 어느 때 뒤바꿔도 이상하지 않다. 밖에서 감상하는 눈과 안에서 감상당하는 눈을 가진 현대인은 그 두 가지 눈으로 항상 분열된 상태가 되고 있는 것이다.-245~246쪽

연극은 흡혈귀랑 비슷해요. ― 연극은 자꾸 새로운 배우와 연출가의 피를 빨아먹으며 끈질기게 오래 살아남는걸.-369~370쪽

즐겁게 보셨습니까?
당신은 우리 연극의 관객이었습니다.
아니오, 당신은 언제나 세상이라는 극장 안에서 고독하게 하나의 객석을 차지하는 관객입니다. 뭔가를 감상할 때 사람들은 한없이 고독합니다. 당신은 스스로 어떤 관객이 될지를 결정해야만 하고 박수를 칠지 자리를 박차고 돌아갈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동시에 당신은 배우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감상함으로써 감상을 당하고 당신 자신의 모습을, 눈앞의 배우들 안에서 뚫어지게 보게 됩니다. 그리고 당신은 극장을 나가 이번에는 밖에서 자신을 연기해야만 합니다.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은 뒤집기이고 당신도 나도 세상이라는 극장 안에서는 늘 아주 작은 부분에서 역전되는 입장에 있는 것입니다.-413~4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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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소리 마마 밀리언셀러 클럽 4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6월
절판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과거의 연줄을 이용하고, 이용할 가치가 없어지면 지워버린다. 그렇게 하면 아주 깨끗한 노트로 살 수 있으니까 자신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어쨌든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그러니까 과거의 인간관계를 이용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결국 타인이기 때문에 어떤 번거로운 일이 생기거나 귀찮아지면 그만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해버리기 때문에 처리해야만 한다. 그래, 그래, 그런 거야 하고 아이코는 간단하게 결론에 도달했다. 그것이 아이코가 살면서 깨달은 지혜였다.-142~143쪽

상상해 본 적도 없는 환경에 처해보지 않고서는 진정한 자기 자신을 알 수 없다는 말은 진실입니다. -1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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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ZOO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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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회색빛, 뚜렷한 경계가 없는 내면에 주파수를 맞추다.
(0706)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집이란 요소 하나, 반듯하고 심플한 회색 표지에 무턱대고 호기심이 스멀스멀 생겼다는 요소 하나. 갈팡질팡 망설이지 않고, 선뜻 구입할 수 있었다. 1+1이벤트로 비닐 포장이 되어 있어서, 이제껏 그랬던 것처럼 내용의 일부를 살짝 살피지는 못했지만, 어디까지나 기대를 잔뜩 품었던 것. 먼저, 그 결과는 상당 만족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10가지 단편이 실려 있다. 나는 웬만해서는 기발한 상상력이란 생각을 안 하는데, 이번 독서는 그런 생각이 마구 들었다. 아주 극찬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달리 말하면, 모험과도 같은 독서. 내가 좋아하는 독서 타입을 선사하는 책이었다. 현재, ‘양지의 시’란 단편을 읽는 중이다.] *7월 3일 독서 일기에 언급했던 바, [SEVEN ROOMS]에 몰입해서 읽을 때, 최초로 느꼈던 그 생각이 일관되게 흘러간 것에 대해서 환호 중이다. 소설 전반에 미미하게, 혹은 어떤 단편에서는 좀 더 선명하게 밑바닥에 깔린 자글자글한 파편의 긴장을 느끼고, 복선을 찾아내고, 이어질 스토리를 예측, 감지할 수 있었다. 풀어지지 않고 내내 독서에 몰입할 수 있었다. 단편집일 경우, 한 번 붙잡으면, 단편 하나를 다 읽어내야 커버를 덮었던 평소 독서 습관을 다시 끄집어낼 수 있었다.

 

 

책 소개에서는 [크게 섬세함과 안타까움을 기조로 한 '퓨어 계열'과 잔혹함과 처참함을 기조로 하는 '다크 계열'로 나뉜다.]라고 설명했는데, 개인적인 의견으로 ‘양지의 시’란 단편을 제외하고는, 굳이 확연하게 나누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두 가지 타입 중에서 어느 하나 특정한 면이 더욱 부각되었거나, 아주 가라앉았다는 생각을 했다.(내 주관이 섞였긴 하지만;) 그래서 2배로 좋고, 특별했던 것 같다. 경계가 없다는 것, 여러 가지 해석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 독서의 가치 범주에 넣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이것저것 따지며 뜯어보고 파헤치지 않고, 그저 음미하고 휘감기는 영상의 효과를 고스란히 움켜쥘 수 있었다.

 

 

[SEVEN ROOMS]에서 작가가 따로 묘사하지 않은 범인을 나의 시야에 가두고, 상상력의 자유를 만끽하며 나름대로 그를 표현했다. 어쩌면 평범한 겉모습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 기운을 감당하지 못한 사람일 수도 있고, 한계와 선을 생각하지 않고 서슴없이 살인을 즐기는 무시무시한 괴기웃음을 터뜨릴지도 모른다. ‘공개수배 사건 25시’의 용의자와 딱 맞아떨어질 수도 있었다. …….

 

출구 없는 단절, 고립과 고독의 절정에서 헤엄치고, 무의미함에서 길잡이든 화살표든 다 내던진 채 풀썩 주저앉고 마는, A세계와 B세계의 유일한 통로이자 구실이었던 다리가 처참하게 부서진 광경을 보고, 더욱이 목소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습하고도 잔혹한 인간 내면의 실체와 맞닥뜨리고, 뒤틀린 자아, 소통의 부재에 허우적거리고, 복수의 칼날을 번뜩이다, 스르르 놓아버리고 천진한 아름다움에 현기증을 일으킨다. 어질어질해 있는 사이, 저 멀리 잰걸음을 놓는 자연과 생물, 그리고 태양에 관한 동경, 관심에 생기의 꼬리를 다시금 부여잡고 부지런히 따라붙는다.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희망을 발견, 주르륵 눈물을 흘리고 만다.

 

*흉기는 녹슬어버린 도끼, 서랍에 숨겨두었지.
먼지투성이 권총, 두 번 세 번 돌리며-
방아쇠를 당기고, 연기가 나는 총구. 
눈이 하얗게 뒤집힌 얼빠진 얼굴.
도끼로 그 녀석의 손발을 큼직하게 잘라, 여기저기 튀는 피.
다음은 그 녀석, 그 다음은 저 녀석.
손, 발, 숨 안 쉬는 사람들을 모아서 클로버 산을 만들자.

- Murder, Joker. *

[차가운 숲의 하얀 집], 단편을 보면서, 위에 부분 옮긴 가사를 문득 생각했다. 소설은 섬뜩함 뒤에 가려진 씁쓸함이 녹아 있어서, 가사와 분명 다르지만 슬며시 스치고 지나갔었다.
특별히, [SEVEN ROOMS], [양지의 시], [차가운 숲의 하얀 집]을 깊게 각인시켰다.

 

***

56
안족 -> 안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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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공항에서
무라카미 류 지음, 정윤아 옮김 / 문학수첩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공항에서.(0705)

신간코너에서 발견하자마자 환호하면서 구입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완료는 한참 늦었다. 6월 초에 소장했는데, 커버를 덮은 건 7월 초가 되었다. (소유욕이랄까, 이런 욕구가 은근 강해서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나 찜한 상품은 어떡해든 1주일 내로 손에 거머쥐어야 실실 웃으면서 흐뭇해하는 편이다. 판단을 보류할 때도 더러 있지만, 대개 그런 편이었다고 기억한다.) 즉각 리뷰 효과를 보려 했다.(스타트는 바로 끊었으나, 마무리는 조금 더뎠다.)
‘무라카미 류’, 일본 작가 중 철저한 내 관점(!)으로 1순위에 꼽을 수 있는 분이다. 이 작품이 나오기 전, ‘반도에서 나가라’와 그 외, 구하지 못한 두 가지 장편소설, 에세이를 제외하면 그의 작품을 거의 다 소장하고 있다. 그리고 탐독을 하면서도, 빠른 시일에 곧잘 마지막 커버를 덮곤 했다. 다만, 리뷰로 옮긴 것은 그와 대비해서 얼마 되지 않지만. 기억을 약간 들추어내서 쓸까 싶기도 했다가, 앞으로 두 번째 읽어서 리뷰 쓰기를 시도할 계획이다. 대체 어느 세월에, 라는 불안이 슬금슬금 생겨나고 있다.
어쨌든. 일단 이 리뷰에 집중하자, 고 마음먹는다.
우선, 번역된 문장에서 드러나는 느낌을 살펴보자. 전문 일본문학 번역가 중 ‘양억관’ 씨 번역에 상당히 열광하는 편인데, 거기에 비교하면 어쩐지 밍밍한 느낌이라고 할까.(개인적으로 그렇다는 것) 돋보이는 주관과 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함이 다소 사라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초반에 살짝 의기소침한 상태였다가, 에잇, 하면서 훌훌 털고, 문장을 곱씹으며 집중해나갔다. 와인과 음악, 쿠바가 함께 하는 소품과 이미지는 전작과 마찬가지여서, 다시금 피식피식 웃고 있었다.

우리들의 일상이랄 수 있는 공간적 배경에서, 짧은 시간 포착 기법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편의점, 술집, 공원, 공항, 노래방.) 고독에 휩쓸린 주인공이 빠짐없었던_ 이제껏 쓰던 작품에서 벗어난 배우려 집중하는 주인공이 등장하고, 답답한 현실의 도피, 그리고 환상의 이미지를 선사한다. 물결을 이루고, 궤도에서 이탈하기도 한다. 단순히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닌 목표를 정하고, 도전하기도 한다. 그런 주인공들의 너머에서 작가의 필치는 어디까지나 담담하기만 하다. 그 밋밋하고 나른하다고도 할 수 있는 풍경에서, 결말에 이르러 허무함을 잔뜩 끌어안으면서도, 스스로의 해법으로 바탕에 깔아둔 격려의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었다. 짜릿하고 기발한 표현은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고 보았다. 예를 들면, 155쪽의 이 부분. [어디론가 움직이는 사람들의 무리는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를 이루어 마치 원시적인 동물이나 바다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의 무리처럼 보인다.] 그 외에는 대개 인물의 대사에서 작가의 의도와 주제, 스토리의 방향을 나타내는 화살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영화 제작이란 그리 간단하지 않아. 거의 매일 내가 원하는 걸 표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지. 그로부터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진다면 영화에 대한 의지도 함께 약해지고 말걸.”]
나름대로 이 부분을 주목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겠지만, 나는 소설을 쓰면서 매번 저런 생각을 한다. 그래서 스타트를 끊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몇 편을 진행하고서도, 한참 헤맨다. 그리고서 엉뚱한 라인으로 엇나갈 때도 종종 있다. 내 손을 타고 생겨난 주인공들이 내 마음대로 조종(;)이 되지 않아, 마구 짜증낼 때도 여러 번 있었다. 아마 리뷰를 쓰기 전의 계획과 쓰고 난 후의 결과물을 보았을 때의 참담함을, 다른 분들도 느꼈으리라 싶다. 나만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생활 속에서, 타인의 글, 취향의 음악에서 값진 무언가(다른 각도로 해석하기, 어떤 현상에 대한 고정된 것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현, 형상)를 찾아내는 과정을 거친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화한다. 그것을 토대로 풍부한 의식을 불어넣어, 새로운 기본 뼈대를 세우고, 특유의 필체와 감각으로 새 이야기를 건져 올린다. 징검다리를 밟듯 서두르지 않고. 그런 작업을 머릿속에 영상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그렇게, 왕성한 에너지를 소비하고, 필사적으로 몰두해서, 한 편의 글을 탄생시키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때때로 무기력해질 때도 간혹 있지만. 어떡해든 이겨내려 발버둥, 기필코 해내겠다는 의지와 줄줄 흐르는 땀방울의 노력으로. 결실을 맺을 때, 어떻게 설명이 안 될 만큼 무지무지 기쁘다. 이런 생각을 나열할 수 있는 독서는 의미가 있다. 쉬이 놓칠 수 없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희망을 가졌음을 보여 주고 싶었다. 사회 전체의 희망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없는 개인적인 희망을!"

틀린 부분을 몇 군데 찾았다.
52. 무렵 까지는 -> 무렵까지는
99 토해 내는 -> 토해내는
84. 힘들어 진다 -> 힘들어진다.
(그 외, 여러 띄어쓰기 틀림.)
61. 띄어쓰기 할 때, 스페이스 바 키가 두 번 눌러진 곳, 한 번 눌러진 곳.
일관적이지 않다. 어지럽게 보인다.
85. 매니큐어 -> 에나멜

(매니큐어는 '손 관리', 전반적인 행위를 뜻합니다.
색색의 용액은 '에나멜' 혹은 '폴리쉬', '네일락카'라고 합니다.)


94 연신, 108 연신 -> 연방
(이건 몇 차례 나오더라.)
106. 생일날-> 날 일, 그리고 날 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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