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S - Cansei De Ser Sexy
칸세이 지 세르 섹시 (CSS) 노래 / Beatball(비트볼뮤직)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회전의 연속.

첫 단추부터 마지막까지 쿵쿵, 와글와글, 웅성웅성 자연스런 춤동작을 끌어오는 음악이라는 생각을 했다. 저절로 어깨춤 동작을 했을 정도로.
오늘 아침 8시 50분 즈음 버스정류장에서 보았던, 판타스틱 검은 나비의 움직임 영상이 어느새 막에 드리워지고 있었다. 어딘가 할랑할랑 가벼우면서도, 깊숙이 시선에 담으면 가늠하기 어려운 묵직함을 달고 날개 쪽에 펄 같이 반짝반짝 기운을 뿜었던 나비의 모습과 어렴풋 닮아 있었다. 여기저기 사뿐사뿐 내려앉으며, 골목을 더듬어나가던 나비에서 오래도록 눈을 떼지 못했듯, 음반에 담긴 음악에 그 이미지를 겹쳐 스르륵 시간이 흘러감에도 집중을 지속했다. 사탕 껍질을 깔 때처럼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간간이 귓가에 노니는데, 점점 알록달록 달콤한 음표가 귓속으로 잔뜩 나비처럼 날아드는 것 같은 느낌까지 생겼다. 쌓이고 쌓여도 여전히 표시가 나지 않고, 끝과 바닥을 알 수 없는 영역에서 끊임없이 자극을 가하는 막대를 곳곳에 박아놓았다. 건전지로 작동하는 장난감 ‘북치는 토끼’를 보는 것 같은, 또한 뎅글뎅글하고 또렷한 눈동자를 지니고, 생기발랄함을 사락사락 뿌리며 빈 상자에 꽉꽉 채워주는 기특한 소녀를 연상하기도. 
다만, 개인적으로 퍽 아쉬운 단점을 발견했는데, 강약이 미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보컬을 조금 더 다듬으면 훨씬 좋을 듯 그런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씁쓸해하면서도 마지막에는 어딘가 어설프고 불안하면서도, 마냥 난리법석인 그들과 한통속이 되었다고 할까… 어느새 그들과 쿵작쿵작 발 굴림을 하고 있는 것이다.
302moon의 재충전 가능 라인에 삽입한 음반이라고 할까. 습관을 잊고, 선호하던 것을 잠시 접어두고, 덮어놓고 환호할 수 있었던 음반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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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소년 1집 - 20th Century Boy
20세기소년 노래 / 지니(genie)뮤직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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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음에 드문드문 곡선 긋기.

 

버튼 달칵거림 하나로 무엇이든 가능한 만능 멜로디 박스 같았다. 몇 가지 지정 버튼이 있어, 마음 내키는 대로 꾹 힘을 실어 누르면, 그 상황에 맞춘 자유자재 선곡된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오듯.
오솔길을 걷는 '오즈의 마법사' 친구들의 행진처럼 느껴지는 스케치가 활기차고 선명한 영상으로 동동 떠오르고 있었다. 때로는 무거운 마음을 홀가분하게, 때로는 추억의 불러오기를 해서 그 시절을 재현하기에 도움을, 어느 부분에서는 숲속 한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곤충과 개구리, 새의 연주가 귓속에 한가로이 매달려있는 것도 느껴졌다.
둥둥거리는 울림이 언제까지고 쥐고 흔들어, 덜컹거리는 마음이 제자리를 잡을 때까지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기도 했다. ‘두루두루’거리는 허밍이 어떤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을까, 다음에 이어지는 가사에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켰을까- 곰곰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발길을 재촉하는' 음악의 속도 반작용으로 어느 순간에 기우뚱거렸다가, 주저앉았다가, 다시금 영차하고 일어나 차근차근 몸을 움직였다. 쓰러질 듯 말 듯 지그재그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조심조심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듯 몽롱한 머리에 찌릿찌릿 자극을 가해온다.
이 노래가 '나의 세상을 흔들어' 저절로 그 장소의 리듬으로 변해, 언제까지고 잠길 수 있는 파도를 형성해주었다. 현란한 '기타의 외침'과 삐죽 튀어나온, 책에 가만히 끼워둔 그리운 친구의 편지를 읽는 기분은 내내 함께 곁을 지켜주고 있었다.
그래, '아무 일 없었던 것' 같았던 처음의 기분은 홀연히 사라진 뒤였다. 휘감겨있던 공허함도 거둬갔다. 꿋꿋한 발걸음으로 지나온 '길'도 어디까지고 뒤따라오고 있었다.
기억의 장소는 아무 때고 재생이 가능하다고 알려주었다. 벌써부터 사각사각 흔적을 남기며, 주위에서 바람의 자취가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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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 의미죠??
    from 브람스 + 피터팬 2008-07-26 02:23 
       음반회사 다닐 때, 반의지로 썼었던 리뷰 참여 이후에 오랜만의 참여..  암튼, 의미있게 우리 작품을 평가 하신 것 같아 감사드립니다~ 꾸벅!!  업데이트를 지향하는(?) 우리 홈피(피터팬뮤직)에도 자주 놀러오시구요,  쇼케이스에도 놀러 오시기 바랍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  
 
 
 
[메디치가 살인 사건의 재구성] 서평단 알림
메디치가 살인사건의 재구성
라우로 마르티네스 지음, 김기협 옮김 / 푸른역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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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도서] 약간의 의무를 담은.

제목에 명시한 대로 서평 도서이고, 그저 의무를 담아 작성한다. 독서를 완료한 시점이 7월 9일, 거의 보름 동안 책을 붙들고 있었고, 리뷰 작성은 오늘 시작했으니 차일피일 미루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금에서야 이른바 발버둥을 치는 것이다. 일단, 여러 가지 수습할 일과 더위를 핑계 삼아 스리슬쩍 구석에 제키고 몰라라 내버려둔 스스로를 반성하며.


사실, 신청했던 당시에는 엄청 기대했던 책이었다. ‘살인사건’, ‘재구성’ 두 가지 키워드로. 역사서라는 걸 까맣게 잊고, 소설로 풀어냈을 거라 판단했던 것이다. 독자에 대한 도전이랄까, 갖가지 장치를 매달고, 심어놓고, 열쇠를 숨겨놓았다고. 그런 호기심을 계기로 처음엔 그냥 댓글 달아보자 했는데, 덜컥 뽑힐 줄도 몰랐고, 기대에 부풀었다가 풀썩 주저앉게 되리라고 전혀 생각을 못했다.


책 자체로 따지면, 더없이 훌륭하다.(만약, 원서로 읽는다면.) 방대한 분량, 치밀한 준비 과정, 어마어마한 참고 도서, 주석, 그 무엇보다도 꼼꼼하고 치밀했던 작가의 집중력과 노력에 마구 점수를 주게 되었다. 다만, 미적지근한 독서(질질 끄는 쪽이 아니라, 홀딱 빠져 다른 과제를 잊을 정도로 파고들지를 않았다는 것. 재차 읽으면 그나마 헐렁헐렁한 독서에서 벗어날 수 있을 듯. 그 후에 덧붙임 리뷰를 작성할 계획. 우선은 약속 기한을 지키기 위한 발악;)를 했던지라 밑바탕에 깔아두고 끌어올 메모가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다. - 특히, 재산에 관해 언급할 때, 지루해서 읽기가 더뎠다. 개인적으로 예술 관련에 솔깃했다.  -


편집이 허술했던지, 곳곳 발견되는 오*탈자와 어쩐지 대충 해치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업의 영상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엉성함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교정을 제대로 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말하자면, 성의가 없다고 할까. (감사하게도, 틀린 부분들을 먼저 리뷰 올리신 분이 지적하여 남겨주셔서 나는 생략<-멋대로;)
예전에는, 일일이 틀린 것 수정 끼적임을 가했는데, 이번 독서는 생략해서 어쩔 수 없었음. (또 반성;)


반복하는 얘기인데,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작가의 의도가 좋았다. ‘테러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당시의 상황 때문에, 한쪽으로 치우진 기록만 무수했음에, ‘합리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일념 하에 몰입했다는 게 더 이상의 부연설명이 필요 없다 싶을 만큼 대단하다. 책을 읽는 내내 오직 이 한 가지만 머릿속에 담아놓고 어떻게든 정독을 시도했는데, 시원섭섭하다……. 그리고 하나 더. 되풀이되는 역사라는 게 착잡할 뿐이다. 그 ‘장본인’들이 잘못한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아니, 엄연히 판가름이 나서 확실히 드러나고 있음에도 오히려 덮으려는 꼬락서니를 보이고, 큰 소리를 치고, 더한 폭력을 일삼는 것에 분노의 기운이 모인다. 그 에너지가 활활 타오른 뒤에도 홧홧함은 제거되지 않았고, 못내 답답하고 씁쓸하기만 하다.


어쨌든, 기회가 닿은 것에는 깊이 감사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고 돋보였던 부분.
1. 231~249: 시신훼손&식인풍속 사례를 들어 세세하게 설명.
2. 237: 죽음의 골고다 행진.
3. 202~203: 탈출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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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343
이윤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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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발 디딘 어느 장소.
-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 5.10 택배 도착.
- ~0515 독서 완료.

시집을 읽는 타이밍, 특정한&특별한 장소를 줄곧 떠올렸다.(지극히 개인적인)
자그마한 구역의 골목 귀퉁이. '점'으로 표현한 무엇, 서서히 이동한다. 블록마다 사람이 있고, 건물이 있고, 가로수 나무가 있다. 어른어른 영상은 그림자처럼 재빨리 따라붙는다. 캡슐 하나 꿈의 풍경을 훅 빨아들인다. 들이마시는 공기의 미묘한 향기 혹은 기운을 포함한 오로라를 감지한다. 멀뚱멀뚱 바라보다, 하늘의 잠자리에게 슬그머니 '손'을 내민다. 손에서 생겨난 미미한 흐름은 점차 소용돌이로 변화한다. 얼핏 다른 각도에서 보면 그 형상은 진흙인형과도 같다. 거품이 보글거리고, 언제 무너질지 모를 위태위태함을 머금고 있다. 물에 흠뻑 젖은 상태가 아니라 곱게 발라지지 않은 주변의 가루가 공중에 흩날리며 노닌다. 씹지도 않았는데, 사각거리는 맛이 난다. 사소한 알갱이의 힘으로나마 지탱하고 필사적으로 일어서야 한다. 그 영역의 무한지대에서 어디든 기세를 펼칠 수 있다.
주변의 '에로스와 타나토스'를 빨아들이고, 관찰자의 분노를 조금씩 잠재우고, '허기'를 아등바등 채우고, 쏟아내고, 울컥거림을 내리누른다.
재생 의지는 곳곳에 흩어져 있다. 그렇기에,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이라도 묵묵히 파고들어 집중하고, 한 가락의 즐거움이라도 건지려 발버둥치고, 내일에의 한 줄기 기대를 포근하게 품으며 까무룩 잠들곤 하는 게 아닐까. 몽롱하게 고운 막에 싸인 입자를 손바닥에 잔뜩 받아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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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만화] 서평단 알림
인생만화 - 그림쟁이 박재동이 사랑한, 세상의 모든 것들
박재동 글.그림 / 열림원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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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임이 가득한 계절.
*서평단 도서.
2월 28일 택배 도착, 29일 독서 완료.

저는 여러 개의 무수한 원이 겹쳐진 영역에 발을 딛고 있습니다. 그 장소엔 경계가 없고, 특정하게 구분 짓지 않는 시선이 가득했지요. 겹쳐진 부위에 발을 걸치고 있어도, 밀어내는 움직임이 없고, 거치적거리는 어떤 아이템조차 없었어요. 자유로웠습니다. 이 길 저 길 넘나들며 탐험을 떠났습니다. 후딱 해치울까 하다가, 드문드문 허상에 잠기기도 하고, 곰곰이 되짚어나가기도 했습니다. 보슬보슬한 강아지풀이 귓가를 간질이는 느낌도 받고, 뭉툭한 바위에 걸터앉아 하염없이 마당을 바라보는 기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때때로 비가 주룩주룩 끊임없이 내리곤 해, 연못을 이룬 마당에 찰박찰박 장화를 신고 돌아다니며 조그맣게 접은 종이배를 퐁퐁 띄워놓고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소금쟁이, 물방개, 개구리 친구들을 불러 모으기도 하죠. 우리만의 작은 연주회를 시작합니다. 빙그레 웃음 지으면서 고여 있던 늪과도 같은 마음의 물을 멀리멀리 흘려보냅니다. 땅이 마르고, 하늘에 나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할 즈음, 자전거 앞 바구니에 책을 싣고(;) 질주를 합니다. 맑음과 비의 사이, 그 간격을 아슬아슬 넘나들며 덤벼드는 거죠.
누군가 들여다보면 한없이 사소한 것일 테지만, 세심한 관찰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환호성을 지르고 내내 달려갑니다. 선을 긋지 않고, 아이들의 장난을 즐기듯 통쾌합니다. 시원합니다. 와와, 나이도 잊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 마구 지르게 되었습니다. 웃음을 가득 공중에 뿌리기도 했습니다. 동네 할머니, 매미 소리, 너구리 콘서트, 코스모스, 뻥튀기, 옥수수 에피소드, …. 매미 소리가 쏟아지듯 매미 소나기가 내리는 그림과 꽃눈처럼 공중에 뜬 뻥튀기 그림이 특히 좋았습니다. 학교 운동장과 언덕을 채색했던 가득한 코스모스, 뻥튀기 소리에 놀라 울음을 곧잘 터뜨렸던 동네 친구, 매미의 연주가 없으면 여름이 아닌 것 같다고- 자동차의 클랙슨 소리에 비하면 매미와 귀뚜라미의 가락은 흥얼거림과 휘파람을 재생시킬 수 있다고 헤헤거렸던 나―. 돌돌 돌아가는 바람개비를 쥐고 붕 바람을 가르며 달려, 폐 깊숙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었습니다. 즐기며 새로이 몰두할 수 있어, 하며 중얼거리게 합니다.

*: 잘 그리려는 그림보다 즐기려는 그림이 좋다. 중심에 몰리지 않고, 주변으로 시선 이동을 해 정겹게 담는 지은이의 그림이 좋다. ‘나’라고 하는 인물이 있기까지 보듬어주었던 그림자 같은 고마운 이들과 버팀목의 상황이 여기저기 녹아들어갔기에 가능한 것. 요모조모 들여다보는 것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담담히 느끼기.
_ [0210, 리스트.]라는 제목으로 페이퍼에 끼적였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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