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공책 도코노 이야기 2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7년 7월
절판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보다 긴 시간의 흐름을 그리는 것 같아요. 여기에는 사토코라는 인간의 과거의 시간과 앞으로의 시간이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닐까요."-59쪽

"목적이 다르니까 그리는 방식도 달라지겠지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라면 그림자나 깊이를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힘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이나 세계 그 자체를 그리려고 한다면, 오히려 그림자나 깊이 같은 것은 점점 필요가 없어지니까 보다 간소하게 그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61쪽

"사람은 자기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은 걱정하지 않는 법이야. 자기가 손에 넣었다가 잃을지도 모르는 것,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먼저 손에 넣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걱정하지."-87쪽

- "결국 우리는 어디에 있든 사람들 속에서 자기 자신을 보는 데 불과하다네. 들을 수 없는 자신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오는 것뿐이야."-89쪽

저는 세계는 보다 극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나의 세찬 물결 같은 것이 있고, 그곳에 던져지기도 하고 뛰어들기도 하고,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람은 어느새 눈에 보이지 않는 물결 가운데 있습니다. 자기도 함께 흘러가기 때문에 물결의 속도를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계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의 강이 서로 다른 속도와 색으로 흘러가는 것이었습니다. -133쪽

"여러분은 화가가 그린 그림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똑같은 것을 보는데 어째서 이렇게 다른 그림이 나오나 생각한 적 없으신가요? 뛰어난 화가는 인물을 그리면 그 사람의 과거와 내면까지 그림 속에 표현합니다. 풍경을 그려도, 보는 사람이 그 시대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즉 화가란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것 같지만 실은 보이지 않은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닐까요?"
"- 과학의 진보도, 새로운 기술도,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인스피레이션의 산물이지, 결코 진창이나 잡동사니에서 꺼내는 것이 아니지요. 애초에 인간 자체가 인스피레이션의 덩어리 같은 것이 아닙니까? 저희는 자기 자신을 볼 수 없습니다. 거울을 보거나 냇가에서 몸이라도 굽히지 않는 한, 자기 자신은 ‘보이지 않는’ 존재입니다. 자기 자신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 어린 아이는 타인만을 보고 생활합니다. 자기라는 존재를 깨닫지 못하고, 자기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타인도 자기와 마찬가지로 감정이나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자기 모습을 찾아내어 갑니다. 저는 이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저는 운명을 믿습니다. 하지만 운명은 변합니다. 운명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이쪽에서도 나아가야 하지요. 이것이 제 신조랍니다."-179~182쪽

사람의 기억이란 확실치 않습니다. 그리고 진한 곳과 옅은 곳이 있습니다.
얼룩덜룩한 곳도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그 일이 어떤 순서로 일어났는지 기억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1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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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손가락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붉은 소용돌이, 그 반경의 자극&삼켜지는 허식.

- 7월 20일, 상품수령.
- 7월 22일, 독서 완료&밑줄 긋기 등록.

독서 완료가 22일, 엄청 늦어버린 리뷰다. 여러모로 생각을 하고 싶었다는 핑계를 대고, 스리슬쩍 밀쳐두었을지도 모르겠다.
커버를 덮고 난 후, 리뷰에 풀이하고 싶은 이야기가 여럿 있었다. 세세한 인물의 내면에 바투 다가섰다거나, 묘사가 탁월한 방식이 아닌, 심플하고 담담하게 서술하면서 전체를 아우르는 가락은 숙연하게, 되돌아보게 만드는 무엇이다.
[- “바깥에서 보면 평온한 가족으로 보여도 다들 이래저래 사연을 안고 있는 법이야.” –]
[“이 집에는 숨겨진 진실이 있어. 이건 경찰서 취조실에서 억지로 실토하게 할 이야기가 아냐. 반드시 이 집에서 그들 스스로 밝히도록 해야 하는 거야.”]
어떤 대상, 영상, 풍경이든 *보이는 그대로* 그 내면이나 의미를 담고 있지는 않다는 것, *다른 각도*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 하나하나 파헤치거나 따져보면, 더욱 절실한 혹은 무서운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아니면, 정말 깨닫지 못하고 지나치기 일쑤인, 진실한 그리고 아름다움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웅크리고 있을지 모른다. 각자 그 나름의 방법이 있는 것이다. 제3자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당연히 있을 테다. 이해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섣부르게 함부로 떠들면 곤란하다. 만약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중요한’ 점을 지나쳤다면, 찾고 들여다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 껍질 벗기기, 그에 반응했던 호기심과 스릴, 거듭 짚어보고 싶었던 ‘길’이 생겼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코너를 돌고, 막다른 골목에 접어들기도 했다.
두 번째. 하나의 큰 사건이 터졌을 경우(소소한 사건이라도 해당한다), 일단 피하고 보자는 일부 무리의 얄팍한 심리.(물론, 안 그런 쪽도 있다.) 어쩔 수 없는 외부환경이 그 상황을 만들었든, 자신이 자초했든, 무턱대고 도망부터 치려는 건 분명 잘못하는 게 아닐까 싶다. 자신이 저지른 일임에도, 스스로는 그 사실이나 결과를 떠안기 자체를 꺼려하는 건 대체 어쩌자는 건지. 도리어 구질구질,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을 하고, 대신 누가 해결해주겠지, 내 탓이 아닌 저 사람 탓이야, 라는 잘못을 가족&타인에게 떠넘기기를 되풀이. 일방적으로 달아날 게 아니라 스스로 자그마한 단서라도 놓치지 않도록 전전긍긍하며, 이리저리 꼬인 매듭을 풀어보려는 시도부터 해야 하는 게 아닐까. 무작정 피한다고 해서 이미 벌어진 일이 교묘하게 덮어지는 것도, 타격을 받지 않고 수월하게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한편, 특정 누군가를 걸핏하면 두둔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앞 뒤 안 가리고 일삼는 행동들이, 비단 소설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겠지. 우리들 주위에서도 빈번히 일어날 것이다. 단지 가족이라고, 친분이 있다고,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그 인물을 추켜세운다. 또한, 가족이라면, 자신을 따르는 사람이라면 스트레스 해소를 겸한 화풀이를 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이 글을 보고 있을 여러분도, 자각은 하고 있지만 멈출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탈을 하고, 빙빙 궤도를 벗어났다가 다시금 돌아가더라도 그들은 언제나 반가이 맞아줄 거라(달리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 처음처럼 자신만의 편안한 안식처가 늘 대기하고 있을 거라 안일한 생각을 펼치는 것 같다. 자신이 안심하고 드러낼 수 있는(가끔은 흐늘흐늘해지기도 하는), 자신을 믿고 의지하기도 하는 사람들일수록 더욱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보듬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나부터 그러도록 노력할 거라 다짐하며, 어설픈 리뷰를 마친다.

*
198
연신 → 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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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구혜영 옮김 / 창해 / 2007년 7월
구판절판


"글쎄요……. 저도 딱히 이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애들한테 제일 중요한 건 아름다운 것, 순수한 것, 거짓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우정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죠. … 추억이나 꿈을 제일 소중하게 여기는 경우가 상당히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이런 것들을 부수려고 하는 사람, 빼앗으려고 하는 사람을 가장 증오한다는 뜻도 되겠지요."-359.쪽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솔직히 요즘 여고생들 중에는 성매매를 하는 애들도 있다고 생각하시니까요. 그래도 그거랑 이건 차원이 달라요. 사실 저도 성매매를 생각했던 적이 있긴 했지만, 누가 훔쳐본다거나 몰래카메라로 찍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너무 싫었어요. 그건 뭐랄까, 꼭 우리 마음속에 흙 묻은 발로 들어오는 거랑 같은 거예요."-41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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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
이시다 이라 지음, 최선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6월
품절


겉모습이 고상해 보인다고 해서 속까지 그렇다는 보증은 없다.-25쪽

"둘이 하면 좋을 것을 당신은 언제나 혼자 하고 있어. 따분한 것도 무리는 아니지."
- "사람은 찾고 있는 것밖에 발견할 수 없거든."
"당신이 시시하다고 얕잡아 보고 있는 건 사실 당신 생각보다 훌륭한 것들이야."-60쪽

욕망의 비밀은 그 사람의 상처 입은 부분이나 약한 부분에 몰래 숨어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124~125쪽

사람의 40년 같은 건 이 매미 소리의 영원에 비하면 아주 짧은 한순간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158쪽

이제 막 문을 열었을 뿐이었다. 안도 들여다보지 않고 문을 닫아버릴 수는 없었다.-185쪽

"-죽음은 굉장히 먼 일이라고 생각했어. 낮과 밤처럼 명확히 구별된 다른 세계의 일이라고. 하지만 가까운 사람이 저 세상으로 가면 죽음의 세계 자체가 가깝게 느껴져. 낮과 밤 사이에는 여명과 석양이 있지. 이 세상에는 100퍼센트 빛이나 100퍼센트의 어둠은 존재하지 않아. 생과 사는 파이처럼 무수한 겹으로 이루어져 있어." -187쪽

"겉만 번지르르하고 마음은 죽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 - 법에 위배되는 더러운 일이라도 정말로 보람 있고 감동할 때도 있어. 올바르고 훌륭하고 더없이 좋아도 전혀 감동이 되지 않는 것들이 있잖아. 우리 주변에는 그런 것들 투성이지. - 그 세계의 끝을 보고 싶으니까."-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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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붉은 손가락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7월
구판절판


"자, 그럼 그럴 수도 있다고 하자. 그래서 너의 제안을 채용했다고 하자고. 사정을 설명하기 위해 전화를 건 수사원이 상대의 대응에 부자연스러운 것을 느꼈을 경우에는 잔디 채취 담당 수사원에게 일일이 그런 뜻을 전달해야겠지? 그건 효율성이 더 떨어진다고 생각되지 않냐? 게다가 직감이라는 건 남에게 전하기 어려운 거야. 능숙하게 전달되지 않았을 경우, 실제로 상대와 접촉하는 수사원이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지를 우려도 있어. 그리고 사전에 전화로 사정을 설명한다는 건 범인에게 뭔가 준비할 수 있는 유예를 부여하는 일이 되기도 하지. 따분한 작업에 맥이 빠지는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어떤 일에나 의미는 있는 법이야."

- "바깥에서 보면 평온한 가족으로 보여도 다들 이래저래 사연을 안고 있는 법이야."-135쪽

"마에하라 가가 이번 사건에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는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없어. 공상에 가까운 추리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일 뿐이지. 어쩌면 우리는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에 대해 탐문을 하고 있는지도 몰라. 그 점을 생각하면 그들이 행여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주는 게 당연하지 않겠냐?"
"우리가 탐문을 했다는 것 때문에 아까 그 주부가 마에하라 가에 대해 가진 인상이 확실히 바뀌었을 거야. 그 호기심에 찬 눈빛을 봤지? 우리가 탐문을 했었다는 얘기를 그 주부가 뭔가 상상한 내용까지 섞어서 남에게 퍼뜨리지 않으리라고는 단언할 수 없어. 소문은 소문을 낳아서 차츰 마에하라 가를 에워싸겠지. 가령 범인이 따로 있어서 그 진범이 잡힌다고 해도 한 번 퍼진 소문은 좀체 사라지지 않는 법이야. 아무리 수사를 위해서라지만, 그런 피해자를 내서는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어."-174~175쪽

"이 집에는 숨겨진 진실이 있어. 이건 경찰서 취조실에서 억지로 실토하게 할 이야기가 아냐. 반드시 이 집에서 그들 스스로 밝히도록 해야 하는 거야."-230쪽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건, 노인에게도, 아니, 노인이기 때문에 더더욱,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상처가 있다는 거야. 그것을 치유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 달라. 주위 사람들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방법도 있는 거고. 하지만 중요한 건 아무리 이해할 수 없더라도 그 의사를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해."-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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