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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수프 - 무라카미 류 걸작선
무라카미 류 지음, 정태원 옮김 / 동방미디어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2004. 03. 22∥

::미소 수프::

circe(친구)가 처음에 좀 충격적인 내용이라고 해서 읽고 싶은 마음에 구입했다. 좀 빨리 나가긴 하지만, 심리면에서는 그렇게 날 끌어들이는 소설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스토리뿐 아니라, 주인공의 심리까지 파괴적이고 그랬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뭐, 스토리가 그리 충격을 주진 않았지만. 프랭크의 대사가 약간 공감이 갔다. 외로워서 사람을 죽였다는 그 말을 다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한 사람 한 사람 개개인의 사생활과 감정은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그걸 다 소화할 수는 없는 거라고.
하지만. 시점이 1인칭이 아니라, 3인칭이었다면 심리 면에서 더욱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주인공에게 들려주는 프랭크의 이야기는 그런 대로 괜찮고, 납득이 갔지만, 살인 행각을 벌일 때 프랭크가 느끼는 감정을 주인공이 다 전달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던 듯 싶어서 조금 아쉬웠다. 내가 보는 관점이 다 옳은 건 아니지만, 여러모로 꼬집어볼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준 소설 같기는 하다.

 

교보문고, 나의 북로그에 올렸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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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가방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서은혜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2004. 03. 22∥

두 번째 읽음으로 또 한번의 감동을 얻은 책이다.
일상의 조그만 소재를 택하여 이어가는 하나 하나의 스토리는 결코 가볍진 않아 정말 좋다.
주인공의 소소한 이야기라서, 일인칭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시점선택을 잘한 것 같다는 생각, 미미하지만 나름대로 신중을 기한 감정처리, 빨리 읽히는 문장에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주인공은 조그만 사물에서도 깊은 생각을 얻는 듯하다. 하얗고 작은 토끼를 보는 기분으로 소설을 읽어나갔다. 군데군데 주인공의 인간관계, 선생님과의 가벼운 마찰, 옛사랑으로 인한 잠깐의 슬픔을 거치면서 소중한 인연을 지키려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산뜻하고 깔끔한 감각적 문체아기자기한 스토리에 잘 녹아 들어가는 것 같은 개인적인 생각에 그런 능력을 가진 히로미작가가 너무 부러웠다.

 

교보 북로그에 올렸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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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창비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2004. 03. 22∥


스스로의 취향으로 영하작가님의 첫 번째 단편집 "호출"에 굉장한 감동을 받았고, 본격적으로 팬이 되기에 이르렀다. 원래, 신인작가 상을 탔던 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에서도 그 작가 분을 알고 있었고, 괜찮다 느꼈지만, 그냥 평범하게 지나쳤던 것도 같다.

일단, 이번 단편집을 반쯤 읽고 나서, 좀더 성숙해졌다는 느낌을 조금 받았다. 문장이라든지, 이야기를 이끄는 힘이랄까, 깔끔해졌다는 느낌이 물씬 풍겨왔다. 허나, 약간은 의기소침해졌다 할까, 예전의 강렬함이 사그라진 것 같은 안타까움 또한 지울 수 없었다. 서운했다. 나는 그 분의 자신만만한 글 성격을 무척이나 좋아했으니까. 다소 충격적이라고 해도, 첫 번째 단편집에서 지금보다는 배로 자유로운 글쓰기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지금의 단편집이 그리 최악이라고(극단적으로는)말할 수는 없는 게, 작가의 의도에서 한층 깊이가 느껴질 만큼(곳곳에서 흔적이 발견됨;;) 스스로의 글에 대한 많은 반성이 있었을 거라는 예측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많은 생각을 하고, 주위 사물을 유심히 관찰하고, 많은 경험을 쌓았겠지. 이것으로도 나는 충분히 영하님을 좋아할 수 있을 거라고 과감하게 내 주장을 펼칠 수 있다.

 

교보 북로그에 올렸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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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부를 못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
야마다 에이미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내 안의 나를 찾아가는 여행.

"나는 공부를 못해"
단순히 책에 쓰인 글귀만으로, 이 책 자체를 평가하는 건, 나로서는 그리 즐기지도 않고, 잘할 수도 없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과 함께 여행을 떠나 주인공의 심리변화에 반응을 보이며, 손을 잡고 깊숙한 곳으로 발을 디딘다. 다른 시각으로 그 세계를 바라보기 좋아하며, 현실을 넘어 환상 공간에서 주인공과 함께 하기를 좋아한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감동 받기를 좋아한다.
일단, 공부를 못한다는 것은, 능력부족이 아니라, 주인공의 의지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지금 우리 교육 현실은 무조건 공부, 공부를 잘하는 학생만이 대우를 받는다. 개개인의 능력은 성적표에 씌어진 숫자뿐이 아닌 것을, 그런 식으로 밖에 할 수 없음을 불평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적응을 하라 하면, 그럴 수 없음이다.
중학교 때까지 나는, 그저 학교에서, 선생님이 시키는 것을 순순히 따르는 수동적인 학생이었다. 칠판을 바라보고 있지만, 거기에 쓰인 수학공식을 보는 것이 아니라, 칠판 너머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것을 상상하며, 혼자 공상에 빠지곤 했다. 그게 나쁜 것인 줄 알면서도, 또래의 다른 친구들처럼 수업에 집중을 하려고 해도,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내 정신은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몸은 의자에 가만히 앉아 눈은 칠판을 바라보고 있었음에도.
어릴 때는 현실이 아닌 다른 세상을 꿈꾸는 것이 철없는 생각이라고 여겼다. 주위에서 그렇게들 떠들었기 때문이다. 한 무리의 학생 중에 유독 튀는 학생을 이단아, 문제아로 규정짓고, 그들과 놀지 말라고, 교과서에 쓰인 것만 보라고 거듭 강조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왜, 라는 의문을 품으면서도 꼬치꼬치 따져 묻지를 못했다. 다른 사람과 틀린 것을 보는 게 지금은 나쁜 거라고 생각이 들지 않지만, 그때는 그걸 제대로 몰랐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주인공 도키다 히데미는 학교가 정한 규칙에 따르지 않는다. 공부를 못한다는 말이, 내가 생각하기로, 당신들이 시키는 것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굳건한 것처럼 보인다. 그 강단 하나로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기호, 가치관을 형성하고 있는 것도 같다. 시키는 대로 묵묵히 하기만 했던 중학교 때까지의 나 자신을 히데미의 저편에서 비출 수 있어 책을 읽는 내내 지나온 시절의 후회라던가, 일탈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자신의 생각을 똑바로 당당히 표현할 수 있었음 좋았을 것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나는 열일곱 살.
미리 말해두는데, 난 공부를 못해.
하지만 세상에는 그것보다 멋지고 중요한 일이 많다고 생각해.”
히데미가 한 말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즐기며, 결코 세상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결의. 감히 근접할 수 없는 강한 기운을 내뿜으면서 할 테면 해보라는 당돌한 시선을 선생에게 보인다. 성적이 좋지 않은 친구를 차별하는 선생에게는 꼿꼿하게 고개를 쳐든다. 그런 모습이, 상식을 깨는 행동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끔 해준다. 오죽하면 우상으로까지 보였을까;;
삶의 단면을 이리 뜯어보고 저리 뜯어보는 생기 있는 관찰, 시선, 모두가 깜짝 놀랄 정도의 돌발 행동, 사건 연발, 거침없고 솔직한 모습, 그럼에도 순수함을 잃고 싶지 않아 하는 10대의 진정한 모습을 시종일관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언제나 당당함을 선두에 두고.
한없이 자유로운 캐릭터,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캐릭터, 누군가의 지휘에 놀아나는 꼭두각시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은 스스로 개척해나가겠다는, 내 인생은 내 것이라 크게 소리칠 수 있는 여유를 가슴 깊이 간직하고 흔들리지 않는 위풍당당 캐릭터. 그것이 바로 우리가 평소 동경해오던 우리 자신이 아닐까.
숨막히는 현실을 조금은 잊을 수 있었던, 스트레스가 일부 해소되었던, 짜릿한 해방감까지 맛볼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원래 "공주님"이라는 단편으로 야마다 에이미라는 작가를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작품 하나로 그녀의 또 다른 내면을 볼 수 있어 뜻깊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요즘 나의 눈에는 여러 가지 것들이 겉과 속이 다르게 비친다.
의심이 깊어지는 계절이기 때문일까.
사람들은 그런 나를 비꼬기 좋아하는 놈이라고 한다.”
세상의 편견, 벽 따위를 무참히 깨트리고 싶어했던 그들의 철학에 깊은 감동을 느끼며.

*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또 무엇이 나의 앞길을 가로막을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러나 사토 선생의 생활지도 때문에 기가 죽어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내 나름대로 가치 기준을 만들어 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그 기준에
세상의 정의를 끌어들이는 일 따위는 결코 하지 않을 거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모든 것에 ○표를 치자. 우선 거기서부터 시작하자.
그런 다음 천천히 ×를 선택해 가는 거다.

 *이 글은 교보문고에도 같이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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