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M Piano 꿀팁 반주 1 (스프링) - 코드와 리듬 편 CCM Piano 꿀팁 반주 1
명은혜 지음 / 태림스코어(스코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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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예매반주에 바로 적용 가능한 꿀팁만 모은 듯 하네요. 실제로 많이 불리는 CCM을 선정한 것과 건반 반주 독주나 다른 악기와의 조화를 모두 고려한 것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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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품은 야구공
고동현 외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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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팬은 모두 마약중독자다. 그들의 마약은 바로 통계다.”
-로버트. S. 와이더- (p. 154)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팀은 SK 와이번스였다. 6차전 연장 13회까지 가는 혈투 끝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SK 와이번스의 우승은 여러모로 화제가 됐다. KBO리그의 계단형 포스트 시즌 시스템은 정규시즌 우승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4위와 5위 팀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른 뒤 이긴 팀이 3위 팀과 준플레이오프를 치른다. , 준플레이오프 승리 팀은 2위 팀과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여기가 승리한 팀이 마침내 한국시리즈에 올라올 수 있는데, 이미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있는 정규시즌 우승팀에 비해 체력적으로 매우 불리한 위치에 있다.

 

SK의 우승은 역대 다섯 번째로 정규시즌 비우승팀이 정규시즌 1위 팀을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업셋 우승'이었다. (전후반기 리그 및 양대 리그의 경우를 제외한 역대 업셋 우승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1989년 정규시즌 2위 해태 타이거즈, 1992년 정규시즌 3위 롯데 자이언츠, 2001년 정규시즌 3위 두산 베어스, 2015년 정규시즌 3위 두산 베어스) 역대 KBO리그에서 정규시즌 비우승팀이 포스트 시즌 이전 단계부터 시작하여 우승한 확률은 13.8%에 불과했다. 더더군다나 2018년 정규시즌 1위 두산과 2SK의 승차는 무려 14경기 반 차이였고, 이러한 승차를 뒤집고 이룬 SK의 업셋 우승은 역대급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양팀의 정규시즌 전적은 88패였지만...)

 

작년 SK의 우승 과정을 지켜보며 나는 과연 이 경이적인 우승의 원동력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와중에 올해 출간된 본서 <수학을 품은 야구공>을 접하게 되었고, 책을 읽으며 SK 우승에 대한 실마리를 찾은 기분이었다. 야구는 여러 스포츠 종목 중에서도 세분화된 기록을 통한 통게적 분석이 가능한 스포츠다. 혹시 영화 머니볼 (Moneyball, 2011)’을 기억하는가? 머니볼은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단장 빌리 빈의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다. 스몰마켓 구단이었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빌리 빈이 부임하면서, 주어진 예산 한도에서 선수단을 운영하기 위하여 데이터를 중심으로 효율화를 추구하고 (예를 들어 타율이 낮아 몸값이 산 선수 중에서 출루율이 높은 선수를 영입하는 전략), 이 결과 주목받지 못했던 팀이 200220연승과 함께 지구우승을 차지하는 결실을 맺는다.

 

본서 <수학을 품은 야구공>은 제목에서 엿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야구를 사랑하는 고등학교 수학교사, 스포츠부 기자, SK 와이번즈 Data 분석그룹 매니저 등으로 구성된 전문성과 현장감을 갖춘 4명의 저자들은 이론과 추상의 영역으로만 남아있던 수학과 통계를 통해 독자들이 야구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저자 중에서 SK 와이번즈 Data 분석그룹 박윤성 매니저는 서문에서 자신이 머니볼 키즈였음을 고백한다. 또 본서와 인연을 맺을 수학을 품은 야구공 키즈를 향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는다.

 

책에서는 야구기자로는 최초로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에 등재된 야구 기록의 아버지 헨리 채드윅으로부터 비롯된 야구기록의 역사를 다룬다. 1970년대 초 빌 제임스에 의해 고안된 통계적, 수학적 야구분석방법인 세이버메트릭스의 등장과 이를 활용한 오클랜드의 빌리 빈, 수학적 분석방법을 활용하여 200486년만에 밤비노의 저주를 깨고 보스턴 레드삭스의 우승을 이끌고 시카고 컵스로 이적하여 108년만의 염소의 저주를 깨고 우승을 이끈 테오 앱스타인의 사례를 언급한다. 또한, 2015년 야구공과 선수를 추적하여 플레이 모든 순간을 기록, 수치화하는 최신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20143개 구장에 시범 설치되었던 스탯캐스트는 2015년 메이저리그 전 구단으로 확대 도입되었고, 한 경기를 치르며 생성되는 약 7테라바이트에 달하는 데이터의 용량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이 공유하여 분석하고 있다.

 

책의 목차는 야구의 9이닝과 클리닝 타임과 엑스트라 타임으로 구성하여 기록경기로서 갖는 야구라는 스포츠가 갖는 특징을 수학과 통계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그중에서 인상 깊은 분석을 몇 가지만 꼽아 본다면 다음과 같다.

 

1. 3이닝 : 10개 구단의 전국일주, 공정한 이동거리는 가능한 것인가?

 

현재 10개구단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KBO리그의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는 경기일정일 것이다. KBO 입장에서는 일정의 효율성과 흥행 관점에서, 구단 입장에서는 일정에 따른 이동거리와 선수들의 피로도 관점에서 중요할 수 밖에 없는 문제다. 공정성을 중시하는 스포츠 관점에서 구단간의 형평성에 집중한다면 책 속에서 소개하고 있는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과학적이고 공평한 프로야구 경기 일정표를 만드는 내용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p. 79)

 

2. 4이닝 : 에이징 커브 (Aging Curve), 선수의 미래성적 예측

 

야구선수의 전성기를 예측할 수 있을까? 책에서는 27세를 정점으로 감소하는 선수성적의 평균추세를 이차함수를 활용하여 분석한다.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까지는 대부분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지만 30대 중반을 넘어가게 되면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성적이 부진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에이징 커브를 이용하여 선수 미래성적을 예측하는 내용도 관심 있는 선수의 성적을 예측해보고, 응원하는 팀에 새로 영입된 FA선수와 관련지어 생각해볼 수 있어 재밌었던 주제였다. (p. 92)

 

 

3. 5이닝 : 비거리 120m가 넘는 홈런 타구는 얼마나 빠른 속도로 날아갈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평균적으로 홈런이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본서에 따르면 2018KBO리그에서 홈런은 한 타석당 약 3.09%의 매우 낮은 확률로 발생했다고 한다. 홈런타자 유형으로 분류되는 선수들도 선수별 최적의 타구속도와 타구각도가 다르며, 이러한 점을 데이터 분석을 통해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놀라웠다. (p. 106)

 

4. 8이닝 : 야구의 고정관념을 깨다. 수비 시프트

 

수비 시프트와 조건부확률을 연관 지어 설명한 본 챕터가 개인적으로는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이었다. 2016SK구단의 땅볼타구 처리율은 64.4%로 전 구단 중 최하위였다. 하지만, 1년뒤 2017년에는 74.2%SK구단은 단 1년만에 약 10%p 상승된 수치로 1위를 극적으로 탈환하였고, 이어 2018년에도 1위를 수성하였다. 책에서는 2016년의 내야진에서 선수의 변화는 거의 없었음에도 이 같은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일수 있었던 것은 트레이힐만 감독의 부임으로 인한 적극적인 수비시프트 전략의 활용 덕분이라고 분석한다. (p. 191) “공격은 관중을 부르고, 수비는 승리를 부른다.“는 대학 미식축구의 전설적인 감독 폴 브라이언트의 말을 떠올려보면 2018SK ‘업셋 우승의 배경에는 이 같은 데이터 기반의 분석야구가 주요 원동력으로 작용했던 것 아닐까

 

 

 

성적 예측의 불완전성이 우리가 야구를 사랑하는 이유이다.“ (p. 100)

 

앞서 돌아본 것과 같이 야구의 역사는 숫자를 기반으로 한 기록과 분석의 역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야구라는 종목이 숫자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스포츠라면 누가 결과가 뻔한 승부를 흥미를 가지고 볼것인가?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요기 베라의 전설적인 야구명언은 마치 인생과도 같은 야구의 드라마틱한 속성을 대변하고 있다. 야구는 앞으로도 숫자와 우연, 그 두 시소 사이 어딘가에서 방황하는 방랑자 같은 스포츠가 될 것이라는 저자들의 주장에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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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품은 야구공
고동현 외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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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론과 야구현장의 조화가 인상 깊은 책입니다. 머니볼 키즈인 저자들이 쓴 이 책을 계기로 수학을 품은 야구공 키즈들이 생겨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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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
김하나.황선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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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는 원자와 같다. 물론 혼자 충분히 즐겁게 살 수 있다. 그러다 어느 임계점을 넘어서면 다른 원자와 결합해 분자가 될 수도 있다. 원자가 둘 결합한 분자도 있을 테고, , 넷 또는 열둘이 결합한 분자도 생길 수 있다. 여자와 남자라는 원자 둘의 단단한 결합만이 가족의 기본이던 시대가 가고 있다. 앞으로 무수히 다양한 형태의 '분자 가족'이 태어날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 가족의 분자식은 W2C4쯤 되려나. 여자 둘 고양이 넷, 지금의 분자구조는 매우 안정적이다." 12

 

이들 가족의 분자식을 보면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대해 영감을 준 한 편의 영화가 떠올랐다. 바로 가족의 탄생 Family ties, 2006이라는 영화다. 이 영화에도 다양한 형태의 분자 가족이 등장한다.

 

첫 번째 가족의 분자식은 W3. W3를 세부 분자식으로 표현하면 M2D1 두 명의 엄마, 1명의 딸이다. 두 명의 엄마와 한 명의 딸은 모두 혈연관계가 아니다. 두 엄마는 시누이와 올케 사이이며, 딸은 올케의 전남편의 전 부인의 딸이다. 이들 세 명의 유일한 연결고리인 남동생이자 남편, 아빠이기도 한 사람은 사라졌지만, 이들은 그들만의 안정적 분자 가족식을 완성해냈다.

 

두 번째 가족의 분자식은 W1M1. 얼핏 보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여자와 남자라는 원자 둘의 단단한 결합 즉, 부부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배다른 남매지간이다. 언제나 사랑에 올인하는 엄마를 딸은 이해하지 못한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그녀를 이해하기 시작한 딸은 엄마와 유부남과의 사이에 남겨진 동생을 누나로서 또, 실질적인 엄마로서 끌어안는다.

 

이들 두 분자 가족은 화해와 공존을 주장하면서도 가족 부양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려는 가부장적 남성들의 태도로부터 생성되었다. 책임감 없는 남자들로 인해 만들어진 모계 가족은 사회적으로 고착화된 가족의 틀을 파기한다. 나아가 이들은 친족 관계에서 비롯된 전통적인 가족은 아니지만, 혈연으로 얽힌 관계보다 정서적 동질감이 빚어낸 마음의 끈이 더 끈끈할 수 있다는 것, 진정한 가족은 그러한 관계를 통해서 만들어진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첫 번째 가족의 딸 W와 두 번째 가족의 아들 M은 각자가 속한 가족의 역사 속에서 형성된 인격체인 동시에 원자화된 개인이다. 이들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갈등을 극복하면서 연인이 되고, 새로운 분자 가족 구성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대목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영화에서는 이들 가족의 탄생을 축복하는 축포와 함께 음악이 깔린다. 곡목은 사랑은 멀리 있지 않아. Love is not far이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개별 원자들 즉, W2 (하나, 선우)C4 (하쿠, 티거, 고로, 영배)에 대한 개인적 역사의 기록이자 동시에 이들이 분자가 되어 가는 과정을 다룬 가족의 탄생사이다. 이들은 내게 가족이 성립되려면 자발적으로 상대방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 가부장 제도의 안전망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그 관계를 이어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는 것, 또한 그것을 극복할 경우 행복이라는 화학반응을 경험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일이란 생기게 마련이고 우리는 그것을 나누어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거기서 오는 안정감이야말로 가족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가족의 형태가 어떠하든 간에 말이다. 우리는 서로 기대어, 또 종종 두 배로 기뻐하며 삶의 굴곡을 지날 것이다."149)

 

우리는 누군가의 아들 또는 딸로 세상에 태어난다. 또 가족의 보살핌 아래 성장하고 마침내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 또 하나의 가정을 이룬다. 가정은 정형화할 수 없는 것이기에 형태와 구성은 제각각이지만 하나의 가정은 저마다의 사연과 추억으로 독자적인 세계를 이룬다. 가족은 더 이상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지는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구성원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내게 원자화된 개인이 새로운 형태의 분자 가족을 형성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굴곡진 삶을 견뎌내야 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묵묵히 지켜봐 주고 지지해 줄 가족의 따뜻한 관심과 조언 아닐까? 세월의 일렁임을 힘겹게 견뎌내야 할 때 내가 살아 있고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 묵묵히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 가족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것...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이것 이상의 응원이 있을까? 각자가 가진 삶의 조각들이 가족의 사랑 안에서 하나의 완전한 조각으로 완성되는 것...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행복 아닐까?

 

"누군가와 같이 살게 되면서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타인이 강력한 주의 환기 요인이라는 사실이다. 과일 깎아 먹으며 나누는 몇 마디 얘기로도 어떤 울적함이나 불안은 나도 모르게 털어버릴 수 있고, 함께 살면 그 현상이 수시로 일어나 부정적 감정에 사로잡힐 겨를이 없어지기도 한다. 집 안 어디엔가 누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얻게 되는 마음의 평화 같은 것도 있다. 아니, 꼭 집 안에 있을 필요도 없다. 누군가 집으로 항상 돌아온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렇다."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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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인을 기다리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4
J. 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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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야만인들 없이 우리 어떻게 될 것인가? 그 사람들이 모종의 해결책이었는데." 

- 콘스탄티노스 페트루 카바피스 시전집 中



작가 존 맥스웰 쿳시는 카바피스의 시 <야만을 기다리며>에서 소설의 제목뿐만 아니라 주요 모티브까지 차용했다. 소설의 화자인 ''는 어느 이름 모를 제국의 변경 도시를 통치하는 치안판사다. 평화롭던 이곳에 어느 날 수도의 제3국에서 파견된 졸 대령이 시찰을 나오게 되고, 이들은 국경 너머의 야만인들에 대한 대중의 공포심리를 조장한다. 공포를 이용한 선동에 현혹된 대중들은 야만인의 존재를 두려워하고, 제국에 변고가 생길 때마다 그 배후에 야만인이 있다고 여긴다. 졸 대령은 시민들에게 야만인은 실재하는 적이라고 공표하고 그 증거로 그가 포획된 포로들을 내세우지만, 그들은 물고기를 잡거나 물물교환을 통해 근근이 살아가는 힘없는 부족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적대감과 공포에 휩싸인 시민들의 눈에 비친 그들은 방화, 약탈, 강간을 일삼는 자신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피에 굶주린 적이다.



"야만인들이에요. 그들이 저쪽 둑의 일부를 터서 들판을 물바다로 만들었답니다. 아무도 그들을 본 사람은 없었지만요." (163)



제국주의에는 태생적으로 폭력과 억압, 강제성이 내포되어 있다. 전쟁은 국가를 만들고 국가는 전쟁을 일으키는 반복 속에서 제국주의는 확산되었고, 국가의 경계가 바뀔 때마다 주변부의 인간들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국가의 틀 안으로 끌려 들어가거나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제국은 내부 결속을 다지고 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국경 밖의 타자들을 억압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를 위해 동원되는 것이 공포다. 생존과 안전을 겁박 당하는 공포는 가장 강력한 원초적 감정이기 때문이다. 공포의 대상은 국경 밖에 존재하는 타자 (他者) , 야만인들이다. 제국은 진실의 은폐, 거짓 선동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미지의 공포의 대상을 확대 재생산해낸다.



"제국은 재앙에 대한 상상을 먹고 산다. 말도 안 되는 미친 상상이지만 전염성이 강하다." (220)



많은 시민들이 침묵하거나 제국의 방침에 동조한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이 제국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 야만인들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미래에 대해 걱정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아요." (250)라는 어느 여인의 외침이 소시민의 목소리에 가깝다. 그렇다면 대중들의 침묵과 동조의 의미는 무엇일까? 대중들이 그러한 선택을 하는 이유는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다. 화해와 공존을 추구하는 시민들은 제국의 배신자로 모함 받기 때문이다. 야만인은 국경 밖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제국의 체제를 위협하는 이들은 국경 안에 있어도 '야만인'으로 규정되고, 이들을 야만인으로 규정한 이들은 자연스레 '문명인'으로 격상된다. 결국 제국에의 동조는 생존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삶의 방편이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상상 속 존재인 야만인들은 거대한 먼지와 자욱한 모래구름을 뚫고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제국주의의 상징인 졸 대령이 있다. 그는 색안경을 쓰고 자신만의 프레임으로 야만인들을 바라보고,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그만의 진실을 찾아 제국주의 체제를 공고히 하고자 한다. 치안판사인 ''도 도시의 통치자로서 제국의 유지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제국으로 인해 파생되는 부조리에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는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며 마치 먼지 속에서 숨을 쉬는 것 같은 이물감을 느낀다. ''는 경험을 통해, 한 세대에 한 번씩은 꼭 야만인들에 대한 히스테리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19), 문명이 야만인들이 가진 미덕을 타락시키고 그들을 종속적인 존재로 만든다면 문명에 반대하며, 자신은 이러한 입장에서 행정 업무를 수행해왔다고 주장한다. (66) 또한, 그는 역사의 바깥에 살면서 (254), 다양하고 풍요로운 세계가 저 너머에 있다고 스스로에게 일깨워주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음을 밝힘으로써 (141), 제국과 거리를 두기도 한다.



"지금 이순간 군중으로부터 큰 걸음으로 멀어지는 나에게 무엇보다 중요해진 건, 막 일어나려고 하는 잔혹행위에 내가 오염되지 않아야 하며, 또한 가해자들의 무기력한 증오에 물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 제국의 변방 오지에도 마음속에서는 야만인이 아니었던 자가 적어도 한 사람은 있었다는 얘기를 할 수 있도록 하자." (172)



''는 고문 후유증으로 눈이 먼 젊은 야만인 여자에게 마음이 끌린다. 하지만 그가 그녀에게 끌리는 이유는 그녀로부터 얻을 수 있는 희열 때문이 아니라, 그가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제국주의의 모순과 부조리의 흔적 즉, 그녀의 몸에 난 상처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건 그녀일까, 아니면 그녀의 몸에 배어 있는 역사의 자취들일까?" (108)



''는 그녀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그녀에게 문명의 편안함을 제공한다. 또한, 험난하고 열악한 상황, 개인적인 위험을 무릅쓰고 그녀를 그녀의 부족에게 데려다 주기까지 한다. 그로 인해 ''는 야만인과 내통했다는 누명을 쓰고, 생각지도 못한 치욕까지 겪지만 그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문명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폭력과 상처를 위로하고 용서를 구하는 동시에 진실과 정의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그 나름의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편안한 시절에 제국이 스스로에게 얘기하는 거짓말이고, 대령은 거친 바람이 불며 세상이 험악해질 때 제국이 얘기하는 진실이다. 제국의 통치술의 양면이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223쪽)



치안판사는 졸 대령 뿐만 아니라 자신도 제국주의를 이루는 한 부분이며, 체제 유지에 기여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결국 졸 대령은 강압과 폭력을 통해서, 치안판사는 호의와 온정을 통해서 제국주의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제국주의에 공조하는 동시에 모순과 부조리도 인식하고 있는 치안판사는 제국과 문명인으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를 내포한다. 하지만 우리는 치안판사에게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인간성 회복의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위대한 생명의 기적이야. 그러나 이 기적적인 몸조차도 어떤 타격을 받으면 회복이 불가능할 수 있다. 이 사람들을 봐라! 사람들이다!" (177)

"당신은 사람들을 그렇게 다룬 다음 어떻게 음식을 먹을 수가 있지? 그게 가능하오?"207쪽)



인간은 의도의 유무를 떠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해를 끼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다. 서로의 고유한 존재 방식, 상실과 결핍의 기억들은 우리 각자를 섬으로 만들지만, 우리는 삶의 흔적, 아픔을 매개로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이해하고 위로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서로간에 존재하는 적당한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과 온기로 서로를 알아보고 오직 사람에게서만 구할 수 있는 마음을 공유한다. '사람' 그리고 ''은 결코 이데올로기만으로 재단할 수 없는 것이다.



조지 오웰은 <동물 농장>에서 특정시대만의 산물이 아닌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근원으로 반복되는 사회구조와 역사에 주목하였고, 이는 <동물농장>이 고전의 반열에 오른 이유이다. <동물농장>의 풍자 대상은 당시의 전체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민을 착취하는 모든 형태의 독재체제에 확대 적용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동물농장>은 반세기 이전의 과거에 일어난, 이미 확정되어버린 결말을 향해 질주하는 이야기가 아닌 현재진행형의 우리 삶을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야만인을 기다리며>의 작가 존 쿳시는 특정 시대와 공간을 의도적으로 배제함으로써제국주의로 인해 생겨나는 폭력과 억압, 부조리가 특정 시대와 장소에 국한된 게 아니라 과거부터 현재까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보편적인 일임을 암시한다



또한 소설은 치안 판사인 ''가 소설의 화자가 되어 현재시점으로 자기고백적인 내러티브를 전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작가는 이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하여 존재하면서 지금 현재에도 벌어지고 있는 부조리 앞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이냐고 독자에게 묻는다. 과거는 객관적 진실의 영역이 아니고, 기록의 조작과 기억의 통제를 통해 왜곡이 가능하다. 대중의 기억을 조작하여 과거를 지우거나 왜곡한 사례를 우리는 역사 속에서 수없이 지켜봐 왔다. 작가가 과거가 아닌 현재 시점을 선택한 이유이다



작가의 지적처럼 부조리와 모순은 지금 이 순간에도 발생하고 있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현재 한반도에는 적대적으로 공존하는 하나의 민족, 두 개의 한국이 공존한다. 남북한의 이념적 군사적 대결이 빚어낸 전쟁과 분단, 그 상처와 두려움은 아직까지도 민족의 의식 밑바닥 깊숙이 망령처럼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공포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북한이라는 현실적 위험 보다 존재 여부도 확실하지 않는 내부에 존재하는 가상의 적이었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 내부에 이념적 배신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단순한 반공을 넘어 레드 콤플렉스를 만들어냈다. 배신자와 잠재적 협력자로 몰려 자신 뿐 아니라 가족의 생존까지 위협 당할 수 있다는 공포는 양심의 자유와 기본적 권리마저 포기하게 만들었다. 남한이 반공주의 속에서 군사 쿠데타에 이은 군부독재를 겪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가 기다려야하는 '야만'은 상상 속에 존재하는 적이 아니라 머리맡에 내리쬐는 햇살의 온기, 맨발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호숫바닥의 감촉, 서로에게 건네는 따스한 미소 같은 것 아닐까? 진정한 삶의 의미는 문명화의 물결 속에서 사라져가는 원초적 자연에서, 또 관계와 소통으로 대표되는 인간 고유의 속성에서 찾을 수 있는 건 아닐까?



"우리는 타락한 존재다.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은 법을 지키는 것뿐이다. 정의에 대한 기억이 퇴색하지 않도록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문명인으로 남기 위해 타자를 야만인으로 규정해 온 건 아닐까? 타락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원칙 (Principle)을 지키며, 진실과 정의, 인간 고유의 본성을 회복하기 위해 타인을 향해 작지만 흔들림 없는 발걸음을 묵묵히 내딛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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