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소나타 연주 중에서 이 분의 연주 좋았다. 

다른 연주들은, 다들 다르긴 하지만 무슨 차이가 있다는 거야? 였다가 

이 분 연주에서는, 그의 이 다름은 그만의 개성일 거 같고 

개성 정도 아니고 천재성일 거 같다.......... 느낌 든다. 


위키피디아에서 찾아보면 그가 남긴 이런 말들 볼 수 있다. 

"(피아니스트는 해석자고) 해석자는 실행자다. 작곡가의 의도를 가장 충실하게 실행해야 한다. 

이미 작품에 있는 게 아닌 그 무엇도 보태어선 안된다. 만일 그에게 재능이 있다면, 그는 작품의 

진실을 우리에게 보게 한다. 해석자는 작품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작품 속으로 용해되어야 한다." 


그는 소규모 공연을 좋아했나 보았다. 그 점에 대해 그가 남긴 말은: 

"트럭에 피아노를 싣고 시골길로 떠나야 해. 새로운 풍경이 보일 때까지 오래 운전해 가는 거지. 

교회 건물이 있는 예쁜 곳이 나타나면 거기서 멈추어. 트럭의 피아노를 내려놓고 마을 사람들에게 

말해. 공연을 해. 공연에 와 준 고마운 사람들에겐 꽃을 주어 보답해야 해. 그리고 다시 떠나는 거야."  


쇼스타코비치는 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리히터는 경이로운 현상이다. 그의 재능 앞에서 우리는 비틀거린다. 우리의 영혼이 사로잡힌다. 

음악 예술에 속하는 현상들 모두를 그는 이해한다." 




미친 드립력 소유자인 로버트 그린버그 교수가 

리스트의 초인적 일정 콘서트 투어에 대해 말하면서 이런 얘기 한 적 있다. 

"자 그럼 콘서트 투어라 우리가 부르고 있으니 그 시절 리스트가 

옆구리에 Team Liszt라 적힌 대형 버스 군단과 등짝에 Team Liszt 찍힌 옷 입은 스탭 동원하고 

자기는 리무진 타고 이동 중엔 숙면하면서 했을 거 같니? 

'

마차 타고 다녔던 거야! 덜컹덜컹. 길은 좋았을 거 같아? 피아노나 사람이나 남아나기 힘든 길이었어!" 


Team Liszt. 21세기식 콘서트 투어. 

상상하면서 혼자 비틀비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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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표지에 쓰인 저 이미지, 굉장히 유명한 사진이라고 한다. 

오른쪽 남자는 마르셀 뒤샹이고 왼쪽의 누드 여자는 당시 20세였던 Eve Babitz. 

이브 바비츠는 60년대 LA의 "잇걸"이었고 다른 누구도 아닌 짐 모리슨, 그리고 그 외 락스타, 예술가, 작가, 배우들과 숱한 염문을 뿌렸다. 고 하는데 


나는 어제 처음 들은 얘기. 

그녀의 아버지는 20세기 폭스사 소속 바이얼리니스트였고 어머니는 예술가("an artist" 이렇게만 소개하면 대개는 (취미 이상은 아니었던) 화가, 혹은 사진가 아닌가)였다. 그들은 LA의 여러 예술가들과 절친한 사이였고 그 예술가들 중엔 스트라빈스키도 있었다. 스트라빈스키는 이브 바비츠의 대부가 되었다. 짐 모리슨의 LA woman에서 LA woman이 그녀였다. LA를 지배한 파티걸이었음에도 그녀는 진지하고 성실한 작가이기도 했고 60년대 LA에 보내는 찬사라 요약될 그녀의 작품들은 당시엔 조셉 헬러, 이후엔 브렛 이스턴 엘리스 등 본격작가들의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은 진지한 비평의 대상이 되지는 못했고 

작가로서 그녀 삶은 결국 불발이었다. 그러나 뒤늦게, 이제 와서 '촉발'할 수도. New York Review of Books에서 

그녀 선집들이 나오는 중인가 보았다. 


저렇게 젊었던 (젊고 예뻤던) 시절. 

지금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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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는 말하자면 당대의 믹 재거(외 여러 락스타 이름들이 나열됨)였다는데 

그의 연주회에는 그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수많은 여성 팬들이 있었고 그들은 울고 실신하고 

그들의 몸을 그의 발치(에만 제한된 건 아니고....)에 던졌다. 


그의 삶을 쥐고 흔든 여자들이 있었다.

그의 이십대에 같이 살았으며 그와의 사이에 세 아이들을 낳았던 마리 다주. 백작 부인 마리 다주. 

그가 삼십대 후반에 만나 오십대 초까지 같이 살았고 진정 삶의 동반자였던 캐롤라인 공주. 

마리 다주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고 나중 바그너와 결혼하면서 아버지 리스트의 심장을 찢었던 딸, 똑똑하고 감정이 풍부했고 제멋대로였던 코시마 리스트. 이 세 여자들이 가장 거세게 흔들었겠지만 이들 외에도 그의 삶에 번민과 기쁨을 안겼던 여러 여자들이 있다.  


길고 상세한 전기(무려 세 권으로 나온 전기가 있다)로 읽는다면 

다르게 느껴질 거 같기도 한데, 7시간이 못되는 강좌로 그의 삶에 대해 전해 들으면 

말년에 그의 삶에 일어난 일은 이전 그가 알던 인간들과의 결별이 다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리 다주와 원수가 되고 캐롤라인 공주와 여러 복잡한 이유로 헤어지게 되고 딸 코시마와 한편 거의 

의절하게 되고. 


세 아이를 함께 낳았지만 그녀가 그에게, 그도 그녀에게 원수였던 마리 다주. 

마리 다주가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살롱을 운영하기도 했던 인물이라서 그녀가 죽었을 때 

리스트는 신문을 보고 그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이에 대해 그가 남긴 기록이 있다. 


"위선이 끼여들지 않게 하자. 그녀의 생전에 흘릴 수 없던 눈물이 그녀가 죽었다 해서 흐를 리 없다. 

다주 백작부인에게 허위를 향한 위대한 사랑, 위대한 열정이 있었다. 그 사랑과 열정은 가끔 찾아온 

희열의 순간엔 사라졌지만 그 희열을 그녀는 기억하려 하지 않았다. 지금 내 나이가 되면, 축하가 그렇듯이 

조의도 당혹스럽다. 세상은 세상대로 가야할 길을 가고 인간은 인간대로 살아야 할 삶을 산다

할 일을 하고 상실을 슬퍼하고 고통을 치르고 실수를 하고 관점을 바꾸고 그러다 죽는 것이다.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죽는 것이다."   


1877년. 리스트가 66세일 때의 일. 




이런 두꺼운 책이 세 권. 

전기를 쓴 앨런 워커는 음악학 교수던데 

나는 그의 열정도 놀랍다. 이 정도 분량으로, 지극히 호평 받은 전기를 쓸 수 있었다는 게. 

나는 뭐하고 살았던 건가 (그렇게 오래 학교를 다녔으면서), 돌이켜 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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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리스트의 어떤 피아노 곡 듣고 마음에 들어서 

시디로 (피아노 소나타?) 전집 구매해서 자주 들었다. 

현란한데 정신적인 느낌? 피아노로 가능한 것의 한계를 넘으려 하는 느낌? 


그냥 그게 다였고 

지금은 시디도 어디로 사라진 후고 

음악을 전화기로 (스피커 연결 없고) 작업 브금으로나 듣기 때문에 

지금 꼭 리스트 음악을 들으면 좋겠다 같은 순간이 있지도 않고, 해서 오래 그냥 그게 다인 채였던 리스트. 


리스트도 강좌가 나와 있어서 

(음악가들 생애와 작업 주제 강좌가 audible에 다수 나와 있다. 

우선 순위가 정해지는 걸 느끼면서 그 목록 보게 된다. 모짜르트, 베토벤은 제일 먼저 담아야겠지?; 이들도 모르면서 쇤베르크. 이럴 수는 없겠지? 이런 식. 모짜르트, 베토벤, 리스트. 쇼스타코비치. 하이든. 스트라빈스키. 바로 선택된 이들). 


아무튼 리스트 강좌도 감탄하면서 듣는다. 

음악가들도 (그러니까, 니체나 랭보 같은 이들만이 아니라 쇼팽이나 모짜르트나 베토벤이나 리스트나.... 

어쩌면 음악가들이 시인이나 사상가들보다 더....) 격정적이고, 가장 높은 곳과 가장 낮은 곳, 천상과 심연을 

오가면서 살았던 것이었구나 같은 생각 들지 않을 수 없기도 하고. 


리스트 아버지는 하이든과 같이 작업하기도 했던, 그러니까 결코 소소하달 수 없는 "직업" 음악인이었는데 

아니 아들을 낳고 보니 아들이 천재임. 그 자신 천재는 아니지만 천재를 알아볼 수 있었던 리스트의 아버지는 

리스트 꼬마 시절 몇 년 직접 피아노를 가르치긴 하는데 더 이상 가르칠 게 없고 아들이 자기를 이미 멀리 

뛰어넘은 뒤인 때가 올 것에 처음부터 대비하며 가르침. 곧 그 때가 왔고 리스트 일가는 리스트에게 좋은 교육을 

주기 위해 비엔나로 감. (.....) 리스트 아버지는 실직했고 일가의 가산이 탕진된 다음이라, 리스트가 소년 가장으로 

콘서트 투어를 하며 일가를 먹여살림. 천재 음악가 소년이 소년 가장이 된 사례는 이미 모짜르트에게서 볼 수 있으나 

모짜르트는 부친이 아들을 감정적, 재정적으로 위협하고 착취하는 관계였던 반면 리스트 부자의 관계는 전혀 

그렇지 않았음. 리스트는 자기가 가장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데에 불만이나 슬픔이 조금도 없었던 게 분명하고 

리스트 일가는 아주 사랑 많은 가족이었다는 데 전기 작가들은 동의함. 


이런 얘기가 재미있다. 


가장 호기심이 자극되던 건, 리스트가 16세던가 콘서트 투어 중 부친이 아마도 전염병으로 급사하고 

그 여파로 리스트는 이어지는 몇 년 파리에서, 음악엔 등돌리고 술과 유흥에 빠져 자기 파괴적으로 살다가   


그러다가 한순간 정신을 차리게 되는데 

그건 1830년의 혁명 때문이었다..... 던 대목이었다. 

취하고 인생을 저주하던 리스트는 혁명 세력이 파리 시내를 장악하는 것을 보고 

흥분했고 바로 인생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다시 음악을, 혁명적인 음악을 하게 될 것이었다. 

리스트 모친은 아들의 이 순간적 개심을 이렇게 설명했다: Guns cured him. 


19세기 낭만주의 음악가들 중 

나이들면서 보수화하지 않았으며 

평생 실험적이고 전위적이었던 음악가로는 리스트가 아마 유일할 수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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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나우두가 일반인으로 변장하고 

마드리드 시내에서 축구공 가지고 놀다가 갑자기 묘기하기. 

전직 nba 선수가 노인으로 분장하고 청년들 동네 농구에 합류햇다가 갑자기 묘기하기. 


등등. 막 아주 재밌진 않아도 그래도 

헤헤헤 입벌리고 보다가 이 동영상에선 진짜 감동했다. 


5분 지점부터 

실제 실력을 보여주기 시작하는데 

그 때까지 과하게 못하는 척하고 일부러 넘어지고 쓰러져 누워 있고 하던게 바로 용서된다. 


만일 진짜 노인이 저럴 수 있다면. 

이게 진짜 노인이 해보인 거라면. (....) 상상하게 된다. 


노인은, 어떤 노인도, 저럴 수 없을까. 

요즘 노인이라면, 있지 않을까. 


아무튼 삐걱이고 바스라지던 노인의 몸에서 

갑자기 나오기 시작하는 에너지, 순발력, 유연성. 

실은 그게 아니지만, 그래도 감동적. 


여자 스케이팅 선수가 비슷하게 해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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