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리스트의 어떤 피아노 곡 듣고 마음에 들어서 

시디로 (피아노 소나타?) 전집 구매해서 자주 들었다. 

현란한데 정신적인 느낌? 피아노로 가능한 것의 한계를 넘으려 하는 느낌? 


그냥 그게 다였고 

지금은 시디도 어디로 사라진 후고 

음악을 전화기로 (스피커 연결 없고) 작업 브금으로나 듣기 때문에 

지금 꼭 리스트 음악을 들으면 좋겠다 같은 순간이 있지도 않고, 해서 오래 그냥 그게 다인 채였던 리스트. 


리스트도 강좌가 나와 있어서 

(음악가들 생애와 작업 주제 강좌가 audible에 다수 나와 있다. 

우선 순위가 정해지는 걸 느끼면서 그 목록 보게 된다. 모짜르트, 베토벤은 제일 먼저 담아야겠지?; 이들도 모르면서 쇤베르크. 이럴 수는 없겠지? 이런 식. 모짜르트, 베토벤, 리스트. 쇼스타코비치. 하이든. 스트라빈스키. 바로 선택된 이들). 


아무튼 리스트 강좌도 감탄하면서 듣는다. 

음악가들도 (그러니까, 니체나 랭보 같은 이들만이 아니라 쇼팽이나 모짜르트나 베토벤이나 리스트나.... 

어쩌면 음악가들이 시인이나 사상가들보다 더....) 격정적이고, 가장 높은 곳과 가장 낮은 곳, 천상과 심연을 

오가면서 살았던 것이었구나 같은 생각 들지 않을 수 없기도 하고. 


리스트 아버지는 하이든과 같이 작업하기도 했던, 그러니까 결코 소소하달 수 없는 "직업" 음악인이었는데 

아니 아들을 낳고 보니 아들이 천재임. 그 자신 천재는 아니지만 천재를 알아볼 수 있었던 리스트의 아버지는 

리스트 꼬마 시절 몇 년 직접 피아노를 가르치긴 하는데 더 이상 가르칠 게 없고 아들이 자기를 이미 멀리 

뛰어넘은 뒤인 때가 올 것에 처음부터 대비하며 가르침. 곧 그 때가 왔고 리스트 일가는 리스트에게 좋은 교육을 

주기 위해 비엔나로 감. (.....) 리스트 아버지는 실직했고 일가의 가산이 탕진된 다음이라, 리스트가 소년 가장으로 

콘서트 투어를 하며 일가를 먹여살림. 천재 음악가 소년이 소년 가장이 된 사례는 이미 모짜르트에게서 볼 수 있으나 

모짜르트는 부친이 아들을 감정적, 재정적으로 위협하고 착취하는 관계였던 반면 리스트 부자의 관계는 전혀 

그렇지 않았음. 리스트는 자기가 가장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데에 불만이나 슬픔이 조금도 없었던 게 분명하고 

리스트 일가는 아주 사랑 많은 가족이었다는 데 전기 작가들은 동의함. 


이런 얘기가 재미있다. 


가장 호기심이 자극되던 건, 리스트가 16세던가 콘서트 투어 중 부친이 아마도 전염병으로 급사하고 

그 여파로 리스트는 이어지는 몇 년 파리에서, 음악엔 등돌리고 술과 유흥에 빠져 자기 파괴적으로 살다가   


그러다가 한순간 정신을 차리게 되는데 

그건 1830년의 혁명 때문이었다..... 던 대목이었다. 

취하고 인생을 저주하던 리스트는 혁명 세력이 파리 시내를 장악하는 것을 보고 

흥분했고 바로 인생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다시 음악을, 혁명적인 음악을 하게 될 것이었다. 

리스트 모친은 아들의 이 순간적 개심을 이렇게 설명했다: Guns cured him. 


19세기 낭만주의 음악가들 중 

나이들면서 보수화하지 않았으며 

평생 실험적이고 전위적이었던 음악가로는 리스트가 아마 유일할 수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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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나우두가 일반인으로 변장하고 

마드리드 시내에서 축구공 가지고 놀다가 갑자기 묘기하기. 

전직 nba 선수가 노인으로 분장하고 청년들 동네 농구에 합류햇다가 갑자기 묘기하기. 


등등. 막 아주 재밌진 않아도 그래도 

헤헤헤 입벌리고 보다가 이 동영상에선 진짜 감동했다. 


5분 지점부터 

실제 실력을 보여주기 시작하는데 

그 때까지 과하게 못하는 척하고 일부러 넘어지고 쓰러져 누워 있고 하던게 바로 용서된다. 


만일 진짜 노인이 저럴 수 있다면. 

이게 진짜 노인이 해보인 거라면. (....) 상상하게 된다. 


노인은, 어떤 노인도, 저럴 수 없을까. 

요즘 노인이라면, 있지 않을까. 


아무튼 삐걱이고 바스라지던 노인의 몸에서 

갑자기 나오기 시작하는 에너지, 순발력, 유연성. 

실은 그게 아니지만, 그래도 감동적. 


여자 스케이팅 선수가 비슷하게 해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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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은 미신에서 태어났다. 

달변은 야심, 증오, 허위, 아부에서 태어났다. 

기하학은 탐욕에서 태어났다. 

물리학은 무상한 호기심에서 태어났다. 

심지어 도덕 철학도, 인간의 자만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예술과 과학이 모두 인간의 악덕을 부모로 갖는다." 



물리학자들이 철학에 대해 한 말들은 어떤 게 있나 physics philosophy quotes 세 단어 구글링하고 

장-자크 루소가 했다는 위의 말을 발견했는데 물리학이 "idle curiosity"에서 태어났다는 대목이 순간 웃겼다. 

idle curiosity. 말 자체가 웃기다. idle과 curiosity가 한 구절로 결합할 수 있다는 게, 그게 니체가 "인간의 바다. 

알록달록한 물고기와 게들이 가득한 바다" 이런 구절 쓸 때 생각했을 법한, 인간의 귀여운 면에 속하지 않을까.  


장-자크 루소의 말 같지는 않아서 조금 더 들여다보니 

시니컬한 말들로 유명했다는 극작가 장-밥티스트 루소를 출전으로 주는 이미지도 있다. 





Lost in Math에 

누구 법학자든가 저널리스트든가 했다는   

"소세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면서 소세지를 존중하기는 어렵다. 

법도 마찬가지다" : 이런 말을 인용하고 


"이렇게 말하면서 그가 생각했던 건 "민법(civil law)"이었다. 

이 말을 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건 "자연 법칙(natural law)"이다. 

물리학에서 어떻게 자연 법칙이 생산되나 알고 나면 당신은 결코 전의 방식으로 

자연 법칙을 볼 수 없을 것이다" : 이렇게 얘기하는 대목이 있다. 의미심장하고 심오한 대목이라 생각했다. 

정확히 무슨 얘기 하는 건지는 종이책을 본 다음에. 


그러나 막스 본에 따르면 

이론 물리학은 철학이다. 





<과학과 종교> 강의 들으면서 

어쨌든 서구에서는 종교가 얼마나 정신에 강한 장악력 가졌었나 ... 이런 게 실감나기 시작하니까 

"신은 죽었다" 이 짧은 한 문장 안에 어떤 막대한 사정이 압축될 수 있는 것일까, 대개는 그 사정 모르고 지나갈.... 

어수선한 생각이 듬. "인도 철학에 대해 얘기 나누고 나서, 양자 물리학의 어떤 아이디어들이 더는 미친 걸로 

보이지 않고 문득 훨씬 더 타당하게 느껴졌다" : 하이젠베르크의 이 말도 마찬가지일 듯. 





"철학자들은 현대 과학의, 특히 물리학의 진보를 따라오지 못했다." 

이게 얼마나 맞는 말일까 알고 싶지만, 알 수 있을까 과연.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거 같기도 하고, 알고 

있는 사람들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가까이에 있을 거 같기도 하다. 


바슐라르가 현대 물리학에 대해 남긴 글들을 보면 

따라온 걸 넘어 추월한 거 같은데? 원천을 능가하는 후예같은 느낌? (....) 같은 게 있다. 

하지만 바슐라르의 물리학 관련 저술들은 하루 한 페이지 정도가 적절하게, 머리 쥐나게 어렵다. 

그래도 바슐라르는 읽을 수 있으며 읽으면서 조금이라도 알아가지만(알아내지만) 물리학을 모르므로.... 



physics and philosophy quotes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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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 방송 보는데 

김경수 나오니까 



심쿵. 

두근두근. 



그가 좋긴 했는데  

미미하게 좋은 게 아니었나 봄. 왜 보는 순간 가슴이 뛰었을까요. ㅎㅎㅎㅎ 

설레임. ㅎㅎㅎㅎㅎ 


설레임의 재평가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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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 Home 주제로 

이미 논문도 여럿 나와 있던데 

바로 접속해 볼 수 있는 건 없었고 

대신 그 중 일부 복사 신청이 가능했다. 신청해 두고 

심지어 기대가 됨. 그래요 내게 이 책 얘기를 해주세요. (....) 제발 재미있게 해주세요. 

하나는 (초록은 공개되어서 초록을 보니) 이 책이 신기술인 디지털 사진을 적극 활용하면서 부시 행정부 시절의 

"무엇이든 진리일 수 있음"(진리는 알 수 없고, 팩트는 유연하며, 신앙이 실재의 일부고....) 에토스를 

공격하는 책이라 말하겠다고 하던데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부시 행정부 시절이 유례없는 야만이었던 것처럼 말하는 것이 

이상하게 들리긴 했다. 


그런데 어쨌든 Fun Home의 놀라운 면모엔 현실을 보는 집중력, 냉정함, 정직함도 있다. 

그 면모와 함께 독자는, 진실을 대접받는다. 진실을 서빙하는 벡델. 


벡델의 부모는 어쩌다보니 결혼한 커플. 아버지에겐 결혼하던 때에도 연인이 있었고 

신혼 여행을 그 연인이 있는 곳으로 간다. 물론 친구라고 속이면서. 오고 가는 동안 두 사람은 많이 싸운다. 


이런 얘길 전하는 특별한 힘이 있다. 깊이 감정적이지만 조금도 감상적이지 않은 힘. 

그녀가 부모를 깊이 사랑하지 않았다면 쓸 수 없었을 거 같은 말들, 그릴 수 없었을 거 같은 그림들이 있다. 

내 부모는 서로 사랑한 적 없는 사람들이다. 벡델은 이런 얘기를 부모 두 사람에게 품위를 부여하면서 할 수 있는 사람. 


같은 얘길 모욕이고 비방이게 하는 자식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차이가 뉘앙스나 맥락에서만 오는 게 아닌 거 같고 

그 자식이 강한 사람이냐 (진실을 원하고 견딜 수 있는. 그러므로 현실을 보는 집중력이 있는) 아니냐가 

더 중요할 거 같다. 


어쨌든 그녀 부모의 결혼은 

특히 그녀의 어머니에게 불행했던 결혼. 

그 불행의 풍경을 충실하게 그리는 딸.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어머니와 아버지 둘 다, 그들의 삶을 잘 살았던 사람으로 보이게 된다. 

딸이 (정직하고 강한 인간인 딸이) 부여하는 품위 덕분에. 


(........... 이제 또 할 말을 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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