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방관육아 - 프랑스도 인정한 한국 엄마의 특별한 육아법 자발적 방관육아
최은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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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키우고 싶은 부모에게 추천!!]

 

첫째가 태어나고부터 말 그대로 '살신성인' 육아 했습니다. 뭐든 그저 열심히 해오는 시간을 보내왔던지라 육아도 당연히 열심히 했어요. 첫째가 신생아일 때는 몇 시간에 한 번씩 수유하고 집안일 하느라 몸이 편할 날이 없었고, 통잠을 자고 뒤집기를 시작하면서는 혹시나 엎드려 자다가 숨이 막히지는 않을까 염려되어 자발적으로(?) 잠을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뒤집어져 있으면 바로 눕히느라고요. 남들은 자기주도 이유식도 한다는데, 저는 몇 번 시도했다가 아이가 먹는 것보다 흘리는 양이 더 많아지는 걸 지켜보는 게 스트레스라 그만두기도 했죠. 원래 걱정이 많은 성격인 데다가 아이까지 태어나고보니 전전긍긍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지금도 아이의 안전이나 건강 쪽으로는 여전히 걱정을 쌓아두고 하는 편이지만, 예전처럼 모든 일에 제가 나서서 하지는 않아요. 올해로 육아나이 만 7년이 되어가는 지금 돌이켜보면, 시간이 흐르면 해결되는 일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자기주도 이유식을 실천하지는 않았지만 첫째는 둘째가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혼자 밥을 먹게 되었고, 한동안 돌아다니며 밥을 먹어 속을 태웠던 둘째도 이제는 식탁에 앉아 스스로 밥을 잘 먹습니다. 비록 반찬으로 장난을 치거나,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 나오면 안 먹겠다고 고집을 부리곤 하지만요. 이제 조금 한숨 돌릴만하다 했더니 첫째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해요. 보육의 시기에서 이제 학습의 시기로 넘어가는 지금, 아주 마음에 꼭 드는 육아서를 만났습니다!

 

엄마의 마음은 참 이상해요. 아이 대신 모든 걸 해주고 싶은 마음 한 켠에는 그래도 우리 아이가 주체적으로 자기 일을 해결해나가길 바라는 마음도 분명 있습니다. 아이 일에 참견하게 되는 이유에는 아마도 아이의 행동을 참고 기다려주기 힘들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주도성을 길러주기 위한 방법 자체를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겁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육아에 정답은 없다고 하지만 우리가 아이를 키우는 최대 목표는 아이를 계속 부모의 품 안에 가둬놓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온전한 성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있을텐데, 그 과정과 방법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최은아님의 [자발적 방관 육아]를 읽다보니 이 책은 한 번 읽어서는 절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학교에서 내공이 상당해보이는, 떡잎부터 달라보이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 부모들과 상담하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가 공부를 잘 할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냈다고 해요. 하지만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은 비단 아이의 학습에 국한된 것만은 아닙니다. 아이의 정서와 엄마의 정서에 도움이 되는 내용들도 참 많아요. 특히 저는 어디선가 초등 입학 전에 덧셈과 나눗셈 뿐만 아니라 곱셈과 나눗셈까지 공부하고 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벌벌 떨고 있었는데 <1학년에 구구단 모르는 아이가 나중에 수학 잘한다>는 챕터를 읽고 조금 안심(?)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를 방치하라는 내용은 절대 아니니, 초등 입학을 앞둔 부모님들이라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책을 읽으면서 반성하기도 하고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부분에서는 '그렇지!'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읽었습니다. 특히 첫째가 요즘 종이접기와 줄넘기에 열심이라 그저 좋아하니 옆에서 필요한 것만 조달하고 있었는데, 이게 또 아이들에게 기똥차게 필요하다는 거 아닙니까! 공부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학교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공부만이 아니에요. 어떻게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서 즐겁게 생활하는가, 그것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이 책에는 그런 시간들을 위한 방법이 담겨 있고요. 초등교사라 그런지 더 생생하게 들려오는 저자의 이야기. 저 진짜 매일매일 다시 정독 들어갑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쌤앤파커스>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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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양식·새 양식 열린책들 세계문학 284
앙드레 지드 지음, 최애영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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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의 가치있는 삶을 위하여]

 

살면서 어떤 생각을 하세요? 한때 '생각하면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문구가 유명했었죠. 저도 이 문구를 딱 듣자마자 멋있다는 생각에 '생각하면서' 살아보려고 꽤 노력했는데 어느 순간 의문이 들었습니다. 매순간 생각하면서 살아가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 않습니까. 어느 날은 시간에 쫓겨 주어진 일을 모두 해내는 것만으로도 셀프 칭찬을 해주고 싶은 날도 있잖아요. 생각보다 행동해야 하는 날도 있고요. 아마 저 '생각'이란 자신이 정한 삶의 방향과 가치를 항상 되새기면서 살아가라는 말 같은데요, 요기 이 작가님은 정말 말 그대로 매일매일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사람 중 한 명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열린책들의 284번째 세계문학은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 새 양식]입니다. 항상 세계문학의 높은 벽을 실감하지만 이번에는 특히 각오를 단단히 하고 읽었어요. 앙드레 지드의 작품 중 읽은 것은 [좁은 문] 정도이고, 그마저도 쉽지 않다 생각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요. 소설도 어려웠는데 '지상에서의 쾌락과 행복을 최대한 누리겠다는 결단과, 그 실천을 통해 몸소 경험한 환희를 기록한 비망록이자 젊은이들에게 건네는 〈탈주와 해방의 참고서〉이다. 줄거리도, 연대기적 순서도 없는 이 독특한 책은....'이라는 소개글을 보니 저도 모르게 '어험!'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도 머리를 쥐어뜯으며 읽겠구나 싶었습니다.

 

아마 삶을 대하는 태도의 깊이가 다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작품은 죽은 뒤 천국에서의 기쁨이 아닌 지상에서의 쾌락과 행복을 최대 가치로 여기는 작가의 고백이 담겨 있습니다. 비망록의 의미 자체가 '잊지 않으려고 중요한 골자를 적어둔 책자'를 의미한다고 하니 작가의 속마음이 생생하게 담겨 있는 이 책이야말로 '비망록'이라는이름이 더없이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개인의 생각과 자유를 갈망하는 욕구에 따라 안정된 삶에서 탈주할 것을 권하는 앙드레 지드.

 

그럼에도 작가가 추구하는 현실에서의 쾌락은 타인을 짓밝고 얻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나는 불행을 발판 삼아 추종되는 행복을 원하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빼앗아 얻는 부를 원하지 않는다는 말이지. 나의 옷이 타인을 헐벗게 한다면, 나는 차라리 벌거숭이로 지낼 것이다.

p247

 

캬~세상에는 내가 벌거숭이로 지내기보다 타인의 옷을 빼앗아서라도 따뜻해지려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말입니다. 즉, 그가 얻고자 하는 행복과 즐거움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는 말이겠죠. 분별없는 자유와 이기적인 행복이 아닌 깊이와 가치가 있는 진정한 보물입니다. 만약 작가가 타인은 아랑곳없이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라는 의미의 기록을 남겼다면 이 책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문학의 존재 이유는, 이기심이나 방종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니까요.

 

마지막으로 그녀는 그 모든 약들을 당시에는 아주 비싼 값에 산 것들이라고 했다.

그때 나는 그녀가 그 약품들을 내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p305

 

이 문장이 등장한 일화 속 여인은 장롱에 오래된 약들을 한가득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미 자리가 꽉 차 더 이상 무언가를 넣을 수 없는 상태였죠. 하지만 그녀에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약들이었어요. 그녀는 약병들을 꺼내 보여주며 약병과 관련된 추억(?)을 풀어놓기 시작합니다. 그녀가 약병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지 않더라도 예전에 아주 비싸게 구입했기 때문이에요. 그녀와의 만남을 기술한 후 앙드레 지드는 '우리는 <이 세상>을 지체 없이 즉각적으로 살아야 해'라고 역설합니다. 약병이라는 과거에 얽매인 그녀. 과거의 책과 그 추억에 얽매여 사는 저. 얼마 전 책장을 정리하면서 여전히 많은 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저를 만난다면 작가는 저를 꾸짖을까요.

 

소설을, 문학 작품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한 간접경험과 타인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소설에 가미된 재미있는 요소가 배제된 작가의 솔직하고 날것 그대로의 목소리를 전부 받아들이고 이해하기에는 저의 소양이 한참 부족하지만,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저에게 앙드레 지드는 어째서인지 늘 깊이 침잠되어 있는 그런 이미지였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그를 생생한 생명체로 여기게 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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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19세기 영국에서 보낸 편지 - 로맨스 여제의 삶과 사랑, 매혹의 삽화들 일러스트 레터 2
퍼넬러피 휴스핼릿 지음, 공민희 옮김 / 허밍버드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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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뛰어넘어 생생하게 들려오는 제인 오스틴의 꿈결같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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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19세기 영국에서 보낸 편지 - 로맨스 여제의 삶과 사랑, 매혹의 삽화들 일러스트 레터 2
퍼넬러피 휴스핼릿 지음, 공민희 옮김 / 허밍버드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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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뛰어넘어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

 

<일러스트 레터> 라는 이름으로 출간되는 편지 시리즈. [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보낸 편지]의 뒤를 이은 두 번째 주인공은 제인 오스틴입니다. 사실 제인 오스틴이 쓰지 않았다면 그녀의 작품들은 제 취향이 아니에요. 연애와 결혼에 집중된 소재, 마치 그것이 전부인 양 묘사되는 소설 속 주인공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캐릭터니까요. 하지만 앞에서도 말씀드렸듯, 제인 오스틴이니까요. 19세기 영국에 살고 있던 여성들에게 결혼은 무엇보다 중요한 삶의 관문이었고, 여성이 집중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요소로 강요되었을 겁니다. 그 안에서 삶의 본질과 방향을 고민하는 그녀들의 모습은 사실 현재의 우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을지도요. 그런 보편성 덕분에 제인 오스틴의 작품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지금까지는 제인 오스틴이 창조해낸 캐릭터들을 통해 그녀의 삶을 엿보았다면, 이제 그녀의 편지를 통해 제인 오스틴의 진짜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입니다. 19세기의 비혼 여성이자 익명 작가에서 로맨스 소설의 여제가 된 제인 오스틴의 삶이, 그녀가 살았던 스티븐턴, 바스, 사우샘프턴, 초턴, 윈체스터에서 보낸 편지들 속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났어요. 마치 누군가의 일기를 엿보는 듯한 두근거림과 설렘, 저 멀리 상상 속에만 머무르고 있던 인물을 직접 만나게 되는 것 같은 현실감이 책 속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전 한편으로 편지들의 분위기가 너무 우울할까 봐 걱정하기도 했어요. 얼마 전 읽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통해 제인 오스틴이 살았던 시대에 여성의 글쓰기가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지 조금 알게 되었거든요. 차분히 글을 써내려갈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 없이 거실 한쪽에서 작품을 집필해야 했던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 같은 것이 담겨있을까 봐 조금은 묵직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우려했던 것과는 너무나 다르게 그녀는 편지 속에서도 생기 넘치고 다정하게 살아 있더군요.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애정 없는 결혼을 하느니 차라리 안 하는 편이 더 나아', '독신 여성은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 끔찍한 경향이 있어' 등 제인 오스틴 작품의 결을 엿볼 수 있는 문구들, 작품의 일부분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 책이 유독 사랑스럽게 느껴졌던 이유는 클래식하고 빈티지한 19세기 영국 삽화가 170여 점 수록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예전 고풍스러운 시대에 로망을 가지고 있는 저에게 무한한 감동을 선사해 준 부분이었어요. 어떻게 책이 이렇게도 사랑스러울 수 있나 자꾸만 들여다보고 싶어지게 됩니다.

 

예전부터 좋아했던 제인 오스틴이지만 이제는 그녀가 마치 친구처럼 여겨져요. 어디선가 그녀가 보낸 편지가 저에게도 도착할 것만 같은 그런 기분입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그녀의 목소리, 편지, 이 모든 것이 여기에 담겨 있어요. 제인 오스틴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틀림없이 만족할 <일러스트 레터>입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허밍버드>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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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야가의 밤 - 각성하는 시스터후드 첩혈쌍녀
오타니 아키라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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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만 따스하고 싶은 그녀들의 통쾌하고 슬픈 반격]

 

애정하는 출판사(너무 많습니다!!) 북스피어에 <이판사판 시리즈> 로 출간되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시리즈에 속한 작품들 모두 색다르고 독특하고 재미있어서 손꼽아 기다리는 책들 중 하나랍니다. 그런데 그런 북스피어에서 시리즈로 출간되는 작품들이 또 있었으니, 이름하여 <첩혈쌍녀 시리즈>입니다. 언뜻 들으면 욕같기도 하고, 어떤 홍콩 영화의 제목같기도 한 이 시리즈의 출간 의도는 '서로 말을 나누며 각종 사건에 적극적으로 다가가 해결하는 두 여성 주인공의 활약이 담긴 작품들을 소개하겠다'라는 것이라고 해요. 즉 재잘거리며 핏빛 사건을 해결하는 두 여자, 라는 것이죠. <이판사판 시리즈>처럼 딱 10권만 만들고 끝장을 보시겠다는데, 이 넘치는 네이밍 센스에 그만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바바야가'는 슬라브 어로 마녀를 뜻하는데요, 이 마녀의 모습이 어떤지, 일단 첫 번째 마녀의 모습부터 먼저 보실까요.

알몸이 되었을 때 가슴보다

갈라진 복근에 눈이 가는 단련된 육체,

거칠지 않지만 꺾이지 않는 성격,

취미는 폭력, 유일한 재능은 싸움.

전 이 홍보문구를 봤을 때부터 '이거다!' 싶었습니다. 딱 제 이상형이었거든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외모에서부터 남성들에게 한 수 아래로 보여지는 경우를 맞닥뜨린 적이 있을 겁니다. 저는 작품 속에서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그려지는 여성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이미 현실에 그런 편견이 만연한데 허구의 세계에서조차 답답한 현실을 만나고 싶지 않았어요. 체격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체력이나 존재감, 혹은 싸움실력으로나마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여성 캐릭터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요. 매력적인 육체에 취미가 폭력, 유일한 재능은 싸움이라니,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려요. 게으르고 운동이나 몸으로 하는 모든 일에 고개부터 젓고 보는 저에게, 이번 생에서는 이룰 수 없는 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순간의 싸움으로 야쿠자 조직의 회장의 따님 경호를 맡게 된 여자 신도 요리코, 그리고 그런 그녀의 경호를 받게 된 딸래미 나이키 쇼코. 재잘거리며 핏빛 사건을 해결한다길래 좀 더 통쾌하고 시끄러운 소설인 줄 알았는데, 이 작품을 읽다보면 비와 늑대가 떠올라요. 자신들을 가두었던 세상을 부수고 나오는 그녀들이 외로워 보였던 것은 저만의 착각이었을까요. 죽음을 불사하고라도 내재되어 있는 자신의 본능을 터뜨려버리고 싶었던 요리코와 보이지 않는 유리벽에 갇혀 바깥 세상을 갈망했으면서도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려 했던 쇼코의 반격은, 반격이 맞긴 한데 이상하게도 가슴이 아팠어요.

 

속도감 있는 전개 속에 숨어 있는 반전은 그야말로 놀라웠습니다. 순간 제 눈을 의심했을 정도니까요. 의외의 부분에서 당했구나!-라는 느낌??!! 아이코, 그런데 결말은 또 왜 이렇게 만드신 겁니까! 절대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고요!! 엉엉.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아 처음부터 읽기가 망설여졌어요. 순식간에 읽어내려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까웠거든요. 예상대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쉬리릭 읽어버렸습니다. '가격에 걸맞는 재미'를 선사해주셨어요. 다음 작품에서도 이런 멋진 여성 캐릭터를 만나게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렇게 되고보니 <첩혈쌍녀> 시리즈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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