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삶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3
그라실리아누 하무스 지음, 임소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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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무엇이고 우리는 각자 어떤 굴레에 갇혀 살아가는가] 


처음 이 책을 받아들었을 때 생각보다 가벼운 무게와 적은 분량에 마음 한 켠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절대 방심하지 말아야지 다짐했었다. 그 동안 여러 편의 세계문학을 접하면서 작품의 분량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떤 이야기는 두꺼워도 술술 읽히는 반면, 어떤 이야기는 얇아도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처음의 다짐은 어떤 예감 같은 것이었을까. 해설을 제외하고 작품 자체로만 161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세계문학의 높은 벽을 실감한 것 같다. 페이지를 넘기는 손이 더뎌지고 의미를 생각하느라 방향은 뒤가 아닌 자꾸만 앞을 향한다.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7의 테마는 <날씨와 생활>이다. 그 중 한 편인 그라실리아누 하무스의 [메마른 삶]은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삶의 모든 것을 잃은 뒤 '덜 메마른 곳'을 찾아다니는 파비아누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아들마저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고통스러운 피난길, 그들 머리 위로 느껴지는 땡볕과 갈증이 현실적으로 다가와 시작부터 목이 바싹 타는 느낌이었다. 마침내 버려진 농장에 도착해 일상을 꾸려가는 듯 하지만 비가 내리자 다시 돌아온 주인의 가축을 돌보게 되고, 곡식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 결국 파비아누는 자신의 몫으로 받았던 가축을 헐값에 다시 주인에게 넘기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는 결국 이해할 수 없는 이자에서 비롯된 차이로 인해 줄어드는 품삯, 선술집에서 만난 노란 제복의 군인과의 마찰에서 빚어진 감옥살이라는 경험을 하고, 가뭄은 다시 찾아와 또다시 어딘가로 떠나야 하는 운명에 처해지는 것이다. 


희망이라고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인 듯 한데, 그럼에도 파비아누는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 자신과 아내 비토리아와는 달리 자신의 아들들이 살아갈 '더 나은 미래'를 그리고, 이보다 더한 일도 겪었다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작게는, 비토리아 어멈이 '제대로 된 침대'를 원하는 장면에서조차 그들이 삶에 대해 희망을 품었음이 느껴지는 듯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또 다시 길을 떠나야 하는 상황. 가난이 대물림되고 방황이 이어지는 그들의 인생은 마치 어떻게 해도 되돌릴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 같다. 


<날씨와 생활>을 테마로 한 흄세 시즌 7 중에서도 특히 이 작품에 눈길이 갔던 이유는 반려견 '발레이아'가 가족들을 바라보는 장면이 궁금해서였다. 파비아누 가족이 처한 상황만큼이나 건조하고 메마른 문체 사이에서 오직 발레이아가 등장할 때만이 삶의 향기가 느껴지는 듯 하다. 파비아누 가족의 삶이 진정 삶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저 어쩔 수 없이 이어가는 명줄, 발레이아가 죽는 장면은 희망 없는 그들의 미래를 상징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짧은 이야기지만 결코 적은 시간에 끝낼 수 없는 이야기다. 어쩐지 숙연해지는 마음, 삶이라는 거대한 무엇 앞에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듯한 기분. 과연 삶이란 무엇이고 우리는 각자 어떤 굴레에 갇혀 살아가는지 궁금해진다. 

** <휴머니스트>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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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
조엘 디케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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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히 쌓인 거짓 밑에 숨겨진 안타까운 진실] 


33년 전 실종된 소녀 놀라 켈러건의 유해가 유명 작가 해리 쿼버트의 저택 정원에서 발견됩니다. 놀라의 유해와 함께 발견된 것은 해리를 전설적인 작가로 만들어준 그의 작품 <악의 기원>. 해리 쿼버트의 제자이자 한 권의 소설로 스타덤에 오른 작가 마커스 골드먼은 사건이 벌어지기 전 백지 공포증으로 차기작을 집필하지 못하고 방황하던 참이었어요. 마커스를 만난 순간부터 그를 지지하고 작가로서의 길로 이끌었던 해리가 범죄를 저지를 리 없다고 생각한 마커스는 이 사건의 이면에 존재한 진실을 쫓기 위해 해리 사건을 파헤치기로 결심하고 밝혀낸 사실을 책으로 출간하기로 합니다. 탐문 수사를 벌일수록 해리 뿐만 아니라 놀라와 그녀의 부모님, 은퇴한 경찰서장, 식당 여주인 등 모두가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과연 이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33년 전 놀라는 15세, 해리 쿼버트는 30대 중반이었습니다.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만난 순간부터 서로에게 이끌리죠. 놀라를 향한 마음을 멈출 수 없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사회적인 통념 때문에 그녀를 사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해리와 달리, 그를 향한 놀라의 사랑은 거침이 없었습니다. 엄격하다 못해 올바르지 못한 생활 습관을 고친다며 매질을 하는 집을 떠나 해리와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었던 놀라. 결국 그들은 놀라가 실종된 전날 모텔에서 만나 도망치기로 했어요. 하지만 놀라는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고, 무려 33년의 세월이 흐른 거죠. 문제는 두 사람은 자신들의 관계를 다른 사람들이 모를 거라 생각했지만, 모두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다는 데 있었어요. 


굉장치 촘촘하고 친절한(?) 소설이에요. 단서들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커스가 한 사람 한 사람 만나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모으는 구성이라고 할까요. 겉으로는 아무 비밀도 없어 보이는 사람도 파헤쳐보면 미심쩍은 부분이 나오고 그것이 다른 실마리로 연결되며 진행됩니다. 그렇다고 반전이 놀랍지 않은 것은 아니었어요. 마음 아프고 안타까운 반전이었습니다. 그 때 그러지 않았다면, 순간의 선택이 좀 더 올바른 방향을 향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개인의 이기심들이 한 소녀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느낌이라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이 와중에 해리를 향한 놀라의 사랑이 생각보다 깊어서 놀랍기도 했고요. 사랑의 깊이는 나이를 따지는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조엘 디케르는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으로 본격적으로 알고 싶어진 작가입니다. 예전 출간작들이 대부분 절판이라 중고 사이트를 통해 [볼티모어의 서]를 구매하기도 했는데, 이왕이면 [볼티모어의 서]도 새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출판사 <밝은세상>으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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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몫의 밤 1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김정아 옮김 / 오렌지디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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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하고 음험한 환상적인 오컬트 호러]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로 깊은 인상을 남긴 작가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신간이 출간되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소설가인 그녀는 할머니에게 전설과 주술, 북부지방의 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배경을 바탕으로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특히 그녀의 작품은 근원적인 공포 위에 역사적, 정치적 공포와 두려움까지 덧입혀 어쩌면 장르 소설이라는 가면을 쓴 사회 고발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우리 몫의 밤]은 지금까지 그녀가 쌓아올린 세계 위에 오컬트적인 요소가 가미된 작품이예요. 어둠의 신을 숭배하는 잔혹한 기사단의 영매인 후안은, 그 때까지 그 누구에게도 보여진 적 없는 강력한 능력으로 어둠의 신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선천적으로 심장병을 타고 난 그는 어린 시절 그의 병을 치료해주겠다는 명목으로 기사단에게 끌려가 어둠의 의식과 제례에 이용당하죠. 자신의 비극적인 운명이 이제는 아들 가스파르에게 대물림될 뿐 아니라 자신이 아들의 몸을 빼앗고 의식을 지배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안은 아들을 데리고 기사단으로부터 몸을 피할 계획을 세웁니다.

아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앞으로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 지 아무런 말도 없이 긴 여정을 떠난 이들 부자의 관계는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무척 기묘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 삶의 일부는 여전히 어둠의 신과 기사단에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후안이 가스파르를 대하는 것을 보면 일부분은 폭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해요. 하지만 이 작품에는 예전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요소가 하나 더 추가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들에 대한 후안의 사랑. 어떻게든 아들을 지켜내려는 그의 열의와 사랑이 이 기묘하고 어둡고, 어떤 부분은 받아들이기 힘든 묘사들까지도 전부 포용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의 사랑은 태어날 때부터 줄곧 기사단의 일원으로 살아온 연인이자 아내 로사리오까지 그의 계획에 동참시키는 데 일조합니다.

가스파르가 기사단의 어두운 손길에서 어떻게 벗어날지 내내 궁금했습니다. 그 긴 여정과 가스파르에게 닥친 비극을 생각해 볼 때 결말은 조금 허망하게 다가왔습니다.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쥐고 흔들었던 이들, 잔혹한 고문마저 서슴지 않았던 그들이 똑같은 대가를 치르기를 원했는데 그 부분에 대한 묘사가 부족해 만족감(?) 이 적었어요.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것 같은 이야기. 이 이야기를 드라마로 어떻게 표현해낼 지 상상도 되지 않는데요, 분명한 건 지금까지 읽은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이야기 중 제일 제 취향이었다는 거예요!!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 <오렌지디>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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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록 살인사건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박진범 북디자이너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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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날카로운 시각이 빛을 발하는 클래식 미스터리]

 

사람들이 여유롭게 휴일을 즐기는 어느 일요일. 긴자의 거리에 갑작스레 나비 떼가 날아듭니다. 마침 가족과 함께 긴자에 나와 있던 형사 가메이가 나비 떼가 시작된 지점을 찾아가고 그 곳에서 청년의 시신을 발견해요. 청년의 손에는 '우리는 세상의 소금이니라'라는 성경 구절이 새겨진 팔찌가 차여져 있고,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한 알의 밀알이니라'라는 문구가 새겨진 팔찌를 찬 여성의 시신이 발견됩니다. 기묘한 점은 숨을 거둔 그들의 얼굴이 평온하다 못해 미소까지 띠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뒤로 이어지는 연속 예고 자살 사건과 실제로 벌어지는 청년들의 분신 자살. 그 뒤에는 광적인 어둠의 종교 집단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광신도들을 이끄는 지도자와 그를 따르는 무리들을 소재로 한 소설은 몇 편 읽어왔지만 이 작품을 읽다 청년 중 한명이 '어떻게 자살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냐'고 묻는 부분에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저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거든요. 지금까지 어떻게 하면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를 생각했고, 우울하거나 힘이 들 때는 어떻게 해야 기운을 낼 수 있을까를 생각했지 작가가 제시한 문장 같은 것은 한 번도 떠올려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죽지 않고 살 수 있는가-라는 문장이 정말 복잡하고 어렵게 다가왔습니다.

 

이 작품이 쓰여진 것은 1980년입니다. 그 시대를 겪어보지 못한 제가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었겠지만 일본의 그 시대가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주의, 사회적인 혼란으로 인해 청년들에게 어려운 시기였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어요.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길을 찾지 못한 청년들의 마음을 현혹시켜 잘못된 길로 인도한 종교 집단의 지도자. 작가는 만에 하나 그런 사람들의 의도가 순수한 것이라고 해도 누군가의 목숨을 담보로 현혹해서는 안되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사람을 도구로 악용해서도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실제로 이 작품이 출간된 후 4년 뒤 '옴 진리교'가 역사상 최악의 테러 사건을 일으켰죠. 사회적 분위기를 읽고 그런 분위기에 편승한 광인의 심리를 꿰뚫어보는 작가의 통찰력이 날카롭게 빛나는 작품입니다.

 

개인이 처한 어려움은 그 사람만의 것이겠죠. 그 누구도 그의 아픔도, 고통도, 슬픔도 대신해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 사람들에게 어느 누구도 어줍잖은 위로를 할 수 없다는 것도요. 다만 이 대사는 전달해드리고 싶어요. '이재, 곧 죽습니다'라는 드라마에서 나온 말인데요, '죽고나서야 알았다. 삶이 기회였다는 사실을. 그리고 삶에서 전부라 생각했던 고통은 일부분이었다는 사실을. 날이 맑은 하루, 비가 오는 하루, 바람이 부는 하루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는 사실을. 실패해도 좋으니 계속 나아가야 하는 이유를.......'.

 

철도 미스터리로 유명세를 탔지만 사회파 미스터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놓지 않고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작가, 니시무라 교타로. 클래식하면서도 사회를 바라보는 예리한 시각으로 뛰어난 작품을 남긴 데에는 그런 그의 눈부신 열정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작가님은 이미 세상에 없지만 또 다른 작품으로나마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 출판사 <블루홀식스>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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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끄는 스위치가 필요해
인프제 보라 지음 / 필름(Feelm)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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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적으로 생각을 끄는 연습으로 행복해지기]

 

얼마 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실험(?)을 저도 두 아들에게 해보았습니다. '엄마가 우울해서 빵 샀어'에 대한 아들들의 대답이 궁금했거든요. 당연히 그럴 것이라 예상한대로 첫째 아들은 '엄마 왜 우울했어? 무슨 일 있었어?'라고, 둘째 아들은 '빵? 무슨 빵? 어디 있어 빵?'이라고 대답했답니다! 첫째 아들처럼 대답해주면 F 성향이고, 둘째 아들처럼 대답하면 T 성향이라면서요?! MBTI 를 완전히 수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들어맞는 부분이 있나보다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던 작은 일화입니다.

 

저는 MBTI를 할 때마다 다르게 나와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있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 같거든요. 그럼에도 보통은 INFP, INFJ가 나오곤 합니다. 요즘의 저는 주로 INFP 인 것 같아요. J 성향도 물론 있지만 워낙에 완벽한 J 인 옆지기가 존재하다보니 조금씩 J를 양보(?)하고 있습니다. 인프제 보라님과는 한 끗 차이인데요, 그래서인지 공통점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져요. 특히 생각이 너무 많아서 어느 날은 이 생각의 바다에 익사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점에서요.

 

인프제 보라님의 [생각을 끄는 스위치가 필요해]는 일상의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그냥 넘기지 않고 정확하게 짚어가는 통찰력이 엿보이는 책입니다. 자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어요. 특히 저처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는 '우리 곁에 있는 행복의 빛부터 밝혀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워낙에도 예민한 성향이었지만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그 예민함이 배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합니다. 육아휴직으로 제가 온전히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었을 때는 괜찮았는데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부터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는 기분이에요. 하루하루를 허덕이며 보내다보니 제 자신을 정말 갈아넣고 있다는 느낌, 몸 속에 남아있는 기운 하나마저 쥐어짜서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생각하며 지낸 지난 2023년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몸에 이상 신호가 오더라고요. 결국 찾아간 병원에서 번아웃증후군인 것 같다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그래서 손에서 책을 놓기 시작했어요. 책은 저에게 잠시나마 숨쉴 틈을 만들어주는 위로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읽고 기록을 남기는 것에서 오히려 압박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자유롭게 읽고 쓰겠다!-라고 마음 먹고 편안한 기분으로 인프제 보라님의 글을 읽었는데 마음이 다독여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신과 인간관계, 사랑과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들. 올해는 이렇게 조금은 천천히, 편안한 마음으로 가보기로 했어요. 생각을 끄는 연습을 하면서요.

 

인스타툰으로 유명하다고 해서 한 번 들여다보았는데 에세이도 에세이지만 핵심이 가득 담긴 피드였습니다. INFJ 인 사람 뿐만 아니라 누구나 고민하는 내용들로 공감을 이끌어낸 그림과 글. 앞으로 저도 자주자주 챙겨 보렵니다! 다음 책은 인스타툰을 모은 내용으로 꾸며져도 좋을 것 같아요.

 

**출판사 <필름>으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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