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귀부인 살인 사건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 2
리타 라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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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이가 들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여기서 나이듦이란 5,60대가 아니라 한 75세 정도를 가리킨답니다. 글쎄요, 저는 '하루하루에만 집중하며 살아가자'는 주의고, 내일이나 모레까지 생각하기에는 제 마음과 머리에 여유가 없는 터라 당장 내년의 모습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요, 과연 75세까지 살아있을 지도 의문입니다. 다만, 제가 75세까지 살아있다면 부디 아프지 않고 이 책에 등장하는 글래디와 글래디에이터들처럼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어요. 여전히 건강하고 추리소설을 좋아하며 친구들과 같은 아파트에서 살면서 수다도 떨고, 진한 우정도 나누면서 늘그막이지만 가슴 두근거리는 연애도 하면서 말이죠. 앗, 가슴 두근거리는 연애는 물론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선택사항이 될 거랍니다, 으훗. 

이 책의 주인공인 글래디는 73세인 동생 에비, 세 명의 친구-71세인 아이다, 83세의 벨라, 80세의 소피-와 라나이 가든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고 특히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속 탐정인) 미스 마플을 존경하며 동생과 친구들의 뒤치닥거리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75세의 노인 전문 노인 탐정이랍니다. 시리즈의 1편인 [맛있는 살인사건] (예전에는 '오늘도 안녕하세요'라는 제목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에서 라나이 가든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사건을 해결한 후 자신의 거처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의뢰를 받고 있죠. 오늘은 한 이탈리아 할머니가 자신의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 같다며 현장을 잡아달라는 의뢰를 했네요. 이탈리아 노부인의 남편을 미행하는 사이 돈 많고 연하의 남자와 재혼한 여성 세 명이 한 주에 한 명씩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는데요, 우리의 글래디는 그것이 살인사건이라 믿으며 결국 사건에 뛰어들게 된답니다. 

저는 [맛있는 살인사건]에서 보여준 글래디와 그녀의 친구들, 글래디에이터들의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수다를 떨며 맛있는 차와 케이크를 먹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노년의 쓸쓸함과 슬픔은 찾아볼 수 없었거든요. 물론 그녀들의 모습과 현실의 모습에는 많은 차이가 있겠죠. 하지만 적어도 꿈을 꿔볼 수는 있잖아요? 나이 드는 것은 슬프기만 한 일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휴식과 수다, 좋아하는 미스터리 소설로 채울 수 있다는 즐거운 상상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할머니 탐정의 등장에 흐뭇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탐정'이라고 내세우기에는 우리의 글래디는 조금 약합니다. 수다스러운 친구들,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연인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면서 사건에 통 집중을 하지도 못하고, 당첨된 빙고 크루즈를 즐기기 위해 사건을 즐기다 말고 크루즈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물론 크루즈 여행은 사건을 해결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만, 우연성이 너무 강하다는 느낌을 준다고 할까요. 그야말로 소 뒷발로 쥐 잡는 격으로 사건이 해결된답니다. 결국 글래디의 능력보다 우연에 의해 범죄의 전모가 밝혀지는 거죠. 때문에 글래디의 탐정으로서의 활약을 기대하고 읽는 독자라면 조금 실망하실 듯도 해요. 

글래디 골드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그녀와 동생 그리고 세 명의 친구들 앞에 또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호기심 많은 이 다섯 할머니들의 수다는 어디까지 뻗어나갈 지, 그리고 연인인 잭과 글래디의 사랑의 행로는 어떻게 될 지 궁금합니다. 다만, 다음 편에서는 조금 더 미스터리한 맛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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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5기 신간 평가단을 모집합니다.

이것저것 처리할 일이 많아서 이제야 5기 신간평가단의 활동을 조심스레(?) 떠올려봅니다. ^^;;  

1. 신간평가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창비세계문학단편집 <일본편>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 뿐만 아니라 잘 몰랐던 작가들의 단편집을 접할 수 있어서 반갑기도 하고, 익숙치 않은 번역에 당황하기도 했던 책이었어요 ^^;; 덕분에 다른 나라의 단편집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 책을 읽는 범위가 넓어질 수 있었던 듯 합니다.

2.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5위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한시치 영감의 체포록. 가장 무서운 것은 귀신도 그 무엇도 아닌 인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우쳐 준 책이었습니다.  

 

 

 

4위 

 

 기대하지 않고 집었다가 뜻밖에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집'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제가 있는 이 곳이 더 소중해졌답니다 ^-^  

 

 

 

3위 와 2위

 

 

 

 

 

 

 오쿠다 히데오의 [올림픽의 몸값]입니다. 누구를 위한 올림픽인지, 인생의 부조리함에 마음이 아팠던 소설이에요. 

 

 

1위 

 

  넵넵넵!! 가장 재미있고 인상깊었던 작품은 역시 나쓰메 소세키 외의 작가 군단의 소설집 [이상한 소리]가 차지했습니다! 짝짝짝! ^^

 

 

 

 

 3. 신간평가단 도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이렇게 아프기 전에, 마음껏 숨 쉬며 살아가고 있다는 그 당연한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할 줄 알았어야 했는데'  <울지마, 죽지마, 사랑할 거야 -p174>
  

늘 제가 가진 평볌함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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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비밀>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창세기 비밀
톰 녹스 지음, 서대경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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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시초에 대한 호기심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지, 또 앞으로 우리가 가게 될 곳은 어디인가에 관한 의문은 인류가 숨을 쉬는 한 계속 연구될 과제일 것이다. 인류의 시작을 논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 중 하나인 성경. 한 때 성경을 조금 읽긴 했지만, 믿음이 부족한 나에게는 (불경스럽지만) 성경마저 권력의 부산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종종 들 때가 있다. 이렇게 성경 파헤치기를 소재로 하는 미스터리 팩션을 접할 때는 더욱.  

[다빈치 코드]는 내가 접한 최초의 성경 파헤치기 소설이었다. 내가 아는 한, 그 때까지 그런 소설이 없었기 때문에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무엇이 진실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성경 파헤치기 소설이 쏟아져 나오는 것에 약간 불만도 생긴다. 좀 더 참신한 소재를 찾아낼 수는 없는 것인가, 성경 파헤치기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하는. 그리고 그런 미스터리 팩션에는 더 이상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야기는 한 남자가 어떤 노인이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자신의 잘린 혀를 손에 쥐고 가슴에는 다비드의 별이 새겨진 채 신음하고 있던 벤저민 프랭클린 박물관의 관리인. 포레스터 형사가 사건 해결을 위해 뛰어든 한편에서는 기자 로브가 괴베클리 테페 유적지를 취재하고 있다. 발굴을 진두지휘하던 박사가 살해당하고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인 로브와 박사의 조수였던 크리스틴. 사건은 포레스터 형사가 수사하고 있던 범죄와 맞물리면서 급기야 로브의 딸 리지와 크리스틴이 납치당하기에 이른다.  

사실 작가의 많은 노력이 깃든 작품이다. 성경의 분석에서부터 종교에 대한 이해와 고대 민족들의 인신 공희에 대해 많은 조사를 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어설픈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 다른 미스터리 팩션에서는 고대 문서를 연구하거나 성경과 암호를 실마리로 사건을 해결해가는 데 반해, 이 작품에서 등장인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문제해결방법은 '인터넷'이다. 형사도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고 기자인 로브와 후에 그의 연인이 된 크리스틴도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정보를 얻는다. 인터넷이라는 바다 속에는 허위 정보도 많다는 것을 간과한 작가의 과오가 아닐까. 또 과도한 고문 장면 묘사에는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책 자체가 지루한 것은 아니다. 꽤 두꺼운 분량임에도 책장은 빠르게 넘어간다. 다만, 어쩌면 이제는 미스터리 팩션에는 조금씩 질려가는 나의 눈에는 차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이다. 미스터리 팩션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창세기 안에 숨겨있는 비밀 또한 파헤쳐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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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애 - 파국의 사랑
김은희 지음, 류훈.권진연 각본.각색 / 피카디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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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들어진 책을 읽는다는 건, 일종의 모험이다. 영화도 좋고 소설도 좋을 수 있지만, 영화는 좋았지만 소설은 별로거나, 소설은 좋았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나는 좀 욕심이 많은 편이라 확실하게 보장된 경우가 아니라면 영화와 소설, 양쪽을 모두 접하지 않는다. 그 어느 쪽에라도 실망하게 된다면 작품에 대한 나의 감동이 빛을 잃을 것만 같아서.

[비밀애]는 유지태와 윤진서가 주연인, 영화 <비밀애>의 원작이다. 어디가 어떻게 좋은 건지도 모르게, 그저 유지태라는 배우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나는 여자 주인공이 누구인가와는 상관없이, 그저 '유지태'라는 배우가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이 영화에 큰 기대를 걸었었다. 아마도, 언제적 영화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동감>에서 맛보았던 그런 감성을, 똑같은 배우가 등장하는 다른 영화에서 맛보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큰 키와 목소리, 약간 독특함이 느껴지는 성격도 마음에 든다. (무슨 인터뷰에선가는 그가 자신을 자폐성향이 있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했다는데, 그런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도 그만 인정해버리고 마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나) 어쨌든 바람은 살랑살랑 불기 시작하고 (오늘은 찬바람이었지만) 꽃도 조금씩 피어나는 이 봄에, 평소라면 유치하게 느껴질 운명같은 사랑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었었다.

이 책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우선. 한 여자가 있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돼 혼수상태에 있는 남편을 둔 여자. 주위에서 남편의 불운은 모두 자신 때문이라는 험한 소리를 들으며 하루라도 빨리 남편이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안타까운 여자다. 그런 그녀 앞에 남편과 꼭 닮은 그의 쌍둥이 동생이 나타난다. 힘든 간병의 시간동안 그 어디서도 마음을 위로받지 못한 여자는, 남편의 모습을 한 그를 통해 힘든 시간들을 보상받고 싶어졌다. 자각하지 못한 사이 열려버린 마음. 지치고, 허망하고, 외롭고, 쓸쓸한 여자를 위로해주고 싶었던 한 남자는 여자와 형만이 알 수 있는 추억을 이야기하며 여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여자가 사랑한 것은 남편이었을까, 다른 남자였을까.

이 이야기를 영화로 먼저 만났다면 어땠을까 싶다. 여자와 한 남자가 교환하는 눈빛들, 시선들, 동작들을 통해 대사로는 다 전달하지 못할 감정들이 책보다는 조금 더 절실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책을 통해서는 여자와 쌍둥이 동생의 연정이 그리 대단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내가 여자의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확실하게는 말할 수 없겠지만, 지켜왔던 힘든 시간들이 바래지 않게 조금만 더 여자가 기다렸다면 어떠했을까. 남편과 닮기는 했지만 그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한 사람으로 뚫려버린 구멍을 다른 사람을 통해 메꾸려고 하는 일이 얼마나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지 여자가 미리 알았다면, 그녀는 똑같은 선택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때문에 마지막에 그녀가 떠안게 될 삶은 오롯이 그녀의 몫이다.

책 자체는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더욱더 배우 유지태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어떤 감정을 담아 인물을 표현했을 지, 거짓말을 해서라도, 형을 배신해서라도 가슴에 여자를 품고 싶은 감정이 무엇인지를 어떻게 나타냈을 지 궁금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가슴을 울릴만한, 영상보다 더한 감동을 주는 글을 쓰는 작가를 만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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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미러 - 운명을 훔친 거울이야기
말리스 밀하이저 지음, 정해영 옮김 / 다산책방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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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람이 발견해낸 많은 것들이 그렇지만, 거울이라는 것은 그 중에서도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 중 하나인 것 같다. 다른 사람이 나를 바라볼 때의 모습과 내가 거울을 통해 바라보는 모습이 같다는 것을, 과연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저 추측하고 믿을 뿐이다. 예전 거울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거울 속에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그런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가 실제 살아가고 있는 세상과는 반대로 모든 것이 비춰지는 거울 속 세상. 어떻게 생각하면 '거울'이라는 것 자체가 마법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의 증거가 아닐까. 

이 책에 등장하는 거울은 스스로 마법을 부린다. 브랜디, 레이첼, 샤이. 한 가족의 3대 여인들의 운명을 마음대로 바꿔놓기도 하고 자신에게 해를 끼치려는 사람은 주저없이(?) 목숨을 빼앗는다. 브랜디의 손녀이자 레이첼의 딸인 샤이의 결혼식 전날을 배경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스무 살인 샤이 가렛은 엄마와 아빠의 '결혼은 천천히 생각해도 된다'는 말을 뿌리치고 내일 마렉 와이어와 결혼한다. 샤이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20년 간 요양원에서 생활하던 브랜디 할머니와 쌍둥이 삼촌들이 다 모인 그 때, 할머니의 면사포를 쓰고 거울 앞에 서 있던 샤이에게 강한 충격이 전해진다. 간신히 눈을 뜬 샤이 앞에 나타난 세상은 약 70년 전. 자신이 살았던 집이지만 바깥 풍경도 다르고 집안 시설도 다르다. 게다가 가족이라고 나타난 사람들은 자신을 브랜디라고 부른다!!

언젠가 샤이의 몸으로 돌아가리라 믿었던 브랜디 속 샤이는 흐릿한 가족의 역사를 되짚으며 앞으로 자신과 가족들, 이 나라에 무슨 일이 생기는 지를 기억해낸다. 원래의 자신으로 되돌아가기를 간절히 원하며 거울 앞에 서보지만 결국 '브랜디'로서 살아가기로 결심한 샤이. 원래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될 사람과 결혼하고 삼촌이 될 쌍둥이 아들을 낳고, 자신의 엄마가 될 레이첼을 낳으며 살아온 브랜디는 또다시 운명의 그 날을 맞이한다. 그리고 전개되는 레이첼과 샤이의 몸 속에 들어간 브랜디의 이야기. 하지만 주된 내용은 브랜디의 몸 속에 들어간 샤이의 일생을 그린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책을 읽으면서 혼란스러웠던 것은 '브랜디는 과연 몇 번의 생을 되풀이하게 되는가'였다. 브랜디의 몸 속에 들어간 샤이는 자신의 손녀인 샤이가 과거에 존재하는 브랜디의 몸 속에 들어가는 그 날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나온다. 원래의 브랜디는 샤이의 몸 속에 들어가고 샤이는 브랜디의 몸 속으로 들어가는 생의 반복. 결국 죽는 사람은 아무도 존재하지 않고 샤이와 브랜디는 계속 '브랜디'라는 이름으로 영원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없어진 책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믿기에는 작품의 뒷심이 약간 부족하다. 브랜디의 몸 속에 들어간 샤이의 이야기는 재미있었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이라고 불리는 브랜디로 인해 자신의 인생에 소유권을 느끼지 못하는 레이첼과 샤이의 몸 속에 들어간 브랜디와 마렉의 이야기는 다른 길로 빠져나간 듯 한 느낌이랄까. 레이첼의 이야기는 오히려 브랜디 이야기의 연장선상이었던 듯 하다. 

거울을 소재로 사람의 운명을 바꾼 이야기, 독특하면서도 무서웠다. 내 방에도 전신 거울이 하나 있는데 책을 읽으면서 도저히 그 거울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거울 속에는 정말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다른 세계가 존재하는 것일까.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 나는 정말 나인 걸까, 아니면 거울 속 세상의 또 다른 사람인걸까. '거울'이 가진 오묘한 매력을 잘 살린 한 편의 동화같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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