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하루에 관한 거의 모든 심리학 - 정신과 의사에게 말하기엔 너무 사소한 일상심리 이야기
선안남 지음 / 웅진윙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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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재미있는 제목의 책입니다. '여자의 하루' 라. 다른 여자분들은 하루를 어떻게 보내시나요? 저의 하루는 그냥 평범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밥 먹고 출근한 다음 어제와 거의 변함없는 하루를 보내요. 그 날 그 날 어떤 반에서 수업이 있느냐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기도 합니다만 아이들과 마찰이 없거나 아주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평온하다고도 할 수 있는 하루죠. 밖에 나가서 커피를 사는 일도 거의 없고, 출장이 아닌 한은 하루종일 같은 장소에 머물다보니 다른 분들은 어떤 하루를 보내나 가끔 궁금하기도 했어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제목을 읽고 '흥미롭다'고 생각한 겁니다. 나를 제외한 다른 여자분들의 생활도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고, 하루를 어떻게 나누고 무슨 물건을 기준으로 여자의 심리를 드러냈을 지 재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했거든요. 또 책 안의 일러스트들의 아기자기하면서도 포근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기대했던 것과는 아주 다른, 쪼콤 기대 이하의 책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기대한 건 여성들의 생활 하나, 물건 하나에 담겨진 마음을 들여다보는 거였어요. 이 책에는 핸드크림을 바르는 행위가 자신의 마음을 위로한다는 상황설정이 등장하는데요, 바로 그런 행동들에 대해 알고 싶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일하는 곳에 가급적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안정감을 갖게 해주는 물건을 많이 가져다 놓는 편이에요.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쿠션이라든가, 핑크빛의 텀블러, 즐겨쓰는 펜, 따뜻한 담요 등 마음을 다스리고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도 금방 기분을 풀어줄 수 있는 그런 것들이요.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하루종일 얼굴을 찌푸리고 있을 수도, 기분이 좋다고 해서 내내 발이 땅에서 떨어져있을 수도 없으니까요. 케이블에서 방영된 <남녀탐구생활>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남자와 여자의 책상꾸미기에 대해 다룬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남자와 여자의 성향과 심리적인 차이를 어느 정도 자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이 책이 제 기대 이하였다는 것은 단순히 그런 물건들에 담겨진 심리를 다루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그건 그저 저의 바람일 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 책은 제목에 비해 내용이 너무 부족합니다. 제가 재미있게 읽은 심리 서적에서 보였던 깊이와 정성이 보이지 않았어요. 책을 한 권 내기 위해 연습한 습작이나 평소 때의 일기들을 그대로 출간한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거기에 간간히 심리학 용어들을 섞어 놓은 것 뿐이랄까요. 

예전에 비해 요즘은 책이 쉽게 출간된다는 기분이 들어요. 물론 어떤 책을 내는지는 개인의 자유이나 책을 사보는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양질의 도서를 접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되도록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책날개를 유심히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저자의 나이가 저와 같다는 생각이 들자 곧 '아직은 경험이 부족한 게 아닐까'라는 문장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저도 지금 다른 여자들에 대해 잘 모르는데 저자 또한 자신과 친구 이외의 여자들에 대해 자세히 안다는 게 무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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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3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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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를 보는 순간 '히엑'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법한 그런 책입니다.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범죄수사를 다루는 미드를 접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잘린 머리' 라는 단어를 눈으로 볼 일이 얼마 없을 거에요. 실제로 제 방에 있는 추리소설의 제목을 본 동생이 누나는 왜 이렇게 이상한(?) 책만 읽냐며 타박을 한 적이 있어서 그 후로는 조금 조심스러워졌는데요, 이 책도 제목이나 표지가 워낙 자극적이라 북커버를 씌워서 읽었답니다. 하지만 정도를 넘는 잔혹한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편은 아닌 데다가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한 재미가 있어요. 뭐, 요즘 귀막고 눈감고 봐야 할 정도의 한국영화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새발의 피라고 할까나요. 

이 책은 책이지만, 책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 또한 책입니다. 그러니까 책 속의 책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 거죠.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을 지은 사람은 미쓰다 신조, 책 속의 책을 지은 사람은 히메노모리 묘겐(다카야시키 다에코) 입니다. 그녀의 남편인 다카야시키 하지메가 주재소 순사로 근무할 때 일어난 불가사의한 살인사건을 해결해가는 이야기랍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은 히메카미 촌으로 마을의 대지주인 히가미 가가 대대로 이 땅을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아오쿠비'라는 존재의 지벌을 피하기 위해 삼삼야, 십삼야, 이십삼야 등의 밤에 의식을 행해야 했던 히가미 가에서 후계인 조주로가 십삼야 의식을 행하던 밤, 불가사의한 살인사건이 일어납니다. 모든 일의 시작이자 앞으로 불러올 엄청난 참극의 서막이 된 사건이죠. 이 사건의 과정을 히메노모리 묘겐은 남편인 다카야시키 하지메와 히가미 가에서 조주로의 몸종으로 일하던 요키타카의 눈을 빌어 서술해가는 겁니다. 

전쟁 전과 전쟁 후 벌어진 이 사건들 속에는 지역에 전승되어 오는 신, 뿌리깊은 남존여비 사상, 가문이라는 요소가 버무려져 있습니다. 신의 지벌이라는 미명 하에 대지주 가문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남존여비는 그것이야말로 '벌'이라고 여겨질 정도입니다. 오로지 가문을 위해 개인의 인성이 무시되고 깊숙한 비밀을 간직한 채 유지되어가는 가문에서, 흡사 쾌쾌한 냄새가 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으니까요. 거기에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너무나 쉽게 다른 사람을 해치고 그것을 숨기려고만 하는 인간의 추악한 본성이 더해지는 바람에, 책 속에서 꾸물꾸물, 어둠의 기운이 마구 흘러나왔답니다. 목이 잘린 귀신이나 그 신의 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역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한 차분한 말투와 고풍스런 분위기에 마지막까지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어요.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하고, 추리소설에서 여러 번 쓰인 잘린 머리 트릭은 동서양을 합쳐놓은 듯한 기묘한 기분이 들게 했습니다. 더구나 이 미쓰다 신조 작가의 뒷통수치기가 작품의 후반에서 쉴 새 없이 쏟아지니, 독자인 저의 입장에서는 정말 즐거운 독서시간이었답니다. 작가로서는 최대한 친절하게 문장 곳곳에 힌트를 숨겨두긴 했지만 저는 눈치채지 못하는 바람에 여지없이 뒷통수치기를 당해버렸습니다. 결말을 보고도 '이게 끝이야? 뭐지?' 하며 한참을 책을 뒤적거렸습니다. 

그런데요, 권영주님이 번역하신 책들을 꽤 봤는데, 이번 책은 살짝 의심이 들었습니다. 문장이 조금 매끄럽지가 않고 뭔가 조금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책을 읽기 전에 옮긴이의 이름을 확인했음에도, 책을 읽다가 '누구지?'라는 생각에 책의 앞면을 다시 살펴볼 정도였으니까요. 뭐, 그렇다고 저에게 '네가 번역해!'라고 하신다면 할 말은 없지만 뭔가 이번 책은 아리송합니다.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표지가 인상적인 책입니다. 표지를 펼쳐 보면 숨어있던 그림이 나타나고 다른 방향으로 접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게 되어 있어요. 초판본에만 요렇게 되어 있을 듯 합니다. 만약 [산마처럼 비웃는 것], [흉조처럼 피하는 것] 이 출판된다면 초판본은 요런 형태를 계속 유지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흐흐. 으스스한 표지를 곁에 두시면서 머리 없는 시체를 분류하는 11가지 트릭이 뭔지 읽다보면 이 여름이 다 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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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추천영화 77편 두 번째 이야기 - 세상을 바라보는 다섯 개의 시선
이승민.강안 지음 / 씨네21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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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와 핸드폰이 없던 어린 시절, 나는 무얼 하고 놀았을까. 역시 친구들과 노는 것을 제외하면 책과 TV, 그리고 가끔씩 비디오를 빌려보는 것이 소소한 즐거움이었던 듯 합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는 한 편에 2,000원씩 주고 빌려봐야 했던 영화도 부담스러워 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이 거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제가 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는 <인어공주>였습니다. 동네에 아담한 극장이 있었는데 월트 디즈니의 <인어공주> 상영 간판을 보고 부모님을 졸랐던 게 기억납니다. 맨 앞줄에서 대형 화면에 시선을 두고 눈을 떼지 못했던 그 기억이 여전히 제 머리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해요. 한 장면 한 장면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때 내가 얼마나 흥분했었는 지, 얼마나 즐거웠는 지 같은 감정들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요즘은 청소년들의 눈을 빼앗는 것이 많습니다. 컴퓨터 게임, 인터넷, 핸드폰. 굳이 책을 보지 않아도 할 것이 너무 많고 어렸을 때부터 수많은 학원다니기를 강요(?) 받아온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 자란 후 '제발 책 좀 읽어라' 라고 말한들 소용이 있을까요? 물론 모든 상황에는 예외가 있기 마련이니 성인이 된 후 책에 빠지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이들에게 뭔가 전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책을 통해 전달하는 데 한계를 느낄 때 가장 유용한 매체가 되는 것이 바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감동을 받고 주위를 좀 더 둘러볼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면서 우리 삶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 공부만큼, 어쩌면 공부보다 더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모두 77편의 영화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부제인 '세상을 바라보는 다섯 개의 시선'에 알맞게 <나는 나를 알고 있는가?>, <당연히 누리고 있는 당연하지 않은 것들에 대하여>, <모두가 만족하는 변화는 과연 가능한 일인가?>, <익숙한 세상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 <진정으로 살아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 라는 챕터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제가 본 영화도 있고, 안 본 영화들도 있네요. 조금은 오래되서 지금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흥미를 잃을 것 같은 영화들도 몇 편 보입니다. 하지만 아무 소리 하지 않고, 무엇을 꼭 느껴야 한다는 강요없이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다보면 전하고 싶은 내용들이 어느 새 이야기가 되어 아이들의 귓가와 마음 속을 울리게 될 겁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든 것은 한 편의 영화를 상영할 때마다 토론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이에요. 물론 모든 사항에 정답은 없습니다. 그저 아이들과 마음을 터놓고 오랫동안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서 너개씩 적혀 있어 저 또한 그 영화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답니다. 아이와의 관계가 소원해 져 고민 중이신 부모님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뭔가 전달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했던 선생님들, 청소년들과 가까이 계신 분들이 이용하시면 좋을 듯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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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사라지다 모중석 스릴러 클럽 13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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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할런 코벤의 작품은 [결백] 이후 두 번째 입니다만, 이 아찌 재미있는 분이십니다. 대화가 많아 듬성듬성 비는 곳이 많다고 해도 500페이지가 넘는 책인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읽고 있으면 과연 글 쓰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죠. 탄탄한 스토리와 빈틈없는 구성력, 그리고 스릴러 소설에서 빠질 수 없는 반전까지. 그 모든 것을 생각하려면 얼마나 많은 머리카락이 빠질런지요. 과연! 혹시나 해서 책날개를 펼쳐보니 이 분, 머리카락이 없습니닷! 스스로 미신 건지, 아니면 타고난 대머리이신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제 생각에는 글을 쓰다 머리가 다 빠져버려서 '에라, 모르겠다. 그냥 밀어버리자' 결심한 확률이 더 높을 것 같습니다. 흠. 재미있는 소설을 쓰려면 역시 머리카락이 빠질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거였군요. 호홋. 

이야기는 슬프게도 주인공 윌의 어머니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12년 전 윌의 형 켄은 이웃이었던 줄리 밀러를 죽이고 도주한 혐의로 지금까지 FBI의 수배를 받고 있었는데요, 가족들은 현장에서 켄의 피가 발견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켄도 죽음을 맞았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죽기 직전 윌의 어머니가 '네 형은 살아있다! '라는 결정적인 한 마디를 남깁니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머니의 유품에서 형의 사진을 발견한 윌. 그런 그의 곁에는 그의 아픈 첫사랑을 극복하게 해 준 사랑스런 여인 실러가 있습니다. 하지만 영원히 당신을 사랑하겠다는 쪽지 한 장만 남긴 채 갑자기 행방을 감춘 실러. 대체 자신의 주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윌은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고자 단서를 좇아 사건 속으로 뛰어듭니다. 

[결백] 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할런 코벤 아찌는 사건을 해결하는 데 필요없는 군더더기를 쓰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어떤 책들은 한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해서 '이제 그만 설명해도 된단 말야!' 버럭 소리를 지르고 싶게 만들기도 하거든요. 물론 그런 부분이 나오면 간단히 뛰어넘어버리지만 대체 왜 앞에서 쓴 말을 또 쓰는 걸까 궁금한 적이 많았답니다. 게다가 한 장면 한 장면이 끝날 때마다 툭툭 던지는 단서들이 희열을 느끼게 해준달까요. 맨 마지막 부분에서만 반전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 윌이 단서를 하나씩 발견할 때마다 수없이 뒷통수치기를 해주십니다. 그래서 '이런 걸까, 저런 걸까' 하며 요런저런 상상을 하게 만들죠. 상상한 것 중 하나가 맞으면 또 즐겁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결말이라면 그것은 또 그것대로 즐겁지 아니하겠습니까. 

요렇게 재미있는 책이었건만, 뭔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군데군데 보이는 알쏭달쏭 번역 때문이려나요.


 

윌, 뭘 어쩌려는 거지?

칼리를 찾아야지.

그런 다음엔? 네가 그 애를 맡아 기르게?

모르겠어.

그걸 블록으로 쓰려는 거지?

너도 마찬가지잖아.                                                          p249


어떤 분이 저 '블록으로 쓰려는 거지'에 대한 뜻을 저에게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아무리 몇 번을 읽어도 저 말이 대체 무엇을 뜻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오! 제가 영어가 부족한 탓인가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 책은 한글판인데요! 저는 재미에 푹 빠져서 즐겁게 독서하는 데 이런 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 나오면 김이 팍 샙니다. 이 문장에 얽매여서 다음 문장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게 되는 거죠. 

저는 표지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표지가 무엇을 나타내고 싶어하는 지 알 수 없었는데 내용을 다 이해하고 나니 조금 이해가 됩니다. 제가 이해한 게 맞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결백] 에 이어 두 번째로 집어든 이 책마저 만족스러우니 앞으로 출간될 그의 작품들이 더 기대되네요. 홍보문구를 잘 믿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 경우에는 책 뒷편에 쓰인 많은 홍보문구를 그대로 믿으셔도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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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링 짐 매드 픽션 클럽
크리스티안 뫼르크 지음, 유향란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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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을 파멸로 몰아가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을 가리켜 팜므파탈이라고 하죠. 반대로 저항할 수 없는 매력으로 여성을 유혹해 파멸시키는 남자를 옴므파탈이라고 합니다. 제가 이 옴므파탈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약 2년 전. 처음 아이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기소개를 위한 종이를 나누어주었더니 한 남학생이 '나는 옴므파탈이다!!' 라고 적었더라구요.  나를 파멸시킨다는 것을 알면서도, 분명히 그 끝이 좋지 못할 거라는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그 매력에 이끌려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남자. 과연 존재할까요? 어쩌면 요즘 자주 들리는 '나쁜 남자'라는 존재가 이 옴므파탈을 목표로 급성장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여전히 나쁜 남자보다는 착한 남자가 좋던데 말이죠. 

-달링짐-이라. 언뜻 듣기에는 무척 달콤한 제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랑이야기인 것 같다는 느낌이 팍팍! 오지 않으세요? 네, 맞아요. 이 작품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사랑으로 인해 행복하고 달콤해지는 사람들이 아니라, 한 남자의 악마같은 매력에 빠져 결국은 불행해진 세 자매와 그녀들의 이모가 주인공이죠. 더블린에서 그녀들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이 매혹적이지만 어두운 사랑의 과거가 펼쳐집니다. 

우체국에서 일하지만 만화가가 되고 싶어하는 니알에게 배달된 하나의 소포. 보낸 사람은 분명히 얼마 전 시체로 발견된 피해 여성 피오나 월시입니다. 자신에게 죽음이 다가올 것을 알면서 남기게 된 그녀들의 사연. 그녀는 이 모든 일이 '짐'이라는 한 남자로부터 시작되었음을 노트에 고백합니다. 그 노트를 계기로 그녀들의 흔적을 추적하는 니알. 그는 과연 어떤 결말을 보게 될까요. 

이 책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우리가 책을 통해 알게 되는 전체 이야기와 니알이 피오나와 그녀의 동생 로이진이 남긴 노트를 통해 알게 되는 그녀들의 이야기, 그리고 '달링짐'이 여성들을 유혹하기 위해 술집에서 펼쳐놓는 파괴본능을 지닌 한 왕자의 이야기가요. 이야기 속의 이야기, 또 이야기 속의 이야기. 하지만 그 이야기들은 모두 별 개의 이야기가 아니라 종국에는 하나로 합쳐져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집약됩니다.  아일랜드의 조용한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들은 아일랜드의 신화와 현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오싹하면서도 매력적인 '옴므파탈'이라는 존재에 대해 들여다보게 해주죠. 

하지만 과연 사랑으로 인해 자신의 혈육들과 이런 잔인한 전쟁을 벌이는 일이 가능할까요? 사랑을 잃은 후 생기없이 지내던 모이라 이모가 짐을 만난 후 아름답게 꽃피어가는 모습,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힘일텐데요. 그 짐과 자신의 세 조카가 비밀스러운 사건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급기야 세 조카들을 감금하고 고문하기에 이릅니다. 짐이 대체 무엇이길래, 짐이라는 남자가 그녀, 모이라에게 대체 무엇을 주었길래 모이라는 그럴 수 있었을까요. 전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집착이라고 생각해요. 그것도 아니면 역시. 짐이 가진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던 것이겠죠. 

이 작품은 미국에서 출간된 크리스티안 뫼르크의 첫 번째 소설이라고 합니다. 2009년에는 <워싱턴 포스트지>가 선정한 '올해의 소설'로 선정되었으며, <북리스트>와 <퍼블리셔스 위클리> 등 수많은 언론과 작가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 책 [달링짐]을 읽고 나니 과연 그럴만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작품을 아우르는 압도적인 무언가가 있거든요. 다만, 독자의 성별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는 느낌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이 '달링짐'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 계기는 '이야기'였습니다. 그가 내보이는 환상의 세계, 끝을 알고 싶다는 욕망. 그것이 짐이 가진 또 다른 매력과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죠. 앞에서 나쁜 남자보다는 착한 남자가 좋다고 했지만, 이야기를 특히 좋아하는 저로서는, 만약 어떤 남자가 나타나 매혹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어떻게 될 지 장담할 수 없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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