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미술의 거장들
스테파노 G. 카수 외 지음, 안혜영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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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할게요! 읽은 책에 비해 미술지식이 얕은 저로서는 이 책,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글씨? 물론 작습니다. 두께요? 글쎄, 얇지도 두껍지도 않고 딱 적당해요. 소개된 거장들이요? 에이, 여기 나와 있는 화가들만 알아도 굉장한 거에요. 그 이상 알려고 하면 머리가 아파질테니 그냥 여기에 소개된 사람들로 만족하세요! 이것저것 다 차치하고, 전 이 책에 소개된 그림들의 크기가 아주 마음에 듭니다. 처음 이 책을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서 미리보기를 했을 때도 책의 지면을 거의 그림에 할애하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물론 전체 그림에서 일부만을 확대한 것이긴 하지만 그림 크기가 아주 속이 뻥 뚫릴 정도로 크답니다. 실제로 보여드리고 싶은데 살짝, 안타깝습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혹시 클래식 들으세요? 저는 아주 즐겨듣는 건 아니지만 싫어하지는 않아요. 좋아하는 곡도 몇 곡 있구요. 그런데 자꾸 클래식의 제목과 작곡가의 이름이 헷갈리더이다. 학교 다닐 때야 음악시험을 치러야 하니 무작정 외우곤 했는데, 요즘은 그냥 '에라 모르겠다. 그냥 듣자. 들어서 좋으면 좋은 거지'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건 미술에서도 마찬가집니다. 분명 좋아하는 그림도 몇 점 있고, 화가의 이름이 머리속에서 뱅뱅 돌기는 하는데 쉽게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를 않더라구요. 살짝 실의에 빠져 있었는데, 그냥 이 책을 옆에 두고 자꾸자꾸 보기로 결심했답니다. 시기별로 화가별로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거든요. 아, 오해는 마세요! 저는 누군가에게 잘난 척을 하려고 그런 게 아니에요. 다만 제가 좋아하는 분야에서만큼은 기초를 쌓고 싶은 거죠. 

미술 서적에 관해 리뷰를 쓸 때는 정말 멋지게 쓰고 싶어요. 이럴 때는 내가 미술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서 정말 그럴 듯하게 소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이 쓰립니다. 전문적인 지식도 없고, 붓터치라든가 그림 안에 숨겨진 상징 같은 것도 잘 모르지만 최대한 성실하게 제가 느낀 점을 중심으로 몇 점 소개해 드릴게요. 

서양 미술의 대부분이 그렇듯 일단 이 책에 실린 그림들도 성서를 주제로 한 것이 많아요. 맨 처음에 등장하는 두초 디 부오닌세냐의 <크레볼레의 성모>부터 앞 부분은 거의 예수와 성모마리아, 천사들을 주제로 한 그림들이 실려 있답니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그림은 반 데르 바이덴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였습니다. 예수가 못박히는 것을 본 성모마리아의 구도와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의 구도의 특이성도 그랬지만 확대된 성모마리아의 그림이 투박하면서도 강한 느낌이 들었거든요.앞에 실린 다른 그림들에서 성모 마리아와 그리스도, 천사들은 밀랍인형처럼 약간은 무섭고 차갑게 그려져 있었는데 이 그림만큼은 정감이 갔다고 할까요. 

책을 보다가 익숙한 그림을 한 점 발견했는데요,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세속적 쾌락의 정원>입니다. 예전에 [인간 종말 리포트]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의 표지와 이 그림이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거든요. (아님 말구요;;) 모두 세 폭의 제단화 중앙에 <세속적 쾌락의 정원>이 있고, 왼쪽에 <천국>이, 오른쪽에 <지옥>이 그려져 있다고 해요. 그림을 보셔야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요렇게 세세하게 어떻게 그려냈을지 감탄만 나온답니다. 

제가 좋아하는 화가 베르메르의 그림도 빠트릴 수 없겠죠. 여기에는 유명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아닌 <델프트 풍경>이 실려있습니다. 그 밖에도 만화영화 '플란더스의 개'에서 주인공이 그렇게도 보고싶어하던 그림의 화가 루벤스, 카라바조, 다비드, 고야, 마네, 모네 등의 익숙한 화가들과 익숙하지 않은 화가들이 모두 모여 있습니다. 처음 본 화가 중에 좋아진 사람이 있는데 '호가스' 입니다. 두 점의 그림으로는 판단할 수 없겠지만 어쩐지 그림 속에 익살과 유쾌함이 숨어 있는 것 같거든요. 

그다지 자랑할 것은 못되지만 저는 이 책 보면서 그래도 몇 점의 그림과 화가는 일치시켰습니다. 이히. 그림의 크기도 그렇고 구성도 그렇고 제 마음에는 쏙 드는데 여러분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다만 조금이라도 미술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에게 이 책을 보면서 제가 느꼈던 감정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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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전설 : 서양편
아침나무 지음, 이창윤 그림 / 삼양미디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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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소개한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전설] 중 서양편입니다. 동양편과는 달리 어째서 말투가 바뀌었냐구요? 음..동양편의 이야기들은 어쩐지 엄숙하고 스산한 분위기가 풍겨요. 따뜻하다거나 마구 재미있다기보다는 교훈적인 이야기가 많다고 할까요? 이렇게 편하게 글을 써 버리면 동양편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무너지게 될까봐 선뜻 요렇게 못 쓰겠더라구요. 전설이니까 조금 편안하게 다가가도 좋겠지만 책들도 사람처럼 개성이 다양한 만큼 접근방법을 달리 해보면 좋을 것 같았어요. 그게 이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겠어요? 냐하.
 
어렸을 때 제가 읽은 이야기 중 대부분은 '공주와 왕자' 이야기였습니다. 네, 맞아요. 공주와 왕자가 만나서 행복한 사랑을 하든 슬픈 사랑을 하든 어린 여자아이에게 공주와 왕자 이야기가 빠질 수는 없죠. 그 공주와 왕자 이야기가 변형되서 만들어진 것이 우리나라의 콩쥐팥쥐, 춘향전, 심청전, 뭐 이런 거 아닐까요. 하.지.만. 한복보다는 레이스가 주렁주렁 달린 드레스를 입고 금발을 휘날리며 멋진 미소를 짓는 왕자와 공주에 더 익숙해져 있던 저는 사실 우리나라의 전설보다는 안데르센의 동화나 그림형제의 이야기, 어린이용 오페라를 더 좋아했답니다. 그래서 이 서양편을 읽는 동안 어린시절이 생각나서 기분이 살짝 이상했어요. 이 나이가 되어서도 요런 내용들을 이렇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웃음도 났죠.
 
동양편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합니다. 혹시 우리나라의 '여인으로 변신한 학' 이야기 아세요? 곤경에 빠진 학을 구해주었더니 학이 여인의 모습으로 찾아와 은인과 알콩달콩 살던 때가 있었대요. 그런데 이 학이 은인에게 자신이 목욕하는 모습을 훔쳐봐서는 안된다고 했는데, 이 남자가 그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여인의 목욕장면을 훔쳐보고 만 거에요. 물론 거기에는 여인이 아니라 학이 한 마리 두둥! 날개를 펄럭이며 목욕을 하고 있었겠죠. 그러자 학이 그 사실을 눈치채고 그 남자를 떠난다는 이야기랍니다. 혹시 저만 아는 건가요? 그런데 이런 비슷한 이야기가 프랑스의 전설 <요정 멜뤼진>과 조금 비슷하더라구요. 영국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백설공주 이야기가 <금나무와 은나무>로, 신데렐라는 <이끼로 만든 옷>으로 전해지고 있답니다.
 
제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서양편에 등장하는 전설 쪽이 동양편보다 조금 더 종류가 다양한 것 같아요. 영웅에 관한 이야기, 동화 속의 이야기, 기사에 관한 이야기, 마법사, 거인, 난쟁이, 요정, 괴물 등 다른 세계의 존재들이 정말 아무렇지 않게 인간과 함께 호흡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떠도는 영혼이나 여러 동물과 관련된 전설도 빼놓을 수 없겠죠. 하지만 그 어떤 다른 존재들이 등장하더라도 제가 가장 무서워하는 이야기는 프랑스에서 전해지는 <푸른 수염> 이야기랍니다. 이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귀족 질 드 레가 실제로 잔악한 행동을 많이 했다니, 그 어떤 꾸며낸 이야기보다 더 무서운 것 같아요. 부르르.
 
그 외에도 <로빈 후드>, <윌리엄 텔>, <트리스탄과 이졸데>, <베오울프> 등 익숙한 이야기들을 많이 만나실 수 있을 거에요. 사실 제가 어렸을 때 읽은 전설보다 양이 조금 적은 것 같기도 하지만 온 나라의 중요 전설 선별작업만 해도 엄청난 작업이었을테니 뭐. 아무튼 상식으로 시리즈는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벌써 출간된 것만 해도 20여권이 넘는 것 같아요. 다음에는 어떤 주제가 상식으로 시리즈에 포함될 지 기다려봐야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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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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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기 전에 가장 많이 걱정하는 점은 '길을 잃으면 어쩌지' 가 아닐까.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상품이라면 그런 걱정은 조금 덜 하겠지만 내 입맛에 딱 맞는 상품을 찾기 어렵다면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먹고 싶은 것을 행복하게 먹고 싶은 일정을 계획할 것이다. 그런데 참, 계획은 세우고 꿈에는 부풀어 있으나 막상 떠나려 하면 자꾸 안주하고 싶어지는 마음은 어디서 샘솟는 것인지. 그 안주하고 싶어지는 마음 밑바닥에 깔린 것은 불안이다. 낯선 나라에 가서 험한 일이 생기면 어쩌나, 혹시라도 길을 잃어 국제미아라도 되면 어쩌나. 벌어지지도 않은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하는 내 자신이 정말 싫지만, 어쩌나. 이리 태어난 것을. 흑.
 
나는 완전히 계획적인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벽히 무계획적인 사람도 아니다. 다만,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을 때 가끔 패닉상태가 되곤 하는데 아마도 임기응변이 부족한 탓일 게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보다 착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낯선 곳에서는 특히, 국내에서도, 색안경이 씌워지곤 하는 나에게 혼자 떠난다는 것, 길을 잃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데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라니! 나에게는 공포스러운(?)일이 이 작가에게는 행복한 경험이었나 보다.
 
평범한 여행 에세이는 아니다. 어디가 좋다, 어디의 음식이 맛깔스럽다가 아닌 그 도시에서 만난 건축과 미술, 온갖 예술작품들에 대한 작가의 단상이 페이지를 메꾸고 있다. 그것이 이 책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여기 한국이 아니라 그 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매력들이 알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책의 제목과 어울리는 에피소드들이었다. 무심코 들어간 골목에서 발견한 맛집, 열흘 넘게 속옷을 세탁하지 못하는 생활, 비누 없는 빨래, 기차에서 만난 독일 여배우.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요리조리 보고 돌아다니는 것을 즐기지 못했다면 찾아낼 수 없었을 소소한 행복들이 부러웠다.
 
1부에는 여행과 관련된 글들이, 2부에는 문학, 미술, 영화 등 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실려 있었는데 2부의 내용은 조금 어려웠고 낯설었다.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리감도 있었고, 어려운 내용을 쉽게 이해시켜 주는 글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 보다는 1부의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었는데, 우스운 것은 나는 왠지 이 작가가 아기같고 공주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돌기둥을 배경으로 여신이 되고 싶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고, 모델을 제안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진작가에게 내가 당신의 모델이 되겠으니 알아서 자신을 입히고 분장시키라고 부탁하는 모습에서는 어린아이같은 천진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 깊이 있는 여행서는 아니지만 작가에 대해, 그가 어떤 여행을 하고 다녔는지에 대해서는 알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떠나기 전 오래 비울 집을 청소하고 싱크대를 소독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늘 여행 앞에서 망설이는 내가 보이기도 했다. 그녀가 여행을 통해 한나라는 독일 여배우를 만나고 생각지 못한 행복을 얻었던 것처럼 '여행은 계획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구나, 완벽하지 못한 여행도 있을 수 있구나'를 느끼게 된 것이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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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처럼 나비처럼 1
야설록 지음 / 형설라이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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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하면 '조선의 마지막 국모, 흥선대원군에 대항한 여인, 일본 낭인들에게 무참히 시해당하고 정치적 평가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왕비' 라는 수식어를 흔히 떠올린다. 고등학교 때 도서관에서 빌려 본 [나는 조선의 국모다] 라는 책에서도 민비 민자영은 대차고 강인한 성품으로 그려져 있었고, 국사시간에는 그녀가 조선을 위해 이루려고 했던 업적보다도 일본인들에게 시해되었다는 사실이 유독 강조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역사적인 인물에게서 그들의 사생활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그들의 단면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온 생애를 우리가 전부 알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실제이든 허구이든 역사소설의 재미는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 약간은 다른 감정으로 그들을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조선의 국모가 아니라 한 여인으로서 한 남자를 사랑했던 민자영의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천주교도 박해, 흥선대원군의 집권과 경복궁 재건 사업, 민비의 간택과 대원군과의 대립, 을미사변까지 굵직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무명'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천주교 박해로 인해 어머니를 잃고 혹독한 생을 살아왔던 무명이 신들린 듯 사람을 베어 죽이던 인생에서 벗어나 자영을 지키기 위해 또다시 험난한 삶 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서로를 알아보고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그 사람의 얼굴을 떨쳐내기 위해 노력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낯간지러움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차분하게 그려져 있다. 드러내놓고 사랑을 갈구할 수 없었던 시대적 특성과 신분의 차이로 인한 두꺼운 벽을 반영했기 때문이겠지만 오히려 은은하면서도 서정적인 감정이 더 열정적으로 다가온다. 

이 책에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무명으로 인해 여러 번 등장하는 결투 장면이다. 흥선대원군의 심복인 이뇌전과의 숙명적인 대결, 큰 부상을 입은 후 한층 성장한 검술 실력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는데, 그런 장면들의 묘사가 약간 과장되었다 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또 그것대로 약간 판타지적인 느낌이 살아있어 마치 한 편의 무술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하늘에는 달이 둥실 떠 있고, 그 달과 바람을 가르며 뛰어오르는 무명과 이뇌전-이라는 영상이 이 책의 분위기를 한층 고풍스럽게 만들어준다고 해야 할까. 물론 피와 살이 튀는 장면은 제외하고. 

실제로 존재했는지 아닌지 모를 무명이라는 인물과 민자영의 사랑이 주제인만큼 정치적인 상황이나 배경에 대한 설명이 미약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런 요소들도 적절히 안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민비의 이야기를 할 때 국내외 정세를 제외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명의 입장에 너무 큰 비중을 둔 점이라 할까. 어느 쪽을 선택하든 글쓰기는 쉽지 않았을테니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민비의 이야기보다 무명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이것은 둘의 사랑이야기가 아닌 무명의 일대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했다. 

조승우와 수애가 주연을 맡은 영화의 선전을 보고 이런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는 했지만 어쩐지 영화보다 책이 더 멋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검술을 겨루는 긴장감과 각 인물들의 심리도, 민자영과 무명의 애틋한 감정도 글이 더 섬세하게 나타냈을 테니까. 와인과 초콜릿을 즐겼다던 조선의 마지막 여인과 그녀를 목숨처럼 사랑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가 순식간에 밤을 지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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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전설 : 동양편
아침나무 지음 / 삼양미디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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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접했던 책은 '전래동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버지를 위해 몸을 던진 효녀 심청이가 나오고, 호랑이를 피해 하늘로 올라가 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있으며, 두꺼비가 뚫린 구멍을 막아주어 고약한 새엄마가 요구한 일들을 모두 해낼 수 있었던 콩쥐가 나왔던 전래동화 전집을 나는 무척 좋아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도 작은 책장 가득 꽂혀있던 그 전집들이 나의 행복이었고 나의 자랑이었다. 뭐,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스스로 글자를 깨우쳤으며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 홀로 일어나 책을 읽었다니 어쩌면 소위 말하는 그런 신동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에헴.
 
하지만 그 때의 나도 지금의 나처럼 단지 '이야기'를 좋아했었던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한 권 한 권 펼칠 때마다 매번 새로운 세계 속으로 떠날 수 있었던 책 속의 세상을 동경했기 때문이라고. 이제는 전설이나 전래동화보다 더 깊고 환상적인 세계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졌지만, 그래도 아직은 그 때 읽었던 백두산 천지 전설, 금강산 설화 등 옛날부터 전해오는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은 여전하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옛날 이야기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 매해 여름이면 <전설의 고향> 이 방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상식시리즈에서 나온 [세계의 전설 : 동양편]에는 우리나라의 전설 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일본, 몽골, 동남아시아 나라들, 이집트와 아라비아, 아프리카의 전설이 다양하게 실려있다. 냉철하게 생각하면 도저히 실현가능성이 없는 용왕의 딸과 결혼했다는 이야기, 구미호가 사람으로 변신해 해코지를 하거나 사람과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는 이야기, <전설의 고향>에 등장할 것 같은 억울한 원혼의 이야기 등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흥미롭게 느껴지는 전설들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다른 나라의 다른 전설이지만 공통된 점이 보인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몽골의 전설 부분에서도 보여지고, 견우와 직녀 이야기가 일본의 전설 부분에서 보여진다. 또한 어쩐지 [무영탑]을 생각나게 하는 양산백과 축영대의 이야기와 여우가 낳은 영웅 강감찬과 여우의 아들로 태어난 유명한 일본의 주술사 아베노 세이메이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데, 몽골과 중국, 일본과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비슷한 이야기가 각국에 어울리는 형태로 전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있던 이야기는 익숙함으로 몰랐던 이야기는 신비로움으로 다가왔는데 그 중에서도 마음에 와 닿은 것은 그래도 우리나라의 전설이었다. 다른 나라의 이야기가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전설'이라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우리나라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용왕의 딸과 결혼한 의인, 원혼의 억울함을 풀어준 지혜로운 사람, 여왕을 사랑한 마음이 불길로 변해버린 남자, 어린 시절 그렇게도 무서워했던 달걀귀신 이야기 등은 갖가지 전설을 나눴을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 마음이 푸근해진다.
 
우리나라의 전설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의 전설을 집대성했다고 해도 좋을 [상식으로~]의 전설이야기.  [세계의 전설 : 서양편] 에서는 동양편과는 다른 어떤 매력으로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줄 지 궁금하다. [상식으로~] 시리즈. 음. 역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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