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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 - 내가 뉴스를, 뉴스가 나를 말하다
김주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빈틈없는 이목구비, 빛나는 눈,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냉철함, 그리고 중성적인 보이스. 김주하 아나운서에 대한 내 인상은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아나운서들에 대한 이미지야 크게 차이나는 것은 아니지만, 김주하 아나운서에게 찾아 볼 수 없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엉뚱하지만 가끔은 그녀가 혹시 인조인간이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다.
그가 쓴 '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는 '내가 뉴스를, 뉴스가 나를 말한다'에서 알 수 있듯, 방송생활을 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와 감상을 묶은 다큐에세이다. 만약 성공한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의 인생을 단순히 나열하기만 했다면, 오히려 그녀와 정반대되는 이미지로 괴리감을 느꼈을 것이다. '김주하'하면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뉴스. 그 뒷면의 모습이 생생하게 적혀 있다. 그리고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도 느껴볼 수 있다.
-그래서 나같이 아무것도 없는, 하지만 무언가 간절히 바라는 이들에게 말한다. 진정 원하는 것이 있다면 끝까지 노력하라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만큼 노력해 보라고.-
흔히 성공한 사람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어디에 무슨 복을 타고났냐고'. 김주하 아나운서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예쁜 얼굴, 중성적인 목소리, 야무진 방송진행. 무엇 하나 꼬집을 것 없는 장점만 가지고 태어난 사람 같았다. 하지만 누구나 말을 하듯 노력 없이 진행되는 일은 없다. 그녀 또한 엄청난 열정과 에너지로 방송사에 입사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것 뿐이었다. 물론 운도 우리 인생에서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요소지만, 김주하 아나운서가 앵커가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책을 보며 깨달은 순간, 단순히 그녀를 부러워하기만 했던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나는 내가 얻기 위해 노력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 힘들지만, 남이 얻은 것은 그냥 공으로 얻은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진정 원하는 것이 있다면 끝까지 노력하라는 글귀가 나를 나무라는 것 같았다.
-삭막한 내용만 뉴스가 아니다-
뉴스를 차지하는 내용의 대부분은 사건, 사고다. 누군가의 선행, 가슴 따뜻하게 하는 기사는 아마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동물을 좋아한다는 김주하 아나운서는 도심속 황조롱이를 취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삭막한 내용만 뉴스가 아니다'라고. 기자로도 활동하는 그녀가 현장을 직접 취재하면서 얼마나 많은 어려움과 아픔을 느꼈는지도 책 곳곳에 드러나 있다. 그리고 그러한 느낌이 그녀를 더욱 인간적이게 보이게 한다. 드라마나 방송에서 그려지는 기자의 모습은 내 눈에 그다지 인간적이지 않다. 아무리 일이라고는 해도 시도때도 없이 마이크를 들이밀며 취재를 하는 그네들을 보면, '참, 저러고 싶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김일병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그의 집에 쳐들어가 어린 동생에게 마이크를 들이밀며 취재했다고 하는 이야기는 정말 경악하게 할 정도였다. 특종이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어느 정도 인간적인 면은 지켜주길 바랐기 때문에 김주하 아나운서의 저 말은 참 반가웠다. 사건, 사고, 특종만을 노리는 뉴스나 기자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해줄 수 있는 기자겸 아나운서가 되어 주길 바란다.
책에는 그녀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손석희 아나운서에게 호되게 교육을 받은 이야기, 엄기영 아나운서의 약간 코믹한 모습, 방송생활의 급박함이 생생하게 잘 그려져 있다.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살아있고, 뒤에 실은 실제 방송내용은 더욱 현장감을 전해준다. 왠지 딱딱한, 유리 상자 속의 인간미 없게 느껴지던 세계가 마치 내 세계인양 가슴이 뛴다. 화려하게만 비춰지던 생활에도 어려움은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김주하 아나운서는 참 빛나는 사람이다. 그녀가 차지하는 사회적 위치, 그리스 여신 같은 그녀의 외모 때문이 아니다. 항상 도전하는 열정을 가지고, 인간적이며, 어려움 속에 있을 때 더 유쾌해지는 사람. 그녀의 따뜻함이 앞으로의 뉴스 속에서 더 빛을 발하길 희망해본다.
(여담이지만, 김주하 아나운서가 내 고등학교 선배란다! 책에서 이 사실을 발견하고 얼마나 가슴이 뿌듯해지던지. 어쩔 수 없이 나도 학연에 집착하는 사람이었던가 싶지만, 뭐 어떤가. 상대가 김주하 아나운서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