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집, 여성 - 여성 고딕 작가 작품선
엘리자베스 개스켈 외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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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작가들의 작품에서 어쩌면 대부분 희생양이자 공포의 먹잇감으로만 그려졌을 여성들. 그 여성들이 주체적인 역할로 등장하는 작품들이 여기 있다. 고딕 소설과 페미니즘적 요소가 결합된 매력적인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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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클 사일러스
조셉 셰리던 르 파누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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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의 초자연적인 현상보다 인물의 내면에 집중한 이야기라니 더 흥미롭다. 여기에 범죄소설과 전래동화 플롯을 가미한 이야기라니, 이보다 매력적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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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에서 1년 살기 - 소설처럼 읽는 고대 그리스 생활사
필립 마티작 지음, 우진하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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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학창시절 학업에 치여 잘 몰랐을 뿐, 역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재미있는 이야기다. 우리 시대 이전의 사람들은 어떻게 농사를 지었고, 어떻게 다른 나라와 교류했고, 무엇을 먹었고, 어떻게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일구었는지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 다만, 지금과는 말과 글이 조금 달랐던 탓에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것일 뿐. 하지만 그럼에도 일반 사람들조차 흥미를 갖게 하는 이야기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그리스나 로마의 역사다. 어릴 적 신화로부터 시작해 경이로움과 존경을 품고 접했던 이야기에, 이제 실제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구성된 책이 바로 [고대 그리스에서 1년 살기 ; 필립 마티작 저]다. 

 

배경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정복 전쟁이 끝나고 약 100년 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올림피아 제전 중 132회 올림피아 제전이 끝난 지 3년이 지난 해이자, 133회 올림피아 제전을 1년 앞둔 때. 이 133회 올림피아 제전을 중심으로, 상황은 각기 다르지만 하나의 시절을 공유한 8명의 그리스 사람-농부, 외교관, 건축가, 달리기 선수, 상인, 어린 신부, 노예(도망자), 리라 연주자-이 등장한다. 그들은 물론 허구의 인물들이지만 그들의 삶은 완전히 허구적이지만은 않다. 다양한 고고학적 발견의 도움을 받아 묘사된 그들의 삶을 통해,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농사를 지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국가의 정치적 고민은 무엇이었는지, 올림피아 제전을 앞두고 어떤 건물 짓기를 고민했는지, 결혼은 어떻게 치러졌으며 노예에 대한 대우는 어떠했는지 등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개인으로 등장하지만 후에는 결국 누군가와는 연을 맺게 되는 사람들 속에서 정말 한 편의 소설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노예 소녀였다. 마케도니아 동쪽 스트루마 강변을 따라 펼쳐져 있던 트라키아의 어느 부족 우두머리의 어린 딸이었던 트라타. 그리스인들의 침략으로 아버지는 죽고, 어머니와도 떨어져 본래 이름도 잃어버린 채 아테네에서 노예로 살아가게 된다. 그녀의 쇄골에서 목선에는 말 문신이 새겨져 있는데, 한때 긍지와 자부심의 상징이었던 그것은 이제 야만인을 나타내는 표식에 지나지 않는다. 주인의 학대를 못이겨 탈출을 감행한 트라타. 과연 그녀가 다시 잡혀 못된 주인에게 돌아가게 될 것인가, 모험을 통해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인가가 너무 궁금해 그녀의 이야기부터 골라 읽었을 정도다. 

 

관심이 갔던 또 한 명의 인물은 어린 신부. 넷째 딸로 태어나 지참금을 가지고 시집을 가야 했기에 부모님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 터다. 그녀의 이야기는 특히 당시의 결혼 풍습을 엿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는데, 처음 생리를 경험한 소녀들이 아르테미스 신전에서 치르는 의식을 비롯하여 결혼할 때 중요시되는 조건, 혼사가 신부의 의견이 아닌 전적으로 '퀴리오스', 즉 그녀의 합법적인 후견인인 아버지가 결정하게 된다는 것 등도 알 수 있다. 게다가 당시 아테네에서 시민권 없이 장기 적으로 머무르는 외국인들은 '메토이코스'라 불리며 구별되었다는 것 등 한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상황도 알 수 있는 문장들도 많았다. 덧붙이자면 어린 신부 아피아는 농부인 이피타의 아들과 결혼하게 된다. 

 

외교관이 들려주는 당시의 정세와 주어진 임무, 달리기 선수가 우승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과 다가오는 유혹, 리라 연주자가 대회에 나갔다가 씁쓸한 패배를 맛보는 것, 건축가가 올림피아 제전 전에 훌륭한 건물을 짓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들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해야 자신이 맡은 일을 멋지게 해낼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잘 살아갈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허구의 이야기지만 생생한 삶의 현장에서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와 다양한 목소리들. 중간중간 삽입된 역사적 정보들은 그래서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사람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용어들이므로. 

 

우리의 이야기도 언젠가 그들의 이야기처럼 후세에게 전해지는 날이 올까. 미래의 아이들도 이렇게 글을 통해 우리의 삶이 어땠는지 들여다보게 될 날을 상상하니, 어쩐지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하나로 이어진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싶어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 어느 때보다 사실처럼 여겨졌던 고대 그리스의 1년. 그리스 역사에 흥미를 가지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부터 시작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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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사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2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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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레 드 발자크의 소설, 그것도 정치소설이자 역사소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작품!! 그 시간들 속에서 작가가 주목한 점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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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다비드 디옵 지음, 목수정 옮김 / 희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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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식민지로서 독일과의 전쟁에 참전한 세네갈의 청년 알파 니아이. 그는 친구 마뎀바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를 죽인 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으로 적군을 무자비하게 살해하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결코 전쟁 중 벌어진 어쩔 수 없는 살상이 아니라 살육이라 부를만한 것. 배가 열려 내장을 모두 쏟은 채 죽은 친구의 모습 그대로 한 번에 오직 한 명의 병사만 살육해요. 그러고는 죽은 병사의 손을 잘라 자신의 참호로 되돌아오죠. 아군들은 처음에는 그런 그의 모습을 용맹하고 대단하다며 칭송하지만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자 그를 악마, 마법사라 부르며 두려워하기 시작합니다.

 

작품은 마치 한편의 시처럼, 혹은 고대시대의 노래처럼 그렇게 흘러가고, 그 안에는 니아이의 절망과 분노가 가득 담겨 있어요. 그런 내용들이 차라리 울분에 찬 절규처럼 들렸다면 좀 덜 무서웠을텐데, 마치 그가 바로 옆에서 나직하게 읊조리는 듯한 기분이 들어 몸서리가 처졌습니다. 그의 목소리를 후회로 가득 차 있어요. 고통스러워하는 마뎀바가 자신을 죽여달라 간청했을 때 어째서 그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는지, 어째서 그의 토템을 놀림거리로 삼아 마뎀바가 전투에서 맨 앞에서 달려나가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자책과 후회를 못이기고 결국 잔인한 악마처럼 변해버린 니아이는 그런 자신의 모습조차 덤덤하게 바라보는 듯 합니다.

 

개인으로는 알파 니아이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시대적으로는 제국주의로 인해 벌어진 전쟁의 참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자신의 조국이 식민지가 된 것만으로도 서러운데 침략국인 프랑스를 위해 나가서 싸워야 하다니요. 게다가 충격적인 것은 도망치려는 병사들을 응징하는 아르망 대위의 모습이었습니다. 두 손을 묶은 상태로 참호 밖으로 달려나가 스스로 죽게 만드는 모습은 과연 니아이가 악마인지 그가 악마인지 우열을 가리고 싶어질 정도였습니다. 결국 사랑하는 가족과 전쟁 연금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병사들을 보면서, 전쟁으로 인해 인간이 얼마나 무자비해질 수 있는지, 생명의 가치가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는지 참담한 심정을 느꼈습니다.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는 2021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입니다. 이 상의 성격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작품 속에 끌려들어가는 흡입력, 시같은 언어, 작품 속 메시지들을 생각하다보면 무슨 상이라도 받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도 그의 목소리가 가슴에 울리는 것 같습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희담>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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