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너에게 보낼게 - 생의 마지막 순간, 영혼에 새겨진 가장 찬란한 사랑 이야기
하세가와 카오리 지음, 김진환 옮김 / 서사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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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게 되는 걸까. 이 생의 끝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떠올려본 적이 있을 겁니다. 죽음 뒤에 찾아오는 것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두려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같은 것은 타인이나 책을 통해 익힐 수 있는 것들이에요. 하지만 오직 하나, 죽음만은 그 누구로부터도 가르침을 얻지 못합니다. 죽은 사람은 이 세상에 속한 존재가 아니게 되므로. 한 번 떠나버리면 그것으로 더는 접촉할 수 없게 되니까. 그래서인지 더욱, 죽음과 관련된 소재에 사람들은 끌리게 되는 것일지도 몰라요. 이런 저런 이야기들 속에서 이왕이면 아름다운 희망을 발견해 그 용기로 죽음과 마주하고 싶어서.

 

그렇다면 우리의 영혼은 무슨 색일까요. 영혼에게도 무게가 있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색채라니,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여기 사신은 각기 다른 색을 가진 혼의 조각을 얻어 물감을 만들고 그림을 그립니다. 비록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역마인 찰스와 함께 임무가 떨어지면 죽음을 맞은 사람의 혼을 저승으로 인도하고, 그 혼의 조각을 약간 받는 것이죠. 각각의 영혼에 새겨진 기억들. 마지막 순간 인간들이 떠올리는 기억은 과연 무엇일까요.

 

안타까운 고독사, 한순간에 벌어진 사고사, 절망이자 희망으로 선택한 자살, 죽음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 한 곳을 떠도는 혼, 그리고 살인. 사신이 만나는 죽음 사이사이에 그의 과거가 드러납니다. 현재에서는 괴물이자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인 '잭 더 리퍼' 소재를 활용해 사신의 정체에 궁금증을 심어두었는데요,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다른 독자님들 더 궁금하시라고 사신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해야 할 것 같드아!! 너무 길게 이야기하면 입이 안 멈출 것 같아요!! 다만, 사신과 사역마의 관계에 대해 깜짝 놀랐다는 것, 전하지 못한 마음이 너무 가슴 아파서 코끝이 시큰해졌다는 것만 말씀드릴게요. 아무리 잔인한 인간이라도 사랑으로 구원받을 수 있는 마음 한 자락은 남겨두었으면 한다는 바람도요.

 

처음에는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가벼운 슬픈(?) 소설인 줄 알았는데, 읽다보니 판타지 같기도 하고 예전에 한때 좋아했던 서양풍 미스터리 같아 점점 빠져들어 읽었습니다. 특히 시처럼 아름다운 묘사들, 책에 등장하는 책들을 통해 전해져오는 매력이 큽니다. 게다가 누구에게나 존재할 두 번째 기회, 그 기회가 인간 뿐만 아니라 사신에게도 있다는 것이 독특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두 번째 기회가 있을 거라고 해도, 우리 지금을 소중히 여기면서 살아요. 끝내 전하지 못한 마음으로 안타까움만 남기지 말고, 죽음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현실 속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강구하면서. 매 순간을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채워보아요. 비록 앞은 보이지 않았지만 자신은 행복하다고 했던 '우노하라 세이라' 처럼요. 사신은 죽은 이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지만, 이 작가님은 인간의 삶을 응원하고 있다는, 그런 기분이 강하게 듭니다!

 

** <서사원>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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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고 싶어! 김영진 그림책 16
김영진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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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집에서 아이들이 반복해서 읽어달라고 조르는 그림책 중에 바로 이 <김영진 그림책> 시리즈가 있습니다. 첫째 아이가 6세이던 작년부터 읽어주기 시작했는데요, 작년에는 6세 첫째와 4세 둘째에게 모두 글밥이 많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처음 아이들이 이 책을 읽어달라고 골라왔을 때는 듣다가 중간에 포기하면 어쩌나 내심 걱정도 했었는데, 생각 외로 집중해서 너무나 잘 듣는 겁니다! 그로부터 며칠을 '김영진 월드'에 빠져 살았었는데, 어른인 제가 읽어도 무척 재미나고 가슴 뭉클한 내용들이 참 많아서 함께 즐겁게 읽고 있어요. 특히 워킹맘이신 엄마들과 회사 일로 바빠 아이들과 얼굴 마주 할 시간이 적은 아빠들이 읽으면 참 좋은 책으로는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와 [아빠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를 꼭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10여 권 정도는 한꺼번에 구입했고 그 이후로는 야금야금 모으고 있는 이 시리즈의 신간 [게임 하고 싶어!]가 출간되었습니다. 제목을 보자마자 저는 '이거다!' 싶었어요. 요즘 아이들이 게임에 눈을 떠서 말이쥬. 저는 게임을 접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싶었는데, 첫째 친구 중에는 이미 게임을 시작한 아이들이 꽤 있더라고요. 그 친구들의 말을 듣고 와서는 '엄마, 나도 게임 해보고 싶어'라고 말을 꺼내는 첫째에게, 옆지기가 입문을 시켜주었습니다아아!! 덩달아 두찌도 같이요. 저희 아이들이 하는 게임이래봤자 소방차로 불 끄기 위해 손가락에 힘주어 갖다대기, 색칠하기, 미로 찾기 같은 것들이지만 한 번 재미를 붙이면 또 빠져나오기 힘든 것이 게임의 세계 아니겠습니까. 자주도 아니고 2-3주에 한 번 하는 게임을 마무리할 때마다 전쟁인데, 마침 김영진님의 책을 보고 어떻게 이 난관(?)을 그려내셨을 지 궁금했어요.

 


 

책은 어느 정도 읽어야 재미있지만 게임은 처음부터 재미있다, 엄마 아빠는 가끔 칭찬해주지만 게임 속에서는 계속 칭찬과 선물이 쏟아져서 좋다는 그린이의 말을 보고 초반부터 웃음이 터졌어요. 안쓰러움도 느껴졌고요. 나는 요즘 아이들을 자주 칭찬해주나? 하는 생각도 들면서 말이에요. 아무리 엄마가 맛있는 젤리를 많이 사줘도, 엄마랑 게임 좀 덜 하기로 약속을 해도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그린이의 머릿속은 온통 게임으로 가득합니다. 결국 부모님이 거실에서 TV를 보는 동안 몰래 게임을 하던 그린이는!!

 


 

들켜서 키보드를 빼앗기고 이렇게 폭풍처럼 눈물을 쏟아내게 되죠. 저 모습을 보니 게임을 끌 시간이 다 됐다고 할 때마다 울음을 터뜨리는 저희집 둘째가 생각나서 저는 한참을 웃었네요. 지금은 울면서 안 끈다고 난리를 치지만, 조금만 더 커서 머리가 커지면 아예 방문을 닫으려나 싶어 한숨도 나오더라고요. 옆지기는 못하게 하면 나중에 더 한다고, 오히려 질릴 때까지 시켜버리자고 하는데 제 마음은 '이게 말이야 방구야!!'. 이런 심정입니다.

 


 

매일 엄마에게 혼나는 그린이가 안쓰러웠는지 아빠가 중재에 나서면서, 고모집에서 텔레비전에 연결하는 게임기를 빌려왔어요. 시간을 정해서 아빠랑만 하기로 약속도 했지요. 그런데 이런! 오히려 아빠가 더 신나서 게임을 하기 시작하고, 게임을 안 하던 그린이의 형 미르까지 세부자가 아주 신바람이 났습니다. 결국 떨어진 엄마의 불호령!!

 


 

게임을 못하게 된 세부자가 선택한 것은 밖에 나가서 하는 진짜 축구였습니다. 게임 화면으로 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운동하면서 땀을 흘리는 것도 기분이 좋다는 것을, 그린이도 이제는 깨달았으려나요.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밝혀진 엄마의 비밀!! 세상에나 마상에나!!

 

게임에 빠진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고민과 한숨을 저도 자주 듣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중에 우리 아이들도 그러면 어쩌나' 걱정이 들어요. 게임이 재미있다는 것을 저라고 왜 모르겠습니까. 다만, 어른들도 게임중독이 되는 마당에 어린 아이들이 너무 자극적인 게임으로 일찍부터 몰두하게 될까 봐 걱정스러운 거죠. 아직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먼 미래의 일이라며 저 한쪽으로 치워두고 싶지만 요즘 아이들은 뭐든 참 빨리 배우니까요.

 

그런 엄마의 걱정과 게임이 너무나도 하고 싶은 아이의 마음, 중재에 나선 아빠가 오히려 더 열성적이 되어 결국 밖에서 운동을 하게 되는 이야기들이 유쾌하고도 현실감있게 그려져 있습니다. 지금이야 아이들과 '역시 이 작가님 그림책 재미있다 그치?' 하면서 읽어주고 있지만, 아이들이 게임에 과몰입하게 될 때마다, 그리고 수시로 함께 읽고 싶은 책이에요!! 게임 대신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를 찾아내는 것도 게임에만 빠지지 않는 좋은 방법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다음 이야기는 무슨 주제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 <길벗어린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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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읽기 독립 로드맵 - 6-7세에 시작 초등에 완성
이설희 지음 / 사람in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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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과 함께라면 아이와의 영어 읽기도 두렵지 않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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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읽기 독립 로드맵 - 6-7세에 시작 초등에 완성
이설희 지음 / 사람in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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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하고 나니 아이들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어느 날은 아무것도 못하고 씻기고 밥 먹이고 바로 재우기도 했어요. 물론 중간중간 아이들끼리의 소소한 놀이 시간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언급한 '무언가'에는 각종 이런 저런 활동들이 들어 있었죠. 가베, 워크북, 여러 가지 교구 활동. 그런 활동들을 휴직 때처럼 하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저도 체력이 따라주지 않더라고요. 지금 그나마 규칙적으로 하고 있는 활동은 한글 그림책 읽기, 영어 그림책 읽기, 영어 영상 보기, 영어 노래 듣기 정도인데요, 사실 영어와 관련된 것들 중 영어 그림책 읽기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영어 영상은 보통 저녁 식사 시간에 틀어주는데, 그렇지 않으면 영어 듣기 2시간(나름대로 정한 시간) 의 시간을 충족시키기가 힘들더라고요.

 

세 살 즈음 영어 거부 현상을 보였던 첫째 아이는 코로나로 저와 함께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거부감이 사라졌어요. 그 때 인터넷으로 영어 플젝에 참여하면서 하루 종일 바바파파 관련 음원을 주구장창 들었는데, 그게 좋았나 봐요. 지금은 영어 영상도 곧잘 보고, 책도 보고, 유치원에서 파닉스도 배우고 있고, 인터넷 프로그램도 신청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발화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고, 혼자 영어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이 정도로도 무척 만족해요. 어쨌거나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요. 다만, 제가 영어 그림책을 읽는 비중이 줄어들어서 그 점이 좀 걸립니다. 이 글을 쓰다보니, 다시 영어 그림책 열심히 읽어줘야겠다는 다짐이 싹트네요!

 

아이가 빨리 영어책을 홀로 읽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늘 리딩에 대한 교육서는 읽어왔어요. 하지만 전체적인 영어 교육 안에서 하나의 파트로 다룬 '읽기 방법'이었을 뿐, [영어 읽기 독립 로드맵]이라는 제목이 걸린 책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마음이 급하지는 않지만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하나 궁금하기도 하고, 정작 필요할 때 허둥대고 싶지 않아서 준비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요, '읽기 독립'에 있어 체계적으로 제시해주는 방법들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어 읽기 4단계 로드맵'이 제시되어 있는데, 그 전에 우리 엄마들에게 장착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꾸준히 진행할 수 있는 의지입니다. 이것은 어느 책에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해요. 여기에 단계별 팁을 알려주면서 어떤 식으로 진행해야 할 지 정리되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추천 그림책 목록과 영어 인풋을 위해 유용한 사이트와 방법 등도 나와 있는데요, 제가 인상깊게 본 부분은 <자연스럽게 '말하기'를 이끌어내는 방법> 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저도 아이의 아웃풋이 기대는 되니까요. 다행히(?) 저자가 가지고 있는 책이 저희집에도 있어서 묵은지가 되어 있는 책들을 이제는 꺼내봐야겠다며 다시 의지를 불태워봅니다.

 

중고등학교 때 국어와 영어가 끔찍이 싫어 공대에 갔지만 쌍둥이의 엄마가 되어 고군분투 했다는 저자. 그래서인지 더 눈이 가고 마음이 가는 책인 것 같습니다. 원래 잘했던 사람이 아니라 힘들었던 사람이 아이들을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니까요. 복직을 핑계 삼아 조금은 게을러졌던 저의 행동을 반성하면서 새로운 마음으로 저도 다시 시작해봐야겠어요!!

 

**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사람in>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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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미의 가족 상담소 - 모르면 오해하기 쉽고, 알면 사랑하기 쉽다
박상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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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라면 그저 스쳐지나갔을 책에 눈길이 머문 것은 현재 내 상황과 맞물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이라는 존재 때문에 이렇게나 힘들고 지칠 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내가 지금 느끼는 분노나 서운함은 현재 상황 때문만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내 마음 속 해결되지 못한 어떤 문제, 요즘 흔히 '내면아이'라 부르는 나의 마음 속 상처가 곪고 곪다가 터져버린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 것은 사실 아주 오래 전부터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관계를 이어가는 것조차 거부하고 싶어지는 것은 아닐까. 주변에서 아무리 뭐라 한다 해도 내가 편한 쪽으로 선택하고 싶어지는 이 마음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여기에 또 하나, 이번 기회에 이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고 마음 먹은 이유는, 아이들을 혼내거나 잔소리를 할 때 내가 싫어했던 엄마의 말투나 언어를 내 자신에게서 고스란히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엄마의 그런 언행으로 상처받을 때마다 '내가 엄마가 되면 나는 저렇게 상처주지 말아야지' 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어느 새 싫어했던 엄마의 모습 그대로 내가 아이들을 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자신을 자각했을 때 얼마나 놀라고 당황스러웠는지. 아무리 멈추려고 노력해도 한 번 터진 화가 제어되지 않아 아이들에게 몹쓸 모습을 보여주고마는 나라는 엄마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박상미님의 책 속에서는 가족들에게 상처받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부모, 형제, 남편, 자식으로부터 받은 상처 때문에 슬퍼하고 눈물 흘리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박상미님의 조언 하나하나를 읽다보면 마치 전부 내 이야기 같아서 어느 새 공감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속마음은 그게 아니었는데 표현하는 게 서툴렀던 사람, 아이 키우는 것을 잘 몰라 칭찬보다 혼만 냈던 엄마, 형제들 사이에서 혼자만 희생했던 누군가 .

 

읽다보면 이 가족관계라는 것이 어쩌면 타인과의 관계보다 더 어렵고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그 가운데서 내 마음을 탁 트이게 하는 문장이 있었다.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너무 힘들 땐 형제라도 거리를 두고 좀 멀어져도 됩니다.' 이 한 마디에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그 동안 내 잘못인가, 내가 먼저 사과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고, 남편은 이런 나를 지지해주고는 있으나 부모님조차 내가 먼저 사과하길 원하셔서 우울했었는데 생판 만난 적도 없는 타인의 한 마디에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지금 상태로는 회복하고 싶은 지 어떤지도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 정도만으로 됐다-라는 기분이 든다.

 

상처를 묵혀두면 자유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썩은 우유가 됩니다.

p24

 

나의 마음 속에는 대체 어떤 상처가 있는 것일까.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고 나니 더 알다가도 모를 것 같은 엄마의 마음. 때때로 불쑥 올라오는 상처받은 기억에 여전히 마음을 다치고 있는 나는 무엇을 더듬어봐야 할까. 이왕이면 책을 읽으면서 답을 얻고 싶었지만 사실 명확한 나만의 해답은 얻지 못했다. 하지만 답을 얻지 못했어도 괜찮다. 예전에는 그래도 나는 평범하게 잘 살아왔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받았던 상처를 외면한 적도 많았으니까. 이제는 나의 상처를 내가 먼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분명히 아팠고, 여전히 아프다고. 내가 먼저 인정하고 언젠가 말을 꺼낼 수 있어야 '미안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여전히 마음은 복잡하고 머리는 어지럽지만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와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방법을 열심히 찾아봐야겠다. 어떤 대화를 나누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할 지 항상 고민하고 시간을 들여 찬찬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가족 관계로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꽁꽁 언 마음의 얼음들을 녹일 겸 박상미 선생님의 조언을 들어보면 어떨까. 그 안에 당신이 찾던 답이 들어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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