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집, 여성 - 여성 고딕 작가 작품선
엘리자베스 개스켈 외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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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서가 3종 세트 중 처음으로 읽게 된 책은 [공포, 집, 여성]. 앨리자베스 개스켈, 버넌 리, 루이자 메이 올컷, 메리 셸리의 작품이 실려 있다.

 

그 중에서도 첫 번째 작품은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회색 여인] 인데, 화사하고 아름다웠던 소녀 ‘아나’가 어떤 일을 겪은 후 곱던 생기를 잃은 일화를 다루고 있다. 일단 초반부터 가슴이 답답해져 온 이유는, 아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결혼이 진행되기 때문인데, 아마 그 시대 여인이라면 대부분 그랬겠지만 수동적인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이 한 인간을 얼마나 무력감에 휩싸이게 하는지 작품 안에 여실히 드러나 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와의 결혼에서 사랑을 발견하고 아나가 행복해졌다면 '회색 여인'이 될 리가 없었으리라. 그런데 그녀의 남편인 무슈 드 라 투렐은 의심도 많고, 갑자기 화를 내는가 하면 아나를 향한 질투심이 강한 남자로 묘사되어 있다. 한 미모 하는 남성인 듯 한데 왜 나는 글을 읽을수록 그가 흡혈귀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인가!!

 

아나가 '회색 여인'이 되는 데에는 분명 이 남편이라는 작자가 한몫 할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이 남편이 지닌 비밀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그런데 분위기 너무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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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척
레이철 호킨스 지음, 천화영 옮김 / 모모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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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에 사전정보를 얻을 수 있는 뒷면을 굳이 살펴보지 않고 시작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쩌다 뒷면을 먼저 보았다가, 고전 명작 <제인 에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문구에 기대감이 커졌다. 처음 <제인 에어>를 읽었을 때가 중학교 시절이었던가. 여전히 좋아하는 고전소설로 꼽을만큼 깊은 인상을 받았던 그 이야기를 과연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해하면서,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을 원작 속 인물들과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여자 주인공 '제인'의 매력은 떨어진다고 생각된다. 그다지 아름답지도 않고, 가진 것도 없고, 딱히 현명하거나 똘똘한 구석도 없는 이 제인에게 에디는 왜 끌렸던 것일까. 제인은 과거를 두려워하는 인물이다.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짐작되는 이유는 경찰과의 접촉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그런 그녀가 고급 주택단지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사고로 아내를 잃은 매력적인 남자 에디와 가까워지는 것을 보고 고개가 갸우뚱했다. 설마, 이 남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은 아닌가. 사람을 속이기에는 어딘가 부족해보이는 제인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것은 아닐까.

 

에디를 의심하게 된 것은, 한때는 부인 베와 살았었지만 지금은 제인과 동거하는 에디의 집 어딘가에 '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친구 블랜치와 호숫가 별장에 갔다가 실종된 베. 블랜치는 시체로 발견되었고, 베는 갇혀있는데 심지어 베는 서던 매더스라는 어마어마한 회사의 경영자로 자산이 엄청나다. 이러니 에디를 의심할 수밖에. 당연히 에디가 블랜치와 불륜 관계였든 아니든 베의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살려두었다고 생각했는데, 베의 일기로 보여지는 에디의 행동은 어딘가 석연치가 않다. 이렇게 시작된 베를 향한 의심. 설마 베가??!!

 

술술 읽혀지는 문장 속에서 나는 어쩐지 슬픔을 느꼈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제인이 안타까워서, 분명 내 눈에는 에디가 제인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데 그 사랑을 진실이라고 믿으며 매달리는 제인이 안쓰러워서 마음이 쓰라렸다. 그녀가 결국 원하던 것을 얻게 되었다고 해도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은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작가는 '제인 에어의 마지막 문장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했다. 그런데 너무 오래 전에 읽었기 때문인지 <제인 에어>의 마지막 문장이 뭐였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책장을 뒤져 찾아봐야지. <제인 에어>를 알고 읽어도, 모르고 읽어도 재미있게 빠져들 수 있는 스릴러. 무엇보다 문장이나 상황 설명이 복잡하거나 지루하지 않아서 더 쉽게 쑥쑥 읽을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 출판사 <모모> (스튜디오오드리) 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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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속 문해력 수업 - 과학적 읽기와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EBS 교육인사이트
박제원 지음 / EBS BOOKS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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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문해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의 길잡이가 되어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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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속 문해력 수업 - 과학적 읽기와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EBS 교육인사이트
박제원 지음 / EBS BOOKS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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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EBS에서 <당신의 문해력>이 방송된 이후 '문해력'에 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두 아들을 키우고 있고, 아이들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저도 이 대열에서 빠질 수 없었어요. 문해력이 대체 뭘까, 어떻게 해야 문해력을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이런 저런 책을 찾아 읽기도 하고 방송도 보고, 문해력을 키우는 데 좋다고 소문이 난 그림책을 사서 아이들에게 읽어주기도 했어요. 하지만 정확한 길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기분이 들었을 때, 얼마 전 읽은 [EBS 문해력 유치원]은 저에게 큰 길잡이가 되어주었죠. 유치원을 다니는 우리 아이들은 이 책을 교과서 삼아 진행해본다고 해도, 그렇다면 현장에 있는 아이들은 어떻게 지원을 해줘야 하나라는 고민에는 이 [학교 속 문해력 수업]이 답을 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부족한 것은 '어휘'였어요. 우리가 접하는 글은 한글로 쓰여있기는 하지만 어휘 안에는 한자어가 많이 쓰이는 데 반해, 교육 현장에서 한자 교육이 일관성 있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만나는 아이들에게도 물어보니 중학교 때 1년 반짝 한자수업을 들었을 뿐, 고등학교에 진학한 현재 뿐만 아니라 3년 동안 한자 교육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이예요. 한자가 선택교과이기 때문에 선택한 학생들이 없으면 수업이 개설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다보니 학교에 한자 교사가 있는 곳도 드물고, 아이들의 어휘력은 떨어지고, 어휘력이 떨어지니 글을 읽고 추론하는 능력도 당연히 갖춰지기가 힘듭니다.

 

전 국어교사는 아니지만 아이들의 문해력을 키워주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고 있었어요. 이 책을 쓰신 저자 박제원님도 사회 교사시더라고요. 국어 교사가 아니더라도 논술과 문해력 교육을 해오신 이력을 보니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이 책은 일단 뇌과학에 기반을 두고 문해력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쓰여진 책입니다. 뇌과학자들은 독서는 눈으로 글을 읽는 활동이 아니라 뇌의 사고 활동이며 문해력은 뇌에 정보를 입력할 때 조직화하는 부호화 능력과 뇌에서 정보를 자주 인출하는 횟수에 띠라 그 수준이 정해진다고 말한다고 해요. 그래서 저자는 '어떻게 해야 뇌가 독서에 관심을 보이며, 뇌의 인지 부담을 줄일 수 있을까?'를 알아야만 실제로 문해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1장에서는 문해력에 대한 문제 제기와 문해력이 왜 삶에 필요한가에 대해, 2장에서는 뇌의 구조와 작용을 설명하고 뇌 기반 독서법으로 책을 읽어야 하는 당위성을, 3장에서 5장에서는 아이에게 책을 읽으려는 마음이 들게 하고 뇌과학에 따라 책을 읽을 때 글이 이해되는 과정을, 6-7장은 비판적 사고를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6-7장에는 글을 정확하고 빠르게 독해할 수 있는 훈련방법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는데요, 현장에서의 활용법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만큼 고등학교 학생에게 도움이 될 내용들이라 더 흥미로웠어요.

 


 

 

얼마 전 '심심한 사과'라는 단어가 핫 이슈로 떠올랐죠. '심심'의 뜻을 몰라서 벌어졌던 해프닝. 하지만 그것을 해프닝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대로 괜찮은가. 마음 속을 차지하고 있던 불안이 이 책으로 조금 해소된 듯한 기분이 듭니다.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보면서 아이들의 문해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해 봐야겠습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EBS BOOKS>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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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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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라고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말했다. '가족'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를 읽을 때마다 생각나는 문장이다. 불행한 가정의 불행은 대체 어디에서부터 비롯되는 걸까, 그 불행을 안지 않으려면 부모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부모가 아무리 노력해도 불행한 가정이 된다면, 그것은 누구의 책임이고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하는 것인가. 이런 저런 생각으로 복잡해진 머리로 읽어내려갔던 [미궁]. 이 작품은 여타 미스터리 작품과는 달리 독자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한다. 마치 미스터리 작품의 철학서 같다고 할까.

 

신견(新見)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주인공은 우연히 사나에라는 여성을 만나 그녀와 관계를 맺는다. 사나에에게는 원래 만나던 남자가 있었는데 어느 날 홀연히 그가 자취를 감췄다는 이야기를 꺼내는 여자. 그리고 신견에게 그 사라진 남자를 사나에가 죽인 것은 아닌지 확인해달라는 탐정이 접근한다. 탐정에게 듣게 되는 사나에의 과거. 22년 전 일가족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아름다운 엄마, 그런 엄마를 감시하는 아빠, 동생을 사춘기의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오빠와 피해다니는 딸. 벽장에서 수면제가 든 주스를 마시고 잠들었던 사나에를 제외하고 모두 살해당했다. 충격적인 것은 312개의 종이학에 묻혀 있었던 엄마의 사체. 과연 22년 전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 사나에는 왜, 무엇을, 여전히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것일까.

 

읽다보면 이 작품이 다른 미스터리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일단 주인공부터 남다르다. 그는 추악하고 더러운 욕망을 가진 자신의 마음에 'R'이라는 이름을 붙여 어딘가에 그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자신은 멀쩡해 보이지만 그 대척점에 R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심지어 신견은 혹시 사나에 가족을 죽인 것이 자신인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되고, '차라리' 자신이 범인이기를 바라는 일그러진 마음까지 품게 된다. 신견 외에도 다른 사람들을 유혹하는 미궁에 빠진 사건.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신견과 사나에 뿐만 아니다. 신견이 추리한 진상조차 그것이 정말 진실인지 확신할 수 없다. 그냥 이 작품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인상을 받은 것은 나 뿐인 걸까. 작가는 이야기 속에서 동일본대지진을 언급하는데, 마치 그 사건 이후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바뀐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탄생한 이야기가 바로 이 [미궁]인 것이라고. 삶이 한 순간에 끝날 수 있는 공포와 두려움 앞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쩌면 하룻밤 사이에 가족을 모두 잃은 사나에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신견은 그런 사나에를 품을 수 있는 단 한명의 인간이다. 이름을 보라. 그는 사나에를 세상 사람들이 보는 방식으로 보지 않는다. 오직 그만의 시선으로, 설령 사나에가 일가족을 죽인 범인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겸허히(?) 받아들인다.

 

새로운 시선, 다시 시작될 새로운 삶.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어찌보면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한 작품이었다.

 

**출판사 <놀>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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