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마음의 힘을 키우는 부모의 그 말
아다치 히로미 지음, 최현영 옮김 / 사람in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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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말'이라는 것이 어렵지만, 아이들에게 향하는 '말'은 참 어렵습니다.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 세 살이 될 때까지만 해도 저도 화 한 번 내지 않는 엄마였어요. 화가 뭡니까. 싫은 소리 한 번 안 하고, 내 안에 이런 인내심이 있었나 놀라울 정도로 무엇을 하든 참고 기다려줬었죠. 그런데 둘째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과정에서 몸의 피로가 예전과는 다른 강도로 다가오더라고요. 어떻게 말하든 변명밖에 안 되겠지만, 그렇게 저는 두 아들의 엄마로 점점 목소리가 커지게 됩니다. 

 

육아는 자신의 밑바닥을 보게 되는 경험인 것 같아요. 아이들을 혼내면서 내가 생각해도 '이건 아닌데' 싶을만큼 상처받을 만한 말을 내뱉기도 했지만, 결국 자괴감과 후회는 오로지 저의 몫이었습니다. 매일밤 후회하면서 다시는 아이에게 상처주지 않으리-다짐해보지만, 작심삼일이란 저에게 해당되는 말인가 봅니다. 아이에게 심한 말이 나올 것 같을 때마다 이빨을 앙 다물었더니 어느 새 버릇이 되어버렸고, 상처될 만한 말이 목구멍 밖으로 기어나올 때마다 물을 마시거나 말을 삼키는 상상을 하면서 꿀꺽 소리도 내봤는데, 언젠가는 기어이 말이 입술을 비집고 나올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부모의 말'과 관계된 책들을 기회 있을 때마다 읽고 있는데 [아이 마음의 힘을 키우는 부모의 말] 이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이 마음의 힘'이라 하면 자존감을 일컫는 것이겠죠. 저자는 효과적인 대화를 위해 부모가 명심해야 할 중요한 사실 7가지-부정적인 감정 수용,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 감정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 잘하는 것에 주목, 노력한 과정에 대한 칭찬, 성격의 강점을 기르는 방법, 가족의 유대감 강화-와, 실전과 역경에 지지 않는 아이로 키우는 부모의 말에 대해 사례를 들어 설명해줍니다. 이론적인 내용 뿐만 아니라 사례가 자세히 실려 있다는 점이 장점인 책인 것 같아요. 

 

저희 첫째 아이는 예민한 아이입니다. 저도 그렇고요. 그래서 아이가 예민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었는데, 저자의 말 중 '예민한 아이는 회복력도 쑥쑥 자란다'는 부분에 큰 위안을 얻었습니다. 민감한 아이일 수록 좋은 말과 좋은 환경을 통해 회복력이 쑥쑥 자란다는데, 그 동안 형아라고 너무 엄하게만 대했던 것은 아닌가 또 반성했어요. 민감한 아이일수록 주변의 좋은 기운을 흡수하는 능력이 크다고 하니, 그 동안의 시간들이 너무 아까워서 또 마음이 아픕니다.

 


 

 

연습한 좋은 말이 나오기까지 저도 만번의 훈련이 필요한 것일까요. 아이를 키운다는 것,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사람in>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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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일러스트판)
브램 스토커 지음, 페르난도 비센테 그림,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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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예전부터 품고 있던 [드라큘라]라는 작품에 품고 있는 애정을 더욱 깊게 만들어줄 특별판! 핏빛 표지와 페르난도 비센테의 환상적인 일러스트로 한층 매혹적인 책이 출간된 것 같다. 이 작품의 매력에 빠져있는 독자에게는 더 깊은 애정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명작 발견의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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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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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다루는 철학서가 아니라 소설의 대표작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크리스티앙 보뱅의 [가벼운 마음]이 아닐까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의 기준이 아니라에 오로지 나의 기준에 맞춰 나의 삶을 직조해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 '뤼시'일 것이다. 자신만의 소중한 빛을 따라가는 사람. 타인의 강요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사람.

 

어린 시절 서커스단에 있던 늑대 우리에서 잠든 사건을 통해 그녀는 자신의 천성을 그대로 내보인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어느 누가 감히 흉내라도 낼 수 있었을까. 뤼시에게 있어 늑대는 그저 단순한 '동물'로서의 늑대가 아니라,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존재인 것으로 보인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면 너도 이렇게, 늑대처럼 철창에 갇힌 신세가 될 지도 몰라, 그러니 조심하렴. 항상 주위를 살피고 너의 마음을 침범하려는 자들에게는 이렇게 이빨을 드러내야 한다는 걸 기억해.

 

홍보글에서 소녀와 사랑에 빠진 늑대 이야기라는 문구를 얼핏 본 것도 같다. 착각이었을까. [작은 파티 드레스]로 새벽의 감성을 깨워준 이가 단순한 판타지 소설을 쓸 리가 없지. 어딘가 익숙지 않고 어려워 보이는 문장들 안에서 이상하게 가슴을 울리는 글귀를 보고 눈물을 참지 못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보뱅이 설정한 '늑대'라는 존재에 대해 곱씹어가면서 읽는 [가벼운 마음]은 말 그대로 가벼운 소설이었다. 질적으로 낮다거나 내용이 가볍다는 것은 결코 아니고, 뤼시의 언행을 보고 있자면 인생을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마음이 가벼워진다. 타인과 똑같은 단계를 밟아나가는 삶이 아니라 '즐거움'을 추구하는 삶. 자신과 같지 않다고 해서 어느 누가 감히 타인의 삶에 충고를 할 것인가.

 

그녀의 마음은 티타티티타티다, 그녀의 발걸음은 타다다닥타닥타탁. 사랑은 사소한 것에도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고, 피부와 블라우스 사이로 스미는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고, 전나무의 초록빛으로 자신의 눈동자를 물들일 줄 아는 사람에게 기존의 가치관은 중요하지 않다. 그런 뤼시를 있게 한 것은 다름아닌 그녀의 엄마. 딸에게 사근사근해지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고, 마음 가는대로 하는 삶이란 무엇인지 보여준 사람.

 

가끔은 일단 저질러야 한다. 이해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시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그 일을 왜 했는지 깨닫게 된다.

p181

 

[가벼운 마음]은 [작은 파티 드레스]처럼 역시나 소설이나 에세이 같지 않고 시처럼 다가온다. 통통 튀는 물방울처럼, 서로 연결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문장들이 결국에는 연결되어 하나의 선율을 만들어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작가가 써내려간 문장 속에서 그의 삶이 엿보인다. 가벼운 마음으로 자신의 시간을 유랑하는 사람. 가슴을 울컥하게 만드는 문장들 속에서 그가 손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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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독서평설 2022.9 독서평설 2022년 9월호
지학사 편집부 지음 / 지학사(잡지)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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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 언어영역 공부를 많이 해 본 적이 없어요. 다른 과목 공부를 하고 나서 기분전환 삼아 모의고사 한 회 분량을 풀었던 것이 전부였습니다. 언뜻 자랑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제가 강조드리고 싶은 것은 '독서의 효과'랍니다. 지금 저희 아이들만 봐도 놀 거리가 정말 많습니다. 장난감, 교구, 책. 조금 더 크면 여기에 휴대폰과 게임이 추가 되겠죠. 제가 어렸을 때 저는 장난감보다 책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그 때는 지금처럼 이런 저런 장난감이 많지도 않았고, 독서가 재미있다는 것을 깨달은 뒤부터 자연스레 책을 더 찾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글을 읽고 요점을 파악하고, 독후감을 남기는 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도 비문학 영역에서는 가끔 헤매기도 했는데요, 아마도 그것은 제가 비문학 영역 관련 책을 많이 읽지 않은 탓일 겁니다. 어른이 된 지금은 의식적으로 비문학 영역 책을 읽어보려고 노력하지만 습관 들이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그것은 아마도 아이들도 마찬가지인 듯 해요. 소설이나 에세이는 슉슉 읽히지만, 비문학 영역 책은 정신을 집중하고 논리적인 흐름을 생각하면서 읽어야 하니 에너지 소모가 더 심한 걸까요. 책도 페이지를 넘기는 것보다 화면으로 보는 것이 더 익숙한 아이들이 글 읽는 것을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무언가를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선정한 책이 바로 [고교 독서평설] 이예요!!

 

예전에도 한 번 이 책과 관련된 리뷰를 남긴 적이 있지만 이번에 제 눈을 잡아끈 글은 <임나일본부가 정말 있었을까?>입니다. 오랜 시간 한일 간에 오랜 시빗거리가 되어 왔던 임나일본부 문제. 임나일본부는 고대 일본, 왜가 4세기 중엽에 가야 지방을 정벌한 뒤 세웠다는 통치기구인데, 일제강점기 일본의 식민 사학자들은 한반도가 원래부터 자기들 영토였다는 주장을 펴기 위해 임나일본부에 대한 글을 내놓았습니다. 책에서는 일본의 고서인 <일본서기>와 우리의 [삼국사기]를 비교하고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려면 책의 내용을 전부 발췌할 수밖에 없으므로, 상세 설명은 책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다만,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두 한 번씩 꼭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많이 보셨을까요? 저도 무척 재미있게 본 드라마인데요, 드라마와는 현실에서의 장애인 처우에 대해 날카로운 시각을 보여준 글도 실려 있습니다. 이 외에 가짜 뉴스가 난무하는 세태를 비판하는 글, <썸머 필름을 타고>라는 영화를 소개하는 글, 힐링할 수 있는 장소 한옥 소개글, 기후 위기 등 장르를 넘나드는 흥미로운 글을 만나보실 수 있어요.

 

한동안 흐지부지 했었는데 좋은 글들을 만나고나니 다시 한 번 아이들과 함께 읽는 걸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아를 위한 독서평설도 있던데, 다음에는 이 책도 만나봐야겠어요!

** 네이버 독서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지학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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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집, 여성 - 여성 고딕 작가 작품선
엘리자베스 개스켈 외 지음, 장용준 옮김 / 고딕서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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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고딕 작가들이 선보이는 매력만점 고딕소설들]

 

'고딕소설' 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그 기이한 느낌이 좋다. 무서우면서도 마냥 공포스럽지만은 않고, 소설 자체가 어딘가 다른 세상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고딕소설은 그 다른 세상의 또 다른 세상 같다고 할까. 깊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손만 살짝 닿아도 미끄러지듯 끌려들어 갈 것 같은 그 기분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그래서 더 관심가지고 있던 <고딕서가>의 고딕작품들. 이번에 너무 기쁘게도 <고딕서가>의 3종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그 중 제일 처음 읽기로 결정한 것은 [공포, 집, 여성]. 다소 공포스러운 느낌의, 여성과 집을 소재로 한 네 편의 단편들을 만나볼 수 있다.

 

네 편의 작품들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회색 여인>이 아닐까. 타 출판사 두 어 곳에서 출간된 책 중에도 이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내가 가진 세계문학 중에도 이 작품이 실린 책이 있지만 읽는 것은 처음. 대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길래 여기저기 보이는가 싶어 마음 딱 잡고 읽기 시작했는데, 그 시간이 새벽이었다. 물론 '고딕소설은 이런 새벽에 읽어줘야지!'라는 마음으로 새벽을 노리긴 했지만 섬뜩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생명력 넘치는 아름다운 소녀였던 아나. 그런 그녀가 어쩌다 생기를 잃고 '회색 여인'이라 불리게 된 것일까. 떠밀리듯, 간절하지 않았던 결혼을 하고 아버지와 오빠와 떨어져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된 아나. 남편 무슈 드 라 투렐은 아름답고 여성적인 남자지만 어째서인지 그녀가 가족들과 연락을 주고받거나 다른 누군가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꺼리는 듯 하다. 그의 안색이 창백하다는 묘사를 보고, 나는 틀림없이 그가 흡혈귀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드러난 그의 정체는 더 잔혹한 것이었으니! 그녀가 딸의 결혼을 말리기 위해 쓴 편지 안에는 대체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었는가!

 

버넌 리의 <오키 오브 오키허스트, 팬텀 러버>는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분위기가 으스스하다. 팬텀이라니! 특히 이 작가가 유령 출몰이나 홀림 등 초자연적 소설과 미학에 관한 글을 썼다는 소개글에 더 궁금했던 작품이다. 읽는 내내 등장하는 오키 부인의 이미지가 클림트의 그림 '유디트'를 떠올리게 했는데, 몽환적이고 뿌연 안개 속에 갇힌 듯한 분위기가 압권이었다.

 

루이자 메이 올컷의 <비밀의 열쇠>는 <작은 아씨들>에서 받았던 느낌 때문인지 미스터리는 있었지만 처음 시작부터 어쩐지 귀엽고 사랑스러운 기분이 들어 제일 마음 편하게(?) 읽었다. 해피엔딩이라는 것도 장점(?)!!. <프랑켄슈타인>의 메리 셸리의 작품인 <변신>은 제목도 그렇고, 역시 프랑켄슈타인을 떠올리게 하는 설정 덕분에 친숙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문득 고딕소설을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그 자체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생각에 검색해봤더니, 중세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공포와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유럽 낭만주의 소설의 일종이라고 한다. '고딕'하면 떠오르게 되는 건축물이 주는 폐허같은 분위기에서 상상력을 이끌어냈다고 하는데 내가 상상하고 있던 내용과 얼추 비슷해서 괜히 뿌듯했다.

 

보통 고딕작품의 작가는 남성으로, 여성은 고작 작품 안에서 공포에 희생되는 모습으로 자주 등장하지만, [공포, 집, 여성] 속 여성들은 죽음을 맞이할지언정 단순한 희생양의 모습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보다 당당하고 두려움에 맞서고, 사랑을 갈구하는 주체적인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여성 고딕 작가 작품선'이라는 명칭에도 걸맞는 듯 하다. 네 여성들의 개성있고 독특한 고딕 소설. 여성들이 집필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깊은 작품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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