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생 1~3 세트 - 전3권 - RETRO PAN
신일숙 지음 / 거북이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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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심금을 울리는 추억의 만화!!]

 

예전에 즐겨봤던 만화들이 최근에 복간되는 것이 요즘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예전에 제가 한창 아이돌에 빠져 있을 때 친정 아빠가 '저건 대체 무슨 노래냐??!!'라고 하셨던 그 마음이 이제야 이해가 돼요. 그 때는 제가 좋아하는 그룹을 아빠가 영 마뜩치 않아 하시는 것이 속상했는데 요즘의 저는 최신 유행 노래라고 해도 영 귀에 들어오지가 않더라고요. 만화책도 똑같습니다. 가끔 옛날 생각에 아직 집 근처에 생존(!)해 있는 도서대여점에서 가끔 빌려보기도 하는데, 정서가 맞지 않아요. 예전 만화책들은 절판되어서 흔적도 찾아볼 수 없고요. 그래서 '거북이북스' 출판사에서 출간되는 만화책들이 무척 반갑습니다. 얼마 전 김혜린 작가님의 [테르미도르] 도 다시 한 번 무척 감명깊게 읽었어요!!

 

이번에는 신일숙 작가님의 [1999년생]입니다. 이 분도 기억하시는 독자들이 많을 거라 생각해요. [라이언의 왕녀], [사랑의 아테네]는 물론 [아르미안의 네딸들]은 너무너무 유명한 작품이죠!! 그래서 [1999년생]이 출간된다는 소식에 정말 반가웠답니다. 1999년생이라니!! 이미 21세기에 접어들고도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1999년은 책에나 등장할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 전만 해도 1999년이 되면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도 있어서 벌벌 떨었던 기억이 나는데 말이죠.

 

이 작품은 UFO의 습격으로 인해 쇠퇴해가는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초고도의 과학 기술을 가진 외계인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지구는 결국 2010년이 넘을 무렵 6대륙의 3/4이 섬멸당한 지경에 이르러요. 이런 상황에서 지구를 구하기 위한 단 하나의 방법은 지구인들이 가진 잠재능력, 초능력이라 불리는 ESP로 급기야 ESP 전문 교육 센터가 세워집니다. 1999년에 탄생한 신생아의 80%에 가까운 숫자가 에스퍼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니, 위기의 시대에는 태어나는 아이들의 잠재능력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일까요. 놀라운 ESP 군대를 '1999년생'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정입니다.

 

그 중에서도 크리스는 A급의 공간이동, 텔레파시 송수신, 염력 능력을 보유한 리더십 강한 소녀입니다. 처음에는 여자라는 이유로 같은 팀의 남자 동료들에게 놀림을 당하기도 하지만 워낙 능력이 출중해서 결국 실력으로 모두의 입을 다물게 만들죠. 그 와중에 시작되는 교관 로페스 프레스틴 교관과의 사랑도 작품에 애틋함을 더해주는 요소입니다. 게다가 깜짝 놀랄만한 반전까지!! 처음에는 안하무인이었던 크리스가 동료들과 함께 성장해나가는 모습, 로페스를 향한 마음을 깨닫는 모습, 외계인들과 치르는 전투 모두 1989년, 30년도 더 전에 태어난 작품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내용도 재미있고, 무엇보다 그림이 예술이에요!!

 

생각해보면 예전 만화는 단순히 만화가 아니라 작품 안에 철학과 역사, 문화와 세상이 모두 담겨 있었던 것 같아요. 말 그대로 깊이가 있다고 할까요. 로맨스라고 해서 단순한 사랑놀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그 부분이 독자들의 마음을 자극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래 전 작품이기 때문에 당연히 올드한 느낌은 있지만, 저에게는 무척 보석같은 작품들입니다. 부디 <거북이북스>에서 그 동안 잊혀져 있던 작품들이 많이 출간되기를 바라봅니다!! <거북이북스> 화이팅!!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거북이북스>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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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독친 세트 - 전3권 - 엄마에게서 벗어나 나를 찾을 때까지 독친
쓰쓰미 지음, 일본콘텐츠전문번역팀 옮김 / 타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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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아이들이 사랑만 받게 되기를]

 

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아동학대 기사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무척 좋지 않습니다. 아이 손에 생채기라도 하나 나더라도 가슴 아파하는 게 부모, 특히 엄마가 아닐까요. 저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아가는 중이에요. '진 자리 마른 자리 갈아뉘시며'라는 의미가 뭔지 예전에는 잘 몰랐었는데, 요즘의 저를 보니 제가 아이들을 그렇게 돌보고 있더라고요. 가끔 화 내고 자책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부모의 마음에 깔려 있는 것은 아이에 대한 사랑입니다.

 

저도 예전에 첫째의 종아리를 맴매한 적이 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어린 아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매를 들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지켜야 할 것이 있고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마음이었을까요. 그 때 제가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첫째 종아리에 남은 매 자국은 지금도 선명히 기억납니다. 그리 세게 때린 것도 아니었어요. 정말 최선을 다해 약하게 맴매했는데도, 아이라 피부가 약해서 그런지 그 자국이 확 나더라고요. 순간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싶어 어리둥절한 아이를 안고 통곡한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 한 번도 매를 든 적이 없네요.

 

일본 작가 쓰쓰미의 [독친]을 읽고 가슴이 서늘해졌습니다. 독친은 말 그대로 자식에게 독이 되는 부모를 의미해요. 혹시 나도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건 아닐까, 물리적인 폭력은 아니더라도 말이 비수가 되어 아이 가슴에 꽂힌 건 아닐까 무서워졌습니다. 직접 학대를 당한 쓰쓰미는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그나마 근처에 살던 외조부모에게도 알리지 못하고, 그저 엄마가 때리면 때리는대로 무조건 자신의 잘못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그 때. 쓰쓰미에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그녀는 존재하지 못했을 거예요.

 

결국 우울증 치료까지 받게 되었던 쓰쓰미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 얼굴을 한 번 더 쳐다보게 됩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데 있어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다시 되돌아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저의 바람은 딱 하나였어요. 아이의 건강과 행복. 처음 마음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또 한 번 자신을 다잡아야겠다고 결심해봅니다. 부디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사랑만 받고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출판 <타래>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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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부사 소방단
이케이도 준 지음,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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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마을, 하야부사를 지켜라!!]

 

미마 다로는 도쿄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고향인 하야부사 지구로 이사온 미스터리 작가입니다. 도쿄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자신을 좀먹고 있었는지, 잠시 들린 하야부사에서 허망함과 깨달음을 동시에 얻은 다로의 결단이었죠. 생각보다 전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소설 연재도 원만하게 진행되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다로는 지역 소방단에 들어오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습니다. 잠시 망설이지만, 이것 또한 전원 생활의 묘미라 생각하며 흔쾌히 허락하고 하야부사 소방단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하야부사에서 이어지는 연쇄 방화 사건!! 이것이 단순히 방화 사건이 아닌 검은 계략이 숨어 있다는 것을 눈치 챈 다로의 활약이 시작됩니다!!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로 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작가 이케이도 준입니다! <한자와 나오키> 뿐만 아니라 변두리 로켓> 시리즈, 그 외 은행이나 회사 등을 배경으로 시원한 카운터 펀치를 선물해주는 훌륭한 장기를 가진 작가예요. 저에게는 일본의 할런 코벤이라고 할까요. 스릴러의 제왕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만나는 작품마다 깜짝 놀랄만한 반전을 곳곳에 심어두는 할런 코벤처럼, 이케이도 준의 작품 역시 역시 숨 쉴틈 없이 등장하는 반전의 반전으로 늘 기대하며 읽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 [하야부사 소방단]은 예전 작품들에 비해 스토리의 호흡이 조금 긴 편입니다. 숨 막힐 것 같은 계략과 뒷통수치기의 등장보다 은근하게 깔려 있는 불안과 두려움, 깊이를 알 수 없는 계략이라는 늪에 빠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평온한 시골 마을을 둘러싼 비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펼쳐지는 음모! 마지막에 가서야 사건의 진상과 범인이 밝혀지는 것은 여느 작가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다를 바 없지만, 그래도 역시 이케이도 준만의 재미가 있다고 할까요. 주인공인 미마 다로는 마치 작가의 아바타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이 소설은 2023년 여름, 8월 1일에 채널J에서 드라마 방영이 시작되었어요. 저희 집은 아이들 덕분에 케이블 신청은 커녕, TV 도 자주 켜지 않아서 챙겨보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기회가 된다면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꼭 보고 싶어요. 하야부사 마을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미마 다로 역할을 맡은 배우는 역할에 잘 녹아 들었을지, 하야부사 마을을 감싼 불온한 분위기를 잘 살려냈을지 궁금한 것들이 많습니다! 책을 먼저 읽으시든, 드라마를 먼저 시청하시든 재미 면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출판사 <소미미디어>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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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그림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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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 만점 이색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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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그림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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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 만점 이색 미스터리!! ]

'그림'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일단 호기심이 생깁니다. 저는 사실 책을 읽기 전에 나카노 교코의 <무서운 그림> 시리즈를 상상했었어요. 명화사에서 이상하다고 취급되는 명화가 소개되고 그에 관해 풀어가는 추리소설일 거라 상상했는데요, 상상 이상으로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총 네가지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챕터마다 손으로 그린 듯한 그림이 등장하고, 이에 관해 발생되는 사건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저는 한 편씩 독립된 단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읽고 나니 이 모든 작품이 결국 하나로 이어지더라고요! 읽는 내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맨 처음 등장한 그림은 열한 살 때 어머니를 살해한 A코가 그린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당한 끝에 결국 어머니를 살해하고 만 A코였으나, 심리학자는 그녀가 그린 그림 중 뾰족한 가지를 가진 나무 안에 작은 새가 그려진 것을 보고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하죠. A코가 가지고 있는 공격성이 모성본능과 보호본능으로 다듬어질 거라고요. 그리고 장면이 바뀌어 사사키 슈헤이는 오컬트 동아리 후배가 추천해 준 한 블로그의 글을 읽게 됩니다. 블로그에 올라온 다섯 장의 그림. 그림 속 비밀이 밝혀질 때, 정말 오싹했어요. 뒤를 잇는 사건 속에 등장하는 그림은 사건을 파헤치는 데 훌륭한 단서가 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추적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전혀 아쉽지 않은, 오히려 이런 소설을 읽게 되어 반갑다는 감정이 가득해요.

우케쓰는 일본 내에서도 독특한 작가로 손꼽힙니다. 이름, 얼굴, 경력 등을 비밀로 해서 베일에 가려져 있는 작가를 복면작가라고 하는데요, 우케쓰는 실제로 복면을 쓰고 활동한다고 전해집니다. 온라인 세상에 모습을 공개하고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그의 성별조차 알 수 없죠. 그런 그가 선보이는 완전히 새로운 미스터리의 세계. 각 이야기가 시작될 때마다 그림이 등장해서 시각적인 집중을 높임은 물론, 흥미를 높이는 데도 아주 탁월합니다. 그의 전작인 [이상한 집]은 도면 등이 등장한다고 해서 뭔가 어려울 것 같아 피했는데, 조금 한가해지면 제일 먼저 읽어봐야겠습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북다>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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