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의 수수께끼 - 흥미진진한 15가지 쟁점으로 현대에 되살아난 중국 역사
김영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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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사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된 건 대학 3학년 때였다. <동양문화예술사>라는 사학과 수업에서 그림과 조각을 중심으로 한 동양의 역사를 배웠는데, 그 중에서 중국의 그림과 유물은 양과 질적인 면에서 모두 눈에 띄었다. 긴 세월만큼이나 많은 예술가와 정치가, 그리고 신비함을 감추고 있는 중국. 하지만 나에게 중국은 그저 동북공정같은 음흉한 음모나 계획하고, 빈부격차가 큰, 세계의  많은 나라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한 일은 그저 동북공정을 계획한 그들의 치졸함에 분노하고 그러면서도 그들이 남긴 그림과 조각에 감탄하며,  유물을 보러 여행이나 떠나고 싶다고 생각했던 정도였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나니 그렇게 단순하게 세계를 생각했던 내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진다. 

 흔히 역사 관련 책이라고 하면 시대상으로 중요한 사실을 죽 나열한 것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 나도 유구한 중국의 역사를 모두 말할 수는 없으니, 시대적으로 중요하고 획기적인 사실만을 단순히 실었을 것이라 짐작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내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관점에서 책은 내게 새로운 사실을 차근차근 이야기 해준다. 권력이양의 방법인 선양에서부터, 중국의 황제와 우리나라 역대 왕들의 특징을 하나하나 비교한 역대 제왕의 빛과 그림자, 제왕들의 엽기 취미, 송태조 조광윤, 명군과 수명의 함수관계, 대운하의 역사, 물과 천하의 관계, 사막, 나가촌 유적, 진시황릉의 병마용갱, 화폐, 고대 중국 공무원, 제갈량, 동북공정에 대한 내용에 이르기까지 내가 알고 있던 내용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새로운 내용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사막과 나가촌 유적, 제갈량에 대해 다룬 부분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라 생각하지만, 나는 사막에 물이 흐를 것이란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런 사막 밑에 타클라마칸 사막 전체를 36m 높이로 채울 수 있는 양의 지하수가 있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사막에도 눈이 내리고, 물난리가 나는 등 사막은 엄청난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모래바람, 모래폭풍 등으로 재난도 가져다준다. 당장 우리에게도 봄만 되면 황사로 인해 적지 않은 피해를 주고 있으니,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 장에서



사막화라는 재앙을 초래한 것은 바로 인류 자신이다. 무분별한 경작과 방목, 삼림 남벌, 수자원 남용, 지구 온난화 등 탐욕스러운 인간활동의 결과가 사막화를 불러왔다. 여기에 인구 증가, 특히 건조지대의 급속한 인구 증가도 사막화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사막에 매몰된 고대 문명이 이를 웅변하고 있다.-p136
라며 우리에게 경고한다.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그저 한낱 먼지와 같을 뿐이라고.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감사히 사용하고, 지킬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그런 대자연에 의해 피해를 입은 곳이 '나가촌 유적'이다. 나가촌 유적은 동방의 폼페이로 불릴만큼 사람들의 유해가 그 당시 어떤 끔찍한 일이 있었는지 매우 자세히 보여준다. 천장을 떠받치고 있는 듯한 유골, 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유골, 그리고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아이를 품에 꼭 안은 어머니와 품에 안긴 아이의 유골까지..책에는 사진도 자세히 나와 있었는데, 보고 있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언젠가 우리도 이렇게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무분별한 자원의 남용과 자연의 경고를 무시한 탓에 끔찍한 비극을 맞게 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진다. 새삼, '지구를 지키자'라는 표어의 중요성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제갈량은 삼국지를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친근하게 느낄 인물일 것이다. 그 친근한 인물이 새롭게 다가왔던 이유는 바로 얼마 전 우리가 대선을 치루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책에 의하면 제갈량은 청렴하고 공명정대한 사람으로 자신의 재산 내역을 보고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아들과 손자에게까지 그의 그런 정신은 계속 이어졌다고 하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 나라를 이끌 지도자로서, 또 그 지도자를 옆에서 이끌어 갈 인물로서 갖추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조건은 청렴결백과 자신에게 엄격한 통제력이라고 생각한다. 권력을 갖게 되었다고 해서 세상을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남게 된다. 사람에게 장점과 단점은 있게 마련이므로, 제갈량의 좋은 점을 자신의 장점과 잘 버무려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 수 있는 정치가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두께는 그리 두껍지 않지만, 내용은 매우 알차다. 사진과 도표로 내용을 한 눈에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고, 새로운 시점에서 본 역사서라 그런지 신선했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다룬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나라의 역사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만 지구촌이라고 일컬어지는 지금의 세계를 현명하고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과거를 통해 현재를 알고, 미래까지 내다볼 수 있는 통찰력을 기르는 데에 역사 공부의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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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림 - 뜨거운 가슴을 잃어버린 당신을 위한 스물네 편의 사랑 이야기
김용택.정호승.도종환.안도현 외 지음, 하정민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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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년과 소녀가 있다. 소녀는 병에 걸려 있지만, 소년은 그 사실을 모르고 소녀에 대한 마음을 키워간다. 소녀 또한 소년이 싫지 않다. 병을 숨기고,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함께 소나기를 맞으며 소년의 곁에 머물고 싶어한다. 그러다가 병이 악화되고, 소녀는 소년의 등에 업힐 때 입고 있었던 옷을, 자신이 죽었을 때 꼭 함께 묻어주기를 청한다.>..왜인지 모르지만, 책을 읽는 내내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가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책이 말하고 있는 것은 24명 작가의 24편의 사랑이야기이지만, 내 머릿속에 그 24명 작가의 이야기는 [소나기]의 한 장면으로 자리잡았다. 외로움. 쓸쓸함.  그리고 완성되지 않은 사랑에 대한 애틋함으로. 

 제목 하나로 분명 보고 싶던 책이었는데, 그 책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내가 있어야 하지 않을 장소에 있는 것 같은 괴로움, 내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은 답답함. 그 이유를 나는 깨달았다. 내 영혼은 이미 24명의 작가들처럼 깨끗하지 않다. 한때는 나에게도 순수라는 것이 남아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지금의 내 모습은 너무나 세속적인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부끄러웠던 것이다. 내 영혼에 흠집이 생겨서 그들의 순수한 사랑과 애틋한 추억에 100% 공감할 수 없음이. 

 지금 나에게 그리움이란 없다. 그저 멍하기만 하다. 혼란스럽기만 하다. 내가 생각했던 추억이, 감정이 정말로 그리움이었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의 그 기억이 정말로 나중에는 그리움이 되어 찾아올까 하고. 나는 이렇게 심란하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데, 이 작가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그리움을 소근소근 전하기 시작한다. 처음 사랑을 느꼈던 사촌누나를 생각하고(정호승), 윗동네에 살던 그녀를 그리워하며(김용택), 아픔으로 가득차 있던 자신을 위로해주던 그 사람을 그리워한다(권태현). 친구를 생각하고(조은), 옆에 계신 어머니를 애달파한다(공광규). 그들이 말하는 따뜻한 사랑의 말들이 얼어붙어 있던 내 마음을 조금씩 풀리게 한다. 오랫동안 잊고 지내었던 것 같은 정해지지 않은 향수가 그제야 고개를 든다. 

 서로에 대해서는 눈을 꼭 감을수록 좋았다. 그리고는 다만 같은 방향을 쳐다보아야 했다. p-98(문정희)라는 글귀에 오래도록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내 마음을 상대에게 강요했던 것은 아닌지, 장점보다 단점을 더 많이 보려고 했었던 것은 아닌지, 상대의 눈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캐내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던 것은 아닌지 기억을 더듬어본다. 그 사랑하는 이는 분명 여자, 남자라고 한정지을 수 없다. 눈을 꼭 감고 같은 방향을 보아야 할 사람은 내 안에 있는,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다. 

 책과 마주하고 떨림보다는 괴로움이, 기쁨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나를 가만두지 않았지만, 역시 <사랑>이라는 것은 그 두 글자의 단어만으로도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처음에 책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갈 곳 없이 파르르 떨리기만 하던 내 마음이 어느 새 스르르 풀려간다. 곤두세우고 있던 신경이 살짝 꼬리를 내리고 그냥 있는 그대로 느껴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에게도 아직 그리워할 사람이 많이 있음을 일깨워준다. 과거의 친구도, 추억도 그리움의 대상이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들도 그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언젠가 나도 내 인생의 마침표를 사랑으로 찍을(원재훈) 수 있는 날이 오겠지. 내 심장이 떨림으로 다시 뛰는 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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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여행을 멈추다 - 멈추는 순간 시작된 메이의 진짜 여행기
메이 지음 / 삼성출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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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정으로 살아있음을 느꼈던 때가 언제인가 싶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때가 되면 밥을 먹고, 때가 되면 일을 하고, 또 때가 되면 잠을 자고 또 다른 아침을 맞는다. 그러한 날이 365일. 위험한 것은 그러한 하루하루를 아무 자각없이, 그저 숨을 쉬면서 무의미하게 흘려 보내버리는 것이다. 늘상 잠과 들러붙어 있던 내가, 내 몸만큼이나 꾸물꾸물한 서울 하늘 아래에서 인도로 날아가 버린 순간,  세상은 찰나에 변했다. 인도에 의해서. 씩씩하게 살아있는 메이에 의해서. 

 메이. 자꾸 부르니 마치 내 친구 같다. 내 친구 맞다. 그녀도 늘상 졸려병에 걸려 있었으니, 우리는 잠을 매개로 한 친구다. 다만 나는 아직도 졸려병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비몽사몽이지만, 그녀는 그 잠을 떨치고 인도로 달려갔다. 인도에서 여행을 하던 메이는 인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람을 만나고, 사람들을 좋아하는 지니를 만나면서 변화해간다. 인도에서 골랄끼또리아라는 마을에서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고, 바위 위에 그림을 그리고, 자신의 최초의 집에서 잠들면서 그렇게 그녀는 인도인이 되어갔다.


 지니는 동네 아이들도 잘 돌봤다. 지저분한 아이들을 잡아다 샴푸로 머리를 감기고 얼굴에 화장품을 발라주었다. 아픈 아이들을 병원으로 보내기도 했다. 심지어는 동네 개들 몸에 있는 벼룩까지 잡아주었다. 이 모든 일은 지니가 정말 그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사람들과 섞여 그들을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 모습은 나로 하여금 찬사와 질투를 불러일으키게 했다. 그녀를 보면서 느낀 것은 돕는다는 건 뭔가를 주는 행위가 아니라 그들을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사실이다. 그녀는 정말로 사람들을 좋아했다-p108
메이! 너도 그래! 너도 지니와 똑같아! 책을 읽으면서 지니의 모습을 바라보는 메이의 생각을 들여다보며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겁쟁이인 나는 어디로 떠나는 것조차 두렵다. 그냥 문 밖으로 가방 하나 달랑 지고 떠나면 된다지만, 나는 떠나기 전에 이것도 챙겨야 하고, 저것도 챙겨야 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필요하지 않은 것까지 전부 싸 짊어 지고 가야 직성이 풀린다. "떠난다"는 건, 단어 하나로 끝나는 말이지만, 실제로 실행하는 건 무척이나 어렵다. 그런데 메이는 이미 발길을 옮겼으니, 그 용기야말로 내가 가장 얻고 싶은 것이었다. 떠나기까지 했으면서, 게다가, 인도에 머물러 그들과 생활까지 한다! 메이, 너는 욕심쟁이야. 이미 그들과 생활하면서, 그들과 사랑을 나누면서,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사람을 많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손을 내젓고 있잖아. 사랑하는 방법이 다를 뿐 너는 이미 지니와 똑같으면서.


 크리슈나님, 제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거 맞나요? 언덕에 길을 내고 공원을 만든다는 게 말이 돼요? 그렇게 하는 게 사람들을 돕는 게 맞아요? 나 자신도 주체하지 못하면서 어리석게 구는 건 아닐까요? 일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버려요. 왜 여기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까요? 왜 사람들은 생각만큼 우리를 안 도와줄까요? 이런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p134
여행을 떠나면 나는 홀가분해질 줄 알았다. 그래서 떠나고 싶었다. 주위 사람과 관계를 맺지 않고, 나 홀로 자유롭게,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하지만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나 보다. 여행을 하면 발길이 옮겨지고, 그 발길이 닿은 곳에 무수한 사람이 있다. 세상이 멸망하지 않는 한, 관계를 맺지 않는 건 숨을 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렵다. 메이 또한 인도에 가서까지 고민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한국에서나 할 법한 고뇌와 번민은 어디에서나 계속된다. 하지만 그것이 삶은 아닐까? 내가 살아있고, 숨 쉬고 있고, 다른 사람과 관계맺기가 계속되는 한 다른 사람에 대한 나의 고민도 계속될 것이다. 골랄끼또리아 사람들과 웃고 울던 메이가, 때로는 그들의 따뜻함에 감동받고, 때로는 가공되지 않은 자연에 사랑을 느끼며, 때로는 골랄끼또리와 사람들의 예상치 않은 치사함에 상처받으면서도 인도에 계속 머물렀던 건, 이미 그들이 메이의 안에서 가족이 되어 있기 때문이겠지.


 오르차에서 만난 사람들, 남에게 시간을 나눠주고 뭔가를 해주려는 사람들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어. 그 사람들은 참 행복해 보였거든. 그런 얼굴을 볼 때마다 의문이 생겼지. "나는 나 스스로에게 그렇게나 많은 시간을 쏟았는데도 왜 행복하지 않은 걸까"하고. 당연하지. 그 동안 나는 나를 위해서만 시간을 썼으니까. -p224
남을 돕고, 남을 생각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윗구절을 보면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 동안 나는 남을 돕는 그 순간도 사실은 그들을 위해 쓴 시간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만 쓴 시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이런 일을 했어, 음, 좋아" 의 자기만족. 좋은 일을 했을 때 자기만족이 완전히 배제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일을 할 때의 우선순위가 남인가, 나인가에 따라 누구를 위한 시간이었는지가 분명해진다. 메이와 람, 지니. 그들은 마을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을 보며 즐거워했고, 더 많은 것을 베풀어주고 싶어했다. 나도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닮아가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책을 읽는 동안 정말 행복했다. 마치 전원드라마를 연상하게 하는 마을 사람들과 귀여운 아이들은 이미 내 마음 속에서 친근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면에 감춰진 그들의 어려움과 고통이 자연스럽게 전해져왔다. 얼마 전 읽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과 같은 알싸함이 내 마음을 감싼다. 어려운 사람들, 어려운 아이들. 언젠가는 이렇게 글로만 그들을 애달파할 것이 아니라 나도 메이처럼 진정으로 떠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책 중간중간의 그림과 재미있는 인도어들은 정말 좋다! 앞으로 계속 인도어만 사용할 것 같다. 이것이 진짜 여행서다. 여행서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아~나도 인도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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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3 - 흑색화약전쟁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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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행복하다!>  테메레르를 읽으면 언제나 이 말이 곧잘 튀어나온다. 읽으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은 많지만, <이 책이 있어서 정말 좋다, 이 책의 존재를 내가 몰랐더라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정도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책은 그리 많지 않다. 지금 내 책장에 꽂혀 있는 테메레르 1,2 권과 방금 읽은 테메레르 3권은, 물론 내가 2007년 만난 최고의 책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책 한 권에 인생이 즐거워질 수도 있다니, 신기할 따름. 

 1권이 테메레르의 탄생과 활약을 그리고 2권이 테메레르의 고향인 중국에서의 험난한 여정을 그렸다면, 3권은 중국에서 영국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한 모험들을 좀 더 생생하게 나타냈다. 중국에서 영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던 로렌스는 용알을 공수해오라는 영국정부의 명령에 따라 실크로드를 지나 이스탄불로 향한다. 공포의 모래폭풍과 사막의 도적들의 습격을 받으며 가까스로 이스탄불에 도착하지만, 그들의 음모에 의해 결국 부화시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용알 두 개를 훔치게 된다. 급히 영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프러시아와 프랑스군의 전투에 예기치 않게 참가하게 된 로렌스와 테메레르는 프러시아의 계속된 패배에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 적군들을 따돌리고 영국을 향한 힘찬 날개짓을 시작한다. 

 1,2권과 달리 3권에서는 좀 더 모험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프랑스군과의 전투신은 물론, 중국에서 이스탄불을 향한 여정과 이스탄불에서 탈출하는 모습 또한 두 손에 땀이 날 정도로 생생하다. 공간의 이동이 심하고, 등장하는 인물은 1,2권 못지 않게 많아 산만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법도 한데, 내가 직접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을 정도로 장면 하나하나가 살아있다. 게다가 테메레르와 로렌스의 사랑(?)은 여전히 굳건해서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척 흐뭇했다. 판타지를 싫어했던 내가 테메레르에 빠져든 요소가 바로 그들의 우정이니, 서로를 위해주는 그런 대목이 없다면 테메레르의 재미는 분명히 반감될 것이다!  

 3권에서는 주목해야 할 인물(?)이 셋이나 등장한다. 2권에서 용싱왕자의 용이었던 리엔과, 새로 태어나는 용 이스키에르카, 그리고 사막을 건너는 로렌스 일행을 안내한 타르케이다.  용싱왕자가 죽고 복수심에 불탄 리엔은 결국 프랑스로 날아가 로렌스와 테메레르를 공격한다. 책 중간에 리엔이 테메레르에게 엄청난 저주의 말을 퍼붓는 대목이 있는데, 내가 테메레르 편이기는 하지만 리엔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얀 용으로 태어나 중국에서 천대 받던 리엔을 아껴준 사람이 용싱왕자 뿐이었으니, 그 분노의 깊이는 어림하고도 남는다. 불행했던 리엔의 삶이 앞으로의 테메레르와의 관계를 통해 평화로워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새로 태어난 용 이스키에르카는 이스탄불에서 훔쳐 온 알 중 하나였다. 산만하기는 하지만 깜찍한 면도 있고, 입에서 불을 뿜는 성질이 내가 예전 상상하던 용의 이미지와 똑 닮아서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타르케는 초반에 의심스러운 행동을 계속하지만, 은근 매력있는 인물로 앞으로 로렌스와의 진한 우정을 통해 마음을 열어갈 그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3권이 나왔으니, 전쟁은 이제 점점 구체적인 양상을 띨 듯 하다. 1,2권에서 다소 소홀했던 전쟁신이 3권에서는 거의 1/3을 차지할 정도니 앞으로 나올 4,5,6권에서는 영국과 프랑스와의 대결 비중이 커질 것이라 생각된다. 테메레르의 급진적 개혁 사상은 여전하고, 그런 테메레르를 아끼는 로렌스이니 용들의 삶의 개선과 그로 인한 의회와의 갈등 등을 생각하면 아직도 즐길 요소는 충분히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1,2권에 비해 3권의 번역은 좀 더 구수~해졌다. 궁둥이라는 표현, 테메레르의 툴툴거리는 모습, 상처를 치료받는 테메레르가 귀엽게 비명을 지르는 표현, 어느 것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가장 흥미진진했지만, 전쟁이 주역의 자리를 차지해 가다보니 그만큼 희생되는 사람도 많아져 가슴이 아팠다. 이후로는 부디 내가 아끼는 등장인물들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주기를, 나오미 노빅이 함부로 휙휙 내던져 버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3권을 막 읽고 난 후인데, 어서 빨리 4권이 나왔으면 좋겠다. 아니, 4,5,6,권이 한꺼번에 촤르륵 쏟아졌으면 싶다. 출판사에 직접 찾아가 밤샘작업을 하도록 감독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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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날 때까지
시바사키 토모카 지음, 김활란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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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을 읽을 때마다 우리와는 조금 다른 그들의 정서에 머릿속에 <?>가 나타날 때가 있다.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감정의 주인이 우리라면, 쿨한 듯 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끈질기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일본의 정서가 아닐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임) 특히 연애소설을 읽을 때면 담백하면서 간결한 문체에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정말 연애인 건지, 아니면 단순한 순간의 감정인 건지 매우 혼란스럽다. 

 첫사랑. 첫사랑이 있든 없든, 단어 하나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이 달콤해진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 첫사랑이라는 단어를 입 안에서 굴려보면 영화 <러브레터>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나카야마 미호 주연,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러브레터>.  고2때 본 이 영화를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하얀 눈 밭에서 꼬옥 숨을 참고 있던 그녀와 아련한 첫사랑의 비밀을 알아버린 또 다른 그녀. 숨을 헉 하고 몰아쉬게 만든 마지막 그 장면. 그렇다. 첫사랑은 아련하고 달콤하면서도 마음 아픈, 인간의 마음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그리움과도 같다. 

 [다시 만날 때까지] 는 이러한 첫사랑을 주제로 한다. 수학여행 마지막 밤, 장난삼아 한 심리테스트의 정답으로 자신의 이름을 말한 같은 반 학생 나루미를 유마는 내내 마음에 두고 있었다. 6년 후 유마는 휴가를 내 동경에서 일하고 있는 나루미를 찾아간다. 하지만 나루미와 시간을 보내기는 커녕,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나루미를 스토킹하는 소녀 나기코와 동경을 여행하게 되고, 어느 덧 유마가 다시 돌아갈 날이 다가오는데..

 
<?> . 마지막 책장을 덮은 뒤 나에게 남은 것은 첫사랑의 안타까움과 아련한 느낌이 아니라 이 물음표였다. 내 마음을 온통 뒤흔들고, 설레임에 가득차게 했던 문구 [첫사랑, 그 순수함과 안타까운 엇갈림을 노래한 동화같은 소설] 은 좀 과대포장된 것이 아닌가 싶다. <러브레터>의 아련함과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은 온데간데 없다. 자신이 좋아했던 남자를 스토킹하는 소녀와 함께 동경을 여행하는 매우 쿨한(?) 여주인공과, 자신을 스토킹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끔 집에 들이는,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첫사랑과, 남자친구가 있으면서도 여전히 나루미를 스토킹하는 소녀만이 있을 뿐이다. 게다가 스토킹소녀가 이야기하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들을 내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다.  내 정서가 그들과 맞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작가가 의도한 것을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딱 하나 이해되는 것이 있다면 유마의 감정이다.


 말로 표현해버리면 줄곧 품어왔던 느낌은 그저 단순한 형태로 바뀌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저 고교시절의 수많은 추억 중의 하나로 남고 말 것이다.
아마도 나루미에 대한 감정이 그만큼 소중했기에 유마는 말로써 그 감정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모두 표현하기에는 단어가 부족했을 테니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 그것만이 이 책에서 나타내고 있는 가장 인간적인 감정이었다.

 

일상적인 삶의 모습이나, 주변의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한 점은 내가 실제로 그 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는 점에서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일본의 연애소설과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 모양이다. 쿨한 그녀들의 마음에 내 마음은 절대 공감할 수 없었으니까. 

 p.s

일본의 단어의 유래를 알게 되어 기뻤다!


에도시대는 무사와 상인이 각자의 마을(町)에 나누어 살았는데, 지명에서 이 한자를 '쵸'라고 읽는 곳은 상인 등이 사는 지역이고, 오카치마치(御徒町)와 같이 '마치'라고 읽는 곳은 무사가 사는 마을입니다.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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