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1 - 상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밀레니엄 (아르테)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무리 재미있게 읽었어도 추리소설에 대한 내 평점은 까다롭다. (순간 정말? 이라는 내면의 소리가;;) 흥미진진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다가도 힘을 쫘악 빠지게 하는 결말을 내보이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장편보다는 단편의 추리소설에 더 끌리고 있는데, 길지 않은 분량 안에서 긴장감을 조성하고 사건과 해결을 말끔하게 해결하는 작가들의 글쓰기 능력은 나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런 중에 접한 [밀레니엄 1] 은  별 다섯 개가 아깝지 않은 수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밀레니엄은 3부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에 출간된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들>과 출간을 앞둔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 <바람치는 궁전의 여왕> 이 그것인데, 여기에서 밀레니엄은 주인공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만들고 있는 탐사보도 전문 시사경제 월간지다. 길고도 긴 미스터리의 첫 스타트를 끊은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들>은 대기업 '반예르'가문을 둘러싼 서사적이고도 웅대한 작품이다. 

경제기자의 본분은 기업들이 숨기고 싶어하는 비리를 밝혀내고 진실을 수호하는 것이라 믿는 미카엘 블로크비스트. 그는 문제가 있는 기업가 한스 에리크  베네르스트룀과 관련된 기사를 썼다가 명예훼손 행위로 고발당한다. 결국 재판에서 패소한 미카엘 앞에 '왕회장'으로서의 명성을 누린 반예르 가문의 헨리크 반예르가 두 가지 일을 의뢰한다. 하나는 반예르 가문의 자서전을 써달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1966년 돌연 사라져버린 형의 손녀 하리에트를 찾아달라는 것이었는데, 회장의 진짜 목적은 하리에트 사건 해결에 있었다. 그 대가로 베네르스트룀과 관련된 정보를 주겠다는 헨리크의 말과 오랜 시간이 지난 실종 사건에 흥미가 생긴 미카엘은 1년의 시간을 작업에 열중한다. 

한편 이 작품에는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리스베트 살란데르라는 독특한 여자로 정규교육은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뛰어난 통찰력과 기억력, 정보조사력(해커)으로 보안업체  '밀턴 시큐리티'에서 일하고 있다. 헨리크 반예르의 의뢰로 미카엘의 뒷조사를 한 리스베트는 얼떨결에 미카엘과 사건 조사에 뛰어들게 되고, 어느덧 자신보다 두 배는 많은 나이의 그에게 사랑을 느낀다. 자신에게 모욕을 준 사람은 절대 잊지 않고 갚아주며,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허용하지 않고 온 몸에 문신을 새긴 그녀. 과연 미카엘과 함께 이제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으로 사라져버린 하리에트 실종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의 매력 중 첫 번째는 두 말할 것도 없이 탄탄한 구성력이다. 미카엘이 처한 상황, 하리에트 실종사건을 조사해나가는 과정, 하리에트 사건이 끝난 뒤에 독자가 잊고 있었을 (나만 그런건가;;) 베네르스트룀에 대한 복수까지 군더더기 없이 전개해나간다. 게다가 한 가문의 역사에 얽힌 미스터리한 이야기와 살인사건은 오싹한 표지와 함께 마치 으스스한 대저택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묘한 느낌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처음에 전개되는 금융사기사건, 별로 흥미 없어하는 소재임에도 어쩐지 술술 읽혀내려가는 것이 흥미롭기만 하다. 

앞서 소개한 주인공 외에도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캐릭터의 매력은 단연 리스베트 살란데르에게 있다. 뭔가 비밀을 감추고 있는 20대의 여인, 뛰어난 해커 능력을 가지고 있고 기억력도 좋지만 어째서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도 나타내지 않는 그녀. 그녀를 둘러싼 비밀이 밝혀지길 기다렸는데, 아무래도 그 갈증의 해소는 2부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목덜미가 보이는 짧은 머리에 까마귀같은 검은 머리를 한 그녀의 모습이 시종일관 나탈리 포트만의 모습으로 그려졌는데, 이 작품 또한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정말 멋질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바람둥이 같은 미카엘과 여성들의 관계랄까. 덕분에 마지막 페이지에서 리스베트로 인해 마음이 찡했다. 

책의 뒷면에 이런 문구가 있다. -[밀레니엄]은 마지막 페이지가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매 페이지를 음미할 수 있는 그런 책이다- 장편의 경우 때때로 슬쩍슬쩍 넘어가는 부분도 있었는데, 이 작품만은 예외였다. 한 글자, 한 문장, 매 페이지를 맛있게 읽었고, 남은 페이지가 얼마 없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읽었다. 부제인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을 보고 '단순한 연쇄살인범의 이야기 아냐?'라며 집어든 책이 엄청난 즐거움을 준 것에 감사하며, 남은 시리즈가 빨리! 출간되기를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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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무덤 모중석 스릴러 클럽 15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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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형무소에서 탈출한 세 명의 흉악범이 열 명의 농아들을 도살장에 감금했다. 범인들은 탈출할 당시 이미 한 명의 교도관을 살해했으며, 길에서 만난 커플 한 쌍을 잔인하게 없앤 뒤였다. 시 낭송회를 위해 소형 스쿨버스에 타고 있었던 여덟명의 학생과 두 명의 여교사. 그들을 구출하고 범인들을 잡기 위해 FBI와 수사관 포터가 도살장을 둘러싸고 주동자 루 핸디와 숨막히는 협상을 시작한다.
 
리얼타임으로 전개되는 12시간 동안의 숨 가쁜 인질극-이라는 표지의 문구를 읽고서도 내 반응은 '숨이 가쁘면 얼마나 가쁘겠어' 였다. 눈 앞에 긴박한 상황을 나타내는 영상이 보여지는 것도 아니고, 원래 인질극을 다룬 영화는 잘 보지 않는 나로서는 그리 달가운 소재는 아니었다. 그런데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는 이 책을 안 읽었다면 엄청난 재미를 놓쳤을 거라는 생각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링컨 라임 시리즈로 유명한 거장 제프리 디버. 그가 선사하는 최고의 심리전에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분명 헤어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돋보이는 것은 단연 포터와 루 핸디의 협상 과정이다. 보통의 인질범이 보이는 행동양상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매우 침착하고 이성적으로 상황을 주도해버리는 루 핸디. 포터는 전화를 통해 그와 협상을 시작하지만 루 핸디의 심리와 행동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인질범들이 주로 요구하는 돈도 바라지 않고 그저 탈출하기 위한 헬리콥터만을 바라는 그에게 인질들은 장난감과 같다. 10명의 인질에게 공포를 주고, 눈썹 까딱하지 않고 등 뒤에서 총을 쏘아버리는 그의 모습은 제발 더 이상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나의 마음에 100%의 긴장을 유발시킨다.  게다가 서로 협력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무척 답답한 마음에 끝날 때까지 앉지도 서지도 못하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을 접하면 거의 숨쉬기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영화를 통해 본 인질들이 주로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면, 이 책의 인질들은 어느 의미로 약간 독특하다. 말로는 의사를 전달할 수 없는 인질들은 수화를 통해 그들의 내면을 표현한다. 놀라운 것은 작가가 그들의 불안한 심리와 정신상태, 특히 여교사 중 한 명인 멜라니 캐롤의 심리 묘사에 탁월한 솜씨를 보인다는 점이다. 마치 그녀가 작가인 듯, 작가가 그녀인 듯한 심리묘사는 변해가는 멜라니의 성격과 더불어 작품의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 한 명의 평범한 사람이 예상하지 못한 재난을 만나 어떻게 변해버렸는지, 혹은 자신의 본성을 어떻게 깨닫게 되는지를 그린 듯한 마지막 장면은 마치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정의를 부르짖다 조커에 의해 스러져간 검사를 보는 것 같았다.
 
한 가지 엉뚱하다고 느낀 것은 스톡홀름 신드롬을 이용하여 루 핸디의 경계심을 낮추려던 포터가 오히려 멜라니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 점이었다. 게다가 멜라니 또한 포터에게 좋은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런 요소들이 과연 작품에서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띠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책을 한 번 더 읽으면 알게 되려나.
 
제프리 디버의 작품 중에서는 [본 콜렉터] 밖에 읽은 적이 없다. 그저 여타의 다른 추리소설 작가와 다름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그의 이야기 세상속으로 끌려들어간 듯하다. 이 출판사에서 나올 제프리 디버의 캐트린 댄스 시리즈 중 첫 작품인 [잠자는 인형] 이 무척 기다려진다. 하지만 그 전에 발간된 그의 책을 모두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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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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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부터 무척 독특한 작품이다. 분홍색과 초록색의 밝은 표지에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져 있으며, 다다미 넉장반으로 세계일주를 한다는 말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말 그대로 다다미 넉장반에 앉아 세계일주를 할 수 있을리는 없고, 상징적인 표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귀가 솔깃해지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대화에 관한 소문을 익히 들었기 때문일까. 이 작품은 그동안의 책들에서는 만나지 못했던 의태어와 의성어 집합의 최고봉이다. 홍야홍야.

네 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나, 이 이야기들의 구조 또한 재미있다. 보통 한 작품집에 실린 단편들이라면 주인공이 일상에서 겪게 되는 사건의 나열이거나, 각각 독립된 주제를 갖는 별개의 이야기가 펼쳐지기 마련이지만 이 작품 속 이야기들은 한 마디로 '인생극장'이다. 우리에게 이바람이라 불리는 연예인이 예~전에 한 프로그램에서 연기했던, 주인공이 선택한 길에 대해 다른 결말을 보여주었던 그 '인생극장' 말이다.  우리의 주인공 앞에는 갓 대학에 입학했을 때 가입했거나, 혹은 가입할 수 있었던 네 개의 동아리가 선택지로 주어진다. 영화 동아리 '계'와 '제자 구함'이라는 기상천외한 전단지, 소프트볼 동아리 '포그니'와 비밀기관 '복묘반점'을 선택한 주인공의 인생이 어떤 동아리를 선택했느냐에 따라 재구성된다. 

각각의 이야기 속에서 맡은 역할은 다르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은 공통적이다. 일단 주인공인 '나'와, 그의 하숙집 윗층에 사는 히구치씨, 열 중에 여덟은 요괴로 착각하는 외모를 갖고 있는 오즈, 치과에서 일하는 하누키씨, 쿨하고 이성적이지만 나방을 두려워하는 아카시, 그리고 그 외 조역을 맡고 있는 아이지마와 조카사키 선배, 그의 러브돌 가오리까지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들이 주인공과 오즈가 펼치는 사랑의 훼방꾼 놀이, 자학적 대리 전쟁, 유쾌한 서신 왕래, 80일간의 다다미 넉장반 일주에 동참하는 것이다. 주인공과 오즈를 제외하고는 매번 새로운 관계가 성립되지만, 각각의 에피소드의 결말은 과연 어떨까나~

주인공과 오즈의 일상은 유쾌하기 그지없다. 어찌보면 한심해 보이는 청춘들이지만, 청춘이기에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헤매는 그들을 보면, '아~역시 풋풋할 때가 좋았지'하고 생각하면서  음냐음냐, 후냐후냐, 무늉무늉 등의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재미있는 의태어의 바다 속에서 헤엄치게 된다. 게다가 작가의 어법이 기발하다. 예를 들어 -이상하게 친한 척하는 남자가 기분 나쁘게 느껴졌다. 혹시 10년 전에 생이별한 형인가 생각했으나 형과는 생이별한 적이 없었거니와 나에게 형이 있다는 것 자체가 금시초문이었다-같은 웃음이 터져나오는 문체나, -합격을 기원하면 절대로 떨어지고 만다는 신사-같은 역설적인 표현들이 재미있다. 

책을 읽으면 작가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독특한 문체와 기발한 상상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이 작품으로 미루어 보아 왠지 이 작가를 실제로 만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 자신, '오즈'같은 생김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즐거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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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 랩소디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소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부모님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들으면 깜짝 놀랄 제목이다. 아이들이 유괴당하고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은 생각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한데, 그런 무서운 단어에 '랩소디'라는 서사적이고 영웅적인 성격을 띄는 단어가 결합되어 있으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긴장하지 마시라~띠지에도 적혀 있지 않은가? '세상에서 가장 재수 없는 유괴범'이라고. 그리고 그림을 자세히 보라. 타칭 (자신은 여행중이라고 믿고 있는) 유괴된 아이가 유괴범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다. 

멋진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세 번의 징역을 살고 나온 다테 히데요시. 그는 지금 죽을 준비를 하고 있다. 바로 얼마 전 자신이 일하던 가게의 주인을 밀치고 돈을 훔쳐 영업용 차를 타고 도망쳤기 때문이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되돌아보며 전혀 죽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느릿느릿 죽음을 준비하는 그의 차에 한 꼬마가 방문했다. 히데요시는 단순히 부잣집 아들이라고 생각한 그 꼬마는 그 일대를 주름잡는 야쿠자 조직의 조장 시노미야의 외아들, 여섯 살의 덴스케였다. 속사정도 모르고 어설픈 유괴 계획을 세운 히데요시는 덴스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꼬마에게 우정을 느낀다. 하지만 시노미야 조직과 대항하는 홍콩 마피아와 유괴의 냄새를 맡은 경찰, 그리고 아들을 되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켠 시노미야 조직 일당이 그런 그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이 책은 히데요시의 유괴 일지가 아니다. 함께 캐치볼을 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낸 동생 히데지를 추억하고, 자신의 마음 속에 숨어 있던 삶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는 히데요시의 성장소설이자, 순수하고 용감한 꼬마 덴스케의 즐거운 여행 이야기다. 가난과 함께 서른 여덟 평생을 보내온 히데요시와, 많은 조직원들에게 둘러싸여 부유한 생활을 보낸 덴스케는 어찌 보면 그다지 어울릴만한 콤비가 아니다. 하지만 가난한 히데요시도, 부유한 덴스케에게도 공통점은 있다. 그것은 가슴에 자리잡은 외로움과 그리움이라는 감정. 덴스케를 바라보며 제대로 살았다면 이만한 아들이 있겠지라고 회한에 잠기는 히데요시와,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으로 항상 냉정한 모습만을 보이는 아빠에 대해 무서운 인상만 간직한 덴스케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올 오브 더 오케이이~'를 외치고, 마음 속으로 덴스케를 내려주신 신에게 감사하는 히데요시와 그의 계략 아닌 계략도 모르고 시종일관 엉뚱한 세계를 보여주는 덴스케의 만남은 처음부터 웃음을 연발시킨다. 현실세계였다면 분명 공포감을 일으켰을 야쿠자들의 울부짖는 모습과 우루루 몰려다니는 모습은 표지 그림과 딱 어울리며 무서움은 커녕 코미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히히히히이~익' 이라거나 '꽥'이라는 등의 사실적인 대사들도 넘쳐나서 자신도 모르게 푸하하 웃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마지막은 감동의 해피엔딩이니, 이 작품에 더 바랄 것이 뭐가 있을까.

오기와라 히로시는 [하드보일드 에그]와 [유랑가족 세이타로], [벽장 속의 치요], [신으로부터의 한 마디]등으로 유명한 작가다. 어느 작품에서나 무거운 주제도 유쾌하게 만들어버리는 그만의 글쓰기를 구사하고 있으며,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인간을 바라보게 하는 그의 작품 성향이 나는 참 좋다. 

'유괴'라는 무서운 범죄를 상처를 치유하고 우정을 키워나가는 감동의 스토리로 재탄생시킨 오기와라 히로시. 그의 이번 책은 그만의 유머와 독특한 글쓰기를 유감없이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이었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도 그의 작품을 남김없이 읽으며 하하호호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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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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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부끄럽지만 어린시절 나의 꿈 목록에는 '작가'도 포함되어 있었다. 교내와 교외 대회에 나가서 상도 몇 번 타봤고 글 쓰는 일을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작가'라는 직업은 그 때도 참 매력적이었다. 그 길을 가지는 못했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은 나의 꿈 목록에는 여전히 글쓰는 일이 남아 있다. 그 때문인지 좋은 작가와 멋진 작품을 만나면 그들의 이야기에 즐겁기도 하면서 동시에 채워지지 않는 욕심이 고개를 들곤 한다.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라는 욕망이. 

정혜윤 PD와는 [침대와 책]이라는 작품으로 처음 만났다. 침대, 책. 겨울밤 이불을 뒤집어쓰고 귤을 까먹으며 밤을 새워 책을 읽는 일은 도저히 고치지 못하는 버릇이 되었고, 침대와 책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그 따스한 겨울밤이 떠오른다. 읽은 책의 권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내 자신에게 되뇌이면서도 얼마나 많은 책을 읽어야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글귀가 떠오를 수 있는지 궁금하고 샘이 났다. 그런 그녀가 이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고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 

11명의 가슴을 가득 채운 책들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을 있게 한 책들이 궁금하면서도 나는 어느 새 그들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하고 깜짝깜짝 놀란다. 불화가 심한 가정도 아닌데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이혼하면 어떻게 하나를 걱정하고 그 뒤의 행동까지 정해놓은 정이현. 우리 부모님이 들으시면 놀라시겠지만, 나 또한 그런 터무니없는 상상을 하곤 했었다. 고독과 불안은 그녀의 정서이기도 하지만, 나의 정서이기도 하다. 겉으로 표현되어지는 밝음과는 정반대되는 그 감정들을, 숨기고 다른 식으로 표현하는 출구로써 나는 책을 이용했다. -어차피 잘 안 될걸, 차라리 조금만 상처 받자 (p55)-는 그녀의 말 또한 내가 감추고 있던 생각 중 하나다.  내 안에도 그녀처럼 불안으로 가득하지만 숨어있는 열정이 존재할지, 알고 싶다. 

살기 위해 읽었다는 공지영. 그녀의 작품은 발표될 때마다 대중소설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나에게 그녀는 또 하나의 나다.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말로 잘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그녀가 대신 표현해준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타인에게도 일어나리라(p74)-라는 공지영과 비교하기 위해 소개된 오스카 와일드의 <옥중기>는 상처받고 어려운 모든 이들에게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라 여겨진다. 

-책은 견디기 힘든 시간들을 견디게 해줘요(p235)-라는 문소리의 말은 이 책에서 제일 공감가는 말이다. 한 때 나도 책에서 도망치고 싶은 적이 있었다. 너무 힘들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마냥 멍하니 있게 되던 때. 어릴 때부터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지냈던 나도 이럴 때가 있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책조차 보기 싫어졌던 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책이 위로가 되고, 과연 나을 수 있을까 의심되던 상처를 치유했다. 그 때부터 나의 글쓰기(서평, 일기)와 독서는 '치유의 과정'이 된 것 같다. 

책을 통해 다양한 책을 만났지만, 결국 그 속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사람'이었다. 책을 통해 성장하고 상처를 치료하고 조금 더 한 발 앞으로 나아간 사람들의 모습. 그들이 선택하고 말한 한 권의 책은 결국 그들 자신임에 다름 없다. 

독서는 재미를 추구하고 지식을 알아가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나에게 독서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책들과, 책으로 인해 만난 사람들을 통해 진정한 나의 모습을 조금씩 찾아내는 것. 나에게도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한 권의 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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