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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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추리소설을 좋아하지만 정작 '하드보일드'라는 말이 나오면 당황하게 된다. '하드보일드가 뭐지, 뭐였더라' 더듬거리며 인터넷을 검색하는데 불현듯 예전에도 검색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폭력적인 테마나 사건을 무감정의 냉혹한 자세로 또는 도덕적 판단을 전면적으로 거부한 비개인적인 시점에서 묘사하는 것이다'라는 설명을 읽으면서 그제야 겨우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그러고보니 표지 앞에 쓰인 '걸작 하드보일드' 라는 말이 그냥 쓰인 것만은 아닌 것 같아 기쁘다. 선전문구와 내용의 재미가 일치하는 책은 그리 많이 없으니까. 추리소설을 읽기 위해 꼭 하드보일드나 본격추리, 신본격, 이런 말의 의미를 모두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알아두면 책의 내용과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책 이야기를 하기 전에, 조금 엉뚱한 이야기지만 나는 남자든 여자든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 사람을 좋아한다. 그들 앞에 서면 내가 겪은 일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듯 하다. '울 일이 적어진다'는 느낌이랄까. 하나하나에 화내고 기뻐하고 흥분하는 일은 열정적이고 아름답지만 모든 감정에 온 힘을 다해 반응하는 나같은 사람은 감정의 소모가 너무 크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진중해지고 차분해지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일을 바라볼 줄 아는 여유가 생긴다. 

어쩐 일인지 나는 이 책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주인공 사와자키의 이야기는 하드보일드라는 말과 어울릴만큼 감정이 지극히 제한되어 있다. 마치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 사건에 휘말려 언제 죽어도 상관없다는 말투와 행동은 나의 흥분되는 마음까지 가라앉혀버린다. 하지만 그것이 또 싫지 않다. 마치 나이 많은 어른 앞에서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한 편안한 기분까지 들었다. 숨막히는 액션과 추격신, 선혈이 낭자한 사건현장, 꼬이고 꼬인 이야기들은 자극적이지만 어떤 때는 그걸로 끝이다. 자꾸만 분위기를 떠올려보게 되고, 대사를 곱씹어보게 되고, 엉뚱한 대사 하나에 풋 웃음이 나는 매력적인 이 책과는 다르다. 

이야기는 도쿄 도심의 허름한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로 오른손을 주머니에 감춘 낯선 남자가 탐정 사와자키를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그 남자는 엄청난 액수의 돈이 든 봉투를 내밀며 르포라이터 사에키 나오키의 행방을 묻는다. 사에키의 행방을 알 리 없는 사와자키에게 봉투를 남긴 채 남자는 홀연히 사라지고, 곧이어 그의 아내인 사에키 나오코가 사와자키에게 수사를 의뢰한다. 경찰에게 구박을 받고, 상류층의 믿음직스럽지 못한 눈초리를 받아가며 사에키의 행방을 찾아다닌 사와자키는 그의 실종이 도쿄 도지사 저격사건과 관련이 있었음을 알아내고 그 누구도 짐작하짐 못한 사건의 진실을 찾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책은 다른 추리소설과는 다르다. 깜짝 놀랄만한 사건현장도 없고, 숨막히는 추격신도 없으며 작품 전체에서도 그다지 긴장감을 느낄 수 없다. 오히려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분위기는 하얀 담배연기 같은 모호함이랄까. 사건을 수사하는 사와자키의 행동마저 때로는 느긋하고 여유로워보인다. 게다가 투덜거리고 구박하면서도 사와자키를 도와주는 니시고리 경부와, 알코올 중독자이고 도망자이면서  종이비행기로 슬쩍 정보를 알려주는 와타나베 모두 개성이 살아있다. 서로 좋아하지 않는 관계, 하지만 무작정 미워할 수만도 없는 관계, 좋다. 

옮긴이의 후기에는 작가가 이야기한 제목에 관한 에피소드가 나와있다. 그는 '밤' 그 자체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인간의 추악한 어둠을 '밤'에 비유한 것은 아니었을까. 밤은 모든 만물이 잠들고 고요가 찾아오는 시간이다.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본성이 틈새를 비집고 나올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시간. 표지의 먹물처럼 꿀렁거리는 욕망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시간. 그 밤은 범인 안에서 몇 번이나 되살아났을까 생각하게 한다. 

하라 료가 깊이 빠졌다는 레이먼드 챈들러와 필립말로에 대해서는 잘은 모르지만 이런 분위기의 이야기가 하드보일드라면 기꺼이 환영하겠다. 오늘도 어딘가의 쓸쓸한 밤의 골목을 담배 연기와 함께 코트를 휘날리며 어기적어기적 걷고 있을 듯한 사와자키 탐정. 그 후속편이 기다려지는 멋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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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선생님의 수첩에는 무엇이 있었나? -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만드는 대화의 시작 "입을 닫고 귀를 열어라"
페란 라몬-코르테스 지음, 김현철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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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과 관계를 맺든 그 관계를 계속해나가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바로 대화다. 내가 상대에 대해 아무리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좋은 말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그 사람의 말을 성의있게 들어주지 않으면, 그 관계는 곧 악화된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주기를 바라거나 상대방의 마음을 자신이 온전히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도 금물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감정과 생각은 서로 표현하고 밖으로 드러낼 때에만 상대에게 전달된다. 

주인공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인 아내와 '대화'로 인해 문제를 겪고 있었다. 대화로 시작해 말다툼으로 끝나는 일상. 그런 삶이 지겨워진 주인공은 막스 선생님에게 조언을 바라지만 막스 선생님이 보낸 것은 텅 빈 수첩 하나와 바다로 나가라는 짤막한 편지 뿐이었다. 그 동안 아내와 단 둘이 시간을 보낸 적이 극히 적었음을 깨달은 주인공은 아내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고 서로의 생각과 감정에 집중하면서 그들 사이에 있었던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 노력한다. 그리고 막스 선생님이 보내 준 텅 빈 수첩에 행복을 부르는 그들만의 법칙을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주인공과 아내가 발견한 행복을 부르는 법칙은 다음의 다섯 가지다. 바다로 나가기 위해 오랜 시간 준비기간을 거치면서는 시간을 충분히 투자하라는 법칙을 얻었고, 항해를 하면서 바람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면서는 상대의 말에 집중하라는 법칙을, 작은 사고가 일어나 아내와 마찰이 있었을 때는 상대방의 감정 상태부터 파악하라는 것을. 폭풍우가 닥쳐 큰 혼란을 겪고 마침내 그것을 이겨냈을 때는 감정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법칙을, 전체적인 항해를 돌아보면서는 상대에게 보조를 맞추어 천천히 대화하라는 법칙을 얻었다. 

많은 책들이 인간관계와 대화를 강조한다. 입이 하나고 귀가 둘임은 다른 사람의 말을 좀 더 성의있게 들으라는 표시라는 것을 재차 상기시킨다. 그런데 그런 책들은 대부분 밖을 향한 대화법에 관해 기술하고 있었다. 사회생활을, 직장생활을 잘 하려면 어떻게 대화를 해야하는가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밖을 향한 대화법 뿐만 아니라 안을 향한 대화법도 중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자주, 그리고 크게 상처를 입히는 대화를 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집에서 가족에게 말하는 방식을 생각해 보았다. 밖에서는 하하호호 웃으면서 집에서는 가족에게 짜증을 내지는 않았나, 부모님이 하시는 말씀을 귀담아들으려고 했었나, 내 감정 때문에 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는 않았었나. 안타깝게도 나는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었다. 나와 가족의 사이가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나쁜 것은 아니나 나의 대화방식을 고쳐야 함은 자명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강조하는 대화법들을 밖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제시된 대화법들은 가장 기본적인 사항들로 모든 인간관계의 반석을 마련해줄 수 있을 규칙들이다. 쉽지만 우리가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던 대화의 법칙들. 짧고 쉬운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기억에 남게 될 막스 선생님의 훌륭한 수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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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흉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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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은 [백야행]을 통해서였다. 매 분기마다 일본 드라마를 체크해서 보곤 하는데 아야세 하루카와 야마다 타카유키가 등장하는 드라마 <백야행> 이 참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상으로 먼저 접해서인지 책 [백야행]은 나에게 그리 큰 감흥을 주지는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찬양해 마지 않는 그 작품이 별로라고 느낀 나는 이 작가와는 앞으로 인연이 없겠구나 했다. 

그런데 [방황하는 칼날] 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자꾸만 증가하는 청소년 범죄를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라는 깊이있는 시각을 제시하면서 주인공인 피해자의 부모의 마음을 100% 전달하고 있었다.  스스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기에 다른 작가의 글을 비판하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겠지만, 좋은 글은 어쨌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백야행]에 비해 [방황하는 칼날]은 그 점이 충족되어 있었고, 다른 사람에게는 어쨌든 나에게는 그 소설이 그 후로 접한 많은 그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의 소설로 남아있다. 

[방황하는 칼날]을 접한 뒤로는 그의 작품이 출간된다고 하면 늘 기대부터 품게 된다. 항상 만족스럽기만 했던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방황하는 칼날] 같은 작품을 또 만날 수 있겠거니 하는 기약없는 기다림이 계속되었다. 때문에 [아름다운 흉기]의 출간소식을 듣고 나는 또 기대했었다. '인간의 탐욕과 집착에 관한 묘사' 라는 띠지의 문구를 보고 이번에는 어떤 사회적인 문제를 들고 와 깊이 생각하게 만들어줄지 궁금했다. 

이야기는 어떤 집에 네 명의 도둑이 들면서 시작된다. 그들은 일본 신기록을 보유한 전 올림픽 스타들로 도핑에 관한 자신들의 기록을 없애기 위해 센도 고레노리의 집에 침입한 것이다. 그들의 침입은 센도에 의해 발각되고 소란이 벌어진 가운데 센도가 우발적으로 살해된다. 그들은 강도의 침입으로 위장시키기 위해 귀중품을 몇 개 훔치고 저택을 불태우지만 저택 뒷편의 창고에 있던 누군가가 그들의 범죄를 낱낱이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알지 못한다. 190 센티미터가 넘는 장신에 탄탄한 근육, 여성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파워를 가진 그녀는 센도가 단련시킨 마지막 선수이자 잔혹한 실험의 대상이었다. 그녀는 센도의 복수를 위해 그들 네 명을 추적하며 한 명 한 명 처단하기 시작한다. 

스포츠계에서 도핑은 커다란 이슈가 된다. 깨끗하고 굳센 스포츠 정신을 사랑하는 스포츠인들에게 도핑은 파렴치한 사기행각이며 그 동안의 자신들의 노력을 먼지로 만들어버리는 범죄행위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핑 문제가 끊임없이 발각되는 것은 스포츠 또한 과정이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기 때문일 것이다. 기록을 내기 위해 그들-다쿠마, 준야, 유스케, 쇼코-은 순간의 유혹에 무릎 꿇었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다. 늘 불안에 시달리는 일상, 지금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 주위 사람들에 대한 체면 등이 그들을 짓눌렀고 결국 비참한 결말에 이르고 말았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몸부림치다 결국 잘못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으로 인해 또 다른 잘못을 한 그들 네 명은 어리석지만 참으로 인간적이다. 누구나 지금보다 더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하고 발전하기를 원하지만 분명히 한계점은 존재한다. 정정당당히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축복이겠다. 이 작품에서 섬뜩하게 느껴졌던 것은 자신들의 결점을 숨기려고 하는 네 명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들 중 쇼코, 그녀가 가장 무서웠다. 자신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야말로 센도가 만든 지상최대, 최악의 흉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과연 그들 네 명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고 책을 읽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약간 아쉬움을 느낀다면 그것은 센도의 마지막 선수이자 그들 네 명을 처단하는 여자 선수의 복수의 당위성 결여라고 할까. 센도와 그녀의 관계가 자세히 나와있지 않아 그들 사이를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녀가 센도를 위해 복수해야 할 이유를 나는 잘 모르겠다.  

그녀를 최고의 선수로 단련시켜 주었기 때문에? 하지만 책을 읽으면 알게 되겠지만 센도는 그녀에게 잔인한 짓을 저질렀다. 여자라면, 그리고 어느 정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그가 죽음을 당했을 때 오히려 홀가분함을 느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는 복수에 나섰고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까지 죽이면서 네 명을 찾아다닌다. 그것은 복수가 아니라 무차별 살인이다. 흉기라 내세운 그녀의 인물 구상이 허술하고 복수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사건의 전개 또한  당위성이 떨어진다고 봐야겠다. 

띠지 문구에는 '괴물이 되어버린 한 여자의 슬픈 복수가 시작된다'라고 쓰여있다. 나는 그 문장을 괴물이 된 여자가 자신을 그렇게 만들어버린 사람에게 복수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녀의 행위는 복수가 아닌 살인이었고, 나에게는 그리 슬프지도 않았다. 다만 한 사람의 인생이 어떤 보람도 없이그리 아무 의미없이 지나가버릴 수 있다는 게 안타까웠다. 

 [방황하는 칼날]에 버금가는 작품성을 기대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인만큼 어느 정도는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의 깊은 어둠을 파헤치는 그의 글의 특징은 여기서도 잘 녹아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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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미국여행지34
권기왕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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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총기사고, 인종차별, 강대국이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나라. 대부분 부정적인 이미지가 내가 미국에 가지고 있는 인상이었다. 영어를 굳이 배우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별 어려움 없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 많은 친구들이 어학연수, 유학으로 찾아가는 미국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나에게도 딱 한 곳, 미국 내에서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데 바로 뉴욕이다! CSI의 스핀오프 시리즈인 <CSI 뉴욕>편의 음울한 분위기와 회색빛 도시, 한편으로는 화려함이 공존하는 그 곳에 언젠가 한 번은 발을 딛어보겠노라 결심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내가 미국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적, 경제적 상황은 차치하고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한다'는 미국에 대해 호기심이 일었다. 

책을 받아든 순간 엄청난 두께와 휘황찬란한 사진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미국에 이렇게 갈만한 곳이 많단 말이야? '라는 놀라움도 잠시, 알찬 소개들이 연이어 등장하는 통에 내 입에서는 탄성만 쏟아져나왔다.




 

 

 

 

 

 

 

이 책은 Best of Best 를 꼽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가장 가볼 만한 도시 10', '가장 가볼 만한 국립공원 10', '미국의 대표적인 휴양지 10', '가족과 함께 여행하기 좋은 곳 10', '미국의 문화& 예술의 무대 10' 등 각각의 테마에 맞추어 쉽게 미국을 여행할 수 있도록 안내한 점이 마음에 든다. 사실 남북으로 2만km, 동서로는 대서양 연안에서 태평양 연안까지 4,800km에 이르는 방대한 영토의 미국을 여행할 때 과연 어디를 어떻게 여행해야 할 지 고민되기 때문이다. 여행자의 입장에서 책을 써내려 간 것 같아 첫 장을 펼쳤을 때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책의 구성은 <미국을 만든 도시>, <테마가 있는 도시>, <장대하고 아름다운 국립공원>, <신기하고 신비로운 자연>, <독특하고 흥미로운 장소> 의 다섯 가지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모두 다른 장소를 소개하고 있으며 각각의 장에 실린 글도 글이지만 화려한 사진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책을 펼치니 내가 그토록 가고 싶어하던 뉴욕이 먼저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음울한 도시를 연상했건만 사진으로 본 도시는 그리 우울해보이지 않는다. 세계 경제, 금융, 문화, 예술, 패션의 중심지이며 자유의 여신상이 우뚝 서 있는 매력적인 도시 뉴욕. 아마 나도 그 곳에 가면 다른 사람들처럼 "I love New York" 이라고 크게 외칠지도 모르겠다.

그 후로 샌프란시스코, 마이매미 비치들의 화려함이 연이어 뒤따른다. 



 

 

 

 

 

 

 

 



 

 

 

 

 

 

 

 

<테마가 있는 도시>에서는 영화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으로 유명한 시애틀이 등장한다. 추상적인 건축미로 유명한 EMP 뮤지엄이 있는 곳, 로맨틱함과 기이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인 듯 하다.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태어난 애틀랜타도 인상적이었고, 모르몬교의 성지인 솔트 레이크 시티의 템플에는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그랜드 캐년과 옐로 스톤이 등장하는 <장대하고 아름다운 국립공원>이 숨 쉴틈 없이 등장하며 <신기하고 아름다운 자연>에서 소개된 나이아가라 폭포와 화이트샌드, 알래스카 앞에서는 마치 직접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들었으며 <독특하고 흥미로운 장소>의 인디언 마을이나 아미쉬, 케네디 스페이스 센터는 향수와 재치, 즐거움을 모두 맛볼 수 있는 곳이었다. 




 

 

 

 

 

 

 

 

이 책은 설명보다는 직접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볼 수록 괜찮은 책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책을 보고 감탄을 멈추지 못하는 나에게 엄마가 슬쩍 다가오시더니, 결국에는 같이 보기에 이르렀다. 엄마도 이 책이 꽤 마음에 든 눈치로 언제 한 번 미국여행 가보자고 하신다. 그 때는 이 책을 꼭 챙기라시며.

방안에 앉아 미국의 가볼 만한 곳 34곳을 다 둘러봤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책에 실린 사진들이 하나같이 경이로워서 모두 소개해주고 싶었지만 일부만 올려본다. 미국여행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든, 앞으로 갈 예정이 있는 사람이든 꼭 한 번 읽어보고 떠나라고 권해주고 싶다. 소지하고 떠난다면 무척 도움이 될 만한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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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비지 가든
마크 밀스 지음, 강수정 옮김 / 비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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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비지가든. 영어에 약한 나로서는 그저 단어의 느낌이 좋다고만 생각했었다. 아마도 표지가 주는 신비롭고 고풍스러운 느낌에 지레짐작을 해버린 탓도 있겠다. 뭔가 아름답고 분위기 있는 뜻을 가진 단어일 것이라 생각하고 인터넷을 검색했는데, 이런, 내가 상상하던 것과 정반대다. 야만적인, 난폭한. 그럼 새비지가든은 난폭하거나 야만적인 정원이 되는 건가. 문득 새비지가든이란 그룹이 생각난다. 그럼 그들은 난폭한 가수들? 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어느 새 나는 책속으로 빠져들었다. 

지도교수로부터 논문 주제를 추천받은 애덤은 여름방학동안 논문을 완성하기 위해 이탈리아의 도치 저택을 찾게 된다. 15세기의 부유한 영주였던 도치가 젊은 아내였던 플로라의 죽음을 추도하기 위해 만든 아름다운 정원.  그러나 아름다운 정원은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다. 아내 플로라를 모델로 한 여신 조각상은 정숙하다기보다는 유혹적이고 정원 여기저기에 세워진 조각상들 또한 애덤에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듯 하다. 한편 도치 저택의 여사에게도 아픔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전쟁이 끝나기 전 큰아들이 독일군의 총에 맞아 숨진 일이었다. 우연히 단테의 [신곡]을 접하게 된 애덤은 정원과 저택에 숨겨진 비밀을 눈치채게 되고 위기 상황까지 맞게 된다. 

이 작품은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과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의 느낌이 사뭇 다르다.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 흔한 소재라고 생각했던 이야기가 비밀의 정원과 어울리며 커다란 회오리도 휘몰아친다.  400년 전의 사건, 13년 전 일어난 사건들은 다른 두 가지 이야기이면서 '가족관계'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모인다. 가장 가깝지만 때로는 가장 잔인해질 수 있는 사이, 가족.  가장 친밀해야 할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이기 때문에 죄의 무게는 깊어지고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은 채 어둠의 농도만 짙어질 뿐이다. 그리고 숨겨져 있는 그 비밀을 푼다는 것은 아무리 가족이라도 세상에 숨기고 지나갈 수 있는 일은 없음을 넌지시 암시하는 것 같다. 그것은 애덤의 가족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다른 누구도 아닌 도치 여사다. 가슴 속에 온갖 아픔과 슬픔을 간직한 채 저택을 지키고 더 이상 묻어둘 수 없는 비밀 앞에 당당히 마주한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얻게 된 노련함으로 결국은 사건의 전체흐름을 주도하는 도치여사. 그녀는 사랑 앞에 정열적이었고 진실 앞에 솔직한 모습을 보이면서 저택과 정원에 감도는 저주의 기운을 몰아낸다. 

이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었지만 신화와 단테의 신곡을 알맞게 버무려 이야기를 구성한 점은 높이 살 만하다. 게다가 중간중간 애덤과 그의 형 해리 사이에 보이는 재치있는 행동과 말들은 긴장감 있는 사건들 속에서 간간히 미소짓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정원을 떠올리게 만든 책, 언젠가는 이탈리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고, 그리고 단테의 [신곡]은 꼭 한 번 읽어둬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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