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퇴마사 펠릭스 캐스터 1
마이크 캐리 지음, 김양희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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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펼치면 잔잔한 음악이 들린다. 그 음악은 책의 중반까지 계속되다가 중후반부로 들어서면 비트가 강한 빠른 음악으로 바뀐다. 음악에 대해서는 듣기 좋다, 별로다로 판단하는 터라 잘은 모르지만 아무튼 이 책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그렇다. 주인공 캐스터가 틴 휘슬로 유령을 퇴치해서 그런가. 

이 책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고 싶다면 우선 캐스터에 대해 알아두어야 한다. 케밥집 위에서 '캐스터 유령 퇴치소'를 운영하며 빚에 허덕이고 얄미운 사람을 유령의 존재로 살짝 위협하는 그는 이른바 퇴마사다. 유령을 볼 줄 알고 그들을 다른 세상으로 인도하는(혹은 쫓아내는) 능력은 그가 여섯 살 때 나타났다. 그의 누이 케이티가 트럭에 치여 죽은 후 유령으로 나타나 그의 침대를 함께 쓰는 것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한 캐스터가 케이티에게 욕지거리 노래를 퍼부어서 쫓아 보낸 후부터 그의 운명이 결정되었다고 할까. 

캐스터는 그 분야에 정통했던 나머지 호기심 많은 그의 친구 라피가 데몬을 불러내고 그로 인해 요양원에 갖히게 되는 데 살짝 일조했다. 물론 본의는 아니었으나 자신의 탓이라 여기며 죄책감을 느끼고 있지만. 글쎄. 내가 보기에는 괴로워하는 한편 그 사건에 이제는 익숙해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캐스터에게 보닝턴 기록보존소 소장으로부터 여자 유령을 퇴치해달라는 의뢰전화가 걸려오고, 방세를 갚을 능력도 없었던 캐스터는 자의반, 타의반(타의가 더 컸으나)으로 일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등장하는 루가루(늑대인간)와 좀비와 서큐버스(수면 중인 남성과 성교한다는 마녀) 줄리엣과 벌이는 밤의 혈투! 

영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한 편의 환상이야기는, 그러나 약간 느리다. 나에게만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지만 1/3 정도까지는 '대체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무슨 등장인물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 거야, 이 사건과 저 사건 그리고 이 사람들과 저 사람들은 대체 어떤 연관이 있다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언급했던 잔잔한 음악은 바로 여기까지다. 그 부분만 넘기면 이야기는 급변, 사건과 사건이 이어지고 인물과 인물이 연결되면서 원숭이가 뜀뛰기를 하듯 이야기가 통통 튄다. 코트를 휘날리며 멋지게 싸워야 할 캐스터지만 때로는 얻어터지고 때로는 서큐버스의 먹이가 될 뻔 하는 그는 표지의 쿨한 이미지와는 달리 약간 맹해보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또 그런 점을 미워할 수 없다고 할까. 

이 책의 다른 매력은 온갖 종류의 이물(異物)이다. 인간의 혼령이 짐승의 몸으로 들어가 이루어진 루가루, 좀비, 데몬과 하나의 영혼으로 살아가는 라피, 아름다워서 거부하기 힘들지만 죽음으로 이끄는 서큐버스 등 이 책이 만들어내는 다른 세계의 모습은 무척 흥미롭다. 또한 유령보다 더 잔인하고 무서운 인간들까지 등장하고 그 인간들을 캐스터가 (물론 혼자 하지는 못한다) 말끔히 청소해주시니 절정 부분 또한 그 나름대로 만족스럽다. 게다가 다음 편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결말이란! 

캐스터는 유령을 다른 곳으로 보내는 일을 하지만 아직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았다. 그 부분은 아마도 이 시리즈가 계속되는 한 그의 숙제로 남을 듯. 문득 작가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책날개를 펼쳤다. 오옷! 깊숙히 푹 들어간 두 눈에, 짧은 회색 머리를 한 그의 포스가 강렬하다. 으음. 이런 책을 쓸만해. 괜히 인정하게 된다. 마이크 아저씨, 2권으로 빨리 돌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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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거짓말 모중석 스릴러 클럽 14
리사 엉거 지음, 이영아 옮김 / 비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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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무수히 많은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오늘은 이 길을 걸을까 저 길을 걸을까, 점심은 늘 가던 식당에서 해결할까 새로운 맛을 발견해볼까, 이 일을 지금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 것인가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인생을 결정지을만한 일부터 사소한 일까지 모든 것이 선택의 연속이다. 하지만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작은 선택이 뒤의 큰 그림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얼마나 의식하면서 살아가고 있을까. 단 30초의 시간이 우리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미리 알 수 있다면 그래도 우리는 그 때 했던 그 결정을 아무 거리낌 없이 다시 '선택'할 수 있을까.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공포는 사실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영화나 책에서야 주인공들의 엄청난 모험을 그리고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모진 고통을 멋지게 견뎌내는지 화려하게 묘사하지만, 평범한 나같은 사람에게 공포는 익숙했던 것이 어느 날 낯설어지는 것,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서 가슴이 서늘할 정도의 다른 면을 보게 되는 것이다. 늘 다녔던 길이 갑자기 미로처럼 느껴져서 헤매게 되는 것 같은 느낌. 그 미로는 다름 아닌 타인의 마음이다. 

리들리 존스의 공포도 그런 것이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후로 그녀의 삶은 뿌리를 잃는다. 자신의 부모라 생각했던 사람, 한 때였지만 연인이라 믿었던 사람이 사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짓을 하면서 살아왔는지 알게 되면서 흔들리는 세상. 단 몇 초의 선택으로 그녀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고 그녀를 연결고리로 하는 진실이 그녀를 압박하면서 리들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된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채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이다. 그리고 리들리는 이제 진실을 파헤치고 고통을 감내할 것인지, 자신을 둘러싼 아름다운 거짓말을 묵인한 채 지금까지 살아왔던 세상에서 살아갈 것인지 다시 선택해야 한다. 

그 동안 읽은 스릴러는 모두 힘세고 건장한 남자들이 주인공이었다. 때로는 피가 튀는 끔찍한 묘사에 얼굴을 찡그린 적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장면은 없다. 대신 한 여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나선 여정(비록 시작은 타인에 의한 것이었지만) 에서 원치 않은 진실을 알게 되는 와중, 적인지 아군인지 분간할 수 없는 이들에게  쫓기게 되는 긴박감이 작품을 가득 채운다.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묘사와 주인공의 복잡한 심리를 느끼게 해주는 설명, 범인에 관한 추측을 자꾸 뒤집게 만드는 전개 또한 인상적이다. 하지만 '어쩌면 남자들은 이해하지 못할 작품일 수도 있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여자라면 수긍할만한 리들리의 마음이 남자에게는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할까. 

몇 가지 흠이 있다면 사건의 마무리가 약간 흐지부지 하다는 점이다. 작가는 여운을 남기고 싶었거나 궁금한 점 한 두 가지는 남기고 싶었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점이 오히려 답답하게 느껴졌다. 나는 작가가 완벽하게 수수께끼를 설명해주는 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또 흐름상 어색한 번역이 간혹 눈에 띈다. 예를 들면 '거의 2년 전에 맥스 삼촌이 죽지 않았다면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p26)' 라는 문장이 있는데 이는 맥스 삼촌이 죽었기 때문에 그나마 지금은 살만하다는 뜻이 아닌가.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내용을 보면 '맥스 삼촌이 죽지 않았다면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는 문장이 되어야 할 것 같다. 받침 하나 빠졌을 뿐이지만 그 조그만 차이가 내용 이해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이런 점들만 제외한다면 흡입력도 있고 작가의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꽤 재미도 있다. 모중석과 비채의 인터뷰 장면을 보니 리들리를 주인공으로 한 다른 작품도 있는 것 같은데 그 작품도 기대된다. (물론 비채에서 번역해주리라 믿어요! +_+ ) 무엇보다 리들리의 멋진 연인,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강하게 자신을 지켜온 제이크씨를 다시 만나고 싶으니까. 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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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 악남 이야기
이경윤.정승원 지음 / 삼양미디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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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재미있다. 그 동안 악녀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악남'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이 아닐까. 악하다는 뜻으로 남자를 가리킬 때는 보통 나쁜X, 나쁜XX, 혹은 XXX 등의 직접적인 말을 더 많이 사용하니까. (X는 알아서 채워주세요;;) 요즘은 나쁜 남자가 유행인지 2009년 상반기의 드라마 주인공들도 대부분 나쁜 남자가 인기였다. 꽃남들이 대거 출연한 K 본부의 드라마, 지금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S방송국의 드라마까지 주인공 남자들은 나쁜 남자였다가 씩씩하고 당찬 여주인공을 만나면서 온순하고 착한 양이 되어간다. 하지만 그들은 요기요기, 이 책에 등장하는 남자들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삼양미디어에서 출간되는 상식시리즈는 내가 꾸준히 모으고 있는 책 중 하나다. 제목에는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이라는 문구가 들어있지만, 딱히 상식을 높여야겠다고 생각해서 읽는 것은 아니다. 책에 관한 이야기, 그림에 관한 일화와 화가, 역사, 철학 등 관심은 갖고 있지만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분야의 내용을 이렇게 천천히, 그리고 재미있게 만날 수 있는 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상식시리즈 중에서도 재미없고 어렵게 쓰여진 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이미지는 '괜찮다'라는 것이 아직까지의 나의 평. 이 책은 악명 높았던 세계 영웅(일까나;;) 20명의 삶을 '악행'이라는 시각으로 재조명한다. 

서양은 B.C.4세기부터 20세기의 악남 열 다섯 명을, 동양은 전시대를 통합하여 다섯 명의 악남을 선출했다. 정복왕 알렉산더와 로마 제3대 황제 칼리굴라, 훈족 왕 아틸라, 세계 3대 정복자 중 가장 넓은 땅을 차지했던 칭기즈칸과 해골로 피라미드를 만들었다는 티무르, 잔혹 동화 <푸른 수염>의 주인공 질 드 레와 드라큘라의 실제모델로 유명한 블라드 3세, 러시아 최초의 차르 이반 4세와 세기의 스캔들의 주인공 헨리 8세, 태양왕 루이 14세와 프랑스의 영웅이라 불리는 나폴레옹, 거인 황제 표트르 대제와 괴팍한 요승 라스푸틴, 이름만으로 유명한 히틀러와 바그다드의 학살자 사담 후세인, 만리장성을 쌓은 진시황제와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황제라 불리는 한 무제, 양귀비와 함께 오르내리는 당 현종과 명 태조 주원장, 문화대혁명을 일으킨 마오쩌둥까지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사람들이 가득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이들의 악행의 공통점을 간단히 말하면 사람을 많이, 그리고 잔인하게 죽였다는 점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그만큼 불행하기도 한 법. 그 자리에 오랫동안 안전하게 앉아있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을 의심해야 했고, 의심한 사람들만큼의 피가 뿌려졌다. 그 존재가 설사 자신의 아내, 혹은 자식이라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영상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길 만큼 글자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운 고문방법과 살인방법은 마음을 힘들게 한다. 

하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이들이 갖는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정적들 속에서 불안한 어린시절을 보냈다는 점, 가난한 생활을 이겨내기 위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책에 등장한 인물들은 대부분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악행'의 근본적인 원인은 불우한 환경 탓이 아니었을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잔인한 행동들이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들이 그저 단순한 '악남'이 아니라 '불쌍한 남자'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떨칠 수 없다. 

이 책에서는 20명의 악행 뿐만 아니라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역사적인 상황과 그들이 이룩했던 위대한 업적도 살짝 맛볼 수 있다. 제목이 만약 '선남 이야기' 였다면 어울릴만한 일들. 결국 한 인물을 평가하는 데는 어떤 시점에서 그를 바라보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비록 악행도 많이 저질렀지만 자신들의 나라를 강력하고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 악행은 악행대로 업적은 업적대로 같이 바라보면 될 일이다. 각종 사진과 지도로 조금은 더 알차게 느껴졌던 '악남'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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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를 죽였다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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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내뱉은 첫마디는 '그래서 범인은 누구란 말이더냐! '였다. 범인의 실체에 대해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며 봉인된 채 드러난 해설을 거의 잡아뜯어(?) 샅샅이 읽었지만 도무지 범인을 알 수가 없다. 그저 짐작할 뿐, 아이참, 나는 이런 식의 결말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이 추리소설의 경우라면 더더욱. 추리소설의 매력 중 하나는 반전과 범인의 색출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요런 명확하지 않은 결말에 답답함을 느끼며 살짝 짜증을 내기도 한다. 

일본의 인기 추리소설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손에서 태어나 20년 이상 넘게 키워진 캐릭터가 바로 가가형사시리즈의 가가 교이치로다. [내가 그를 죽였다]는 이번에 출간된 가가형사시리즈 중 하나인데 소설가이자 각본가인 호다카 마코토의 죽음을 둘러싼 세 명의 등장인물의 심리를 그리고 있다. 호다카 마코토의 신부가 될 예정이었던 간바야시 미와코의 오빠 간바야시 다카히로, 호다카의 매니저였던 스루가 나오유키, 간바야시 미와코의 담당 편집자인 유키자사 가오리가 저마다 자기가 호다카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가운데 어깨가 너무 넓어 머리가 작아보이는 가가 형사가 등장, 사건의 전모를 밝혀나간다. 

추리소설인 이상 호다카를 죽인 범인은 과연 누구인가로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용의자로 떠오른 세 인물의 증언과 심리묘사 또한 이 작품에서 놓쳐서는 안 될 매력이다. 세 명 모두 호다카를 죽이고 싶어했고 실행하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쐐기를 박은 것은 한 명 뿐. 이야기가 세 명의 시점에서 번갈아가며 전개되는 구성이 범인을 짐작하기 어렵게 만들기에 한 몫한다. 이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 사람이 범인 같고, 저 사람 이야기를 들으면 저 사람이 범인같아서 결국은 '대체 누구야!' 라며 머리를 감싸쥐게 되는 것이다. 

반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애지중지 캐릭터 가가는 그저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으로 등장할 뿐 그 특징이 뚜렷이 보여지지 않는다. 그저 전체를 볼 줄 아는 능력이 있고 형사로서 뛰어난 감각을 갖추고 있으며 상대를 제압하는 카리스마가 있다는 것 뿐. 다른 책에서는 그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면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세 명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된 탓에 더 숨가쁘고 재미있었지만 번역이 약간 매끄럽지 못하다. 누가 하셨나 싶어 살짝 들춰보니, 이럴수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칼에 지다]를 번역하신 분인다! [칼에 지다] 번역의 이상한 점을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인가, 아니면 뭔가 숨겨진 음모(?)가 있는 것인가!

'범인은 당신입니다' 로 작품은 끝나지만 나는 아무리 책을 들춰봐도 아직도 범인을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 두 가지. 이 작품에서 가장 나쁜놈은 호다카이고 가장 불쌍한 사람은 나미오카 준코였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답답은 하지만 재미는 있다는 것. 범인을 짐작하시는 분, 저도 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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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모중석 스릴러 클럽 7
존 카첸바크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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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한 권으로 열흘을 보냈습니다. 책이 재미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제가 일이 좀 있어서 읽을 시간이 조금 부족했거든요. 이것저것 신경쓰이는 일도 있었고 해치워야 할 일이 있었는데 오늘 마무리가 되었답니다. 열흘 동안 범인이 무척 궁금해서 책 뒷장을 슬쩍 펼쳐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러면 책의 재미가 반감될 것 같아서 꾹 참느라 혼났습니다. 하지만 괜찮은 작품들이 그렇듯 중요한 것은 범인이 누구냐가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내면에 치중한 심리묘사였던 듯 합니다. 

제목이 좀 직접적이죠?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요? ^^;; 저는 '미친' 이라는 단어의 어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왜'라고 물으신다면 저는 또 '그냥'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만 예전부터 그랬답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이렇게 잘 나타내는 제목도 또한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제목 그대로 이야기는 내면의 목소리에 이끌려 혼잣말을 하던 프랜시스가 정신병원에 수용되었다가 퇴원한 후 그 곳에서 있었던 일을 글로 나타내는 형식으로 전개되거든요. 

주위 사람들이 보기에는 온전치 못한 프랜시스이지만 그는 그저 내면의 목소리를 의지 삼아 평화롭게 살아가려고 하는 조용한 사람이자, 이야기의 중요한 화자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것들을 알아채기도 하고,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간과해버리는 중요한 사실을 간파해내는 영리한 사람이죠. 그런 그가 가족들을 위협했다는 이유로 웨스턴 스테이트 병원에 수용됩니다. 그 곳에서 미치지는 않았지만 아픔을 간직한 소방수 피터를 만나고, 검사 루시와 함께 병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해결해 나갑니다. 루시는 조직력과 전체를 보는 능력을, 피터는 힘과 행동력을, 프랜시스는 다른 환자들의 내면과 본질적인 면을 꿰뚫어볼 줄 아는 능력이 있었던 거죠. 

속도감 있고 숨막힐 듯한 긴장감을 원하는 독자가 보기에 이 책은 조금 지루할 수도 있어요. 정신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난 사건에 제한된 지원, 살인이 아니라 단순 사고로 치부해버리려는 병원장과 박사의 압력으로 수사는 느리게 진전되고 누가 범인인지 우리는 전혀 짐작도 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범인이 밝혀진 후에도 그가 예전에 어떤 모습으로 그 병원에서 존재했는지 알 수조차 없었답니다. 마치 베일 속에 숨겨진 것처럼요.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책은 사건수사보다 프랜시스, 피터, 루시의 심리묘사에 중점을 두면 그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프랜시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느낄 수 있다면 '커커스 리뷰'가 언급한 것처럼 그 어떤 무용담보다 훨씬 흥미진진하게 느껴지실 거에요. 

심리묘사만큼이나 매력적인 부분은 작가가 그리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입니다. 미친 사람으로 분류되어 병원에 수용된 사람들이지만, 자신의 경력만을 걱정하고 개인적인 복수심에 불타오르며 병원에 있는 사람들을 무슨 도구처럼 생각하는 병원장과 박사에 비하면 그들은 훨씬 인간적입니다. 망상에 빠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들을 '미쳤다'고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이 과연 명확한 것일까요. 아무렇지 않다고 판단된 사람 중에 무섭고 잔인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 

거의 7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저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고, 이야기의 구성이나 엔딩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는 업신여겨지고 나약해보이는 프랜시스가 얼마나 용기있고 영리한 사람이었는지, 그의 고백을 한 번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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