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행복한 사람>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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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행복한 사람 ㅣ 끌레마 위즈덤 시리즈 2
랄프 왈도 에머슨 지음, 박윤정 옮김 / 끌레마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곰곰히 생각해 보면, 내 인생에서 잠을 못 이룰 정도로 힘들었던 때는 2007년에서 2008년으로 넘어가던 겨울이었던 듯 하다. 쉬는 날에는 기본 10시간은 자야 하고 시간이 된다면 그 이상도 잘 수 있는 내 몸이, 그 때만은 잠을 거부했다. 그 때 나는 두 번째의 임용시험을 치르고 1차 발표를 기다리고, 또 2차 면접을 치르고 마지막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엉망이었던 2차 시험의 과정 하나하나를 매일밤 곱씹고 또 곱씹으며 이후 내 인생이 어디로 흐를지, 다시 실패한다면 또 공부를 시작할 수 있을지 고민했었다. 그 때 힘들었던 내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려 준 것은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라는, 아잔 브라흐마라는 사람의 책이었다.
나는 감정적이기도 하지만 냉소적이기도 하며 긍정적이면서도 부정적이다. 신을 완전히 믿지 못하고 끊임없이 의심하며 사람들이 내보이는 감정의 숨겨진 단면에 궁금해하기도 한다. 때문에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같은 에세이는 잘 읽지 않았었다. '말로는 누가 못해?'라는, 무시에 가까운 감정과 그 무엇도 나를 완전히 도와줄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힘든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자물쇠가 헐거워지는 법인가 보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리 크지 않은 하나의 점으로 여겨질 그 때의 힘듦이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라는, 그 한 권의 책으로 인해 위로받고 안정을 되찾았으니까.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도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와 같은 종류의 책이다. 나를 나로 있게 해주려 하고, 세상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게 하며, 행복해지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속삭여준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책들이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내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마음이 힘들어야 하거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당연한 이야기일수록 당연하게 여겨져서 굳이 책으로 읽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니까. 하지만 어떤 성향이 한 사람의 것이 되기 위해서는 습관을 들이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고,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서도 시간이 필요하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말들이 자신 안에서 당연하게 여겨지기 위해서도 끊임없이 자신 안에서 곱씹고 생각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의 나에게도 역시, 이 책의 이야기는 당연하게 여겨진다. 요즘의 나는 편안하므로 그다지 절실하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하지만 느긋하게 지나간 시간을 들여다보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준비하는 데는 괜찮은 책이다. 명상과 여유로움, 우리가 꿈꾸는 자유로운 시간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