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d 상징 하우스 오브 나이트 1
P. C. 캐스트 지음, 이승숙 옮김 / 북에이드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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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또다시 뱀파이어입니다, 우힛! 얼마 전 불사의 존재를 다룬 [에버모어]를 읽으면서 이제 뱀파이어나 그 외의 색다른 존재를 다루는 책은 그만 읽어야 할까 싶었습니다. 같은 소재의 책들을 연달아 읽으면 흥미가 떨어지기도 하고 이런 종류의 책들은 내용의 전개가 비슷비슷해서 질려버릴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앞에 놓여있는 이 책을 보면서도 그다지 끌리지 않았는데요, 제 책이 아니라 빨리 돌려줘야 할 것 같아서 일단 손에 들었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에버모어]로 인해 하락추세였던 다른 세계의 존재들에 대한 호기심이 다시 불끈불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뱀파이어 러브스토리의 대명사인 [트와일라잇]에서는 매력남 에드워드가 뱀파이어로, 아름다운 벨라는 인간 여성으로 등장하지만 [하우스 오브 나이트] 시리즈 (네;; 그렇습니다, 또 시리즈인 겁니다;;) 의 주인공은 인간에서 뱀파이어로 변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 그렇게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뱀파이어 추적자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추적자가 인간에게 밤의 여신이 부르신다는 내용의 명령(?)을 전달하면서 이마에 뱀파이어 표식이 새겨지는 거죠. 선택된 인간은 그 때부터 뱀파이어 학교인 '하우스 오브 나이트'로 가서 생활하게 되지만 완전한 뱀파이어가 되는 체인지의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어요. 

가족들에게 사랑과 이해를 받으며 떠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게 된 주인공 조이 레드버드는 사랑하는 할머니의 도움으로 무사히 하우스 오브 나이트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그녀의 이마에 새겨진 표식은 다른 새내기들과 색이 좀 달랐던가 봐요. 특별한 존재로 금새 소문이 나고 마귀할멈같은 아프로디테라는 아이에게 멸시와 모욕을 당하지만 조이는 룸메이트인 스티비 레이, 쇼니, 에린, 데이먼과 우정을 쌓아가며 학교 생활에 적응하게 되죠. 물론 뱀파이어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매력남 에릭 나이트와 은밀한 감정을 나누기도 한답니다, 쿄쿄쿄. 그런데 이 학교에는 뭔가 비밀이 숨어 있어요. 그 비밀이 대체 뭘까~~요?

시종일관 두 사람의 세계 속에서만 살아가는 에드워드-벨라 커플과는 달리 이 작품은 조이와 에릭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습니다. 시리즈의 1권이라 그런지 인간인 조이가 뱀파이어로 변해가면서 겪게 되는 혼란과 두려움, 새 친구들과의 우정, 학교에서 중요한 존재로 자리잡아가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사건들, 그리고 밝혀지지 않은 숨겨진 비밀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죠. 그렇다고 에릭 나이트의 존재가 그리 흐릿한 것은 아니니 러브 라인을 기대하시는 분들, 실망하지 마시구요. 

'뱀파이어 학교'라는 명칭 때문인지 해리포터와 조금 비슷한 분위기가 풍기기도 합니다. 해리도 부모님을 잃고 가족이라 할 수 없는 사람들과 생활했었고, 조이도 비록 엄마가 계시지만 새아버지에게만 몰두하는 그녀로 인해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거든요. 악의 세력도 등장하고 해리포터의 친구들은 조이의 친구들과 비슷합니다. 또 해리에게는 부엉이가 있었다면 조이에게는 고양이가 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고양이요! 특히 여기서는 털이 길어 털뭉치로 표현되는데, 아웅, 매우 귀엽습니다. 비록 하늘을 날아 메세지를 전달하거나 할 수는 없지만 고양이는 조이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신비로운 친구로 등장한답니다. 

이 작품은 신화적인 냄새가 풍기기도 해요. 일단 뱀파이어 최고 여사제의 존재가 그렇고, 등장인물들의 이름, 뱀파이어 의식을 행하는 장면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약간 손발이 오글오글해질 때도 있지만 나름 독특한 느낌이라 견딜 수 없지만은 않아요. 작가가 두 명으로 모녀 사이인데요, P.C캐스트는 그 동안 주로 그리스와 로마 신화를 풍자한 여신이나 신이, 현대의 남성이나 여성과 사랑하는 이야기를 다루었다고 하니 그 영향이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습니다. 

시리즈물의 특징은 한 가지 사건을 해결하면 다음 사건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라는 것, 알고 계시죠? '하우스 오브 나이트'는 여전히 비밀의 베일에 가려져 있으며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아무도 몰라요. 다행히(?) 제 앞에는 시리즈의 2권인 [배신]이 기다리고 있으니 저는 다시 조이의 이야기로 빠져보렵니다. 고양이가 등장하는 장면이 많았으면 좋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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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메르 : 온화한 빛의 화가 마로니에북스 Art Book 20
스테파노 추피 지음, 박나래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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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문외한이었던 내가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교 3학년 때부터였다. 동양미술과 관련하여 인도,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의 미술 역사와 작품을 분석하며 공부하는 시간으로, 교수님의 강의도 흥미로웠지만 그림을 보면서 기법과 시대적 배경까지 알아챌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했다. 그래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미술사학을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바람까지 갖게 되었는데, 그 때 나의 호기심에 더욱 불을 붙인 화가가 바로 이 베르메르였다. 영화와 소설의 모티브가 된 그의 그림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베르메르의 1665년 경 작품으로 추측된다.

마로니에 북스에서 출간된 미술 작품 도서에는 신뢰가 가지만 특히 이 [Art Book] 시리즈는 무척 마음에 든다. 마로니에 북스의 독자적인 출간 시리즈인 줄 알았는데 이탈리아 몬다도리 출판사의 번역본으로 한 화가가 살았던 당시의 배경, 삶과 작품, 명작들을 페이지 수에 비해 비교적 세세하게 설명해준다. 보통 미술책이라 하면 도판과 설명으로 두껍기 마련이지만, 이 책은 그런 부담감을 없애준다고 할까. 짧은 시간 안에 화가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베르메르] 편을 접하기 전에 [클림트] 편을 먼저 읽었는데 그 책 뒤에 [베르메르] 편이 곧 출간된다고 해서 계속 기다려왔다. 책이 손에 들어온 지금, 기쁘다.

다른 화가들에 비해 베르메르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텔프트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를 따라 미술 작품의 경매와 판매 일을 돕게 되었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그림을 알아보는 안목과 시각적 기준을 제공받아 견습 화가의 길을 걷는 데 영향을 미친 듯 하다. 그런 사정으로 이탈리아의 풍조를 따라 '그림 속의 그림'을 훌륭하게 완성시켰고, 유럽 미술의 영향이나 주위 유명 화가들의 영향으로 그 시대 네덜란드에 유행하던 원근법, 빛과 색채의 조화, 명암법 등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또한 과학과 철학이 네덜란드로 유입된 1920년대 후반부터는 과학에 대한 관심을 미술에 반영하여 현재 우리가 그 때의 생활을 추측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그의 그림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가 내린 그에 대한 평가는 '세밀함 속의 서정성'이다. 저자가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베르메르는 일상의 소재 하나하나까지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다. 바구니의 질감, 악기의 현, 과학서적, 지구본까지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대체 이것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그보다 내가 더 높게 평가하는 부분은 베르메르 그림 속 주인공들의 표정과 시선이다. <편지를 읽는 여인> 속의 여인의 표정이라든지 <진주 목걸이를 한 여인> 속 여인의 환희(라 표현해도 될까), 또한 다른 작품에서 보이는 무심코 마주보거나 또는 따라가게 되는 시선은  말 그대로 그들이 그림 속에서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델프트 전경>이지만 이 외에도 베르메르의 매력적인 그림들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그가 활동했던 시기에 활약했던 화가 램브란트와 얀 스텐의 그림까지 감상할 수 있는데 베르메르 작품과의 공통점, 차이점을 미세하게나마 알아챌 수 있다면 즐거움이 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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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브리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셀러브리티
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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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사랑이야기의 주인공이 자신이기를, 여자들은 한 번쯤 상상한다. 그 상상 속에서 상대방은 키도 크고 얼굴도 잘 생겼으며 성격이 좋은 데다 능력있고 부자인 대단한 남자다. 이건 여자가 속물이라거나 허영심으로 가득차있기 때문이 아니라 가능한 이룰 수 있는 완벽한 사랑을 꿈꾸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여자들은 상상은 상상일 뿐 현실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그 상상 속에 빠져 살기에는 세상이 녹록치 않다는 것도 잘 안다.  

행복한 사랑이야기. 좋다. 행복하고 달콤한 사랑이야기라는데 그것을 마다할 여성 독자가 어디 그리 흔하겠나.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언젠가 자신도 행복한 사랑을 해보리라 다짐하며 다시 활기차게 자신의 인생 속으로 뛰어들게 해준다면 그것도 나름대로의 처방전이 될테니 괜찮은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런 단순한 사랑이야기 하나인데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그래, 그냥 여주인공이 내 취향이 아니었다고 말하련다. 이 소설 속 여주인공, 잡지사 기자다. 명품 구두와 가방에 열광하고 카드값에 치이는 여자. 스타들의 가십을 쫓아다니다가 한류스타 남성의 차를 들이받아 은밀한 비밀을 사진에 담은 후 그것을 빌미로 티격태격, 결국에는 그와 사랑에 골인한다. 물론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여인과 또 여주인공을 좋아하는 다른 남자가 등장한다. 그것도 아주 꽃미남으로.  

내가 화가 났던 건 여주인공이 아주 멍청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더불어 마치 모든 여자들이 그런 것처럼 주인공의 캐릭터를 이렇게 만들어낸 작가에게도 화가 났다. 나는 앞장 선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여자가 바보처럼 보이는 건 싫다. 명품 가방과 구두는 사정이 되면 사는 거고, 없으면 없는대로 사는 거다. 그것을 사기 위해 카드 한도를 초과해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는 여자가 있기야 있겠지만 얼마나 될까. 게다가 멋진 남자가 나타난 후에 그 여자의 생활에서 어느 새 일은 사라진다. 생활이 꽃미남들과의 연애 줄다리기로 채워지는데도 직장에서는 잘리지도 않는다.  

나이를 먹었나보다. 이런 스토리가 이제는 유치하고 황당하다. 인터넷에 청소년들이 써서 올리는 상상의 산물과 다를 바가 없다. 사랑이야기를 쓰고 싶다면 좀 더 깊이있는 내용과 감정을 나타낼 수 있는 기술을 연마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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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행복한 사람>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스스로 행복한 사람 끌레마 위즈덤 시리즈 2
랄프 왈도 에머슨 지음, 박윤정 옮김 / 끌레마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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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곰곰히 생각해 보면, 내 인생에서 잠을 못 이룰 정도로 힘들었던 때는 2007년에서 2008년으로 넘어가던 겨울이었던 듯 하다. 쉬는 날에는 기본 10시간은 자야 하고 시간이 된다면 그 이상도 잘 수 있는 내 몸이, 그 때만은 잠을 거부했다. 그 때 나는 두 번째의 임용시험을 치르고 1차 발표를 기다리고, 또 2차 면접을 치르고 마지막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엉망이었던 2차 시험의 과정 하나하나를 매일밤 곱씹고 또 곱씹으며 이후 내 인생이 어디로 흐를지, 다시 실패한다면 또 공부를 시작할 수 있을지 고민했었다. 그 때 힘들었던 내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려 준 것은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라는, 아잔 브라흐마라는 사람의 책이었다.  

나는 감정적이기도 하지만 냉소적이기도 하며 긍정적이면서도 부정적이다. 신을 완전히 믿지 못하고 끊임없이 의심하며 사람들이 내보이는 감정의 숨겨진 단면에 궁금해하기도 한다. 때문에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같은 에세이는 잘 읽지 않았었다. '말로는 누가 못해?'라는, 무시에 가까운 감정과 그 무엇도 나를 완전히 도와줄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힘든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자물쇠가 헐거워지는 법인가 보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리 크지 않은 하나의 점으로 여겨질 그 때의 힘듦이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라는, 그 한 권의 책으로 인해 위로받고 안정을 되찾았으니까.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도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와 같은 종류의 책이다. 나를 나로 있게 해주려 하고, 세상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게 하며, 행복해지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속삭여준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책들이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내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마음이 힘들어야 하거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당연한 이야기일수록 당연하게 여겨져서 굳이 책으로 읽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니까. 하지만 어떤 성향이 한 사람의 것이 되기 위해서는 습관을 들이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고,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서도 시간이 필요하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말들이 자신 안에서 당연하게 여겨지기 위해서도 끊임없이 자신 안에서 곱씹고 생각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의 나에게도 역시, 이 책의 이야기는 당연하게 여겨진다. 요즘의 나는 편안하므로 그다지 절실하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하지만 느긋하게 지나간 시간을 들여다보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준비하는 데는 괜찮은 책이다. 명상과 여유로움, 우리가 꿈꾸는 자유로운 시간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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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서브 로사 1 - 로마인의 피 로마 서브 로사 1
스티븐 세일러 지음, 박웅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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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정말 다양한 매력을 가진 아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제가 리뷰를 올리는 카테고리 이름을 '무지개'라고 지은 것처럼요. 어렸을 때는 무지개 중 어떤 색이 가장 좋으냐는 질문에 갈팡질팡 하기도 했지만, 요렇게 조금 모자란 어른이 된 후에는 '다 좋아!'라고 거리낌없이 말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비록 일곱가지 색깔이지만 저에게는 그 일곱가지도 참 다양해 보여요. 그처럼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인데요, 그래도 가끔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아이들이 있죠. '내가 이 아이를 만나지 못했으면 정말 어쩔 뻔 했어! 요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몰랐다면 너무 아까울 뻔 했잖아!'라는 생각이요. 마치 곁에 있는 이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같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하는 아이가 있어요. 물론 그 '인연'은 개개인의 취향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요. 

로마 서브 로사. 서브 로사 (sub rosa) 는 '장미 밑에 있다'라는 뜻으로 비밀 회의 장소에 장미를 꽂아 두었던 로마 시대 관습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합니다. 사전적으로는 '은밀히', '남몰래' 등의 의미로 쓰이는데 따라서 '로마 서브 로사'는 역사에 잘 드러나 있지 않은 이면을 들추는 것임을 나타낸답니다. 한 마디로 '숨겨진 이야기'라고 할까요. 세상에 공표된 것과는 다른, 어쩌면 우리가 진실은 저 멀리 있다고 믿게 하는 그런 성향의 이야기요. 그런 이야기가 우리 조선 시대도 아니고, 고려 시대도 아니고, 삼국 시대도 아닌 먼 옛날 로마시대에 존재한다고 하면, 어떤 기분이 드세요?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구요? 힛!

그래요. 로마라고 뭐 다를 게 있나요? 우리는 우리의 풍습대로 그들은 그들의 풍습대로 사는 거죠. 그들의 풍습을 좌지우지하는 인물, 술라가 독재관으로 재임하고 있던 BC 80년이 이 작품의 배경입니다. 술라, 로마의 훌륭한 장군이자 정치가이며 막강한 세력으로 정적들을 몰아내고 독재관이 되어 원로원 지배체제의 회복을 꾀한 인물입니다. 그의 말을 거슬러서는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고 그의 말이 곧 법인, 그야말로 살아있는 신이죠. 그렇게 그의 날개가 온 로마를 뒤덮고 있는 어느 때, 하나의 사건이 발생합니다. 섹스투스 로스키우스라는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밝히기 위해서 키케로가 그를 변호하게 되고, 숨겨져 있는 사실들을 알아내기 위해 더듬이로 알려진 고르디아누스가 사건에 뛰어듭니다. 곧이어 다가오는 위험들, 차례로 밝혀지는 음모들이 긴장감으로 몸을 부르르, 떨게 만든답니다. 

이 작품은 표면상으로는 추리소설입니다. 엄청난 재력가이지만 사랑하는 작은아들을 잃었고 큰아들과는 사이가 좋지 않으며 엘레나라는 창녀에게 빠져 있던 한 노인이 살해당한 사건을 밝혀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작품의 격을 높여주는 요소는 바로 로마 시대에 대한 작가의 방대한 지식과 논리력입니다. 키케로가 신참 변호사로 활동하는 시기의 정치적인 배경과 이득으로 얽힌 수많은 인간관계, 그 시대 사람들의 자세한 생활상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눈 앞에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한 건의 살인사건이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니라 어떻게 정치와 연결되어 있는지 낱낱이 파헤쳐주고 사건 사이의 인과관계가 빈틈없이 연결되어 있어 읽는 재미가 굉장하답니다. 군더더기가 없는 완벽한 전개과정을 보여주죠.

또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입니다. 우선 사건 해결의 선두에 서 있는 고르디아누스. 그는 키케로처럼 누군가로부터 존경을 받거나 위대한 명성을 쌓은 사람은 아니지만, 우직하고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며 정의를 생각하고 자신의 여자를 사랑할 줄 압니다. 앵앵거리는 목소리를 가진 키케로나 미소년이지만 어리고 순진하기만 한 티로에 비해 훨씬 '남자'라는 느낌을 풍겨요. 그렇다고 이 둘에게 장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 신경질적인 분위기를 가졌지만 그래도 키케로라는 인물을 무시할 수는 없으며, 티로의 충성심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니까요.  

혹시 [임페리움] 이라는 작품을 읽어보셨나요? 로버트 해리스의 작품으로 그 책 역시 키케로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임페리움] 과 [로마 서브 로사] 에서 그리는 키케로의 모습이 조금 달라요. 제가 원래 가지고 있던 키케로에 대한 이미지는 '허약함, 약삭빠름, 세치 혀' 뭐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순전히 미국드라마에서 기인한 이미지였죠. [로마 서브 로사] 는 제가 원래 가지고 있던 키케로의 이미지와 비슷해요. 어쩐지 신경질적인 분위기, 앵앵거린다고 묘사된 목소리는 간사하다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지 않나요? 그에 반해 [임페리움] 에 등장하는 키케로는 좀 더 활동적이고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으로 등장합니다. 서술자가 달라서일까요? [임페리움] 에서는 그의 심복 티로가, [로마 서브 로사] 에서는 더듬이 고르디아누스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니까요. 물론 티로는 [로마 서브 로사] 에도 등장합니다. 그것도 미소년으로요. 미소년인 티로와 [임페리움] 에 등장하는 티로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서 아마 이 둘을 비교해서 읽으신다면 색다른 재미를 맛보실 수 있을 거에요. 

재미있는 책을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한 가지 괴로운 일은 이 책도 시리즈인 관계로 다음 권이 나와주길 기다려야 한다는 겁니다. 요즘 왜 이렇게 시리즈로 등장하는 책들이 많은 건지요. 하지만 그 기다림으로 인해 다가올 날들이 기대된다면 그것도 좋은 일 아니겠어요? 앞으로 흠뻑 사랑하게 될 또 하나의 대작 등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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