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설계사
단요 지음 / 아작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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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깨끗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 한 포인트가 있는데, 그걸 설명하기가 힘들다.

내 취향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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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피, 열
단시엘 W. 모니즈 지음, 박경선 옮김 / 모모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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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릿하고 뜨거운 단편집. 표제작이 꽤 충격적이어서 나머지 작품들은 오히려 순하게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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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앰버슨가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0
부스 타킹턴 지음, 최민우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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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주인공의 몰락을 바라면서 읽은 적은 없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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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독서목록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1. 굿바이 R(전경린. 문학동네. 2022. 304쪽)

: 오랜만에 읽은 이 작가의 단편집. 낯선 존재 혹은 낯설어진 존재와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낯설지만 마냥 생경하지만은 않다. 과거에 알았거나 현재의 나와 닮았거나. 아무래도 나 자신이 누군가에 의한 생활의 침범을 극도로 싫어해서, 이 작품들 속 화자들이 다른 존재들이 비집고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하고 무력하게 있는 게 속상했다. 어쩌면 그들은 그저 나보다 수용적일 뿐이겠지만. 가장 좋았던 건 「파푸아뉴기니 행성」.



2. 천둥의 궤적(리베카 로언호스, 황소연 역. 황금가지. 2020. 432쪽)

: '큰물'이 있었다. 지금은 '여섯 번째 세상'이다. 매기는 괴물 사냥꾼으로 살아가고 있다. 스승이자 자신이 '클랜 파워'에 눈뜨게 된 사건에서 자신을 구해줬던 네이즈가니는 자신에게 치를 떨며 사라졌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몇 달. 이제 먹을 게 떨어져 가고 매기는 괴물에 의해 납치된 어린 소녀를 구해 달라는 의뢰를 받아들인다. 본 적 없는 기괴한 괴물을 알게 된 매기는 주술사 타호 영감에게 찾아가고, 거기서 영감의 조카이자 뛰어난 치료사라는 카이와 만난다.


원주민 역사와 융합되어 전개되는 판타지. 막연하게 연방정부가 원주민을 박해했다는 것만 알았지 이렇게 기를 쓰고 말살 정책을 편 줄은 몰랐다. 몰랐던 역사를 알게 된 것도 좋았고, 신화와 설화를 판타지 속에 잘 녹여낸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게다가 영리한 마무리로 뒷이야기에 대한 궁금증까지 확실하게 잡았다. 다만 매기의 감정 흐름이 공감되지는 못했다. 스승에게서 버림받아서 카이를 뿌리치지 못하는 건가? 겉으로는 까칠하지만 속은 외로움을 타는 여자라는 설정이라면 좀 별론데... 암튼 그래도 이 시리즈를 계속 읽어볼 생각이다.



3. 구스타프 소나타(로즈 트러메인, 우진하 역. 문학사상사. 2017. 416쪽)

: 중립국 스위스의 2차 대전 직후의 이야기. 어린 구스타프는 공장에 다니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엄마는 아빠가 살아있을 때 베른의 부유했던 생활을 그리워하며 겨우 생활을 꾸려나갈 뿐 구스타프에게는 별 애정이 없다. 하지만 구스타프는 불현듯 엄마에 대한 진한 애정을 깨닫는다. 어느날 유치원에 안톤이라는 친구가 전학을 오고, 겁많고 소심한 안톤과 구스타프는 친구가 된다. 부유한 안톤네 집에 놀러간 구스타프는 안톤의 피아노 연주를 듣는다.


역자는 심약한 안톤과 가난했던 구스타프의 상호 구원 이야기라지만 내가 보기엔 구스타프가 안톤에게 더 많이 주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구스타프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과하게 친절하다. 책에도 나왔지만 구스타프는 엄마 에밀리에로 인해 조건없이 주는 사랑을 배웠다.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컸음에도 굳건하게 자란 건 그 스스로가 야자나무 열매와 같은 껍질을 두르는 법을 배웠기 때문. 그의 안정성으로 인해 안톤은 오히려 마음껏 약해질 수 있었겠지. 읽으면서 내내 우정과 삶에 대해 생각했다. 결국은 불공평하고 불균형할 수 밖에 없는 인생과 우정과 사랑.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들에게 남은 시간이 길기만을 바랄 뿐이다.



4. 악의 심장(크리스 카터, 서효령 역. 북로드. 2022. 512쪽)

: 시 외곽 고속도로변의 다이너.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차가 식당으로 돌진하고, 마지막 순간에 방향을 틀어 주차장의 차들을 들이받고 멈춘다. 그 중 한 차의 트렁크가 사고 여파로 열리고, 그 안에서 잘린 여성의 머리 두 구가 발견된다. 운전자는 즉시 체포되 FBI의 구금 시설에 감금되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한치의 오차도 없는 반듯한 생활을 이어갈 뿐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마침내 입을 연 용의자는 LAPD 로버트 헌터의 이름을 말한다. 


작가의 필력이 좋다. 흡인력이 대단하다. 스토리 자체가 신선하거나 대단한 반전이 있는 건 아니지만 독자의 흥미를 계속 잡아두는 솜씨가 훌륭하다. 다만 묘사된 사건이 좀 끔찍하고, 계속 한니발 렉터가 생각난다. 그래도 킬링타임용으로 꽤 좋은 작가인 듯. 



5. 사랑하는 개(박솔뫼. 스위밍꿀. 2018. 152쪽)

: 이 작가 특유의 독특함이 담긴 단편 4편이다. 「여름의 끝으로」가 가장 좋았다. 있음직하고 겪음직하지만 현실에서는 절대 안 일어날 이야기들. 굳이 겪고 싶지도 않지만 주위의 누군가가 겪었다면 흥미롭게 들을만 한 이야기들이다. 천천히 읽다보면 등장 인물들 모두가 짠하고 사랑스럽다. 



6. 페인티드 드럼(루이스 어드리크, 정연희 역. 문학동네. 2019. 368쪽)

: 페이는 재산처분 사업자이다. 어머니가 시작한 사업을 현재는 '동업자'자격으로 맡아 하고 있다. 원주민 유물을 전문으로 하는 그녀는 어느날 사고사한 노인의 유품을 정리하러 갔다가 스스로 소리를 내는 북을 발견한다. 아름답게 채색된, 원주민 유물이 분명한 그 북의 소리를 유족은 못 듣는 것을 확인한 후 페이는 그 북을 숨겨서 갖고 나온다. 북에 대해 알아보던 중 버나드 샤와노라는 원주민 노인에 대해 알게 되고, 샤와노는 그 북을 자신의 할아버지가 만든 거라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원주민 전통에 의하면 북은 매매될 수 없고, 스스로 인간을 선택한다. 북이 힘을 가질 수 있게 된 이야기들이 슬펐다. 그 슬픔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도. 특히 3부는 너무 읽기 힘들었다. 쇼니에게 과몰입해서. 나라도 그 소녀에게 얘기해 주고 싶었다. 고생했어, 장해. 동생들을 구해줘서,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살아줘서 고마워. 이 책 안에 있는 모든 딸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얘기이다. 엄마로부터 듣고 싶었지만 듣지 못한 얘기들.



7. 불편한 편의점(김호연. 나무옆의자. 2021. 268쪽)

: 지방에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염여사는 자신의 모든 게 담긴 지갑이 없다는 걸 발견한다. 정신없이 찾던 중 지갑을 주웠다는 서울역 노숙자에게서 연락이 오고, 우직하게 지갑을 간직했다가 돌려준 이 남자를 자신이 운영하는 편의점에 취직시킨다. 조금 아둔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직하고 성실하게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해나가는 독고. 그와 야간에 만나는 손님들의 이야기이다.


조금 뻔한 에피소드들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왜 그렇게 좋아하는 지 알 것 같다. 더불어 현실이 얼마나 힘들면... 이라는 한숨도 나온다. 마지막에 밝혀진 독고의 직업과 사연은 좀 억지스럽기는 했지만 k-대중들은 이런 거 좋아하지. 2권은 안 봐도 될 거 같다. 



8. 디어 와이프(킴벌리 벨, 최영열 역. 위북. 2021. 384쪽)

:베스는 동선을 치밀하게 계산해서 도망치는 중이다. 폭력적인 남편에게서 겨우 벗어나 이름을 바꾸고 외모를 바꿨다. 남편의 추적이 겁나서 들어가지도 않을 아파트 입주 상담을 하고, 인터넷에서 알게 된 남자에게 자신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며 자신과 다른 동선으로 가줄 것을 부탁한다. 한편 제프리는 긴 출장에서 돌아와 아내를 찾지만 집에 아내는 없다. 비행기 타기 직전에 전화를 거절한 게 맘에 걸린다. 아내와 모든 걸 공유하던 쌍둥이 언니는 아내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제프리를 추궁한다. 제프리는 실종 신고를 하고, 마커스 형사가 와서 제프리에게 아내에 대해 묻지만 처형이 더 많은 걸 알고 있다. 


제프리의 아내가 베스가 아니라는 건 누구라도 초반에 알 수 있다. 하지만 제프리 아내의 행방과 이들의 관계가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된다. 나름 반전을 노린 거 같은데 그렇게 충격적인 반전은 아니다. 그래도 결말이 꽤 맘에 들었다. 현실적인 궁금증이 해결된 결말이라서. 



9. 초대받지 못한 자(도러시 매카들, 이나경 역. 휴머니스트. 2022. 480쪽)

: 로더릭과 패멀라 남매. 런던 생활이 힘겨운 이들은 바닷가에 위치한 클리프 엔드라는 낡은 저택을 발견하고 당장에 계약하고자 한다. 브룩 중령과 실질적 소유주인 손녀 스텔라를 알게 된 이들은 브룩 중령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집을 수리한 후 입주한다. 마을 사람들에게서 집의 전 세입자가 안 좋게 떠났다는 걸 알게 된 이 남매는 어느날 밤 집안 계단에서 알 수 없는 형체가 냉기를 흘리며 있는 것을 발견한다.


고딕 스릴러. 화자는 오빠인 로더릭이지만 이야기 속 진실은 동생 패멀라가 주로 풀어나간다. 갈팡질팡하는 로더릭과 달리 패멀라는 나름의 이론과 집에 대한 애착, 재빠른 상황 판단으로 사태를 제대로 해결한다. 맘에 들었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과보호 속에서도 주체적인 모습을 잃지 않던 스텔라도 나쁘지 않았다. 초반에는 좀 밉상이긴 했지만 할아버지 브룩 중령이 워낙 비호감이라서. 캐릭터는 괜찮았는데 유령에 관해 이론을 세우고 풀어나가는 과정이, 번역 문제인지 혹은 원래 서술 문제인지 쓸데없이 현학적이었다. 



10. 선물이 있어(은모든. 열린책들. 2022. 216쪽)

: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짧은 이야기 모음. 하나하나가 다 재치있고 재밌다. 이야기의 행간을 상상하는 즐거움도 있고. 작가의 전작 『우주의 일곱 조각』이 생각나기도 한다. 편하게 읽었다.



11. 메이드(니타 프로스, 노진선 역. 마시멜로. 2023. 424쪽)

: 몰리는 자신의 일을 좋아하는 호텔 메이드이다. 할머니 손에서 컸고, 최근에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호텔 일을 좋아해서 호텔경영을 공부할 자격을 얻을 수 있을 만큼 머리가 좋지만 사회성은 전혀 없고 원칙은 고지식하게 지키며 모든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다. 여느 날처럼 스위트룸을 청소하러 간 몰리는 손님인 블랙 회장이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몰리가 답답하고 안쓰럽고 짜증나고 가엾다. 해피엔딩을 의심하진 않았지만 몰리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의심을 몰리 대신 하느라 꽤 갑갑했다. 그래도 몰리 곁에 있던 따뜻한 인물들과의 사랑스런 티키타카가 좋았다. 동화같은 성장 소설.



12. 우리에게 다시 사랑이(천희란. 문학동네. 2022. 308쪽)

: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들. 강경하기도 하고 부드럽기도 하고 때로는 체념적이기도 하다. 그 모든 것은 여성 안에 있는 다양한 모습들. 모든 여성들은 이 모든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 가장 재밌었던 건「카밀라 수녀원의 유산」이지만 가장 좋았던 건 「숨」.



13. 트위스티드 캔들(에드거 월리스, 양원정 역. 양파. 2018. 288쪽)

: 영화 『킹콩』의 원작자의 밀실 살인 이야기. 유명 추리작가인 존 렉스맨은 아름다운 아내 그레이스와 런던 외곽에 살고 있다. 비가 많이 오던 밤, 렉스맨은 부유한 알바니아계 그리스인 레밍턴 카라의 방문을 받는다. 그에게 자신이 받은 대부업자의 편지를 보여주는 렉스맨. 편지에는 특정 장소로 나오라는 내용을 포함하는 협박이 쓰여있었고, 카라의 충고에 따라 권총을 가지고 나간 렉스맨은 대부업자의 살인사건에 휘말린다. 


사건 전개가 일반적이지 않다. 추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피카레스크 소설에 가까운데, 렉스맨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데 집중하기 보다는 악당 카라의 비중이 꽤 높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는 복수극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런던 경시청의 티엑스 국장이 유일하게 카라의 악마성을 처음부터 알아보고 수사를 진행하지만 소설 속에서 이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건 약 2년이 넘게 걸린다. 그래도 뭐랄까, 당시의 낭만 같은 게 느껴져서 좋았다. 특히 정상참작을 상당히 유연하게 하는 게. 



14. 목련정전(최은미. 문학과지성사. 2015. 356쪽)

: 아픈 삶의 이야기들. 해피엔딩은 없다. 아예 해피가 없다. 잠시라면 몰라도. 몸의 병 때문이든 마음의 병 때문이든 혹은 주변 상황 때문이든, 다 아프다. 아프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냥 아프다, 아프다 하며 읽고 있다가 문득 깨달았다. 지옥이구나. 벗어날 길 없는 지옥. 고통을 줄이기 위해 무엇도 할 수 없는 지옥. 어떤 일을 해도 소용없는 지옥. 가장 무서웠던 지옥은 「나리 이야기」였지만 가장 아팠던 지옥은 표제작.



15. 닥터 글라스(얄마르 쇠데르베리, 공진호 역. 아티초크픽션. 2016. 248쪽)

: 스톡홀름에서 가정의로 일하는 글라스. 그레고리우스 목사의 부인 헬가가 찾아와 남편과의 성관계를 견딜 수 없으니 자신이 부인과 질환으로 성관계를 할 수 없다고 남편에게 말해 달라고 부탁한다. 글라스는 그러잖아도 자신이 혐오하는 나이 많고 추한 외모의 목사에게 부인의 부탁대로 전한다. 사실 헬가 부인은 글라스가 아는 어떤 남자와 불륜 관계이다. 글라스는 이들 커플과 그레고리우스 목사, 그리고 친구들과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통해 사랑과 삶, 죽음 등에 관한 사색하고 이를 일기에 남긴다.


차분하고 깊이 있지만, 읽기 전에 긴장했던 것과 달리 전혀 지루하지 않고 내내 흥미진진했다. 책 소개글의, 출간 당시(1905년)는 물론이고 지금도 꽤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낙태와 안락사에 대한 급진적인 생각은 전면에 나와 있지는 않다. 대신 내게 주로 떠오른 생각은, 명분이 있다면 혐오스러운 인간을 사적으로 처벌해도 되는가 하는 거였다. 사실 이건 닥터 글라스의 오지랖만 좀 죽이면 되는 거긴 한데. 그치만 난 전적으로 글라스 편이다. 내용도 좋았지만 깔끔한 문장도 좋았다.



16. 작별하지 않는다(한강. 문학동네. 2021. 332쪽)



17. 떠나지 않는 방랑자(미셀 투르니에, 신성림 역. 영림카디널. 1998. 112쪽)

: 장-막스 투보라는 화가가 여러 달 동안 저자를 찾아와 그때그때 저자와 저자의 집, 고양이 등을 크로키한다. 이 책은 그 크로키와 저자의 사유를 담고 있다. 한강의 책을 읽다가 너무 힘들어서 쉬어가기 위해 중간중간 집어든 책이다. 고양이 크로키는 기대 안 했는데, 내게 정말 큰 위로가 되어 주었다. 투르니에의 여러 생각들이 편안한 필치로 그려져 있다. 길어야 한 페이지라서 읽기에 부담도 없었다. 여러 모로 좋았다.



18.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아리아나 프랭클린, 김양휘 역. 웅진지식하우스. 2007. 556쪽)

: 1127년 케임브리지. 어린이 세 명이 연달아 실종, 살해된다. 첫번째 희생자에게 십자가형으로 짐작되는 상처가 있다고 알려지자 근방의 수녀원에서는 아이를 성인으로 추대하고자 하고, 마을 사람들은 유대인의 짓이라며 범인으로 몰아 교수형에 처하고 유대인들에게 테러한다. 주요 세입원인 유대인들이 타격을 받자 헨리 2세는 사촌인 시칠리아의 왕에게 특별 수사관 파견을 요청하고, 이탈리아 살레르노에서는 유대인인 시몬과 뛰어난 검시의 아델리아를 파견한다.


여성 검시의 아델리아 시리즈의 시작이다. 첫 부분을 읽으면서 반신반의했지만 - 당시에 여성이 대학도 가고 의사도 됐다고? - 알라딘 리뷰를 좀 훑어보니 가능성 있는 이야기여서 - 아무렴 저자가 이 정도 자료조사도 안 했을까 - 받아들이고 읽었다. 역시나 아델리아는 활동이 쉽지 않았다. 경호원인 만수르를 의사로 내세우고 자신은 조수인양 진료를 봐야 하고, 기껏 힘들게 조사하여 진실에 가까이 갔지만 마녀로 몰려 어이없게 벌받을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게다가 맘에 안 드는 인간한테 연애감정까지 느끼고... 그래도 전반적으로 재미있었다. 많은 부분이 당대에 걸맞지 않게 현대적이라고 생각되기도 했지만 그걸 눈감아 줄 수 있을 만큼. 



19.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박민정. 민음사. 2014. 252쪽)

: 가족은 그냥 우연히 한 핏줄이 된 사람들일 뿐이다. 가족이라고 날 더 잘 알거나 잘 이해하거나 잘해주지 않는다. 어쩌면 벗기 힘든 굴레일 뿐. 그러나 가족에게서 벗어난다고 해도 현실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삐걱대며 굴러가는 삶이, 가짜 가족이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가장 좋았던 작품은 「실내극 이후」.



20. 해적(피터 레어, 홍우정 역. 북이십일레드리버. 2023. 348쪽)

: 전세계 해적의 역사를 개괄하고, 해적이 생기는 원인과 현 상황을 이야기해 준다. 길게 길게 얘기했지만 대략 세 가지로 압축되는 해적 발생 원인은 첫째, 현실에의 불만이다. 극심한 가난과 가혹한 생활 여건, 빛이 보이지 않는 미래... 그나마 해적질이 울분을 터뜨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둘째는, 탐욕이다. '떼돈을 벌지도 모른다는 희망'. 농사를 짓든 어업을 하든 해적질이 훨씬 큰 수입을 보장하는 것처럼 보이므로 해적질에 뛰어드는 것이다. 세 번째는, 지배층에서 은밀히 조장하는 것이다. 과거 해군력이 지금처럼 발달하기 전에는 해적이나 사략선(약탈 허가를 받은 배)을 이용해서 해상전을 대리로 치르곤 했다. 이른바 '자유분방한 외교 수단(118쪽)'. 엘리자베스 여왕이 유명한 해적 드레이크 선장을 '여왕의 해적'이라고 부르기까지. 하지만 해적질은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낭만적이거나 용감하지 않다. 잦은 부상과 예상보다 적은 수입, 질병 등으로 지질하게 마무리되기 일쑤였고, 역사적으로 유명한 해적들도 의외로 짧게 활동하고 은퇴했다. 약탈물도 생각보다 적어서 정말 대박을 터트린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 또한 쉽게 번 돈은 쉽게 날려 먹기도 했다.


현대의 해적인 소말리아와 나이지리아 해적들도 발생 원인은 앞의 세 번째를 제외하고 비슷하다. 저자에 따르면 주로 약탈을 하는 나이지리아 해적들은 대상이 되는 배의 선원들을 죽이는 경우가 많고, 몸값을 노리는 소말리아 해적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해적들을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 간의 연대와 국가 통제력 향상이 필요하다. 


첫 챕터는 엄청 흥미진진했는데 두 번째는 좀 지루했다. 첫번째에서 했던 얘기를 계속 중언부언하는 느낌이라서. 물론 시대적으로 나눈 거라서 16세기가 되었다고 양상이 뒤집어지듯 바뀌지는 않는다. 상황이 바뀌는 건 오히려 해군력이 발달하는 근현대에 이르러서니까.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다. 동아시아의 해적 역사도 빼먹지 않아서 좋았고. 



21. 호호브로 탐라생활(한민정. 판미동. 2019. 292쪽)

: 동물에 관한 책은 정기적으로 읽어 줘야 한다. 그래야 금단 현상 없이, 정신적 평화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다. 제주 오조리 마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저자의 두 마리 반려견 이야기. 마당을 드나드는 고양이들과 구조해서 입양 보낸 강아지 이야기도 함께 해준다. 저자는 오랫동안 함께해 온 반려견 - 이지만 사실상 키우는 건 부모님이 했다 - 이 무지개 다리를 건넌 후 다시는 반려견을 들이지 않겠다 했지만 비글 강아지들의 사진을 본 후 빠져들어 입양한다. 그런데 이 아이, 의젓해 보이던 이 아이에게 입질이 있을 줄이야. 저자의 로망 - 게스트 하우스에서 손님들과 어울리는 예쁜 강아지 - 은 날아가 버리고, 저자는 무는 개와 공존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 책은 훈련기는 아니다.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일 뿐. 


처음 집어들 때의 기대 그대로, 행복하게 읽었다. 그리고 어쨌든 나는 절대로 반려 동물을 키우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한 번 더 굳혔다. 



22. 죽음의 미로(아리아나 프랭클린, 김양휘 역. 웅진지신하우스. 2008. 492쪽)

: 여검시관 아델리아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헨리 2세의 애첩 페어 로저먼드가 독살당했다. 항간에서는 연적 관계였던 왕비 엘레오노르의 소행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만약 왕이 왕비를 벌하려 하면 왕비의 소생이자 현재 왕과 협치 중인 왕자 헨리가 반발을 하여 내전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 이에 왕의 측근이자 현재는 주교인 로울리는 아델리아와 함께 진범을 밝혀내려 한다.


이번에도 재미있었다. 역시 지난번처럼 범인은 짐작 못한 사람이었고, 사실 난 추리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역시 아델리아가 받는 부당한 대우는 시대상을 반영하기는 했지만 참기 힘들었다. 재미있는 이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국내에 번역출간될 기미가 안 보이니 섭섭하다.



23. 1931 흡혈마전(김나경. 창비. 2020. 292쪽)

: 영어덜트 대상 장르문학상에서 수상을 했다기에 집어들었는데, 살짝 시시했다. 일제강점기 경성의 여학교. 희덕은 할아버지의 유언 덕분에 경성에 올라와 학교에 다닐 수 있다. 학교에 새로 부임한 사감 선생님 계월은 남다르다. 순간적으로 붉은 빛이 도는 눈동자와 머리카락으로 가린 뾰족한 귀, 창백한 피부. 느슨한 규율 적용 때문에 인기가 치솟은 사감 선생님 곁을 맴돌던 희덕은 계월이 다른 선생님의 피를 빠는 걸 목격하고, 정체를 밝히고자 한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을 꽤 충실히 고증해 낸 듯 하지만 사실상 스케치 분위기이다. 아무래도 분량상의 한계인 듯. 이야기가 허술한 건 아니었다. 일제와 가부장제의 이중적 압박 속에서도 여성끼리의 굳건한 연대를 통해 서로를 구원하는 서사는 언제 읽어도 가슴 찡하다. 다만 이야기의 밀도는 좀 떨어진다. 영어덜트 중에서도 lowteen 대상이 적당할 듯. 



24. 밤에 걷다(존 딕슨 카, 임경아 역. 로크미디어. 2009. 287쪽)

: 파리 경시청 총감 방코랭이 '나'를 찾아와 모험을 해보지 않겠냐고 한다. 바로 잘생기고 만능 스포츠맨인 살리니 공작의 협박 사건. 공작은 아름다운 여인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이 루이즈 부인의 폭력적인 전남편이 그들을 협박하고 있는 것. 전남편 로랑은 정신병원을 탈출하여 성형 수술까지 받고 파리에 잠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식 날 밤 살리니 공작과 루이즈는 방코랭과 화자가 있는 클럽에 방문하고, 얼마 뒤 아무도 들어가거나 나오지 않은 방에서 공작이 시체로 발견된다.


이 작가의 데뷔작이라는데, 전에 읽은 다른 작품이 좀 복잡했기에 이 작품은 그나마 단순하겠거니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물론 전에 읽은 작품보다는 덜 복잡했지만 공간감이 없는 나로서는 앞에 평면도를 보여줬음에도 클럽의 구조가 잘 이해되지 않아서 좀 애먹었다. 그리고 당대의 인물들의 에티켓이라든가 심리 상태 또한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건의 진실도 막상 드러나니 그렇게 복잡한 건 아니었고. 



25.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팀 오브라이언, 이승학 역. 섬과달. 2020. 300쪽)

: 지미 크로스 중위는 연서는 아닌, 하지만 연서이길 바라는 소녀의 편지를 가지고 다녔다. 카이오와는 신약 성경과 함께 할머니가 물려준 백인에 대한 불신과 할아버지가 물려준 사냥용 손도끼도 가지고 다녔다. 테드 라벤더는 마리화나를, 미첼 샌더스는 콘돔을 갖고 다녔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 책임감과 죄책감, 이야기를 가지고 다녔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이다. 다른 작품들에서도 저자의 참전 이야기는 빠질 수 없이 들어가지만 이 작품이야말로 자신이 왜 그 이야기를 끊임없이 할 수 밖에 없는지를 말해준다. 전쟁이 일반 사병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전쟁을 이야기하는 게 지금의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마흔세 살, 전쟁은 반평생 전의 일이 되었으나 기억하는 일은 아직도 그것을 현재로 만든다. 그리고 기억하는 일은 가끔씩 이야기로 이어져 그것을 영원하게 만들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가 존재한다. 이야기는 지난날을 미래와 이어주려고 존재한다. (중략) 이야기는 기억이 지워진, 이야기 말고는 기억할 게 없는 영원의 시간을 위해 존재한다."(55쪽)


문장이 아름다워서 더 슬펐다.



26. 밝은 밤(최은영. 문학동네. 2021. 344쪽)

: 이 작가를 왜 이제야 읽었을까. 아플 거라고 지레짐작해서 계속 피하다가 이 책은 왠지 괜찮을 거 같아서 읽었다. 오랫동안 헤어져 살던 할머니에게서 듣는 증조할머니와 할머니의 이야기. 30대 지연은 바람핀 남편과 이혼하고 희령에 새 직장을 얻어 이사한다. 자신에게 공감은커녕 전남편 입장만 생각해주고 심지어 전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까지 해주는 엄마가 절대 오지 않을 곳이 바로 할머니가 살았던 희령이기 때문에. 희령에서 적응하고 있던 중 우연하게도 할머니와 마주치고, 아홉 살 이후 처음 만나는 할머니와 조금씩 교류를 하던 중 할머니에게서 황해도에 살던 증조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서로를 출생 마을에 따라 새비, 삼천이라고 부르며 표면적인 우정 이상의 끈끈함을 나눴던 두 여인의 이야기가 당시의 시대상과 맞물려 애닯게 그려진다. 증조모 - 할머니 - 엄마 - 지연으로 이어지는 모녀 4대의 삶은 다르면서도 비슷하게 아프고 비슷하게 꿋꿋하다. 


화자가 지연인 만큼 지연의 비틀거림과 안으로 파고드는 울음과 말하지 못하는 고통에 크게 공감하며 읽었다. 아프지만 아프지 않았고 서러웠지만 괜찮았다. 할머니는, 엄마는,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이렇게 서럽다는 말 대신 화가 난다고 말하며, 친구의 손을 잡고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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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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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만 아프지 않았고 서러웠지만 괜찮았다. 할머니는, 엄마는,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이렇게 서럽다는 말 대신 화가 난다고 말하며, 친구의 손을 잡고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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