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1
케빈 콴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 어디에서도 중국인보다 부자인 민족은 발견되지 않았다. - 이븐 바투타

 

 

그녀는 이런 식의 부를 난생처음 봤다. 그리고 단 한 순간도 그녀의 남자 친구가 이런 세계의 일부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나는 놈 위에 비행기 타는 놈 있다고 했다.
항상 더 잘 나가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란 뜻으로 해석한다. 나는.
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라는 책을 읽었으니 여기에 하나 더 덧붙여야겠다.

비행기 타는 놈 위에 제트기 타는 놈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부자나 재벌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보다 더 윗급인 알려지지 않은 숨은 부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은 자신들을 드러내지 않는다. 나서지 않고, 자신들이 가진 것들을 티 내지 않고 오히려 잘 숨긴다.
그렇게 숨어서 세상을 조정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말만 들었다.
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엔 그런 숨어있는 부자들의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들만의 세계. 그 세계를 유지하기 위한 정략결혼. 틈을 보이지 않으려는 노력들. 그렇게 "다름" 을 실천하며 조용히 살고 있는 숨어있는 부자들.

이질감을 느낄 만도 한데 하도 엄청난 부 앞에서 그런 걸 느낄 틈이 없었다.
완전히 다른 세상에 대한 이야기는 나와는 상관없는 세계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에 그런가 보다.
자수성가한 신흥 부자들과는 격이 다른 대대손손 이어져 오는 부를 가진 사람들
태생부터가 남다른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표현되었다.

이 이야기엔 막장 드라마 요소가 모두 들어있다.
신데렐라와 백마 탄 왕자님의 이야기의 틀이 이 이야기의 본질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그걸 빙자해서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표현해냈다는 게 이 이야기의 진짜 이야기가 아닐까?

니컬러스 영과 레이철 추
그들은 미국의 한 대학의 교수들로 서로 사귄 지 2년째 되는 커플이다.
레이철은 아기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와 미국에 이민을 와서 엄마가 각 주를 전전하며 식당에서 일하며 공부하며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내기 전까지 고달픈 생활을 이어갔다.
엄마가 공인중개사로 실력을 인정받고 안정적인 생활을 시작한 보통의 미국계 중국인이다.
그녀의 남자친구 역시 자신과 별반 다를 거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레이철은 여름휴가차 닉의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그의 고향 싱가포르에 발을 들여놓음으로써 파란만장한 인생의 경험을 하기 시작한다.

정략결혼을 통해 자신들의 부를 늘려가고 자신들의 세계를 확고히 하며 살아가는 그들
그들 중에는 부를 과시하며 사는 사람도 있고, 은둔하며 조용히 존재감을 감추며 사는 사람도 있고
그곳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려는 젊은 세대도 있고, 어떻게든 자신들의 출신성분을 올바르게(?)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윗 세대도 있다.

아스트리드, 네 부모님은 절대 다른 사돈들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내 가족을 존중해 주지 않을 거야. 사실 네 부모님을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이야. 그분들은 그냥 그렇게 태어나신 분들이니까. 같은 계급 출신이 아닌 사람, 부유하지 않은 사람, 황족으로 태어나지 않은 사람과는 어울릴 수 없는 DNA를 타고난 분들이야.

 


니컬러스와 레이철의 앞날은 아스트리드와 마이클의 결혼생활로 그 현실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닉의 사촌 아스트리드는 그들만의 세계의 아웃사이더였다.
독특한 취향과 자신만의 개성으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진정한 패셔니스타이고, 사랑을 위해 과감히 평범한 보통 남자와 결혼에 성공한 케이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한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다.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하는 부를 상속받을 여자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남자에게 이길 수 없는 싸움의 연속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녀의 가족모임에 매번 참석하면서 느꼈을 상대적 박탈감과 그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 등이 다년간 마이클에게 깊은 상처로 남았고, 아스트리드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먼저 네 삶은 마이클이 바랄 것 같은 방식 말고 네가 원하는 대로 살아야 해. 네가 제일 좋아하는 저택들 중 하나로 이사 가. 네 마음대로 옷을 입어. 내 생각에 마이클이 진짜로 힘들어했던 점은 네가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하며 그의 주위에서 조심하며 생활했던 부분일 거야. 네가 그를 위해 과하게 배려했던 습관이 오히려 그의 자격지심을 키운 꼴인 거지.

 

 

 

이혼녀가 될지도 모를 예전 약혼자 아스트리드에게 찰리의 조언은 정말 적절했다고 본다.
틈을 노리지 않고 진정 그녀의 행복을 위해 자상한 배려를 해주는 찰리
그것이 사랑하는 아스트리드를 진정 위하는 것임을 아는 남자의 마음이겠지.

닉과 레이철의 미래는 아스트리드와 마이클의 모습으로 비춰진다.
레이철은 온갖 소문과 호기심에 둘러싸인 채로 그녀의 남자친구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너는 짐작도 못 하고 있어! 네가 레이철과 결혼하면 우리 모두의 인생을 망치는 꼴이 될 거야. 꼭 그녀를 곁에 두고 싶다면 그냥 애인으로 삼아. 하지만 제발 그녀와 결혼해서 네 미래 전체를 버리지는 마.

엘리너 영.
닉의 어머니이고 레이철을 돈을 노리고 접근했다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부잣집 시어머니 상이다.
그녀는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서 듣보잡 여자인 레이철을  떼어내기 위해 그녀의 뒷조사를 한다.
그리고 레이철도 알지 못하는 비밀을 캐낸다.

 

아무런 정보 없이 상어떼들 사이에 떨구어진 레이철.
그런 그녀에게도 진정한 친구가 있었으니 같은 대학을 나온 부잣집  딸 페익린이다.
그녀의 부모님은 부동산으로 자수성가하여 부를 이루었다.
레이철의 남자친구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자 페익린은 자신의 인맥을 통해서 레이철을 돕는다.

사실 이 이야기의 매력은 모든 막장 드라마의 요소를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전혀 막장스럽게 인식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부를 지닌 사람들의 생활이라는 게 우리와 다른 면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거의 같다는 것에 웃음이 난다.
망나니적 요소와 성실함의 요소를 적절히 안배해서 풀어 놓은 이야기가 많이 본듯하지만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책을 읽으면서 상상되는 이미지들이 즐거웠다.
조마조마하면서도 시원한 한방이 있어서 통쾌했고, 이기적이고 자신들밖에 모를 거 같은 인간 군상들 중에서 우정과 의리를 지키는 인물들 때문에 훈훈해졌으며, 짜증 날 것만 같은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포장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작가의 글솜씨 때문에 더욱더 재미있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예전에 읽었던 하이틴 로맨스와 할리퀸 생각도 났고, 그 책들의 주인공들 보다 더 막강한 부를 가진 남자 주인공이 생각보다 매력이 덜 하다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였다.

그리고 이 이야기엔 모두가 원하는 결말이 없다는 것도 이 책의 매력 중 하나이다.
아직 진행 중인 이야기의 끝이 어떨지 내 맘대로 생각해 보는 재미가 있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영화도 보고 싶어졌다.
책 속에서 펼쳐졌던 그들만의 리그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졌으니까.
그 세계를 영화는 어떻게 표현했는지 읽으면서 내내 궁금해졌다.

영화를 보기 전 원작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면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을 거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맥베스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요 네스뵈 지음, 이은선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호가스 출판사
1917년 울프 부부가 설립
당대의 가장 좋은 새로운 책들만 출판한다는 목표로 설립된 출판사로 여기서의 울프 부부란 바로
버지니아 울프와 레너드 울프다.

호가스 셰익스피어 프로젝트
셰익스피어를 오늘날 가장 인기 많은 작가들이 다시 쓰도록 후원하는 프로젝트다.
이 의뢰를 받았을 때 요 네스뵈의 조건은 단 하나.
맥베스를 쓰게 해달라는 거였다.
그렇게 탄생한 21세기 버전 맥베스.

영원한 의리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고 배신은 인간의 영역이지 않은가.


1970년대 어느 쇠락한 도시
부정부패로 얼룩진 권력자들
닫힌 공장의 실업자들은 마약에 물들어간다.
이 폐기물로 오염된 공기가 들어찬 낡은 도시의 철벽이 무너지는 날이 왔다.
25년간 경찰청장으로 있던 케네스가 죽었다.
공석이 된 경찰청장 자리에 금수저 출신의 덩컨이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며 새 경찰청장이 된다.
그는 케네스의 시대를 걷어내고 새로운 시대를 위해 박차를 가한다.

마약단속반의 더프는 조직범죄수사반의 책임자 자리를 노리고 스위노에 대한 제보가 들어오자 단독으로 출동한다.
맥베스는 특수기동대 대장이다.
그도 스위노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
더프가 단독으로 움직이자 숨어서 작전을 지켜본다.


"맥베스는 이 도시의 동부 출신이고 아웃사이더지." 덩컨이 말했다. "반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우리는 모두 핵심 멤버라고 할 수 있고, 우리는 케네스에 맞서 싸웠고 달라진 경찰 문화를 상징하지만 사립학교를 졸업했고 유복한 집안 출신이기도 하지. 시민들에게 바람직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경찰에서는. 이 도시의 경찰에서는 배경에 상관없이, 연줄에 상관없이 정직하게 열심히 일하면 누구든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특히 정직이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어서."


스위노와 헤카테
마약계의 양대 산맥
스위노가 지는 해라면 헤카테는 신성이고 모든 권력을 장악한 실세였다.
스위노는 오늘 이 한 건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그의 야망은 물거품이 되었다.
기습을 당했고, 어찌 피했으나 그의 꿈이 담긴 4.5톤 트럭은 강물에 처박혔다.


첫 장면부터 몰입하게 만든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는 갑옷을 버리고 특공대의 제복을 입었다.
북유럽 스릴러의 제왕 요 네스뵈
경찰은 네스뵈가 가장 잘 그려내는 배경이다.
게다가 부패한 경찰이라면 더더욱
그리고 그들 사이의 암투라면 더더욱이 그가 적격이다.

덩컨을 죽이면 경찰청장으로 만들어줄게




헤카테의 제안을 맥베스는 단칼에 거절하지만 레이디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아는 여자였다.
"자기야. 우리가 이 도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봐. 당신이 경찰청장이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이 도시를 위해 할 수 있어"
레이디의 욕망이 곧 맥베스의 욕망이다.

좋은 시절과 어려운 시절, 인간의 짧은 생과 사가 신에 의해 결정된다면 스스로 신이 되는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다.



덩컨의 피를 손에 묻힌 맥베스는 마약에도 다시 손을 댄다.
약은 그의 망상을 부추기고 그는 자신의 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제거한다.

권력과 마약은 같다.
가질수록 더 많이. 그보다 많이. 더더더 많이 바라고 원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얻기 위해 더 많은 희생을 만들어 낸다.

레이디는 바닥부터 치고 올라와 많은 걸 이루었지만 결국 과거의 망령에 의해 집어삼켜진다.
레이디를 잃은 맥베스는 키를 잃은 선장이 되었다.
자신이 그렇게도 되살리고 싶어 했던 그 도시
맥베스는 스스로 도시의 악이 되고 스스로 도시의 자양분이 되었다.

너는 방어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절대 죽이지 못하거든. 그리고 너는 스위노보다 더 잔인하고 케네스보다 더 부도덕했던 인간으로 기억되겠지만 네 발목을 잡은 건 사실 너의 장점이었다. 잔인하지 못한 성격 말이지

"근데 그 소문 못 들었어?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은 나를 죽이지 못한다는 거. 그게 헤카테가 한 약속이었고 그는 여러 번 약속을 지켰지."

"나는 여자의 몸에서 태어나지 않았거든. 나는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나지 않고 어머니의 몸을 가르고 나왔어."


80년 동안 멈춰져 있던 버사가 맥베스를 위해 달려오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헤카테의 약속처럼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은 맥베스를 죽일 수 없었던 걸까?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장면
더프는 어떻게 해도 더프이고
맥베스는 그가 뭘 했어도 맥베스인 것.

맥베스가 사라지고 맥베스로 인해 뭉쳤던 사람들이 되살린 도시는 점점 번영하고 옛 모습을 되찾아 간다.

그리고
그 도시에서 사라졌던 악의 근원들도 번영한 도시 아래로 다시 스멀스멀 다가온다

권력과 부패
선과 악
경찰과 범죄
이들은 공생관계다.
기생 관계가 아니라.

정화의 끝은 되풀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삶의 굴레를 본다.
도저히 뿌리 뽑아지지 않는 그것
그렇다면 그것조차 삶의 한 형태로 봐야 하지 않을까.


오래전의 맥베스는 잊혔다.
기대 이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게
21세기 이전의 맥베스는 셰익스피어로
21세기 이후의 맥베스는 요 네스뵈로 기억될 거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의 여왕 백 번째 여왕 시리즈 2
에밀리 킹 지음, 윤동준 옮김 / 에이치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타의 족보 잘레를 지키고 하스틴에 의해 점령당한 타라칸트를 구하기 위해 칼린다는 데븐 일행과 함께 타렉의 아들 아스윈 왕자를 찾아 나선다.

운명의 신은 칼린다에게 어떤 운명을 할애했을까?
원하지 않는 자리에 오르기 위해 서열 토너먼트를 치러야 했지만 그런 잔인한 악습을 없애기 위해 칼린다는 토너먼트에서 서로 싸우지 않도록 자매들을 설득하고, 그들의 죽음에 진심 어린 애도를 표했다
피비린내 진동했던 결투장은 칼린다의 설득에 동조하는 자매들이 생기고 그녀로 인해 새로운 룰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그녀를 응원하고 그녀는 킨드레드가 되었다.

하지만
운명은 그녀의 토너먼트를 멈추지 않았다.
자나단으로 피신한 아스윈을 찾았지만 아스윈의 킨드레드를 뽑는 각국의 공주들과 토너먼트를 치러야만 하는 칼린다.
원하지 않았지만 갖게 된 권력과 백성들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자신의 자유를 얻기 위해 토너먼트에 참가하기로 결정하는 칼린다.
그런 칼린다에게 접근하는 타렉과 똑 닮은 아스윈
칼린다와 떨어져 난민이 된 데븐 
이들은 모두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까?

새로운 형식의 판타지
읽으면서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화려한 결투 실외에도 볼거리가 풍성할 거 같은 배경이 이 이야기의 최대 장점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연약한 듯 강인한 의지가 돋보이고
땅. 바람. 물. 불의 힘을 가진 부타들에 대한 이야기도 특별하진 않지만 특별한 배경 때문에 더 빛나 보이는 소재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세 번째 이야기 악의 여왕이 기다리고 있음이다.

불의 여왕에서 칼린다는 자신이 버너라는 부타의 힘을 가졌다는 걸 인정하고 그것을 이용하고 극대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한 사람의 군주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게 되는지 새삼 깨닫는다.
부타는 타렉에 의해 도륙을 당하고 그 명백한 이유를 얻기 위해 백성들에게 심어 놓은 부타에 대한 두려움과 증오심들이 무차별 살상과 이유 없는 거부감을 갖게 만든다.
그 모든 것은 단지 천명의 부타의 피를 얻어 악마를 소환하기 위한 타렉의 소원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아무도 모른다.
그토록 지킬 것을 위해 싸웠으나
결국 잘레를 이용한 악마 소환은 이루어지고 타렉의 모습으로 변신한 악마는 세상을 파괴하기 위한 전진을 시작한다.

미약하기만 한 소녀 칼린다의 어깨에 지어진 무게가 너무 버겁다.
타렉이 심어 놓은 부타에 대한 증오심이 그녀에게 열광하던 백성들의 마음을 순식간에 돌변시켰다.
칼린다는 돌아선 그들의 안전을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을까?
그녀는 데븐과 아스윈 두 사람 중에 누구를 택할까?

칼린다의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 고달프다.
그저 사랑하는 이들과 평화롭게 살아가는 게 전부인 그녀에게 운명은 쉬어갈 틈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의 선택은 언제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위한 결정이다.
그것이 다음 편 악의 여왕에서 어떻게 이어질지 조바심이 난다.
아직 정체를 다 모르겠는 아스윈
남성성보다는 여성성이 더 강한 데븐
이 둘 사이에서 칼린다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나는 그것이 제일 궁금하다.
아직까지는 첫사랑 데븐에게 마음이 더 많이 있지만.
사랑은 움직이는 거니까.
나는 아스윈이 더 매력 있게 느껴지기에 데븐 보다 아스윈에게 한 표 던져본다.
재앙을 몰고 온 아스윈이지만 칼린다의 악마의 불을 잠재워 주는 제국의 희망이냐
지고지순하지만 약간 우유부단한 데븐이냐.

이 칼린다라는 여전사에겐 어떤 남정네가 더 어울릴지 짝 맞춰 보는 재미도 있다.
작가의 마음이 어디에 있던 나는 아스윈을 응원할란다!


내가 좋아하는 판타지
여자 주인공이 시련에 굴하지 않고
남자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주적으로 삶을 개척해 나아가는 모습이 멋지다

내 어릴 땐 이런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남자의 그늘에서
남자의 도움을 받아
남자가 이끄는 대로
남자의 결정에 만족하며
남자에게 자신의 모든 걸 일임하고
남자의 선택만을 기다리던

그런 줏대도
자존심도
열정도
자존감도
주체성도 없는
그런 여자들에 대한 학습만이 난무했다

이 이야기를 많은 공주들에게 전하고 싶다
내 안의 힘을 결코 간과하지 말고 살라고
부당해도 안주하지 말고 칼린다처럼 맞서라고
그 용기에 반드시 힘을 보태주는 사람들이 꼭 있을 거라고
그러니 절대 나약을 미덕으로 삼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때론
낯선 이야기 하나가
많은 걸
바꿀 수 있는 그런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이 책이 의도하는 바가 내가 느끼는 것과 다르더라도
결국 세상의 모든 작품은
그걸 보고
그걸 읽고
그걸 듣고
그걸 만지고
그걸 느낀 사람의 의도에 달렸다는 걸
그걸 말하고 싶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트콤 새소설 1
배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1회 자음과 모음 경장편 소설상 수상작
가장 살벌하고 황당무계한 소동극

표지에서 알 수 있듯이
서로 꼬리를 물어가며 얽히어 돌고 도는 느낌이
마치 벗어날 수 없는 굴레 내지는 쳇바퀴를 연상하게 한다
현실을 잘 표현한 신선한 문체였다.
시집처럼 앙증맞아서 가지고 다니며 읽기도 좋다.

범상치 않은 재미 속에
현실을 풍자하는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신인 작가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엄마를 위해서 원하지 않는 삶을 살 각오가 되어 있는가?




시트콤을 읽었는데
시트콤 한편을 본 것 같다.
분명 읽었는데
무언가를 본 느낌이다.

재. 미. 있. 다.
그리고
무. 섭. 도. 록. 슬. 프. 다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 이토록이나 웃픈 건지 몰랐다

대화와 지문 같은 짧은 설명으로 인해 
읽는 이가 머릿속에서 스스로 영상을 만들어내어 재생한다
동영상을 보는 거 같다는 심사평처럼.

그녀는 인생이라는 강요에 가장 잘 대처하는 방법은 '어쩔 수 없다'며 체념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학교에서 바지 없이 깨어난 남자는 바바리맨 취급을 받지만 그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봐 주는 사람은 없다.
그는 졸지에 치한이 되어 경찰에 붙들리지만 어차피 치한보다 더한 놈이란 건 밝혀질까?

그들은 한 쌍의 로맨틱한 시체 같았다고 한다.
그 시체들 중 한 명은 해서는 안될 짓을 했고, 한 명은 치기 어린 정의감 때문에 세 인생을 한순간에 말아먹을 뻔했다는 건 알고는 있을까?

친구는.
십 대 시절 친구는.
무슨 짓을 해도 같이해야 한다고.
피 끓고, 머릿속에 온통 성에 대한 호기심이 들끓어서 생각 대신 몸이 먼저 반응하는 그런 시절에 나를 제어해주고, 나를 말려줄 수 있는 친구는 또 얼마나 있을까?

아이는
딸아이만은
내 삶을 대물림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은 모성애일까, 엄마 욕심인 걸까?
엄마는 자신이 재단해 놓은 틀에 딸아이를 억지로 밀어 넣고 등까지 떠민다.
아이는 숨이 막히지만 엄마는 절대 듣지 않는다.

엄마라는 관 속에 생매장 당할 바에는 차라리 머리가 깨져 죽는 게 낫다.


듣는다는 건
들어준다는 건 
지. 는. 것. 이. 다.

기싸움에서 지면 안 되는 게 엄마의 입장이다.
왜?
엄마니까.


"넌 할 수 있어! 무조건 서울대 가. 안 그러면 아무 의미도 없으니까."
"서울대가 그렇게 좋으면 엄마가 수능 쳐서 들어가!"


연아 엄마 연희 씨.
집에선 그러지 말아야지
최소한의 양심은 지켜야지
그래서 딸아이가 서울대 가기를 원한 거야?
서울대 가면 그렇게 안 살 거 같아서?
그렇게 안 사는 게 어떤 건지 치부를 들키고 나서도 당당할 수 있는 이유인가?
당신이 연아를 이해하는 것 보다 연아가 당신을 더 많이 이해한다는 건 모두가 알고, 당신만 모르는 일이지...


엄마도 나처럼 어쩔 수 없이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엄마 역시 나처럼 살기 싫어 울어본 적이 있었을까? 그러던 와중에 어쩌다 보니 자신과 똑 닮은 나를 낳고, 당신의 삶을 나에게 따라놓은 걸까? 한 방울도 남김없이 말이다.


 

짧은 이야기에 꽤 많은 등장인물이 나온다.
모두 주인공이고
모두 주변인이다.

하루 동안 일어난 일에 연루된 인물들은 서로의 꼬리를 물고 하루의 마지막을 향해 각자의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끝났다 싶을 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언제나 현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계속되니까.
그래서 이 모든 숨 가쁜 사건 속에서 속시원히 해결된 건 없다.
그것 또한 현실이다.
현실처럼 명쾌하지 않은 것도 없지.

첫 등단 작품인데
새로운 소설 기법으로 읽는 이들을 사로잡는다.
시트콤 기법이라 내 맘대로 붙여본다.
유행처럼 번질 기세다.

짧고
굵고
강하게
임팩트 쩌는(이 표현을 쓰고 싶진 않지만 이보다 더 적당함을 찾기 어렵다)
새로운 소설
시트콤.

많이 시청해주세요!
라는 말도 덧붙이고 싶다.

왜냐하면
읽고 있는데 정말 보고 있는 거 같으니까!


아무도 괜찮냐고 묻지 않았다.
한동안 정적만 감돌았다.
어색함을 느낄 필요가 없는 실속 있는 침묵이 그들을 점차 진정시켜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바, 제인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 비바, 제인

 

레이철

이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인물이 있다면 단연 레이철이다.
나는 그녀의 신랄함이 좋다.
필립 로스를 좋아하고, 교육자였고, 아비바의 엄마이고, 로즈의 친구이며 자신의 삶을 주관 있게 살아가고 있고
어떤 일에도 호들갑스럽지 않은 레이철 셔피로.

예순넷이 된다는 건 다시 고등학생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할 말이 많다만!
나는 언제 그만해야 하는지 안다.

 

나도 그녀처럼 멋지게 나이 들어가고 싶어졌다.
아비바에게 그녀는 친구였고, 루비에게 그녀는 처음 보지만 언제나 알았던 할머니였다.
자식의 어리석음을 걱정하지만 탓하지 않았고, 그저 지켜보는 거 같았지만 성인인 딸이 제대로 선택해주기를 바라면서 표 안 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했다.
소식한 통 없이 그녀의 인생에서 사라졌다 뜬금없이 전화해서 손녀딸을 찾아와주라는 부탁에도
잔소리 없이 쿨했던 레이철 셔피로.
아비바에게 전해졌을 그녀의 한 부분이 제2의 인생을 살게 하는 자양분이 되었을 게다.

나는 이따금 마이크와 마주친다. 그는 재혼했다. 덧붙이자면 그때 그 정부는 아니다. 그 불쌍한 여인은 기다리고 기다리다 결국 그를 딴 여자한테 장가보냈다. 나는 내 처지보다 그녀의 처지에 훨씬 더 분노했다.
.
.

레빈 얘기도 해야 할까? 그는 여전히 하원에 있다. 다른 사람들 딸 앞에서 제 성기는 그럭저럭 잘 간수하고 다니는 모양이다. 그 얼마나 훌륭한 남자인가.


아비바 스캔들로 학교에서 사임 후 그녀는 남편의 오랜 정부 최를 찾아간다.
그곳에서도 그녀는 마치 오랜 친구와 차 한 잔을 마시듯 수다를 떨었다.
화를 내고, 분노하고, 소리를 지르지 않고도 자신의 감정을 비워내며서 상대에게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그녀의 방식이 내겐 신선하게 다가왔다.
비록 남자 보는 눈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제인 영

 

 

제인.
우리나라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영희와 같이 흔한 이름.
아마도
특별했던 이름으로부터 숨기엔 가장 보통스러운 이름이 간절했을 것이다.
루비라는 이름의 딸과 함께 메인주 엘리슨 스프링스에 살면서 행사 기획사를 차린다.
주로 웨딩 플래너가 주 업무이기는 하지만.
똑똑하고 조숙한 딸 루비를 조수 삼아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당신이 내 정체에 대한 당신 생각을 떠벌려봤자 그게 나한테 무슨 영향을 주겠어? 사람들이 신경이나 쓸까? 아마 안 쓸걸? 난 일개 시민에 불과하고 누구한테 표를 받아야 할 일도 없잖아? 난 아무 때고 딴 데로 이사 가서 웨딩플래닝을 하면 그만이지.


이렇게 말했지만 상황이 그녀를 그녀의 오랜 꿈으로 몰고 간다.
그래서 시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한다.
과거의 그림자를 걷어낼 마음의 준비가 이제서야 되었다.
루비.  그 한고비만 빼고.




루비

 

 

열세 살.
아빠는 일찍 돌아가셨다고 알고 있고, 엄마와 함께 메인 주에 산다.
학교생활은 그닥 재미없다. 별로 인기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치한 애들하고는 레벨이 다르니까.
친구 같은 엄마의 조수로서 엄마의 일을 돕고 있다.
엄마가 시장 선거에 출마하고 선거운동을 돕는 일도 한다.
그러다.
알게 됐다.
엄마의 과거를. 
내 출생의 비밀을.

"엄마는 왜 시장이 되려는 거야? 그렇게 많은 비밀을 가진 사람치고 너무 멍청한 짓 같아."
"나도 모르겠다, 루비. 아니, 알기야 알지, 네가 나이가 들면 알게 될 거야."
"지*한다, 아비바 그로스먼!"
엄마한테 '지*한다'고 한 건 하나도 미안하지 않아. 왜냐면 (1) 십삼 년 동안 거짓말을 한 주제에, (2) '나이가 들면'알게 될 거라니, 너무 어이가 없잖아.

 

무모하게 보이겠지만
난 아빠를 찾아 플로리다로 간다.
우리 아빠는 하원의원이 분명하다.



엠베스

 

 

그녀는 변호사이자 하원의원의 아내다.
그녀를 보자니 미국 드라마 굿 와이프의 첫 장면이 떠오른다.
기자회견장. 플래시가 불꽃처럼 터지는 그곳에서 다소곳한 알리샤는 남편의 곁을 지킨다.
성 스캔들로 위기의 시간을 맞은 그 남편 옆에서 남편의 손을 쥐여주고 웃음으로 우리는 굳건하다를 보여준.

사실 남편이 바람피운 게 그렇게까지 대수로울 건 없었다. 공개적으로 바람피운 남편을 둔 아내가 됐다는 게 힘들었다. 부당한 대우를 받은 여자라는 몸에 안 맞는 수의를 입고 있는 게 힘들었다. 남편이 사과할 때 그 옆에 온순하게 서 있는 게 힘들었다. 눈길을 어디다 둬야 할지 파악하는 게, 적절한 정장 재킷을 고르는 게 힘들었다.

그녀는 십오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자신을 아비바 게이트 이후에도 남편 곁을 지켰다는 사실로 평가하는지 궁금했다.

 

남편은 하원의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그녀 덕에.
아마도 그녀는 아비바를 희생양으로 내버려 둔 건지도 몰랐다.
어쩜 그 대가를 지금 받고 있는 건지도 모르고.
어쩜 내비치지 못했던 가슴 앓이가 암처럼 그녀 몸에 기생한 건지도 모른다.
어쩜 두 아들과 아들과 다름없는 남편을 지켜내는 게 그녀의 의무였는지도 모르지.

이것이 결국 그녀의 인생일지도 모르겠다. 이 남자를 위해 그녀는 거짓말을 했고, 사람들을 속였고, 오욕을 참고 견뎠고, 알고도 모른 척했다. 이 남자가 불쾌한 일을 겪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비호했다. 루비, 세상의 파괴자로부터 이 남자를 지켜냈다.
그녀는 그 어떤 여자보다 더 에런 레빈을 사랑했다.

 

 

그런 거다.
부인이란 직업은...


아비바(봄철, 순진무구함)

스무 살 여자아이는 사랑을 착각했을 뿐이었다.
호기심이 사랑으로 변질되기 가장 쉬운 나이.
동경을 사랑으로 오해하기 가장 쉬운 나이.
성공한 남자가 멋져 보이는 가장 어린 나이.

그는 장난감이 잔뜩 있는 어린애이고 당신은 그가 가끔 생각날 때만 갖고 노는 인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당신은 끊임없이 그가 그립다. 심지어 그와 함께 있을 때도 그가 그립다.

그가 가고 나면 당신은 그의 쓰레기통이나 여행가방이 된 기분이다. 사랑받는 게 아니라 기능성 도구가 된 기분이다.

 

아비바가 자신을 위해 옳은 선택을 해주길 바랐다.
아마도 자신감 결여에서 온 결핍을 대단한 남자와의 사랑으로 채우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불륜의 대가는 혹독했다. 그녀에게만.
그는 재선했다.
그리고 그의 결혼생활은 끝나지 않았다.

본질을 흐리는 것들이 그녀의 인생을 망가트렸다.
물론 그녀의 행동이 옳은 건 아니었지만
공인으로서 자기 딸 나이의 여자와 불륜 행각을 벌인 정치인은 면죄 받았다.
그 스무 살짜리 여자는 그 남자의 죄까지 걸머지고 난파되었다.
아비바 그로스먼이라는 이름으로는 어디에서도 사람대접을 받을 수 없었다.

"왜냐면 그 편이 더 나으니까. 결국 언젠가는 나오게 될 얘기였어. 난 그때 일이 부끄럽지 않아, 더이상은. 또 당시 내가 처했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내가 했던 일들도 부끄럽지 않아. 그리고 만약 사람들이 그때 일로 나를 평가하고 싶어서 나에게 투표하지 않겠다면, 그건 그들의 선택이지."

혹독한 시련은 강건함을 키운다.
그녀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렀다.
이 이야기에서 유일하게 대가를 치르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면 남자들이다.
그들은 책임도 지지 않았지...

부당함을 느끼는 동시에 통쾌했다.
난장판을 만들 수도 있는 이야기를 이토록 깔끔하게 갈무리하다니.
울분을 토해도 모자랄 이야기를 이토록 아무렇지 않게, 게다가 유머러스하게까지 포장하다니.
명치끝이 꽉 막혀서 체증을 유발할 거 같은 이야기를 이렇게 희망스럽게 끌고 가다니.
각자의 입장에서의 여성들이 한 사건에 연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찌질하지 않게 인생을 통제하는 방식이 감동적이다.
게다가 이 이야기에 나오는 모든 여성들은 죄다 멋스럽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복병 같은 암초를 만나게 된다.
그것들은 전부 내 선택의 결과이다.
옳은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노력이 역부족일 때도 있다.
그 결과는 나를 파괴하려 하지만, 아니 파괴하지만, 그걸 견뎌내고, 이겨내는 건
바로 나 자신이다.

아!비바는 실패하는 인생을 선택했지만.
제인은 실패한 인생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인생을 선택했다.

불륜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 책임은 불륜을 저지른 두 사람이 똑같이 져야 한다.
하지만 세상은 여자보다는 남자들에게 더 많은 면죄부를 준다.
남자는 그래도 된다는 누가 정했는지 알 수 없는 불문율이 적용받는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모든 경멸과 모욕은 여자에게 쏟아진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 할지라도.
이런 이야기엔 국적도 선진국도 문명국도 다 포함되지 않는다.
역사가 그래왔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가정을 지키는 건 왜 여자여야만 할까?
엠베스가 알리샤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하원의원 레빈은 없었을 것이다.
힐러리가 옆에서 미소 짓지 않았다면 대통령 클린턴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그렇게 해서 남은 건
인생의 그늘이다.
얼룩진 고난의 행보이고.
그녀들의 시간 낭비였을 뿐이다...

모건 부인처럼 나이 들고 싶어졌다.
한때의 실수를 실수로 알아봐 주는
그래서 손 내밀어 줄 수 있는
그런 어른으로...


아~ 비바, 제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