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카페 - 평범한 일상이 철학이 되는 공간
크리스토퍼 필립스 지음, 이경희 옮김 / 와이즈맵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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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소크라테스가 되어볼까요?

 

 

철학 하면 다들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데 왠지 어렵다는 선입관으로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듭니다.

게다가 아주 전문적인 지식처럼 여겨져서 전공자가 아니면 왠지 함부로 말도 못 할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여기 이런 걱정을 다 사라지게 해주는 철학 카페가 있습니다.

 

일명 소크라테스 카페!

 

학력, 나이, 직업, 종교, 사상 불문!

모두가 함께 한자리에 모여서 허심탄회하게 '철학'을 논할 수 있는 곳.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으로 우리는 삶에 녹아 있는 철학을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신박한 기획을 한 사람은 크리스토퍼 필립스.

이 책의 저자입니다.

 

그가 처음 시작한 이 소크라테스 카페가 세계 곳곳으로 퍼져서 우리나라에도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저도 그곳에 참여해 보고 싶은 열망이 생겼습니다~

 

"정신과 치료는 예술의 여신 뮤즈를 겁탈하는 일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제정신이 아닌 적이 있었을까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아르 테코 양식의 어느 카페 정원에서 있었던 소크라테스 카페 모임에서 나온 말입니다.

이런 식의 발언들이 환영받는 곳이 바로 이 소크라테스 카페입니다.

 

 

"제 생각에 사람들이 모두 말리려고 할 때도 계속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모두 소크라테스인 것 같아요."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이 한 말입니다.

이 초등학생이 바로 정곡을 찔렀네요.

 

소크라테스 문답법.

소크라테스는 답을 얻으려고 질문을 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자신의 질문을 듣고 생각하기를 바랐던 거 같아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생각.

그것이 바로 소크라테스가 생각했던 '철학'이 아니었을까요?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읽으면서 의외의 철학에 대해 생각해 본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학식 있고, 전문가인 분들에게서 듣는 기계적인 말보다

생활에서 얻은 지혜로 말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심사숙고'한 말이 더 와닿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모임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습니다.

요즘 우리는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생각하고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꽤 공격적으로 대하는 걸 자주 봅니다.

이 소크라테스 카페의 모임에 참가한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며 서로 다른 생각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방식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소크라테스 카페에서는 어떤 질문들과 대답들이 오고 갈까?라는 생각에 자꾸 설레더라고요.

제가 이 모임에 참가한다 하더라도 한동안 저는 계속 듣기만 하고 한 마디도 못하고 오겠지만 다양한 생각을 접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습니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자신의 철학'이 없는 삶은 계속 휘둘리며 사는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을 요즘 계속하고 있었거든요.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남의 잣대를 기준 삼아서 자신을 평가하는 삶.

저 역시 그런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많은 단절을 실행했지만 아직은 부족한 삶이라는 느낌에 허기져있었어요.

그런 찰나에 이 책을 만나 어렵게 생각했던 소크라테스 문답법을 읽고 있자니 살짝 채워지는 뭔가가 있는 기분입니다.

 

이 책을 읽었다고 소크라테스를 잘 알게 됐다는 헛소리는 하지 않을게요.

사실 소크라테스가 실존 인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썰'을 이 책에서 읽고 깜짝 놀랐으니까요^^

 

제가 이 책을 통해서 확실하게 얻은 건

바로 이것입니다.

 

질문을 잘 하자!

 

좋은 답(옳은 답 아닙니다!)을 얻기 위해서는

질문을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의 말을 잘 들어야겠죠.

한동안 저에게 가장 부족했던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예전엔 남의 말을 주로 듣는 편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제 주장만 하고 있더라고요.

젤 짜증 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고쳐지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걸 고쳐야 하는 때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소크라테스 카페>는 뭔가를 깨닫게 하는 책이어서 좋았습니다.

이 책을 읽은 분들은 무엇을 깨달으셨을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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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괴이 사전 : 현대편 세계 괴이 사전
아사자토 이츠키 지음, 현정수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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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책을 소개합니다.

 

괴물 좋아하세요?

괴물, 괴수, 귀신, 유령 이런 존재들은 무섭지만 왠지 호기심을 일으키는 존재들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류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 <세계 괴이 사전>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이 책은 진짜 사전이라는 제목처럼 사전처럼 편집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각 대륙별로 나뉘어 있죠.

제가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저는 괴물 삽화도 들어있는 책일거라 예상했어요^^;;) 많은 세상의 괴물들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책입니다.

 

다 아는 괴물들은 빼고 제가 특이하게 생각했던 괴물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레타

 

오스트레일리아에 현존하는 괴이로 장발의 남자 인형입니다.

근데 왜 괴이냐고요?

이 인형은 자립해서 돌아다니고, 가까이 있으면 기분이 나빠지며 동물들이 공격하려고 한답니다.

그리고 가끔 'Letta me out!' 이라고 외쳐서 '레타'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합니다.

이 인형은 200년 전에 제작되었으며 집시의 특징이 있는 외모로 머리카락이 진짜 사람의 머리카락이라고 하네요.

오스트레일리아 외곽 마을에서 발견했는데 심령연구소에서 이 인형에 아주 오래전에 사망한 소년의 혼령이 깃들어 있다고 했데요.

현재도 가끔 공개되고 있고, 레타 계정의 페이스북도 있다고 합니다.

 

진짜 살아있는 인형일까요?

 

 

 

마니포고

 

마니포고는 캐나다에서 목격되는 괴물입니다.

마니토바 호수에 나타나는데 큰 뱀이나 수장룡 간다고 합니다.

1962년 마니포고가 촬영되었다고 하는데 현재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괴물이 출연할 때는 갈매기가 따라온다고 하니까 마니토바 호수에서 갈매기 떼가 날아다니면 눈 크게 뜨고 살펴보세요~

 

우는 소년

 

이탈리아의 화가 조반니 브라골린이 그린 다수의 그림입니다. 울고 있는 소년을 그린 그림인데 이 그림이 걸린 집엔 화재가 난다고 합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생긴 도시 전설인데 집을 홀랑 다 타도 이 우는 소년의 그림만 멀쩡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디아블로'라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복제품이 많다고 하니까 혹시라도 우는 소년의 그림을 보시거든 절대 집에 들여놓지 마세요~

 

 

 

체사귀

 

대만의 괴이.

체사귀는 죽은 자가 산자를 죽이고 산자를 대신해서 되살아나려고 할 때 살해 대상이 되는 산자를 가리키는 말이랍니다.

현재는 학교 괴담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하네요.

도시괴담보다는 학교 괴담이 무서운 거 같아요~

 

자르고

 

인터넷상에서 이야기된 괴이.

사진이나 만화 등의 작품을 가로채서, 캐릭터나 배경을 크툴루 신화 풍의 괴기로 흉측하고 그로데스크한 양상으로 바꿔 그리는 행위라고 합니다.

자르고가 나타날 때는 'ZALGO'라는 문자열이 작품 속에 출현하고 그 뒤에 등장인물의 눈이 새까맣게 되고, 검은 액체를 흘리며 몸의 일부가 변하고 촉수 같은 기관이 생긴다고 합니다.

2004년 7월 27일 'Shmorky'라는 인물이 자신의 개인 사이트에 발표한, 신문만화의 콜라주 그림에 나타났던 것이 최초라고 합니다.

 

제 생각엔 이건 괴이보다는 해킹 같지 말입니다~

 

 

 

이 이야기는 다섯 섹션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도시 전설이나 민화 등에 나오는 신비한 존재나 현상

두 번째는 '미확인생물' 등으로 불리는 목격 사례나 존재의 흔적이 있는 것

세 번째는 인터넷상에서 이야기되는 괴인이나 괴이

네 번째는 실재한다는 형식으로 문헌에 기록된 가공의 생물들

다섯 번째는 미국이나 캐나다의 개척기에 생겨난 민화로 알려진 톨 테일에 나오는 신비한 존재

 

각 섹션이 시작하기 전 칼럼에서 다뤄지는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이 책에 담긴 수많은 괴이들은 20세기 이후 세계 각지에서 전해지는 괴이나 괴물 등의 존재들을 800종류 이상 수록했습니다.

다양한 괴담에 관련된 괴이들이나 전설이나 미확인생물 또는 목격자가 있는 괴이들로 진짜 존재하는 거 같아서 읽다 보면 맘이 좀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세계 괴이 사전>은 판타지나 공포, 호러 작품 좋아하시는 분들이나

이런유의 이야기를 창작하시는 분들께 좋은 자료가 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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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호손 박사의 세 번째 불가능 사건집 샘 호손 박사의 불가능 사건집
에드워드 D. 호크 지음, 김예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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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 사건의 제왕 에드워드 호크!

 

 

 

"제길, 선생. 누가 저지른 일인지는 이미 알고 있잖아. 문제는 범인이 어제 자살했다는 거지."

 

 

샘 호손 박사의 두 번째 불가능 사건집 이후로 세 번째 불가능 사건집을 읽었습니다.

정말이지 이 무궁무진한 불가능 사건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읽으면서도 신기했습니다.

에드워드 호크는 진정 천재인 거 같습니다!

 

일어나지도 않은 살인죄를 자백서로 남기고 자살한 범인(?)

폭죽인 줄 알고 불을 붙였는데 알고 보니 다이너마이트였어!

소풍도중 갑자기 뛰쳐나가 개울을 건너다 물에 빠져 익사한 여인은 왜 그랬을까?

곡예도중 사라진 곡예사는 어디로 갔을까?

샘 호손 박사가 건넨 약을 먹고 박사의 눈앞에서 독살당한 여인!

금주법이 폐지되는 날 모두 모여 축하를 하는 자리에서 방금 배달된 상자에서 셰리주를 꺼내 축하주를 젤 처음 시음하던 시장은 술 대신 청산가리를 마셨다!

샘 호손 박사가 있던 정전된 담뱃잎 건조실에서 농장주가 살해되었다. 같이 있던 사람들은 깜깜해서 아무것도 못 봤는데 도대체 범인은 어떻게 그 찰나의 순간에 감쪽같이 살인을 저질렀을까?

 

 

3 더하기 2는........4?

 

 

샘 호손 박사가 일하는 노스몬트라는 작은 소도시.

작은 소도시답지 않게 어쩜 그렇게 불가능한 사건이 자꾸 벌어지는지~

게다가 그 사건들은 한 번도 같은 방식으로 해결된 적이 없습니다.

정말 읽을수록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아주 짧은 추리소설인데도 불구하고 기묘함과 스릴감과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이야기들은 독보적입니다.

게다가 이번 세 번째 이야기에서 호손 박사는 심각하게 자신의 활약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됩니다.

환자가 중요하냐 사건이 중요하냐!

왜냐하면 렌즈 보안관을 도와주다가 자신의 환자가 죽음에 이르는 순간을 지키지 못하게 되거든요.

그로 인해 환자 가족들에게 비난을 받은 샘 호손 박사는 탐정 일에 손을 떼고 의사일에만 전념하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그게 될까요?

사건은 끝없이 일어나고, 렌즈 보안관은 아시다시피 열심히 출동하지만 사건 해결은 모두 샘 호손 박사에게 넘기기 바쁘니까요~

 

15편의 이야기들은 추리소설의 묘미와 작가의 천재성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 속에 숨어있는 사람들의 감정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도 재밌었습니다.

이 단편들은 가볍게 읽고 단순하게 생각하게 되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복잡하고 다양한 사연들을 간략하게 표현한 에드워드 호크.

그의 기발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책을 읽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재밌고, 기발하고, 가벼운 느낌의 글들이 생각을 단순화 시키고, 마음을 가볍게 해주며 뇌의 복잡함을 내려놓게 합니다.

 

답답한 분

머릿속이 복잡한 분

책태기라 책이 읽히지 않는 분

뭐 재밌는 거 없을까? 하는 분

샘 호손 박사와 함께 불가능 사건을 만나보세요.

아마 세상일들이 단순하게 느껴질 겁니다.

이 불가능 사건들을 푸는 열쇠는 의외로 간단함에 있으니까요^^

 

샘 호손 박사는 복잡함을 간단하게 보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박사님입니다.

샘 호손 박사에게 복잡함을 단순하게 해석하는 방법을 배워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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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는 알고 있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비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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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망할 년의 병! 파킨슨씨와 함께 하는 여정.

아르헨티나 작가의 글이 그 어떤 스릴러보다 더 스릴 있게 다가왔다.

 

엘레나의 딸 리타가 자살했다.

비 오는 날 성당 종탑에 목을 맸다.

사건은 자살로 마무리되었지만 리타의 자살을 믿지 않는 건 엄마 엘레나뿐이다.

 

지금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시간이 흘러 알약이 녹으면서 몸속으로 퍼져나가 발에 이르는 것뿐이다. 그렇게만 되면 발도 자기들이 움직이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테니까.

 

 

엘레나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등은 굽고 고개는 펴지지 않으며 침을 흘리고 몸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약'이 필요하다.

엘레나는 리타의 죽음이 타살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20년 전 빚을 받으러 집을 나선다.

그녀의 몸이 되어줄 이사벨을 찾아 20년 만에 처음으로 그녀의 집을 찾아간다.

 

파킨슨병은 중추신경계의 질병이다. 신경 세포가 퇴행하거나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등 어떤 식으로든 변형되어 도파민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 않아 발생한다. 이 병은 뇌가 움직이라고 명령을 내려도, 도파민이 해당 신체 기관을 그 명령을 전달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제대로 움직일 수 없고, 우울증과 치매 증상까지 겪게 된다.

 

이 우울하고 처참한 병에 걸린 엘레나는 리타의 간병을 받고 있었다.

리타에게는 은행원인 남자 친구가 있었고, 엘레나와 항상 티격태격 하지만 그건 엄마와 딸 사이에 늘 있는 일이었다.

그들은 짝수 해에 여행을 다녔고, 홀 수 해엔 집을 고치거나 미룰 수 없는 일들을 처리하며 보냈다.

 

엘레나와 리타 그리고 이사벨은 어떤 인연이 있는 걸까?

 





이 이야기는 모든 여성들의 추리소설이다.

해결되지 않은 자신을 찾아가는.

 

엘레나의 생각은 빠르게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지만 그녀의 몸은 느리게 천천히 움직인다.

역동적인 시간의 흐름과 함께 고통스러운 현실의 정체가 교차되면서 독자의 마음과 생각도 함께 널을 뛴다.

그래봐야 엘레나가 움직이는 범위 안에서지만...

 

고집스러운 엘레나의 면모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이사벨을 찾아가는 그 여정은 리타 없이 살아내야 하는 엘레나의 첫 발걸음이다.

무엇이든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해내야 했으니까.

그래서 마지막에 활활 불타오르던 생명력이 바로 이 여정의 성공 때문인 것도 같다.

 

평생 남편만 알았던 엘레나는 이 병에 걸린 지금도 섹스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왜? 뭐 때문에? 그렇게 정절을 지켰는지 알 수 없다.

그녀는 고집스럽지만 자신의 병과 싸울 준비가 되어 있고, 더 큰 시련도 감내할 인내심을 가졌다.

이사벨이 20년 전 리타를 만나서 도움 아닌 도움을 받고 자신의 삶을 살면서 평생을 그 날밤을 저주하며 살았던 삶도 결국 이겨내고 견뎌낸 여성의 삶이었다.

그럼 리타에게 주어진 삶은?

 

이야기를 읽는 내내

내 몸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엘레나처럼 견딜 자신이 있을까?를 생각하며 힘겹게 한 발 한 발 엘레나와 함께 걸었다.

그녀의 시니컬함과 그녀의 노력이 정상인이라는 둘레에 빠져서 그 이상을 벗어나면 어떤 길이 펼쳐질지 아무것도 모른 채로 살아온 나에게 잠시나마 그 길을 걷게 했다.

이사벨의 아픔 앞에서 늘 마주하는 그 권위에 눌려도 보고, 종교적 신념 때문에 두 사람의 목숨(?)을 구한 리타의 선행(?)이 결과적으로 옳았던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낙태에 대한 주도권이 왜 종교에 있고, 정치에 있고, 남자에게 있을까?

내 몸에서 자라는 생명에 대한 주도권은 그 생명을 품고 있는 여자에게는 왜? 어째서? 주어지지 않는 걸까!

 

병든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고통 앞에서 왜 사람들은 견디고, 인내하라고만 할까?

왜 그게 너의 아름다움이라고 할까?

누군가의 손과 발이 되어야 하는 일이 왜 자연스레 가족이라는 이름하에 떠맡겨져야 하는 걸까?

아픈 사람들은 어째서 집에 있기를 고집할까?

지금 보다 더한 시련이 온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겪어야 하는 보호자의 심정이 어째서 환자 보다 덜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엘레나는 알고 있다>

엘레나는 무엇을 알고 있었을까?

리타가 자살하지 않았다는 것을?

비가 오는 날은 절대 성당에 가지 않는다는 리타의 룰을?

리타를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를?

 

난 살고 싶어요. 내 마음이 어떤지 알겠어요? 비록 몸은 이렇게 망가지고, 딸아이마저 앞세웠지만. 그녀는 울먹거리며 말한다. 나는 계속 살기로 했어요.

 

 

따옴표 없는 대화들이 이야기처럼 스민다.

우리가 잃어버린, 해결되지 않은 것들을 찾아가는 여정의 추리소설.

아르헨티나 작가 클라우디아 피녜이로를 기억하고 싶은 작품이다.

 

이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건

망할 년의 파킨슨 씨와 함께 살고 있는 엘레나의 강렬한 의지 때문이다.

그 의지와 그 고집이 결국 모든 여성들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니까...

 

 

 

짧고 굵은 세 여성의 서사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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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남자를 죽여드립니다
엘 코시마노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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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킬러 아니라구욧! 작가예요!

 

 

갑자기 살인 모의쯤은 대수롭지 않은 일로 느껴졌다. 현실에서는 누군가를 죽이지 않는 것이 차라리 어려워 보였다. 토요일 아침 8시 30분에 초인종이 울리자 나는 사람 한 명은 우습게 죽이겠다 싶을 만큼 짜증이 치밀었다.

 

 

다들 이럴 때 있지 않나요?

진짜 누군가를 죽여도 시원치 않을 만큼 짜증스러운 때.

누가 찾는 것도, 찾아오는 것도 짜증 나고, 누가 나를 부르는 것조차 겁나 싫을 때.

 

핀레이 도너반.

이래 봬도 로맨스 스릴러 작가입니다.

선불을 받고 작품 준비에 들어갔지만 작품은 고사하고 그 돈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고 현관 입구에는 각종 청구서가 쌓이고, 남편은 부동산 중개인과 바람 나서 온 동네가 요란하게 이혼했습니다. 게다가 양육비는 쥐꼬리만큼 주면서 온갖 생색은 다 내는 스티븐 이 X자식!

이제 아이들 양육권까지 뺏어갈 태세네요.

이 와중에 보모는 연락 두절이고 에이전트는 그녀를 만나로 와서는 으름장을 놓습니다.

편집자에게 보여줄 작품을 내놓지 않으면 위약금까지 물어내야 한다고 말이죠.

근데 이상하게 옆에 앉은 여자가 힐끔힐끔 그녀를 쳐다봅니다.

 

"지난번 살인은 지나치게 상투적이었죠. 제 수법이 너무 뻔해지고 있나 봐요. 판에 박혔달까요."

"그러면 방법을 바꿔야죠."

 

 

이건 킬러들의 대화가 아닙니다. 작가와 에이전트가 작품에 대해 한 얘기입니다.

하지만 마피아 회계장부를 주무르고 있는 남편을 가진 퍼트리샤에겐 귀에 쏙~ 들어오는 이야기였죠.

게다가 그 남푠이라는 놈. 아주 나쁜 놈이었습니다.

상습적으로 여자들을 약을 먹이고 성폭행하고 그 비디오를 증거로 돈을 뜯어내고 있었죠.

어떤가요? 죽어 마땅한 남자 아닌가요?

그래서 퍼트리샤는 핀레이에게 남편에 대한 살인 청부를 합니다.





어쨌든 한 사람의 착각으로 인해 졸지에 작가에서 킬러가 된 핀레이.

과연 핀레이는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 갈까요?

 

핀레이 도너번.

시리즈입니다.

인기가 대단하다고 합니다.

드라마도 만들어질 예정이라네요.

그래서인지 책을 읽자마다 푹~ 빠져 읽었습니다.

도대체가 예상이 되질 않아요 이 이야기는!!

 

핀레이에겐 아이들 보모이자 조력자가 된 베로가 있습니다.

졸지에 '돈'에 이끌려 그녀들은 한 팀이 되죠.

배당은 6:4

퍼트리샤는 자기 일을 잘 처리해 줬다며 다른 사람을 소개해 줍니다.

알고 보니 그 의뢰인의 남편은 마피아 두목의 보디가드네요.

정말 어쩌자고 마피아와 연결이 되어 버렸을까요?

핀레이의 언니는 강력계 형사인데 말이죠!

게다가 그 언니가 오지랖 넓게 핀에게 소개해 준 남자는 바로 마피아 두목을 열심히 쫓고 있는 섹시한 형사였죠.

시시각각 사건의 범위를 좁혀 오는 형사 앤드루.

변장을 하고 자기 이름 대신 남편을 빼앗아간 테리사의 이름을 팔았던 핀레이는 경찰이 테리사를 범인으로 의심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 와중에 마피아 두목이 그녀를 찾아오죠.

도대체 이 이야기의 끝은 어디일까요? 이 궁금증에 마지막 페이지를 마주하는 순간~

 

 

다음 편을 빨리 만나고 싶을 만큼 강력한 한방을 남겨두고 끝났지 뭡니까!

 

그럴 줄 알았다! 내가 너 그럴 줄 알았어!!

 

간만에 막 흥분해서 읽었던 소설입니다.

마치 내가 핀레이가 된 느낌이었어요.

게다가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말이 새록새록 생각나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웃 할머니! 뭔가 음흉하게 보고도 못 본 척, 못 보고도 본 척~ 온 동네 스피커 해거티 부인 활약이 또 대단할 거 같아서 기대 중입니다.

 

어쨌든 핀레이는 이 일을 소설로 쓰고 초고를 본 편집자는 대박이 날 거라 하면서 계약금을 어마어마하게 부릅니다.

졸지에 킬러에 잘나가는 작가가 된 핀레이.

사랑도 찾고, 돈도 벌고, 바람났던 전남편 확실하게 뭉개주고, 완벽한 팀원도 만난 핀레이.

과연 다음 편에서 그녀는 의뢰받은 남자를 어떻게 처리....할까요??

 

로맨스와 스릴러를 좋아하는 분.

뭔가 속 시원한 복수가 필요한 분.

죽이고 싶은 남자(?)를 가지고 계신 분.

읽고 나면 대리만족 확실합니다!

 

이 이야기 읽고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와 다르게 우리 집 양반이 생각났습니다.

.

.

.

 

잘해줘야겠다...

착한 남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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