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으로 있어줘
고니시 마사테루 지음, 김은모 옮김 / 망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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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상황을 자기 입맛에 맞춰서 착각하면 안 된다는 건데...

 

 

로맨스 소설 같은 표지의 그림이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다.

추리소설인데 왜 저런 표지를 사용했을까?

 

표지의 느낌은 책을 읽고 나서야 오롯이 느껴졌다.

손녀와 할아버지가 풀어가는 일상의 추리.

루이소체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의 명석함이 드러날 때마다 나조차도 안타깝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엄마가 스토커에게 결혼식장에서 피습을 당해 죽고

아빠마저 암으로 잃은 가에데에겐 할아버지가 유일한 혈육이며 가족이다.

그런 할아버지가 환상성 치매에 걸려서 거동도 자유롭지 못하고 정신도 오락가락한다.

하지만 그런 할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장으로 은퇴하셨고, 평소에 미스터리, 추리 소설의 열혈한 팬이며 본인이 직접 일상의 불가사의한 일들을 추리하는 취미를 가졌다.

그런 할아버지에게 어릴 때부터 단련되어 온 가에데.

이제 초등학교 선생이 되었지만 그녀는 그렇게 할아버지와의 오랜 게임을 멈추지 않는다.

 

테이블 2개 카운터에 바가 있는 작은 요리점

할아버지와 자주 갔던 곳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축구 경기가 있던 저녁 손님들 모두가 축구 경기에 열광했던 그 짧은 시간 동안 남자 화장실에서 시체가 발견되는데..

도대체 그 시체는 어디에서 갑자기 나타난 걸까?

왜 아무도 그가 화장실에 들어가는 걸 못 본 걸까?

 

<요리주점의 밀실> 살인사건을 가에데와 할아버지는 어떻게 풀어낼까?

 

 

 

가에데는 오랜만에 동창을 만난다.

할아버지에 이어 제2대 창문 닦는 교장선생님으로 불리는 새 교장의 소식과 함께 수영장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마돈나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다.

수영 수업이 끝나고 모두 옷을 갈아 있는 시간에 수영장에 뛰어든 마돈나 선생님은 그 뒤로 사라져서 나타나지 않는다.

이 사건에 대해 가에데의 할아버지는 어떤 추리를 내놓을까?

 

<수영장의 '인간 소실'> 예쁘고 매력적인 마돈나 선생님은 어디로 증발해버렸을까?

읽으면서도 도대체 어디로 갔을지 당췌 짐작도 못했던 이야기.

할아버지의 추리를 들으면서 점점 미스터리에서 치정 스릴러로 전환되는 순간의 묘미와 다시 알 수 없는 미스터리로 돌아오는 추리력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더라~

 

 

 

가에데의 교실엔 32명의 학생이 있다.

그중 해리, 론, 헤르미온느란 별명으로 불리는 3인방의 아이들.

마지막 수업 시간에 '무서운 이야기'를 하자고 조르는 해리의 의견대로 무서운 이야기를 하던 중

갑자기 학생 수가 33명으로 늘어버린 무서운 이야기! <33인이 있다>

 

가에데는 동료 선생 이와타와 토요일에 마라톤 연습을 한다.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달리기 연습을 하던 중 어디선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다.

이와타가 뛰어가지만 놓치고 마는데 그 이후 가에데는 자꾸 누군가 자신을 미행하는 느낌이 든다.

 

그 와중에 이와타가 늘 달리던 그 길에서 어떤 소년이 남자와 다투다 칼에 찔리는 사건을 목격한다.

그러나 이와타는 목격자가 아니라 용의자가 되어 버리는데...

그 상황을 같이 목격한 파카를 입은 여인은 경찰이 등장하자 사라져 버린다~

가에데도 처음 운동하러 갔던 날 만났던 여인이지만 그곳에서 매일 운동하던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아무도 그 여인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이와타 선생은 살인자가 되어 버리는 걸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 여인의 정체가 궁금한 <환상의 여인>

 




마지막 장에서 펼쳐지는 스토커에 대한 이야기가 이 드라마의 클라이맥스!

범인을 앞에 두고 범인을 맞혀버린 할아버지!

거실에 꽁꽁 묶여서 그 대화를 모두 들어야 하는 가에데.

할아버지가 경찰이 곧 올 거라고 말하지만 할아버지가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부탁한 사람은 다름 아닌 가나에. 즉 죽은 가에데의 엄마다!

환시 속에서 딸에게 손녀의 스토커 범인을 알아냈으니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부탁한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아득해지는 가에데...

아, 정말 이 장면에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이 작품의 제목은 가에데와 함께 책을 읽는 독자가 모두 한마음으로 외치는 마음의 소리일 것이다.

"할아버지! 그냥 명탐정으로 있어줘...."

 

이 애절한 마음이 뭉클뭉클 솟아났던 이야기 <명탐정으로 있어줘>

2대에 걸친 스토커의 존재와 동료 교사 이와타와 그의 후배 시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가에데.

그러나 눈치 없게도 그걸 모르는 가에데의 모습.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손녀에게 찾아온 사랑을 감지하는 할아버지의 예리함.

등장인물들 모두가 외롭지만 늘 밝고 힘차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라서 기억에 오래 남을 거 같다.

 

다양한 사건의 추리를 인물들과 함께 풀어볼 수 있었고, 더불어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명탐정으로 있어줘>

가을에 읽기 좋은 추리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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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슈의 발소리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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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부터 일본 에도시대 괴담집을 읽으며 그동안 내가 몰랐던 세계를 알아가는 중이다.

그 와중에 만난 사와무라 이치의 <젠슈의 발소리>는 도시 괴담과 학교 전설의 오싹함을 맛보게 해준다.

 

 

<거울>

 

결혼식에 갔다가 호텔 로비에서 커다란 고딕풍의 거울 앞에 선 다하라가 본 것은 진정 자신의 미래일까?

이 작품에서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들었던 미래의 남편 얼굴 보기 의식이 나와서 놀랐다.

그러니까 자정에 입에 칼을 물고 대야 속 물을 바라보면 미래의 남편이 보인다는 썰~은 일본 괴담에서 온 거였군.

그래서 그런지 첫 작품을 읽고부터 거울 보기가 왠지 께름직하다.

나도 모르게 거울 속에서 원치 않는 내 모습을 보게 될 거 같아서.

 

다하라가 잠시 맛본 자신의 미래를 '거울' 삼아서 지금부터라도 좋은 남편과 좋은 아버지로의 연습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우리 마을의 레이코 씨>

  

어린 시절 바바리맨이 떠올랐던 작품.

그러나 마음 아픈 작품.

 

어린 아들이 납치당했다 돌아왔다.

그러나 범인은 아들의 거시기를 가져갔다!!

아들이 돌아와서 다행이라는 사실과 함께 앞으로 아들이 살아갈 미래가 걱정이었던 빗나간 부정.

 

아버지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어떻게든 자식을 보듬고 잘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줘야지!

암튼 이건 내 생각이고.

어쩜 그 사회에서 견디기 힘든 고초를 겪을지 모를 아들을 위한 나름의 부정(?)이라고 실드를 쳐봐도 자꾸 화가 난다.

 

그나저나 다쿠미! 어디로 사라진 거니?

너, 설마, 그 옛날 범인에게 당한 거야? 그런 거야?

 


<요괴는 요괴를 낳는다>


아. 정말 이 글 읽으면서 분통 터지기 일보 직전으로 감.

병든 시어머니 간호에 가장으로의 짐까지 걸머진 기요코.

어린 시절 쌍둥이 형을 산에서 잃어버린 남편 겐타로.

어느 날 잃어버렸던 쌍둥이 형 데루가 30년 만에 찾아온다.

데루는 겐타로로 살겠다면 생활비도 벌어오고 엄마 병간호도 거든다.

기요코가 조금 안심하는 생활을 하려는 찰나 데루가 갑자기 사라진다.

 

얼마나 사는 게 힘들었으면... 하는 안타까움과

정말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데루는 어디로 사라졌다 돌아온 걸까?

어쩜 그 옛날 데루는 그냥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면? 생각할수록 자꾸 의심의 강도가 높아지는 이야기.

 


<빨간 학생복의 소녀>

 

사람의 무의식은 어떤 상상력을 가졌을까?

교통사고로 입원한 병실에 같이 입원해 있던 환자들이 자꾸 사라진다.

가장 어린 입원환자에게 들은 <빨간 학생복의 소녀>이야기는 괴담이 아니었다.

그 소녀는 어릴 때 내가 알던 소녀였다.

그녀가 원귀가 되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다음 차례는 나다!

과연 귀신은 나를 알아볼까?


 

<젠슈의 발소리>


책의 제목이자 사와무라 이치의 인기 캐릭터인 히가 자매가 함께 등장하는 이야기다.

노자키와 마코토는 결혼식을 올린다. 그 결혼식에 참석한 마코토의 언니 고토코는 온몸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

그런 언니를 걱정하는 마코토를 고토코가 뿌리치다 신부 마코토는 부상을 입고 만다.

고토코는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마코토 대신 일을 하기로 한다.

그러다 노자키와 고토코는 보이지 않는 괴물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는데...

 

그림에 봉인되어 있던 젠슈가 그림에서 빠져나오는 이유는?

고토코는 마코토 대신 이 괴물을 처리할 수 있을까?

 

히가 자매의 스토리는 알지 못하지만 아무래도 두 사람이 좋은 사이는 아니었나 보다.

그러나 젠슈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버린 거 같다.

두 자매가 서로 의지하면서 세상의 괴물들을 퇴치해 주면 좋겠다.

노자키, 마코토, 고토코 세 사람의 캐미가 좋아 보인다.

 

괴담이란 것도 사람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다.

하지만 처음부터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없다.

모두 현실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의 변형이다.

언제나 현실은 소설 보다 더 흉흉하니까.

 

일상의 공포를 맛보고 싶을 때 읽기 좋은 소설이다.



 

* 아르테의 도서 지원을 받았으나 온전히 내 맘대로 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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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특정 다수 리노블 3
염유창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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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뒤에서 빵빵 거리지 맙시다!

 

- 널 죽이려 했던 건 내가 아니라고.

 

조깅을 하다 죽임을 당할 뻔한 서채윤.

용케 도망쳤는데 알고 보니 다섯 명을 죽인 연쇄살인범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온 것이었다!

 

 

아무런 단서도 남기지 않는 용의주도한 연쇄살인범.

피해자들은 서로 연관도 없고, 수사는 오리무중으로 답답하던 찰나에 채윤의 사건이 터진다.

형사 지한은 피해자이자 목격자이자 생존자인 채윤의 신상을 감추고 수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채윤 역시 범인에 대해 기억할 수 있는 게 없다. 최면술까지 사용했지만 범인의 특징을 알 수 없다.

그런 차에 언론에 제보가 흘러들어가고 채윤의 신상이 공개된다.

 

 

그리고...

진짜 연쇄살인범에게 문자가 온다.

채윤을 죽이려 한 자는 모방범이라고.

 

채윤에게 모방범에 대해 알아내라는 연쇄살인범.

채윤은 과연 모방범에 연쇄살인범까지 알아낼 수 있을까?

 

 

 

스피디한 전개

이야기 내내 계속되는 긴장감

불특정 다수라는 제목이 주는 두려움

주인공 채윤의 가족사와 더불어 의심스러워지는 인물들

어떻게든 범인을 잡으려고 동분서주하는 지한과 경찰 조직 내의 알력 다툼이 동시에 벌어지는 이야기다.

게다가 용의주도한 연쇄살인범의 뜻밖의 범행 동기는 가슴 아픔과 동시에 현실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기에 경각심을 갖게 한다.

 

 

누군가의 성급함이 불러온 참사.

그러나 그 누군가는 그걸 자신의 잘못으로 여기지 않겠지.

 

 

 

"늘 그래왔어. 공동체의 약속과 룰을 우습게 여기는 자들 때문에 선량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어 왔다고. 선을 지키는 사람들을 구하려면 선을 넘는 자들을 처벌하는 수밖에 없어. 한 명이라도 더 제거해야만 된다고."

 

 

범인의 이 말은 우리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서는 안 될 말이다.

대다수가 아닌

언제나 꼭 한 두 명의 미꾸라지들 때문에 전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고 억울한 죽음이 생기는 것이 현실이니까...

 

 

 

채윤을 경찰에 스카우트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

스릴러에 양념처럼 들어가는 그 흔한 러브라인 없이도 흥미진진했던 이야기라는 새로운 장(?)을 마련한 작가.

앉은 자리에서 호로록~ 읽히는 재미.

나 역시 불특정 다수가 될 수 있다는 묘한 긴장감.

사소한 규칙이라도 사회가 정한 거라면 지켜야겠다는 다짐.

내 승질 급한 거 때문에 남에게 피해가 갈지 모른다는 자각.

이 모든 생각을 한꺼번에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였다.

 

 

작가의 말처럼

즐겁게 시간 죽이기 좋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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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 피노키오를 줍고 시체를 만났습니다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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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와 피노키오.

왠지 귀여운 조합 같은데 그들의 여정은 전혀 귀엽지 않다.

 

어느 날 나무로 만든 팔을 주운 빨간 모자.

그 팔은 피노키오의 오른팔이었습니다.

피노키오의 오른팔은 자신의 나머지 몸을 찾아 달라는 글을 씁니다.

빨간 모자는 피노키오의 오른팔과 함께 나머지 몸을 찾으러 길을 떠납니다.

그러나 빨간 모자가 가는 곳마다 사건이 벌어지고 시체를 마주하게 됩니다.

 

서양 동화 X 본격 미스터리 트릭 서양 편 시리즈인 이 이야기엔 친숙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죠.

빨간 모자, 피노키오, 엄지 공주, 허풍선이 남작, 브레멘 음악대, 피리 부는 사나이, 백설 공주와 난쟁이들, 아기 돼지 삼 형제 등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 동화들에 빠지면 서운한 마녀도 함께 등장해서 재미진 양념을 뿌려줍니다.

초호화판이죠?

 

이 이야기의 신선함은 이 익숙하고 친숙한 캐릭터들의 반전에 있습니다.

왠지 어리숙한 흐름의 이야기는 동화 같지만 등장인물들의 반전은 스릴 있습니다.

게다가 가는 곳마다 사건과 마주치는 빨간 모자는 영악하게 추리를 잘해서 범죄를 파헤칩니다.

 

그동안 동화를 각색한 이야기들을 많이 봤는데 이 이야기에서 만나게 되는 인물들은 친숙함에 사악한 재를 뿌려 놓은 거 같습니다.

피리 부는 사나이의 사연은 안타깝고, 아기 돼지 삼 형제의 끝은 참담하기 그지없죠.

더욱 놀라운 건 백설 공주의 반전입니다!

 

서양 동화의 캐릭터들에게 반전을 주어 이야기를 맛깔나게 이어가는 작가의 기발함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넷플릭스에서 9월에 상영된다는데 과연 어떤 모습으로 개봉될지 궁금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도대체 어떤 모습으로 영상화가 되었을지 너무 궁금했거든요.

설마 전부 일본 배우들이 나오는 건 아니겠죠?

왠지 그러면 그냥 책만 읽는 게 좋을 거 같아서요~

 

전작을 읽지 않고 이 작품을 읽었는데 전작들도 읽어 보고 싶어요.

요즘 제가 미미 여사님 괴담집을 읽는 중이라 이 시리즈의 홀수 편들에 더 관심이 갑니다.

홀수 편들은 일본의 옛날이야기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미스터리 트릭이라서 더 신박한 이야기들이 될 거 같아서 기대됩니다.

 

빨간 모자가 명탐정(?)이 되어 사건 현장에서 외치는 소리

 

"당신의 범죄 계획은 왜 그렇게 허술해요?

 

이 말이 나올 때마다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됩니다.

 

가벼운 추리와 함께 익숙한 캐릭터들의 반전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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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점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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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지로 불안불안하다!

 

 

이번 편부터 도미지로가 온전하게 혼자서 미시마야 괴담 자리 흑백의 방 청자가 되었다.

오치카는 효탄코도의 간이치와 혼인을 하여 미시마야를 떠난다.

 

근데.

도미지로.

훤칠하게 잘생긴 양반으로 다정하고, 구김살 없고, 달달한 거 좋아하고 붙임성 좋은 도련님으로 알고 있었는데

딱! 거기까지만 좋다.

이렇게나 경망스럽고, 겁쟁이에, 호들갑스러운 줄 몰랐다!

어쩜 나이 어린 오치카 보다 더 설레발일 수 있니?

 

 

"---- 벌레라는 건 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도미지로는 자신의 콧등을 가리키며 물었다.

도안 노인이 뚱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달리 누가 있겠소."

"제가. 벌레라고요?"

중얼거리던 도미지로는 그제야 알아들었다.

"돈벌레?"

도안 노인은 흥 하고 코웃음 치며 말했다. "밥벌레라는 생각으로 한 말이었지만 그것도 좋군."

 

 

 

도안 노인은 직업소개소를 운영한다.

미시마야 괴담 자리를 주선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도안 노인은 오치카에게도 친절하게 굴지 않았지만 도미지로에게는 완전 못마땅한 표현을 감추지 않는다.

밥벌레, 돈벌레로 생각하며 부잣집 한량 취급이다.

도미지로가 그렇게 형편없는 건 아니지만 워낙 조숙하고 찬찬하게 마음을 쓰며 미시마야 괴담 자리를 운영했던 오치카와 너무 비교가 되어 읽는 나도 불안불안하다.

 

 

눈물점은 뭐랄까. 망령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망령이 씌면 눈물점이 생기고, 툭 떨어지면 씌었던 것이 떨어진다.

 

 

<눈물점>

도안 노인의 배려였는지 도미지로의 첫 괴담 자리는 어릴 적 친구인 두부집 아들 마메네 하치였다.

동네에서 유명한 두부집이었던 하치네 집은 어느 날 아버지의 죽음으로 가족들이 모두 흩어졌다.

하치의 이야기는 갑자기 사라져야만 했던 가족들의 불운을 이야기한다.

형수들과 누나에게 붙었던 눈물점. 그 눈물점이 저지르는 기행.

그것을 알아보는 작은 누나와 하치. 왜 어른들은 꼭 모든 문제가 적나라하게 퍼져서 손쓸 수 없을 때에야 애들 말을 믿어주는 걸까?

이 눈물점의 망령은 누구였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가가리야의 여자가 묘지가 있는 언덕에서 꽃을 구경할 수 없는 까닭은, 그렇게 하면 목숨을 잃기 때문이다."

 

<시어머니의 무덤>

이번 편에서 가장 무시무시했던 이야기.

얼마나 원념이 깊었으면 그리 오래도록 저주가 내려올까?

시어머니는 어째서 며느리가 행복한 꼴을 못 보는가?

이유 없이!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미워한 이유가 없어서 더 무섭다!

 

 

복이든 흉이든 주운 것은 주운 곳에 가져다 놓는 것이 도리일세.

 

 

<동행이인>

파발꾼.

달리고 달리는 사람.

어느 날 그의 뒤에서 일정 거리를 두고 따라오는 귀신이 있다~

그리고 그 귀신과 머무는 곳에는 항상 불이 난다.

참.. 읽고 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이야기.

부디 좋은 곳으로 가길...

 

"이 저택은 자신의 잘못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니노야 모 님의 분노가 형체를 이룬 것. 원념이 만들어 낸 환상일세."

 

 

<구로타게 어신화 저택>

이 책의 3분에 2를 채우는 이야기.

10여 년 전 갑자기 사흘 동안 사라졌던 사람들의 이야기.

영주를 지키는 무사 긴에몬

권세가 있는 집 아들이나 도박꾼인 진자부로

전당포집 하녀 오아키

지주의 아내 오시게

배 목수이자 술주정뱅이 이노스케

약재상 마사키치 이 여섯 명의 원죄는 무엇일까?

차례차례 자신의 죄를 밝히고 죽어가는 사람들.

과연 이곳에서 탈출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고정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개성이 뚜렷해진다.

아직 갈팡질팡 도미지로이지만 너무 안온한 삶을 사는 도련님이라 세상사의 어두운 면을 모른다.

그래서 없어 보이는 진지한 면이 이 괴담집을 토대로 차곡차곡 쌓아지는 게 아닐까?

 

 

오치카가 3년간의 괴담 자리를 통해 한층 성숙해지고, 세상을 보는 시야가 깊어진 만큼

도미지로의 미시마야 변조괴담 자리도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더 진지하고 노련한 모습을 만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앞으로 도미지로가 그려나갈 괴담 이후의 그림들도 궁금해진다.

 

 

미미여사는 오치카에서 도미지로로 청자를 바꿈으로써 좀 더 어둡고 진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녀의 깊어지는 이야기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진다.

원래 괴담 자리는 100개의 초를 켜고 백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초를 하나씩 끈다.

마지막 촛불이 꺼지면 괴담 자리도 파하게 된다.

미미 여사는 99개의 이야기로 마무리하겠다고 한다.

이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미미 여사의 머릿속이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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