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의심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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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의심이란

                   
모든 형사 피의자는 합리적 의심이 배제될 정도로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유죄 판결 받지 않을 권리 있다는 것을 뜻한다.




즉.

결정적 증거가 없이는 유죄판결을 내릴 수 없다는 뜻이다.

 

스릴러나 법정 드라마는 빼놓지 않고 보는 나에겐 검사나 변호사가 주인공이 되어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의 이야기는 매우 익숙하다.

하지만 이 합리적 의심의 이야기는 판사가 주인공인 이야기다.

판사란 이름이 가지는 느낌은 굉장히 귄위적이고, 힘이 있으며 베일에 싸여 드러나지 않는 게 많고, 신비주의적인 직업으로서 상당한 권력을 누리는 집단이라는 게 내가 가진 판사에 대한 이미지였다. 그동안은.

 

 

인사이동 후 부장판사가 된 주인공과 배석판사 두 명이 사건을 배정받는데 그 사건은 세간을 시끄럽게 한 "젤리 살인사건" 이었다.

 

연인인 남녀가 모텔에 체크인한다. 얼마 후 여자는 맨발로 프런트에 달려와 남자친구가 젤리를 먹고 질식한 거 같다고 말한다. 남자는 죽고, 여자에게는 거액의 보험금이 지급되었다.

경찰은 계획적인 보험 살인사건으로 보고 사형을 구형한다.

 

한 명의 부장판사와 두 명의 배석판사는 합의의 시간을 갖는다. 그 시간에 세 명의 의견을 모아 선고를 한다.

과연 젤리 살인사건을 두고 세 명의 판사는 어떤 합의를 이루게 될까?

 

 

 

이 이야기는 실제 사건인 낙지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약간의 설정을 변경하여 쓰여진 소설이다.

 

낙지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뉴스를 보면서 나는 조금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살인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자가 범인이라는 것을.

그러나 판결은 내가 생각한 지극히 당연한 결과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꽤 흥분했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판사들이 미쳤다고 생각했고, 더 이상 이 나라에 어떤 정의 같은 건 없다고 느꼈다.

하긴 그런 판결문을 한 두건 본 게 아니니 최근 들어 판사들의 판결에 전에 없이 흥분했던 적이 많았더랬다.

그 이야기를 소설로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했다.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특별한" 느낌을 받았다.

 

그건 아마도 판사가 주인공이고 전혀 알 수 없었던 금기(?)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맛도 있었지만, 정말 간결하면서 무심하게 이어지는 이야기와 재판 과정의 모습이 판사 입장에서 그려졌기에 그것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저 사건의 순서를 따라가 재판 과정을 엮은 거라 단정 지었던 이야기는 중반에 들어서면서 반전에 반전에 반전에 반정을 담고 있었다.

 

박수를 치고 싶은 첫 번째 반전.

울분을 토하게 하는 두 번째 반전.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겠는 반전.

그런 일이 있었다고 그렇게 변하시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하는 반전.

이 이야기에 이런 반전들이 깨알같이 담겨있으리라고 짐작도 못한 게 사실이다.

 

 

판결은 다르다. 잘못하면 모두가 손해를 본다. 진범을 놓치고 무고한 이의 인생을 망가뜨린다. 되돌리기 어려운 파탄을 초래한다. 나쁜 놈 이야기를 듣고 나쁜 놈이라 욕하는 건 쉽지만, 내가 만들어내는 이 종이 몇 장이 갖는 무게를 의식한다면 마음에 의심을 매단 채 함부로 무기징역! 사형! 외칠 수는 없는 일이다.

 

무죄판결을 받은 범인을 풀려나고, 그 사건은 그렇게 잊히는 듯했다.

피해자의 누나를 거리에서 마주치기 전까지는.

 

내내 찜찜했던 마음에 피해자 가족의 모습이 보였던 게 문제였다.

죄 있는 자가 무사히 법망을 빠져나가게 둔 것이 못내 가슴에 남았던 것도 문제였다.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었던 건 인지상정이었지만 그것이 그의 발목을 잡을 줄은 미쳐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재판이란 건 말야. 시늉이야, 시늉."                   

 

"법정이란 말야, 정의 그 자체보다 정의가 행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게 중요한 곳이거든."

 

"법으로 구제를 받거나 보상받는다는 건 환상이야. 무조건 선빵 날리는 놈이 이득이야. 당하는 사람만 바보 되는 거지."                   

 

 

"판사들이 너무 좀팽이야. 우리나라에서 가장 소심한 인간들 박박 긁어모은 데가 법원이거든."

 

피해자의 누나를 사적으로 만난 걸 풀려난 범인에게 들키고 그 이유로 부장판사는 범인에게 협박을 받는다.

자신에게 불리한 일을 꾸미고 있다면 피해자 가족과 사적으로 만난 사진으로 판사 생활을 끝장내겠다는 협박과 함께 피해 보상금 5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다.

나는 당연하게 판사니까 이까짓 협박쯤이야 간단하게 물리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판사도 사람인지라 협박에 가슴 졸이고, 밤잠 설치고, 혼자 끙끙 앓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일관한다.

답답했다.

오로지 법 테두리 안에서만 이해하고, 해석하고, 판단하는 외로운 섬 같은 판사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협박을 받으리라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그에 대처하는 바가 일반인과 다를 거라 생각했던 탓이었다.

판사도 그냥 보통 사람인데 말이다.

어쩜 판사라는 직업 때문에 더욱더 자신의 처지를 알리는 게 힘들고, 명예를 잃는 게 어떤 건지 일반인보다 훨씬 더 많은 상처를 받을 거라는 걸 염두에 두지 않았더랬다.

 

이야기의 끝을 보고 나서 누군가는 정의를 구현했다는 생각에 가뿐하게 내려놓았다.

그렇게 좀 지난 시간부터 이야기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점점 증폭되어갔다.

합리적 의심에 대한 의심부터 시작해서 판사들의 판결에 대해서, 이 이야기의 결말에 대해서 온갖 상념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결론은.

 

나는 의심은 알겠지만

합리적 의심은 정말로 알고 싶지 않다.

머리는 이해하지만

마음은 절대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게 합리적 의심이란 말이지!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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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8 - 에이 설마~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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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시리즈 8탄.

전작들을 본 적이 없지만 개별적 이야기라서 보는데 무리는 없다.

콩알. 팥알 냥이와 같이 사는 시바개 두식이.

그래서인지 두식이는 자신을 고양이라 생각하는 거 같다.

개들과 있을 때보다 냥이들과 있을 때 더 편안함을 느낀다.

슥슥~ 어렵지 않게 그린 그림들에 짤막짤막한 에피소드들이 한없이 일상적이고 한없이 소소하다.

 

 

 

 

 

 

 

 

 

 

이유 없이 개들을 만나면 덤벼드는 냥이 그레이의 비밀은 왠지 찡하고

콩알이와 팥알이 꼬임에 빠져 간식장을 털어버린 두식이가 혼나는 장면은 왠지 운명 같은 짠함이 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만화

받자마자 호로록~ 읽게 된다.

멋진 그림도

잘 그린 그림도 아닌데

자꾸 보게 만드는 힘.

작가 네코마키의 매력인가 보다.

동물농장 같은 두식이네 집에 곁살이를 하는 동물들을 헤아려보는 재미도 있다.

단순한 줄거리

복잡하지 않은 그림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소소한 이야기는 콩고양이 시리즈의 매력인 거 같다.

간만에 비운 머리

따뜻하면서 복잡하지 않은 만화

냥이와 멍이의 공존

남다른 개성이지만 서로의 조화를 이룰 줄 아는 사람들

그래서 모두 모여 사는 이 집의 이야기는

별거 없어도 별거인 거 같은 느낌을 준다.

단순함에서 오는 진리.

복잡함을 내려놓고 머리를 식혀주기에 좋은 만화책 한 권.

이래서 만화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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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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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한 마을이 무너지는 걸 본 적이 있는가. 우리 마을이 그랬다. 그것 말고는 다른 할 일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서로를 증오하는 분위기로 몰아가는 게 때로는 얼마나 간단한지 모른다.

이것은 아이스링크와, 그 안과 그 주변에서 두근거리는 모든 심장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과 스포츠와 그 둘이 어떤 식으로 번갈아가며 서로를 끌고 갔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탕탕탕

무혐의로 풀려난 가해자는 마을을 떠났다.

생존자는 남았다.

가해자에게 향해야 했던 분노, 좌절, 증오, 해코지가 남겨진 생존자에게로 향한다.

 

 

탕탕탕

하키는 베어타운의 자존심이자 자부심이고 전부였다.

강간 사건의 스캔들이 그들의 승리를 빼앗아갔다.

에이스를 잃은 선수들과 코치는 이웃 헤드로 옮겨갔고

이웃한 두 곳에 하키팀을 지원하는 건 낭비라고 생각하는 정치가들에 의해

베어타운 하키팀은 해체된다.

 

호모! 걸레! 강간범!

아이스하키로 명성을 유지했던 베어타운을 이제 사람들은 저 구호로 기억한다.

 

 

탕탕탕

어디에나 기회주의자는 있다.

낮은 자리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자신의 속내를 감추고

정보를 모으고, 여론을 탐색하고,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하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회를 엿보던 무명의 정치인은 베어타운의 위기를 자신의 정치 발판으로 삼는다.

폐쇄된 공장을 다시 가동하고

해체된 하키팀을 부활시키는데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한다.

그리고 여론을 조작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행보를 구축한다.

유권자들을 위하고, 마을을 위하고, 도시를 위하고, 나라를 위하는 거 같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을 위하는 일이었다.

희생은 다른 사람의 몫이고 승리만이 그의 몫이었다.

 

 

탕탕탕

소녀는 사람들의 시선을 감당하려 애쓴다.

가해자가 떠난 마을에서 소녀는 생존자로 남았지만 사람들에게 그녀는 그저 분풀이 대상일 뿐이었다.

마을의 아이스하키팀을 추락시킨 자.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소녀는 그 모든 것을 감내하려 노력한다.

도망치지 않고, 꿋꿋하게 하루하루 살아낸다.

마을의 위기는 가정의 위기로 가정의 위기는 가족의 위기로 변질되어가는 시간들

소녀는 가슴속의 울분과 증오와 공포를 기타와 글로 덜어낸다.

같은 일이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에게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었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녀에게 가혹했다.

 

 


"사람들은 성폭행을 이야기할 때 항상 과거 시제를 쓴다. 그녀가 '피해자'였다고 한다.

그녀가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가 그런 일을 '겪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일을 겪은 게 아니라 지금도 겪고 있다. 그녀는 성폭행을 당했던 게 아니라 지금도 당하고 있다. 케빈에게는 몇분 만에

끝난 일이었겠지만 그녀에게는 끝나지 않는 일이다."

 

 

탕탕탕

 

가장 남자답고, 멋진 아이스하키 선수인 그에겐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그는 그 비밀을 품고 조용히 살기로 했다.

이 작은 마을에서 살려면 그러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비밀은 순간적 질투의 화로 온 세상에 까발려졌고 그는 더 이상 베어타운의 영웅이 될 수 없었다.

그건 모든 이들을 배신하는 거였으니까...



"나는 한심한 늙은이다, 페테르. 나는 뭐가 옳고 뭐가 그른지 잘 몰라. 하지만 벤야민은 오래전부터 아이스링크 밖에서 수많은 사고를 쳤지. 싸움을 벌이고 약에 취하고 또 뭐가 있을지 아무도 몰라. 하지만 워낙 훌륭한 선수라 너도 그렇고 다들 매번 이렇게 얘기했잖아. '그건 하키하고 상관없는 일이야.' 그런데 왜 이건 하키하고 상관이 있어야 하니? 그 아이 마음대로 살게 내버려둬. 간판이 되도록 강요하지 말고. 우리가 그 아이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기 불편하다면 문제가 있는 쪽은 그 아이가 아니라 우리야!"



 

탕탕탕

이유야 어쨌든 사람들은 남의 일 보다는 자신의 살 길이 급했다.

그때그때 자신들의 상황에 따라 벌어진 일들을 대하는 태도와 생각은 달라지게 마련이었다.

그럼에도 나서지 않지만 조용히 자신만의 기준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말없이 없는 듯 보이지만 꼭 필요할 때 나서는 법을 안다.

다수가 점령한 사회에서 빛나는 소수가 되는 이유다.

그들은 옳은 일을 위해 자신을 던질 줄 안다.

그런 이들 때문에 세상은 좀 더 살만한 곳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프레드릭 배크만

베어타운 이후의 이야기 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대 나머지 전부.

리얼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내레이션을 듣는 느낌이다.

현재를 얘기하면서 과거로 슬쩍 넘어가고 그러면서 곳곳에 미래의 일들을 흩뿌린다.

그래서 읽는 내내 조바심이 난다.

 

화재, 죽음, 교통사고, 대결, 행동들이

그럴 것이다.

될 것이다.

그랬으면 어쨌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

만약이라는 전제를 빼고 마무리 문장들이 저러하기에 온갖 추측들로 이야기를 상상하게 된다.

그래서 마음이 급박해진다.

읽고 있는대도 자꾸 더 읽고 싶어지는 이야기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둘러싼 문제가 복잡해지는 이유도 우리가 대부분 좋은 사람인 동시에 나쁜 사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보 전진할 때마다 거의 그와 비슷하게 일보 후퇴한다. 여러 차례 입증됐다시피 모든 변화는 이루어지고 있는 당시에는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속도가 더디다.


 

저마다의 이야기가 편견 없이 가감 없이 이어지기에 베어타운엔 나쁜 사람도, 사악한 사람도, 순진한 사람도, 영악한 사람도, 둔한 사람도, 악랄한 사람도 없다.

모두가 그 모든 것들을 조금씩 지니고 있고, 때에 따라 적절하게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표현해 내기 때문이다.

배크만은 인간의 본성을 가장 잘 꿰뚫고 있는 작가인 거 같다.

집단의 이기와 소수의 버팀을 가장 적절하게 이야기하는 작가다.

그래서 이 온갖 감정의 홍수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간의 습성에 대해서 이토록 멋지게 스포츠 중에서도 외진 마을과 잘 어울리는 하키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낸 솜씨가 놀랍다.

책을 읽어가는 도중에도

책을 읽고 나서도 쉽게 정리가 되지 않는다.

소설 속의 세계이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이야기도 아니지만

지금 내가 사는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는 이야기들 때문에 가슴에 묵직한 울림이 인다.

그리고 그 정점에서 시원한 한줄기 바람이 분다.

내가 사는 세상에도 불의와 부당함에 맞서는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있다는 사실이 그래서 세상을 살아갈 힘을 준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이야기 곳곳에서 반짝이고 있다.

 

행복한 이야기가 아닌데도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아님에도 사랑스럽고

다수가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어디까지 가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소수가 어떻게 다수의 편견을 물리치는지도 보여준다.

 

그리고

진정한 어른들이 적절한 순간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도 정말 잘 보여주었다.

힘없고 끈 떨어진 거 같이 시간만 죽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노인들이 갈팡질팡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작은 목소리로 그들의 등대가 되어주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라모나 처럼 거침없고, 신랄하지만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어른이 주위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용히 맥주 한 잔으로 자신들의 지지를 말없이 전해주는 어르신들이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사람들은 서로에게 좌우되는 삶을 살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서로 용서가 되지 않는다.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가 되고, 불화의 원인이 되고, 모른척할 수 없는 이유가 되는 건 바로 서로가 서로에게 좌우되는 삶을 사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베어타운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은 우리 삶의 작은 축소판이었고,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되짚어 볼 수 있다.

 

항상 최선의 결정은 나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그건 모두가 다 그렇다.

그래서 그로 인해 발생되는 일들엔 책임도 같이해야 한다.

 

이토록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토록 아무렇지 않게 섞어서 잘 버무려져 숙성시킨 김장김치 같은 맛으로 만들어낸 작가의 솜씨가 정말 인상적이다.

읽고 나서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드는 이야기를 실로 오랜만에 만났다.

 

 

여태껏

누군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물었을 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요 네스뵈와 넬레 노이하우스라고.

이제 누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프레드릭 배크만이요!

 

프레드릭 배크만의 문체에 익숙해지다 보니 그가 스릴러를 쓴다면 독자를 미치게 만들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릴러 한 편만 써주세요~ 라고 부탁하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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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지도
앤드루 더그라프.대니얼 하먼 지음, 한유주 옮김 / 비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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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비채에서 특별한 책이 한 권 나왔다.

소설 지도.

책에 대한 이미지를 보면서도 무엇에 관한 책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떤 소설이지?

새로운 기법인가?

궁금증만 더해가던 차에 책을 받고 보니 진짜 소설 지도책이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묘사된 인물이나 배경에 대한 이미지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특히 알지 못하는 도시나 시대 속의 공감각들은 이미지를 그리는 데 한계가 있다.

이 책은 그 갈피를 잡기 힘든 이미지를 그려놓은 책이다.

즉.

어떤 이야기에 대해 인물들의 여정이나 공간과 배경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맥락을 짚어주는 지도이다.

 

 

 

 

 

오디세우스의 항해

 

책의 제목과 함께 책에 대한 대략적인 이야기를 적어 두었다.

뒷장에 그려진 지도를 보자면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각 섬마다 대표 인물이 그려져있어 책을 읽은 사람은 그곳에서 오디세우스가 어떤 시련을 겪는지 떠오를 것이다.

 

 

 

 

 

 

 

 

 

 

바벨의 도서관.

 

보르헤스의 이 작품은 내겐 도입 부분에서 포기하게 만들었다. 그건 이 도서관의 느낌과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아서였다.

실체를 그려볼 수 없으니 도서관의 웅장함을 알 수 없었고 당연히 사서의 마음도 그릴 수 없었다.

그랬는데 이 책에서 도서관의 이미지를 확인하고 점점 확대되어가는 모습을 보니 이제야 조금은 도서관 규모가 짐작이 간다.

그러니 다시 도전하면 책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정말로 좋은 선생님이신 어머니는 언제나 맥락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네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먼저 큰 그림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해. 전체적으로 어떻게 맞아 떨어지는지를 봐야 따로따로 생각할 수 있는 법이란다."

 

 

 

나는 좋아하는 문학적 풍경에 공간적 맥락을 불어넣고 싶다는 희망을 담아 각 지도를 작업했다. 내가 상상한 것, 혹은 위대한 작가들이 상상을 허락한 것을 그리고 싶었다.

 

 

 

서문에서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설명을 자세히 해준다.

그래서 서문이 꽤 길다.

덕분에 이 책에 의도를 알게 됐다.

 

일러스트레이터 작가의 의도는 옳았다.

이 책 속에 그려진 이야기의 지도는 이미 읽은 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일조했고 아직 읽기 전의 책에 대한 사전 지식으로 이야기를 접하는데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 중 7권이 이미 읽은 책이다.

나머지 책들도 언젠가 이 책의 지도를 펼쳐놓고 읽어볼 예정이다.

 

묘사와 서사를 시각화 한다는 게 참 많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어떤 책을 읽었는데 장면이나 인물, 배경이 상상이 안되어 진도가 안 나간다면 이 책에서 영감을 얻어 나만의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맥락을 짚어 보는데 유용할 것이다.

그림을 못 그려도 작가가 이야기의 포인트를 어떻게 잡아내어 지도를 그렸는지를 알아내면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그려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색다른 책은 늘 신선한 자극이 된다.

이 특별한 책 때문에 앞으로 어렵다고 포기하는 책이 줄어들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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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다면서 하고 있어 하하하 - 빨강머리N의 지랄맞은 밥벌이에서 발랄하게 살아남기
최현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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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빨강머리 앤과 말괄량이 삐삐를 합체시킨 거 같은 캐릭터로

재기 발랄하게 직장인들의 속내를 시원하게 질러주는 책이 있다.

 

 

 

 

 

 

 

그림도 재밌지만 글은 더 재밌다.

글이 술처럼 술술 넘어간다.

 

직장인일 때 스트레스받아도 그러려니 울분을 삼키던 나와는 다른. 그 무엇이 있는 책이다.

 

5개의 챕터로 나누어진 이야기는 모두 밥벌이와 관계된 이야기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고,

누가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스스로 눈치가 보일 때도 있고,

때려치우고 싶지만 밥벌이를 때려치울 수 없어 참아내고,

말도 안 되는 일도 말이 되게 해내야 하고,

퇴근시간은 정해졌지만 제시간에 퇴근할 수 없고,

주말도 휴일도 온통 일뿐인.

내 시간은 도통 내기 힘든 직장생활.

게다가 그 경쟁률 심하고 끊임없는 아이디어와의 싸움을 해야 하는 광고 회사에 다닌다면

아마도 그 스트레스는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작가는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리얼 직장인이라서 그런지 이야기가 살아있다.

그리고 그녀가 그려내는 만화 같은 삽화는 더 리얼하다.

 

 

 

 

 

이 책엔 온갖 직장생활에서의 스트레스와 깨달음과 인과관계와 인간관계와 내적 갈등들이

소소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나열되어 있다.

게다가

작가의 소심한 복수도 넌즈시 들어있다.

언젠가 한 번은 누구나 해봤을 법한 소심하다면 소심한 복수.

?

자칫 푸념으로 흐를 수 있었던 이 에세이는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밥벌이를 한 작가의 노하우도 담겨있다.

연차가 되어보니 알게 되는 선배들의 행동과 마음이

선배가 되어 보게 되는 신입들의 행동과 마음들이 자신의 신입시절과 닮아서 이해하고 넘어가게 되는 상황들.

그때는 여유가 없어 몰랐지만 오래 근무하다 보니 저절로 깨닫게 되는 직장생활의 묘미들까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이야기지만

내 이야기 같아서 공감할 때가 많았다.

 

내가 직장생활했을 때 이 책이 나왔더라면 이 책을 읽으며 조금 덜 부대끼지 않았을까?

미운 사람을 대하는 방법도 훨씬 세련되게 대면할 수 있었을 텐데...

 

 

꼰대를 욕하던 인간에서 꼰대로 레벨업하는 것이 너무 무서웠다. 내가 싫어했던 건 후배들한테 강요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다짐을 했는데! 나도 똑같은 인간이었어!

 

 

당신은 꼰대입니까?

꼰대가 아닙니까?

마치 나는 나중에 울 시어머니처럼 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시어머니를 닮아가는 며느리 심정 같다.

 

 

한 사람을 제대로 알려면 최악의 상황을 함께 견뎌보면 된다. 평소에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힘든 일이 닥치면 숨겨왔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난다. 직장에서는 주로 프로젝트가 엎어지거나 치명적인 실수가 발생했을 때가 바로 그 최악의 상황인데, 사실 모든 일이 그렇듯 누구 한 명의 잘못이 아닌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직장에선 그 잘못을 추궁할 희생양이 필요한 모양이다.

 

아마도 회사생활하면서 억울한 일 안 당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잘 못된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 책임을 스스로 질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그게 부조리하다는 걸 알면서도 책임은 늘 져야 하는 사람보다는 다른 사람이 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라 해도 언제나 씁쓸한 일이다.

 

 

 

 청춘이 지나고 나서야 청춘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저 말에 매우 공감했다.

청춘이란 말은 청춘을 잃은 사람들이 청춘을 그리워하며 찾게 되는 말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취중진담으로 남에게 상처를 주는 놈들은 음주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글에도 몹시 공감한다.

회사에서도 취한 걸 빙자해서 자기 할 말에 덧붙여 못 할 말까지 지껄이고서는 나중에 기억 안 난다고 하는 인간들 간혹 있다.

말만 하면 좋게?

행동거지도 올바로 못하고선 멀쩡한 얼굴로 기억 안 난다고 입씻는 인간들도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 음주 가중처벌은 필수인 것만 같다.

이것만 고쳐져도 회사생활이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

 

회사에 대한 불평불만들만 쏟아낸 글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 안에 고군분투하는 자신의 애환을 적나라하게 밝혔을 뿐이다.

그리고 일에 묻혀 인생의 시간이 가는 걸 인지하지 못한 자기 성찰도 담겨있다.

쳇바퀴 돌듯 돌고 도는 하루하루에서 스스로의 휴식을 찾아내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은 작가.

그래서 그림도 그리고, 이렇게 글도 써서 책을 내었다.

 

열심히 살지 않으면 어려운 일들이다...

 

 

 

직장생활에서 스트레스가 어마 무시하세요?

오늘 하루 안 봤으면 하는 사람 있으세요?

이대로는 못 살겠다! 소심한 복수라도 해보실래요?

 

그럼.

이 책부터 먼저 보세요.

아~주~ 끼깔라게 날려버릴 수 있어요.

 

자고로

책은 재미도 있어야 하지만

남는 것도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에 부합되는 책이랍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어떻게든 된다!

 

맞는 말이다.

그런 말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글 쓰는 재주도

그림 그리는 재주도

자신을 포장하는 재주도

직장생활을 때려칠 재주도 없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얼음냉수가 되어 줄 수 있는 책이다.

 

마치 직장생활을 하는 내 마음을 회사 사람 다 모아놓고 발표하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회사 다니면서 지금 괴로움에 지친 사람들에게 조금 쉬어갈 시간을 주는 책이다.

 

회사를 다녔던 사람에겐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 보며 묵은 과거의 때를 벗겨내는 시간을 주는 책이고

회사를 다니는 사람에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고

회사를 다닐 사람에겐 회사 생활의 맛을 먼저 보여줌으로 대비를 하게 만드는 책이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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